[천자춘추] 국가안보의 초석 되는 병력동원훈련

북한은 지난 12일 동해상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시험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 행위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지속적인 크고 작은 도발은 우리의 안전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적 상황에서 국가 안보의 가장 기본이 되고 초석인 예비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예비군은 전시 대비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북한의 국지적 군사도발 등의 위협에 대비하여 현역 상비군과 더불어 군사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비군훈련은 크게 병력동원훈련소집과 일반예비군훈련으로 나뉜다. 병력동원훈련은 지방병무청장이 소집하는 훈련으로 흔히 동원훈련이라고 말한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은 유사시 병력동원을 위하여 지정된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전시 부대편제, 임무숙지 등을 위해 년 1회 소집부대별로 2박 3일간 훈련을 실시한다. 일반예비군훈련은 지역별 책임(수임군)부대장이 소집하여 읍·면·동 지역예비군부대 등에서 실시하는 일반훈련으로 평시 훈련을 통하여 유사시 향토방위를 대비하는데 그 훈련 목적이 있다. 병력동원훈련소집 대상은 해당 소집부대에 동원지정 된 예비군 중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은 예비군 복무 1~6년차까지, 병은 1~4년차까지인 사람에 해당한다. 올해 경인지방병무청 관내의 동원훈련은 3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실시하게 된다. 우리 청의 전시 병력동원소요는 경기북부지역과 강원도에 소재한 전방부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 청에서는 이러한 원거리 소집에 따른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병력동원훈련소집 수송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에 경인지방병무청에서는 병력동원훈련 이수자에 대해 영화관 할인, 축구경기 관람 할인 등 우대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여 왔으나, 병력동원훈련소집을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위해, 올해에는 이를 더 확대하여 관내 지자체, 기업체 등과 협력하여 쇼핑, 문화 및 의료 할인 서비스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도 경인지방병무청에서는 병력동원 소집대상자의 안전한 수송과 편의제공 및 우대서비스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많은 예비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사회적 착시현상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한다. 그러나 모든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연구대상은 관측가능해야 한다. 만약 연구대상이 관측가능하지 않으면 연구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 관측가능하다는 의미에는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현상을 관측할 때, 동일한 관측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현상을 관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애매모호한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자연현상을 관측함의 어려움과 쉬움은 현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관측하는 관측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천지창조로부터 자연은 그대로 있다. 자연이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측기가 발달되면 될수록 자연현상을 좀더 심도있게 관측할 수 있으며, 심도있는 관측 결과를 통해 자연현상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 만약 관측기가 제대로 자연현상을 구현할 수 있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관측기를 통해 보는 자연현상은 실제 자연현상이라 확증할 수 있는가? 이러한 관측기 오류 중에 하나가 바로 착시현상이다. 위키사전을 보면, 착시란 “주변의 다른 정보의 영향으로 시각 자극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사물에 대한 시각적인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착시에는 사물의 이미지에 대해 착각하는 착시현상, 특정한 자극이 과도하게 수용되는 생리적 착시, 시신경을 통해 전달된 정보들을 뇌에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착시 등이 있다. 어떠한 과정을 통한 착시이든, 착시는 실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과학자에 있어서 이러한 자연현상의 착시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는 과학자의 모든 연구가 쓰레기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착시는 자연현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프레임’이 어떠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사회적 착시현상이 자연의 착시현상과 다른 것은 하나의 실존 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프레임’의 현상들을 종합하여도 실제 현상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착시현상은 옳고 그름의 척도로서 가늠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프레임’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천자춘추] 변장과 변화의 차이

변장과 변화를 어학사전에서 알아보면 두단어의 확연한 차이를 알 수가 있다. 변장(變裝)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옷차림이나 얼굴, 머리 모양 등을 다르게 바꿈, 변화(變化)는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어 달라짐을 뜻한다. 요즘 현시대에는 말로는 변화를 부르짖으면서 변장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두 단어의 의미를 알아보았다. 우리사회가 진정 변화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탈을 쓴 변장인지 우리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어수선 해지면서 정치계에서는 너도나도 신당을 만들어 가고 기존정당명을 바꾸어 가고 있다. 창당하고 이름을 바꾸면 그곳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변화되는 것일까? 필자는 왠지 우리는 변장을 하고 변화했다고 하면서 엄이도종(掩耳盜鐘)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선거철이 되면 너도나도 변화와 혁신을 들고 나오고, 변화와 혁신의 기수들이 본인들이라고 부르짖는다. 정말 그들이 변화와 혁신을 했는지 알고 싶다. 변화와 혁신을 다들 말하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기관의 소셜 창업실에 수익구조의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사업화하여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청년들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처럼 위정자들도 고민하고 노력하며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내가 얼마나 많은 기득권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말고 내가 이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포커스를 맞추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것이 나의 욕심인 것일까? 우리는 흔히 위정자들을 향해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비꼬듯이 이야기한다. 그들은 존경받는 이들이 되면 안 되는 것인가? 잘하고 있다고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일까?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실천하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일까? 더 이상 국민의 마음을 흔들지 말기를… 더 이상 국민을 슬프게 하지 말기를… 더 이상 기득권 차지를 위해 눈먼 장님이 되지 말기를… 더 이상 지리멸렬[支離滅裂]되지 말기를 기도해본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Go Go Go 열풍

지난해 3월, 알파고의 등장은 암스트롱의 달 착륙만큼이나 스포츠와 기술에 큰 충격과 공포를 가져온 사건 중의 하나였다.최고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넘어선 알파고의 인공 지능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최근 알파고에 이어 포켓몬고가 대한민국 땅에 상륙하면서 서비스 시작 1주일 만에 7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로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포켓몬의 핵심은 지역을 성지로 만드는 포세권이고 이 지역은 ‘포케노미(Pokemon Go + Economy)’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바로 지역의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의 매출 상승이다. 또한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고 매장을 선보이며 스마트폰으로 회원인증을 하고 매장에 들어가 쇼핑을 하고 나오면 결제 과정 없이 자동으로 물건이 체크 되어 그 내역을 스마트 폰으로 확인 할 수가 있다. 아마존고의 핵심은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무인자동화를 통한 비용절감이다. 3 Go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선사하고 있다. 3가지 Go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에게 신기함, 신선함, 편리함의 로봇 혁신을 제공하는 이외에도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생각을 많이 하지 않도록 만들고, 더욱 혼자가 편한 세상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열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닥쳐온 인공지능의 시대, 혼자 즐기는 시대, 무인의 시대. 신기함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 이러한 Go 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줄 것인가? 인간의 역할과 생각을 줄이고, 인간의 움직임을 줄이고 인간이 해야 할 일자리를 위협하고의 또 다른 3 Go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감성적 동질화가 빠른 확산문화(PC방, 노래방, 골프방)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대한민국은 Go Go 열풍을 통해 기회를 얻거나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변화의 틈새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고 성공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빌게이츠는 “나는 유별나게 머리가 똑똑 하지 않다. 특별한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각으로 옮겼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Go Go 열풍 속에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부학장

[천자춘추] 소리, 주인을 깨우다

음악 안에는 높이와 길이가 다른 음들이 서로 엉켜있다. 주로 음표가 많은 데 비해 쉼표는 극히 적다. 음표의 소리가 짜임새 있게 들리는 것은 쉼표가 적절하게 기능하기 때문이다. 둘이 함께 음향을 만들어내지만 쉼표는 음악으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음표가 쉴 때만 인식된다. 쉼표는 아주 길고 음표가 간간히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 다소 조바심이 난다. 우리 귀에 배어 있는 익숙함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엘리트 문화에 반발했던 플럭서스(fluxus) 운동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다르게 인식하는 계기를 주었다. 삶과 예술의 조화를 기치로 삼은 퍼포먼스가 콘서트의 방식이었다. 백남준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One’(1962)은 소리의 개념을 바꾼 작품이다.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두 손으로 높이 들어 올리고 5분 여 동안 정지한다. 연주자는 탁자에 악기를 내려치고 청중들은 침묵 속에서 바라본다. 바이올린이 부서지면서 매우 짧은 음향을 생산한다. 아주 긴 쉼표와 짧은 음표다. 이 작품에서는 시간을 침묵으로 흘려보낸 것 자체가 음악인 것이다. 침묵 중에 발생한 현장소음과 긴장이 긴 쉼표 안에서 음악으로 치환된다. 청중들은 의도하지 않은 자잘한 소음을 유발하며 음향생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연주자가 될 수 있으며 퍼포먼스의 시간과 방법도 자유롭다. 전통음악의 서정성에 대한 거부의 의미로 바이올린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은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음악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공연장에서 울리는 음향덩어리에는 음표 외에도 쉼표, 틀린 박자와 음정, 불일치 리듬, 우연한 잡음, 청중들의 소음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유난히 음표만 받아들여 몰입한다. 다른 것들은 소리의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도 이처럼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잘나고 부유한 음표만 환영 받는 세상은 소리 요소를 잘 구성하지 못한 음악과 같다. 가난한 자와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는 컴퓨터로 작동하는 기계식 무궁동(無窮動) 음악이나 마찬가지다. 백남준은 소외된 것들이 주인이 되는 긴 쉼표 ‘시간’을 부여했다. 관습으로 체화된 ‘익숙함’을 일격에 부숴버린 후, 우리를 흔들어 깨우며 묻는다. 이것이 ‘소리’의 출발점인지 아느냐고….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KBL, 어제와 내일을 생각하라

일본 도쿄 야구박물관은 일본야구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야구에 ‘야’도 모르는 필자조차 넋 놓고 구경했다. 야구의 시작부터 가장 화려했던 장면을 팬들과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오래된 방망이와 유니폼, 기록지 등을 보고 있노라면, 정성에 한 번, 세심함에 두 번 놀란다. 캐나다에 있는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도 그렇다.역대 챔피언, 국제대회 성적은 물론이고 시대별로 사용된 용품 발전사까지 정리되어 있다. 심지어 일명 ‘덕후’들이 시대별로 열광했던 팬 용품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퇴장하는 길에는 의류, 서적 등이 팬들을 유혹한다. ‘역사 챙기기’가 미국의 장기라고들 하지만, 두 나라의 정성도 이처럼 만만치가 않다. 2월 1일, 프로농구 20주년 행사가 막내렸다. 1997년 2월 1일은 프로농구가 첫 경기를 치른 날이었는데, 이를 기념해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사진전이 열렸으며 리셉션에서는 그 당시 출범 주역들이 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었다. 20주년을 위해 힘들게 모은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자랑할지에 대한 추가 논의는 없었다. 지방 팬들에게는 감흥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렇게 자랑스러워서 행사까지 했다면, 발전시키고 보존할 생각도 해봐야 한다. NBA는 구단 자체적으로도 ‘우승’뿐 아니라 그 역사를 끔찍할 정도로 아낀다. 뉴욕 닉스의 홈구장 메디슨 스퀘어가든에는 1970년대 우승 당시 레드 홀츠먼이 결승전에서 사용한 메모지와, 우승을 기념하여 뉴욕 시장이 보낸 기념공문의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NBA는 매년 올스타전마다 십수 년 전 사용된 농구공과 장비를 전시한다. 그리고 영광의 시대를 이끈 레전드를 팬들 기억 속에서 소환한다. 우리 농구도 아픈 날도 많았지만 잔칫집 같던 날도 많았다.연장전을 5번이나 간 날도 있고, 응원팀 우승을 위해 야외거리 응원도 했다. 나는 그 역사들을 그저 액자 속에 가둬둔 채 형식적인 축하행사와 덕담만 오고 간 것이 속상하다. 팬들이 기억하는 건 총재의 인사말이 아니라 그 경기를 치른 선수들일 텐데 말이다. 더 속상한 것은 25주년, 30주년이 오기 전까지는 이 역사들이 그리 조명 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늦지 않았다.아카이브를 만들어야 한다. 기념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대표팀 소집할 전용체육관 하나 없는 처지에 기념관은 사치일 수 있다. 그래도 일단 손에 걸리는 모든 자료를 수집해 다 같이 기억할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은 있어야 할 것이다. 무려 20년이다. 20살이면 자기소개 정도는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좋아하며 어떻게 되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정리할 수 있는 나이다. KBL이 지금 딱 그렇다.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천자춘추] 개헌과 복잡한 달걀 깨기 장치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개헌이 주요 의제가 되고 있다. 국회에는 개헌특위가 꾸려지고 대권 후보들 간에도 방향과 시기를 둘러싸고 논쟁이 되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정치권은 물론 학계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새로운 시대의식과 변화된 국민적 요구라는 새 술을 담아낼 수 있는 새 부대로써, 정치인들이 권력을 위임해 준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률 개정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개헌만이 이런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일까.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승자독식과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분권과 협치, 사회경제적으로는 고용과 임금격차 해소 등 부의 원천적 재분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은 개헌이 아닌 법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수백만 국민의 소망과 목소리가 담긴 투표 결과를 일순간에 사표로 만들어 버리는 현행 단순소선거구제부터 뜯어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개혁 과제이다. 개헌을 한다면 촛불 민심을 반영하는 국민소환,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주의를 개헌에 담아야 하지만 그 이전에 선거법부터 바꾸는 것이 순리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권에 제안했던 권역별 비례 대표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개헌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개헌논의가 그 당위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동의와 동력을 잘 얻지 못하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눈앞의 가까운 길을 외면한 채 멀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둔 어떠한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론도 국민들에게는 기득권 집단의 권력 나눠먹기로 비칠 뿐이다. 이것은 달걀 깨기나 등 긁기와 같은 매우 손쉬운 일을 일부러 복잡한 에너지 변환장치를 통해 어럽게 수행하는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금 달걀 깨기와 등 긁기는 장치가 아니라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천자춘추] 한국 보수의 길, 영국 보수당에 묻다

한국사회는 1987년 개헌 이래 처음으로 꽃 피는 봄에 대선을 치를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헌법재판소가 현재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진행하고 있어,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심판과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특별수사팀의 조사 결과나 언론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대통령 및 그 측근들의 비위 사실은 점입가경이다. 지금의 탄핵정국이 곧 대선정국인 이유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청와대의 주인은 각각 보수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의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왔다. 그런데 현재 대선정국에서는 마땅한 보수진영의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살다 살다 보수가 분열하는 거 처음 본다”는 한 야당 정치인이 꼬집는 말처럼 보수 여당은 이번 탄핵정국 중 분열해 버렸다. 그중 하나는 내홍을 겪느라 대통령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고, 대권을 공식 선언한 다른 보수 정당의 후보들은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잠재적 보수 정당의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주 낙마했다. 민심이 정권교체에 있는 이상 보수 후보의 이번 청와대행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 한국 보수 정당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영국 보수당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강원택 교수는 그의 책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 보수당의 역사에서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표해온 영국 보수당이 오늘날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로 당 지도자들의 과감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유연함”을 꼽았다. 마가렛 대처 수상 집권기와 같이 예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수당은 집권할 때마다 이전 노동당 정부가 수립한 국내 정책에 역행하거나 뒤흔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지기반을 넓혀 갔다.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자처하는 영국에서 보수당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이다. 한국 보수 정당 역시 교조적인 원칙과 이념의 수호자를 자처할 필요는 없다. 그 대신 이번 위기를 과거와의 정치적 단절은 물론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당의 존립 목적은 권력 획득이다. 조의행 신한대학교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잘한 일

올림픽 양궁시합장이다. 한 선수가 예선전에서 모든 화살을 과녁 정중앙에 맞추었다. 단 일 센티의 오차도 없는 백발백중! 신문방송이 난리가 났다. 왜? 너무 잘 쏴서? 그렇지 않다. 잘 쏘고 탈락했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의 과녁을 쏘았다. ‘과녁을 빗나가다’라는 헬라어 원어는 ‘하마르티아(hamartia)’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동시에 죄를 의미한다. 죄는 잘못된 과녁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국정농단을 포함한 인간의 범죄는 모두 동일하다. 그것은 존엄성에 대한 훼손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인간을 사물로 선택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타인을 향한 죄에는 자신을 향한 죄가 선재되어 있다. 인생의 궁극적 목적으로서 과녁을 잘못 선택하는 것이다. 인생엔 두 가지 과녁이 있다. 하나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는 것처럼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것들이고, 다른 하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위해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위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권력욕으로 패가망신(敗家亡身)한 이를 기회 삼아, 역시 ‘권력에의 의지’에 중독된 자칭 정의의 사도들이 광명한 천사의 얼굴들로 난리가 아니다. 하지만 정의의 사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사도들이 넘쳐나는 것이 문제이다. 안타깝지만 개인은 정의를 원할 수도 실현할 수도 없다. 개인의 본성에 내재된, 하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권력욕과, 사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서의 정의는 공존 불가능하다. 마이클 샌델의 고민처럼 ‘정의란 무엇인가’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 정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는 불의하다.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정의는 개인의 권력과 다른 과녁이다.양다리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이 개인에게 전권을 주고 정의를 실현해달라고 소망하는 것처럼 자기파멸적인 논리는 없다. 권력은 개인과 분리되어 별도의 구조로 존재해야 한다. 최근 광명의 천사들 중 몇이 중도 하차했다고 한다. 속내야 어떻든 그래도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 잘한 일이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 대표

[천자춘추] 인문학의 부흥 이끌어야할 때

필자의 연구실에는 여남은 개의 화분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소질이 없는지라 매번 물주는 때를 놓쳐 말려 죽이기 일쑤이다. 그런데 얼마 전, 분명 이파리는 모두 누렇게 변해 가는데 힘겹게 꽃을 한 송이 피운 작은 장미 화분이 있었다. 물론 그 꽃은 쉬 저버렸고 장미 화분은 근근이 무능한 주인 곁에서 버티고 있다. 불현듯 그 장미 화분이 내가 하는 공부, 인문학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인문학은 계속 위기였다. 인문학 관련 연구비는 축소되었고 산업수요에 맞춘다는 정부 시책에 따라 대학들이 앞장서 인문학 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학문적 토대도 많이 약해지게 되었다. 사실 인문학 전공 서적은 수업에 교재로 쓰이지 않는 이상 잘 팔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인문학 연구의 뿌리와 줄기는 점점 말라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어딜 가나 인문학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이나 시립도서관들은 인문학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백화점 문화센터들조차도 앞다투어 스타 강사를 앞세운 인문학 강좌를 연다. 이번 설 연휴 내내 방송에서도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큰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항상 인문학 내용의 책들이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무슨 유행처럼 이말 저말과 합쳐져 광고나 미술, 여행, 과학, 디지털까지 인문학으로 설명된다. 어쩌면 우리는 말라가는 줄기나 이파리는 보지 못하고 곧 져버릴 꽃에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4월, 안양대 인문대학 교수 6명이 모여 우리도 강의실 밖에서 인문학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시민인문학당’, 안양시 인문난장 축제, 아리문화상 등을 운영하였고 요즘은 맹자집주를 읽고 시를 써서 같이 합평회를 하는 동아리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행복한 공부가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하고 지난달 12일 발표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 사업이 인문학의 토양에 물을 주고 뿌리를 튼튼히, 잎을 무성하게 하는 데 올바로 운영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이후로도 다양한 꽃과 열매를 볼 수 있길 바란다. 이현희 안양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주식이 그렇게 쉬워 보이십니까

직업이 주식 투자다 보니 명절이면 듣는 난감한 질문이 있다. “뭘 사야 돼?” 어떻게 답을 해도 본전을 건지기 힘든 질문이다. 지금 좋아 보이는 주식이 다음 명절에도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경제 여건이 바뀌고 회사의 상황이 바뀌면 특정 주식의 투자 매력도 역시 바뀌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를 꾸준히 살피고 판단하는 부지런한 투자자가 성공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사람들은 가전제품 하나를 살 때도 품을 판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을 비교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최저가 판매처를 찾아 구매한다. 그런데 안 사도 되는 주식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살 때는 너무도 쉽게 결정을 한다. 2천개 남짓한 상장 주식들을 앞에 두고 4음절 질문 하나로 수익을 얻겠다는 나의 친지분은 애초에 주식을 하면 안 되는 부류다. 물론 일반인이 특정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전문가가 대신 운영해주는 펀드를 선택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주변에는 펀드에 투자해 재미를 봤다는 사람도 없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답은 펀드를 선택하는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펀드를 고를 때 최근 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단기 성과가 좋은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 운용자는 일단 그 돈으로 기존 투자 종목을 더 산다. 당연히 실적은 더 좋아진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금이 몰린다.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안다. 단기간에 규모가 커진 펀드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기 성과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평균과 다르게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좋을 때는 일등이고 나쁠 때는 꼴찌를 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의 호실적이 실력 때문인지 우연 탓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최소 5년에 걸친 장기 성과를 보는 것이 좋다. 고수익의 욕심에 가장 잘 나가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황소도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될 뿐임을 명심하자.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천자춘추] 뱁새의 판단과 오류

뻐꾸기는 제 새끼를 키우지 않고 뱁새 같은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게 한다. 감쪽같은 성공전략으로 오해하지만, 실상 그 성공률은 10~30%에 그친다. 뱁새도 마냥 당하는 것이 아니라, 뻐꾸기알 대부분을 판별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뱁새가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는 뱁새알을 한두개 없애고 자기 알을 낳고 사라진다. 뱁새는 뻐꾸기가 저지른 야릇한 변화를 감지하고, 알의 색이나 크기 등등 모든 정보를 총동원하여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형편에 놓인다. 뱁새가 고민하는 오류는 두 가지, 뱁새알을 뻐꾸기알로 착각하거나 뻐꾸기알을 뱁새알로 오인하는 것이다. 각각 1, 2종 오류로 널리 알려져 있다. 1종 오류는 옳은 사실을 틀리다고 오판하는 것으로 ‘생산자위험’이라고도 한다. 기업에서 품질을 엄격히 검사하여 양품을 불량품으로 처리하면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2종 오류는 느슨한 품질검사로 불량품을 양품으로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므로 ‘소비자위험’이라고 하는데, 틀린 사실을 옳다고 오판하는 것이다. 삶이란 이같이 긴가민가한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판단의 순간, 우리가 더욱 경계해야 할 3종 오류가 있다. 의사결정의 기준이나 목적을 그릇 정의하는 경우이다. 애초에 품질검사의 기준을 잘못 수립했다면 1, 2종 오류를 줄이는 노력은 아무 소용없다. 옳은 일을 하는 것과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을 분별해야 3종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돌이켜, 2종 오류를 범한 10~30%의 뱁새도 미련하다고만 볼 수 없다. 애꿎은 자식을 죽일 수도 있는 1종 오류를 최대한 모면하고자한 것이다. 뻐꾸기를 자기희생으로 기르는 것이 종족번식이라는 대의에 부합한다. 자신이 낳은 새끼 중에 가장 튼실한 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공동가치에 충실했으므로 3종 오류는 범하지 않은 셈이다. 의사결정은 쌓여서 문화가 된다. 전락하는 조직일수록 본인의 임무를 ‘지금 모시는 직속상사가 잘되는 것’이라고 멋스럽게 뇌까리는 이가 많다. 뱁새만도 못한 어불성설이다. 조직의 가치와 미션이 어떻게 일개인의 형통과 합치되겠는가. 더불어, 옳은 답을 찾았더라도 시기를 놓쳐 버리는 4종 오류가 있다. 부디 3, 4종 오류가 결합되어 파국으로 치닫는 조직이 없길 바란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천자춘추] 나침반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이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새벽을 열었다. 이즈음 우리는 새해를 맞아 좀 더 크고 넓은 한 해를 위하여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작년의 계획들을 다시 점검하고 출발 선상에 가져다 놓는다. 어떤 일에 대한 명분을 축적하고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계획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기초자료와 필요한 통계, 여러 가지 정황들을 분석해 내는 연구과제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연구는 목표한 바를 이루게 해주는 나침반이라 할 수 있겠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우리나라 평생교육을 선도하고 새로운 길들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매년 10여 개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까지 모두 경기도 11개 시군에 설계해준 ‘평생교육 중장기 계획’은 만족도가 높고 결과 역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지원 요청이 뜨겁다. 또한, 국내 여러 연구기관에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S등급 프로그램으로써 경기도 평생교육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진행했던 ‘경기도 평생교육 통계’조사는 도내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 절반 이상이 여가 분야로 도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여가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생애단계 설계 및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소모된 인적자원이 아닌 삶의 지혜를 보유한 사회적 소중한 자산인 노인에 대한 관점 전환과 차별성 있는 평생학습 정책 방향 제시를 위한 ‘노인평생학습 활성화 방안 연구’는 도내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학습 차원의 최초 실태조사로 개인, 연령 특성별 맞춤형 평생학습 정책을 가능케 했다. 그밖에 ‘경기도 평생교육강사 역량모델 개발’,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 유형분석’ 도 의미가 큰 연구과제다. 물론 올해도 ‘국외 선진 평생학습사례 분석’, ‘장애인 평생교육 실태조사’ 등 10여 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17개 시·도 진흥원 중 유일하게 연구실을 운영하며 연구 결과를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늘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새해에도 우리 진흥원은 알차게 연구 과제를 수행해 미래지향적인 경기도 평생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청춘의 당당한 선택, 자원병역이행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휴전 분단국가로 항상 북한의 무력도발 위험에 대비해야 하며 국가안보가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 현실에 있다. 이에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병역의무가 부여되며, 그 의무는 국가를 위해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바치고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는 고귀하고 숭고한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데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군 복무기간이 자기발전을 다질 수 있는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병무청은 대한민국의 사나이로서 당당히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자율적인 병역이행 풍토를 조성하고자 ‘자원병역이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병역이행자’란 외국 영주권을 취득하였거나 국외이주 사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 자진 귀국하여 병역을 이행하거나, 학력이나 질병 및 심신장애로 인해 보충역 또는 전시근로역으로 병역처분 받은 사람이 학력을 높이거나 질병 및 심신장애를 치유하고 재신체검사를 거쳐 현역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사람을 말한다. 병무청은 자원병역이행자들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병무청과 협약을 맺은 병원 및 관계기관을 통해 무료 치료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슈퍼 굳건이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영주권자에 대하여는 영주권 유지를 위해 휴가기간 중 이주국 방문 시 왕복항공료 지급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역으로 복무 중일 때에는 군과의 협조를 통해 모범병사 선발 및 포상과 문화탐방행사를 실시하고 전역 후에는 명예증서를 수여하는 등 다양한 우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떳떳하고 당당한 삶을 살고 싶어 자원입대 했다. 병역이행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는 한 자원병역이행자의 말처럼 대한민국 남자로서 병역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병역이행을 앞둔 젊은이들은 막연히 불안하고 막막하다. 그럼에도 개인의 삶 이전에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진하여 병역을 이행하려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어 우리사회는 매우 희망적이며, 우리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의 시선과 따뜻한 배려를 보내야 한다.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굿 뉴스, 배드 뉴스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니, 뉴스(news)란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그러한 보도’라고 씌어 있다. 또다른 의미로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실이고, 대중의 관심을 돋우는 것이며 사회적 맥락을 가진 정보’라고 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뉴스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정보와 뉴스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홍수에 휩싸여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 조차도 혼돈 가운데 빠지게 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초위험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초위험사회’로 간주되는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사건의 실시간’화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지구 반대편의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의 실시간 보도는 우리 삶에 전혀 관계없을 듯한 사건들이 정신적으로, 현실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몰라도 될 사고 사건을 접하는 것은 우리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데 기여를 한다. 지나친 연결주의 강화는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현재 보도되는 국내 뉴스 중 빅 뉴스는 단연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 관련된 보도일 것이다. 또한 국외 뉴스 중 빅 뉴스는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 일 것이다. 과연 두 뉴스는 우리에게는 굿(good) 뉴스인가 아니면 배드(bad) 뉴스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따라 굿 뉴스도 배드 뉴스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새 한창 뜨겁게 대두되는 것이 페이크(fake) 뉴스이다. 진실보도가 본령인 저널리즘 측면에서 페이크 뉴스는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페이크 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SNS를 통해 거짓 정보들이 여과없이 국민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상식 밖의 인물로 치부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최순실 국정 논단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득 내가 혹시 언론에 비상식화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뉴스 기사를 꼼꼼히 다시 한번 살펴본다. 자연현상을 직시해야만이 올바른 이론을 제안할 수 있듯이, 차가운 이성만이 혼란 가운데 빠져있는 현 시대의 풍랑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천자춘추] 작지만 강한 농업인들을 보면서

경쟁국에 비해 경영규모는 작지만 끊임없는 역량개발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자율적인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농업 경영체를 육성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소농(强小農) 육성사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소재한 성창농원에서 2017년 경기도 강소농 현장지원단 발대식을 개최하였다. 이날 발대식을 이곳 안성 성창농원에서 개최하게 된 동기는 지난해 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집중 육성한 강소농 자율모임체가 소비자와 함께하는 협동조합으로 발전된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참여 강소농들은 농촌진흥청 강소농 육성프로그램에 따라 1년간 진행하면서 참여농업인들의 의식함양과 경영개선능력, 마케팅 능력 제고 등을 이수하였고 경영개선 실천의지가 강하고 마음이 맞는 핵심농장 회원 14명이 모여서 회원들간 자율 모임체를 결성하고 지난해 12월에 ‘산들 맛 협동조합’으로 창립하였다. 그동안 개별농장에서 농장별로 생산한 농산물 출하와 관리하던 1천여 소비자들을 소비조합원으로 영입하고 생산자조합원 14명이 5천여만원을 출자하여 생산자 조합원들이 생산한 우수농산물을 선별하여 소비자 조합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꾸러미 사업부터 착수하였다. 이번 구정 설에도 ‘산들 맛 꾸러미’(제수용·선물용·대보름용) 500여 개를 소비자 조합원들로부터 주문받아 택배발송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가격대는 김영란법에 맞추어 5만원 미만대로 조정하였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이외도 농장별 특색에 맞는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소비자들에게 행복한 체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생산조합원 부부가 참여하는 정례 연구회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파랑 하늘빛 아래, 행복 모두어, 씨를 뿌리고 가꾸는 열넷 농부, 안성맞춤 장인의 혼과 열정으로, 마음에 손발 더하여, 협동의 가족으로 희망찬 농업의 가치를 창출하렵니다. 착한 농심으로 주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는 꾸러미 속에, 도시와 농촌의 상생 밀알 되어, 더불어 가족이 되어갑니다. 농심은 천심, 꽃향기보다 진한, 살아 숨 쉬는 가족의 향기를 뿌리며, 열네 농부의 뜨락에 귀한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산들 맛 협동조합 대표농부의 초대 글을 소개하며 더 많은 강소농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 전문위원

[천자춘추] 60cm의 실행력

국내외로 많은 변화가 있을 2017년, 무엇이 대한민국을, 나를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인가? 누구나 새해가 되면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실천 방안을 만든다. 내가 만든 올해의 키워드는 “60cm의 실행력”이다. 머리(생각)부터 심장(느낌)까지 거리가 30cm, 심장부터 손(실천)까지 거리가 30cm라 60cm만 움직이면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생활을 반성하고자 세운 목표이다. 개인이나 기업 우리는 누구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실천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실천력이 성공하는 방법일까? 최근 미국의 월마트나 일본 백화점의 경우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는 매장이 10% 이상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일본의 종합 할인매장인 돈키호테는 값싼 가격과 정글 진열방식, 보물찾기처럼 재미를 더한 독특한 방식으로 매장 진열과 운영을 한다. 이 매장의 특징은 기존의 방식과 달리 무질서한 진열과 싼 가격의 공급 방식, 쇼핑에 재미를 더한 쇼테인먼트 방식으로 매출을 극대화해 나가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LA west hollywood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인 ‘The last book store’가 있다. 크지 않은 서점이지만 새 책과 헌책으로 상상 가능한 아이디어를 통해 창의적으로 진열하고, 아마추어 작가의 갤러리, 돈키호테 같은 기발한 매장 운영을 통해 마지막 남은 종이 냄새나는 기이한 책방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 강원 FC 조태룡 대표 역시 스포츠계의 돈키호테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역사는 강원 FC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라고 호언하며 유명 선수들을 폭풍 영입하고 스폰서십 유치와 조직운영의 변화를 일으키며 돈키호테를 선언하였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고성장으로 만들어 가는 돈키호테식의 행동 방식,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상식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는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행동 방식이다. 소가 달구지를 끌 듯 실행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간다. 실행 수준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확실한 캐릭터와 현실과 이상을 잘 배합하고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처럼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삶에 대한 자신감과 실천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더해주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예술, 사회를 투영하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 드가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무희들은 멋진 몸짓과는 달리 얼굴이 흉하게 뭉개진 것을 볼 수 있다. 우아한 레베랑스를 그린 작품 꽃을 든 무희도 추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여성에 대한 혐오감이 컸다. 어머니의 일탈과 모욕을 참는 아버지 사이에서 생긴 분노가 어린 시절 그에게 깊은 상처로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드가는 그런 증오를 그림에 표현하며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심지어 친구였던 마네 부부를 그리면서 부인의 얼굴을 흉측하게 묘사하는 바람에 절교를 당했을 정도였다. 그의 그림에는 정장을 입은 신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반드시 그려야 할 대상물이 아닌 느낌을 준다. 당시 발레는 어린 소녀들의 신분 상승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들은 주로 하층계급 출신이었고 부유한 후원자에게 의지해서 살았다. 후원을 빌미로 행한 성매매를 드가는 몹시 역겨워했다고 한다. 예술인들은 사물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데 익숙하다. 현상을 상징으로 바꾸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평범한 일상을 비틀어 만든 특별한 변용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글로 말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무용가는 움직임을 짓고 작곡가는 소리를 그린다. 문자와 물감과 몸짓과 음표는 미약하나 상징이라는 점에서 강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를 참담하게 유린했다. 무모한 발상이고 부질없는 짓이다. 예술인들은 눌리면 더 비틀고 저항한다. 그들은 직설로, 은유로, 풍자로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삶 속의 허영을 투영해 주는 거울 같은 존재들이다. 결함을 일러주는 그 거울을 깨버리면 과오를 알아챌 수 없게 된다. 예술을 통제하지 않으면 사회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춘다. 모래톱이 강물을 거르고 유속을 조절하듯이 예술은 사회를 정화하고 건강하게 한다. 민주사회는 자주와 자율이 본질이다. 자신 있는 권력자는 금기를 허물고 시민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 다음 지도자는 그런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절박함이 만든 日농구올스타전 흥행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B리그 올스타전을 취재하고 왔다. 국내 KBL이 한창인데 굳이 일본까지 간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안양 KGC인삼공사를 초청해 친선전을 치렀다. 상대는 가와사키 팀. B리그 선두 팀이었다. 두 번째는 이 올스타전이 대수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형 행사였다는 점이다. 일본은 그동안 협회와 프로리그가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양립했다. 때문에 국제농구연맹(FIBA)로부터 ‘통합하라’는 권고 조치를 받았으나 끝내 숙제를 해결 못해 ‘국제대회 출전금지’라는 철퇴도 맞았다. 결국 협회는 모든 걸 무(無)로 돌리고, 새 리그를 창설했다. 바로 B리그였다. 등 돌린 팬들을 끌어들일 ‘새 것’이 필요했다.2016-2017시즌은 ‘우리는 다르다’는 매력을 어필하는 과정이었고, 올스타전은 그 매력을 정점으로 끌어올릴 기회였다. 결과부터 말하면 행사는 흥행했다. 9천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 기대치를 넘겼고, 일본 전역에서 100명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는 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KGC인삼공사 선수들도 “일본 농구 인기가 이렇게 많았어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관중도, 선수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규모와 정성이었다. KBL 김영기 총재는 ‘음향시설을 떼어가고 싶었다’라 말했고, 이성훈 사무총장은 ‘전광판을 가져가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기획자를 훔쳐가고 싶었다. 훌륭한 기획의 원천은 올스타전을 대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농구 위기에 나온 절박함이었다. 한국 농구는 12년 전부터 위기라고 말을 해왔지만 늘 말 뿐이었다.올스타에 뽑힌 일본선수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뛰게 되어 영광”이라 말하며 기뻐했다. 언제든 팬들의 사인과 악수 요청을 외면하지 않았다. 일본선수라고 해서 탄력이 우리보다 좋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쇼맨십과 기술은 어설픈 부분도 있었다.그래도 한 몸 불살랐다. 그 밑바닥에는 자신들의 터전이 위기에 몰렸다는 생각에서 나온 절박함도 있었을 것이다. B리그 관계자, 기자들은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처음인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며 말이다. 투표과정부터 마지막까지 관중을 배려하고 팬을 위했던 그런 올스타전이었다. 이번 주말은 우리차례다. 1월 2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개최된다. “일본의 아이디어가 부럽다”고 말한 필자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KBL선수들이 좋은 볼거리를 우리 팬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천자춘추] 경기도의 블록체인 실험

경기도가 또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이번엔 블록체인이다. 따복공동체 주민 공모사업의 심사방식에 이 기술을 도입한다.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화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네트워크로 자산과 거래를 저장하는 암호화된 신뢰 기술이다. 디지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이 기술로 거래된다. 이를테면 공공거래장부 시스템인데, 모든 거래의 회계 장부가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수백만 대의 컴퓨터에 저장돼 운영되고 모두에게 개방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기본 철학이 신뢰와 분권이라는 점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율과 자치, 협치, 사회경제적으로는 공유라는 시대의식과도 연결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중앙집중화돼 있다. 돈, 주식, 채권, 음악파일, 투표권, 스마트폰까지 유형 무형의 모든 가치와 자산이 어떻게 거래되는가.은행, 정부, 증권사, 신용카드사, 소셜미디어사, 쇼핑몰 등 거대 중개기관을 통해서 이뤄진다. 심지어는 이들 기관이 거래되는 자산의 진위 판별과 거래자의 신분확인, 신용정보와 등급, 보증, 인증, 청산, 결제, 기록 보관까지 모든 상거래와 거래 방식을 결정한다. 정치와 행정의 작동 메카니즘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같은 중앙 집중화는 원천적으로 해킹에 취약하다. 더 큰 문제는 불평등의 심화로 신용이 없는 경제적 약자는 아예 경제 시스템에서 배제된다. 전세계 인구의 1/3인 25억명의 사람들은 신용등급이 없어 은행계좌를 틀 수 없는 금융 소외자들이다. 풍요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블록체인 실험은 승자독식, 기울어진 운동장, 금수저와 흙수저 등 수많은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행정은 물론 경제나 정치활동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공정한 보상이 가도록 하는 방식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부(富)와 권한, 권력 등 모든 가치가 애초부터 창출되는 방식을 변화시켜 ‘원천적인 가치의 재분배’, 또는 ‘가치 창출의 민주화’라는 기본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기도 블록체인 행정이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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