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공기업에 억대 연봉이라니

기업은 적자를 내고 있는데 기업 운영자는 억대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면 그 기업이 제대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을까.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기업의 고위직 임원은 고액의 월급을 받기 이전에 우선 기업을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자신의 연봉부터 하향 조정하는 등 임원 자신이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회사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각오를 보여 주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나타난 바에 의하면 경기도와 인천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기업의 고위직 임원들이 공기업 자체는 적자 경영에 시달리면서도 사장 등을 비롯한 고위직 임원들은 억대의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일부 의료원은 고정 부채가 수십억원에 달하고 있음에도 원장에게는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려 7천3백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인천지하철공사는 사장의 연봉이 2000년에 비하여 16% 인상되었다. 이는 감사나 이사의 연봉 책정에도 비슷한 비율로 인상되었고 더구나 가계 안정비라는 명목으로 수백만원이 지급되었다. 때문에 하루 평균 1억3천여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는 지하철공사가 빚을 줄일 생각은 않고 임원들의 월급이나 인상하고 있지 않느냐고 빈축을 사고 있다. 공기업은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이익만을 고려,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의 운영 잣대만 가지고 공기업의 운영을 평가할 수는 없다. 의료원이나 지하철 공사 등은 특수한 성격의 공기업이기 때문에 때로는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지역주민의 건강과 교통편의를 위해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되며 임원은 이런 서비스 정신에 투철해야 된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적자 공기업의 고위직 임원들의 연봉은 너무 많다. 공기업의 적자는 결국 일반 서민들이 낸 혈세에 의하여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공기업 고위직 임원 스스로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 지자체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하여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적자 해소책을 강구함은 물론 고위직 임원의 고액 연봉 책정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될 것이다.

공적자금 국정조사, 방해해도 해야한다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156조원 가운데 회수불능으로 확정된 69조원 등 방만한 운용실태를 따지는 것이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다. 그 소임이 막중한데도 정치권이 이에 임하는 자세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우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피감기관의 비협조를 들어 자칫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다음 정권에서 규명할 사안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소극적 판단이다. 물론 이번 국정조사의 성과에 관계없이 차기 정부의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한 것은 불가피하다. 회수불능 자금을 재정으로 떠맡기 시작하는 것이 차기 정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우선 궁금해 하고 여야 합의사항인 국정조사를 야당이 포기하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의 태도는 공적자금 조사의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의 자료제출 회피를 비호하고 DJ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 핵심증인 배제를 끈질기게 획책하는 것은 아직도 청와대의 시녀임을 드러낸다. 세풍관계자를 증인 채택하자는 엉뚱한 역공은 가히 가관의 극치다. 민주당이 송모의원을 특위간사로 내세운 것도 의문이다. 공적자금 9억5천만원을 빼돌린 대우자동차 판매회장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중인 의원을 공적자금 국정조사 특위에 인선한 당의 처사부터가 사리에 당치 않다. 공적자금이 필요하게 된 원죄와 공적자금 비리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환란을 가져온 것은 전 정권의 잘못이지만, 환란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자행된 비리를 묵인하는데 동의할 국민은 없다. 회수가 불가능한 69조원은 올 정부예산 117조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국민 1인당 부담액이 이자를 포함, 현재 가치로 무려 143만5천원에 이른다. 공적자금을 빼돌린 비리는 부실 기업인의 모럴 헤저드에 기인한 건 물론이다. 하지만 공돈처럼 빼먹을 수 있었던 게 은행이나 당국의 묵과없이 가능했는지 의문이다. 공적자금을 특정 기업에 집중 지원한 배경에 이같은 의혹이 더욱 증폭된다. 앞으로 공적자금 상환으로 재정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일이 이 지경인데도 정부에선 그 누구 하나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권력의 비리개입에 그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국정조사 중 아시안게임이 열려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국민에게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판단 자료가 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조사를 호도하려 들면 결코 유익하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적극성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속 드러내는 잔재주로는 진실에 대한 국민적 의문을 모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복무 단축 적극 고려해야

한나라당이 오는 12월 실시되는 대선공약의 하나로 군복무 기간의 2개월 이상 단축과 지원병제 확대, 의무경찰의 단계적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 선거 공약을 발표하였다. 한나라당의 군복무 2개월 단축은 남북 분단 상황에 있는 현재의 안보 상황하에서 군 문제가 상당히 미묘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 차원에서 대선 공약으로 과감하게 제시한 것은 책임있는 제1당의 공약이기에 앞으로 국방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됨으로써 한국의 안보 환경은 과거와는 개념상이나 또는 전략상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 전력의 약화는 많은 위험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때문에 군 복무 단축으로 인한 군 인력의 감축을 야기할 수 있는 국방정책은 정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논의되어서는 안되며 이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여야를 초월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나라당의 군 복무 단축 공약은 상당한 국민들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면 대학 재학생의 경우 한 학기를 쉬지 않고 제대후 복학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미래의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이 군 복무 기간과 대학 학기와의 불일치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가 많아 24개월로 단축하면 이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군 복무는 의무임에도 고위공직자나 부유층 아들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병역 특혜를 받고 있다. 최근 국감에서도 병역문제가 항상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동시에 군 면제 사유 역시 대폭 축소하여 일정기간 군 복무를 하게 하는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되면 국민적 위화감도 줄어들 것이다. 지원병제 확대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지원병제도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전문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지원병제를 통하여 직업군인을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을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경찰이나 동사무소의 행정 업무와 같은 일반 업무는 군 인력으로 충당되어서는 안된다. 최신 군사 장비의 도입과 습득, 효과적인 군 인력 운용 계획을 마련하게 되면 군 복무 기간을 2개월 단축하더라도 군사 전력의 약화없이 안보를 굳건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盧후보에게 묻는다

민주당 분당 사태는 예견했던 일이긴 하나 개의할 이유는 없다. 자기네들 당내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씨의 말과 행동엔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당의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노후보에게 갖는 관심은 이른바 반노파 배척, 친노파 지향의 마이웨이에 있는것은 아니다. 이 역시 노 후보의 개인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더욱 바짝 드러내는 진보주의 성향은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진보세력의 영입을 언급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정당성을 적극 변호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일찍이 그 자신이 말한대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란 게 단순히 정책상 관념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있다. 즉 노 후보는 김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노골적인 대북 접근을 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는 우리의 의문에 시인 또는 부인중 어느 쪽인지 궁금하다. 노 후보는 이밖에도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하는 대통령 후보의 입장에서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남북관계에서 통일관은 무엇이며 북측의 고려연방제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는지도 알고싶다. 또 지금 몸담고 있는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틀림 없는 보수정당이다.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진보주의를 표방하고 나서면 당의 존립 기반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국내 진보정당으로는 이미 대통령 후보까지 낸 민주노동당이 있다.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노 후보의 진보주의 생각이 서로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어떤 것인지도 밝힐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당 부분을 노 후보가 훼손하려 할지도 모를 것으로 보는 세간의 의혹은 이유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남의 충고를 듣지않는 고집불통으로 소문난 것은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가므로 우리가 탓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에 둔사로 여전히 호도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책임있는 대통령 후보의 자세가 아니다. 노 후보는 국내에 보수, 진보의 양당제가 바람직하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그럼, 민주당은 앞으로 노 후보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변질된다고 보아도 수긍할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갖는다.

금강산댐 공동조사도 돈 내놔라?

북한의 금강산댐 공동조사 협상 실패는북한의 양면 작전 때문이다. 특히 ‘금강산 댐 부실 우려’가 명예훼손이라는 북한측의 주장은 당치 않다. 북한강 상류에 일방적으로 댐을 건설,우리측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북한이 오히려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종전의 ‘싫으면 관둬라’라는 식이다. 아쉬운 것도 다급한 것도 없으니 남한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지난 16∼18일 금강산에서 열린 실무접촉회의에서 북한은 금강산댐의 안전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측이 인공위성을 통해 댐 함몰 부위로 분석한 지점을 공사차량용 도로라고 주장하고, 지난 1월 금강산댐에 이상이 발생, 긴급 방류했던 3억t이 넘는 흙탕물도 배수로 갑문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 방류였다고 고집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우리측이 제기한 금강산댐의 안전성 및 수공(水攻) 위협을 명예훼손이라며 사과와 함께 보상을 요구한 점이다. 공동조사에도 또 대가를 요구했다. 이는 남북 관련 회담 때마다 일단 엇박자로 강경하게 나가기만 하면 경제적인 대가를 받았던 과거 방식을 답습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사과를 하려면 국제하천에 일방적으로 댐을 만든 북한이 먼저 해야지, 피해가 늘 우려되는 우리에게 왜 하라는 것인지 억지도 보통 억지가 아니다. 보상도 그렇다.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 피해를 왜 보상하라는 지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조사방법부터 북한의 태도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측의 ‘정밀조사’방침에 눈으로만 보라는 ‘단순 참관’을 고집하고 있다. ‘돈부터 내놓으라’는 무리한 요구는 애초부터 공동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나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한 금강산댐이 남북 공동조사로 부실공사가 확인될 경우, 대내외적인 망신을 당하고 건설을 담당한 군부의 책임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번 금강산댐 공동조사는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동시 착공식의 연장선이다. 따라서 쌀 40만t과 비료 10만t 제공에 금강산댐 공동조사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10월초 열릴 예정인 제2차 실무회의에서의 대표단 활동을 기대하겠다.

北의 변화와 함정

북측의 변화 노력은 시인할만 하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된다고 여기는 이른바 신사고(新思考)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와 ‘개혁’은 상충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도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모험을 거는 것이 제한적 시장경제 도입이다. 특히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은 외자 등 물자유치로 경제개혁을 이루고자하는 파격적 마지노선이다. 이미 내부자원이 고갈된지 오래인 북의 입장에서는 외부지원의 수혈이 절대적 단계에 들어섰다. 신의주 경제특구가 파격적인 것은 폐쇄적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지구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입법 행정 사법권까지 독립시키는 구상을 갖는 건 개방을 의미한다. 북의 이같은 변화는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으나 반면에 착각을 일으키는 함정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특히 군부의 동향이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일총리 방북시에 한 말에서도 이런 의문이 발견된다. 김 위원장은 괴선박 사건에 대해 ‘그기까지 가서 그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다’면서 ‘특수부대가 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번 6·29 서해교전을 도발했을 때도 북측의 유감표명에서 군부대의 단독소행임을 은유적으로 비췄었다. 괴선박이나 서해도발의 군사행동이 감히 국방위원장 모르게 자행됐을 것으로는 지극히 보기 어렵다. 군부대 통솔권의 누수로 보는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일총리에게 서슴없이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면서 사과했다. 노동당 중심으로 당·정·군이 일체가 되어 돌아가는 것이 북의 체제다. 이점에서 당·정·군을 망라해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한 말은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알고도 몰랐다고 하는 관측이다. 외교상 의례적 둔사로 하는 발뺌이다. 또 하나는 정말 몰랐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견해다. 이 경우는 김 위원장의 절대적 지위에 흠결을 가져온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반발하는 군부세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알고도 몰랐다는 얘기로 귀납되며, 이는 한손엔 경제, 또 한손엔 무기를 거머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한적 시장도입과 간헐적 무력도발의 양면은 곧 북의 두 얼굴이다. 김 위원장의 신사고는 경제를 위한 것이지 군사대국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철도 연결을 위한 일부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철거는 괄목할 사실이긴 하나 이로써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정부의 벙키C유 등 유류 대북지원 검토는 성급해도 지나치게 성급하다.

고이즈미의 대북협상 자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의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되어 양국간의 중요 현안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아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의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하여 내달부터 국교정상화 교섭의 재개, 식민지 사과와 경제협력 실시, 일본인 납치 사과와 재발 방지, 핵 국제합의 준수와 미사일 실험 중지를 발표하였다. 이번 협상 결과는 당초 일본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은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한 상황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회담 결과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은 미국·일본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미·일 3국은 대북 정책 수행에 있어 공동보조를 취하는데 상당한 이견이 있었으므로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결과로 이런 이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주도권을 가지고 3국간의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하여 북한으로부터 일본인 납치를 인정함과 동시에 사과를 받아내고 또한 재발 방지 약속까지 받음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물론 일본 국내에서는 다수의 납치 인사들이 사망한 사실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며 분노하고 있으나, 일본 역대 어느 총리도 진상을 규명치 못하고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고이즈미 총리의 대담하고 냉철한 협상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이번 북·일정상회담을 철저하게 실무적인 자세로 임해 주목을 끌었다. 물론 남한의 지도자가 북한의 지도자를 대하는 태도가 일본의 정치인과는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외국과의 정상회담시 대규모 군중 동원과 깜짝 행사를 통하여 요란한 정치적 쇼를 위주로 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유도하는 사회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냉정한 협상 자세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대북협상 자세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북측 사과 받아내야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사과 및 재발방지 다짐은 놀라운 입장 변화다. ‘일본은 납치다 뭐다 하는 소리를 그만두라. 납치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종전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었다. ‘대남공작을 위해 한 일’이라고 까지 말한 것은 더욱 충격이다. 물론 몰랐던 것은 아니나,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대남공작이 시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점에서 주목된다. 북측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확인해준 11명의 납치자 가운데 1987년 KAL 폭파범 김현희 공작원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야에코란 당시 30대 여성이 있다. 이 사람이 바로 1991년 김현희가 내외신 기자에게 밝힌 일본어 교사 ‘이은혜’인 것이다. 이는 최근까지 ‘이은혜’는 날조된 가공인물로 내세웠던 끈질긴 주장이 허구임을 드러냄으로써 KAL폭파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간접 시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괴선박도 시인했다. 김위원장은 ‘자신도 몰랐던 일로 특수부대가 한 짓’이라며 조사중이라고 했다. 일본 열도는 일본인 납치를 시인받은 고이즈미의 방북을 평가하면서도 납치자 중 5명만 생존해 있다는 보도에 오열을 터뜨리며 들끓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김위원장이 시인한데는 북·일 국교정상화에 실질적 최대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130억달러로 전망되는 경협자금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는 계산이 깔려있음을 간파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단 한번의 담판으로 한사코 없다고 주장해온 일본인 납치를 시인받았다. 이에 비하면 그간 막대한 경협자금을 북에 갖다 주면서도 아웅산 사건이나 KAL폭파사건 등은 금기사항인 것처럼 얘기도 못꺼내는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1953년 휴전이후 480여명이 북에 납치되고 전쟁 중 납북자, 억류된 국군포로 등이 2만6천여명에 이른다. 이런데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외면해 오고 있다. 남북화해의 기운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이에 대한 거론을 피한다는 게 정부측 생각임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일본인 납치가 대남공작용임이 확인된 이상 거론할 때가 됐다. 참다운 화해는 숙원의 과거 앙금을 하나하나 걷어냄으로써 더욱 가능하다. 더 나아가 6·25전쟁에 대한 북측 사과도 받아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대남, 대일외교 차별은 고이즈미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정부는 북측 차별대우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활개치는 조폭들

경찰청이 작성한‘2002년 관리대상 조직폭력배 현황’에 국내 폭력조직들이 경기도, 특히 신흥개발지역으로 대거 몰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건설에 이어 각종 개발 붐을 타고 있는 경기도에 유흥가 및 상권이 급팽창, 폭력조직들이 그 이권을 노리고 몰려든다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194개파 조폭과 4천50명의 조직원 가운데 경기도에만 25개파 576명, 인천에 12개파 236명이 있다니 그 실태를 알 수 있다.그러나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동향파악 대상일 뿐 실제로 폭력조직에 가담한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경기경찰청이 최근 도내 조직 폭력배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한 결과 105명을 검거했다. 이번 단속에서 조폭들은 유흥업소나 사창가 등에 기생하며 금품을 갈취한 사범이 가장 많았고 성남 등 신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이 활동하는 신흥 폭력조직도 5개파나 적발됐다. 조폭들의 행동과 수법은 여전히 인간 거머리 행태다.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고가로 담배를 강매하거나 보호비 명목으로 현금을 갈취하거나 유흥가에서 마구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보호비 명목으로 24회에 걸쳐 1억여원을 갈취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못한 업소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겠는가. 조폭들은 미성년자들을 유흥주점에 접대부로 조달하거나 윤락행위를 강요하고 심지어는 수천만원에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도 서슴지 않는다. 인신매매의 경우는 조폭과 업소가 연계된 사회악이어서 더욱 충격을 준다.이들 조폭들은 유흥가나 사창가에서만 폭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다.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에서도 부녀자· 노약자를 가리지 않고 서민들을 상대로 금품을 강탈하는 난폭성을 보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처럼 조폭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1989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거대 조폭은 수사 표적이 돼 조직이 와해됐거나 세력이 축소됐지만 반면 군소 조직들이 오히려 세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경기경찰청의 경우, 정원마저 부족해 조폭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앞으로 조폭들은 추석명절을 전후하여 특히 12월 대선과 연말연시 때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분명하다. 경찰인력의 확충과 함께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단속을 거듭 당부해 마지 않는다.

국감에 대한 제언

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진즉부터 피력해 온 본란의 지론이다. 이는 공무원노조가 국회에 요구하기 훨씬 이전부터 거론됐던 현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경기지역본부에서 오늘 국회건설교통위가 갖는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조합원을 동원, 몸으로 저지하겠다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무슨 일이든 수차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으므로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우선 민주사회의 의사형성 절차에 위배된다. 공무원노조도 공무원사회다. 노조라하여도 공무원사회가 이에 자유롭게 간과될 수 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공무원노조는 또 고유사무에 대한 국감은 탈법이라고 말한다. 인정한다. 지방의회의 행정감사와 중복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는 법에 의해 국가위임사무를 감사할 권한 또한 갖고있다. 국회가 예산을 통과시킨 광역단체에 대한 국가투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국회의원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회정서다. 공무원노조도 크게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이윤으로 월급을 받는 민간노조와는 다르다. 지역주민과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법외 노조를 내세운 과격행동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은 게 또한 사회정서다. 공무원노조가 국감장 밖에서 국감 반대 시위를 벌이는 것은 그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감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어떤 다짐을 강제로 요구하거나 신체적 충돌로 봉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국회의 국감 방향이 빗나가곤 했던 게 고질화하였긴 하나 그렇다고 물리적 대응이 개선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또 고유사무 침해를 들어 위임사무의 감사권마저 봉쇄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구 소임을 막는거나 다름이 없다. 오늘 국회 건설교통위가 경기도에 갖는 국정감사에 공무원노조와 국감반이 이성적으로 대처, 상스럽지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자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공무원노조의 과격성 우려가 자제돼야 하겠지만 국감반 역시 유연해야 할 것이다. 또 고유사무 금기를 의식한 위임사무 위주의 감사로 스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지방자치행정을 당리당략 삼아 정치 정점화하는 졸렬함도 있어선 안된다. 앞으로의 일이지만 불요불급한 자료 제출의 과다요구도 시정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가 자치단체 감사에 대한 개선에 적극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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