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안산시장의 비리

박성규 전 안산시장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재 예정지역 정보를 이용해 수십만평의 토지를 매입하는 등 땅 투기를 하고 아파트 사업승인을 변경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5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자치단체장이 결재과정에서 얻은 ‘대외비’사실을 악용한 처사여서 충격이 실로 크다. 특히 부동산 투기와 뇌물챙기기 범행은 그 수법의 교묘함이나 규모를 볼때 민선단체장의 횡포가 어느 정도에 이를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심히 우려스럽다. 보도된 대로 박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안산시 사사동 일대 그린벨트 25만5천평이 정부방침에 따라 우선 해제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내부 결재문서를 토대로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고 한다. 박 전시장은 한때 시장비서였던 친조카 박모씨와 안산지역 주간지 대표 박모씨에게 59억을 현찰로 전달, 해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토지를 집중 매입토록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토지구입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간지 대표 박씨의 친동생 등 명의로 토지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50억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진 박 전 시장은 일반인이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의 현금을 자신이 운영하는 레미콘 회사 W산업에서 조성한 비자금과 친구 등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수록 각종 부정과 비리가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민선단체장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관할구역 내의 토지를 대상으로 거액의 부동산 투기를 한 최초의 사례로써 만일 박 전 시장이 계획대로 성공했을 경우 모두 3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을 것이라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박 전 시장은 W산업을 대주주로 한 자회사의 차명계좌까지 개설, 비자금 30억원을 조성해 이중 21억원을 부동산투기에 사용했다고 한다. “서민의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면서 비리를 일삼은 사람이 만일 지난 6·13선거에 재당선, 시장직을 계속 수행했다면 안산지역뿐만이 아니라 아마 도내 전역을 투기대상 지역으로 삼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체장들의 재임중 영리활동 및 친·인척 별정직 중용 금지 등 제도적인 견제 장치의 필요성을 제시해 주었다. 박 전 시장과 직접 관련자들은 물론 의혹 인물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있기를 바란다.

청와대 6자회담의 전제

북 핵문제와 관련, 내일 가질 예정인 김대중 대통령과 대선 후보 등 6자 청와대 회담은 초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공동인식을 함께 한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이 회담이 국민에게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되는 게 있다. 첫째, 정부가 북의 핵개발 사실을 알고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연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지난 1999년 우리 정부가 북측이 농축 우라늄 관련장비를 도입한 첩보를 입수, 미국에 알려준 것은 부동의 사실로 밝혀졌다. 비록 정보의 기초적 자료인 첩보 포착이긴 하나 핵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것은 이미 정부가 충분히 인지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를 무려 3년동안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우리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둘째, 제네바협정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는 북측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 것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의 제네바 협정을 파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제네바협정 파기설에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또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오는 26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갖게될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고자 하는 신중한 의도는 능히 이해한다. 하지만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미 대북 경제지원 중단 등 압박수단을 강구하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 또한 대북 핵문제엔 초강경 수로 나서고 있다. 이에 제네바 협정을 이미 깬 북측을 두고 이의 협정준수 촉구를 고집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대처방법인지 국민은 의문시하고 있다. 셋째, 정부의 향후 대북관이다. 북측은 마치 불을 질러놓고 불구경하는 식으로 핵무기개발을 시인한 뒤 추이를 관망만 하고 있다. 협정을 위반, 신의를 저버리고도 오히려 당당해 하는 북측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물론 평화적 해결은 필연적 과제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의 위반을 응징없이 기정사실로만 받아들여서는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또 벼랑끝 전술의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 마땅히 각종 물자지원 중단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국내외의 중론에 대해 대통령의 솔직한 생각이 공개돼야 할 것으로 안다.

예산안 심의 겉핥기 안된다

국회가 어제부터 2003년도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는데 대선 일정 등으로 국회의원들이 예산심의보다는 선거운동에 관심이 쏠려 있고 더구나 민주당은 당의 구심점이 없이 내분을 겪고 있어 예산심의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걱정이다. 총 111조7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심의를 위하여 국회는 11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새해예산 심사를 하고 있으나 의원 출석률도 낮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떨어져 겉핥기식의 예산심의가 될 것 같아 염려된다.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1.9%로 증가되어 상당한 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발생한 태풍피해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을 제외하면 오히려 무려 5.5%가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적은 예산규모가 아니다. 더구나 국세수입이 올해보다 10%로 증가하여 103조1천6백억원으로 책정되어 국민 1인당 담세액이 300만원을 넘고 있어 국민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질 것이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납세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IMF 사태이후 처음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균형재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연 정부의 예산 편성 내용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국회는 철저하게 심의해야 될 것이다. 각종 인프라의 구축 등 경제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이 많은데 임기내 균형 재정이라는 틀에 억지로 맞추기 위하여 현실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어 우선 균형재정 타당성 여부가 심의되어야 할 것이다. 예산액 배분도 적정하게 되어 있지 않다.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은 12.3% 증가하였으나 SOC·과학기술 분야 등은 5.5%정도만 증가하여 성장 잠재력 지원 부문이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관련 예산은 증가는 고사하고 무려 3.4%나 줄어들어 정부의 환경정책을 의심케하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예산은 증액되어야 한다. 경기지역 관련 예산 부문도 지역 출신 의원들이 제대로 챙겨야 될 것인데 사분오열된 민주당 사정과 예산삭감 방침이 선 한나라당 때문에 현안사안에 대한 예산 확보가 걱정된다. 국회가 국가는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 철저한 예산 심의를 할 것을 재삼 요망한다.

병풍(허풍)수사, 책임져야

우리는 병풍수사가 허풍으로 끝난 검찰의 입장에 힐난보다는 연민한 생각을 갖는다. 병풍은 근 석달동안이나 계속됐다. 예단을 배제하면서 추이를 지켜봤다. 참고인 조사나 계좌추적 또한 할만큼 했다. 유일한 증거로 제시된 테이프까지 조작된 것으로 보여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이상 병풍 주장은 허풍일 수 밖에 없다. 결과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지닌 다소간의 도덕성 흠집마저 완전히 면죄부를 준 형상이 됐다. 검찰수사를 종결하든 중단하든 간에 그간의 일을 정리해야 할 단계가 됐다. 병풍을 주도한 김대업씨가 되레 큰소리로 검찰을 비난하면서 소환에 불응하는 배경은 앞으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민주당이 분당 사태로 치달아 그간 보여온 천용택의원의 철저한 김씨 두둔, 이해찬의원의 수사요청 발언 등을 당 차원으로 규명될지는 의문이나 이 역시 어떻게든 책임을 묻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우리가 매우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수사를 맡아온 서울지검 박영관 특수1부장검사의 입장이다. ‘병풍문건’이란 게 있었다. 우리는 이 괴문서의 실체가 뭣인지는 잘 알수 없으나 그가 문건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이같은 판단은 그의 개인보다는 검찰을 위해서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하는 것은 검찰 내부의 적”이라고 했다. 병풍수사 역시 이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성찰이 요구되는 것이 객관적 상황의 사회정서다. 아울러 김정길 법무부장관 또한 이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검찰의 병풍수사가 민주당의 병풍공세와 비례해 온 사실을 결코 우연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온 나라 안을 시끄럽게 했던것이 병풍수사였고 병풍공세였다. 그래놓고 아직도 미련을 갖는 검찰 일각의 생각은 오기로 비친다. 검찰사상 희대의 오점을 더 끌고 가는 것은 실로 무위하다. 더 이상은 국력의 낭비가 없어야 한다. 이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할 차례다. ‘아니면 말고’로 끝내기에는 검찰의 상처가 너무 깊다. 병풍수사로 훼손된 검찰의 불명예를 방치하기에는 중립성을 지키고자하는 내부의 강한 온건 기류를 위해 당치않다. 우리는 이의 책임이 김 장관에게 있다고 보면서 향후 대응 조치를 주목하고자 한다. 본란은 수차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무한하다고 강조해온 바가 있다. 검찰은 국민에게 신뢰와 경외심의 대상이 될 때 비로소 빛난다. 우리는 진실로 그러한 검찰을 갖고싶고 그같은 검찰상을 보고자 한다.

‘학교용지 확보 특례법’강화해야

수도권 지역은 40명이 넘는 과밀학급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4천여개로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한 지역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승인으로 아파트 단지가 계속 들어섰지만 정작 학생들이 다닐 학교는 고려치 않은 무책임한 행정 결과다. 대단지 아파트를 건축하려면 학교부지를 반드시 확보하도록 한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등 관련 규정이 버젓이 있는데도 이행되지 않는 것은 법망을 빠져 나갈 구멍이 있어서다. 2천가구 이상일 경우 아파트 건축 시행자가 학교부지를 확보토록 한 규정을 피해 1천700가구만 짓는 등의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용인·고양·안산·부천 등 난개발 지역은 학교 부족 현상이 특히 심각한 곳이다. 본란에서 언급한 바 있는 고양시 고양동의 경우, 4년 숙원인 중학교 하나 설립하지 못해 고양동지역 초·중학생들이 1시간이나 걸리는 등·하교길과 위장전입을 마다 않고 있으며, 일산시 일부 초등학교는 50명이 넘는 초과밀 학급이어서 수업진행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교실의 70% 넓이인 60㎡ 넓이의 조립식 가건물 임시교실에서 학생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이 들어찬 채 수업하는 의왕시 내손초등학교 같은 곳도 많다. 더구나 이들 지역에 지금도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이 건축중이고 매월 10∼20명씩의 학생들이 전입, 부족한 교실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학교부족 대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지자체와 지역 교육청의 손발이 맞지 않은 행정이 근본 원인이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학교용지 확보는 교육청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18일 학교용지 확충을 위한 개발제한 구역 관리 계획 변경안을 심의, 의결함으로써 도내 개발제한구역내에 39곳 신설, 26개곳 증설이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해당 시·군과 협의를 거쳐야만 시행할 수 있는 일이며 난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2003년 개교를 목표로 하는 학교가 초등 39개, 중등 26개, 고등 19개 등 84개교인 것을 감안하면 학교부족난 해결은 아직도 멀었다.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말이 수도권 난개발 지역에서는 더욱 통하지 않는다니 도대체 이런 나라, 이런 사회가 어디에 있는가. 학교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눈에 훤히 보이는 편법을 쓰지 못하도록 학교용지확보 특례법을 강화해야 한다. 그린벨트 외엔 학교 지을 땅이 없다는 실정인만큼 친환경 조건을 붙인 학교 설립 검토도 계속 있어야 한다.

北 핵무기 보유, 배신 응징해야

이 시점에서 핵무기 개발의 대북 추궁은 문책이어야 한다. ‘핵개발 불용’피력은 새삼스런 소리로 옛 얘기다. 이미 1994년의 제네바 합의 때 나왔던 다짐이다. 이를 어긴 북의 배신행위에 거듭 ‘불용’을 말하는 건 무위하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말한다. 하지만 북측을 더 이상 믿기가 심히 어렵다. 핵개발 중단의 대가로 46억달러를 들이는 경수로사업을 추진해 주고 있다. 미국은 해마다 경유 50만t과 식량을 지원하고 국제사회 또한 적잖은 식량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통해서도 정부 및 민간차원으로 상당한 식량·비료·의약품·생필품 등이 그때마다 심히 유용하게 지원되지 않았다고 북측은 감히 말 못할 것이다. 경의선 등 개통을 위한 자재 지원도 의심없이 보내 주었다. 한데도 금강산 달러박스의 관광사업이 시작된 1998년부터 핵무기 비밀 개발을 재개했으면서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큰소리 친다. 강석주 제1외무부 부상은 핵무기 개발을 시인하면서 더 강력한 무기도 있다고 했다. 미안해 하기는 커녕 되레 협박하고 있다. 북의 이런 태도는 대미 강경책의 체제보완용이든 대미협상책의 대화카드용이든 매우 우려스럽다. 핵을 대외협상의 빅딜카드로 행사하는 벼랑끝 전략이 재현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협상이 어떤 내용이든 난감한 것은 기존의 합의사항을 이미 위반한 북측이 또 어떤 합의를 한들 무엇으로 신뢰를 담보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전쟁은 역시 피해야 하는 점에서 대화와 협상은 불가피하지만 서둘러서는 안된다. 응징의 냉각기간을 두어야 한다. 일본이 핵 해결 없이는 수교도 경협도 없다고 천명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국제사회는 지원을 중단,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압박이 강구돼야 한다. 남북관계 또한 예정된 대화를 해도 핵문제 해결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 이전엔 교류는 계속하되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도 중단해야 한다. 북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이 없기를 충심으로 바라면서 힘써 도와 왔다. 그랬는데도 신의를 저버렸다면 그 대가가 무엇인지도 알게해야 한다. 무턱대고 달래며 알고도 끌려갔던 한계가 이젠 어떤 것인가도 일깨워야 한다. 북측의 사과와 핵개발 중단의 확고한 다짐이 선행되지 않는 대화 및 협상 재개는 무의미하다. 오늘 켈리 미국무부 차관보가 중국을 거쳐 서울에 온다. 그의 방한과 정부의 향후 대응방침이 매우 주목된다.

개인정보 유출·매매방지법 있어야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가 2천565만명으로 인구의 58%에 이르렀다. 이렇듯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은 문명의 이기를 만끽하는 반면 적잖은 부적응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그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상이나 각종 기관에서 발송하는 우편물을 비롯, 일상생활에서 주고 받는 사업자등록증이나 증명서 등을 통해 알게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이 유출돼 버젓이 판매되는 지경이다. 실례로 70만원만 주면 600만개의 도메인 주소를 넘겨 주겠다는 메일이 곳곳에 수시로 등장하는 정도다. 이같이 판매되는 도메인 주소와 개인정보들이 일상생활속에서 적어낸 자신의 정보가 흘러나온 것이 대부분이어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스팸메일)이 매일 수십개에서 수백개씩 날아들고, 청소년들에게 낯뜨거운 성인용 사진이 무분별하게 전송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물적·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례가 급증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개설된 ID가 유료사이트 등에 돌아다니는가 하면 신용카드까지 발급받은 것으로 돼 있다. 최근 경찰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수배하는 전단에 적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한 중학생이 수감중인 단병호 위원장의 이름으로 사방에 음란 전자우편을 퍼트린 것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이렇게 개인정보의 판매 또는 도용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된 신고 및 상담건수는 모두 1만4천181건으로 2000년 2천297건의 6.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소비자보호센터에도 올들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신고가 매달 50건으로 지난해 월 평균 20∼30건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피해신고 내용의 상당수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미리 파악해 벌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들어 신고된 건수 가운데 분쟁조정이나 법적조치가 취해진 것은 1천건을 밑돌고 있어 업체의 자율적 규제강화는 물론 당국의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류의 개인정보 기재를 최소화하거나 유출이 확인될 경우 처벌을 크게 강화해 정보유출이 심각한 사회범죄로 인식돼야 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거나 해킹하면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입수할 정도로 인터넷의 개인정보는 구멍이 뚫려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범죄용으로 악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우려된다. 개인정보 유출 및 매매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규 제정이 시급히 요청된다.

햇볕정책이 핵 위기로

어제 밝혀진 북측의 핵무기 개발계획 시인은 미국의 켈리 특사가 이달 초 방북시 강석주 제1외무부상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켈리 특사를 맞은 정부는 최대 관심사인 핵문제에 대해 핵관련 합의사항 준수를 재확인한 것으로 발표했었다.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북의 핵무기 개발을 실제로 확인하고도 이처럼 숨긴 이유가 뭣인지 석연치 않다. 핵무기 개발은 단순 프로그램이 아니다.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프로그램으로 이미 핵무기 2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수준이 됐다.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1994년의 제네바 합의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이 오래 전에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도 비밀계획을 추진하면서 북·일정상회담에서까지 ‘합의사항 준수’를 입에 담았다. 북측의 핵무기개발계획 시인이 자발적이 아니고 켈리 특사가 제시한 결정적 증거를 마지못해 인정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의지가 있기보다는 그 반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핵비확산협정(NPT) 등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핵위기 파장은 북·일국교수립회담, 북·미회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다. 신의주특구 등 시장경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남북간에 철길과 도로가 뚫리고,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미녀군단이 왔다고 해서 평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남북간에 잇따라 대화를 하면서도 서해도발을 일삼고, 핵개발 중단 약속을 어겨가며 핵무기를 비밀로 만들어온 북측을 신뢰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켈리 특사가 평양을 떠나기가 바쁘게 노동신문은 ‘위대한 선군사상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전진하는 우리혁명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이례적 장문 제목의 논설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북측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적 핵사찰을 즉각 수용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길이다. 이러지 않고 더 이상 고집하거나 미사일 실험발사 재개 등 다시 벼랑끝 전략으로 나온다면 한반도는 불행한 사태에 휩싸일 공산이 높다. 이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의 여전한 핵무기 개발로 노정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켈리 특사가 확인한 핵개발을 알고도 국민에겐 그간 밝히지 않은 이유가 혹시 부산경기의 북측선수단 및 응원단을 배려한 것 때문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정부는 독자 채널로 북의 진의를 확인하고, 아울러 한·미·일간에 긴밀한 공조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교육보조금이 지자체장 홍보비용?

지빙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교육경비보조금은 본해 취지대로 학교급식시설 개선과 교육시설 확충, 결식아동식비 보조 등에 당연히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시.군 자치단체장 또는 시.도의원들의 지역구 치적사업이나 선심성 예산 등으로 집행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책임 또한 없다 할 수없다. 자치단체들이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해당 시.군 교육청에 막대한 대응사업비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한 노릇이다. 이런 관행이라면 자치단체나 시.군 교육청이 차라리 교육경비보조금을 안주고 안받는 편이 행정상 훨씬 능률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자치단체가 지원한 교육경비보조금은 부천시 61억원, 안산시 53억원, 안양시 49억원, 고양시 41억원, 성남시 40억원, 용인시 29어구언, 수원시 17억원 등이다. 여기에 따른 교육청의 대응사업비는 부천 61억원, 안산 54억원, 안양 35억원이다. 교육경비보조금과 대응사업비를 비슷하게 서로 주고받는 셈이다. 그러나 41억원을 준 고양시에 대한 고양교육청의 대응사업비는 3억원에 불과하다. 이같은 차이는 자치단체별로 자치조례로 교육청의 대응사업비율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교육청이 자치단체의 교육경비보조금에 비례하여 예산을 내놓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치단체가 지정한 사업의 상당수가 학부모들의 표를 의식한 시.도의원과 자치단체장의 공약사업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교육경비보조금의 선심성 예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올해 지원된 교육경비보조금은 Y초교 구령대, S초교 구령대, S초교의 벤치와 그늘막 공사 등 직접적인 교육 활동비가 아닌 곳에 투자됐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편성에 신청된 사업 25억원도 D초교 스탠드 차양막, H초교의 운동장 파고라, S초교의 구령대 지붕공사 등이다.학교급식 시설 개선, 결식아동 지원 등 우선순위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매년 관례처럼 반복된다면 교육처의 대응사업비율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페지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교육경비보조금 투자사업을 교육청 자체적으로 결정, 집행토록 하는 것도 개선책이다. 교육경비보조금이 본래 취지대로 사용되기를 촉구한다.

학곡리 백제 적석총 발굴의미

서기 2∼3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백제 돌무지무덤(적석층)이 연천군 학곡리에서 발굴됐다. 기전문화재연구원은 임진강과 바로 인접 강가 모래 언덕에 위치한 학곡리 백제 적석총 1기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돌무지 봉분 1곳에 4개의 묘곽을 조성한 소위 다곽식(多槨式)무덤임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출토 유물로는 토기의 경우 전형적 백제토기인 타날문토기를 비롯해 낙랑계로 추정되는 토기와 경질무문토기가 함께 출토돼 있으며 구슬 목걸이와 청동방울, 대롱옥(관옥·管玉)등 100여점이 수습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삼국사기’에 기재돼 있는 백제초기기사의 신빙성이 더욱 입증되고, 그 건국주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확보했다는 점에 그 의의를 둘수 있다. 또 적석총이 고구려의 영역이었던 북한과 임진강 상류의 황해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통일시대를 맞아 남북한 공동발굴 및 연구를 위한 우선순위의 유적이라는 점에서도 학문외적인 의미가 크다. 축조연대를 2∼3세기로 보는 근거를 발굴단은 전반적 출토 유물이 3세기 후반∼4세기 전반으로 편년되는 학곡리 적석총 인근 파주 주월리 육계토성 주거 유적보다 빠른데다, 고구려 유물은 없는 반면 낙랑계 토기가 확인되며, 경질무문토기가 함께 출토되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적석총이 다곽식으로 장기간 누차적인 축조과정을 거쳤을 것으로도 판단되고 고구려 적석총과 통하고 있으므로 ‘삼국사기’기록대로라면 고구려 유·이민이 남하하는 기원전후에 축조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발굴성과는 풍납토성과 함께 3세기 중·후반 고이왕 이전 초기 백제실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재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백제의 건국시기를 3세기 후반으로 잡고 있던 학계정서설이 뒤집힐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적석총은 연천 삼곶리·군남리, 양평 문호리, 충북 제원 교리·도하리,강원 화천 관척리 등에서도 발견된다는데 그렇다면 한성백제의 영역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수 있는 귀중한 유적지로 평가된다.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재연구원은 그동안 많은 매장 문화재를 발굴함으로써 고대사연구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백제건국의 의문을 풀어 낼 고고학적 자료가 될 연천 학곡리 적석총을 발굴한 노고를 거듭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