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드에 관심을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든다. 37억 아시아인의 잔치다. 44개국 9천9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1951년 11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뉴델리대회를 시작으로 출범한 이래 역대 최대의 규모다. 이런 공식 국제 스포츠 행사가 성가만큼 국내에서 좀처럼 뜨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1986년 제10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를 치렀다. 이태 뒤엔 서울올림픽을 또 치렀다. 지난 6월엔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가졌다. 두번째 갖는 대회에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빅 이벤트를 경험한 탓인지 이번 부산대회는 마치 동네 체육대회 보듯이 하는 감이 없지 않다. 1970년대에 MBC스포츠가 독일의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를 녹화중계하면서 한동안 국내 축구의 맛을 가게한 적이 있다. 근래에는 박찬호 투수가 활약하는 미국 프로야구의 메이저리그가 TV중계 돼 국내 프로야구에 맛을 잃은 팬들이 적잖다. 수준 높은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발전의 긍정적 면이 있는 반면에, 이처럼 관객의 눈 높이를 높여 식상케 하는 부정적 면도 있다. 부산 아시아드가 비록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서는 게임이 화려하지 못할 지 몰라도 ‘아시안 올림픽’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시아드에서 두각을 내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내지 못한다. 또 아시아 스포츠의 세계무대화에 요람이 되는 모든 아시아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아시아경기대회는 1930년 중반에 중단된 극동선수권대회와 서아시아 경기대회를 통합 부활한 유서깊은 아시아인의 뿌리가 담겼다. 아시아드는 결코 수준 낮은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 격투기는 아시아 제패가 곧 세계 제패로 이어진다. 구기종목에서도 이런 게 적잖다. 양궁같은 기록경기 역시 아시아무대가 바로 세계무대다. 양궁만이 아니다. 미국 선수가 10년이나 보유한 남자 평영 200m 기록을 일본 선수가 깨면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아시아인에겐 절벽이었던 수영의 세계무대 도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다. 부산 아시아드는 이밖에도 세계신기록 및 타이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평양의 미녀군단 응원만이 화제가 아니다. 국내외의 부부, 연인, 형제선수들 간의 아름다운 경기비화 또한 만발하고 있다. 오는 2004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이 열린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주말의 아시아드 게임을 관전하는 것도 흥미가 있을 것이다. 각 방송사의 TV 중계부터가 인색하다. 그렇고 그런 드라마를 크게 줄이고 아시아드 실황중계를 대폭 늘리는 편성이 요구된다.

‘임진강 어촌개발’의 문제점

민간인 출입제한 등으로 그동안 접근이 쉽지 않았던 임진강변 일대를 어촌체험 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는 파주시의 계획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파주시가 지난 달 24일 발표한 ‘임진강 어촌 종합개발사업계획’을 보면 2007년말까지 100억원을 들여 임진강변 생태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 관광산업과 연계한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즉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 구석기유적지 인근에 청소년 수련장, 야영장, 황복·참게·숭어잡이 생태체험지 등을 갖춘 어촌 체험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적성면 두지리는 전통음식 문화촌을 만든다고 한다. 또 적성면 어유지리∼두지리에 임진강변을 따라 산악자전거 코스를 만들고, 파주 장파리∼연천 고랑포엔 분단 이후 반세기만에 황포돛대를 띄운다는 것이다. 통일·안보 관광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임진강 유역으로 끌어들이려는 게 파주시의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추진지역의 민간인 통제와 안전사고 발생시 책임을 져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어 걱정스럽다. 적성면 주월리 등 두지리 동쪽은 임진강 유역으로 민간인 접근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두지리 서쪽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지뢰 등 위험 요소가 많은 곳이다. 특히 황포돛대 투어가 추진되고 있는 임진강 북쪽·고랑포리에서 임진강 남쪽 장파리까지 2.4km는 아직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구역이다. 고랑포리 인근에는 매설·유실된 지뢰가 산재해 있다. 임진강변 모래사장에서의 야영, 황복·참게 잡이 등 어촌 체험은 환경훼손 위험성이 크다. 황복·참게 등 치어 방류량을 140만 마리에서 300만마리로 늘리고 산란서식장 10 곳을 설치한다지만 임진강 모래·자갈밭은 어름치 같은 어류와 물새 등이 산란하는 자연의 보고여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래프팅·나룻배·야영 등으로 임진강 적벽 등 수변(水邊)상태도 훼손이 예상된다. 파주시는 지역발전만 앞세워 개발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환경 보존을 병행할 수 있는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군사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군 부대의 적극적인 협조 및 공동책임이 없이는 사업추진이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지역개발도 중요하지만 지뢰 제거 및 환경훼손 방지책 등 문제점부터 먼저 해결하기 바란다.

김대업, 천용택, 이해찬

어제이 이어 병풍수사를 또 언급하는 것은 훼손된 검찰의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간의 정황으로 보아 우선 김대업씨가 도대체 근 5년이나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병풍의혹을 제기한 동기부터가 수상쩍다. 더 참기 어려운 정의감 때문에 주장한 것이라고는 믿기가 심히 어렵다. 그 자신이 병무비리의 당사자였던 사실에 비추어 그같은 관점은 당치않다. 김씨에 대한 문제점은 이밖에도 많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신분으로 149회나 출정했으며 골프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컴퓨터를 마음대로 썼으며 수사관 행세를 했다는 의문이 있었다. 이에대한 사실 여부가 확인돼야 할 차례다. 민주당의 누구와 어떤 관계인 지도 마땅히 규명이 요구된다. 천용택 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방부장관 시절 김씨를 면책케 해준 사람이다. 정치권의 병풍공세에서는 천의원이 앞장섰고 김씨는 폭로란 것에 앞장섰다. 천의원의 역할이 무엇이었는 지 궁금하다. 궁금하긴 이해찬 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누구로부터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병풍수사를 유도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게 정말이라면 그런 부탁을 한 검찰 내부 인사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할 때가 왔다. 밝히지 못하면 이의원이 말을 조작했다는 것 밖에 안된다. 김대업씨, 천용택, 이해찬의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만약 무관한 것으로 보자면 민주당측의 해명이 필요하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특수1부는 맞고소를 검토, 김대업씨를 무고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고유의 기소독점주의 행사에 관여할바가 못되고 그를 실제로 입건할 것인지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하나, 특수1부의 박영관 부장검사는 한동안 수사의 공정성 유지에 의심을 샀던 적이 있다. 김대업씨 사법처리는 시사되는 의미를 평가할만 하다. 민주당 일각에서 검찰수사에 불만을 갖고 ‘이회창 검찰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본란이 우려하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 훼손이다. 이를 침해하는 정치세력 어느 후보, 어떤 당이든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다. 앞으로 민주당의 태도가 주목된다. 더는 병풍정쟁의 무모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한나라당 역시 역풍의 과잉공세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국민은 이제 병풍이라면 식상할대로 식상했다. 모든 것을 검찰에 맡겨야 하지만, 검찰 역시 정치검찰을 적극 배제코자 하는 자정의 노력이 한층 더 요청된다. 검찰권의 독립을 제도에 앞서 검찰 내부의 자위적 의지가 중요하다. 김대업씨, 천용택, 이해찬 의원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국정감사 끝까지 최선을

국회의 국정감사가 오는 5일 막을 내린다. 지난달 16일부터 13개 상임위별로 25개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20일간에 걸쳐 실시되고 있다. 총 365개 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이기 때문에 20일간이라는 기간은 비교적 짧은 기간이라고 볼 수 있으나, 기간도 문제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과연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국감을 하였으며, 해당 피감기관들도 어떠한 자세로 국감을 받았느냐 일 것이다. 이번 국감은 김대중 정부 임기중 마지막 국감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총체적 평가도 사실상 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12월에 있는 대통령 선거로 인하여 국정감사 기간도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보다는 대선운동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당초 예상한대로 국감장에서 있은 의원들의 질문내용이나 피감기관의 답변은 겉핥기식이거나 또는 재탕, 삼탕의 반복성 질문이 많아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질문을 하고는 자리를 떠난 사례도 상당히 많아 속기록에 기록을 위한 질문이라는 비난도 많다. 시민단체들도 과거와 같이 적극적인 국감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의원들의 이석 비율이 특히 높아 텅빈 국감장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또한 일부 피감기관에서 자료 제출도 하지 않거나 형식상의 서면 제출로 대신하는 사례가 많아 부실 국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현대상선의 4천억원 대출 의혹 사건, 각종 공적자금 조성 및 배분 과정, 예금보험공사의 각종 특혜 지원 등 등에 문제점 제기와 대책 추궁 등은 국민적 관심을 얻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일부 기업의 특혜지원으로 낭비된 것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과연 어떻게 사용된 것인지 반드시 밝혀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이다. 앞으로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국정감사 기간이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철저하고 성실하게 국감에 임해야 된다. 대선을 의식한 정치공방만 일삼지 말고 국민의 대표로서의 의무를 충실해야 된다.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의혹 사건, 공적자금의 부실 운용 등은 국감 이후라도 국정조사를 통하여 사건 실체를 규명, 국민적 의혹을 풀어 주어야 된다.

검찰 병풍수사, 더 이상 뭘하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에 대한 병역면제 의혹사건은 지대한 관심사였다. 의혹이 사실이면 이 후보가 말한대로 후보사퇴는 물론이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를 인내를 갖고 기다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그동안 검찰은 뭣때문에 이에 4∼5개월 동안이나 과다 집중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의 맏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두고 뇌물거래를 주장해온 김대엽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은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니다. 녹음 테이프가 김씨 주장과는 달리 사후 녹음되고, 병역 기록표는 관련자 조사결과 모두 해명되고, 대책회의란 것에 비리은폐의 구체적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면 어떤 결단이 요구된다. 검찰은 이 사건에 100여명을 조사하고 30여명의 계좌를 추적조사 했다. 이러고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간의 저인망식 수사는 설사 혐의점을 찾았다 하여도 기법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하물며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검찰권의 남용 부분에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집권 여당의 청부 수사라는 비난을 모면할 수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 병풍공방의 빌미를 더 제공하는 정치검찰이 되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결과를 국민에게 공표해야 할 막다른 시점에 와있다. 아울러 김씨에 대한 검찰의 시각 또한 주목된다. 김씨가 수사지휘를 한다는 세간의 소릴 들을만큼 그에 의존해 왔다. 이제 그게 아니라면 김씨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그 배경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 검찰의 책무다. 국가 기관의 중추인 검찰력이 낭비된 것은 검찰의 권위를 위해서도 결코 묵과할 일이 못된다. 검찰권의 훼손을 김씨로 인해 가져온 이 마당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 이 후보를 사퇴시킬 만한 혐의점을 병역면제 의혹에서 찾지 못했으면 더 이상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이제 마땅히 반전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 본란의 판단이다. 많은 국민은 그래도 검찰을 신뢰하고 사랑하고자 한다. 검찰고유의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부응하는 향후의 조치가 무엇인가를 잘 헤아리는 형안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정권은 언제나 유한하여도 검찰은 언제나 무한하다.

‘미아 실종법’제정 시급하다

실종 11년만에 유골로 발견된 ‘개구리 소년’들의 죽음은 생각할수록 참담하다. 더구나 사인이 불분명해 유가족들의 슬픔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구리 소년들의 유족들과 전국의 실종 미아 가족, 관련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관계당국이 미아 찾기에 무성의로 일관, 실종 가족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아 실종법’의 조속한 제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지난 7월까지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에 접수된 미아발생신고 3천179건을 분석한 결과 2천433명(76.5%)만이 가족을 다시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아 4명 중 1명은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셈이다. 장기미아나 실종 상태의 어린이들은 ‘미인가 보호시설’에 수용돼 있거나 해외밀매, 소매치기 등 범죄조직 등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밀매나 소매치기, 앵벌이 등에 어린이가 관련돼 있다면 실로 끔찍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회나 국가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관심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장기미아가 있는 가정 가운데 70% 이상이 5년안에 파괴되는 등 심각한 가족해체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아찾기 전문기관은 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가 있지만 아동학대예방사업 등 타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 발견 현장에 다른 지역 실종어린이 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신의 자녀가 유골로 발견된 듯 동병상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각종 수용시설의 무연고자에 대해 행정기관에 문의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미인가 시설은 아예 수용여부를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관계당국의 무성의를 성토하고 있다. 개구리 소년은 사회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수색이라도 수십차례 했지만 대부분의 실종 어린이들은 수색 한번 제대로 못하고 종결된다는 것이다. 어린이 실종은 모든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행한 일이다. 개구리 소년과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청 내에 미아발생 전담부서를 설치, 미인가시설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고, 미인가시설에는 수용자 변동상황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해 미아찾기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아실종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총리감 이 정도밖에 없나

김석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오늘로 마지막 이틀째 맞는다. 첫날 청문회에서 느낀 대체적 소감은 경륜과 도덕성을 갖춘 총리감이 과연 이토록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지명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단견에 비친 주변 사람들에 국한한 것인지, 아니면 인재 빈곤인지는 잘 알수 없으나 아무튼 그런 판단을 갖기에 충분하였다.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경력에 비추어 지명 당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추어서는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첫날 청문회에선 변호사 개업 이후의 재산증식 및 편법증여, 수임료 축소신고, 삼성전자 실권주, 68평형 강남 고급아파트 특혜분양 여부, 맏아들의 현역 입영판정후 병역면제, 미국의 편의점겸 주유소 재산신고 누락 등이 주로 거론됐다. 김석수 지명자는 이에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은 가운데 법률적 하자를 배제하긴 했으나 적어도 사회정서가 기대하는 총리의 면모를 보여 주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갖는 청문회에서 바라고자 하는 것은 도덕성과 함께 좀 더 철저히 국정수행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신임 총리는 임기가 불과 5개월 밖에 안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과열 혼탁이 예상되는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엄정 공정하게 치러야 하는 등 이 정부의 마무리에 그 역할이 크기 때문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문회가 드러난 일보다는 지명자 내부에 개재된 객관적 문제점을 색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것 같아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털어서 먼지를 내거나 인신공격을 하란 것은 결코 아니다. 총리의 자질과 덕목에 대한 검증의 충실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어느 대상자에게나 잣대가 똑같은 청문회의 일관성이 지속돼야 하는 점을 강조해 둔다. 김석수 지명자는 앞서 국회 인준이 부결된 두 장씨에 비해선 일단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국회 인준 여부 전망은 오늘의 청문회 결과가 영향을 미친다. 비록 총리 공백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긴 하나 국회가 이에 압박을 받아서는 안된다. 총리 장기 공백은 어디까지나 지명권자의 실책에 기인한다. 국회는 청문회에 이어 갖는 표결에서 소신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좌파로 가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가 어제 가동함으로써 향후의 당 운영은 사실상 노 후보가 장악하게 됐다. 노 후보 역시 “민주호의 선장”을 자칭, 당의 적통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노, 비노파들이 구성한 ‘범여권후보 단일화 추진기구’가 이미 구성돼 있다. 서로가 자기들 갈대로 가는 형상이어서 골은 돌아서기 어렵도록 깊어졌다. 한화갑 대표 또한 비록 노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은 했으나 정몽준 의원과의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노 후보의 부담이 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성공한 예가 없고 더욱 자신의 후보 사퇴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게 노후보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민주당은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진영이 당의 정통 세력으로 부각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대목이다. 노후보 그도 좌파 성향일 뿐만 아니라 친노세력 가운데는 학생운동, 재야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변질을 의미한다. 유럽의 좌파는 진로에 여러가지 길을 모색하였다. 블레어는 좌파 이데올로기에 신자유주의를 접목하였고, 슈뢰더는 제3의 길, 조스팽은 정통사회주의에 중산층 역할을 강조하는 신사회주의 노선을 지향하였다. 노 후보는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진보주의자면서도 범진보세력을 제휴치 못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주의자인 권영길 민노당 대통령 후보는 노 후보를 가리켜 김대중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계승자라며 자신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차별화 한다고 말한다. 북측의 위협에 대한 인식은 한국적 진보와 보수의 잣대가 된다. 진보주의자는 위협이 없다고 말하고 보수주의자는 위협이 상존하는 것으로 본다. 노무현 민주당의 좌파성향은 민주노동당과 어떻게 다르며 대북 인식에는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 지, 그 실체를 국민에게 분명히 밝히는 것이 후보의 자세다. 노 후보가 선대위 출범식에서 “분명한 철학과 원칙으로 국민과 함께 갈 것”이라고 했으면서 그 철학과 원칙이란 것을 은둔 시킨 것은 유감이다. 선대위 중심의 친노 세력에 진보 성향 인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그럼 이들도 당의 변질을 추종하는 것인지 정치 신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누구보다 한 대표는 그 핵심에 서 있다. 더 이상의 모호한 처신은 국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

국군의 날 의미 되새겨야

오늘은 국군의 날 54주년이다. 국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오늘 계룡대에서는 ‘튼튼한 국방, 국민의 국군’을 주제로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과 군고위인사, 장병,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행사가 거행된다. 과거와 같이 거창한 기념행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이 국군의 날 행사 자체도 기억에 없을 정도이지만 그러나 대한민국 안보의 최일선에 있는 국군의 진정한 의미는 변할 수 없다. 국군의 고마움과 역할에 대하여 재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국군은 한국을 지키는 보루이다. 비록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북한 선수단이 현재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안 게임에 참석하고 있고 경의선 철도 연결을 위한 복원 공사가 휴전선 부근에서 공사가 진행중에 있으나,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된 상황에서 남북이 휴전선을 가운데 놓고 대치하고 있다. 때문에 수많은 젊은 대한의 아들들이 군 의무복무라는 이름 하에 전후방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충성 때문에 일상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최근 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정치군인의 왜곡된 행태, 만연된 군 부패, 베일 속의 군 행정 등은 상당 부분 시정되어 군의 불신은 해소되었다. 더구나 군의 처우가 대폭 개선되어 장교는 물론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진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하여 대민홍보를 강화함으로써 군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허원근 일병의 의문사 규명을 통하여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상당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군 복무에 대하여 불안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군도 안보라는 이름 하에 과거와 같이 성역만을 주장하지 말고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투명한 국군의 운영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허 일병의 살해 은폐 조작 사건의 진상은 조속 규명되어야 하며 군도 협조해야 된다. 군 자체의 제도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최근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군복무 단축문제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새삼 국군의 날을 맞이하여 자랑스러운 국군, 사랑스러운 국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성원을 보낸다.

청와대는 왜 진실규명 외면하나?

남북 정상회담 뒷거래 의혹에 대응하는 여당, 청와대측 자세가 괴이하다. 본란은 의혹이 제기됐을 당초 철저한 능동적 규명을 촉구 하였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를 외면한채 실체 규명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정쟁으로 호도하여 우려했던대로 의혹만 더 증폭돼 간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몽준 대통령 후보를 겨냥한 양수겸장의 정치공세라는 여권의 반격엔 수긍되는 면이 없는 건 아니나, 그같은 받아치기 역공만으로는 의혹 해소가 무척 어려운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민주당은 법적대응을 말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정치적 사건의 진실이 규명된 예가 없다. 법적대응은 무작정 시일만 끄는 것을 민주당이나 청와대가 모를 리 없는데도 우기는 건 유감이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앞장선 가운데 정치권에서 의혹의 실체를 국민에게 밝혀 보이는 게 정치도의의 상궤라고 믿는다. 의혹 제기가 터무니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엔 한나라당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규명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산업은행을 통해 나간 현대상선의 4억달러 수표만 추적해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핵심은 덮어둔채 무작정 정쟁으로만 몰고 가는 호도 속에 특혜지원 및 청와대 대책회의 등 의혹의 뿌리만 더욱 여러갈래로 깊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제안을 거부하는 민주당의 대응 또한 당치않다. 정말 한점도 의혹이 없다면 국정조사를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적어도 이 의혹에 관한한 한나라당이 요구하는대로 조사에 적극 응하는 것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유익하다고 믿는다. 그래야 또 차후의 남북교류, 대북지원 역시 떳떳하다. 김 대통령이 이에 함구하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누구보다 대통령이 먼저 의혹의 실체규명을 요구해야 할 것으로 안다.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일을 두고 조사에 나서는 것은 흠이 간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의혹공방을 정쟁화로 끌고 가는 여권의 의도 자체가 수상에 흠이 간다고 판단한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독일 통일에 600조원이 들고 각 정당이 모여 비밀회의를 했다”며 “통독은 돈 주고 산 것”이라고 했으나 한 대표의 말은 뒷거래 의혹의 핵심을 비껴갔다. 이 정부의 뒷거래 의혹은 독일처럼 각 정당이 참여한 것이 아닌 대통령의 밀실 협상의 독단인 점에서 사실 여부를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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