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인시 구성읍 보정리 일원에서 3만평 규모의 택지개발을 추진중인 S종합건설이 시도한 ‘문화재관리법 피해 가기’는 매장문화재 훼손·파괴의 한 사례다. 9천평 이상의 택지개발시 지표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규정한 문화재관리법을 피하기 위해 22명의 명의로 관할 지자체에 토지분할 승인을 내고 사전 지표조사 없이 공사를 진행하다 주민의 신고로 적발된 경우다. ‘문화재가 묻혀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보정리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대량의 구석기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것이다. 매장문화재를 경시하는 택지개발 사업자들도 큰 문제지만 공무원들의 인식 및 전문성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여기에 허점투성인 제도, 업자 봐주기식 조사관행 등도 내재돼 있어 매장문화재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 경기도가 지난 2001년 곤지암에 광주도자기엑스포 단지를 조성하기에 앞서 시굴조사를 실시했을 당시에도 문화재를 경시했었다. 5개 지층에서 보존가치가 큰 대규모 구석기 유물과 유적을 발굴했으나 학계 및 문화재 전문가들의 현장보존 의견을 묵살하고 4개 지층을 주차장 부지로 매몰했다. 문화인프라 건설을 이유로 문화재를 훼손·파괴한 무식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한해 도내에서 추진된 100여건의 발굴조사중 ‘현장보존’ 판정이 난 곳은 화성 태안3 택지개발지구, 남양주 호평지구, 연천학곡제 개수공사지역 등 3곳 뿐이고 나머지는 기록보존이나 이전복원으로 처리된 것도 ‘뒷거래’ 의혹과 함께 조사자체가 형식적인 통과의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한 두건도 아니고 수천건이나 되는 발굴·보존사업에 관한 기록이 어디 있나? 청사내 보관할 장소도 없다”는 한 공무원의 말은 바로 경기도 매장문화재 관리 실태의 현주소다. 즉 발굴조사를 관리·감독하는 도 및 시·군의 전문인력과 시설부족, 그리고 형식적인 구제발굴(Salvage excavation)로 매장문화재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문화재청 지표조사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개발지 인근에 국가지정 사적 및 유적·유물 등 문화재가 있거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택지 면적에 관계없이 지표조사를 명령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모르고 있다니 답답하다. 매장문화재는 국가경쟁력 확보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강력한 규제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멕시코 APEC에서의 대북 핵 관련 한·미·일 정상회담은 ‘선 핵포기, 후 대화’로 가닥을 잡았다. 후속조치는 내달 첫주 도쿄에서 열릴 대북정책감독그룹(TCOG) 회의, 내달 10∼12일 서울에서 가질 제2차 민주주의공동체(CD)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한·미 외무회담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하나, 그 내용은 경수로공사의 일시 중단 등 다각적 경제제재와 평화적 해결시한이 비중있게 논의될 게 거의 확실하다. 북측이 제안한 북·미불가침조약 제의는 백악관 대변인이 일축한데 이어 부시가 ‘북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을뿐 정상회담에선 논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북·미불가침조약은 종전의 평화협정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전협정을 무효화시켜 정전협정에 기반을 둔 유엔사령부를 해체케 하고 나아가 미군철수를 도모코자 하는 불변의 대남전략인 것이다. 고려연방제 주장과 마찬가지로 북의 남침으로 또 전쟁이 일어나도 내전으로 간주, 미국 등의 개입을 차단하자는 것이 이른바 북·미불가침조약에 깔린 노림수다. 평양정권이 제한적 시장경제 도입을 모색하면서도 본질적 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인권문제를 포함한 체제 인정 등을 대미 핵무기 위협으로 빅딜하려 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모험이다. 북의 핵무장은 중국도 반대한다. 제네바협정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외세를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남북의 동포를 위한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체제안정 수단으로 핵무기 위협을 일삼는 건 결국 남북 동포를 불행하게 한다. 본란이 북의 핵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양정권은 상투적인 벼랑끝 전술보다는 이젠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일원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경제지원 등에 훨씬 더 큰 실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에도 할 말은 있다. 멕시코에서의 정상회담은 북의 핵무기 포기 압박 수단으로 미국과 일본이 경제지원 중단 등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대북지원을 북의 핵문제와는 별도로 취해온 대북정책을 앞으로는 어떻게 조율 할 것인지 국민에게 밝힐 책임이 있다. 정부는 북의 핵 시인은 대화용이며, 켈리 특사의 전언은 과장이라는 등 대안없는 유화 표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가 주변국의 대북관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가가 이번 멕시코 회담에서 확인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좀 더 현실적인 타개책을 강구해 보여야 하는 것이 귀국해서 가져야 할 최우선적 과제다.
일선 교육청이 국회, 감사원, 교육위원회, 시·도의회 등 각 기관의 중복감사와 무리한 자료제출 요구로 인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각 시·도 교육청은 연중 4개월 이상을 감사준비에 시달리고 있어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감사가 본래취지를 벗어나 오히려 행정공백과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현재 교육청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과 교육인적자원부가 격년제로, 국회, 교육위원회, 시·도의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 한해에 최소 4개 기관의 감사를 받는 실정이다. 잦은 감사도 개선돼야 할 점이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감사기관별로 제각각 요구하는 자료다. 70∼80% 이상이 중복된다. 감사기관마다 기관형식에 맞춘 답변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다시 정비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을 허비한다. 주요간부와 실무진들이 감사기관 내내 불려 다니느라 자신의 소관업무를 소홀히 하게되는 것도 여간한 고충이 아니다.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도 심히 고역이다.만일 감사장에서 대기하지 않거나 불출석할 경우 앙갚음식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권위주의적 구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 8월26일부터 9월18일까지 20여일간 지역교육청 및 본청 감사를 받았다. 지난 16일부터 실시된 경기도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 감사와 예산 심의 등이 20여일간 진행된다. 오는 11월22일부터는 도의회 행정사무 감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장학사 등 수감 대상자들이 본연의 업무는 뒤로한 채 감사장을 한 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관할 교육청 및 일선 학교들도 관련 자료를 제공하느라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동일한 사안을 여러 기관이 중복 감사하고 개별적인 자료를 요구해 막대한 인쇄비 등이 소요된다. 특히 도의회와 도교육위가 행정사무감사 및 예산심의를 이중으로 하는 것은 업무를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관별로 이미 제출된 자료를 분석해 이를 제외한 새로운 자료만 요구하는 방향으로 감사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감사기관을 줄이는 것도 중복감사를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다.
수원지검 특수부의 용인 난개발 수사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2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신축엔 도시기반시설이 제외되는 관련법규를 악용한 난개발에 메스를 댄 것은 심히 적절하다. 수백가구의 아파트단지에 학교용지와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거나 1만㎡ 이상의 대지를 조성할 경우에 받아야 하는 사업계획승인을 피하기 위해 이처럼 ‘소단위 복합형’ ‘다명의 1인소유’의 편법행위를 자행, 환경파괴 등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한통속이 된 업자, 브로커, 공무원 등 57명을 적발, 기소 등 사법조치를 취했다. 다만 하나 궁금한 것은 권력형 배후가 과연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건설업체는 그같은 편법 차익이 무려 1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뒷봐주기 실세가 없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회통념이다. 또 더러는 수도권 토지 및 건축문제를 두고 권력형 의혹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수사에 최선을 다 했을 것으로 믿는다. 이 기회에 더 바라고자 하는 것은 토지 형질변경 역시 그 불법의 규명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과연 저런 곳의 형질변경이 가능한 것인가 의심될 만큼 산 중턱이 속살을 훤하게 드러낸 데가 너무 많다. 형질변경의 대상이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된다해도 허가조건을 위반한 신청자의 과다변경과 당국의 묵인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도처의 산하가 크게 망가져 생태계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 이런저런 난개발은 생활환경을 망친다. 사회의 공적인 것이다. 용인은 비록 난개발의 대명사 지역처럼 되긴 했지만, 편법에 의한 난개발이 용인에 국한한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마땅히 타지역 신개발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의 확대가 있어야 형평성에 맞다고 보아진다. 이미 지은 편법 건축물은 경위가 어떻든 허가받은 것이어서 뜯어낼 수는 없으나,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일벌백계의 경종을 지속적으로 울려야 한다. 검찰 수사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는 생활침해사범 차원의 척결 노력이 계속 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많은 참고자료를 얻었을 것으로 안다. 예컨대 관련 법규의 맹점은 앞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비리의 유착형태는 새로운 수사지침이 될만하다. 수원지검의 난개발 수사를 거듭 평가하면서 기왕이면 이에 대한 체계적 조치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전담교사가 크게 부족해 수업차질이 막심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명의 교사가 2개 이상 학급의 담임을 맡는가 하면 예·체능 수업이 대폭 줄어드는 대신 자습시간이 늘어나고, 교사들에게 공문처리 등 잡무까지 맡겨 학생 교육 질(質)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처했다. 이같은 현상은 물론 교사부족이 그 원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2003학년도에 충원이 필요한 초등교사는 모두 1만2천979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규 채용자 5천568명, 복직 689명을 합해도 6천257명에 그쳐 내년에도 교사 6천722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전담교사 부족으로 인해 파행수업이 계속돼 기초교육의 부실화가 심히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지역은 특히 심하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정원을 확보 못해 6천500명을 임시직으로 채용, 신분불안과 책임감 결여 등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가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더구나 도교육청은 이들 임시직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직종별로 서로 다른 처우를 해 임시직들로부터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받는 등 분란이 잦다. 도교육청이 지난 23일 김진춘 교육위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교사부족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1일 현재 도내 각급 학교의 정규교사는 4만8천128명인데 비해 기간제 교사 2천890명, 강사 879명, 유치원 임시강사 174명 등으로 임시직 비정규 교사가 3천943명에 이른다. 이렇게 교사부족이 가중되자 교육부는 내년까지 기간제 교사를 대폭 충원해 교사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정년 또는 명예퇴직해 교단을 떠났던 전직 교원들로 대부분 나이가 많고 계약직이어서 학부모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어 문제다. 이동이 잦은 기간제 교사는 임시변통으로 고용돼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낯설어해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잡무도 사라져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주 업무는 공문처리고 시간 나면 수업한다’는 자조섞인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제도 성적은 50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와 교실이 부족해 과밀학급이 늘어나는데다 교사마저 형편없이 부족하다. 초등학교 교사 정원확보는 절실하고도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의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를 상대로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사건 수사는 산은의 대출자금 행방이 그 실체다. 한 위원이 주장하는 고소 핵심은 산은 대출 과정에서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시, 지시한 것처럼 개입의 허위사실을 엄 전 산은총재가 공표했다는데 있는 걸로 안다. 그렇다면 산은 대출과 명예훼손 혐의의 성립 여부는 불가분의 함수관계가 성립된다. 그 전제가 되는 대출의 실체 규명 없인 고소내용의 혐의를 판가름하기가 불가하다는 게 법리면이나 사리면으로 보는 객관적 판단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가 핵심을 비껴 가는 것은 기대에 크게 어긋나 유감이다. 우선 고소인 진술 조서를 고소인이 아닌 대리인을 검찰에 출석시키고자 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지 않은 것부터가 이상하다. 실체적 진실규명이 요구되는 형사사건은 의제적 주장을 바탕으로 하는 민사사건과는 다르다. 형사문제의 고소사건에 대리인의 진술 조서란 도대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의심되는 것은 축소수사 요구설이다. 정 아무게라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주장하는 이근영 금감원 위원장의 아무개 대검기획관에 대한 축소수사 요구의 전화 도청설을 믿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이 주장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은 심히 부적절하다. 기대했던 감사원 감사도 당초에는 문제의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계좌를 추적할 수 있다고 해놓고는 갑자기 불가로 기울었다. 역시 기대했던 검찰수사도 계좌 추적은 포기한채 단순 명예훼손 사건으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만약 시일을 마구 끌다가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입장을 적당히 얼버무리는 선에서 마무리 한다면 이는 결코 검찰의 소임을 다한다 할 수 없다. 현대상선이 4천억원의 산은 대출에 절대로 채무자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4천억원의 대출연유는 무엇이며 그 돈이 어디로 갔는가 또한 마땅히 가려져야 한다. 고소사건 수사에서 인지되는 혐의를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책무인데도 이를 비껴가고자 하는 건 영 석연치 않다.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대북지원 등 정치적 의혹이 있으나 굳이 이때문에 계좌추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불법대출된 4천억원의 증발은 그 자체가 한마디로 금융사고다. 초대형 금융사고를 규명하기 위해서도 이의 수사는 마땅히 확대돼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이달초 발표한 ‘노인복지종합대책’은 노인들에 대한 기존의 소극적 보호에서 벗어나 경제·사회적 주체로 살아가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금에야 마련돼 늦기는 했지만 노인복지종합대책은 크게 주목된다. 먼저 정년퇴직자의 재취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 내년중 ‘계속고용장려금’제도를 신설하고, 현행 3%인 ‘고령자 기준 고용률’을 상향조정한다. 또 당장 11월부터 65세 이상 노부모 봉양세대에 주택분양 우선권을 주며 장기 요양 노인보호자의 부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요양비에 대한 소득공제 방안을 추진한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노인 의료복지시설을 전체노인 인구의 2% 수준인 7만명 수용규모로 확충하고, 노인건강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노인의학전문의·노인전문 간호사제도도 도입한다. 11월 개원하는 서울대 분당병원을 노인전문병원으로 특화 운영하고 치매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을 229개소에서 내년중 319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노인의 최소 소득보장을 위해 경로연금 지급대상자를 올해의 60만명에서 내년에는 80만명으로 확대한다. 실버실업 육성을 위해 농업진흥지역 이외 지역에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할 때 대체농지조성비 감면비율을 비영리 법인의 경우 현행 5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노인복지종합대책대로 시행된다면 한국 노인복지는 열악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번 대책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노인 고용촉진방안은 청년층 실업해소책 및 기업의 정년단축 움직임과 정면 배치된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최저 소득원이 될 국민연금의 재원건전화도 걸림돌이다. 국민연금 지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지급비율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거나 ‘실시 후 10년정도면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성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중산·서민층 노령인구에는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고정수입원이다. 따라서 연금재정 건전화는 노인복지대책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노인복지대책이 목표만 장밋빛이 되지 않도록 시행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청와대 ‘북핵6자회동’에 별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안만난 것 보단 모양새가 나았다 할 정도일뿐, 평화적 해결로 국민을 안심시킬만한 그 무엇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 또한 당연한 다짐이다. 우리가 회동을 기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북핵 은폐 의문 등 몇가지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것은 여전히 유감이다. 더욱이 남북장관(상)급 회담의 핵 관련 내용조차 지극히 미흡해 정부의 대처방안에 의문을 안가질 수 없다. 보도문이 밝힌 핵 부분은 ‘핵 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런 추상적 보도문을 갖기위해 대표단의 귀환을 늦추기까지 했는지 심히 이해가 안된다. 공동보도문 8개항 중 나머지 7개항은 완전히 대남용이다. 물론 철도 및 도로연결, 개성공단, 해운협력, 북의 동해어장 일부 개방 등이 주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핵 문제 해결 없이는 그 어떤것도 평화가 담보될 수 없다. 보도문의 핵관련 사항은 결국 북이 의도한대로 명기하는데 그쳤고 납북자 문제는 거론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정부가 북의 대남, 대미 2원화 전술에 말려들거나 함께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어떻든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만 되면 좋겠지만 북측이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의 낙관에 걱정이 없을 수 없다. ‘핵 무장 해제없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부시의 입장과 대통령의 생각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지금 같아서는 APEC에서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역시 북을 압박하는 것 외에 별 신통한 대안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이 대북 지원중단 등 강력한 제재수단에 대통령은 어떤 판단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핵 개발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는 것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지금까지의 지론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상충된 현실적 모순을 어떤 카드로 타개할 것인가 하는 해법이 바로 오늘의 과제인데도 이의 제시는 아무것도 없다. 핵 문제의 무모한 정쟁화를 배격하는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도, 국론 분열의 방지도 그같은 제시가 있어야 구심력을 갖는다. 그러지 않고는 오히려 남남갈등을 부추기며, 남남갈등은 또한 북의 변함없는 대남 기본전략이기도 하다. 실로 어려운 난국이다. 하기 때문에 원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대통령의 구체적 타개책 제시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무턱댄 유화책 표명만으로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 것이 작금의 객관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박성규 전 안산시장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재 예정지역 정보를 이용해 수십만평의 토지를 매입하는 등 땅 투기를 하고 아파트 사업승인을 변경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5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자치단체장이 결재과정에서 얻은 ‘대외비’사실을 악용한 처사여서 충격이 실로 크다. 특히 부동산 투기와 뇌물챙기기 범행은 그 수법의 교묘함이나 규모를 볼때 민선단체장의 횡포가 어느 정도에 이를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심히 우려스럽다. 보도된 대로 박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안산시 사사동 일대 그린벨트 25만5천평이 정부방침에 따라 우선 해제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내부 결재문서를 토대로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고 한다. 박 전시장은 한때 시장비서였던 친조카 박모씨와 안산지역 주간지 대표 박모씨에게 59억을 현찰로 전달, 해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토지를 집중 매입토록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토지구입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간지 대표 박씨의 친동생 등 명의로 토지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50억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진 박 전 시장은 일반인이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의 현금을 자신이 운영하는 레미콘 회사 W산업에서 조성한 비자금과 친구 등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수록 각종 부정과 비리가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민선단체장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관할구역 내의 토지를 대상으로 거액의 부동산 투기를 한 최초의 사례로써 만일 박 전 시장이 계획대로 성공했을 경우 모두 3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을 것이라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박 전 시장은 W산업을 대주주로 한 자회사의 차명계좌까지 개설, 비자금 30억원을 조성해 이중 21억원을 부동산투기에 사용했다고 한다. “서민의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면서 비리를 일삼은 사람이 만일 지난 6·13선거에 재당선, 시장직을 계속 수행했다면 안산지역뿐만이 아니라 아마 도내 전역을 투기대상 지역으로 삼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체장들의 재임중 영리활동 및 친·인척 별정직 중용 금지 등 제도적인 견제 장치의 필요성을 제시해 주었다. 박 전 시장과 직접 관련자들은 물론 의혹 인물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있기를 바란다.
북은 대남·대미관계에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뒤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같은 현상은 지난 날의 봉남통미 정책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핵문제는 남북간의 논의 사항이 아니고 북미간의 문제라는 게 최근 북측이 보이는 입장이다. 즉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에 대한 조치이므로 북미관계에 관련되는 핵문제에 남쪽은 빠지라는 것이 북측이 시사하는 요구사항이다. 한 술 더 떠서 ‘동족끼리 힘을 모으자’고 한다. 8차 남북장관(상)급회담에서 김령성 북측 수석대표가 행한 모두 발언도 그러했다. 공동보도문의 쟁점 역시 그렇다. 핵 개발 파문에 대한 해명, 제네바 합의의 즉각적 이행 등에 남측의 명시적 입장 표명요구를 북측은 거부했다. 핵 파문에 대한 구체적 지적없이 주변정세로 야기된 문제에 대한 우려 등 추상적 표현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핵 문제의 발단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이로 인한 긴장 우려를 주변의 책임으로 전가코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핵 문제를 앞세워 미국과는 현안을 일괄 타결하고 남쪽과는 경제협력을 지속, 실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원 전술의 구사다. 그러나 북측의 이러한 이원 전술은 심히 경계가 요한다. 선 핵프로그램 포기, 후 협상의 압박을 끝내 거부하는 북은 예의 선군사상을 계속 고취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경제는 주저앉다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 군사가 주저앉으면 나라의 백년대계가 무너진다”면서 “강력한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갖춘 무적필승의 군대여야 경제건설도 평화적 조건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1월초 ‘전국 원군 미풍 열성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선 군부대 시찰을 연일 계속, 체제안정에 대한 자신감 과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무력우위의 선군사상이 북측 말대로 대미용으로만 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데에 남북관계의 본질적 문제가 있다. 언젠가는 대남용으로 전환할 것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공격 역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반대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삼는 북의 핵무기 무장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 이점에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물론, 남북의 공존을 위해서도 북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론은 타당하나, 과연 대북 유화책으로 관철될 수 있을 것인지 방법을 의심하면서 추이를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