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기 단축 재고하라

제234회 정기국회가 이번 주말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 9월2일 개회한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내달 10일까지 국회를 열어야 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합의에 의하여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 이번 주말에 끝내기로 하였다. 여야 총무는 지금까지 국회 관행으로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기국회 일정을 한달정도 단축하였다는 선례를 들고 있다. 목전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온통 정신이 팔린 국회의원들에게 국회 의사일정을 정상대로 운영하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핑계로 무리하게 일정을 단축하여 국회 운영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책무 망각이라고 본다. 금년 봄에는 여야정당이 국민경선을 한다고 사실상 개점 휴업을 하였고 이제 또 대선 때문에 국회운영을 단축한다면 언제 민생을 돌 볼 것인가. 이번 국회는 무엇보다도 총 111조7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심의를 철저히 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인하여 겉핥기식의 예산심의가 되고 있다. 더구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민원사업을 위해 오히려 상임위에서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상임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삭감은 커녕 증액을 하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된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도 국민을 위해 일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며 국회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이 선거가 있을 때마다 모두 동원된다면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원이란 말인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잘한 정당후보자가 대선에서 지지 받을 것인데 선거운동 장소도 국회가 제일 좋은 곳이 아닌가. 국회를 팽개친 정당을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겠는가. 선거판에 정신이 팔린 국회의원들은 이번 주말 회기를 끝내기 위해 예산심의도 대충해서 통과시킬 것이고 또한 각종 민생법안도 무더기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많다. 공명선거를 위해 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아직 심의도 하지 않고 있다. 회기를 다소 연장해서라도 철저한 예산심의, 정치관계법은 물론 각종 민생법안에 대한 제·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국회운영을 성실히 하는 정당이 가장 좋은 대선선거운동임을 알아야 한다.

노동계, 파업 자제를

작금의 정치·경제·사회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실정에서 민주노총이 파업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그도 정부가 국회에 낸 주5일근무제 관련 법안에 노는 날이 적기 때문에 파업을 하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내일 오후 1시를 기해 그들 말대로 자동차 3사, 금속, 화학 등 10만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치명상을 가져온다. 특히 자동차는 모처럼 활로가 트인 수출호조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주5일근무제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 형편에 과연 실익이 있는가 하는 사회의 의문이 적지않다. 이런 판에 정부 단독안의 휴일 수에 불만을 갖고 파업을 벼르는 노동계의 주장은 실로 황당하다. 노동계 등이 극한 수단으로 치닫는 것은 지극히 불행하다. 법외 공무원 단체인 공무원노조 또한 파업을 입에 담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각종 단체의 집회 및 시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두배가 넘도록 부쩍 늘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 이엔 정치권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정치권이 대선 표를 의식한 나머지 경쟁적으로 이익단체의 목소리를 무분별하게 수용, 결과적으로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그러나 그런 대중 영합주의가 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표를 잃는 요인이 된다. 무작정 우기고, 방법이 어떻든 밀고 나가면 되는 것으로 아는 목적지상주의의 폐해가 국가사회 기강을 크게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이 역시 이 정부의 책임이다. 주5일근무제 관련 법안도 그렇다. 주5일근무제가 뭐가 그리 바쁘다고 노사가 다 한사코 반대하는 내용의 단독법안을 굳이 서둘러 내어 화를 자초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정부 재임 중 업적으로 삼는다고 보기엔 너무도 우매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노동계의 파업은 없어야 한다. 민노총이 요구하는 주5일근무제 관련의 근로기준법개정안 유보는 반드시 파업만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파업을 하면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른다. 희생을 노동운동의 능사로 알던 관념은 전근대적이다. 이번 파업은 더욱이 아무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보는 게 사회정서다. 노동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자 한다.

기대 큰 개성공단 건설 합의

남북이 2일 개성공단 건설 기본계획에 합의했다.이에 따라 남북은 개성공단을 오는 12월중 착공하며 총200만평 중 1단계 사업으로 100만평을 우선 개발하되 2003년까지 끝내기로 했다. 또 이르면 내년말쯤 신발·섬유·전자 등 남한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 건설 합의는 경기도의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 그동안 개별사업 단위로 진행돼 오던 남북한 경제협력이 전면화·대규모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개성공단은 입지 등 투자여건의 측면에서 신의주 경제특구보다 훨씬 매력적일뿐 아니라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특히 남한과 가까워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 경제교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돼 왔다. 오래 전부터 정부 당국과 기업체들의 관심을 끌어온 개성공단이 남북한 경제 및 남북 관계에 미칠 파급효과는 심대하다. 우선 남한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을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배후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북측의 저렴하고 질 좋은 노동력을 이점으로 신발·섬유 등 사양화되고 있는 노동집약적 경공업을 유치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생산적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중국·러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다. 또 개성공단의 건설 및 관리유지를 남한측이 전담하게 됨으로써 상당한 고용창출 효과가 생기게 되며 도로와 철도 및 송전시설 등 개성공단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장래의 통일비용을 절약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고용증대와 함께 원·부자재 공급 등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난 26일 방문한 북한 경제시찰단이 한국의 산업시설을 둘러 보면서 곳곳에서 “개성공단에 투자할 수 없느냐’고 묻고 특히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초청한 것은 그만큼 개성공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개성공업지구법(개성공단특별법)을 약속대로 북측이 이달중 발표하느냐 하는 점이다.개성공단 건설에 따르는 통행·통관검역·통신 등 협의가 경의선 철도 및 도로가 처음 연결되는 시기에 맞춰져야 하는 문제도 차질이 생겨서는 안된다. 개성공단 건설의 성패는 무엇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북미관계의 개선에 달려 있다. 정부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당치않은 分道論, 누굴 위한 건가

선거 때마다 애드벌룬으로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경기도 분도론이다. 매우 당치않다. 지역사회, 지역주민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11세기 초엽, 고려 현종 때 생긴 행정구역이다. 조선조 고종 건양 원년, 1896년 개화기에 조선 팔도가 남북도로 나뉘어 14도로 분도했을 적에도 그대로 있었다. 경기도는 이처럼 천년여의 유서깊은 전통을 갖고 있다. 분도론은 정체성이나 정서면에서 심히 위배된다. 이만이 아니다. 현대적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않다. 자치단체의 통합이 지방자치 선진국의 일반적 추세인 것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분도론은 이에 역행한다. 접경지역 등 북부지역의 발전 지연이 분도가 안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분도가 된다하여 군사적 시대상의 제약에서 벗어나 당장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경기도가 지닌 거대 광역자치단체로서 접경지역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강한 탄력성을 받는다. 한강을 가운데 둔 강남, 강북으로 나뉘어 민원이 불편하다는 구실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서울이 역시 경기도로부터 독립된 한성부로 있을 때도 경기도는 강남, 강북 형태였다. 하물며 지금은 전자정부 시대다. 북부 주민 중에 제2청이 아닌 본청까지 전달해야 할 민원이 도대체 연간 얼마나 되나, 그것도 대부분은 컴퓨터 처리가 가능하다. 경기북도 설립을 주장하는 분도론은 북부 주민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한 세부담을 안겨주면서 충청북도보다 못한 열악한 광역자치단체를 갖게 한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판에 연간 수조원이 소요되는 도청 운영비를 웃돈으로 지역 주민에게 물리게 된다. 강원도는 양양에서 삼척까지 남북으로 육백리다. 여기에 동서로 대관령 등 태백산맥이 끼어있다. 이런 가운데 도청 소재지는 강원도 서북단인 춘천에 있다. 동서남북으로 지형이 이처럼 어려워도 거기에선 분도론이 나오지 않는다.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분도론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결코 지역주민을 위한다 할 수 없다. 경기북도가 생기면 갖가지 도단위 기관장이나 단체장을 노리는 지도층 인사들은 기대에 벅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위해 불요불급한 국민부담이나 주민부담의 가중을 용납할 수는 없다. 지금은 북에 들어간 개성시, 개풍군 그리고 비무장지대에 파묻힌 장단군도 경기도 지역이다. 북부지역은 비록 발전이 더디긴 했으나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축복이 예약된 청정의 땅이다. 유해무득한 분도론의 공연한 제기보다는 남북관계를 계기로 북부지역의 역할과 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중지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노·정 후보의 단일화론

노·정 두 후보 단일화와 관련, 더 이상의 연막 피우기 신경전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단일화 논의는 구체적 제의가 있으면 선대위에서 다루는 절차상 문제를 얘기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그동안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후보 사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정몽준 국민21 대통령후보 역시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나의 지지표가 노 후보에게는 가지않지만 노 후보의 지지표는 나에게 온다”면서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으로 후보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결국 그동안의 후보 단일화론에 두 후보는 차마 드러내고 거부를 못했을 뿐, 상대에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으로 단정된다. 민주당내의 반노·비노측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서도 이를 알 수 있었다. 반노·비노측 단일화는 노 후보의 사퇴를 전제한 정 후보로 가닥을 잡은 것이어서 노 후보는 이들의 압박을 배격했다. 그랬던 게 이젠 친노 측에서 경선을 내세워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 후보쪽에서 수용하길 바라기 보다는 단일화 실패 책임을 전가하는 정략적 냄새가 다분하다. 정 후보가 경선을 원하지 않는 것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강2중의 구도, 즉 이회창 대세론에 2중이 충돌하는 것은 양자 필패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 이른바 후보 단일화다. 그러나 노·정 후보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보인다. 대선이 본격화하면 앞으로 열세를 만회해 막판 뒤집기로 승리를 점 칠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후보 단일화는 민추협 시절의 김영삼, 김대중씨 간에도 실패한 적이 있다. 경선 또한 과거 민자당, 민주당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전철이 있는 마당에서 노·정 두 후보가 협상이든 경선이든 단일화가 성공한다고 보기에는 지극히 어렵다. 문제는 그들의 진심이다. 서로가 상대편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단일화 협상은 YS·DJ 때 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동상이몽의 단일화론은 속셈을 감추는 것 밖에 안된다. 그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 후보다운 자세다. 단일화는 하면 하고 말면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단일화를 둘러싼 언어의 유희가 없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이 무슨 노조, 파업은 웬 말?

전국공무원노조가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공무원조합법안에 반대해 파업을 결의한 것은 유감이다. 이 결의는 전국 161개지부 6급 이하 조합원 5만6천372명이 투표에 참여해 89%가 찬성했다. 공노조의 노동3권 요구는 그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법적 주장이다. 예컨대 공무원보수의 단체교섭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 주장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추월한다. 단체협약의 효력이 법령이나 조례, 예산에 우선하는 이런 노동3권 요구는 국민정서상 배치된다. 공무원의 단체교섭에 보수 등 후생 복지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른바 공직사회 개혁 등을 내거는 것 역시 노조 소관이 아니다. 노조 활동을 대정부 투쟁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공직 질서를 송두리째 뒤엎는 것으로 심히 우려치 않을 수 없다. 공무원노조란 명칭도 당치않다. 하물며 법외 노조를 내세워 파업에 나서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에 임해 주5일제 입법안을 둘러싸고 때 아닌 추투의 조짐이 보이는 등 노동계가 심상치 않다. 이런 판에 공노조가 파업에 앞장 서는 게 과연 공무원의 도리인지 묻는다. 조합원이기 이전에 공무원이다. 공노조는 지부별로 천막농성에 이어 연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하나 깊은 고려가 있어야 한다. 공노조 활동이 국민사회와 괴리되어서는 결코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기업의 영리활동으로 보수를 받는 일반 노조원과는 또 다르다.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사회가 보기에는 공노조의 과격 투쟁은 대선을 틈탄 집단이익의 압박 수단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정부 제출안의 공무원조합법이 공노조측에서 마음에 안든다면 유보하는 것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3권은 어떤 정권, 누구의 정부가 되든 간에 들어줄 수 없는 요구 사항이다. 파업 강행은 불행한 사태를 유발한다. 만약 극한 상황으로 치달아 조합 지도부나 조합원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도 공노조를 두둔할 수 없는 것이 객관적 사회환경이다. 방법이 어떻든 우기면 통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 자체가 공무원 단체로서 당치 않는 위법적 발상이다.

경기도가 골프장 부킹 대행소인가

경기도에는 골프장이 70여곳이나 몰려 있다. 가히 골프장 천국이다. 일부 시·군에서는 지자체 수입 명목으로 골프장을 마구 허가하고 있다. 환경파괴라는 비난을 들은 척도 안한다. 며칠전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고액 카트비 징수, 회원 및 대중코스 교체라운딩, 불법 음식조리, 부킹 외면 등 골프장의 각종 탈·불법적 운영이 예상되는데 단속했다는 뉴스는 없다. 정식 개장을 하지 않고 시범 라운딩이라는 명목하에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수해방지시설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인근주민들의 피해가 악심하다. 일반인들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퍼블릭 골프장을 회원제 골프장과 같이 운영하여 막대한 폭리와 탈세까지 한 의혹도 있다. 골프장의 산림훼손이나 맹독성 농약사용 등 단속대상이 많은데도 별탈이 없다. 이러한 골프장 비리를 당국이 왜 모르나 궁금했었는데 본보의 보도(31일자 19면)를 보고 확실히 알았다. 대부분의 골프장이 법망을 교묘히 악용, 각종 탈·불법을 일삼아도 경기도 당국이 관련 법규미비 등을 내세워 단속을 외면한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을 지도·감독해야 할 담당 공무원이 매 주말마다 도내 골프장에서 50∼60건 예약(부킹)을 받아 고위공무원과 중앙부처, 언론사, 유관기관 등 소위 ‘힘 있는 기관’에 제공해 왔다고 하니 단속이 어려울 것은 뻔한 노릇이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도의 부킹 리스트에 모 유관기관의 이름, 중앙부처의 비서관, 도청 고위간부의 이름이 골프장과 함께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서울과 가깝고 70여개의 골프장을 관리한다고 하여 소위 권력기관들이 도에 부킹을 부탁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골프장을 지도·감독해야 할 도의 담당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는 뒷전인 채 이들의 요구를 맞추는 일에 급급한 나머지 골프장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부킹부탁(압력)을 한 것도 온당치 못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골프장들도 이같은 유착관계를 이용해 각종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 입장료 등을 담합 인상하고 이용객 수를 터무니없이 신고하는 등 멋대로 운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국은 외부의 청탁성 부킹을 당장 중단하고 골프장의 지도·감독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도 부킹을 청탁하는 기관이 있다면 즉시공개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골프장 단속에 뒷짐 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경기공직대상의 참뜻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다.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언제든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국가경영의 근간이 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그만큼 신분도 막중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무원사회가 정직하고 맑았을 때는 국운이 융성했다. 공무원들이 부패했을 때는 국가가 쇠퇴하거나 멸망했다. 공무원의 옳고 그른 정신과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나라 살림의 흥망이 좌우됐다. 주지의 사실인 공무원의 책임과 의무를 본란이 재강조하는 이유는 민선3기로 들어선 오늘날 공복으로서의 사명 완수가 더 한층 요청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직무에 따라 수행하는 분야가 각각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열악한 환경과 박봉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로 인해 전체가 지탄을 받은 것 또한 감출 수 없다. 최근 박성규 전 안산시장의 경우처럼 지위를 악용해 비위를 일삼았거나 일선 공직자들의 직무상 부정 행위가 그 실례다. 특히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선거철을 전후하여 일부 시·군의 편가르기식 행정에 공직사회가 크게 흔들렸고, 형평성도, 원칙도 없는 보복성 인사에 시달려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수많은 유혹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직무수행에 묵묵히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경기일보사가 오늘 아홉번 째를 맞은 경기공직대상을 통해 주민복지·지역개발·지역경제·문화체육·의회사무·소방행정·경찰행정 분야에서 헌신 봉사한 일곱 명을 시상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의 참 공복인 공무원의 노고를 도민의 이름으로 치하하기 위함인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 지위 향상 및 처우 개선에 관한 각종 복지대책을 마련해 놓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난관이 없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공무원의 길은 항상 나보다 먼저 국민을 생각하는 봉사정신이 앞장서야 한다. 국가의 부강과 지역사회의 풍요를 이룩하는 견인차 역할은 공무원들의 사명이다. 경기공직대상은 지방자치시대를 성실하게 이끌어가는 공직자들의 노고를 계속 지켜줄 것이다.

선거공영제 물 건너갔나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앞으로 49일 있으면 실시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21세기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실시하는 선거이기에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선거가 한국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의 선거가 되어 정당이나 후보자는 돈의 포로가 되었으며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지도력을 발휘하는데 문제가 많았다. 따라서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 타락선거를 근절해야 된다는 국민적 요망이 대단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을 현행 선거제도의 개선없이 치르게 되는 경우 또다시 과거와 같은 불법 시비가 야기되고 국정혼란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에 선거공영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 의견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시민단체들도 조속한 입법을 통해 이번 대선에 적용을 요구했다. 선관위의 개정안은 선거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대규모 군중동원, 금권선거, 지연·학연·혈연 등 연고선거나 상대 후보자에 대한 비방·흑색선전 등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하여 매스미디어의 이용, 비용의 국가부담, 선거자금 지출 요인의 대폭 축소 등 선거공영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후보자나 정당의 돈 부담을 국가가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 의견 제출 당시만 해도 대선 후보들은 선거공영제를 주장하고 정치개혁 차원에서 입법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전혀 선거법 개정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 않다. 국회는 대선 때문에 내달 8일이면 회기가 끝난다. 예산심의 등으로 인하여 국회 일정이 빠듯하지만 그동안 양당은 선거법 개정에 대하여 많은 의견을 개진하였기 때문에 입법화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정치권이 선거공영제를 통하여 공명선거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입법화는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 후에 정치개혁 추진은 어려우며 지금이 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이제 공명선거 실현은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선택의 과제가 아니라 시대적 소명이다. 국회는 남은 시간에 여야가 협상을 통하여 최근 중앙선관위가 제출한 개정 의견을 토대로 선거공영제를 도입, 깨끗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조속 입법화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손지사, 北경제시찰단 교류제의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엊그제 수원 시내에서 북측 경제시찰단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것은 평가할만 하다. 시찰단은 오찬에 앞서 삼성전자를 방문, 각종 첨단제품을 둘러 보면서 과연 ‘세계속의 삼성전자’라고 감탄했다. 당장은 남북관계에 핵 문제가 엉켰으나 우여곡절은 있어도 평화적 해결이 언젠가는 결국 있을 것으로 믿어 손 지사의 경제협력 등 대북교류 제의 또한 마땅하다. 경기도는 국내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거대 생산구조를 포용하고 있다. 남북의 접경지역으로 장차 통일 한반도의 중핵이기도 하다. 손 지사가 적극 관심을 표명한 개성공단은 접경지역, 신의주 특구는 자매결연을 한 중국 랴오닝(요령)성과 인접한 점에서 객관적 타당성을 갖는다. 인력이나 물자공급 등 교류협력에 개성은 육로, 신의주는 서해 직항로를 이용하는 가장 유리한 입지조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제의를 박남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고위 경제시찰단에 직접 전하고, 박 단장이 이를 위한 손 지사 방북 초청 등 긍정적 의사를 밝힌 것은 수확이다. 경기도는 초대형 지방정부다. 경기도가 갖고자 하는 대북 경제협력은 남북교류의 중추적 기능을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졸속을 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확실한 다각적 프로젝트를 먼저 가져야 한다. 투자가 담보되는 정부의 대북정책 실효성 또한 물론 병행돼야 한다. 손 지사는 경제협력의 일환으로 투자부문 외에 농·축·수산물 기술지도와 산림자원 공동이용 등을 제의했다. 경제분야가 아닌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 공동조사, 문화 및 스포츠교류도 제안했다. 물론 긴요하나 상대란 게 있다. 경제분야는 물론이고 문화든 스포츠 교류든 모두 사업별로 기초조사가 된 등가성의 기본계획을 미리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빈 속강정의 나열식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이쪽이나 저쪽이나 가치성이 농축된 교류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또 기획내용이 풍부해야 한다. 남북교류사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당위성을 갖는다. 재임시 실적주의 위주의 졸속은 경계해야 할 악폐다. 경의선 및 도로 개통은 곧 경기도와 황해도의 남북간 소통이다. 소통의 주체 당사자로서 이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 과제다. 손 지사의 제의가 좋은 결실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면서, 아울러 이에 대한 북측 경제시찰단의 조속한 역할이 있을 것을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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