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지각변동인가

대통령선거가 불과 6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들의 합종연횡 구태가 재연되고 있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선거때만 되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소신, 신념, 국민 여론 아랑 곳 하지 않고 양지만 찾아다니는 정치인들이 나타나 과연 한국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하나 하는 비판의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 월요일 민주당의 전용학 의원과 자민련의 이완구 의원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여 한나라당에 입당하였다. 어제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한 창당발기인대회를 함으로써 이번 주말쯤에는 민주당의 반노무현 세력인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소속 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할 계획으로 있어 주말을 기점으로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급격히 일어날 것 같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상황 변화에 따라 당적을 옮길 수 있다. 당적은 절대로 변경해서 안되는 성역은 아니다. 소속 정당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맞지 않고 부정부패한 정당이라면 과감하게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또는 다른 정당을 선택하여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는 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여당을 과감하게 탈당, 야당을 택한 용기있는 정치인들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같은 반독재운동을 하는 정치풍토는 아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때 정치인의 개인적 인물 됨됨이는 물론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당적을 변경시에는 합당한 명분과 철학이 있어야 된다. 이념과 소신도 없이 양지만 찾아 단물만 챙기려는 철새 정치인들의 정치행태는 국민적 비판을 받아야 된다. 개인적 이해를 찾아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지역주민과 국가발전을 위하여 당적을 변경한다고 한다. 이런 정치인들이 과연 지역주민과 국가를 위하여 당적을 변경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역주민과 국가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하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얄팍한 정치인들의 행태에 국민들은 염증이 났다. 제발 지역주민과 국민을 팔지 말고 떳떳하게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옮겼다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철새 정치인들이 더이상 정치환경을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의 철저한 감시와 심판이 있어야 될 것이다.

돼지콜레라는 허술한 방역체계 탓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한모씨 농장에서 13일 돼지콜레라가 또 발생했다. 농림부와 인천시, 강화군 등 방역당국은 한씨 농장에서 사육중이던 돼지 1천115마리를 살처분하고 인근 750m이내 농가 3곳의 돼지 2천218마리도 살처분, 매몰했다. 이로써 지난 8일 화도면 상방리 노모씨 농장에서 돼지콜레라가 최초 발생한 이후 살처분된 돼지는 7농가의 4천669마리로 늘어났고 노씨 농장 인근 2곳의 농가에서 사육중인 돼지 1천850마리도 예방차원에서 추가 살처분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역당국은 이동통제소를 기존 11곳에서 3곳을 추가 운영하고 차량 및 사람의 이동통제를 위해 군과 경찰, 공무원 등 200여명을 배치해 긴급방역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돼지콜레라 추가 발생은 음성으로 판정한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방역체계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지난 11일 농림부가 최초 발생지역인 노씨 농장 인근 농가 4곳 및 위험지역(3km 이내) 등 모두 24곳의 농가 돼지에 대한 혈청 및 채혈조사 등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즉 이번에 발생한 돼지콜레라는 허술하고 형식적인 방역체계가 주원인인 것이다. 더구나 농림부와 인천시는 콜레라 발병이 일본 등 외국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만을 내세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 감염 우려가 높은 돼지들이 도축돼 시중으로 유통된 경로를 밝히지 않는가 하면 발병 근원을 찾아 해결하기 보다는 살처분으로 일관, 강화군 일대는 물론 주변 내륙지역 농가들까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초 강화군에서 콜레라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노씨가 구토, 후구마비 등의 증상을 보인 돼지들을 자가 치료하다 수의사에게 연락해 발견됐고, 추가발생한 농가 역시 돼지들이 폐렴증상을 보인 것으로 오인해 자가 치료에 나서다가 뒤늦게 방역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가들에 대한 콜레라 예방 홍보가 미흡했던 것이다. 지금 강화지역 양돈 농가와 주민들은 돼지 출하가 중단되고 상가들은 개점휴업 상태여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당국은 돼지콜레라가 육지 등으로 더 이상 번져나가지 않도록 발병원인 등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예방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이런 특별조사 뭣땜에 했나?

‘6·29 북도발 징후 정보보고 논란’과 관련한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석연치 않다. 이준 국방장관은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 “김동신 전 국방장관의 지시로 특이 징후가 예하부대에 전파되지 못해 서해교전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한 소장의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군의 조직은 명령 지휘체계가 분명하다. 이런 조직에선 내부조사가 그리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도저도 아닌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다. 우선 전 5679부대장 한철용소장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아니면 아니고 맞으면 맞는 것이지 ‘과장’이란 결론은 군조사 결과 치고는 심히 적절치 않다. 결국 한 소장 주장에 이유는 있지만 김 전장관의 체면도 있고, 정치적 고려도 있고해서 양측 말을 적당히 봉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701 정보단장인 윤영삼대령의 경위서에 ‘장관 지시로 삭제됐다’는 부분이 있긴 하나 이를 굳이 원용하지는 않겠다. 그렇다 해도 조사 결과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모든 가능성을 열거한데 대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했다는 것이 김전 장관의 삭제지시 부분에 해당한다는 게 조사 내용의 요지다. 이 내용만으로는 삭제된 항목이 있고 하지만 김전 장관의 그같은 지시를 삭제지시로 볼 것인지는 심히 판단키 어려운 건 인정한다. 그러나 어떻든 징후가 보고된 것만은 사실이다. 복잡하니까 다시 정리하라고 했다고 하여 국방장관이 소임에 충실했다고 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재정리를 지시해도 일단 도발 징후 부분에 대한 구체적 확인 등 관심표명은 있었어야 하는 것이 국방을 책임진 자세라고 보아 마땅하다. 만약 정치적 사안을 고려해 달갑지 않은 보고가 삭제된 것에 만족,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런 국방장관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우려하는 것은 국방은 단 1%의 누수도 용납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국방부의 특별수사는 뭣 때문에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양측 논란을 적당한 선에서 수습하기 위한 ‘맞춤조사’의 인상이 너무도 짙다. 미진한 실체규명에 대해서는 어떤 경로로든 분명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군은 이를 계기로 지휘 및 보고체계를 더욱 확고하게 확립하는 노력을 가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방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테러 안전지대인가

지난 12일 인도네시아의 휴양지인 발리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폭탄 테러는 새삼 테러의 공포를 전지구촌에 확산시켜 주고 있으며, 지구촌 어느 곳에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180여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발리섬 테러는 아직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슬람 테러단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알 카에다의 동조세력 개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대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지난 수일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는 테러와 관련된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일 예멘에서의 프랑스 유조선 폭발 사건, 8일 쿠웨이트에서 훈련중인 미군 피살 사건, 10일 필리핀에서의 영사관 폭발 사고 등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테러 행위로 인하여 세계는 불안해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미국의 심장부가 있는 워싱턴과 인근 지역에서 의문의 연쇄 총격사건이 발생하여 8명이 사망하였으며, 이 사건이 혹시 부시 대통령의 대이라크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테러조직과 관련된 것은 아닌가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발리섬 폭발 테러 비슷한 시각 인근에 있는 미국 영사관 부근에서도 폭발사고가 발생, 미국 수사요원을 급파, 사건을 조사 중이다. 지난 해 뉴욕에서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폭발 테러 이후 전세계에 테러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테러를 방지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수차례의 회의를 통하여 공동 해결방안을 모색하였으며, 이에 유엔도 동참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방지책 수립도 없이 테러는 확산되고 있어 지구촌은 불안하다.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이런 국제적인 규모의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세계 어느 곳보다도 안전한 치안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개선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오는 12월 대선으로 인하여 이완된 치안질서가 확산되고 있어 혹시 국제테러 조직이 침투할까 염려된다. 실제로 각종 강도사건 등이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어 국민적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정부는 해이된 치안질서를 재확립하고, 공항이나 항만에 대한 철저한 검색을 통해 국제테러 조직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검찰로 넘어간 지방선거사범

중앙선관위의 6·13 지방선거 비용 실사 결과는 선거 악폐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비용 축소 또는 누락보고, 자원봉사 대가제공, 선거사무 관계자의 수당 등 초과제공, 유권자에 대한 기부행위 등 불법·타락양상이 여전히 판치고 있다. 이 중에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단체장의 당선무효에 관련한 본인 및 직계가족, 선거사무장 및 회계책임자의 위반사실 적발이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4명 등 6명을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이의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물론 검찰수사와 법원의 확정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선관위 실사가 솜방망이에 그친 것 같아 불만이다. 제한된 인원과 제한된 시일에 방대한 지방선거 비용을 실사하는덴 애로가 상당할 것으로 알기는 알지만 특히 당선자 본인의 위법사실을 단 1건도 적발치 못한 것은 이해가 안간다. 그러나 어떻든 중앙선관위 실사는 끝나 이제 일은 검찰로 넘어갔다. 지역사회의 경우, 인천시장의 회계책임자가 고발된데 비해 경기도내에선 당선된 단체장의 당선무효에 연관된 사람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예는 1건도 없다. 이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로 다만 도지사 선거1명, 시장·군수선거 28명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 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도 당선무효가 나올만한 관련자와의 혐의가 아주 없다고는 믿기가 심히 어렵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렸다. 수사권이 없는 선관위가 그나마 문제 제기를 했으면 수사권이 있는 검찰은 실체적 진실 규명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은 당선자 등과의 관계다. 지방의원 선거사범도 물론 엄단돼야 한다. 그렇긴 하나, 민선의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는 단체장이 불법 부정선거로 됐다면 민선의 본질이 완전히 훼손된 것이다. 어느 선거든 예외없이 다 공명선거가 돼야 하지만 지방자치는 지방선거부터가 깨끗해야 성공한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여러가지 이유 중엔 지방선거가 다른 선거 못지않게 타락양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크게 작용한다. 6·13지방선거의 공소시효는 오는 12월 13일로 만료된다. 비록 선관위 실사에 적발되지 않았다 하여도 능히 응징할 시일은 있다. 선거사범 처리에 정당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반사회적이다. 검찰은 형평성 있는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가려 선거사범의 악폐를 일벌백계로 척결하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중·고교 하나 없는 고양동의 경우

주민 2만여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 중·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다면 분명히 잘못된 교육행정이다.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올초 새학기를 앞두고 인근 다른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거나 강당 등에서 수업을 하는 등 학교와 교실이 부족한 것은 도내 전역이 비슷하지만 최근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고양시의 경우는 너무 심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구파발과 인접한 신흥 아파트 개발지역인 고양시 고양동 일대는 소규모 아파트 개발로 학교부족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5천여가구가 거주하던 고양동에 1997년부터 공동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아파트 5개 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7천500여 가구, 2만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초등학교 하나만 있을 뿐 5년이 되도록 초·중·고등학교가 하나도 신설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고양동 지역 중학생들은 관내에 중학교가 없어 인근 관산동·삼송동 등지의 중학교에 다니고 상당수 학부모들은 통학시간이 비슷하고 교육여건이 나은 서울의 중학교로 자녀들을 편·입학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동의 학교실태는 관내 유일한 초등학교인 고양초등학교의 학년별 학생수만 봐도 알 수 있다. 1학년은 383명(9개 학급)이지만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전학자가 많아 6학년은 242명(6개 학급)에 불과하다. 반면 고양동보다 인구가 적은 중산지구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2개, 고등학교도 1개가 있다. 고양동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신도시 지역과 교육환경을 비교해볼 때 같은 세금을 내고 사는 고양시민으로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도시계획 과정에서부터 세워졌어야 할 학교가 아직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 무성의 ·무계획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고양동 주민들과 고양환경운동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고양지역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2004년 중학교 개교는 사실 너무 늦다. 2003년도 3월에 개교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 7천500여 가구에 인구 2만여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 초등학교 1곳, 중·고등학교가 전무하다니 교육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하다. 고양시와 고양교육청의 책임이 크다.

이판에 노는 날로 시비삼는 이 정부

세계 주가와 함께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 둔화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부동산 거품이 걷히면서 소비가 위축돼 걷잡기 어려운 불황이 전망된다. 가계대출의 부실이 가져올 후유증도 적잖다.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 예견된다. 여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본격화하면 작용될 유가 급등등 설상가상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사정이 급박한데도 정부는 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고작 미봉책에 급급한다. 국민 사회엔 점점 더 불안감만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토록 어려운 판에 정부가 주5일 근무제 입법을 졸속으로 서둘러 재계와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불황 타개책보다 노는 문제를 앞세워 분란만 부채질 하는 것이 이 정부다. 연간 휴일수가 136∼146일로 늘어 선진국의 평균 126.8일보다 많고, 첫 시행시기를 2005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 등이 재계의 주장이다. 이에비해 노동계는 3년내 주5일제 도입 완료, 임금보전 등을 요구하면서 역시 정부 최종안에 반발하고 있다. 규제개혁위 민간측 위원인 김대모 중앙대 교수가 정부의 최종안 개악에 이의를 제기, 사퇴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산업여건의 성숙도에 따라 시행시기를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최종안은 20∼50명 사업장은 2007년 7월, 20명 미만은 2010년까지로 시기를 앞당겨 개악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노동문제 전문가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도 없다. 분배가 없으면 삶의 질 개선도 있을 수 없다. 노는 날이 많다 하여 무작정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5일 근무제는 선진국 제도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노는 날을 늘리기에 힘쓰기 보다는 선진국으로 가는데 힘을 더 모아야 할 때다. 이런 시기에 선진국보다 더 앞서는 주5일 근무제 모방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 최종안의 국회 상임위 심의에 맞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잇다. 경제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실정에서 노는날 늘리는 것을 앞당기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노동계의 빌미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이 정부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에 주5일 근무제를 관철할 요량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졸속법안의 통과를 서둘고 있지만 당치않다. 추진하더라도 노·사·정의 원만한 합의하에 해야 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정부안은 철회돼야 한다.

‘국어기본법’제정 환영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9일 밝힌 가칭 ‘국어기본법’안의 ‘국어능력인증시험제’ 실시는 국어가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 바로 잡겠다는 방침으로 환영해 마지 않는다. 문화관광부가 또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를 적극 추진키로 한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늘날 국제화 사회에서 영어 등 외국어 사용은 물론 중요하다.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친 영어 중시로 국어가 되레 위축됐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국어 환경을 개선코자 제정할 ‘국어기본법’은 ‘국어능력인정시험’과 함께 ‘나라 말과 글에 대한 기본원칙’ ‘어문규범 준수’ ‘외래어 표기법 통일 및 순화’ ‘국어정보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국어능력인정시험은 국어수준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정부는 국어능력을 측정, 이를 등급별로 세분화하는 방안과 100점 만점에 최소 60점을 받도록 과락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급별로 세분화할 경우 영어의 토플이나 토익처럼 대학입시와 입사시험 때 점수만 제시하면 사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어에 대한 기본 능력이 없는 사람은 대학입학이나 취업에도 불이익을 주는 과락제도이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은 ‘국어능력인증서’ 없이는 설 자리가 없어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인증서가 있어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 뿐더러 공무원이 된 후에도 공무원교육원에서 의무적으로 국어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본란은 인증시험제도의 시행 방법은 두가지 중 100점 만점에 최소 60점을 받도록 하는 과락제도가 보편성이 있다고 본다. 국적 불명 외래어·외국어가 남발되고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국어환경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국가경쟁력마저 잃을 우려가 있다. 유네스코에서 한글을 세계에서 유일란 최고의 기록문화유산으로 보면서도 100년 내에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 해서는 안된다. 만일 국어능력인증시험을 거부하거나 반대한다면 한국인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국어기본법 제정과 한글날의 국경일 환원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기대되는 ‘경기도 환경영향평가제’

경기도가 내년 7월부터 독자적인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한마디로 각종 개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사전 차단한다는 방침으로 효과가 크게 기대된다. 특히 현재 중앙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제도만으로는 난개발이나 환경파괴를 더 이상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시의적절하다. 그동안 경기도는 정부의 주택건설 공급정책에 따른 택지개발이나 산업단지, 각종 건설자재 채취사업 등 대규모 사업으로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이 크게 파괴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병행해 지역 곳곳에서 사전 평가 없이 진행돼 온 갖가지 중·소 개발사업으로 인해 난개발의 멍에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다 도시개발, 골프장 및 도로건설 등으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의 50/100 범위내의 단위사업에 대해 철저한 환경 평가를 실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겠다는 경기도의 방침은 그래서 당연하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12만5천∼25만㎡ 규모의도시개발을 비롯, 대지 및 택지사업, 아파트단지 및 묘지설치 등 국가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규모 미만의 10개 분야 42개 단위사업들은 ‘경기도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됐다. 관광단지 개발부문의 경우, 15만∼30만㎡ 규모의 관광단지·온천·유원지 개발사업 등 6개 사업과 체육 및 폐기물 설치사업, 토석 및 모래 채취 등도 경기도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으면 시행이 불가능하다. 평가항목도 기상·지형·수리 등 자연환경분야, 생활환경분야,경제환경분야 등 모두 3개분야 23개 항목이어서 철저한 평가가 기대된다. 경기도의 독자적인 ‘환경영향평가제’도입은 환경오염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 지역적 여건을 반영해 환경파괴를 막는 제도다. 대상사업장들의 이견이나 반론이 있을 수 없다. 경기도는 환경영향평가 조례 및 시행규칙 제정, 담당부서 인력 확보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바란다.

노벨평화상에 로비라니?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극비 로비설이 관련된 최규선 문건의 뉴스위크 한국판 보도는 충격이다. 일본 열도는 올 노벨상에 고시바 마사토시의 물리학상, 다나카 고이치의 화학상 등 잇따른 수상 낭보로 환성의 도가니에 잠겨 있다. 이런 판에 지난해 받은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스켄들에 휩쌓이는 것은 유감이다. 대통령의 수상엔 내치의 실정으로 다소 냉소적 사회정서가 없지 않았으나, 어떻든 우리로선 첫 수상이란 점에서 가졌던 대승적 견지에서 가졌던 긍지가 그나마 훼손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최씨는 1998년 김 대통령 당선자 보좌역을 지낸 실세 측근으로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배경삼아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문제의 문건은 ‘M프로젝트’와 ‘블루 카펫 프로젝트’로 블루 카펫은 노벨상 수상식에서 까는 푸른 융단을 의미한다. 내용은 서너개의 세계적 인권상을 미리 수상하고 노벨상 선정위원에 대한 맨투맨식 접근, 외국인 인맥을 통한 섭외 등으로 됐다. 이같은 프로젝트가 실제로 수상에 영향을 끼쳤다고는 믿고싶지 않으나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자체가 수치다. 이에 청와대는 ‘최씨 혼자 만든 문건으로 터무니 없다’고 발뺌을 하지만 1999년 4월2일 당시 박지원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에게 보낸 것으로 된 팩스 문건은 그 정황이 사뭇 구체적이다. 루스벨트 자유상을 섭외한 내용으로 ‘루스벨트재단 휴블 이사장이 대통령님께 올리는 편지를 보내와 수석님께 전한다’는 문맥은 결코 최씨 단독 작품의 시나리오로 보기가 어렵다. 또 김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남북관계가 풀려가지고 노벨평화상도 받을거야. 그때도 자네가 역할을 해줘”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최씨의 증언과 무관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다. 이 문건을 보도한 16일자 뉴스위크 한국판은 당초 표지에 실었던 박지원씨 사진을 삭제하기 위해 하루늦게 발매한 것으로 알려져 외압설마저 일고 있다. 물론 그 진위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전후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가 보도된 최씨 문건 내용에 대해 단순히 ‘아니다’라는 부인으로 석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인정할 부분은 솔직히 시인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의 제반 의혹에 처음에는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는 사실로 밝혀지곤 했던 경험에 비추어도 무작정 단독 문건으로 몰아대는 것은 무익하다. 최씨가 아무리 권력지향적이었다 해도 혼자 그같은 수상 로비문건을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객관적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