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회가 과연 국회인가

“본회의장 입구 안쪽에 위치한 복도와 휴게실도 본회의장에 포함하는 게 관례”라는 국회사무처의 해석은 편법이다. 본회의장은 발언 및 표결이 가능한 의사 진행의 법률적 공간을 지칭한다. 본 회의장 입구 안쪽 복도나 휴게실선 발언과 표결이 불가능하다. 설사 이곳에서 무슨 말(발언)을 했다 하여도 의사진행과는 무관하다. 또 복도와 휴게실 발언(말)까지 원외 면책권이 적용될 순 없다. 의사진행 현장의 본회의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썽이 된 8일 오후 4시50분께 김태식 부의장 사회로 정회가 선포되기 직전에 통과된 발명진흥법 등 20여건의 법률은 당연히 무효다. 재적의원 과반수인 137명을 채우지 못한 단 70여명만이 본회의장에 있어 의사정족수가 미달됐기 때문이다. 의사정족수 미달을 국회사무처 직원이 확인, 의원 끌어 모으기 위한 정회를 사회자에 요청해 놓고도 20분이 넘도록 성원을 못이룬 국회사무처가 복도와 휴게실에 60여명이 있었으므로 재적의원 과반수를 채운 상태라는 억지 해석은 궤변이다. 그 60여명이란 것을 확인할 객관적 신빙성도 없다. 헌법(49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을 원칙적 의사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대통령 선거에 정신이 팔려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불법적 의결 추태는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명색이 입법기관이며 헌정의 본산인 국회부터가 이처럼 위헌을 태연히 일삼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마땅히 위헌 소청 감이 된다고 보아 의사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통과가 선포된 법률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국회가 농뗑이 국회인 것은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통과를 선포한 법률의 효력이 의심되는 성원 미달로 헌법을 위반한 지경에 이른 데는 더 할 말이 없다. 일찍이 ‘하늘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지탄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국회가 자성을 하기는 커녕, 그야말로 하늘아래 둘도 없는 엉터리 법안 통과까지 저지른 것은 나라의 수치다. 복도와 휴게실을 내세운 국회사무처의 편법은 결국 위법이다. 관행이 정말로 그러했다면 위법이었으므로 그같은 관행은 철폐돼야 한다. 의사정족수를 어긴 국회의 위법과 무책임은 반드시 문책돼야 한다.

李후보, 왜 선거법개정 유보하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정치관계 개혁입법 중 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에만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법 개정의 골자는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것으로 이미 중앙선관위가 그 시안을 제시, 필요성을 강조한바가 있다. 본란 역시 정기국회 폐회 직전까지 선거법 개정을 수차 강조한바가 있다. 선거법 개정은 이번 대선부터 적용돼야 하고, 선거법 개정이야말로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선거법 개정의 정치개혁을 회피하는 것 밖에 안된다. 대통령 선거를 한번 치르는데 수 조원이 들고, 과열을 부추기는 수백만 군중동원을 일삼음으로써 ‘선거망국’지경의 폐해가 극심했던 것은 이미 뼈아프게 체험한 사실이다. 그래서 돈 덜들고, 차분하면서, 정책판단의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새로운 대선이 간절히 열망됐고 이에 부응한다고 보는 것이 선거법 개정시안의 골자다. 이에 관련된 신문 및 방송의 합동 광고, 방송연설 횟수 확대, 텔레비전 합동연설회 신설, 정당연설회 및 거리유세, 유급사무원 축소, 정치자금 기부금 공개 등을 둘러싼 정당간의 이견은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시안의 취지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 한나라당이 유지를 주장하는 정당연설회 및 거리유세를 민주당은 전면 폐쇄로 가닥을 잡고, 정치자금 기부자 공개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비해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민주당의 상반된 주장이 이마를 맞대면 합의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이해하기 어려운 유보적 태도를 보여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 측으로부터 마치 정치개혁 의지가 없는 것처럼 공격을 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선거도 정치다. 정치는 당장 좋은 입장보단, 불리해도 원칙으로 가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12·19대선은 오는 27일부터 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다. 선거법 개정은 이 후보가 못박은 오는 14일까지 처리하고자 하는 부패방지법,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등과 함께 마음만 먹으면 능히 개정이 가능하다. 선거법 개정의 일방적인 유보 보다는 상대당과 함께 논의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을 계속 거부하여 돈타작 선거, 대군중 동원, 비방선동 등 망국적 현상의 종전 폐해가 되풀이 된다면 이 후보는 이에 면키 어려운 그 책임을 유의해야 한다.

2003학년도 수능의 문제점

재수생이 수능성적을 비관하여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 평균점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입시기관과 모든 언론의 예측보도와 관련된 것이어서 사회적인 문제점이 있다. 또 다른 불상사가 잇따를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변이 없는 한’작년과 재작년의 중간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7일 가채점 결과 예상을 빗나갔다. 수능점수는 재작년에 전체 수험생 평균 27점 상승했다가 작년에는 66.5점 하락해 널뛰기 한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다음달 2일 발표되는 최종 성적을 지켜봐야 하지만, 난이도 맞추기가 이렇게 힘드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수능난이도 조절 실패의 악몽이 또 다시 가시화된 것이다. 이번에 난이도 조절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고3 재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단국이래 최저라던 지난해 고3보다 더 낮은 학력저하 현상을 출제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 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던 교육당국의 방침과 다른 것이어서 난이도 실패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수능은 ‘이해찬 1세대’의 한해 후배이자 ‘이해찬 2세대’인 이번 고3학생들에게 ‘1세대’와 같은 분위기가 있는 게 그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고1,2학년은 공부 안하고 노는 시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대부분 학교들이 수시 모집 합격률을 높이려고 많은 학생들에게 ‘수’를 주기 위해 학교 시험 문제를 쉽게 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력저하는 현행 절대 평가와 수시 모집의 결함이 빚어낸 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나 평가원이 올해는 대학들이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수험생들이 전 영역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1학기 수시합격자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올 수능 난이도는 적정했다고 밝힌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난이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05학년 부터는 원점수 대신 수험생의 성취도를 알려주는 표준점수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임시변통식 같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교가 만족해하는 백년대계의 수능시험이 언제나 제대로 실시될는지 걱정스럽다.

그래도 조폭은 엄단돼야 한다

서울지검 강력부의 파주 조폭 살인혐의 사건 수사는 구타사망의 불상사를 내긴 했지만 그래도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홍경령 검사는 사망 사건에 책임이 있어 구속되긴 했으나 조폭 살인혐의는 그가 3년이나 추적해온 사건이다. 만약 돌발 사건으로 인해 수사를 중단하면 조폭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밖에 안된다. 반사회성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역기능이 우려된다. 구타사망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모든 피의자에 대해 균등한 인권보호 차원에서다. 이로 인해 조폭에게 추호라도 반사적 이익이 돌아가서는 안된다. 문제의 조폭 수사는 불행한 사건의 단초라 할 도주한 조폭 일원을 검거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숨진 조모씨와 함께 연행했다가 놓친 당해 혐의자를 다시 체포하는 게 급선무다. 조폭 엄단은 비단 이만이 아니다. 전국에 걸친 조폭에 대해 단속이 절실한 것은 대부분 이들의 범죄가 생활침해 사범이라는 점이다. 유흥, 유통, 사채, 마약류, 시설업 등 이밖의 여러 분야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이권을 장악, 기업형 자금줄로 삼는 조폭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심히 해치고 있다. 선량한 업자에게 위해를 가하고 무고한 시민을 협박하기 일쑤인 공포수단은 한마디로 인권유린을 다반사로 삼는다. 이같은 조폭의 반사회성은 사회방어를 저해하는 큰 병리로 작용,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이들 조폭을 소탕하지 않고는 사회공익의 대표기관인 검찰의 소임을 결코 다한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이들에 대한 단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폭이 그 성격상 지닌 끈질긴 뿌리를 발본색원하는덴 힘이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이 정부 들어서는 특정 세력과 연계의 의심이 짙은 정치색 조폭까지 등장해 그 폐해가 컸다. 어떻게 보면 이 이면사회는 크고 작은 조폭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이 이런 조폭 엄단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당위성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의 조폭 구타사망 불상사가 있다 해도 잘못은 잘못이고 해야 할 소임은 또 어디까지나 본연의 소임이다. 검찰조직이 매도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마땅히 자성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 해서 조직의 기능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파주지역 조폭의 살인혐의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는 노력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전국체전에서 건투를!

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8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선전할 것을 다짐한 경기·인천선수단이 엊그제 결단식을 갖고 장도에 올랐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경기도는 2년만에 종합우승 탈환을, 인천시는 5연속 중위권 진입을 목표로 필승의 결의를 다졌다. 본란은 1천만 경기도민과 260만 인천시민의 환송을 받으며 장도에 오른 선수 및 임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경기도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종합 3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는 반드시 종합우승을 되찾아 ‘체육웅도’의 명예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도는 이미 올해초 동계체전을 시작으로 전국소년체전, 생활체육 한마음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저력이 있다. 특히 11연패를 목표로 피땀 흘린 육상을 비롯, 지난해 부진했던 수영, 사이클, 조정 등 열세종목과 비인기종목의 전력을 강화한 만큼 올 전국체전에서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다만 만년 준우승을 탈피하려는 서울시와 지난해 처녀우승을 달성한 충남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지만 경기도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 최선을 다한다면 정상탈환은 이상 없을 것이다. 인천선수단에 거는 기대도 매우 크다. 지난해 인천은 8위의 성적으로 4연속 중위권을 달성했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토대로 7위 목표를 기필코 달성할 것으로 믿는다. 인천시는 전략종목인 양궁, 궁도, 볼링 등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고 구기 종목과 기록 종목 등에서 선전한다면 중위권 시·도를 앞질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보디빌딩을 비롯해 수영 등 개인종목도 중위권 진입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전국체전은 단순한 체육경기가 아니다.전국 각 시·도의 역량이 총결집된 각축장으로서 전국체전 우승은 모든 분야에서 전국 제일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경기·인천 선수들은 필승의 신념과 불굴의 투지로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해 반드시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그동안 기량을 연마해온 경기도와 인천선수단들의 투혼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무쪼록 선수·임원들의 건투를 빌어마지 않는다.

유류수입 주행세, 문제점 많다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유류를 평택항을 통해 수입하는 업체들이 평택시에 내야할 주행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원인은 해당 업체들의 납세의식 부족이 문제지만 복잡·불편한 제도 탓이라고 본다. 관세·수입부과세·교통세 등 국세는 통관과정에서 모두 직권 징수되거나 특별관리돼 체납 및 탈루 발생소지가 거의 없지만 지방세인 주행세는 납세방법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주행세는 휘발유· 경유 등을 수입할 경우 통관 후 15일내에 통관지의 지방자치단체에 수입내역을 신고한 뒤 교통세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진 납부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자진납부를 명문화함으로써 징세의 허점을 이용, 신고자체를 누락시키거나 체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P오일, O오일, P사 등 14개 업체가 지난해부터 올 9월말까지 평택항을 통해 5조5천855억7천만원 상당의 유류를 수입해왔으나 지방세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298억원의 주행세만 납부했다. O오일이 115억원, P사가 8억3천여만원, S석유, T사 등도 주행세를 평택시에 납부치 않아 이들 유류수입 업체들이 체납하거나 탈루 의혹이 있는 금액이 전국적으로 5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15일간의 수입물량 취합 과정에서 누락되는 직원 실수가 발생, 주행세를 내지 못했거나 자금 사정이 악화돼 분납조건으로 납부유예를 신청한 경우 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행세 조기 완납 및 탈루방지는 우선 자진납부제를 폐지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수입이 수시로 이뤄지는데도 15일내에 그 물량을 모두 취합, 주행세를 계속 자진 납부하는 복잡한 절차보다는 국세와 같이 통관과정에서 세금이 부과되고 징수될 수 있도록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관지 지방자치단체가 주행세를 징수한 뒤 또 다시 다음달 10일까지 유류수입 총본산격인 울산광역시에 송금했다가 징수비율에 따라 재배분 받는 절차도 복잡하다. 이러한 제도는 징수에도 문제가 많고 징수 후에도 수행해야 할 중복 과정이 많다. 유류수입 주행세는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남북관계 재조명의 필요성

최근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켈리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였을때 북한측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실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북일관계 등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조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는 소위 햇볕정책으로 지칭되는 포용정책을 추진하였으며 또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통하여 남북간의 장관급 회담, 이산가족상봉, 경의선 복원 등과 같은 각종 교류와 협력사업이 진전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서해교전과 같은 북한의 의도적 도발 행위는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민족화해의 실질적 성과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간 교류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 교류의 폭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측면과는 달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인식에 대하여 국민여론을 무시한 일방적 펴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상당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북한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대북정책을 추진하여 오히려 남한사회에서 남남갈등을 유발시켰다는 인식하에 더이상 퍼주기식의 햇볕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에 부정적인 강경론자들은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실질적인 대북정책의 수행은 안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남한의 대통령 선거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존재는 남북관계 설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북한도 남한의 대선을 의식하여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며 남한 역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따라 상당한 가변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 문제는 남남갈등의 확산문제와도 직결된 상황이다. 남북문제는 정권적 차원에서 추진해서는 안된다. 비록 통일이 한민족 최대의 목표이기는 하지만 감정적인 차원보다는 합리적 차원에서 실질적 접근을 해야 된다. 특히 대선에 정략적 이용은 안된다. 우선 북한이 핵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남북관계를 재조명해야 될 것이다.

검찰사상 초유의 이 불상사

피의자 구타 사망, 법무부장관·검찰총장 첫 동반 퇴진, 현직검사 독직혐의 영장 청구 등 이 일련의 하나하나가 다 검찰사상 초유의 불상사다.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외풍에 시달려온 검찰이 이번엔 돌발된 내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김정길 법무부장관의 사퇴는 이 일이 아니고도 문제가 없지 않았으나, 이명재 검찰총장의 재임 10개월만의 퇴진은 검찰을 위해 불행하다. 검찰상 확립을 위해 나름대로 묵묵히 노력해온 인재를 잃은 것은 대선 등 국가 대사를 앞두고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홍경령 검사도 일말의 동정은 간다. 완전범죄로 은폐될 뻔한 조직폭력배의 살인사건을 3년이나 추적한 끝에 붙잡은 피의자를 수사하다 잘못 숨지게 해 되레 피의자로 전락, 영장이 청구된 것은 젊은 청운의 나이가 아깝다. 그러나 구타 경위가 어떻든 피의자 사망의 중과실에 주임검사의 책임이 면탈될 수 없고, 검찰 총수의 도의적 책임이 불가피한데 우리 모두의 불행이 있다. 검찰은 사상 초유의 모진 이 시련을 강압수사를 근절하는 값비싼 교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임의 진술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강압에 의한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강압수사에 의한 자백에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은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피고인의 강압 주장보다는 왕왕 검찰의 조서작성 내용에 더 무게를 둔 오래 전 관행의 상존이 없지 않아 고문 또는 학대 등 강압수사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이의 근절을 위해서는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인식 전환과 함께 인력 및 장비, 수사비의 현실화 등 여건의 열악성도 아울러 개선돼야 한다. 어떻든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은 사건 직후 서울고검으로 전보 조치된 전 서울지검 강력부 노상준 부장검사 또한 사표를 내는 등 후유증은 아직도 심각하다. 앞으로 지휘부에 대한 징계나 문책성 전보가 또 있을 것으로 보여 검찰 내부가 당분간 뒤숭숭한 분위기를 면키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검찰총장의 기용이 관심사이긴 하나, 누가 되든 검찰 본연의 자세는 그 주체가 되는 검사들이 먼저 지키고자 하는 비장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오랜 외풍 속에 겪는 내풍의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은 바로 이 길 만이라고 믿는다.

사회복지시설을 돕자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이 추위에 떨고 있다. 대선을 앞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12월19일까지 정치인들이나 자치단체장들이 불우이웃 관련 시설을 방문할 수 없는데다 경기마저 침체 국면이어서 온정의 발길이 줄어들어서다. 매년 연말이면 찾아오는 자치단체 등의 격려금이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 운영비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터주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뚝 끊기게 돼 난방은 커녕 끼니걱정까지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현재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1인당 연간 100여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나오고 있으나 그나마 미인가 시설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이 없다. 경기도 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난방비 88만원이 고작이다. 본보의 보도에 따르면 전세로 얻은 주택에서 장애인 5명을 수용하는 수원의 ‘작은 예수봉헌자회’는 종교단체에서 매월 100여만원씩 지원해주는 게 전부다. 부천의 ‘언덕의 집’도 지난해까지는 후원금이 매달 30만∼40만원씩 답지했으나 올해는 월 15만원 정도로 급감했다고 한다.노인 11명을 수용하고 있는 용인의 ‘나눔의 집 ’은 원장 부부가 막노동 등으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사회복지시설이 거의 비슷해 연말 연시 온정이 끊길 경우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다. 도내 경로당도 궁핍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겨울 6천376개 경로당 가운데 지역난방과 중앙난방이 가능한 공동주택 670곳을 제외한 나머지 5천706곳의 난방비로 1곳당 3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원시의 경우 차등지원을 통해 경로당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나머지 시·군은 1998년 정부가 책정한 30만원에 불과하다. 도가 지난해 11월 도내 경로당 난방실태를 조사한 결과 겨울기간인 11∼3월의 난방비 사용료가 무려 82만9천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원비 3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더구나 기름값이 계속 인상돼 타격이 크다.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의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국·도비 인상, 지원 방안이 가장 시급하지만 기업체·사회단체의 성금 기탁은 당장 눈앞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길이다. 십시일반으로 돕는 시민들의 온정도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해 준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별한 대책을 촉구하고자 한다.

기관·골프장 공생, 척결해야

권력기관의 부킹편의와 골프장의 횡포가 공생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본지에 연일 보도된 골프장 횡포 실태는 대체로 이러한 판단이 선다. 시설사용료(그린피) 및 캐디백 운반차비(카트비)의 변칙 징수, 대중홀의 정규 요금 징수, 클럽하우스의 식·음료 바가지 가격, 심지어는 농·수산물 선물세트 폭리 등 그 형태 또한 가지가지다. 의문시 되는 것은 또 있다. 불법 건물이나 불법시설물 같은 것도 눈감아 주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맹독성 농약을 마구 뿌려 환경을 망치는데도 모른 체 하지 않는가 하는 의심 또한 지울 수 없다. 골프장의 이같은 횡포는 모두가 단속대상이다. 그 유형에 따라 행정당국 또는 수사당국, 혹은 세정당국과 연관되는 불법·부당 투성인데도 예사로 자행되고 있다. 단속해야 할 기관에서 단속을 않기 때문이다. 단속기관에서 단속을 외면하는 것은 평소 골프장 부킹에 VIP 대접을 받는 특혜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다. 예컨대 얼마 전에 경기도청은 부킹 전담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뿐만이 아니다. 각 시·군에서도 거의가 없다할 수 없다. 이밖의 내로라하는 기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은 업무 관련의 갑작스런 의전용이 생길 수 있어 그런다고 말하지만 당치 않다. 부킹 편의의 대부분은 기관 자체의 오락용이다. 설사, 의전용이라 하여도 골프 부킹에 권력기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로 인해 골프장 회원들이 지닌 기득권의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하지만, 회원들을 위해서기 보다는 영향력 자체가 결코 온당치 못하므로 해서는 안된다. 해서는 안될 부킹청탁 편의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그 대가로 골프장 횡포가 묵과되는 개연성은 참으로 개탄할 현상이다. 골프장 부킹에 관한한 도내 지역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면치 못하는 부패현상을 이젠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골프장의 횡포를 단속, 폭리 등 방자한 운영을 근절할 수가 있다. 부킹을 둘러싼 권력기관과 골프장의 유착은 골프장이 많으면서 수도권인 경기지역의 지형적 특수부패이기도 하다. 마땅히 감사원의 특별감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지역사회 자체의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감독기관이나 단속기관은 지금부터라도 대골프장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횡포를 척결해 보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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