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입법의 무산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정치개혁 관련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 비리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다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개혁 특위 협상에서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 등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비리척결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 모임에 불참했다. 결국 정치개혁 관련 입법은 당리당략에 밀려 무산되고 말았다. 예컨대 한나라당은 선거법 개정에 대선을 한달 남짓 앞두고 게임의 틀을 크게 바꾸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민주당의 미디어선거 확대와 정당연설회 폐지만이라도 합의하자는 요구를 거절했다. 민주당은 현 대통령을 의식, 부패방지법 개정에 특정 대상을 명문화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토록 하자는 한나라당의 수정 제의마저 반대했다.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선거관계법, 정당관계법 등 그 어느 것 하나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 그간의 정치개혁 구호가 구두용이었을뿐, 정작 개혁의 의지는 없었다는 것 밖에 안된다. 대통령 선거는 오는 27일부터 공식화 된다. 정치개혁 입법을 다시 논의할 시일이 이젠 사실상 없다. 정치개혁을 말로만 무성하게 늘어놓고 반개혁적 환경 속에 선거를 맞이할 지경이 됐다. 정치권은 한마디로 국민을 농락했다. 자기들이 먼저 해 보여야 할 정치개혁은 외면하고는 표만 달라고 한다.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 돈 안드는 대선 등을 접어 둔채 말로는 지금도 별의별 소릴 다 한다. 정몽준 대선후보를 낸 국민통합21도 자유로울 수 없다. 원내 교섭단체를 갖지 못해 정치개혁 입법의 협상 대상에 들지 못했다 하여 책임이 없는 게 아니다. 명색이 대통령 후보를 낸 정당이라면 정치개혁 입법에 어떤 입장을 밝히고 입법을 촉구해야 할 터인데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였다. 역시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다할 수 없다. 문제는 그래도 이런 정당에서 내놓은 후보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이다. 판세가 1강2중 구도라면 이같은 전망이 불가피하다. 정치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정치개혁의 실종에 구구한 변명이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위하다. 책임을 져 보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WTCA 亞·太 회의, 성과 크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2002 세계무역협회(WTCA)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가 어제 성공리에 폐막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가진 회의엔 토졸리 WTCA 총재, 10개국 WTC 대표단 및 14개국 무역사절 등 주요 해외인사 200여명과 국내 재계 등 900여명 모두 1천100여명이 참가하였다. 지난해 4월 WTCA 서울춘계총회에 이어 이번엔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를 또 한국에서 개최함으로써 국제사회에 WTCA를 선도하는 국가로 부각됐다. 특히 수원에서 행사를 가진 것은 경기도의 위상을 명실공히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확립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역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토졸리 총재와의 면담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명예도민증서를 주며 경제협력 방안에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눈 것은 매우 유익하였다. 미 해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하고 1970년 WTCA 창립이래 30여년 총재로 재임하는 그는 남북한 동시 WTCA 가입을 이끈 주역이다. 따라서 손지사와 토졸리 총재의 면담은 WTCA의 대북지원 시스템과 협력을 통한 남북경협의 지자체 모델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 캄보디아 캄폿주와 경기도간의 우호협력 체결, 그리고 WTC의 다양한 회원사와 제휴 및 교류활성화 등 국제협력 및 교류의 폭 확대와 더불어 WTC 운영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 또한 큰 수확이다. 무엇보다 동남아지역의 해외무역 네트워크를 구축, 기존 무역상담회와 차별화된 비즈니스 매츠마킹으로 괄목할 수출증대 효과를 거둔 것은 큰 수확이다. 해외 바이어 130여명이 670여 국내 업체와 상담, 상담금액이 2억3천800만 달러에 이른 가운데 계약금액이 단시일에 3천900만 달러대를 돌파하여 수출 전망이 밝다. 사이버 무역상담을 포함한 대규모 수출상담회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또 일본 중국 등 주요거점 WTC와 자매결연을 추진, 동남아지역 대상의 해외지사 기능을 위한 업무제휴가 가능한 것 또한 기대할만 하다. 다만 한가지 북측 평양이 참석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새로운 남북창구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전망 된다. 이번 국제회의는 문화관광 및 첨단산업 시찰 등 지역사회에 파급된 긍정적 유·무형의 효과가 무척 크다. 아울러 국제회의 개최지로서의 경기도 이미지를 유감없이 창출하였다. 행사를 주관한 경기 WTC, 수원(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과 후원기관인 경기도의 그간 노고에 지역사회와 함께 깊은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

실학·효박물관 건립 무산?

경기도가 추진중인 대형 문화사업들이 무산될 처지라니 유감스럽다.사업계획 발표 당시 내용이 그럴 듯 해 기대를 걸었던 만큼 실망도 크다. 막대한 예산이 책정된 사업들이어서 즉흥적 행정이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경기도 문화정체성을 찾고 정신문화를 새롭게 창출한다’며 시작한 실학박물관 건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학박물관은 1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광주시 퇴촌면 일대에 2만1천174평 규모로 건립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실학박물관 건립 검토 간담회’에서 불가판정을 받았다. 건물은 마련할 수 있지만 유물 확보 부족으로 박물관으로써의 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연구기능을 우선하고 전시기능을 부수적으로 하는 가칭 ‘기전실학연구원’으로의 변경이다. ‘경기도의 자랑스런 전통가치인 효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선양한다’고 말한 효박물관도 1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2001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 용주사 일대에 3천900평 규모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효박물관 역시 유물확보 및 전시 등의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변경해야 할 상황이다. 당초 계획을 바꿔 전통생활·예절지도 중심의‘효행원’으로 운영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효박물관의 경우 이미 건축설계공모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돼 조감도까지 나온 상태여서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3만4천평 부지에 건립할 백남준미술관은 95억원의 예산이 올해 계상과정에서 아예 삭감돼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민선 2기에 확정된 문화사업들이 추진 도중 표류하고 있는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도 그렇거니와 전임 도지사 시절의 사업을 경시한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박물관에서 소장, 전시할 유물은 당장 모아지는 게 아니다. 다각적인 수집과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자료도 박물관에 보관할 유물이 된다. 실학박물관과 효박물관은 준공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내용을 보충하여 당초 목적대로 추진돼야 한다.

검찰의 항소 여부를 주목한다

형벌이 약하다는 주장은 인정상 차마 못할 일이긴 하다. 선처를 부탁한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엄벌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사회의 일상적 도리가 아니다. 이러면서도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에 대한 가벼운 1심 판결에 부정적 정서를 갖는 것은 공소사실이 결코 일상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아들의 지위를 이용해 32억원을 챙겨 특가법이 적용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형 집행유예 등의 처벌에 그친 것은 무거운 죄질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솜방망이다. 판결문에 묻어난 온정주의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형평성을 현저히 저해하였다. 재판 또한 대통령의 아들인 점이 간접 특혜로 작용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 둘째 형이 이미 실형을 받았으므로 정상을 참작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역시 일상적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땀흘려 허리끈을 조여가며 열심히 사는 서민 대중의 국민에게 한없는 무력감을 안겨준 권력형 범죄가 특정지위로 인해 온정을 받는 것은 사회방어를 위해서도 온당치 않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 저마다 가족 및 친인척의 비리척결을 다짐한다. 이것이 전 정권, 현 정권에 이은 다음 정권의 비극을 막는 길이다. 국가사회의 여망이 안긴 이같은 비리척결 재판에 마흔살이나 된 피고인을 마치 철이 없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감싸는 것은 심히 당치않다. 자유심증주의와 형량 재량은 법관의 독립된 권한이긴 하다. 이를 그 누구도 간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판의 결과에 대한 비판은 이 역시 독립된 자유다. 홍걸씨가 출소한 이튿날이 생일이어서 무슨 축하 케이크를 청와대에서 잘랐다는 보도는 듣기가 참으로 거북하다. 생일을 쇠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뭐가 어쨌다고 축하 케이크까지 잘랐다는 것인지,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것만 같아 매우 안타깝다. 1심 판결에서 추징금은 별도로 하더라도 검찰 구형은 징역 4년인데 비해 고작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그쳤다. 검찰 구형량의 절반이 깎였다. 이는 구형과 선고의 형량에 심각한 격차를 드러낸다. 항소심이 있게 된다면 그 또한 재판부의 권능에 속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그 결과가 어떻든 항소심의 유무다. 검찰의 항소가 있을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11월12일은 한국 국회 의정사상 가장 창피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는 지난 7일과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7개 법안이 정족수 미달인 상태에서 처리된 것이 말썽이 되어 국민적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12일 본회의에서 다시 상정하여 47개 법안을 재의결하는 의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11월12일은 한국 국회가 거듭나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회는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설령 의결정족수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도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많으며 정기국회 막바지에는 수십개의 법안을 이번과 같이 의결정족수를 계산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불법의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국회는 이를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국민의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그대로 법률로 확정, 행정부에 이송하였다. 심지어 회의장 주변이나 복도에서 서성거리는 의원들까지 의결정족수에 포함시키는 것이 관행이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하였을 정도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이고 또한 국회의원의 직분을 망각한 한심한 행태인가. 그러나 국민의 호된 질책과 박관용 국회의장의 결단에 의해 국회가 이번 표결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문제가 된 47개 법안을 재의결한 것은 의회정치 발전을 위하여 참으로 올바른 태도이다. 특히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성명서까지 발표하고 앞으로 재발방지 약속과 더불어 이의(異議) 유무를 묻는 표결방법을 폐지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의회발전을 위하여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고 더구나 국민의 삶의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뒤늦게나마 국회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받은 것은 국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불행중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더 이상 국회가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고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해주길 기대한다.

정치권, ‘특구법안’어쩔 건가?

경제특구든 경제자유구역이든 이의 지정은 특구다워야 하고 자유구역다워야 한다. 외국인의 투자환경에 만족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이 다투어 이렇게 가고 있다. 우리는 뒤늦게 시작한 관련법 제정부터 난관에 부딪혀 비틀댄다. 정치권의 집단이익 때문이다. 특구 또는 자유구역 지정은 국제공항이나 항만 등을 갖춘 지역이어야 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예의 나눠먹기식 관념으로 ‘교통시설을 갖춘 지역’으로 턱없이 완화했다. 그래놓고는 명칭도 ‘경제특구’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했다. 특구든 자유구역이든 전국 아무데나 지정할 수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그렇게 흔해 빠져서도 안된다. 외국기업의 선호도를 높이는 특구나 자유구역은 노동권 제약이 필연적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 지정이 가능토록 한 것은 결국 전국 곳곳에서 노동권을 제약하는 것이 되므로 동의할 수 없다. 노동계가 재파업을 벼르는덴 이런 저변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 월차휴가나 생리휴가 등 문제는 이마를 맞대면 국제 관행에 맞추는 조정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노동계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권 실책의 단초는 취지를 왜곡, 지정의 남발을 잠복케 한데 있다. 특구나 자유구역 지정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국내자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게 목적이다. 다국적 기업 유치로 국내 제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도 있다. 우리에겐 동북아의 중심지로 지형적 이점이 있다. 외자 유치는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그런데도 경쟁국에 비해 뒤떨어져도 한참 낙후돼 있다. 당장 미국 기업에서 도합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확정된 인천 송도 신도시, 영종도, 김포 매립지 등 사업이 관련법 제정이 안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바이오 벤처사인 벡스젠사의 경우, 송도 신도시에 3억달러 규모의 에이즈 백신공장을 짓기로 인천시와 계약한 것이 백지화 될 판이다. 지방의 이러한 사업을 도와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훼방을 놓아 국제사회의 신용까지 잃게 하는 것이 정치권이 할 일인가 묻는다. 대선을 눈앞에 두어 정신이 없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나라 일을 착실히 챙기는 노력을 보이는 것 이상의 선거운동이 있을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안 처리는 시일이 무척 급박하다. 중지를 모으는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어 이를 촉구해마지 않는다.

대학원이 사설학원인가

경기·인천지역 8개 대학들이 인가도 받지 않은 19개 대학원을 운영해 왔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명지대의 경우, 용인 캠퍼스에 인가받은 문화예술·산업·정보통신경영·교통관광경영 등 4개 대학원을 서울 중구 명지원과 강남 등지에 개설했고, 수원대는 화성시에 인가받은 산업경영대학원과 금융공학대학원을 동두천과 서울에서 운영했다. 아주대도 본교에서 인가받은 정보통신대학원과 정보통신전문대학원, 경영대학원을 서울 중구 대우재단 빌딩에 설치 운영했고 인하대는 인천에 인가받은 산업대학원을 서울 종구로 이전했다. 아세아연합신대는 양평군 본교에 인가받은 일반대학원과 신학·선교·교육 등 대학원을 서울 서대문구 신학연구원으로 이전했고 경기대·한신대·포천 중문의대 등도 불법으로 대학원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나 대학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장소를 변경, 대학원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 놨다. 이는 지역발전을 위해 앞장서야 할 대학이 지역을 외면하고 ‘돈을 찾아’ 서울을 찾은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대학원은 어떤 형태의 건물이든 인가지역이 아니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본보의 취재에 의해 드러난 이들 대학은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원 인가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정원의 범위내에서 장소를 이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해석했다는 대학측의 변명은 궤변이다. 현실적으로 교육시설을 찾아내 행정적인 절차를 취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 대학측의 말 역시 관계법을 알면서도 위반했다는 자인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대학원 설립 자체를 포기했어야 옳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불법 운영중인 전면 폐쇄시기를 재학생 졸업연도로 하고 신입생 모집을 중단시킨 조치는 재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대학측이 만일 폐쇄조치를 이행치 않는다면 재정지원 중단은 물론 정원 동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가 받지 않은 대학원은 대학이 운영하는 학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대학이 학문연마 전당이어야하지 재정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기업체가 돼서는 안된다.

외교관이 비자 장사를 하다니

영사나 부영사가 국가이익을 위하여 외교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비자발급 업무를 빙자하여 돈이나 챙긴다면 이를 과연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재국에서 외국인들이나 해외동포들이 비자 발급 업무 때문에 제일 먼저 대면하게 되는 영사가 돈이나 요구하면서 이권에 눈이 어둡다면 과연 그 나라의 국가 위신이 어떻게 되겠는가. 정권 교체기에 정치가 어지러워 권력 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공무원 또한 기강해이로 부정부패가 심하긴 하다. 하지만 영사라는 직책을 가진 외교관이 브로커들로부터 돈을 받거나 제출된 서류가 허위임을 알고도 이를 눈감아 주고 불법으로 비자를 내주었다니 참으로 한심한 외교관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영사나 부영사는 직업외교관이 아닌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경우가 많지만 이들의 업무는 주재국에서 자국민들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비자발급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외교관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오히려 현지 주민들이나 해외동포들과 접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 행태는 국가의 이미지 형성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외교관이 비밀계좌를 만들어 놓고 불법 비자를 발급하는 비자장사를 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한국 외교관의 자화상이다. 중국 주재 한국 영사와 부영사가 브로커들이 제출한 초청장이 허위임을 알고도 이를 묵인, 총 89회에 걸쳐 무려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불법 비자를 발급해 준 혐의가 포착되어 검찰에 의하여 구속된 사건은 영사 개인의 비리라고 간과해 버리기에는 너무도 파렴치한 범죄다. 그동안 중국 교포들이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이에 영사가 직접적으로 관련되었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한 브로커의 소행이 아닌 담당 영사와 부영사가 불법 비자 발급의 주범인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아닌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해외동포 및 외국인들의 불법 비자 발급 사건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자체 감사를 통하여 비자 발급 업무시 불법이 개입될 소지를 제거하고 엄격한 감독체제를 강화해야 된다. 더이상 외교관이 국위선양은 못할 망정 국가 망신을 시켜서야 되겠는가.

무력한 이동통신 영업정지

SK텔레콤, LG텔레콤, KTF 등 3개 이동통신사의 최근 행태는 정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처사여서 심히 유감스럽다. 대선을 앞둔 정권 말기 혼란을 틈탄 상혼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부의 무력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휴대폰의 보조금지급 등 과당경쟁으로 사상 첫 영업정지를 당한 이동통신 3사와 일선 대리점들이 영업정지 조치에 대비, 소위 ‘가개통 ’을 무더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교묘한 방법을 써 영업을 계속한다면 배짱식 경영이 아닐 수 없다. ‘가개통’은 이동통신업체나 일선 대리점이 사전에 타인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시켜 놓고, 추후 신규 가입자가 있을 경우 실가입자에게 명의를 변경해주는 것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 엄연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이통 3사는 지난 달 정통부 통신위가 보조금지급 행위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릴 것으로 알려지자 영업정지기간 동안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을 것에 대비, 이달초부터 경기·인천지역 일선 지사와 대리점 등에 ‘가개통’물량을 대거 확보토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통 3사는 일선 대리점이나 영업소에 일정량의 ‘가개통’확보물량을 지시한 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대리점 등에 단말기값 완납 등을 내세워 강력한 독려까지 했다고 한다. 이같은 이통 3사의 무더기 ‘가개통’확보는 정부의 행정처분을 무색케 하는 수법이다. 정통부가 집중단속에 나서자 이통 3사와 일선 대리점들이 특정인에 집중됐던 가개통 단말기를 가족과 친구, 이웃 등의 명의로 1개씩 실명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이통은 겉으로는 가개통 물량에 대한 해지 등을 지시하면서도 일선 대리점의 가개통 물량 확보를 묵인하거나 분산 보유토록 음성적으로 조정하는 등 정부의 단속을 비웃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는 이동통신사의 기업행태는 물론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허술한 법규다. 가개통 물량을 개인 실명으로 이전하면 단속에 적발되지 않는다니까 하는 얘기다. ‘가개통’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규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허용하든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뒷북 단속은 정부의 무능만을 드러내는 셈이다. 정통부의 행정력을 주시하고자 한다.

‘무쏘픽업’특소세 철회 왜 미루나

쌍용자동차 무쏘픽업에 대한 재경부의 특소세 과세 철회가 지연되는 것은 유감이다. 이의 시정은 정부 부처마다 들쭉날쭉한 차량 분류의 혼선을 국제기준에 맞추는 정비작업이 시급히 요청되기 때문이다. 이런 개선이 없고는 수입될 동종제품에 통상마찰이 우려되고 수출은 무쏘픽업의 경우 내수기반이 약해져 경쟁력을 잃게 된다. 도내로 보아서는 지역경제와 고용안정에 치명적 타격을 준다. 이때문에 평택지역에선 이미 1만3천명을 돌파한 가운데 계속 벌이는 무쏘픽업 특소세 철회요구 서명운동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는 평택 뿐만이 아닌 경기도 지역경제 전반의 관심사다. 재경부의 조치는 또 쌍용자동차에 대한 워크아웃 의지를 심히 의심케 한다. 워크아웃 기업의 조기 경영정상화와 이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 이상으로 우선시되는 재경부 시책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이에 거꾸로 가고 있다. 무쏘픽업 개발은 오랜 고심 끝에 이룬 회심의 신제품으로 안다. 직접 투자비만도 450억원이 들어갔다. 가히 사운을 걸고 조기 경영정상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런 판에 특소세 부과로 찬물을 끼얹었다. 내수에 3만여대까지 계약됐던 게 해약이 줄을 잇고, 남미 등에 개척된 수출시장 기반이 무너져가고 있다. 쌍용자동차엔 출자전환 1조3천169억원, 채무상환유예 등 9천236억원, 신규지원 890억원 등 모두 2조3천295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만약 특소세 철회가 끝내 무산되면 무쏘픽업 직접투자비 450억원의 회수가 불가능해지고 생산라인이 반으로 줄어 심대한 고용불안으로 노사화합에 큰 문제가 제기된다. 협력업체 중엔 도산이 일고, 쌍용자동차는 잉여설비 등으로 경영정상화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워크아웃 업체가 의욕을 갖고 모처럼 재기하려는 자구적 노력을 돕지는 못할지언정, 의욕을 꺾는 게 정책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특소세 철회 요구는 재경부에 결코 경우에 닿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같은 정부인 건교부에서는 화물자동차로 이미 형식승인하였다. 자동차관리법(화물차), 특별소비세법(승용차), 지방세법(화물차) 등 부처별로 상이한 분류기준을 국제형에 맞게 개선할 책임이 재경부에 있으며 이는 더 미룰 일이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