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웬 ‘선관위’비방인가

대선 후보들의 사조직 폐쇄 결정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사조직 10곳 중 8곳은 폐쇄하고 2곳은 활동중지 명령을 내린 중앙선관위 조치에 한나라당과 국민통합21측은 대체로 승복하고 있다. 유독 민주당만이 이른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의 ‘노사모’ 폐쇄에 탄압이란 이유를 들어 반발하는 것은 당치않다. 사조직이 자발적 모임이라는 주장은 비단 노사모에 국한하지 않는 이회창 후보의 ‘창사랑’이나 정몽준 후보의 ‘몽사모’등 역시 폐쇄 결정이 난 다른 사조직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뿐 직·간접으로 연계된 전위부대의 홍위병으로 내면적 사전 선거운동을 주도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사모라하여 이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이러한 사조직은 구체적 활동지침과 목표를 내세운 득표 공작으로 선거분위기를 심히 혼탁케 한점에서 중앙선관위가 관련자 5명을 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시의 적절하다. 특정 후보자를 위한 사조직 설립 및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한 관련 조항의 선거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한 중앙선관위의 조치에 동의하면서, 앞으로도 유사조직의 색출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노사모 사이트가 선거법을 어겨 폐쇄당한데 대해 언론자유와 알권리,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 했다고 공박하는 것은 아예 선거법을 무시하러 드는 어거지다. 더욱이 중앙선관위의 온당한 직무 집행을 무슨 국민주권 원리를 침해한다며 정치탄압으로 매도하는 것은 안하무인의 초법적 발상이다. 선거관리의 최고기관 처분이 마음이 들면 합당하고 마음에 안들면 부당한 것으로 비방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절차를 존중하는 태도란 할 수 없다. 민주당이 중앙선관위 조치가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며 위헌소원과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것은 당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이미 못박은 오는 25일까지의 폐쇄명령은 공명선거를 위해 이행돼야 한다. 비당원을 내세우면서 당원보다 더 열성적이었던 게 모든 사조직이 지닌 특징이었다. 민주당이 정녕 노사모를 버릴 수 없으면 아예 당원, 당 기구로 만들어 공식화하는 것이 떳떳하다. 이러지 않고 만약 폐쇄명령을 어겨 강제조치나 추가고발을 당한다면 당이나 후보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성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인권 짓밟은 미군재판

지난 6월 여중생 2명을 치어 죽게한 미군 장갑차 관제병과 운전병에 대한 미군의 재판은 한 마디로 한국인의 인권을 재차 무참히 짓밟은 미국의 오만이다. 20일 동두천시 캠프케이시에서 있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게 무죄를 평결한 데 이어 21일 속개된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 대한 주한미8군 군사법원의 재판은 이미 각본을 짜 놓은대로 진행된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운전병에 대한 재판도 유죄 평결 가능성이 높았던 관제병이 무죄로 평결받은 뒤여서 유·무죄 공방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으며 새로운 내용도 밝혀지지 않았다. 22일 오늘 속개돼 23일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끝으로 무죄로 마무리될 게 확실시되는 이번 재판은 우리로 하여금 자괴심을 금할 수 없게 한다. 한국측은 그동안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의해 피고인 2명의 신병인도를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미군 영내에서 재판을 한 것은 아무리 미군측이 일부 재판과정을 공개해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미군의 주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재판은 우리 법정에서 이뤄졌어야 했다. 이번 재판은 전적으로 ‘미군들 만의 군사 재판’이었다. 재판장은 물론 검찰관·변호인·배심원 등도 모두 미군이었다. 대령부터 하사관 등으로 구성된 배심원들 역시 피고인과 같은 주한미군들로 이루어져 애초부터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됐었다. 일부 한국검찰이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우리 측의 수사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탓에 재판정에 제시된 증거들도 미군 자료에 의존한 것들이었다. 더구나 미군 피고인이 무죄평결을 받을 경우 검찰은 항소할 수 없다는 미국 군사법원 규정에 따르도록 돼있어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제일 큰 문제점은 SOFA 규정이다. 현행 SOFA에서 공무중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1차적 재판 관할권을 기계적으로 갖도록 한 것은 지배자적인 악법이다. 결국 이번 재판은 한국이 사법적 주권을 찾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여중생 사망사건이 발생하더라도 피의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사태가 계속될 것이다. 피해자만 있고 피의자가 없는, 가해자가 가해자를 재판하는 모순적인 구조는 하루 빨리 고쳐져야 된다. 미군범죄에 대한 우리측 재판관할권을 대폭 강화하는 SOFA 개정이 참으로 시급하다.

불법체류자 전담 기구 있어야

경기도내에만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10만5천800여명이 있다고 한다. 합법적인 산업연수생 1만600여명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도내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들의 인력난 해소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도권 건설현장에서도 8만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자진신고 뒤 내년 3월 출국조치 ’방침을 밝히자 관련업체체들이 인력대란을 우려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과다한 불법체류는 사회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이들은 돈벌이를 위해 수시로 지역을 옮겨 다니며 법망을 피하고 있어 실태 파악이 우선 어렵다. 더구나 열악한 생활여건, 국가간 이해 대립으로 잦은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있어 치안상으로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최근 화성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이 방글라데시아인들을 습격한 사건과 안산에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끼리 싸우다 일어난 살인 사건 등이 그 사례들이다. 특히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체류자들간의 폭력행위는 물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까지 발생, 밤거리에 나서기가 무섭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불법체류는 1993년 이후 단기비자나 여행비자로 매년 1만∼2만명이 입국하는 산업연수생들이 체류기한이 지나면 자취를 감추면서부터 늘어났다. 여기에다 산업연수생 모집 사기극에 휘말린 중국 조선족 등 불법체류자까지 점점 늘어나 더욱 문제를 크게 하고 있다. 이렇게 불법체류자들이 급증하면서 도내 일부 시·군에서는 저임금과 고된 노동으로 인한 인권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국적별 패싸움과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날이 갈수록 이들이 조직화· 흉포화 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조폭과 국제범죄단체와의 연계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외국인 불법체류는 물론 입국당시부터 차단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체류중인 외국인의 신병과 생활 상태 등을 관리·단속하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관리 전담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대통령선거 앞으로 4주

대통령 선거가 앞으로 한달도 남지 않았다. 28일 있으면 21세기의 한국호를 이끌어 갈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선거가 실시된다. 현재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 등 중요 정당은 물론 군소 후보들이 대선 공약을 발표하는 등 각종 홍보를 통하여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이번 선거는 예측불가능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어 유권자들이 선택의 혼란을 겪고 있다.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판이 제대로 짜여 있지 않고 합종연횡 또는 단일화 등 각종 정치적 계산하에 정치권이 우왕좌왕하는 선거는 아마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는 사례인 것 같다. 정당의 최종 목표는 선거를 통한 정권의 장악이고 후보자는 당선이 최상의 목표이다. 이를 위하여 정당간의 합종연횡, 이합집산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언제든지 가능하다. 후보자 역시 당선을 위하여 설령 이념과 정책이 다른 후보와 제휴를 통하여 권력의 분점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97년 대선 때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소위 DJP연합을 통하여 집권을 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정당과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책을 알리며 집권 청사진을 마련하여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선택의 시간을 주려면 벌써 선거 구도는 짜여 있어야 된다. 지금과 같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니 또는 새로운 정당의 추진이니 하면서 선거판이 혼전만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을 위하여 전개하는 행태라기보다는 철저하게 당리당략과 이해 타산에만 염두에 둔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정당이나 후보자 모두 꼼수 정치는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여 유권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준비를 해야 된다. 정치인들도 우왕좌왕하면서 이당 저당 기웃거리지 말고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책에 따라 노선을 분명하게 정해야 된다. 유권자들은 아직도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정치 풍토에 극히 실망하고 있다.

강력해진 주민감사청구제도

시·군민의 일정비율 이상 주민이 요구할 경우 감사를 실시하는 주민감사청구제도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효력을 발생했다. 이는 오만에 빠지기 쉬운 지방자치단체장과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계기가 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자체의 특혜행정이나 부정행위를 주민이 나서 징계하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지난 8월초 하남민주연대는 주민 704명의 서명을 받아 하남시 도시개발공사의 설립 및 운영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를 경기도에 촉구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감사를 실시한 결과 도시개발공사 설립시 민간출자자 참여부터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개발공사 설립이전 공사설립 자본금 60억원 전액이 확보되고 수익성이 충분해 신장2지구 택지개발사업 추진에 민간출자자의 참여가 불필요했는데도 W기업을 공사의 투자자로 참여시켜 결국 이 기업이 160억여원의 개발 이익금을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공동투자자인 W기업이 택지개발사업의 우선 투자사업비를 조달, 알선한다는 협약을 이행치 않았는데도 하남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택지개발사업비 695억원 전액을 시장 명의로 은행에서 차입, 사용했다. 이번 하남시민들의 주민감사청구로 택지개발에 따른 사업비 알선·조달 부적정, 도시개발공사 채무에 대한 채무보증서 발급 부당, 주주 선취득 토지분에 대한 이자 지급 부적정 등의 사실이 드러나 관련공무원 6명, 도시개발공사 5명 등 모두 11명이 문책당하게 됐다. 주민감사청구의 효과는 앞으로 주민들이 지자체의 부당행정은 결코 좌시하지 않는 기폭제가 될 게 분명하다. 주민행정이 능동적으로 변화, 결과적으로 행정의 투명성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감사청구제도가 지역주민 또는 특정집단의 이권개입 등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주민감사청구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연대서명 주민수를 현행보다 낮춰 쉽게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다. 이제 주민은 물론 각 시민·사회단체가 감시의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하남시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투명한 행정을 펼치기 바란다.

공무원노조의 절제를 당부한다

공무원사회가 노조세상이 될 수는 없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사회를 주도하는 노조세상에서의 공무원은 이미 국민 또는 주민의 공무원이 아니다. 노조원이 관청 회의장에 집단난입, 1시간 이상이나 점거하며 업무를 방해하는 불법행위 자체부터가 노조가 하는 일이라 할 수 없다. 공직사회 개혁 역시 노조가 말할 일이 아니다. 만약 이를 정당화 한다면 공무원 조직의 본질이 상실된다. 법규와 질서에 의한 조직, 공직에 대한 높은 사회적 평가가 수반되는 직업공무원의 윤리가 파괴된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엊그제 경기도청에서 일어난 것은 유감이다. 얼마전에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상경 시위에서 행자부 장관실을 점거했던 경기도지역본부의 한 간부가 경기도인사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을 받은 것은 참으로 안타깝긴 하다. 그러나 결정의 전후과정에서 회의장인 상황실 문을 부수는 등 노조원 40여명이 난입점거 등 소동을 벌인 것은 이 역시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인사위원회 결정에 반박성명을 내거나 해임결정 취소처분 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 등은 능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온당한 길이 멀다하여 당장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은 더욱 길이 아니다. 공무원사회마저 집단행동이 능사가 되는 건 사회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과격 양상은 공노조가 비록 법외 노조이긴 하나 그래도 이해하려 했던 일말의 정서마저 일탈케 한다. 공무원노조든 공무원조합이든 이런 모임은 공무원 후생복지의 자구책에 국한한다고 보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장관실이나 상황실(회의장)을 점거하는 다중의 폭력적 사태는 명칭이 어떻든 간에 공무원단체가 취할 길이 아니다. 무슨 도지사 퇴진운동을 벌인다는 것도 억지같아 심히 당치않다. 인사위원회 결정의 불복이 도민이 직접 선출한 도지사가 퇴진해야 할 사안이라고는 판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경기도는 인사위원회 회의장 난입사건이 유감스럽긴 하나 어떤 형태로든 문제 삼지않는 아량이 있기를 충심으로 당부코자 한다. 공노조 경기지역본부 또한 무턱댄 강성만이 선명성 노출이 아님을 유의하기 바란다. 어떤 것이 객관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가를 헤아려야 할 것으로 믿어, 불행한 사태가 더 확대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소망한다. 이같은 기대는 경기도나 도지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전체 공무원사회와 지역사회, 지역주민을 위한 당부인 것이다.

불법 외국인근로자 대책

내년 3월말 시한으로 출국해야 하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 때문에 중소기업체들이 울상이다. 정부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내년 3월말까지 출국하겠다고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가 무려 26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이 예정대로 출국할 경우 3D업종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체들은 사실상 가동 중단의 위기에 직면한다. 중소기업체가 가장 많은 경기·인천지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예로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피혁공장은 일감은 쌓여 있으나 기계는 절반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3월 출국 시한을 앞두고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망갔기 때문에 공장은 개점 휴업 상태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35만명에 달하며 이중 73%인 25만명이 불법 체류자로 신고됐다. 물론 이들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하여 각종 안전사고, 폭력, 강도는 물론 고용주에 의한 인권문제까지 야기해 더이상 불법 체류 외국인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정부가 내년 3월을 시한으로 출국시키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실정을 감안한 노동수급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내년에 산업연수생 5만명을 받는 것으로 출국되는 근로자수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명목뿐인 연수생 제도는 오히려 불법 체류자만 양산하고 또한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야기해 국가신인도까지 추락시키므로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전환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라리 노동허가제도를 도입, 양성화하거나 출국시한을 늦출 필요가 있다. 이점에 비추어 정부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는 시한 연장은 환영할만 하다. 내년 3월의 출국시한을 2년 늦춰 2005년 3월까지 연장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아울러 성실히 근무한 불법 체류 근로자에게는 사면하여 도망자의 신분을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같은 대책 마련에는 물론 실정법상의 문제점이 없지 않을 것으로 짐작은 한다. 하지만 국내 경제의 초석이라 할 중소기업이 당면한 현 실정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문제 해결보다 우선되는 과제는 없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이고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되도록이면 이른 시일 안에 확정지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중소기업의 노동 수급이 안정되고 아울러 사회안정에도 또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전문화예술’誌, 왜 이러나

경기문화재단이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기전문화예술’은 호당 3천만원의 예산으로 3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정가 6천원의 유가지임에도 1천여부만 유가배포되고 나머지는 무가배포된다고 한다. 최근 발간된 11·12월호의 경우 표지까지 합쳐 120쪽이다. 120쪽의 책자, 3천부 제작비가 3천만원이라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면수도 일정치 않다.올 1·2월호는 108쪽, 7·8월호는 136쪽이다. 그나마 5·6월호는 발간하지 않았다고 한다. 11·12월 발행날짜가 11월 1일 이었듯이 5·6월호는 5월 1일 발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를 의식, 권두언을 임창열 당시 지사의 원고와 손학규 지사 당선자의 원고 게재문제를 놓고 주춤거리다가 결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도지사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경기도비는 도민이, 국민이 낸 혈세다. ‘기전문화예술’이 도민의 시선을 의식해야지 도지사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 본란이 이렇게 소소한 사례들을 지적하는 이유는 ‘기전문화예술’이 문화예술계를 대변하고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참여해야 하는 격월간지임을 잊었나 해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기전문화예술’은 경기도의 문화예술을 발굴하고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예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998년 창간, 통권 22호를 냈다. ‘기전문화예술’이 도정홍보지로 전락했다는 여론이 계속 높아지면 곤란하다. 11·12월호가 기획특집으로 꾸민 ‘경기도의 문화정책’이 경기도가 발행하는 ‘주간 경기’에서 다룬 내용과 중복돼 관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물론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재수록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도정홍보지 같은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경기도에 뿌리를 둔 많은 예술인들이 필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지는 문학·미술·음악·사진·무용·국악·연극 등 모든 분야를 다양하게 다뤄야 한다.특집도 중요하지만 읽을거리가 적다는 얘기다.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중하지 말아야 한다. 적지 않는 예산을 들여 발간하는 ‘기전문화예술’에 편집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 도정 홍보지라는 이미지를 씻는 ‘기전문화예술’의 면모일신을 기대한다.

후보단일화 잘 될는지?

노·정 두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중앙선관위에 제기한 유권해석의 결과가 주목되긴 한다. 특정인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두 후보만의 텔레비전 토론 및 특정후보 편향의 여론조사가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위법여부는 유권해석을 더 들어봐야 하겠으나 후보 단일화를 ‘야합’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치 않다. 한나라당은 한국미래연합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비록 이 당이 후보를 내진 않았으나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자리까지 제의했다. 다른 정당의 연대는 야합이고 자기 당의 타당 연대는 정도라고 해선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단일화 논의는 정몽준 후보가 일반국민과 대의원 상대의 여론조사안을 철회, 노무현 후보의 일반국민 여론조사 주장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일단 타결이 됐으나 결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두 후보가 다 대북관계만은 이 정부와 마찬가지로 상호주의를 배제하는 유화정책을 쓸 것으로 보는 하나의 공통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밖의 객관적 성향은 판이하다. 우선 노 후보는 진보인데 비해 정 후보는 보수이다. 정치 역정의 배경 또한 서로가 다르다. 경제, 사회복지, 교육문화 등 국내정책과 외교정책에 합치될 수 없는 인식의 격차가 심하다. 이런 후보끼리의 단일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대통령에 당선이 되든 안되든 후보를 안내는 쪽은 자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양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로는 지금 여론조사 결과에 절대로 승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나 국민통합21이나 다 자기쪽으로 단일화 될 것으로 보는 전제속에서 하는 소리다. 감히 자기쪽이 상대의 단일화에 흡수되진 않을 것으로 아는 두 후보끼리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정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의를 잡을 꼬투리는 얼마든지 있다. 토론의 불공정, 여론조사의 신뢰도 등 이밖에도 허다하다. 게임내용이 부당했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구실은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고비를 넘긴다 해도 과연 이같은 불신의 암초에 좌초되지 않고 끝까지 순항할 것인지 크게 주목된다.

북측 화답을 기다린다

북측은 핵 문제에 더 이상 시일을 끄는게 무위하다. 중유지원 중단이 결정되고 경수로사업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 북·일 수교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남북관계와 핵 문제의 분리대처 정부 방침 또한 거의 한계에 와 있다. 핵 재처리 등 벼랑끝 전술을 되풀이한다 해도 단계적 경제 제재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객관적 정황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부시의 대북 성명은 한반도 문제를 그래도 전향적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 이름의 메시지가 드문 미 행정부의 이같은 이례적 성명은 어느 나라와도 불가침조약을 갖지 않은 백악관으로서는 북의 불가침조약 제의에 대한 화답이다. “미국은 노스 코리아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재확인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아 환영한다. 북측의 선제 공격이 없는한, 미국의 북에 대한 무력행사는 어떤 형태이든 우리도 반대한다. 북은 이라크와는 다르다. 미국의 북에 대한 선제 공격은 한민족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북의 핵문제에 처음부터 단계적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무력 도발만은 안된다. 무력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고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유 지원이 끊기면 전력 생산에 당장 15%의 차질이 생겨 가뜩이나 어려운 에너지난이 가중된다. 650만여 동포가 겪고 있는 식량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가 북에 핵 포기를 촉구하는 것은 미국 일본이나 EU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심지어 중국도 북의 핵무기 보유를 싫어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핵무기를 지니고 있으면 핵무기의 재앙을 자초하는데 있다. 한반도 비핵화선언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북측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으나 핵만 포기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경의선 등 철도 및 육로 등 남북간 교통이 연결되고 있다. 지극히 제한적이나마 DMZ의 지뢰가 반세기만에 제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핵문제로 남북간에 어려움이 있게 되면 민족이익에 하나도 좋을 게 없다. 남북의 긴장 완화와 함께 교류 협력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핵 폐기를 계기로 하는 미·일 등 관계 정상화로 국제사회에 당당히 나서는 것을 보고 싶다. 우리는 북의 경제 제재를 강하게 촉구하긴 했으나 이로인해 고통받는 게 원하는 본의는 아니다. 이젠 북측에서 화답할 차례다. 좋은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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