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돕기 성금, 집행내역 공개돼야

연말연시를 전후하여 이웃돕기 성금모금운동을 벌인다. 본사 또한 한국신문협회 결의에 따라 성금모금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수해 등 성금모금이 있었다. 중복된 모금, 그리고 연례행사로 된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모금에 즈엄하여 지역사회에 정말 송구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 국민은 재해나 복지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세금을 낸다. 적십자회비도 내고 크리스마스실도 산다. 이에 겹친 이웃돕기 성금은 준조세란 지적이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전래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보는 판단을 우선하여 강조하고 싶다. 올해의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모금운동 또한 많은 지역사회 각계의 참여를 간곡히 당부하면서 한가지 제언하고 싶은 건 있다. 지역주민이 내는 성금은 경기도를 통해 특정단체에 의해 배분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역사회, 지역주민은 각자 자신들이 낸 성금이 어떻게 집행되는 지를 알지 못한다. 속담에 ‘절도 모르고 시주한다’는 말처럼, 어떻게 쓰인지도 모르고 내는 것보다는 어디에 쓰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모금에 합당한 도리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하여 배분 단체르르 감독하는 경기도가 전년 모금의 상세한 집행 내역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앞으로라도 이렇게 해마다 전개하는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모금 때면, 해마다 전년도 분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증을 풀수있는 그 효과와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모금운동의 참여를 폭넓게 촉구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배분단체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성금배분의 심사 등에 공정을 기할 것으로는 믿지만, 혹시라도 불요불급한 배분이 있거나 특정 종교단체 편중 또는 중복되는 지원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감사는 서류상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장 실사를 통한 확인이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 해마다 40억원을 안팎의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성금이 경기도에 기탁됐다. 올해는 45억원 가량의 모금을 책정한 것으로 안다. 올해부터는 모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모금액의 행방을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알리는 투명함이 경기도의 노력에 의해 이룩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모금에 많은 참여가 있기를 거듭 간곡히 당부해마지 않는다.

신종 다중업소, 소방시설 갖춰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찜질방, 산후조리원 등 신종 다중업소의 소방시설 무방비 상태는 심히 우려된다.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각종 안전점검 등의 관리대상이 아닌 자유업 형태인 산후조리원, 찜질방, PC방이 3천600여곳에 이르지만 이들 업소가 다중 이용업소인데다 고압가스, 고압전열기 등 위험물을 취급하는데도 소방법상 소방점검 대상업소에서 제외돼 있어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돼 있다. 소방 무방비 실태 예를 들면 모 산후조리원의 경우 고작 2개 뿐인 소화기는 창고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있고 비상통로도 없다. 7∼8층에 위치한 모 고시원은 비상탈출용 완광기가 있는 방이 자물통이 채워져 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책상 등 각종 물품으로 통행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옥상문이 닫혀 있어 화재가 나도 대피할 수가 없다. 대부분 PC방은 30여대 컴퓨터를 연결하는 100여개의 전선이 장판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데다 콘센트마다 코드가 4∼5개씩 꽂혀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참사가 예상되는 곳들이다. 이들 업소 가운데 특히 산후조리원은 관련법상 시설기준이 없어 기본 소방시설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해 화재 등 사고발생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산후조리원은 활동이 어려운 산모와 신생아를 관리하는데도 근린생활시설로만 적용, 별도의 소방·구난시설 설치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제도보완이 매우 시급하다. 지난달 16일 개정된 건축물 피난방화구조 기준 규칙에는 신규 산후조리원이 다중이용업으로 분류, 영업시설 요건이 강화됐으나, 기존 산후조리원은 규정에서 제외돼 소방사각지대로 남게됐다. 이처럼 대부분의 신종 다중이용업소가 소화기 등 최소한의 소방장비조차 갖춰 놓지 않는 등 화재대비에 엉망이어서 화재시 대형참사가 우려된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신종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점검 등을 실시하면서 신규업소만을 대상으로 하고 기존업소는 제외키로 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탓이다. PC방, 산후조리원, 찜질방 등에 대한 소방단속 권한이 없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소방법령을 적용하여 다중업소들의 참사를 사전 예방하기 바란다.

이 정부의 신춘 경제위기설

신춘 위기설이 나돈다. 내년 봄엔 IMF사태의 외채대란보다 더 무서운 내채대란이 닥칠 우려가 짙기 때문이다. 외·내채가 겹친 가공할 파란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의 75%에 이르러 가구당 평균 3천만원에 육박하는 424조원의 가계빚, 여기에 나라빚이 정부 공식 발표로만 해도 외환위기 때보다 배가 넘는 122조원에 이른다. 가계대출에다 물품구매 관련 미결제 금액을 통산한 천문학적 수치의 이같은 가계빚은 필연적으로 신용불량자 양산을 가중, 국가신인도와 관련되는 은행 부실을 가져온다. 나라빚 또한 심각하다. 중앙 및 지방의 채무, 회수불능의 공적자금, 각종 연금, 국가보증채무 등을 감안하면 나라빚이 줄잡아 76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경제계의 지적이 있다. 여기에 재정마저 부실하여 IMF사태 때 버팀목 역할을 했던 기대를 더 이상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금융권은 자금을 회수하고 금리를 인상해야 할 지경이지만 회수에 나서거나 금리를 올리면 가계빚을 주도하고 있는 중산층 이하의 저소득 가구가 치명타를 입는다. 가계파산의 도미노 현상을 예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이런 일련의 현상이 지난 1∼2년 새에 원인이 잠재된 것은 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낙관한 경제각료팀에 책임이 돌아간다. 부동산 투기를 대출금으로까지 일삼을만큼 조장하다가 뒤늦게 고삐를 바짝 조였지만 이미 실기했다. 가계대출 장려정책으로 경기가 흥청망청해 보였다. 그러나 거품이 걷힌 자리에는 파탄 위기의 종기 뿌리가 돋아나고 있다. 정부의 5천만원 한도 개인워크아웃 시책은 역부족이고 민주당의 3억원 한도 개인워크아웃 구상은 황당하다. 채무자 가운데 우려되는 도덕적 해이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금융권이 받아 들이기 어려워 실효가 있을 수 없다. 잘 나가던 요식업이나 유흥업도 벌써 체감 경기가 얼어 붙었다고 야단이다. 중소기업도 연말을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이 태산이다. 가계빚으로 인한 사회적 범죄가 격증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정권 초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 정부가, 정권 말에 외환위기 못지않은 경제위기를 남기고 떠날 것을 걱정한다. 이제 두달 남짓 남긴 이 정부가 실책을 수습하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수습보다는 부작용을 확산시키지 않는 정리단계에 있는, 이 점이나마 우선 유의해 주기를 당부코자 한다.

土公, 왜 이러나

한국토지개발공사(토공)가 ‘땅장사’를 하는 곳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토공은 공기업이다. 특히 기업윤리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최근 토공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은 땅장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실망이 크다. 그것도 건축허가 불가능 토지를 택지로 개발, 분양했다면 책임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로 토공은 연말 준공을 목표로 남양주시 마석지구 13만4천평을 택지로 개발, 분양을 완료했다. 하지만 토공은 택지 분양 전인 지난해 10월께 남양주시로부터 화도하수종말처리장 건설 지연으로 마석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나 오수 등을 처리할 수 없어 건축허가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토공이 이 사실을 숨긴 채 택지를 분양했다는 사실이다. 택지를 분양받은 건축주들이 남양주시에 건축허가(사업승인)를 신청해도 화도하수종말처리장 건설 지연으로 반려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토공은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되레 분양대금 지급만 독촉하고 있다고 한다. 남양주시로 부터 화도하수종말처리장 설치공사 지연으로 건축허가가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으나 이미 공동택지 65%가 분양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었다는 토공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남양주시에서 뿐만이 아니다. 용인시 죽전택지개발지구 특별설계구역에서는 레미콘공장을 철거해 부지를 조성하면서 당초 용인시에 제출한 폐기물 배출신고서 내용과 달리 수천여t의 재활용 불가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방치해 물의를 빚고 있다. Y레미콘부지내 3동의 건물 철거로 발생된 폐기물 2만5천29t을 수도권 매립지로 전량배출하지 않고 개발지구내 곳곳에 폐기물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부지 곳곳에 직경 100mm 이상 철근이 박힌 폐콘크리트와 벽돌 등이 방치돼 있으며, 일부 장소에서는 깊이 1m50cm 가량의 땅속에 흄관과 벽돌 등이 묻혀 있어 불법 매립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남양주시 마석지구택지개발과 용인시 죽전택지개발지구 등에서 보여준 토공의 자세는 온당치 못하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여건과 계획을 가볍게 여긴다면 토공은 토지매매중개소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토공의 설립목적은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균형적인 국토개발이다. 토공의 공기업윤리 정립을 촉구해 둔다.

TV합동토론 개선해야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TV합동토론이 3일 저녁 120분간 생중계되어 유권자들이 안방에서 편안하게 후보자들을 평가할 수 있었다. 지난 97년 대선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되는 대선 후보자간의 TV합동토론은 미디어 정치 시대의 상징으로 새로운 선거문화 형성에 있어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과거 유세시 세력 과시를 위해 대규모의 군중을 동원함으로써, 막대한 선거자금이 살포되고 또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폐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보아져 TV토론은 그 주요성이 인정된다. 지난 대선때 80% 이상의 유권자가 TV토론이 중요 선택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TV토론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앞으로 있을 2차, 3차 TV토론 역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제1차 TV토론도 과거에 비하여 상호 인신공격이나 비방은 상당히 자제되었다. 또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책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은 돋보였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측면이 있기는 하나 더욱 구체적인 정책이나 국가경영능력의 비교를 위하여 현재의 TV토론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TV합동토론에 있어 공정성과 균형성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원칙인 것은 인정하나 극히 제한된 시간에 짤막한 문답식으로 일관되어 심층적인 정책토론이 되지 못하고 있어 TV토론이 추구하는 정책비교가 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남북문제, 주한미군문제 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후보자간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다른 문제를 간과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주어 상호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오는 10, 16일 두차례에 걸친 토론을 앞두고 TV합동토론 주관기관인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조속히 회의를 개최, 제1차TV합동토론회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양강구도로 형성된 이상 후보자간의 심도있는 토론이 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강구돼야 된다. TV합동토론이 너무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실속있는 정책토론이 되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정책 비교를 충분히 하여 후보선택 기준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개선책을 강구하기를 요망한다. 미디어 정치시대에 걸맞는 TV토론 개선책을 마련할 때 TV합동토론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수시합격자도 탈락시키는 수능

지난해에 이은 수능성적 하락으로 수시모집에 예비합격한 수험생들이 대학에 따라 많게는 모집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대학별 수능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해 무더기로 탈락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악이었다는 지난해보다 예비합격자들의 탈락률이 훨씬 더 높아 중상위권 수험생을 중심으로 엄청난 혼란과 후유증이 빚어지게 됐다. 우수학생을 입도선매로 싹쓸이하려는 대학, 당국의 수능난이도 조절 실패, 진학률을 높이려는 일선 고교의 내신 뻥튀기기 관행 등이 맞물려 빚어진 이같은 결과로 그동안 합격을 낙관하고 정시모집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된 것이다. 2학기 수시모집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대학들에 따르면 학생부 성적과 면접만으로 조건부 합격한 수험생 중 11∼65%가 수능등급 미달로 불합격 처리됐다. 한국 외국어대의 경우 수시모집 예비합격자 461명 중 65.3%인 301명이 등급 미달로 탈락했고, 성균관대는 1천200명 중 52.0%인 624명이, 한양대는 125명 중 46%인 57명이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다. 연세대는 조건부 예비합격자 721명중 41.2%에 해당하는 290명이, 서강대는 598명 중 30.27%인 181명이 각각 불합격 처리됐다. 이화여대는 예비합격자 901명 중 41.1%인 370명이 탈락됐다. 수시합격자들이 이같이 무더기로 탈락한 원인은 재수생의 수능 초강세와 고교의 내신 뻥튀기기, 수험생의 학력저하라고 할수 있다. 파행적인 고등학교 교육 탓에 내신이 좋은 학생과 수능을 잘보는 학생이 따로따로인 때문이기도 하다. 자격시험이라는 수능이 여전히 대학합격을 좌우하고 있고, 우수학생을 선점하려는 대학들의 욕심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현행 수시모집은 3학년 교실을 1년 내내 어수선하게 만들고 조건부 합격자를 뒤늦게 눈물나게 하는 등 문제가 많다. 따라서 수시모집은 다양하게 합격자를 뽑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각 대학은 내년 입시에서도 최저등급 등 현행 수시모집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상인원도 오히려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수시모집 예비합격자들의 무더기 탈락과 혼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양한 특기와 적성으로 선발하는 것이 수시모집인데 뒤늦게 수능성적을 이유로 탈락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의 총점누가분포표(전국 석차)와 계열별 평균 등을 공개하여 수능때문에 더 이상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김 대통령의 SOFA 개정 언급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개정을 언급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통치자의 입장에서 여러가지로 고려할 점이 있었을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개정의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만 하다. 미국은 SOFA가 일본이나 독일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재개정의 필요가 절실한 것은 우리 때문이 아니고 바로 미국의 책임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내각은 이번 주에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SOFA 개정을 초미의 의제로 삼아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는 막중한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당초에 가해 미군들이 미군사법원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반미는 아니나 자칫 반미 감정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 바가 있고, 지금이 곧 그같은 우려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SOFA 개정의 필요성을 천명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사회정서로 인해 한·미관계가 더 악화돼선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아진다. 우리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간접사과가 미흡하다고 밝힌바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그같은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한국 대통령의 SOFA 개정 천명에 화답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어 기대하고자 한다.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 및 대비책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미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두 나라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또 여기서 여러 시민단체의 항의 시위가 조금은 절제 되기를 바라고 싶다. 부시의 간접사과, 김 대통령의 SOFA 개정 언급이 나오기 까지는 시민단체의 시위가 영향을 미친 절대적 노력은 충분히 인정한다. 또 당장 시위를 그만 둘 수 없는 것도 능히 이해한다. 그러나 예컨대 더 이상 미군 영내 진입 등 과격 시위는 자제하면서 SOFA 개정의 추이를 지켜 보길 권하고 싶다. 정치권에도 할 말은 있다. 여중생 사망사건 및 SOFA 개정을 행여 반미감정으로 부추기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님을 경고하면서 국익차원의 대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내각은 대통령의 의지가 지시로 끝나지 않는 좋은 유종의 미가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길 거듭 당부해 마지 않는다.

정몽준 대표의 입장?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왜냐하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약속은 당초부터 의문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단일화 패배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요구했다. 노 후보 진영에서 이의 수용 의사를 밝혀 명예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북정책 등 정책의 조율화 없이는 공동유세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한다. 노 후보측은 이에 아무 말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굳이 정 대표의 지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다가, 요구하는 것마다 다 받아 들여서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 두 당의 대선 공조 여부는 순전히 두 당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러나 만약 정 대표의 생각이 노 후보가 당선됐을 때 공동정부의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무리다. 정 대표의 지분권 요구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실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만약 단일화에 패배해도 이를 기대할 것으로 알았다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당초의 약속대로라면 정 대표가 지금쯤은 노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됐어야 한다. 하지만 정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꼭 맡을 마음도 있지 않은데다가 민주당 역시 선대위원장 자리를 주고싶은 마음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절충이 됐지만 이 역시 어정쩡한 관계가 됐다. 대통령을 하겠노라고 나섰다가 아까운 정치인이 일순간에 우습게 전락해 버리는 예를 많이 보아왔다. 정 대표의 입장이 바로 이러한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 대표가 민주당에 협력할 마음이 정 내키지 않으면 정치도의로 보아 그만 두어도 크게 힐난 받을 것 같진 않다. 단일화에 승복한 것만으로도 협상의 약속을 이행했다 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자꾸 이런 것 저런 것을 더 요구하면서 시일을 끄는 것은 오히려 이미지상 좋지 않다. 공조가 어렵지만 그래도 같이 가겠다면 그건 정 대표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더 이상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위하다. 정 대표에겐 결단이 요구되고 결단은 빠를 수록이 좋을 것이다. 정 대표의 단일화 협상은 이질형 혼합의 공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한심한 양곡유통위 결정

양곡유통위원회는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이지만 그 동안 추곡수매가 결정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물론 자문위원회라는 것이 문자 그대로 해당부처 책임자에게 정책자문을 하는 기구이지만, 그 분야에 관한 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이기 때문에 이 기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것은 정책결정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이를 결정이라고 하기보다는 책임을 미룬 것이기 때문에 과연 이런 자문위원회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양곡유통위원회는 제8차 전체회의에서 2003년산 추곡수매가를 올해보다 2%내리자는 소비자 단체의 건의안을 제1안으로, 한편 3%의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건의안을 제2안으로 하는 복수안을 농림부 장관에게 건의하였다. 양곡유통위가 자체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복수안을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로서 과연 정부나 국회가 어떤 건의안을 채택할 지 주목된다.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간의 팽팽한 이해관계가 얽혀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명색이 전문가들이 모인 기구가 관련자들의 이해를 조정하지 못하고 건의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부에 복수안을 넘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농민단체들의 주장대로 3%로 수매가가 인상될 경우, 1등급 벼는 80kg 당17만2천7백50원, 수매량은 5백4만3천섬이다. 농민들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쌀수매가는 계속 인상되어야하며 최소한 내년에는 3% 정도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단체들은 내년 쌀 재고량이 세계식량농업기구 권장량의 두배에 이르며 2004년 쌀 개방을 앞두고 감산노력을 해야 된다는 점을 들고 2%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양곡유통위는 지금 농민들이 얼마나 어려운 실정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 얼마전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있었던 농민들의 한 맺힌 절규를 한번이라도 들었다면 이런 한심한 결정을 했을까. 이제 추곡수매가 결정은 농림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수심에 찬 농민들은 수매가를 다소 올려 원가라도 보상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바란다.

도청의혹 검찰수사 ‘철저’해야

정치권의 고소 고발이 제대로 사건화하는 예를 별로 본적이 없다. 대개는 수사가 유야무야하거나 아니면 고소·고발인이 취하하곤 했다. 특히 정치인이 취하할 고소 고발 남용은 국가기관을 정략적으로 악용, 불필요한 인력을 낭비케 하는 점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다. 대북지원의 의혹이 짙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상선 4천억원의 편법 대출과 관련,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예가 이에 속한다. 검찰은 또 국정원 도청의혹과 관련, 민주당 김원기 이강래의원이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을 상대로 고소한 명예훼손 혐의 사건의 수사에 착수했다. 대선 기간인데다 핵심적 참고인들이 국회의원 또는 기자들이어서 소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한다. 그러나 어떻든 통상적 수사 절차에 따라 구체적 수사계획을 세우는 등 본격수사에 나서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검찰 수사는 도청당한 사람들의 사실파악, 도청의 기술적 부분, 그리고 도청의 실체규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정원측 말대로 사설기관에서 했는지, 민주당 주장대로 한나라당의 자작극인지, 한나라당 폭로대로 국정원에서 했는지는 몰라도 도청이 있었던 것만은 부동의 사실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의 성립여부는 이의 실체적 진실의 바탕 위에서 판단돼야 한다고 믿는다. 검찰 수사를 그 어느 때보다 기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말하지만 가장 제대로 가는 길은 역시 검찰 수사다. 그리고 검찰 또한 이번 기회에 불신을 떨쳐냄으로써 검찰 본연의 위상을 되찾는 결연한 면모를 보여야 할 것으로 안다. 전화통화 하나 마음 놓고 못하는 세태가 무엇 때문인가를 밝혀내는 이번의 검찰 수사는 막중한 사회 여망을 안고 있다. 아울러 고소인이 설령 고소를 취하한다 해도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고소 취하로 고소인의 친고죄 혐의 부분은 제척된다 하여도 도청혐의 부분은 마땅히 인지 사건으로 다루는 것이 검찰의 소임이다. 실로 어려운 시기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이 검찰 기능의 탄력이 요구된다. 관건은 검찰의 자체 의지에 달렸다고 믿어 비장한 분발이 있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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