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파동, 당내갈등,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의 단일화, 정 대표의 지지철회 등 파란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대권을 박빙의 차이로나마 현실로 품에 안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참다운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말은 말뿐이었다. 그 말을 실증해보일 책임이 당선의 영광보다 훨씬 더 무겁다. 따라서 당선자에 대한 의문과 기대와 당부가 많다. 재계를 적대시하는 경제관,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하는 근거, 개혁의 실체, 정계개편 및 신당 창당의 정체와 노선, 북측엔 일방적 온정주의인데 비해 미국엔 일방적 강경주의로 균형잃은 대북 및 대북정책 등 이밖에 묻고 또 해야할 말이 수없이 많다. 지역구도의 심화, 박빙의 승리에 대한 국운의 모험도 큰 부담이다. 하나, 오늘은 그런 것을 논할 계제가 아니다. 또 기회는 앞으로 허다할 것으로 믿는다. 여기선 그냥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꼭 갖춰야 할 당선자로서의 몇가지 덕목에 관해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원한을 내던져야 한다. 당선자는 특히 원한이 깊은 사람이다. 앞서 밝힌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파란 말고도 정치적으로 역경의 기복이 심했다. 정계입문후 20여년동안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차 낙선했다. 부산에서 지역적 박해를 받아가면서도 민주당 후보 간판을 고수했다. 한동안은 당내에서 정치 미아가 되기도 했다. 어쩌다가 후보경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떠올랐으나 분쟁이 심했다. 이런저런 형용키 어려울 고초는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을 쌓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젠 잊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인다. 제대로 보여야 국정 또한 제대로 수행된다. 대통령 자리는 개인의 원한을 풀기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다. 둘째, 측근을 배제해야 한다. 당선을 위해 도와준 모든 사람들의 은공을 막말로 잊어야 한다. 그런 것을 일일이 기억해 두다가는 아무 일도 못한다. 부정부패 척결은 커녕 부패정권의 재판이 된다. 사람을 대할 때 내편이냐 네편이냐는 시각은 당선자를 해치고 나라를 해친다. 내편이든 네편이든 그보다는 인재냐 아니냐를 먼저 볼 줄 알아야 한다. 인재가 아니면 내편이라도 멀리하고, 인재일 것 같으면 네편일지라도 데려다가 쓸 줄 아는 것이 능력있고 금도있는 참다운 치자다. 당선자가 일찍이 패거리정치·작당정치의 폐해가 얼마나 심했으며, 자심한 국정문란을 가져왔는가를 익히 알았다면 다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 비결이 먼데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측근부터 배재하는데서 시작된다. 셋째, 신뢰성 확립이다. 당선자는 후보시절에 특유의 수사법으로 듣는 이들의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게 하곤 했다. 또 상황논리와 원칙논리의 이중 화술을 구사해 일관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어떻든 과거는 그랬다. 그러나 이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당선이 되기까지 정치인으로서 무시할 수 없었던 인기를 의식한 것이었다면 그같은 인기발언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지금부터는 국민의 인기를 끄는 것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상황논리보다는 원칙논리를 앞세우는 수사법의 정리가 필요하다. 지론의 일관성이 요구되고 분명한 어휘가 있어야 한다. 전망이 예측되고 예측은 거의 빗나가지 않는 말의 책임이 지어질 때 비로소 신뢰가 돌아간다. 신뢰가 없는 치자는 아무리 좋은 소릴해도 공허하고 신뢰가 있는 치자는 듣기싫은 말을해도 부인되지 않는다. 당선의 영광보다 더 무거운 대통령의 책임을 옳게 수행하는 길이 곧 이상 밝힌 세가지 점에서 비롯되는 사실을 항시 유념하기 바란다.
제16대 대통령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정치권은 이제부터 또 그들이 해야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밖은 각자의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선으로 인한 지역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여기에 보혁세력, 연령, 계층, 직업군(群), 등 각계 각층별로 지지판도가 달라 국민사회를 갈래갈래 갈라놨다. 그러나 이제는 끝났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 할 미디어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인터넷의 선거 열전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유권자들이 더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지한 후보가 당선됐거나 낙선됐든 간에 결과는 국민의 선택이다. 당선자를 지지했던 유권자나 반대했던 유권자나 당선자를 감시하는 국민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운의 미래가 분수령을 이루는 주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제 유권자들은 평상심으로 돌아가 각자 생업에 열중하면서 민심으로 정치권을 견제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소임이다.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대통령은 국가의 지도자로서 앞으로 한국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국가발전의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받았음은 물론, 국가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되돌아보면 이번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할 수 있다. 그 동안 후보자와 정당들은 무수한 공약과 정책을 발표하였다. 21세기의 희망찬 미래를 제시한 장밋빛 공약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유권자의 인기를 얻기 위하여 실현성이 없는 공약(空約)을 발표한 경우도 있다. 때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흑색선전 등을 통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여 선거판을 구태의연한 흙탕물로 만든 사례도 많다. 이번 선거는 과거에 비하여 미디어 선거운동이 확산되고 TV토론 등을 통하여 정책대결을 통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선거문화를 한단계 높인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발전된 선거문화 하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의한 지도자의 선출만이 남았다. 올바른 지도자의 선택의무와 권리는 유권자의 몫이다. 우선 유권자는 무엇보다도 투표장에 가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투표참여는 강제는 아니지만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시민으로서의 요구만 하는 것은 안된다. 선거일이 휴일이라는 핑계로 황금연휴를 억지로 만들어 해외여행, 또는 장거리 국내 여행을 함으로써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여행을 하더라도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떠나야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 부동층이 많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선거구도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택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지도자가 될만한 후보가 없다고 기권을 한 사람도 있다. 우리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여야 되고 후보자와 정당, 주변 인물, 그리고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하여 21세기의 한국을 이끌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이제 유권자들은 모두 투표장에 가서 신성한 한표를 던져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자. 지금은 내 한표가 국가발전의 장래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수원시가 각종 시위 집회로 민원인이 불편을 겪을 정도인 것은 시위문화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물론 잇따른 시위에는 다 이유가 있다. 또 그 이유에 시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단체나 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에는 그나름대로의 절박함이 다 있기 때문에 민원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표 지상주의에 흘러서는 민원이 지닌 이유의 합리성을 자칫 잃기 쉽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한동안 성행했던 밀어붙이기식 집단민원 사태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랬던 게 이번에 다시 수원시에서 그런 현상을 보는 것 같아 유감이다. 전경부대가 상주해야 하고 이로 인해 민원인 차량이 주차할 곳이 없어지고, 시청사의 일부 출입문을 폐쇄할 정도가 돼서는 참으로 곤란하다. 본란 역시 시위와 관련된 몇가지 사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가 있어 시측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다중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결코 순리가 아니다. 예컨대 집단청원이나 소원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이같은 행정 절차가 지루하고 무력한 것 같아도 오히려 빠르고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다. 수원시 또한 무작정 방치할 일이 아니다. 집단시위의 경우 무조건 최고 책임자, 즉 시장 면담만 요청하는 것이 상례이긴 하다. 물론 시장이 만날 일이면 만나야겠지만 중간 간부층의 역할이 크다. 중간 간부가 시장의 뜻을 능히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민원 처리의 가부에 그 근거를 명백히 밝혀줄 의무가 있다. 이도 저도 아니고 시일을 끌어서는 오히려 악성화할 우려가 있다. 시위는 지역 주민의 항용적 수단이 될 수 있고 또 지방자치에서는 있을 수 있는 점을 원칙적으로 인정은 한다. 그러나 이같은 시위가 다른 사람에게 지장을 주어서는 또한 안되는 것이 참다운 시위문화다. 이는 비단 수원시와 수원시와 관련된 이번의 시위사태에 국한하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모든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에 대한 시위도 이 범주를 일탈해서는 제대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수원시에서 계속되는 각종 시위를 계기로 시위문화의 성숙과 이에 대처하는 자치단체의 숙련을 촉구하고자 한다.
북의 핵 문제를 또 돈으로 풀어야 할 것인가, 미사일 개발 중단 또한 또 돈으로 달래야 하는 것인가. 교착 상태에 빠진 대북관계의 의문이 이에 귀납된다. 돈으로 해결될 수만 있으면 좋지만 도대체가 믿을 수 없다. 1994년 핵 위협 역시 돈으로 풀고도 핵 위협을 재개하였다. 남북회담 때마다 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민간인 방북에도 그때마다 돈을 요구해왔다. 돈을 주면 신뢰가 생겨야 하는데도 오히려 그 반대다. 끝없는 위협 속에 끝없이 주고 있는데도 전쟁위협은 상존한다. 핵 봉인 및 감시 카메라를 두고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조선중앙방송은 ‘수령 옹위와 사생결단’의 내부 결속을 다짐하고, 외무성은 식량원조를 호소하면서도 ‘조건이 붙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있지도 않은 식량의 군대전용, 마약거래 등을 거론해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가당치 않다. 지원된 식량이 설령 직접 군대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하여도 군식량 비축에 도움이 가는 건 부인될 수 없다. 마약거래는 국제사회에서 오래 전 부터 공론화된 일이다. 얼마전 일본에 의해 침몰된 괴선박이 북측의 마약 운반선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도주의를 힐난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조건붙은 대북지원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를 되레 비인도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실로 몰염치하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았으면 인도주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틈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역리가 인도주의적 자세라 할 수는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임의로 핵 감시카메라 등을 제거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이후 나온 이같은 태도변화는 심히 경계된다. 조선중앙방송은 ‘전쟁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면서 전쟁 위협을 노골적으로 들먹였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 북측에 대한 미국의 공격 역시 어떤 이유로든 반대한다. 핵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타개책은 어디까지나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이야 하는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도대체가 저들의 위협에 얼마나 더 돈을 주고 달래가면서 평화를 사야하는 것인지 기약이 안된다. 그래서 이제는 대화를 하고 지원을 해도 전처럼 무작정 퍼주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갖는다. 이러한 점진적 신뢰축적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당장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에 허점이 없어야 전쟁을 막는다는 사실이다. 중대한 시기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일부 금융기관들의 자체 방범망이 너무 허술해 연말연시를 앞두고 심히 우려된다. 지난 9일 부천에서 발생한 새마을금고 강탈사건만해도 그렇다. 단 한명의 범인이 대낮에 간단한 흉기 하나만 들고 침입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는 금융기관 자위방범망의 기초이자 최선책인 경비원을 고용하지 않은 탓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전국 1만7천926개 은행·제2금융권·우체국 점포 가운데 경비원을 배치한 업소는 6천338개소로 35.4%에 불과했다. 심지어 대형 은행들조차 전국 5천986개 점포 중 532곳이 아예 경비원이 없는 실정이다. 은행점포 가운데 폐쇄회로 TV(CCTV)를 설치한 곳은 46.6%에 머물고, 특히 현금 호송도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점포는 22.4%, 전자 가방 이용점포는 48.0%에 불과하다. 10개 점포 가운데 3곳은 여직원 등이 가스총 한 정에 의지한 채 일반 승용차로 수억원대의 돈을 옮기고 있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인천시의 경우, 시내 은행을 비롯, 제2금융권·우체국 등 680개소 중 경비원 배치는 42.6%, CCTV 디지털은 52.9%였으나 제2금융권 339개소와 우체국 41개소는 경비원을 전혀 배치하지 않는 등 여전히 자위방범 체계가 허술하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자위체계는 강·절도사건의 발생도 문제지만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느라 타 분야의 치안에 소홀하게 만든다. 더구나 혈세를 낭비하는 악순환이 거듭돼 더욱 심각하다. 한 예로 지난 10월, 2천만원을 털린 포천군 영북 농협 강도사건에 15일동안 투입된 경찰예산은 무려 1억원이나 된다. 사건발생 일주일째인 부천 새마을금고 강도사건 수사본부도 현재까지 들어간 경찰예산이 2천만원이 넘었다. 이로 인해 자체방범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금융점포는 선진국처럼 개설시 법적으로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자위체계를 소홀히 하는 근본적 이유가 강·절도 당한 피해액을 보험 등에서 변제해주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한 마디로 당치 않다. 금융기관 강·절도 사고는 사회적 파장이 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수사본부 요원뿐 아니라 관할 경찰서의 정보과·형사과 직원들도 총동원되므로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자체방위 체계가 안된 금융기관은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당위성이 있다. 금융기관들의 자위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
경인항운노조가 북측의 핵 시설 재가동 공표와 관련하여 대북지원 물자 선적 거부를 들고 나선 것은 매우 주목된다. 경인항운노조는 대북지원 물자 선적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원물자를 이용해 살상무기를 수출하고 최근엔 제네바합의를 깬 핵 개발을 선언하는 등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지원물자를 이용해 전쟁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대외적 발표가 있을 때까지 선적을 전면 거부한다’는 것이 이 노조의 입장이다. 올들어 인천항을 통해 북측에 보낸 지원 물자는 쌀 옥수수 의약품 자동차 등 모두 5만8천t에 이른다. 이가운데 쌀은 3만6천100t이 이미 보내졌고 연말까지 추가로 보낼 1만2천900t의 쌀 선적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제8차 대북지원 쌀 5천100t을 싣고 당장 해주항으로 출항해야 할 선박의 선적이 이루어지지 않은채 정미소에서 쌀을 실어나른 220대의 화물 트럭이 그대로 서 있다. 대북지원 물자가 북측의 군수물자 대비로 전용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일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간인에게 지원하는 쌀만해도 군량미로 전환된 것으로 보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대북지원을 그래도 지속한 것은 일관된 동포애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동포애가 결국 대량살상 무기 개발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난 이상, 더 선적할 수 없다는 것은 공감대 형성의 설득력이 매우 높다. 대북관계의 상호주의와 유화주의에서 상호주의는 전쟁을 불사하고 유화주의만이 평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흑색선전이 인 이 마당에서 경인항운노조의 선적 거부는 매우 큰 의미를 시사한다. 지난 5년동안의 퍼주기 대북정책 결과가 결국 미사일 및 핵 개발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가져온 마당엔 이제 재고돼야 한다. 북의 이런 가공할 무기개발은 국제사회의 평화 위협에서 우리라고 예외가 될수 없다. 남북간의 전쟁을 바라는 사람은 남한 사회에서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상호주의가 마치 전쟁을 원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이성을 의심케한다.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북측에 무조건 끌려가기 보다는 따질 것은 따져가며 도와주는 상호 호혜정신에 입각해야만이 진정한 평화가 정착된다. 이같은 대북정책의 전환 촉구가 다름도 아닌 경인항운노조에 의해 제기된 것은 국가사회의 각성을 크게 일깨운다.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빌미삼는 전쟁무기 양산을 더 묵과할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후면 실시된다. 선거운동은 내일 자정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나 각 정당 관계자들은 최후까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제 저녁 마지막으로 개최된 TV합동 토론은 어느 때보다 많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는 아직도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선택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각 정당이 부동층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막판 대규모의 금품살포나 또는 흑색선전이 무차별적으로 있을 지 모른다고 한다. 특히 양강 구도로 짜여진 현재 선거구도는 어느 때보다 박빙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단 몇표라도 더 얻기 위한 금품공세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우려되고 있다. 대권을 눈앞에 둔 후보자나 정당이 선거에 이기기 위하여 무슨 수단이든 동원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 비하여 금권이나 관권 개입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선거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다행스럽다. 과거와 같은 버스 동원을 통한 대규모 관중 동원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음식점에 평소보다 손님이 적어 울상을 지을 정도로 선거문화가 변화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향응을 베풀고 있기는 하나 과거와 같은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까지 선관위나 유권자가 감시를 해야 할 부분은 금품살포이다. 이번 대선유권자연대에서 각 후보들로부터 대선자금 공개서약을 받아 벌써 두차례에 걸쳐 실사를 했다. 일부 비용을 누락시키고 또는 중요 장부를 공개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서약까지 한 정당이 막판 금품살포를 한다면 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유권자들은 절대 향응이나 금품을 받지 말고 불법선거운동을 발견하면 즉각 고발해야 한다. 흑색선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권자들이 바라던 정책대결이 제대로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3차례 걸쳐 TV토론에서 상당한 정책차이를 보이고 있다. 끝까지 정책으로 대결하지 않고 악성 루머나 흑색선전을 하는 후보자나 정당에겐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엄정한 유권자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 미디어 선거를 통한 새로운 정책대결의 선거문화가 정착되도록 후보자 정당 선거운동원, 그리고 유권자 모두 마지막까지 공명선거 실시에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두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한 촛불 시위가 수십만 인파로 뒤덮였다. 촛불 시위는 미국, 프랑스 등지 교포들도 가세해 바야흐로 해외로까지 확산됐다. 외신들 또한 주요 기사로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촛불바다가 미대사관 앞을 덮쳤다’고 하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은 ‘SOFA개정촉구’, 미국 AP통신은 ‘부시 공개사과 요구’ 등 내용으로 기사를 다루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하고 유감의 뜻을 밝히긴 했다. 외국의 원수가 우리의 국가 원수에게 비록 전화통화이긴 해도 사과했으면 직접 사과를 한 건 맞다. 주일 미군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사과 역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한 전례가 있다. 이런데도 촛불시위는 근원적 대책이 포함된 부시의 공개사과를 거듭 촉구하면서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토록 악화된데는 한·미 두나라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진한데 그 원인이 있다. 우리 정부는 안일하게, 미국 정부는 성의없이 대처함으로써 국민적 분노를 유발하였다. 그러나 인산인해를 이루는 촛불시위가 미국을 적대시하는 반미는 아니다.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이 무죄로 평결난데 대한 사법 주권의 회복운동인 것이다. 그 거대한 촛불시위 군중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이를 반미운동으로 왜곡하는 것은 대선을 틈탄 정치권 일부라고 보아 심히 경계해야 한다. 또 대선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 선거에 정략화하는 몰염치는 마땅히 배격돼야 한다. 반미까지는 아니지만 대미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미군인들의 택시승객 폭행사건이 또 일어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두 나라 관계 당국은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며, 우리의 재판권 행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데 특히 미군 당국은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가뜩이나 감정이 좋지않은 이 시점에서 폭행사건 처리마저 잘못돼 불에 기름을 끼얹는 형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SOFA는 이제 운용상의 개선이 아닌, 현저히 불평등한 조항을 개정하는 쪽으로 어차피 가야한다. 이같은 문제 제기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니고 자신들에게 있는 사실을 미국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근래 수원시의 잘못된 행정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국유지 부실관리 상태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되더니 엊그제엔 영통지구를 개발한 한국토지공사에 지가상승을 정확하게 적용하지 않은 채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토지공사가 수원시장을 상대로 낸 개발부담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수원지법이 “수원시는 토공에 부과한 361억여원의 개발부담금부과 처분중 275억여원을 초과한 부분 86억원을 취소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면적 326만㎡에 이르는 영통지구의 경우,택지조성이 완료되기전 택지를 선공급하는 합동개발방식으로 시행,준공검사일이 부과종료시점이나 수원시는 토지 양도에 따른 대금납부일 또는 착공신고일을 토지개발완료시점으로 파악해 개발부담금을 잘못 부과했다는 것이다. 최근 수원시내 곳곳에 초대형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신축되면서 각종 건축자재와 대형 크레인 등 공사차량들이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무단 점령한 채 공사를 강행하는데도 방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종합운동장 사거리 부근, 팔달구 인계동 농조예식장 근처, 영통동 경희대 건너편 거리 등은 안전요원도 없어 교통사고 위험과 함께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하지만 시 당국과 경찰은 책임 전가에 급급하고 뒷짐 단속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문화예술행정은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수원시가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행사로 평가받고 있는 ‘수원국제음악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1999년부터 정명훈,조수미, 안드레안 보첼리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개최해온 수원국제음악제는 국제적인 주목과 찬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수원시가 각계의 의견수렴도 없이 폐지키로 하고 아예 2003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원은 인구 100만명을 포용하고 있는 대도시다. 수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크고 작은 행정착오나 무사안일적인 행정, 그리고 시민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듯한 문화·예술정책이 드러날 때 마다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수원시의 사려 깊은 행정을 재삼 촉구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