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헌 담합인가?

‘노무현’ 대 ‘정몽준’,‘ 정몽준’ 대 ‘노무현’의 단일화 여론 조사에서 만일 ‘노무현’이 패배했다면 지금의 ‘정몽준’처럼 후보 등록을 정말 포기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나 가정은 부질 없고, 지난 일의 가정은 부질 없긴 하지만 앞으로의 일에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에게 요구하는 담보엔 전혀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정 대표의 입장에선 대선이 끝나면 노 후보에게 효용가치가 없는 한시성 시효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지만 이 역시 부질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은 노 후보가 다급한 김에 정 대표의 요구를 2004년 개헌 시한까지 들어 주어도 그의 당락간에 실현될 것으로 믿을 사람은 있을 것 같지 않다. 대선에 개헌을 빌미로 삼은 공조 실패는 이미 ‘DJP내각제’에서 입증됐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어떻게 공조하든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자유다. 그러나 몇몇 정치인의 입장에서 개헌이 거론돼선 공론화가 불가능하며, 공론화되지 않은 개헌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막는다는 개헌 취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내용이 아니나 명분이다. 정 대표의 개헌 요구에 명분이 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물론 정 대표의 처지엔 이해가 간다. 불과 차이가 얼마되지 않은 여론조사 게임 끝에 그로서는 억울하게 대통령 후보의 꿈을 접었다. 자신의 입지와 당의 진로가 염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원내에 교섭단체도 갖지 못한 정당 및 대표가 태풍 일과 후의 대선 후에도 여론의 조명을 받기는 고사하고 정치적 명맥이 살아 남을지 심히 걱정할만 한 것은 맞다. 정 대표가 겪는 오늘의 원천적 고민은 공조가 불가능한 약속을 한데 있다. 노 후보와 정견이 서로 달라도 한참 상반된 정 대표가 무슨 말로 노 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인지 향후가 주목된다. 합동공약을 위한 정책조율을 한다지만 조율에도 한계가 있다. 또 선거운동에 공조를 한다 하여도 국민통합21이나 정 대표의 지원 성의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가 있다. 대선 때만 되면 선거 담합용으로 으레 개헌을 미끼 삼는 것은 순전히 선거 편의적 발상이다. 정파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 합의가 돌출하는 것은 헌정에 대한 모독이다.

수원 이의동 종합개발 성공하려면

경기도와 수원시가 수원시 팔달구 이의동 일대 자연녹지 360만평을 컨벤션센터, 첨단지식단지, 행정타운, 관광위락, 주거단지 등이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개발한다고 한다. 이의동 일대는 용인 수지·죽전지구, 신갈지역을 잇는 도로의 확·포장과 신갈∼안산고속도로 동수원톨게이트와 인접해 사통팔달 접근성이 양호한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 요충지다. 특히 광교산 등 자연녹지가 잘 보존돼 있고 관광지로 각광받는 원천유원지와 신대저수지를 끼고 있어 컨벤션센터·첨단지식단지·행정타운 입지조건으로는 최상의 여건을 갖췄다. 계획대로 개발돼 경기도청이 이의동으로 이전된다면 수원은 첨단산업과 교육, 관광사업이 조화된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수부도시로 면모가 일신될 것이다. 문제는 자연녹지 개발과 이로 인한 환경단체의 반발이다. 최근 광교산 자락이 부분적으로 훼손되고 있는데다 360만평 규모의 자연녹지 공간마저 개발된다면 수원과 용인을 잇는 녹지축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또 개발사업이 장기간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향후 사업 진척이 둔화될 경우 토지주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수원시와 현대건설의 이의동 일대 개발 협약서 체결문제는 조속히 풀어야할 숙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0년 2월 컨벤션센터, 호텔, 화성관망탑 조성을 위해 7천29억원을 투자, ‘수원컨벤션시티 21 민간투자사업 협약’을 수원시와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일 현대건설이 수원시를 상대로 계약체결 위반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막대한 배상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수원시와 현대의 기존 협약대로 이의동 종합개발에 현대가 참여해 아파트, 컨벤션센터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또 추후 논의될 관광위락, 업무시설, 공항터미널 등도 수원시가 용역중인 ‘개발계획안’에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05년부터 착수될 이의동 종합타운은 수원의 새중심 미니신도시로 발전할 게 분명하다. 다만 이의동 종합개발이 난관 없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광교산, 호수 등 현재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수원시와 경기도의 보다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기대한다.

자치단체장 끌어들일 생각말라

오늘부터 제16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12월19일 투표가 실시될 하루 전인 18일까지 22일간의 치열한 선거 열전이 예상된다. 부패청산을 표방하는 한나라당 이회창과 개혁정치를 내세우는 민주당 노무현, 노무현의 진보성향 대 이회창의 보수성향으로 압축된 두 후보의 양강구도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건곤일척의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기가 어렵지 않다. 과열 선거운동이 반드시 타락선거인 것은 아니지만 공명선거를 해칠 요인은 다분하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과열을 우려하는 것은 타락선거를 우려해서다. 이런 가운데 공명선거를 위해 경계해야 할 일은 많으나 가장 배격해야 하는 것이 관권선거다. 이미 중앙에서도 수차 관권의 엄정 중립을 거듭 강조한바가 있고 지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급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신의 소속 정당을 초월, 엄정한 중립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방선대위 등 정치권이 소속 정당의 자치단체장들에게 대선과 관련, 안달을 부리는 것으로 들린다. 심지어는 어떤 도움의 요청을 거절당하고는 거절한 단체장을 원망하는 정치인도 있다. 민주당이 건 한나라당이 건 간에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직분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가만 놔두는 게 당을 돕는 참다운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시대 또한 예전같지 않아 지방관권이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개입이 통하는 시기가 아니다. 자치단체장이 공연히 선거운동에 개입했다가 말썽이 나면 이처럼 참담한 게 또 없다. 지방선대위의 정치권이 소속 단체장들에게 무슨 도움을 바라는 것은 결코 선거를 위한다 할 수 없다. 되레 선거를 망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아직도 시대를 인식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이런 정치인이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추호의 관권선거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은 대선 기간동안엔 행여 소속 자치단체장 곁에 다가 갈 생각도 말아야 한다. 괜한 오해를 사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또한 수도권이 최대 승부처로 꼽혀 주목받고 있다. 각 후보의 집중공략이 불을 뿜을 것이다. 각급 자치단체장들은 엄정 중립 의지를 초지일관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는 대선기간이 되길 간곡히 당부한다.

임진강 철새들 살리는 길

몽골이나 시베리아 지역의 추위를 피해 한반도를 찾은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50호) 등 국제 보호조류들이 임진강 일대에서 죽어가고 있다. 독수리의 경우 2000년에 20마리가 죽은 데 이어 지난해 9마리가 죽고 9마리가 중태에 빠진 사례가 발생했었다. 올해도 벌써 비무장지대 대성동 자유의 마을 앞 들녘에서 독수리 6마리가 죽고 6마리가 중태에 빠졌다. 지난해 폐사된 독수리 9마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부검한 결과 농약을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정된 바 있어 올해도 농약이 묻은 곡식을 먹고 죽은 조류를 독수리가 다시 먹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독수리가 죽은 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을 밀렵꾼들이 알고 겨울철새인 쇠기러기나 청둥오리, 비오리 등을 잡는 미끼에 맹독성 농약을 묻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곳곳에서 행해지는 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은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일이다.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일대는 지난해 봄부터 4차로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매년 이곳을 찾던 독수리들이 보이지 않고, 올들어 경의선 철도와 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라산 일대에 서식하던 두루미와 재두루미도 자취를 감췄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개리(천연기념물 325호)는 탄현면 성동리 오두산 전망대 일대를 주요 서식처로 삼았지만 2,3년 사이 관광용 시설물이 설치되고 골재 채취가 행해지면서 보이지 않는다. 한국 자연정보연구원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올해 파주시 임진강변 일대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각각 500여마리, 고니 300여마리, 개리 500여마리가 월동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양주군 은현면 우남2리 구미마을 농가주변에 대머리독수리 300여마리가 출현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km를 날아 찾아온 희귀조류들이 한반도에서 굶어 죽는다면 한국의 책임이 없다할 수 없다. 철새들이 서식지 파괴로 굶어죽거나 독극물로 인해 한반도에서 최후를 맞이한다면 안타까운 노릇이다. 파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매년 돼지와 닭, 곡식을 먹이로 제공하고 있지만 서식지가 파괴돼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겨울철새들에겐 항구적인 보호대책이 될 수 없다. 서식지 보호는 물론 독극물을 사용하는 밀렵을 중지하고, 각종 개발시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만이 임진강을 찾아오는 철새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양강구도의 대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와 가진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앞섬으로써 단일후보로 확정되었다. 지난 22일 단일화에 전격 합의, TV토론을 실시한데 이은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 비하여 46.8%대 42.2%로 4.6%포인트 우세하게 나타나 양당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단일후보로 확정지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여론조사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대국민 약속을 한 후보단일화 합의를 지킨 정몽준 후보의 결단은 찬사를 보낼만 하나 문제가 없지않다.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을 가진 정당이 단 한차례의 TV토론과 여론조사라는 방식을 통해 특정후보의 당선을 저지키 위해 후보를 단일화한다는 정치적 발상은 야합이란 비판이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치사는 물론 세계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는 정치게임이지만 일단 게임규칙(rule of game)을 정하고 이를 상호 존중하여 단일후보를 결정하였다는 것은 다만 정치인에 대한 신뢰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수긍할만 하다. 이제 내일이면 오는 12월19일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이 후보 등록을 하여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수명의 군소정당 후보의 등록도 예상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의 양강에 의한 선거구도로 압축되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가 3자 대결 또는 제3의 후보가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양강구도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권자나 정치발전의 입장에서 보면 양강구도는 선택 폭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두 후보는 금년 봄에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부터 수많은 정책을 제시하여 상당 부분 검증을 받았으며, 또한 앞으로 있을 합동토론 등에서 더욱 분명하게 정책과 이념적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이는 장기적 차원에서 한국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또한 정책정당화를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21세기의 한국을 이끌어갈 첫번째 지도자를 선출하는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공명정대하게 실시되어야 하며, 특히 이런 책임은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와 양당에 달려있다. 상호비방과 흑색선전보다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모범적 선거를 치르기를 거듭당부한다.

경찰, '운전석 TV' 왜 방관하나?

경찰의 교통법규 위반차량 단속이 혼선을 걷고있다. 음주운전 단속은 아주 잘하는 일이다. 대낮단속, 밤중단속 등 음주운전 단속의 지속적 강화를 기대한다. 무인촬영보다 못한 카파라치 보상은 무위하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1천 수백억원이던가하는 카파라치 보상금이 전액 삭감된 것은 잘된 일이다. 그 돈으로 신호체계 개선이나 무임 촬영 시설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단속은 전혀 안되고 있다. 당초 중앙의 단속지침부터가 모호하여 문제가 있긴 있었다. 비록 그렇다 해도 단속이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 단속 지침이 그래서인지 단속하는 것을 전혀 볼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이젠 차내 텔레비전 부착까지 점점 는다. 자가용 차량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개인택시 등 영업용 차량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운전중 운전자가 담배만피워도 제재를 받게 돼있는 것으로 안다. 주의의무 소홀을 방지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은 흡연과는 비교가 안되는 주의의무 산만의 요인이며, 운전중 텔레비전 시청은 또 휴대폰 사용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주의의무가 산만해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운전자 옆좌석에 설치된 소형 텔레비전을 비록 곁눈질로 힐끔힐끔 보는 것이라 하여도 운전중 시청은 거의 눈을 감고 운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 피해가 자신에게만 돌아가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반사회성에 문제가 있다. 남의 차를 들이받아 손해를 기치는 것쯤은 약과다. 상대에게 방어운전을 할 틈도 없이 인명살상의 피해를 입힐 우려가 다분한 게 바로 운전중 텔레비전 시청이다. 이같은 텔레비전 설치는 불법 부착물로 보아 마땅히 철거돼야 하며, 적발된 운전 중 시청은 엄단돼야 한다. 택시의 경우엔 승객의 신고를 받아 엄단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 안전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업무는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경찰의 소임 차원에서 운전 중 휴대폰 사용, 특히 텔레비전 시청은 엄중단속해야 하는데도 방관시 하는 건 지극히 유감이다. 이에 대한 단속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어서 막중한 사회 방어로 평가된다. 경기지방경찰청의 전향적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국민 힘모아 ‘SOFA’고치자!

동두천시 미군 캠프케이시 군사법정에 묻는다. 만약 당신들 딸이 미2사단 공병여단 44대대 소속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면 관제병과 운전병의 무죄에 승복하겠는가를,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설마 일부러 치어 죽였다고는 믿고싶지 않다. 통신장비가 고장이 났건 안났건 간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기 보다는 과실이었을 것으로 안다. 어떻든 여중생 2명이 치여 죽었다. 재판대로라면 죽은 자만 있고 죽이거나 죽게한 자는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했단 말인가, 절대로 그렇진 않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재판놀음은 죽음의 결과만 있고 고의든 과실이든 죽음에 이르게한 그 원인은 없다. 이건 대륙법과 영미법의 차이가 아니다. 법과 진실의 자의적 왜곡이다. 이런 재판도 재판인가 거듭 묻는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도 이같은 엉터리 재판은 없었다. 무슨 권리로 미군 법정이 이토록 우리의 인권을 짓이기는지 다시 묻는다. 인종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다. 당신들이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우습게 본다면 우리 또한 양키를 우습게 본다. 초강대국의 오만이라면 약소국 역시 그 오만을 꺾을 수 없는 게 아니다. 미군은 우릴 돕기위해 와 있기도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자국의 국익을 위해 와 있는 것이다. 미처 꽃봉오리를 피지도 못한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참담하게 죽은 여중생들 유족이나 한국인들이 그같은 재판에 연일 분노를 분출하며 벌이는 대규모 시위는 지극히 마땅하다. 우리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 위한 재판권 이양 요구 또한 당연한 자위적 조치다. 그러나 한미행협(SOFA)이 그렇게 안돼 있어 불가하다면 할 말이 있다. 비록 잘못된 재판이지만 미군사법정을 존중해야 한다면 역시 할 말이 있다. 더는 이런 불행한 인간성 모독의 재판이 있어서는 안된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현저히 불평등한 SOFA를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 미군의 공무상 사고도 한국법정이 재판하도록 해야한다. 유례없이 불평등한 내용의 SOFA로 우리가 더 모독당할 이유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친미도 반미도 아니다. 다만 전통적 우방이다. 문제의 재판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발은 물론 반미시위가 아니다. 잘못된 결과를 지탄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장기화하면 반미감정으로 번질 우려는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돌아간다. 한국인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지금이라도 SOFA를 개정하는데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SOFA의 굴욕적 조항을 철폐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의욕만 앞세우는 사업 숙고해야

집터도 없이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당치않은 계획이다. 신축 설계도가 있다고 해서 부지도, 예산도 없이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와 일부 시·군들의 예산 미확보 각종 사업들은 집터도 없는 상태에서 집을 지으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부천시의 범박동 농로확포장 공사, 평택시의 안중터미널 예정지∼국도38호선간 도로개설, 이천시의 행정타운 건립 및 복하2교 확장, 양평군의 양평스포츠센터 건립, 양주군의 홍죽천 개수공사 및 신천수계 준용하천 정비 등은 예산조차 책정되지 않은 사업들이다. 경기도의 생활체육센터 부지 매입, 군포시의 부곡화물터미널∼의왕시계간 도로 개설, 광주시의 오포면 청사 신축, 하남시의 경정장 우회도로 개설, 오산시의 서부우회도로 개설, 과천시의 청소년수련관 건립, 파주시의 당동∼여우고개간 연결도로 개설, 구리시의 국도47호선 확장공사, 가평군의 천안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은 도시계획시설결정 지연, 행정절차 선행, 사업계획변경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사업들이다. 특히 평택시가 194억원을 들여 조성하려는 61만㎡ 규모의 장묘공원은 예산도 확보안된데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되고, 연천군의 쓰레기매립장 조성은 시·군간 광역추진협의 지연으로 결렬된 상태다. 이렇게 각종 사업을 착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재원 확보 방안을 명확히 수립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심사를 요청한 탓이다. 여기에 투자·융자 심사 때면 해당지역 출신 시·도의원을 비롯, 시·군의 로비도 가해져 일단 통과하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민선 출범 이후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각종 선심성 사업에 제동을 걸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다. 앞으로도 있을 이런 행정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 당국의 철저한 심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지자체장들이 먼저 예산확보 대책,사업 성과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부터 숙고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전 심의제 보완이 절실한 것이다.

경찰, 과잉진압 하지마라

한국국민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고,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을 맞고 피흘리는 약한 사람들인가. 여중생을 장갑차로 치어 숨지게 한 미군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지자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들이 동두천 캠프케이시 앞에서 항의 및 규탄 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과잉 진압에 시민들이 큰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속출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캠프케이시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김모씨가 경찰 안전모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가 하면 경찰들과의 심한 몸싸움으로 실신한 4명의 시민이 119 구급차량으로 이송됐다. 여중생 범대위 대표가 검찰 방패에 머리를 맞아 이마가 15cm가량 찢어졌고 취재중인 모 방송 기자 등도 부상을 입었다. 이같은 사태는 우리 땅에서 미군이 사람을 죽여도 무죄가 되는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본란이 어제 지적한 바와 같이 판사와 변호사, 검사, 배심원 등이 모두 미국사람인 이번 미군 재판은 한마디로 무효다. 마치 공범을 재판하는 격인 사기적인 재판이다. 따라서 미국이 우리 국민을 속인 기만적인 재판에 항의, 시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도 경찰이 과잉단속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찰이 마치 미국 경찰이거나 미군 헌병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시민들이 폭력을 쓴 것도 아니다. 화염병을 든 것도 아닌데 시위하는 시민들을 경찰이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때리는 무차별 진압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의 과잉 대응은 국민정서에 어긋날 뿐 아니라 반미 감정에도 부채질하는 것이다. 미군 재판이 끝나면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시작하여 미군 기지가 있는 전국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2일에는 범대위 대표단 10여명이 미국 백악관으로 가서 ‘살인 미군 처벌, 부시 대통령 사과와 SOFA 개정’을 요구하는 항의 농성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중생 치사 미군재판은 국민적인 문제인데 경찰이 그 심각성을 모른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경찰은 앞으로 벌어질 여중생치사 총력투쟁대회에 맞서 만일 동두천에서 처럼 과잉 진압을 보인다면 국민적인 지탄을 받을 것이다. 경찰은 국민 보호자이지 국민 구타자가 아니다.각종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본분을 잊지 말 것을 촉구한다.

되살아날 임진강

경기도 제2청과 파주·양주·동두천·연천 등 북부지역 지방자치 단체가 임진강 유역 수질개선에 나섰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임진강은 경기북부지역의 젖줄이다. 강원도 법동군 두류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철원·금화지역을 거쳐 한탄강과 합류, 강화만을 통해 서해로 유입되는 강이다. 경기북부지역 상수원은 물론 농업·공업용수로 매우 강이다. 총연장 254km에 남한지역 유역면적만도 3천8.7㎢로 연천, 파주, 동두천, 포천·양주 등지에 거주하는 36만3천여명의 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진강 수계에는 섬유, 식품, 염색, 피혁, 금속업체 등이 산재한데다 축산폐수업체도 44곳이나 있어 수질이 오염돼가고 있다. 임진강유역에 폐수배출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포천이 595곳으로 제일 많고, 양주 573곳, 파주 295곳, 동두천 209곳, 연천 179곳 등 무려 1천851곳에 이른다. 해당 시·군이 산업폐수 및 축산 폐수 단속에 나서 지난해 3천564곳을 점검해 위반업소 555곳을 적발한 데 이어 올해도 290곳에 대해 경고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했으나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더구나 무등록 공장이 233곳이나 된다. 최근 경기도 2청과 파주, 포천, 연천, 동두천, 양주 등 5개 시·군 부단체장과 민간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진강 유역 수질개선대책추진협의회에서 임진강 오염 방지를 위해 폐수발생이 심한 무등록 공장 가운데 107개 공장을 양주 검준, 포천 양문, 파주 금파단지 등으로 이전키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임진강변 폐수배출업소의 배출허용기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기존 80∼120ppm에서 30∼40ppm으로 대폭 강화할 것은 적절한 조치다. 파주 문산하수처리장 6곳, 포천군 소흘하수처리시설 등 5곳, 양주군 신천하수처리시설 3곳, 동두천 하수고도처리 2곳 등 환경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크게 기대된다. 문제는 섬유·피혁 등 업체들의 환경보존 의식과 이전대상 영세업체들이 높은 분양예정 단가를 이유로 산업단지나 집단화 단지 입주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다. 아무리 환경시설을 확충해도 폐수배출업소가 상존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경기북부지역의 젖줄인 임진강과 주변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도록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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