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진통에 대한 견해

대선 이후 나타난 민주·한나라 양당의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지도부 교체의 진통을 들수가 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승리한 대로,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대로 다 그 명분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진통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집권당이고 또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미 진로를 밝힌바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비록 정권 재창출에 성공은 했지만 제도 개혁이든, 인적 청산이든 지도부 교체가 불가피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민주당의 안방 살림에 본란이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객관적 판단이 이러하다.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구 주류에 궁금한 것이 있다. 대선 이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이 달라져야 할 것을 진정 몰랐느냐 하는 것이다. 본란은 일찍이 오늘과 같은 사태를 수차 예고하였다. 그리고 현실화하고 있다. 노 당선자가 당 지도부 재편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하여도 정치개혁을 의도하는 당선자의 시사로 보기엔 충분하다. 만약 이를 계기로 한 대표 등 구 주류가 당을 일탈한다면 가뜩이나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노 당선자는 취임 이후의 국정 운영에 더욱 부담을 갖게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각오하고 재편의 시사를 강행한다면 이 또한 당선자 권리의 몫이다. 비록 당정이 분리됐다고는 하나 대세가 그렇게 돌아간다. 구주류 세력이 오늘과 같은 당내 사태를 거부하고자 한다면 진즉 했어야 할 일이다. 대선 이전의 반노·비노의 소용돌이가 있었을 적에 좀더 태도를 분명히 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다가 지금에 와서 노후보의 승리를 구실삼아 지도부 재편을 성토하는 것은 공허하다. 물론 지도부의 물갈이를 서두르는 친노세력의 우격다짐이 성급하다는 생각엔 동의한다. 그러나 어차피 물갈이가 있어야 한다면 형식이 큰 문제일 순 없다. 한 대표 등이 진실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털고 내주는 것이 순리다. 물러나는데 조만간의 차이가 능사일 수는 없다. 모든 것엔 시기란 게 있다. 정치 세계의 생리적 현상은 더욱 그렇다. 현 지도부가 퇴진,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다가 보면 또 권토중래할 기회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정치 세계다.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구분할 줄 아는 형안을 민주당의 현 지도부에 당부하고 싶다. 물러날 땐 깨끗이 물러나야 들어서는 것도 깨끗할 수가 있다.

강화 전등사의 문화재 사랑

강화 전등사가 주축이 돼 벌이고 있는 ‘외규장각(外奎章閣) 도서반환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보면 이 정부가 문화재 관리·보호에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서명 운동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문화재 359점을 돌려 받자는 문화주권 찾기 운동이다. 현재 프랑스에 소장돼 있는 우리 문화재는 국보급인 의궤(儀軌) 191종 297책 등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 상당수에 이른다. 문제는 외규장각 도서들은 1993년 당시 미테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반환하기로 이미 합의됐는데도 프랑스 정부가 이행치 않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는 도서반환 약속을 받고도 영구임대·등가교환방식 등을 요구하는 프랑스측의 전략에 말려 들어 마치 체념상태로 일관하고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강화 전등사가 사회단체·문화예술인들의 협조를 받아 지난해 10월 외규장각 도서반환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는데 최근 10만명을 넘어섰다니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절실한지 짐작이 된다. 특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지난 10월 서울에서 개최한 ‘불법 약탈문화재 반환과 도난 문화재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국제전문가 회의’를 통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위한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국제회의 권고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자국법을 앞세워 소유권만 인정해주고 임대 받는 방식을 취하라는 등 약탈 문화재를 돌려 주지 않는 것이다. ‘네 칼이라 하더라도 내 칼집에 있으니 내 것’이라는 격이다. 그렇다고 약탈해온 외국 문화재의 자국 소장을 고집하는 것은 지나친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 약탈은 헤이그 조약에 명시돼 있듯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알면서도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이다.프랑스는 구 동독이 소장해왔던 자국 출신 모네 등 미술작품 23점을 통일 독일로부터 반환 받은 것을 비롯해 18∼19세기 프랑스 문서와 기독교 역사가 담긴 733개의 마이크로 필름을 돌려 받았다. 빼앗긴 자국의 문화재 돌려 받는 데는 필사적이면서 자신들이 한국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치 않는 것은 진정한 문화국이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헤이그협약 정신에 따라 무조건 반환받아야 할 대상이다. 더구나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한 만큼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를 도와 주는 ‘거사’이지만 전등사를 비롯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의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주한미군 대처는 신중하게

한글과 영문으로 표기된 ‘미군 출입금지’스티커를 상가, 병원, 성당 등에 부착하는 운동이 인천에서 전개됐다고 한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때까지라는 이 스티커 부착운동에 공감은 하지만 우려되는 점 또한 있어 심사숙고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지난 여름 의정부에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여중생 사망 사건이 ‘촛불 시위’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미군 출입금지’스티커 부착 운동이 자칫하면 극단적인 반미감정으로 치달을 요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몰지각한 미군들이 한국인들에게 가한 폭력, 강도 등 사건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지만 우리가 과연‘미군 출입금지’라는 초강수까지 써야 되느냐 하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최근 한국인들이 주한 미군에게 가한 불상사도 발생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이다. 서울역에서 미군 병사 2명이 한국인 남자 4명으로 부터 폭언과 육체적 시달림을 당했다는 것이 그 한 예다. 한국군 장병 4명과 방송사 취재진이 이를 지켜봤지만 제지하지 않았고,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미군들을 조롱하고 침을 뱉었다는 게 주한 미8군 사령부측의 얘기다. 지난 15일 용산 미군부대 인근 지하도에서 한국 청년 3명이 비무장 미군 장교 한 명을 습격해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한 지 4일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오죽하면 주한 미대사관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회원을 포함한 한국내 미국 민간인들로 하여금 주한미군에게 내려진 ‘오후 9시∼오전 5시 시간대 통행금지’를 참고토록 하는 이메일을 보냈겠는가. 우리는 미대사관이 경고 메시지에서 “주한 외국인들은 주한미군의 통행금지 조치를 고려하여야 한다. 신체적 재산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노동자들의 집회장소와 집회 참석자와의 대면을 피하라”고 권고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사건들은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평화의 촛불 시위’가 보여주고 있는 성숙된 한국인의 시민 의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반미, 친미를 흑백논리로 구별할 때가 아니다. 과거보다 미국을 더욱 올바르게 알고 미국을 우리쪽으로 유리하게 활용해야 할 때다. 여중생을 죽게 한 미군 병사 2명을 무죄 판결한데다 늦어지는 SOFA개정으로 인해 국민적 감정이 분출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때 일수록 대미관계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SOFA개정의 강력한 추진을 정부에 거듭 촉구한다.

연말연시 치안대책 철저히

이제 대통령 선거도 끝나 새로운 희망과 기대 속에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국민들은 물론 모든 공직자들은 그동안 선거로 인해 어수선했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두 부문을 정상으로 되돌림으로써 일상생활의 정상화를 시급히 해야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이완된 사회질서의 기강확립과 어려워진 서민생활의 안정과 평안을 위한 철저한 정부의 대책 수립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을 비롯한 사회질서와 치안 담당 부서는 선거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대책 수립과 사전예방에 주력하였기 때문에 서민생활과 관련된 사회질서의 확립과 치안유지에 대하여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선관위, 자원봉사자는 물론 치안당국의 노력으로 선거질서가 어느 때보다 안정되어 별다른 소란이나 사고 없이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된 것은 한국사회가 그 만큼 성숙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찰력이 선거경비에 집중 동원돼 다소 해이된 틈을 타 각종 범죄는 물론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치안당국은 물론 정부기관의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철저한 방범대책의 수립이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함으로써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 강도나 절도행각이 성행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주택가 순찰을 강화해야 하고 또한 아파트 도관리소 등과 신고체제를 더욱 긴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모임이 많아 음주운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불행을 초래하므로 운전자 자신이 주의하여야 함은 당연하지만,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여 음주운전에 대한 사전 예방에 경찰은 더욱 주력해야 한다. 고속도로 진입지점이나 유흥가 주변에서 음주운전 예방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겨울철의 각종 화재 사고 예방에도 주력해야 한다. 겨울철은 특히 화재가 자주 발생하여 많은 인명사고와 재산 손실이 발생한다. 폭설에 대비한 준비도 요구된다. 제설장비에 대한 점검, 도로점검 등도 필수사항이다. 스키장과 같은 겨울철 레저시설 단지에 대한 점검도 소홀해서 안된다. 연말연시 서민들이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치안당국의 강력한 예방책이 요구된다.

핵 문제의 당선자 역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에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 북의 핵 포기를 수차 촉구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북측의 폐연료봉 보관시설 봉인의 전격 제거 등 갈수록 악화되는 핵 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풀 것인지 듣고 싶다. 전력생산과는 무관한 북측의 이런 강공책은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시사하는 벼랑끝 위협이다. 부시 미행정부의 ‘선 핵포기 후 대화’방침을 압박, 선 대화로 이끌려는 북의 핵 위협은 당장의 공격 의도로 볼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월4일 핵개발계획 시인 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북측 움직임을 방관시할 일은 아니다. 시일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지만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핵 문제의 경우, 시일이 해결하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으며, 더 최악의 사태에 다다랐을 땐 이미 늦다. 북측은 핵 문제는 북·미관계의 일이므로 우리더러는 빠지라고 한다. 또 이에 동조하는 우리의 내부세력도 있다. 이같은 동조 세력은 핵 문제를 과장, 긴장을 고조시킨다면서 긴장 우려를 냉전주의로 매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당선자의 생각이 어떤지 또한 듣고싶다. 1994년 제네바협정을 위반하는 북의 핵 등 대량살상 무기개발은 국제사회의 불신도 불신이지만, 동족간의 무모한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점에서 심히 당치않다. 결코 북·미관계의 일로만 보아 좌시할 수 없는 곧 남북관계의 일이다. 당선자가 적극 나서야할 이유와 책임이 이에 있다.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을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막연히 낙관만 했던 이 정부는 당혹감 속에 뒤늦게 고심하고 있으나 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당선자가 가진 첫 회동에서도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것같지 않아 국민들은 더욱 궁금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에 미국의 대이라크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가 갖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여론 조성을 기다린 부시에게 비외교적 대응을 검토할 구실을 높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의무가 노 당선자에게 있다고 믿어 현 정부와 조율, 소기의 전환점이 모색될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핵문제 처리는 대외외교의 첫 시험무대라 할 수 있다. 방법은 당선자의 역량에 속한다. 다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평화적 해결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피스텔 허가 문제점 너무 많다

최근 분양붐을 타고 있는 오피스텔이 경기·인천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피스텔이 불법 용도변경, 편법분양, 허위·과장광고 등을 일삼아 계약자들의 피해가 속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본보가 집중 취재한 바 있거니와 근래의 오피스텔은 한 마디로 ‘기반시설 없이 짓는 데만 급급’해하는 행태다. 올 한햇동안에도 경기·인천지역에 각각 3만8천265실, 9천605실이 분양되는 등 수도권에서 모두 4만7천여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들 오피스텔은 대부분 도심지역에 있어 도로나 상·하수도, 학교 등 기반시설이 포화상태여서 난개발일 뿐만 아니라 일부 오피스텔은 아예 주거용 아파트로 분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분명히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거시설이 50%를 넘으면 불법이다. 욕실에 욕조나 발코니 등을 설치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오피스텔이 주거용아파트인 것처럼 분양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행정기관들이 건축업체들의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관계법규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그대로 방치하는가 하면, ‘준공시 불법이 있으면 사용검사를 해주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뒷짐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이다. 한 예로 수원시 인계동에 ‘리더스벨리’란 오피스텔을 신축예정인 해진하우징의 경우, 업무용 시설임에도 지난주부터 ‘복층형아파트’로 허위·과장광고를 내고 분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관청인 수원시가 아직까지 행정지도를 벌이지 않고 있다. 해진측이 버젓이 모델하우스를 100% 주거형으로 꾸며 놔 현장만 확인하면 금방 불법 구조물임을 알 수 있다.이렇게 현장점검을 소홀히 하고 불법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건축업자들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면키 어렵다. 이같은 오피스텔의 각종 부작용은 정부의 일관성없는 주택정책의 탓도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에 양도세 부과방침을 세웠다가 그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고, 상업지역의 오피스텔 난립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를 개선키 위해 강구했던 각종 규제방안을 백지화한 바 있다. 앞으로 합법적인 오피스텔 건축을 위해서는 교통환경 평가를 비롯, 탈·불법 사례가 3차례 적발된 경우 모든 허가를 취소하는 3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탈·불법 오피스텔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해 둔다.

盧당선자의 국정운영 방향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민주당 선대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밝힌 새정부 내각구성 및 국정운영 방향 제시는 음미해볼만 하다. ‘개혁의 대통령과 안정과 균형의 총리’라는 컨셉을 제시, 급진적 개혁이 아닌 안정속의 개혁을 예고했다. 이의 이유로 “국민이 나를 개혁, 변화적인 사람으로 보고 우려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은 적절한 파악이다. 아울러 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안정된 팀으로 이끌어 갈 의지를 밝힌 대목 또한 주목된다. 중량감 있는 경륜과 능력위주의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관측되는 내각에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권 인수위의 실무형 참여인사 등이 청와대에서 노 당선자를 보좌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으나 더는 국정 운영의 중심이 내각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이 되는 폐해가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의 논공행상식 기용이 많지 않을 것으로 시사한 것은 괄목할 만 하다. 이 정권의 실정과 부패가 측근 기용과 발호에 기인된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유념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본란 역시 당선자를 처음 언급하면서 이를 강조한바가 있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성패가 이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적으로는 아무리 큰 은공을 입었더라도 공직이나 공사에 관련해서는 공적으로 대할 줄 아는 형안과 자제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공사간의 혼돈은 버려야 할 낡은 인습으로 당선자가 표방하는 개혁정신에도 크게 어긋난다. 이같은 일련의 국정운영 요강 천명은 민주당 인사들과 당선자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 부터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당선자는 논공행상식 인사의 배제를 “선거에서 노력한 분들이 자리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고, 국정 의지를 펼쳐 보이기 위해 기대도 할 것이나…”라는 말로 완곡히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런 기대를 갖는 사람들 부터가 먼저 기대를 포기해 보임으로써 당선자를 자유롭게 놔 주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운영 방향 제시는 알고보면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원칙보다는 변칙에 너무 깊게 순치돼 왔던 탓으로 새롭게 들리는 것이다. 직면한 여소야대 국회의 원만한 대야 관계,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간 구도의 사회갈등 등 이밖에도 허다한 국민통합 저해요인 해소의 길이 원칙을 따르는데 있다. 하지만 원칙은 항상 변칙의 유혹에 시달림을 받는다. 당선자가 과연 이 유혹에서 끝까지 초연할 것인가를 앞으로 부단히 주목하고자 한다.

한나라당 환골탈태해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개혁 움직임과 더불어 패배한 한나라당도 당의 진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정당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나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의 정계은퇴로 중심을 잃고 혼돈 속에 심한 재기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의 와신상담은 당연한 현상이며 또한 반드시 거쳐야 할 홍역이다. 선거에 패배한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또한 책임정당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내부개혁을 얼마나 강도높게 조속히 추진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앞날은 물론 앞으로 정국운영의 주요 변수가 된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런 한나라당이 스스로의 내부 개혁을 통해 조속한 안정을 찾아 제1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해 주길 기대한다. 비록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가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하였지만 아직도 원내 과반수를 넘는 최대 정당이고 국회의 주요 직책은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어 국정운영에 상당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정국 상황에 따라 다소변화는 있겠지만 오는 2004년 제17대 총선까지 한나라당은 정국운영에 상당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 원인 분석과 더불어 새로운 지도력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지도부를 가지고는 새로운 정치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 특히 새로운 정치변화 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조속히 비상대책기구를 설치, 경륜과 패기가 융합하는 당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전당대회에서 채택하여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민주당보다 더욱 강도높은 정당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한나라당은 미래가 없다. 야당다운 야당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참신한 리더십을 통해 형성해야 한다. 정치발전 수준을 한차원 높이고자 하는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통해 환골탈태한 새로운 면모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이회창, 깨끗한 그의 은퇴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 나겠습니다.”재도전의 석패를 이렇게 은퇴로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세차례나 눈물이 복받쳐 한동안 말 문을 잇지 못하곤 하면서도 끝내 선언한 은퇴는 지극히 인간적이었고 보기드문 정치인의 신념있는 처신이었다. 이회창, ‘대쪽 대법관’, ‘성역을 타파한 감사원장’, 소신총리’로 평가받던 그가 이제 실패한 대통령 후보를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어찌 만감의 소회가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당직자들의 간곡한 은퇴 철회 호소마저 끝내 뿌리쳤다. 돌이키면 1996년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으로 정치에 몸담은 이후 숱한 파란을 겪었다. 때로는 “정의의 목소리가 광야에 흩날려 메아리 없이 흩어져서는 안된다”며 고독한 당내 입지를 열정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고군분투 끝에 거머쥔 첫번째 대권 도전에 이어 두번째마저 실패했다. 정계입문 6∼7년에 머문 그가 ‘낡은 정치인’으로 매도된 것은 심히 억울했을 것이다. ‘당선되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공약, 사심없는 대통령상을 다짐했음에도 알아주지 못한 투표결과가 심히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어찌 회한이 이뿐이었을까만은 그는 떠났다. “저를 믿고 사랑하고 지지해 준 국민들께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모두 제가 부족하고 못난 탓으로 죄인된 기분”이라는 말을 남겼다.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주어진 사명임을 굳게 믿어왔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지만 이번에도 국민의 선택을 못받은 게 결국 다 부덕·불민한 탓으로 알고 용서를 빈다”고 했다. 패자는 구구한 변명도 항변도 하지 않았다. 그 누구, 그 어떤 조건도 탓하지 않았다. 패인을 분석하자면 쌔고 쌨겠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결과에 겸허히 승복했다. 이회창, 그는 비록 투표에는 졌지만 선거에는 결코 패자가 아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나라당에 남긴 말은 가슴에 깊이 새겨 들어야 할 정치적 고명이다. “지금 당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지만 뭉치면 희망의 새길을 찾을 수 있는만큼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달라”(그리하여)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및 경제안정을 지키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면서 진정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적 보수(정당)의 길을 당부했다. 패배의 모든 책임을 도맡아 짊어지고 은퇴한 그의 뜻이 뭣인가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부한 “부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는 덕담 또한 당선자가 겸허하게 새겨 들어야 한다.

道행정심판위 재결을 환영한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두 주택 건설업체가 낸 광교산 자락의 건축불허 취소 청구의 심판 신청을 기각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두 업체는 용인시의 건축 허가신청 반려에 불복,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들 업체가 짓겠다는 공동주택 건축 계획내용은 한마디로 용인 난개발을 가져온 전형적인 편법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토지형질변경규칙이 제한한 부지면적 1만㎡의 저촉을 피하기 위해 서로 인접한 땅을 두 업체가 6천100㎡와 5천600㎡로 나눠 신청했다. 또 주택건설촉진법이 2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등 승인 절차 없이 건축허가만으로 가능한 허점을 틈타 19가구씩 짓겠다고 했다. 건축허가 신청에 법규상 하자가 없다는 게 신청인들의 주장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당치않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형식상의 외형적 조건이 법규 제정 취지의 사회공익 방어를 해친다면 실질적 위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역시 본란의 판단이다. 이미 그같은 형식상 구비요건을 내세운 난개발 건축으로 인하여 용인시는 교통 및 환경 등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수십만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로도 모자라 수지읍 광교산 자락까지 침범, 이른바 전원주택이란 걸 집단으로 지어 자연을 심히 훼손하려드는 상혼을 법규가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광교산은 용인시뿐만이 아니고 수원시 또한 크게 접한 일종의 야산공원이다. 수많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천혜의 자원이다. 이런 자연의 휴식공간이 공동주택을 지어 등산로 일부가 없어지고 주변 경관이나 풍치가 심히 훼손되는 것은 사회정서상으로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논밭도 이미 대지로 수없이 잠식당했다. 이에 겹쳐 후대에 물려 주어야 할 청정의 산마저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특정인을 위한 대지로 잠식당한데서야 말이 아니다. 신청인들이 만약 심판청구의 기각을 행정소송으로 끌고 간다면 그건 재판을 받을 권리에 속한다. 그러나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은 법리면이나 사실면에서 지극히 타당하다. 편법 수법의 난개발은 비단 이에 국한하지 않는다. 남한강, 북한강변 등지도 능히 예상된다. 각 시·군은 이번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을 마땅히 상위 개념의 선례로 삼아 규제받아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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