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구조 개혁 우선되어야

금년 정가의 최대 화두는 정치개혁이다.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낡은 정치청산을 강조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연말부터 불어 온 정치개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의 개혁 세력은 당내에 설치된 정치개혁 특위를 통하여 밑뿌리부터 다시 판을 짜야하는 전면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승리가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노무현 당선자 개인이 지닌 개혁성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라고 한다면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도 개혁을 주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발상을 가지고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였으니 선거에 패배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내의 개혁세력은 ‘국민 손으로’라는 이름 하에 발기인 대회를 가지고 대의원 구조의 개편을 포함한 주도세력의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낡은 정치행태에 젖어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선거에 패배한 당 지도부의 인책을 주장하는 소장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원내 제1당으로서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양당은 당내에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하여 지난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위는 개혁을 위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개혁특위가 전권을 가지고 마련한 개혁안에 따라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현 지도부는 당연히 퇴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이전에 각 정당은 정치개혁안을 확정,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게 되며 신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새로운 정치환경에 따른 정국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정치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은 정당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저효율에 의한 정당구조는 개혁되어야 한다. 저비용·고효율 지향의 정당구조 개혁을 통하여 낡은 정치를 청산해야 된다. 하향식의 지배구조가 아닌 상향식의 정당구조를 통하여 지도부와 당원간의 정체성을 지닌 정당체제를 형성해야 된다. 변화를 외면하고 또 다시 구태의연한 권력다툼이나 한다면 그 정당은 다음 총선에서 엄정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새해와 더불어 한국정치의 개혁바람이 정당구조 개혁으로부터 출발하기를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장.차관 추천, 공직 다면평가제

장·차관 후보를 인터넷으로 추천받고 공직 인사에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인사의 객관화 의지는 능히 이해한다. 장·차관 기용에 비장된 인사파일이나 비선 천거에 의존하지 않고 공무원 인사 역시 투명성을 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사청탁의 배제를 이미 밝힌바가 있어 이같은 인수위 검토는 차기 정부의 인사 방침으로 굳힐 공산이 높다. 관건은 문제점 보완에 있다. 모든 제도가 내포하는 장·단점을 어떻게 조화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우선 장·차관의 인터넷 추천부터 생각해 본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비근한 예를 들어 연예인 인기 투표에서 팬클럽의 무더기 표같은 천거 조작의 옥석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 온라인 인사제안은 정당·학계·시민단체·공무원·일반국민 등 무제한 개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위적으로 조작되는 천거여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인사추천위원회(가칭)의 검증을 거친다고 하지만, 검증이 너무 엄격하면 공개 추천의 의미가 퇴색하고 너무 물렁하면 조작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다면평가제도 그 취지는 좋다. 그러나 연고주의 담합과 줄서기 작당의 우려를 무시하기 어렵다. 관료조직의 인기화로 통제질서가 무너지고 오히려 묵묵히 일 잘하는 사람이 왕따 당해 낙오자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다면평가의 질문내용과 평가방법의 구체적 기준을 어떻게 객관화 할 것인가도 큰 문제다. 장·차관 인터넷 추천은 국민참여의 개념, 그리고 공직의 다면평가제 도입은 고전적 조직관념의 타파로 보인다. 이러한 인사행정의 접근방법은 행정학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능력위주로 접근방법을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는 인정할만 하나 공조직의 토양문화가 영국이나 미국과는 달라 과연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장·차관 추천은 이승만 대통령 때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고, 다면평가제는 1998년 기획예산처가 실험했다가 어려움이 많아 그만둔 적이 있다. 그러나 과거에 실패했기 때문에 시도를 그만 두라고는 말하고싶지 않다. 그같은 문제점에 도전하는 것이 변혁의 의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위는 상충되는 요인의 문제점 보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에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간다면 차라리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개혁의 이미지만 손상시킨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무원사회를 좀 더 현실적으로 직시하면서 검토할 필요가 또한 있다.

경기도의 '교육자치실현' 의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얼마전 경기도가 개최한 ‘경기도 교육발전 워크숍’은 교육 지방자치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도교육청 및 교육전문가, 시민단체들이 경기교육경쟁력 제고,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및 교육소외계층 지원방안, 도서관 및 학교정보화 활성화 방안 등 3개분야를 13개 소주제로 나눠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우선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활성화를 위해 농어촌 학교를 가족단위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테마학습장으로 조성하자는 주장은 호감이 간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될 때 가족단위의 주말여행과 함께 주말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한다면 교육적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경제·지리적 특성·인물 등을 활용한 체험활동과 지역사회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해 보게 하는 경기학습공동체 제안도 괄목할만 하다. 실업계 학교출신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대학입시에서의 농·어촌 특별전형 및 지역할당제 확대, 농·어촌 지역 근무교사 특별수당 지급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경기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마땅히 시행하여야 한다. 특히 실업계고교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도 차원에서 학교운영체제의 특성화와 국·공립화의 추진, 지역산업기술교육지원센터, 산·학·관 연계 강화, ‘도실업계고교 발전위원회’ 설치· 운영 등 제안은 실업계고교 교육의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해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특수목적고 설립 및 활성화 방안, 자립형 사립학교 발전방향,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와 도심형 대안학교, 그리고 방송통신대학 운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학습공간·학습기자재 제공, 도서관 및 학교정보화 활성 방안 등은 특히 경기교육이 안고 있는 과제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경기도의 정책과 지원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국가와 교육청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손학규 지사도 영어마을 조성 등 경기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10가지 교육사업을 발표하고 개진된 주장·건의를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경기도 교육발전 워크숍’이 앞으로도 자주 열려 교육 정책 수립의 현장이 되기 바란다.

외국인 근로자 보건대책 시급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각종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은 인권차원에서도 있어서는 안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는데다 고용주의 인식부족 등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 병에 걸렸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니 더욱 우려가 크다. 더구나 일부는 에이즈, 성병, 결핵과 같은 법정 전염병에 걸렸으면서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지내다 병을 키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2차 감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지난해 11월 외국인 노동자 24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결핵과 매독에 걸린 근로자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니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또 중소기업청이 국회에 제출했던 국정감사 자료에는 1994년부터 작년 6월 말까지 입국한 산업연수생 가운데 932명이 입국 후 질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B형 간염이 518명, 매독 357명, 에이즈 13명, 콜레라 3명, 결핵 등이 43명이었다. 에이즈 환자 13명은 강제 출국됐지만 간염과 매독환자 등 117명은 사업장을 떠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실태는 보건복지부가 2000년 8월 전염병 예방을 위해 일선 보건소에 외국인 근로자 건강검진 및 치료지침을 통보했지만 인력과 장비, 고용주의 인식 부족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3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인천의 경우, 2000년 710명, 2001년 841명, 작년 9월말 현재 691명이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그쳤다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도 전체 11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작년 11월말까지 1천600여명만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보건 사각 상태는 외국인 당사자는 물론 한국인들의 2차 감염도 우려된다. 우리 정부가 실태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원인은 외국인들은 병에 걸린 사실을 감추고,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보건소보다 노동자 보호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업체들이 근무를 이유로 평일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검진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우선 도의적인 면에서 개선돼야 한다. 따라서 당국은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휴일진료’제도를 확대하고 협력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 또 1년에 1회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규정을 의무조항으로 바꿔 우리 국민과 똑같이 실시해야 한다.

안양시의회, ‘신필름’에 관한 당부

안양시의회가 자치단체 살림을 짜게 살려하는 의도는 평가할만 하다. 예산의 효율화를 기하고자 하는 것은 본연의 소임이다. 따라서 안양신필름예술학교 개교와 관련한 구안양경찰서 건물 및 부지 임대를 둔 일부의 반대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구안양경찰서 건물은 연건평이 1천300여평이며 부지는 1천920여평이다. 공공건물 및 대지의 임대에 관한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1천분의 50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집행부측이 1천분의 10으로 하향조정하고자 하는 것에 의회측이 반대하는덴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이를 공시가격으로 따지면 건물 및 대지의 임대료가 연간 4억3천500여만원이어야 할 게 8천700여만원으로 낮아진다. 무려 3억4천800여만원의 재정수입을 감소해가며 임대하고자 하는 것은 특혜이긴 하다. 비록 신필름측이 입주하지 않으면 다른 데서 임대를 신청한 곳이 없어 계속 비워둔다 해도, 기왕 임대할 바에는 임대료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 점에서 반대의사를 정면으로 탓할 이유는 없다. 일이 이러 함에도 안양시의회의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한국 영화문화 기여의 자긍심을 고취하자는데 있다. 물론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인 ‘안양신필름예술학교’는 아직은 정규학교가 아닌 학원의 성격을 갖고는 있다. 그러나 그 옛날 성가 높았던 ‘안양영화예술고등학교’이상의 연기자 배출 메카로 재기하고자 하는덴, 마땅히 우리 지역사회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 본란의 판단이다. 더욱이 설립자는 오늘날 한국영화의 대부와 대모라 할 신상옥, 최은희씨 부부다. 이들 원로 감독원로 여배우 부부는 일찍이 북에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 미국에 머물다 귀국하는 등 파란을 겪었다. 이미 칠십을 훨씬 넘겼으며 슬하에 일점 혈육조차 없는 노부부가 무슨 돈 욕심이 있어 개교의 의욕을 불태우겠는 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편하기로 하자면 여생을 그냥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편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후진 육성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우리 지역사회가 환영할 만 하다. 고졸 출신의 인재들을 모아 영화 제작현장의 일류 감독들을 강사로 초빙, 철저한 실기 위주의 교육으로 예비스타들을 만들어 내고자하는 원로 영화인 부부의 의욕은 믿을만 하다. 앞으로 학교가 잘 돼 기반을 잡으면 그때 가선 임대료를 제대로 받아도 늦지않다. 안양이 영화인 산실로 거듭 도약할 기회를 목전의 임대료 시비로 좌절되는 일이 없는 의회측의 깊은 사려가 있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

건교부의 ‘특혜의혹’밝혀져야

아파트 사업승인이 난 뒤 난개발의 우려가 있다며 관련 규정을 3개월만에 삭제한 건설교통부의 조치는 특혜제공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법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승인 취소를 요구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건설업체인 G토건이 고양시 일산구 사리현동 일대 준농림지 5만8천370㎡에 8개동 557가구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2000년 6월 건교부에 ‘3만㎡ 이상 준농림지에서 용적률 100% 이내로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를 질의했을 당시 건교부는 ‘시장·군수가 건교부 장관이 정하는 대로 기반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면 가능하며 그 기준을 수립 중’이라고 답했었다. G토건이 이를 근거로 2000년 11월22일 고양시에 사업승인을 신청했으나 고양시는 ‘설치계획 미수립’을 이유로 반려한 바 있다. 문제는 건교부가 이틀 뒤인 11월 24일 준농림지 기반시설 설치계획 수립 기준을 개정하면서 발단했다. ‘시·군이 설치계획을 만들지 않더라도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으면 설치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보칙을 새로 삽입한 것이다. 준농림지 아파트 건축을 특혜의혹을 건교부가 자초한 것은 건교부 보칙을 근거로 G토건이 2001년 3월 고양시로 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지 3개월 뒤 이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3만㎡ 이상 준농림지에서 아파틀 짓게 된 업체는 G토건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됐다.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은 2001년 11월 실시된 감사원 감사 때다. 감사원이 ‘준농림지 내 3만㎡ 이상 절·성토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한 것이다. “시장·군수들이 설치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완화 규정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공장 난립 등 부작용과 하위규정이 상위법을 규제한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다시 규정을 없앴을 뿐”이라고 건교부는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이미 내년 입주를 목표로 공사중인 사업승인을 취소하거나 준도시지역으로 국토이용계획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건교부가 고양시에 요구한 것은 중앙정부의 책임전가 명령하달 같아 심히 부당하다. 더구나 G토건의 사업승인을 고양시가 법 해석을 잘못해서 처리된 결과라는 건교부의 변명은 더욱 그러하다. 법률기관의 유권해석이 요구된다.

신년벽두, 북측에 당부한다

북 언론의 신년 공동사설을 두가지 면에서 주목한다. 그 하나는 체제의 결속 다짐이고 또 하나는 대남, 대미비방이 긴장 국면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덜한 점이다. ‘공화국 창건 55돌을 맞는 올해에 선군의 위력으로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자’고 한 강성대국 건설의 기치는 휴전협정 50돌에 즈음하고, ‘체제수호 경제부흥’의 다짐은 정권수립 55돌을 맞는 결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북측 ‘공화국’의 체제가 어떻든, 또 생존방법이 어떻든 간에 그런 것을 간여할 생각은 없다. 당장 통일을 이룰 수 없는 남북간의 이질요소가 불가피한 가운데나마 평화가 정착돼 교류가 활성화하고, ‘공화국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것이 일관된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달리 나가고 있다. 핵 개발 시인 이후 강경 일변도의 숨가쁜 북측 입장 변화는 마침내 핵 재처리 직전 단계까지 이르러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다. 우리의 입장 역시 같다. 그렇다 하여 이른바 미국의 부시가 말하는 맞춤형 전면 봉쇄에 동의할 이유가 있다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같은 패권주의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의 강성 지향이 과연 남북 동포들에게 진정 도움이 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면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미국의 일방적 대북방침을 공조의 조율로 동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의 핵 재처리 역시 실행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핵 문제로 인한 긴장고조를 진정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남측의 중재에 귀를 여는 민족적 안목의 개안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북·미간이든 남·북간이든 우리 민족에게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보도한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평가는 고무적이다. ‘올해는 북·남철도 도로 연결공사가 구체적인 결실을 보게돼 신의주와 서울을 잇는 서해선이 완공될 예정’이라면서 장차 이루어질 조선반도 종단철도(TKR)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은 “지역정세의 새로운 발전을 예고한다”고 했다. 우리의 기대 역시 이에 다르지 않다. 북측 역시 다름이 없을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핵 문제를 푸는데 무엇이 또 다른 방법인가의 고려가 필요하다. 북·미간의 접근을 위해선 그 어느 쪽도 일방적 요구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미국을 견제하면서 북측 또한 미국이 대화를 위해 바라는 최소한의 물꼬가 무엇인가를 헤아리는 자주적 지혜가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변화를 두려워 안해야 미래가 있다

2003년은 변화의 해다. 사물에 따라 형상 성질 등이 달라지는 신가치관의 확립이 형성돼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개혁 표방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경제적으로는 수출전선의 다변 전략화, 사회적으로는 이질혼합의 극복, 문화적으로는 시대적 갈등의 해소가 요구된다. 국가사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변화를 거부하는데 자유로운 곳은 없다. 시대가 요청하는 변화는 비단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국외에서는 선진국일 수록이 무섭도록 더욱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이미 목표가 아니고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의 생존 가치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하고, 재계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투명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공중도덕이 확립돼야 하고, 문화계에서는 인간탐구의 질 추구 등 같은 것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지식의 자폐적 독단, 기득권의 안주, 권위의식 등의 구시대적 관념은 실험주의적 개방 지향의 자존보다 더 못한 것이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의식이다. 국가사회 어디를 불문하고 예컨대 밥그릇 수를 따지는 우열은 용납되지 않는다. 밥그릇 수야 많든 적든간에 조직사회에의 기여도가 곧 위계질서가 되는 무한경쟁 사회의 도전 의식이 바로 변화에 적응하는 정신이다. 나라안 제반 분야에 산적한 갖가지 현안, 핵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의 개선, 국경없는 해외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길 또한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는 부단한 도전 의식에 있다. 변화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갈등이 없는 변화는 또 참다운 변화가 아니다. 변화가 수반하는 신·구관념의 갈등이 곧 발전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있다. 전통을 부인하는 신관념은 뿌리없는 허망한 자만이며, 인습을 고집하는 구관념은 아사를 자초하는 자멸이란 사실이다. 따라서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이러한 필연적 갈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다. 그것은 서로의 관념을 시인하면서 조화속에 변화를 모색하는 인식에 달렸다. 그런데도 우리의 국가사회는 아직 이런 인식의 훈련이 미숙하다. 인식의 숙련이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집을 버려야 한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더 복잡다단할 것으로 전망들 한다. 국내외 사정이 실로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사다난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또한 필요한 것이 변화의 탄력성이다.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이 없고서는 질주하는 시대의 변화에서 뒤떨어지고, 뒷북만 쳐서는 변화의 시대에 경쟁이 불가능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경기일보는 스스로의 변화를 다짐, 국가사회와 지역사회의 진취적 변화를 선도하고 아울러 대통합의 저력을 제고하고자 한다. 안정적 대통합이 이루는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경쟁력이며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의식있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절실하다. 삶의질 향상 역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기대가 가능하다. 돌아보면 올해야말로 정치·경제분야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그리고 지방자치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진전이냐 아니면 퇴보냐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이의 타개책이 시대에 부응하는 적극적 변화에 있다고 믿어 거듭 강조한다. 퇴보적 변화는 변화가 아니며, 이유있는 변화를 두려워 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진취적 변화는 무한한 도전의 대상이다.

노 당선자의 인사원칙 ‘천명’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인사나 이권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있은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장에서다. 노 당선자는 또 “인사청탁은 엄청난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대통령 친인척에 줄을 대다가 걸리면 줄대는 사람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인사원칙의 직설적인 표현에서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당선자의 이같은 의지는 인사 실책으로 인한 국정 실책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면서, 이를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안정적 내각을 천명한 당선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입각하면 제17대 총선까지의 재임기간이 얼마 안되는 이유를 든 것은 주목된다. 내각의 책임있는 안정 운용을 위해서는 잦은 각료 경질도 인사 실책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장관의 평균 수명이 10.6개월, 김영삼 정부는 11.6개월이었다. 해당 부처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6개월 걸리는 실정이고 보면 장관이 업무를 파악하자 마자 해임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부 산하 공기업 임원의 임용도 앞으로 주목된다. 전문성 없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되면서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떨어 뜨리는 폐해가 당선자의 결단적 노력에 의해 시정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직업공무원사회의 인사를 투명화 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특히 정부 시책의 행정가치 창출은 부처 공무원 등을 비롯한 직업공무원들에 이루어지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직업공무원사회의 안정은 투명한 인사에 의한 사기앙양에서 시작되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줄로 믿는다. 무엇보다 대통령 친인척을 둘러싼 잡음의 차단에 비친 강인한 경고는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줄을 대면 그가 누구든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그것이 인사 청탁이든 이권 청탁이든, 이밖에 무엇이든 간에 친인척을 통한 줄대기의 엄단을 밝힌 것은 매우 적절하다. 국정 문란이나 이권부패나 더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불행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패가망신 ’경고는 청탁문화에 얽힌 연고주의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읍참마속’까지 각오하는 결연한 단안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준공식 부패화하도록 고질화 된 인사부패가 차기 노무현 정부에 의해 척결되기를 기대한다.

정 대표의 퇴조가 보인 교훈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당무 일선 퇴진은 사실상 당의 형해화다. 대선에서 한동안 만만치 않은 기세를 떨쳤던 정 대표와 당의 지난 위상에 비하면 실로 천양지차다. 단일화 패배 이후 공동정부 흥정, 지원유세 늑장 참여, 지지철회, 송구 표명 등 정 대표의 갈팡질팡한 행적은 여간 실망을 안겨 준 게 아니다. 결과론으로 나타난 그의 지지철회는 파괴력 보다는 상대의 응집력을 더 키워 주었다. 되레 주요 당직자 등 60여명이 반발, 집단 탈당으로 이어진 당의 치명상을 가져왔다. 이런 자충수 속에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에서 새 정부 인선에 배려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함량을 의심케 한다. 당선자측 입장에선 혹이 절로 떨어져 나간 셈으로 보일 것이라는 게 객관적 시각이다. 원내 의석이 정 대표 1석에 지나지 않고 스쳐간 바람으로 끝난 국민통합21이 더 서 있을 땅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러한 군소정당으로의 전락이 예견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선용 급조 정당이 성공할 수 없었던 전철이 없지 않았지만, 정 대표는 그중 가장 졸작으로 되풀이 하였다. 정 대표가 손을 뗀 국민통합21은 존립 기반을 잃어 개점 휴업을 면키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직간접으로 아까운 정치인들이 잘못된 행보끝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정 대표 역시 그런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앞으로 정계를 은퇴하든 무엇을 어떻게해 재기를 꿈꾸든 그것은 정치적 자유다. 그러나 분명한 게 있다. 신념이 없는 처신은 결코 성공이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목전의 이해 관계에 급급, 협상이라기 보다는 흥정에 치우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 건 신념있는 처신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로 나섰으면 자신을 따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질줄도 알아야 한다. 이같은 덕목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나 정치권의 정치활동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치에도 도의와 질서가 요구된다. 정 대표의 일그러진 퇴조는 정치권에 타산지석의 교훈을 일깨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천길 낭떠러지 길이 돼 입지가 말이 아닌 것은 비단 그에 국한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가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 서기로 한 것은 그런대로 잘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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