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지, 후천성인지 어릴 때부터 눈앞에 뵈는 게 없었다 안경을 썼지만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이러다가는 멀지않아 장님이 되겠다 싶었다 공부는 꼬레비를 해도 밤마다 창가에 앉아 하이네, 릴케, 소월도 만났다 강물처럼 흘러간 세월 배는 고팠지만 제법 책 꽤나 써냈다 내일 모래면 고희(古稀) 눈이 자꾸 감긴다 안약을 넣어도 자꾸 감긴다 이러다간 정말 눈앞에 뵈는 게 없을 것 같다. 구자룡 경기 여주 출생 시집 <그대 복사골을 사랑한다면> 등 26권 동화집 <햇님나라 구경 간 채송화> 등 11권 수필집 <똥기저귀 빠는 남자> 등 7권 <부천시인> 편집주간
돌연 우리 집 개가 짖는다 누가 왔나 싶어 나가보니 아무도 없다 옆집 개가 짖으니 그냥 따라 짖은 거다 바아흐로 뒤숭숭한 선거철이다 사람은 결코 개를 흉내 내어 짖으면 안 된다 하옥이 경남 합천 출생 시집 <숨겨진 밤> 외 다수 가곡집 <별이 내리는 강 언덕>, 소설집 <바람의 지문> 등 다수 황진이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부회장 국제펜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운영위원 월간 <신문예> 주간, 도서출판 <책나라> 대표
눈이 내리네. 텅빈 학교 운동장 아람드리 플라타너스 나무 위로 떠나간 여인,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 위로 철책선 지키며 고향 생각하는 볼 붉은 병사 철모 위로 쓰레기 더미 속 폐지를 고르는 야윈 노인 휠체어 위로 성탄절, 가난한 교회당 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 위로 눈이 내리네 고루고루 내리네. 김윤한 경북 안동 출생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느강 시대> <무용총 벽화를 보며> 등 다수 <글밭> 동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장산곶 새벽닭 우는 소리 바다를 건너왔다 인당수 해무 속엔 난류 한류 몸을 섞고 심청의 치맛자락은꽃으로 피어났다 섬 머리를 때리는 두무진 파도소리 별빛 아래 주파수 잠 못들어 뒤척이고 길 잃은 가마우지들만 時空을 넘나든다 산맥처럼 무성하게 웃자란 소문들은 섬 속의 떠도는 섬, 놓쳐버린 길을 안고 칠십 년 아픈 뼈들이 경구처럼 삐걱인다 임애월 제주도 출생 계간 <한국시학> 주간 -경기문학인협회 부회장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수원시인협회 사무국장 시집 <정박 혹은 출항> <어떤 혹성을 위하여>
한때는 그늘이 지구를 가릴 만큼 커다란 나무였다 한때는 건너지 못할 깊은 못이었다 한때는 너무 많아서 오르지 못할 계단이었다 불에 타고, 무너지고, 메마르고, 그 후에야 대지가 되었다 주춧돌이 되었다 당신이 와서 뛰어놀고 달리고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절寺이 되었다 전북 전주 출생 전북대 문리대 영문학과 졸업 성신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8년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여유당 시편> <마음여행> 등 다수 2012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눈물은 왜 솟을까 보내주신 글을 읽다 구구절절 긴 이야기 말로 다 할 수 없어 그 손에 닿지 못하고 붉게 지는 단 풍 잎 김영주 수원 출생 유심으로 등단 시조집 미안하다, 달 한국시조시인협회ㆍ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유심시조 동인
단풍 꽃으로 머리에 화환을 쓴 훤칠한 늦가을 신부 치렁치렁한 면사포는 불꽃 같은 단풍잎으로 흔들린다 신부의 발밑을 휘돌아 흐르는 거울 속엔 쌍둥이 들러리 장사 같을 신랑 보이질 않아 두리번거리다 보았네 하늘이 신랑인 것을 이수산(본명 김영자) 서울 출생. 문학시대 로 등단. 시집 차향
꿈결에 다녀간 사람 고운 꿈 내게 두고 어디로 사라졌나 달무리 떠올라 화사한 웃음 꽃인 듯 가슴에 새겨 놓고 어디로 떠나갔나 매일 속삭이는 그 말 아픈 마음 쓰다듬어 사랑이 앵두처럼 여물어가네 송인관 1938년 경기 과천 출생. <문학세계> (시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과천문인협회 감사. 시를 사랑하는 과천 사람들 모임 회장.
청도 푸른 창공에 감빛 마음이 풍요롭다. 눈부신 빛 머금은 감들이 꽃처럼 화려하다. 여름엔 잎에 가려 보이질 않던 열매들 잎 다 떨어진 이 가을 빛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때를 기다리라는 순리의 가르침이리라. 혀끝으로 청도의 맛을 음미한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 청정한 자연의 맛이 온 몸의 세포를 춤추게 한다. 청도 드높은 가을 하늘에 감빛 내 마음 하나를 매달았다. 전오 전남 구례 출생 <문학과 세상> <문예비전>으로 등단 경기여류문학회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현재 수원 고현초등학교 교장.
시월의 끝자락 그가 나를 불러 만산홍엽으로 피게 하다 저무는 골짜기 하산 길을 목마름으로 붉어지는 노을녘 계곡물 따라 낮은 목소리 함께 흐르고 골이 깊으면 함께 깊어지는 어둠 불면으로 뒤척이는 치악의 갈피 속에 가을을 두고 돌아와 일상 앞에 다시 앉으면 소리, 없다 다만 젖어들 뿐 김애자 강원 춘천 출생. <시대문학>(수필), <예술계>(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수원시인협회 부회장. 수원詩낭송가협회 부회장. 수필집 <그 푸르던 밤안개> <추억의 힘>, 시집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김애자
땀 물 받아 포기에 심는 세월의 흔적들 수없는 희망들 낭만과 추억들 풍년을 이루고 날마다 기도하며 속살 드러낸 영혼의 몸짓. 넓은 세상살이 모진광풍 속 세파에 휘둘려도 튼실한 희망 먹고 아름다운 황혼을 닮으려 달려온 세월 호흡 크게 하고 뒤를 돌아보면 시간여행은 0시를 알리는데 갈 길이 환하다. 텃밭에 심은 씨앗 어느새 열매되어 행복으로 익는다. 강양옥 황해도 출생. 동양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금빛 내리는 계절 운평선 시집 내 영혼의 텃밭에는 출간. 경기여류문학회 초대 회장 역임. 한국수필문학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새벽별 따라 산책 나설 때 발끝에 차이는 청아한 이슬꽃 어떤 이의 눈물인가 토란잎에선 은방울로 구르고 풀꽃마다 머금고 있는 진주 어떤 이의 기다림인가 아, 한 줄기 햇살에 번개처럼 스러져버리는 처연한 하루살이 꿈 김춘호 충북 음성 출생. 단국대 국문과 졸업. 197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서울신문 기자, 주부생활샘터 편집장, 여원 편집국장, 도서출판 제삼기획 대표. 단국문학상 수상. 한국가톨릭문인회 총무간사, 단국문학회 회장 역임. 산문집 팝콘 한 봉지, 시집 告罪.
가을에는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모두가 가장 낮게 엎드려 감사하게 하소서. 싱그러운 나뭇잎으로 하늘을 가리던 부끄러운 시간을 지우고 발가벗은 가지 끝에 매달려 울음 우는 바람자락도 구원의 손으로 거두게 하소서. 그리하여 온갖 것을 사랑하여 감사하는 기도의 촛불이게 하소서. 가을에는 맑고 고요한 불꽃의 한가운데서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하소서. 정순영 경남 하동출생.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 추천완료.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펜클럽 부산위원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회 의장, 동명대학교 총장 역임. 현재 세종대 석좌교수, <흙과 바람> 동인. 저서 시집 <시는 꽃인가> <꽃이고 싶은 단장> <조선 징소리> <잡은 손을 놓으며> 등이 있음.
가난해도 꽃은 아무리 가난해도 향기를 파는 일이 없다 벌 나비에게 맨 먼저 한 줌 들판에도 한 줌 개똥에게도 한 줌 저를 쓰러뜨리는 폭풍에게도 한 줌 꽃은 향기를 파는 일이 없다. 시가 있는 아침 경북 봉화 출생 (1949년) 아동문예 아동문학평론(동시), 자유문학 (시)으로 등단. 동시집 풀잎과 이슬의 노래, 동시선집 들꽃, 시집 그대를 적시는 빗소리 등 다수. 한국아동문예작가회장, 현대아동문학작가회장, 자유문학회장, 한국동시문학회장 역임. 제13회 방정환문학상박홍근아동문학상 수상. 현재 아동문학 주간.
中衣 벗고 고치 밭에 소피 보다가 꼬치 끝에 앉은 고치잠자리 잡을라꼬 싸릿비 들고 허공을 쓸던 어린 시절 그리워라. 가을이 저렇게 푸른 까닭은 그때 그 하늘 싸릿비로 쓸었기 때문이다. 이 가을날 푸른 유리 속을 날으는 고추잠자리. 이준오 경북 안동 출생. 프랑스 국립 오트 부레타뉘. 렌느2대학에서 박사학위. 숭실대 인문대학장 역임. 한국시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양평문인협회 회원. 시집 <神韻에 핀 돌꽃> 외 다수.
내 아내는 돌이다. 홍수로 패인 냇가에 지천인 돌, 그 중에 모나지 않는 둥글납작한 돌 하나가 울 집에 왔다. 고이 씻겨 베란다 양지 장독대에 얌전히 앉아 있다. 하늘 높고 햇살 따사로운 가을날, 아내는 예쁘게 채색된 콩잎을 따다가 한 웅큼씩 쥐기도 담그기도 좋게 단을 묶고 옹기 항아리에 채곡채곡 넣어 간장을 붓는다. 콩잎이 간장 물 위로 뜨지 못하게 눌러두는 돌, 이 돌이 웃기돌이다. 시커먼 짠 간장에 온통 절이고 배여서 콩잎을 삭힌다. 콩잎과 똑같이 자신도 함께 몇 달 동안을. 하도 무뚝뚝 하길래 삼십 년을 돌아돌아 캤는데, 이게 아내아이가? 웃기돌 같은 그 여자! 손수여 경북 경주 출생 <해동문학> <시인세계>로 등단 <한국시학> 제1회 신인작품상 수상 시집 <내 아내는 홍어다> <웃기돌 같은 그 여자>, 수필집 <나누고 싶은 생각>평론집 <국어어휘론 연구방법> <현대국어 색상어의 현대 의미론> 등 다수 국제펜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대구대 교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코끝이 간지럽다. 창문열고 손 꼭 잡고 거닐었던 그 곳으로 바람 따라 훌 적 나서면 별이 부서져 꽃잎 속에 숨어 있을 때 시를 읊어주던 당신의 숨결 유월의 그 밤 꽃을 보듬은 바람 냄새가 당신의 냄새가 사무쳐 김인자 1968년 전북 김제 출생 시하늘 회원 한국스토리문학 동인
눈 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 충북 청원 출생(1942년) 고려대 영문과 졸업 시집 <投網圖> 출간으로 등단(1969년) 우리詩진흥회 초대2대 이사장 역임 시집 <투명한 슬픔> 등 15권 시선집 <시인이여 詩人이여> 등 3권
동방의 맑은 아침 기전에 터를 잡고 손 모아 탑신 올린 정론의 경기 일보 그 뜻이 거룩하여라 이 겨레를 깨우라. 태백은 우쭐대고 한강물은 질펀하다 이 곳을 경작하며 스물 네층 올렸나니 이제는 장한 필봉이 밝은 해를 띄운다. 얼마나 숱한 날이 이 고장을 스쳤던가 얼마나 많은 상처 매만지며 흘렀던가 청사여 맑은 하늘에 되비치는 애환들. 수난의 그 때마다 한 맺힌 피리소리 그날의 명장들은 어느 별을 따려는가 한 세월 이어가기가 이리 힘에 겹던가. 오로지 그 아픔들은 거룩한 유산일 뿐 정론을 불러 세운 땀방울의 댓가였다 고요한 동방의 나라 횃불 높이 밝히라. 여기는 백의 복지 경기 땅을 돌아보면 피맺힌 능선 타고 어서 오라 통일이여 활로가 언로에 있구나 거듭거듭 빛나라. 유선 충북 보은 출생 (193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간이역 風光> 등 다수 제11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2000년) 제1회 수원시인상 수상 (2011년)
바람이 경을 읽는다 산사를 지나는 새가 독경소리를 품는다. 새가 하늘 높이 찍어놓은 팔만대장경 먼 길 떠나는 새들이 바람을 읽는다 이희섭 경기 김포 출생 <심상>으로 등단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시우주 시낭송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