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살다보면 자매 같은 얼굴 표정 생각은 하나 되고 이심전심 맺힌 사랑 같은 길 동행하면서 닮아가는 자화상 이홍구 1933년 여주 출생 중앙대동교육대학원 졸업 <현대시조>로 등단 경기 수필문학회원경기시조시인협회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시문화상경기도문화상 수상 이홍구 문집 <愛己愛他>현, 경기도인성교육원장
비 오는 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세상을 향한 좀 더 촉촉한 눈 빛 좀 더 강한 몸 빛 간절한 체온을 느낀다 지난 날의 그리움 잃어버린 밝음 고움 웃음을 보다 뽀오얀 빗줄기에 시선을 맞춘다. 후두둑 후두둑 세련된 음률로 정신의 갈기를 부축여 세우는 비의 아나키즘 적 마력 비 오는 날 어린 시절로 돌아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 내 안의 어디쯤인가에서도 빗소리 같은 진한 생명의 놓칠 수 없는 꿈틀거림이 꿀꺽 꿀꺽 느껴진다. 정 명 희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화성서정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협회 시분과위원장 수원시인협회수원詩낭송가협회 회원 화성 구봉초등학교 교감
白蓮이 솟아나고 있다. 이슬을 신호 삼아 한 송이 또 한 송이 안개 짙은 오늘은 한꺼번에 얼굴을 펴 준다. 축축하고 낮은 곳 어둠의 습지에서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미소로 고개를 내민다. 긴 목마름에 지치던 시절 가늘게 휘어지던 종아리, 먹먹한 통증으로 오던 그 때에도 다시는 땅속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결한 모습은 이미 달라진 세상 생명의 기쁨으로 새 날을 찾아 희망처럼 나그네를 머물게 한다. 채명화 전북 군산 출생 동양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수원시인협회 회원
조금씩 물고 내려오네 지구별 새벽 문이 열리면 아침새들의 떼가 날아올라 아직 잠이 덜 깬 하느님이 쏘는 순금빛 햇살 속에서 금강산 깊숙한 곳에서 북한강 한 자락 태백산 깊숙한 곳에서 남한강 한 자락 그리하여 그리운 입술을 대네 북한강 물의 육신과 남한강 물의 육신 아주 수줍게 아무도 몰래 아주 잠깐 포옹을 하네, 뜨겁게 함께 파도치며 흐르기 시작하네 대한민국 서울을 적시고 적시고 서해바다 드넓은 태평양을 적시고 춤추듯 휘돌면서 온 지구의 사막 다 적시고 가네 가문 땅과 땅 사이 번득이는 날치들이 솟아오르는 생의 다리를 놓네 마치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하나의 무지개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하나의 손처럼 하느님과 지구를 이어주는 하나의 실안개처럼 정성수 1945년 서울 출생 <시문학>(196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중3때 낸 첫 시집<개척자>이후 <사람의 향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기호 여러분>등 다수 동포문학상경희문학상한국문학 백년상(제1회) 앨트웰 PEN문학상 수상 <한국시학> 편집위원
비 오는 날이면 알게 된다 길은 모두 다 어딘가 따스한 곳으로 가고 있음을 사람의 퀴퀴한 냄새 젖은 아스팔트를 타고 올라와 버스 안에 진동하고, 나는 조용히 내려 이 길을 처음 만들던 그들처럼 빗줄기의 숲을 걷는다 길을 묻지 않아도 되는 따스한 숲을 수원 출생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서울대 물리학과동 대학원 철학과 졸업 DAAD(독일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쾰른에서 5년간 철학 전공 시집 <성찰> <가끔 중세를 꿈꾼다>전대호
옛날에는 밤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쏟아질듯이 반짝였고 별똥별이 하이얀 줄을 기일게 그리면서 날아가곤 했는데 우리들은 별똥별이 사라지기 전 자기의 소원을 빌면 하느님이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하여 목이 아프도록 밤하늘 별들을 쳐다보며 별똥별이 날아가기를 기다렸었는데 요즘의 하늘에는 별들을 찾아볼 수 없으니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 별동별을 심어줄 수는 없을까 장현기 한국문인협회 고문 인천예총인천문협 고문 갯벌문학회서해아동문학회 명예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상임고문
초록빛 철책 밖의 소란한 분위기를 훔쳐보며 날마다 목을 내밀다 이윽고 손 짚고 철책을 넘는다 하나 둘 환하게 웃음을 터드리며 뻗어가는 손길 누굴 붙잡으려는가 철책 밖의 사랑을 찾아 밖으로 밖으로만 성숙하는 욕망 머리를 빡빡 깎아 골방에 쳐박아둔 바람난 딸이 돌쩌귀 문을 박살내고 뛰쳐나가듯 넌출진 가지마다 땀 냄새에 섞여 묻어나는 풋풋한 살 냄새 날카로운 살갗을 잊고 있는 듯 사내의 소매를 잡는다 김기영 인천 출생 인천교육대학교인하대 대학원 졸업 시집 <갈잎나무 숲의 소나무> 외 다수 국제펜인천지역위원회 회원
아버지 여든 하나 넘고 제 나이 쉰 여섯 넘어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어둠 속 불 밝히며 살아온 당신 온 가족 희망의 등불입니다 어려운 위기 때마다 눈물 흘리며 소망을 갖게 하신 당신 온가족 꿈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소박함에도 자긍심 갖게 허물 있음에도 사랑을 품게 하신 당신 온가족 믿음의 등대입니다 아버진 항상 당당하신 줄 알았습니다 슬픔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외롭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이제야 제가 아버지 되고서 떳떳하지 못한 때가 있었고 슬플 때가 있었고 외로운 때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박 규 식 전남 장흥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집 <새벽 향기>현) 한국가스공사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
낙산에 파도가 몰려와 매달려 본다 하이얀 천사가 달려와 춤을 춘다 천국의 배는 덩실덩실 춤추며 떠있다 커다란 그물을 던져본다 파릇한 생물 고기떼 천국배 타겠다고 매달리는데 천지를 평화롭게 경영할 수 있는 하늘 향한 해변 찬양 축제여 이 낙산 해변에서 세계를 향하여 있는 자 없는 자 병든 자 건강한 자 믿는 자 믿지 않는 자 한데 아우르는 천지 우주의 향기로운 하늘이 음악으로 하나 되어 사랑하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김해심 전남 순천 출생 <시대문학>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현대수필 회원 시집 <타임캡술>김 해 심
소녀야 너는 어디 노을구름 저편에서 산사 깊은 종소리로 천천히 지평을 넘어오는 연초록 무지개 유리잔 속에서 겨우내 숨어 울던 산새가 토해 놓은 얼음 한 조각 소녀야 너는 어디 봄 들머리 아직 눈뜨지 않은 꽃들이 숨 고르는 산과 들 빈 무대를 스치는 몇 줄기 바람 맑은 어둠이 천지에 내리면 머나먼 옛 시절 유리잔 속에서 부서진 봄날의 꿈을 다시 꿀 수 있을까 윤 고 방 서울 출생 경남대동국대 대학원 졸업 국어교사 역임 시도화집 <하늘 가리고 사는 뜻은>시화문집 <바람 앞에 서라> 시집 <낙타와 모래꽃>한국문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
늘 보던 하늘도 오늘따라 왜 이리도 맑고 푸른가. 늘 보던 산천도, 늘 보던 새소리도 오늘따라 왜 이리도 정다울까. 일구월심 그리던 고국의 품에 안기니 어디를 가도 넘치는 혈욱의 정 햇빛 같아라 이승호 중국 거주1940년생 시집 <안해> 출간 장백산문학상 수상 길림성작가협회 회원 통화지구문학창작위원회 회장
가파른 등산로에 서서 삶이 저렇게 가팔라 딛고 오르기 겁이 났었지 이제 내려다보니 아득해 울창한 숲과 소나무 군락이 나를 들이지 않고 길이 없네 쉼 없이 살아온 세월 눈물도 많았지 가쁜 숨 몰아쉬고 정상에 오르니 내리막길이 나를 반기네. 바위가 있고 아름드리나무가 서 있는 샘물가 바위틈에서 졸졸 흐르는 물 한 모금 들이키니 돌고 돌아 생명 살린 핏줄기 쪽박 가득 담아 말라버린 목젖을 적신다. 옴몸으로 스며드는 물 위장을 지나 혈맥을 타고 머리로 다가와 푸른 꿈을 마시고 숲길을 따라 걷는다. 송인관 1938년 경기 과천 출생 <문학세계> (수필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과천문인협회 회원 시를 좋아하는 과천사람들 모임 회장
며칠을 아팠는지 얼마나 앓았는지 엄마가 보고 싶었다 차로 한시간 남짓 먼 거리도 아닌데 운전하며 눈물 주루룩 엄마만 보면 나을 것 같다 엄마하고 부르면 다 나을 것 같다 일상에 지친 마음도 주체할 수 없이 아픈 가슴도 엄마보고 돌아오는 길엔 시원한 소나기 소리가 가슴을 지나갔다. 이혜숙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경기도 주최 제27회 경기여성기예경진대회 백일장 시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이 나를 지나 내 푸른 노트 다 태워 버린 것 가장 찬란한 사랑은 언제나 다 타고 난 가루에서 빛나는 것 한 번의 뜨거움으로 죽도록 꽃은 가루가 되겠지 한 사나흘 비 뿌리는 동안 꽃이 물이 되는 거 그 물이 불을 끄고 돌아서서 다시 푸른 노트가 되는 것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 지르고 돌아서서 진분홍 물이 되는 거 알 수 없는 그 고단했던 사랑꽃잎 날리는 모든 이별괜찮아 최문자서울 출생.<현대문학>으로 등단.협성대학교 총장 역임.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사과 사이사이 새> 등 다수.시론서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의 상승적 해석> 등 다수.한성기문학상박두진문학상한국여성문학상 수상
옥색 저고리 차려입고 어머니 장에 간다보리쌀말 짊어지고 동구밖을 나선다동산에 오른 햇살도 윤기나는 아침나절장터에서 만나는 외할아버지댁 안부곁눈질로 지나치는 좌판의 간고등어몇 번씩 다시 내려놓는 난장의 옷가지들산그림자 일어서는 찔레꽃 들길따라어미를 기다리는 눈이 까만 아이들강냉이 눈깔사탕이 다 팔리진 않겠지기대감 초조함이 뒤엉킨 초여름 오후까맣게 살 오르는 건천가의 삼동열매먹어도 다시 먹어도 배부르지 않았다 임애월제주도 애월(涯月) 출생.<아동문예> (동시), <문학세상> (시)으로 등단.시집 <정박 혹은 출항> <어떤 혹성을 위하여>한국문인협회 문인권익옹호위원.국제펜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사무국장.詩 전문지 계간 <한국시학> 편집 주간
타향으로 떠돌다 돌아온 고향은폐허에 무성한 잡풀만 주인들몇 날을 풀 뽑고 삽질 호미질로 가꾼 땅비상이 내려지면 모심다 돌아서고고추 따다 뛰어가고 대남방송 귀 따가운휴전선 경계지역은 아직까지 전쟁 중눈앞에 철조망 한스러운 막다른 길짐승은 자유롭게 넘나들며 채마밭을놀이터 식당삼아서 잘 먹고는 뭉개는데오가지 못하는 사람만이 금지구역꽃다지 질경이 강아지풀 다북한 길아직도 눈에 선한 그 길은 곧바로 찾겠는데단발머리 타박타박 오솔길로 걸었으나백발이 성성하니 그 길도 풀에 묻혀온 길이 어딘지 몰라 가야할 길 잃겠네언젠가 옛말하며 살날이 있을 거야지금 내가 살아온 이야기 하듯이그날은 달려가야지 통일된 그 길 찾아 조재화<순수문학>으로 등단.시집 <한 잎> 외 2권.한국문인협회 회원.국제펜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회원.
나를 떠나버린 소리들을 찾는다. 물푸레나무 잎새 햇살 반짝이는 작은 오솔길을 타박타박 걸었을 소리들. 맑은 샘터에 잠깐 쉬어 물 한 모금 마셨을. 바람 거센, 천둥 번개 치는 비 오는 어느 날 처마 밑에서 떨기도 하며, 때론 질퍽한 진흙 속에 두 발이 잠겨 잠깐의 절망에 또 절망을 하던. 누군가의 심장을 콕콕 찌르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가여운 참새의 죽음에 몸을 떨기도 하던 나를 떠난 소리들들.오늘 나는 내 곁을 떠돌며 내 귀를 어지럽히며 떠나가지 않는 소리들을 향해 빛을 쏜다. 내 귀와 두 눈은 현재라는 이름을 가진 소리들과 전쟁 중이다. <문학나무>로 등단중앙대예술대학원 졸업시집 <선로 위 라이브 가수>창작동화집 <미안해 미안해>국제펜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회원정경해
응달에 피어난한 송이 신션휘를 보았네너를 더듬고보듬은 영혼이 하나 되어 헉한 숨 토할 때살 에이는 동풍에후들거리며너를 등지게 한 것이보송한 가슴연홍빛 사라져 간야속한 이별이다 이은욱충남 당진 출생.문학세계(시), 순수문학(수필)으로 등단.시집 너는 참 행복하여라 천상에서 머물 수 있다면 사랑할 때 떠나라국민건강보험공단 재직.한국문인협회 회원.국제펜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회원.
창밖 저녁 어스름 빠져나간다면회실 문틈으로 보이는요양원의 낯익은 할머니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면서도매 순간 흩어지지 않도록뒷모습 가지런히 정성을 다하는 할머니둘러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서로 지켜보는 눈빛화기애애한 모습빙 둘러선 할머니의 자손들이 내 아이들 같아울컥 치미는 삶의 여정이 가슴을 채운다자원봉사 나간 노인요양원에서의 짧은 만남가슴마다 다 쏟아내지 못하는 말이 있다음식을 펼쳐 놓고 웃음을 펼쳐 놓고몇 번이나 이어질까기웃거리는 이별의 풍경이 가슴에 찍힌다 심정자시집 <시인의 수레> <그리움의 무늬>한국문인협회 회원인천문인협회 회원한국가톨릭문인협회 회원국제 PEN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회원
아직목련은 피지 않았네.시린하늘끝하늘 끝자리에낮달처럼 걸린 네 얼굴이시방 막 벙글은꽃잎인 줄 알았는데아직아직은, 목련이 피지 않았네.그냥, 나는 네 꽃망울 위에 있네. 김준기경기 수원 출생.<오늘의 문학>으로 등단.시집 <반나절의 꿈>2009년 <한국시학상> 수상한국문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 회원.한국경기시인협회수원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