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방구차’

예전에는 여름이면 으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를 쉽게 볼 수가 있었다. 뿡뿡거리는 특유한 소리 때문에 방구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구차가 마을 앞길을 지날 때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차 뒤를 따라다녔다. 변변한 놀이터도 없었던 그 시절엔 그저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었고 그 연기를 조금 들이마시더라도 별 이상을 못 느껴서 그때는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는 안중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연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 연기의 주성분은 식물에서 유래된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와 경유의 혼합물이다. 다행히도 피레스로이드 살충제는 인체와 가축에게는 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레스로이드의 원형인 피레스린은 해충이 공격하지 않는 아프리카 국화과 식물에 들어있는 천연 살충제이다. 그런데 곤충에는 강력한 살충력을 발휘하면서도 사람이나 가축에게는 거의 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내 위생해충 방제 약제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피레스린은 햇빛과 공기에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야외에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햇빛과 공기에 잘 견디는 유사물질을 합성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피레스로이드라고 부른다. 피레스로이드의 특징은 사람이나 가축에는 해가 적으면서도 곤충에 대한 독성은 매우 강하다. 모기와 같은 무는 곤충에게는 특히 독성이 강해서 마른 잔여물 위에 앉아 있기만 해도 흡수가 되는 반면 온혈동물의 피부로는 흡수가 잘 안되고 체내에 들어가도 빠르게 분해되어 무독성 물질로 변한다. 따라서 사람이나 가축에게는 거의 해가 없는 극소량만으로도 모기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가정용 살충제에는 피레스로이드가 사용되며 사용법을 잘 지키면 안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유충구제와 분무 및 연무소독에 밀려서 연막소독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막소독은 하얗게 피어오르는 연기로 인해 전시효과는 좋은 반면 불완전 연소된 연막이 공해를 유발하고 개방된 공간에서는 살충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분무와 연무소독은 살충제의 용매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유를 용매로 쓰는 연막소독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막소독을 할 때 생기는 연기의 대부분(99.5%)은 용매로 사용되는 경유이다. 이 경유가 불완전 연소를 통해 기화되어 날아가면서 연기에 포함된 소량의 살충제가 해충에 직접 접촉함으로써 살충효과를 나타내는 연막소독은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공해와 기름 낭비를 피할 수가 없다. 최근 들어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매일 마시는 배기가스를 생각해보면 예전에 한두 번 따라다닌 방구차 연기쯤이야 걱정하기보다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천자춘추] 100세 인생, 그러나 병상에서 10년

얼마전 채신덕 도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을 만나게 됐다. 깜짝 놀란 것은 경기도 내 노인분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 정책에 아주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경기도 노인건강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7년 후인 2026년에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1%로 초고령 사회를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경기도 역시 2020년에는 노인인구가 13.2%가 넘을만큼 높은 고령화 비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1인당 노인을 부양해야하는 부담감의 증가, 노년기 빈곤 악순환 현상, 국가 경제 부담감 증가 등의 이유로 노인 건강문제는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경기도내에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의 신체능력 감소로 인한 삶의 질 악화는 노년기의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여러 신체기관의 생리적 예비능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져 장애, 시설 입소, 사망 등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인 노쇠(frailty)는 위험하다 노쇠노인은 정상노인에 비해 3년 이내 사망률이 2.2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노인의 노쇠 유병률이 국외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보고돼 노쇠노인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 삶의 질 감소 등과 같은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지역사회에 기반한 노인 건강증진 영위를 위한 구체적인 노인 건강 예방 운동 정책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도내 노인 노쇠 예방 운동 정책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다행히 채신덕 의원의 발빠른 준비로 도 내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등을 샘플링해 정책 대안을 만들 토대를 만들었다. 내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신명난다. 체육전문가가 연구하고 수립한 자료를 위원님들이 정책 발의 하여 수립 한다는게 얼마나 신명나는 일이겠는가. 우선 필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쇠 예방을 위한 운동실태조사 및 향후 노인들의 일상생활 운동 개선 방안에 관한 정책 방안을 수립 할 것이다. 먼저 경기도를 북부, 남부, 서부, 동부 총 4개 지역으로 구분해 권역별로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1개를 선정, 로코모 측정을 해 볼 계획이다. 로코모는 몸을 움직이는데 필수적인 뼈, 관절, 근육, 힘줄, 신경등의 운동기관이 쇠약해져 일어서거나 걷는 기본적인 동작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건강은 복지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이루어지길 기대 한다. 시작한 이 연구가 꼭 경기도 내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 줄 수 있는 힘이 되길 기대 한다. 이를 통해 경기도 내 노인들의 건강한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필자는 과제를 통해 도내 노인 생활체육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안 할 것 이다. 필자가 계획한 이 연구의 결과가 꼭 실현되기를 기대 해 보자.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기업 유치보다 중기 지원에 집중해야

이규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경제기조를 보수정치권에서 연일 흔들어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자영업자를 핑계 대며 그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본주도성장에 기대왔다. 거대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적으로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 모두가 잘 될 거라는 낙수 효과에 대한 믿음이었다. 재벌총수가 일단 파이를 키워놓고 나누자는 얘기를 부끄러움도 없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낙수 효과를 믿는 사람은 없다. 파이는 커졌으나 나눔의 미덕은 없었다. 거대기업의 곳간은 단단히 잠겨 열릴 줄을 모른다. 지난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4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7.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의 3배 수준이다. 반면 가계부채는 1천500조 원. 이 두 수치만 보아도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 한 명에게 더 줘야 임금은 17만 원 정도다(209시간 기준). 인상속도가 빠르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 때문에 자영업 망한다는 건 과장이다. 과다한 임대료,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이 더 큰 문제일 뿐이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올라간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그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아마도 최소한 식구들 모두 외식 한 번은 더할 것이다. 임금인상 외에 소득주도성장의 절대적인 성공조건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번영, 성공, 번창이다. 우리나라 고용을 보면 중소기업이 무려 88%를 담당하고 있다. 노동자 대다수가 중소기업의 운명에 일자리와 소득을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2조 원짜리 기업 1개보다는 1천억 원 자본금을 가진 중소기업 20개가 더 낫다고 했지만, 고용시장을 생각해 본다면 그런 중소기업 10개가 거대기업 1개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지자체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천시는 대규모 투자기업에 무려 135억 원에 이르는 땅을 무상지원 하겠다고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지방자치단체 간 출혈경쟁일 수도 있는 기업유치에만 목을 매는 것은 방향이 틀렸다는 느낌이다. 그것보다는 이전부터 지역에 있었던 중소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해당 지역에서 건실히 생산활동을 하며 지역민을 꾸준히 고용해온 기업들, 그렇게 오랜 기간 지역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소기업들에 더 집중적인 관심을 두고 지원했으면 한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고 그것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 그것이 중소기업도 살리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훨씬 실속 있는 방안일지도 모르겠다. 이규민 경기도수원월드컵 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지하안전영향평가

요즘 지진, 화재, 장마 등 재난에 대한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이 천재지변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인재인 경우도 많다. 천재지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았던 지진도 인간이 행한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11월15일 포항에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지열발전소 현장 물 주입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정부 조사단의 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 역시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강원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산불 발생 주변 변압기에서 기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 인재인지 자연재해인지 따져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며 규모가 점점 켜져서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러한 사안들의 중대함을 인지, 지난해 1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조치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하개발사업자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함에서 건축법 제11조 1항에 의거 건축허가 전에 협의 요청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건축물의 규모를 보면 지하안전영향평가는 굴착 깊이 20m 이상인 굴착공사를 수반하는 사업, 소규모지하안전영향평가는 굴착 깊이 10m 이상 20m 미만인 굴착공사를 수반하는 모든 사업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것을 평가하는 기관이 한국시설안전공단과 LH공사 두 곳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공사 중, 지하 10m 이상 굴착하는 공사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 탓에 건축허가 기간도 기본적으로 3~6개월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곳 건축주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으로 직결된다. 지하 굴착 시 위험요소를 파악하여 사전에 방지한다는 취지에 좋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필요한 법을 제정한다 해도 그 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지자체 몫이다. 법의 취지를 보면 꼭 건축허가 전까지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착공 전까지 평가가 이루어져도 될 것 같다. 조건부 허가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융통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는 지자체도 상당수 있다. 요즘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건설업만큼 각계각층의 고용창출 효과가 큰 게 또 있을까? 김동훈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불을 밝혀 높은 곳에 두자

누구든지 등불을 켜서 움 속에나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는 들어가는 자로 그 빛을 보게 하려 함이라 라는 말이 성경(누가 11: 33)에 쓰여 있다. 이 말은 불을 켜서 다른 사람을 밝히려면 높은 곳에 두어서 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내가 사는 이곳이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인식하고 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수원에 살았던 학생이 하버드대학에 면접시험에서 당신이 사는 곳에 대해 자랑할 것을 말하라고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해서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원에 사는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모를 수도 있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한 일화다. 하버드대학에서 극히 평범한 질문을 던졌다는 것에 한편으로 또 놀라운 일이다. 사람이 자신을 알고 가까운 주변부터 알아가는 것인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산다면 그 학생이 미래의 핵심역량을 지니도록 교육하고 전 세계적인 리더로 키우는 데 필요한 소양을 가졌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접했을 때 우리는 늘 교육의 방향을 바로 잡으려는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항상 바르고 아름다운 방향으로 말이다. 이제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으로 방향을 돌려보겠다. 플라톤(대화편 제7권)의 동굴의 비유이다. 동굴 안은 가시적인 현상의 세계를, 동굴 밖은 지성에 의해서(라야) 알 수 있는 실재(實在)의 세계를 각기 비유한 것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실제들을 인식하는 것인데, 이 인식에 이르는 길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동굴 속 죄수들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사물의 진모습(본질)은 모든 것을 비춰진 그림자(허상)만 바라보고 있다. 만일에 어떤 죄수가 이 동굴을 나와서 햇볕과 사물의 진모습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많이 고민이 된다. 우리는 항상 올바른 자유의지를 선택(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죄수 중 누군가가 아름다운 밖을 보고 다시 동굴 안으로 돌아가 밖의 세상을 전하고 함께 동굴 밖으로 나오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용기 있는 자가 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다른 사람들도 선하게 살도록 우린 행동해야 한다. 불을 밝혀 높은 곳에(등경 위) 두자고 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나 혼자 잘 살고 나 혼자 올바로 살면 그뿐이지 하는 인생관에서 나의 선함(불을 밝힘)을 토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선하게 변화시키는(높은 곳에 불을 올려놓은) 행동이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이것이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놀이는 아이들의 ‘보물’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 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한 영화를 통해 알려진 보물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개그 프로그램의 삽입곡으로도 쓰이며 유명세를 탔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네 어린 시절의 하루는 무척이나 짧았다. 하루 종일 갖가지 놀이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집집마다 자신의 아이를 찾는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구수한 밥 내음과 짭조름한 생선구이의 연기냄새는 아직도 이때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향수이다. 두 해 전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아동 정책 공약을 전달하기 위해 전국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은 평소 부모로부터 자주 듣는 말로 공부해라와 학원에 가라를 꼽았다. 또 노는 것은 시간낭비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한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많은 분들께서 너희 나이 때는 노는 것이 최고라고 하는데 과연 정말로 놀게 해주시는 걸까요?라고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놀이가 최고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 자녀의 놀이에는 관대할 수 없는 것이 부모들의 현실이다. 학원 대신 운동장을 가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학업경쟁에 뒤처지지 말 것을 주문해야할까. 지난 5월 28일 경기도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한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법적 토대가 경기도 내에 마련됐다. 조례가 가결되기까지에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자신들에게 왜 중요한지 직접 목소리를 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에서는 도내 아동 1천여 명의 목소리를 듣고 아동청소년 대토론회 등을 통해 아동 놀 권리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으며, 놀이의 중요성에 공감한 경기도의회에서는 조례가 통과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함께 기울였다. 놀 권리 실현의 초석이 된 이번 결실은 이 3박자가 고루 갖춰진 합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책가방으로 축 늘어진 어깨, 피곤이 누적돼 보이는 얼굴은 현 대한민국 아동들의 자화상으로 대표되고 있다. 노래 보물의 가사처럼 마을 앞 공터에 모여 매일 만나는 그 친구들, 비싸고 멋진 장난감 하나 없어도 하루 종일 재미있었어라는 구절이 아이들의 내일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종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일하고 싶은 노인, 일해야 하는 노인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5.2%로 역대 가장 높았다.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에는 고령화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연령 도달 등 많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자 하는 노인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이 71.4세임을 고려하면 노인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인다. 은퇴 연령 이후 적어도 5~6년은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연령대라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보인다. 우리나라 고령인구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약 1.5배 증가해 2019년 14.9%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육박한다는 현재 상황과 앞으로도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결코 65세 이상 인구를 노동시장 밖에 둘 수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만 보면 아직 은퇴하기엔 젊은 일하고 싶은 노인들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국가의 수요와 공급이 아름답게 맞춰지는 듯하다. 과연 이렇게 이상적이기만 할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80세 미만의 노인인구 중 52.7%는 생활비 등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다거나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응답은 34.8%에 불과하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 중 절반 이상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이라는 표현으로 이 모든 걸 묶어 버리기엔 일해야 하는 노인인구가 주는 의미가 너무나 다르다.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인인력 활용이 필요한 국가 입장에서는 어떨까? 65세 이상 노인 중 약 ⅓은 최근 1년간 일한 일자리가 전 생애 가장 오랜 기간 일했던 주된 일자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의 절반 이상은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고 월평균 임금은 생산 가능 인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노인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고령인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노인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경험과 경력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순노무 일자리가 아닌 경험과 전문적 경력 기반의 노인 맞춤형 일자리 발굴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노인의 건강한 형상을 만들 수 있다. 더이상 노인은 누군가의 부양가족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독립적 주체 또는 더 나아가서 누군가를 지원하고 도와주는 노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 일해야 하는 노인들에게도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1984년 이해구 경기도지사

요즘에는 경찰청장이라 부르는 1980년대 치안본부장 출신으로 제20대 경기도지사에 발령된 이해구 도지사. 1984년10월부터 1986년1월까지 경기도지사로 일했다. 1980년 9월에 도지사에 취임한 염보현 도지사도 치안본부장 출신이다. 당시에는 경찰이 내무부장관 소속의 기관이었으므로 치안본부장을 도지사로 발령했다. 이해구 도지사는 안성 출신이다. 제13대 김태경 도지사(1971년6월~1972년6월)가 평택출신으로 최초의 경기도 출신 도지사였고 두 번째로 이해구 도 출신 도지사가 취임한 것이다. 이어서 22대 임사빈 도지사와 25대 윤세달 도지사는 양주 출생이고 23대 이재창 도지사는 파주 출생이다. 이해구 도지사는 화합으로 영광경기, 책임으로 지역안정, 창의로 헌신봉사, 특성 있는 균형개발, 향토애로 문화창달이라는 도정 방침을 정했다. 치안책임자로 일하다가 도지사로 발령되었지만, 하위직 8급 공무원의 느낌에는 지방행정과 중앙행정에 능통한 인물로 보였다. 특히 월례조회에서의 훈시는 연설형태가 아니라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와의 대화 같았다. 취임 초 월례조회에서 어떤 상황을 설명하다가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하였다. 행정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면서 어색한 흐름이 보이자 이 정도로 합시다.하면서 급하게 회의를 마치려 했고, 옆자리에 참석했던 부지사가 경기도의 노래 제창이 남았다고 조회 일정을 설명하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해구 도지사 재직 시는 물론 공무원 근무 내내 중요 보직에서 일했고 퇴직 이후에도 왕성한 공직 활동을 이어가는 권두현 전 부지사(현 지방행정동우회 회장)의 회고를 듣고자 동우회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해구 도지사님에 대한 기억 중 첫 번은 경기도 내 읍면동 대부분을 방문하셨다는 흔하지 않은 기록이다. 연천군, 양평군에서는 현장에서 1박을 하면서 도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김태경 지사님이 평택시 출신이신데 경기도 출신(안성)으로는 두 번째로 도지사로 취임했다. △경기도 체육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도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지 말고 도내 시군의 회의실, 식당을 이용하도록 했다. △공관 지하수 수질이 좋으니 수도 파이프를 밖으로 연결해서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후덕한 성품이었다. △공관주변 시민과의 반상회에서 연기를 내는 식당을 막아달라는 건의에 대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며 주민들의 이해와 식당주인의 연기발생 최소화를 주문하여 갈등을 중재했다. 8급 공무원의 기억이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이해구 도지사님의 도지사직은 행정가로서의 마무리였고, 이후 정치인, 교육자로서 더 많은 일을 했다. 도지사실을 나와 13대 국회의원, 내무부장관(1993. 2월~12월), 14, 15, 16대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두원대학교 학장과 총장으로 일했다. 47세 도지사는 정치의 시작이었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천자춘추] 한의원에서도 쓰는 지역화폐

경기도 각 시ㆍ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의 인기가 심상찮다.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활성화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고자 경기도가 도입한 경기지역화폐가 올해 4월부터 경기도 내 31개 시ㆍ군에서 본격적으로 발행돼 인기몰이 중이다. 화폐를 발행한 시ㆍ군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동네슈퍼, 미용실, 커피숍, 음식점 등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점이라면 어디든 사용 가능한데(백화점, 대형마트, SSM, 유흥업소 제외), 한의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누구나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구매해 발행지역 시군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는 알고 보면 쏠쏠한 혜택이 많은 대안 화폐이다. 경기지역화폐는 일반발행과 정책발행 두 가지 종류로 발행되는데, 일반발행분은 발행 시ㆍ군에 따라 6~10% 할인혜택을 받아 구매해 사용할 수 있고, 현금영수증 발행, 신청시점부터 소득공제(30%) 혜택도 모두 받을 수 있다. 또한, 한의원을 비롯한 병의원에서 사용하면 연말정산 때 의료비 공제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꿀 팁이다. 시ㆍ군에 따라 지류, 카드 및 모바일 형태로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정책발행분은 청년기본소득이나 산후조리비와 같은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받는 것을 말한다. 청년기본소득이란, 청년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지원하는 경기도형 청년수당으로 경기도 내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지속해서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1인당 연 100만 원(분기별 25만원)을 시ㆍ군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다. 산후조리비 지원은,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산모 신생아 건강보호와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경기도의 지원이다. 2019년 1월1일 이후 출생아 1인당 50만원의 산후조리비가 역시 시ㆍ군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다만, 정책수당은 해당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지라도 신청자에 한해서 지급하므로, 해당 자격을 갖췄는지 스스로 알아보고 신청하는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도 내 3천500여 개의 한의원에서는 산모 건강회복에 필수적인 산후조리한약은 물론 산모와 신생아의 치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산후조리비로 지원된 지역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 청년 기본소득수당 역시 한의원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경기도에서 골목상권과 지역 경제를 살리려고 발행하는 지역화폐,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새로운 대안 화폐제도, 경기도한의사회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똑똑하게 챙기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똑똑한 소비가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천자춘추] 미래를 준비하는 특성화高 학과개편

직업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특성화고는 최근 미래 산업분야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학과개편을 하느라 분주하다. 교육부는 매년 100개 학과씩 2020년까지 기업 맞춤형 실무과목(NCS)을 강화하고 학과개편을 통한 체질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2019년 경기도 교육청 특성화고 108개교 중 학과 개편을 신청한 학교는 총 19개교 86학급이며, 2020학년도는 더 많은 학교가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 학과개편의 방향은 드론, 3D프린터 등 정보통신기술, 융합콘텐츠, 핀테크, O2O,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등 신성장 산업 분야를 반영하거나 스마트 헬스, 보건, 부사관, 애견, 레저스포츠, 외식 등 인기 직업분야가 반영된 학과개편의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과 개편이 단순히 신입생 모집만을 목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현장의 요구에 부합하고 미래 경제상황을 예측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뿌리산업에 근간을 둔 경쟁력 있는 학교는 기존 학과를 계속 지원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융합 교육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경쟁력이 없거나 지역적인 한계 탓에 정원 미달 학교는 신산업분야, 미래 산업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기자재를 확보 지원하고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산업체 산업 수요에 맞춰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여 내실을 다져야 한다. 특성화고의 체질 개선을 통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려면 교육부, 관련 지자체, 기업 등이 협력해 신산업 글로벌 현장학습의 확대, 직업계고 학생에 대한 다각적 지원과 학력 차별 해소, 선취업 후학습 참여기업의 지원 강화와 더불어 지역사회 구성원의 인식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작년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69.7%다. 하지만, 대학졸업생의 취업률은 60%대 초반이며, 그마저도 전공을 살린 취업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교육이 초ㆍ중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개인의 특성과 희망에 맞춘 진학과 진로방향을 마련해줘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긴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최근 이재정 교육감의 경기도 맞춤형 진로ㆍ직업교육의 모색을 위한 독일 방문은 반가운 일이다. 올바르고 타당한 직업교육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의 소설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에서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이 넘는 기간에 전쟁을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하고 해마다 전쟁에 참여해 희생당하신 분들을 위로하고 있다. 전쟁은 너무도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3년간의 전쟁으로 국군은 사망자 5만8천809명을 비롯해 부상자 17만8천632명, 실종자 8만2천318명 등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남한 내 민간인은 37만3천599명이 사망했고 부상 22만9천625명, 피난민 240만명 이상, 전쟁미망인 20만명, 전쟁고아 10만명 등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북한군, 유엔군, 중국군, 북한 민간인들까지 포함한다면 전쟁으로 인한 피해 정도는 더 심각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은 전 국토의 90%를 파괴하여 국민은 생활 근거지를 잃어버려야 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러나 1953년 휴전협정 후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휴전협정은 전쟁을 잠시 쉬자는 협정이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7ㆍ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이 성명은 상대방 비방 중지, 군사적 충돌방지, 다방면적 교류 시행, 서울과 평양 사이 직통전화 개설 등을 합의한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공동 선언문이다. 남북교류나 평화를 진보의 전매특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남북의 평화는 보수정권인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노태우 대통령도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사업을 하는 것이며 그것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남과 북이 협력을 통해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남북분단을 악용하는 소위 자칭 보수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필자는 가짜 보수라고 부른다. 고도의 냉전시대인 70년대 서독은 동독에 서베를린으로 가는 통행세를 비롯해 당시 한화 약 10조원을 지원한다. 미국은 소련에 무상으로 쌀을 원조했다. 전쟁을 하느니 돈을 내서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큰 이득이기에 그런 것이다. 어떤 전쟁도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는 없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후 전쟁의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6ㆍ25전쟁이 발생한 지 69년, 이제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하게 종식해야 한다. 남과 북이 공존하면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전쟁과 평화, 선택은 자유지만 결과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도 너무 다르게 나타난다. 필자는 평화를 선택하겠다. 황수영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글자판의 효율성

며칠 전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두 손을 책상 밑에 넣고 가끔 아래를 내려다보며 강의에 집중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자를 주고받고 있던 것이다. 야단치는 것에 앞서 되려 신기하고 놀라웠다. 학생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보통 컴퓨터의 키보드는 F와 J의 버튼 위에 손가락에 걸림을 느낄 수 있도록 돌출이 되어 있어 보지 않고도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액정을 보지 않고 글자를 입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울고 갈 정도이다. 수업이 끝난 후 나도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 글자를 입력해 보았다. 잘 안 된다. 스마트폰 자판을 자세히 보니 손의 위치를 잘 잡고 연습을 많이 하면 어느 정도 될 것 같았다. 그것은 자판의 구조 때문이다. 맨 위의 자판 세 개는 모음을 치게 되어 있고, 나머지 일곱 개는 자음을 치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 한글자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천지인 방식은 모음을 최대한 적게 입력하려고 만든 것으로 모음 버튼이 세 개로 정해져 있다. 세 개의 버튼으로 20개가 넘는 모음을 모두 입력할 수 있다. 둘째, 나랏글 방식은 자음 입력을 최대한 적게 한다. 자음을 만들 때 획을 더하는 원리를 이용해 가획 버튼을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한글Ⅱ 방식은 천지인 방식과 나랏글 방식의 혼합형으로 자음은 왼손으로 모음은 오른손으로 치게 되어 있다. 물론 34 자판을 만든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구조가 비슷하고 모두 글쓰기가 편리하다. 다른 나라의 문자는 한글처럼 작은 자판으로 글을 적어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어는 한자 발음을 영어 알파벳으로 입력한 후 한자로 바꾼다. 일본어도 중국어와 비슷한 방식이다. 영어는 일반전화기 키패드에서 보듯이 버튼 하나에 서너 개씩 알파벳이 배정되어 자음과 모음 구분없이 단어를 만들기에 버튼을 많이 눌러야 한다. 한글자판은 한글을 창제한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매우 과학적이고 글자를 빨리 입력할 수 있다. 다이얼 키패드 12개 자판에 20개가 넘는 자모를 사용할 수 있어 1만1천172개의 문자를 만들 수 있다. 한글 창제 원리에 디지털 기기의 입력방식이 효과적으로 실현돼 정보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한글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세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새삼 우리글, 한글의 우수성에 자부심이 느껴지며 세종대왕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또 이를 정보통신 기기에 잘 적용한 IT 관련 기술자들도 매우 훌륭하다. 며칠 있으면 대학 기말고사 기간이다. 책상 아래에서 기발한 타자 신공을 발휘하던 우리 학생도 시험을 잘 치르길 바라며 대한민국의 훌륭한 일꾼이 되길 빈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

[천자춘추] 왜 김원봉을 영웅으로 세우려고 하는가?

대한민국 건국 71년 이래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한참을 고민한다. 대한민국은 영웅이 없는 나라다. 존경하는 인물이 있더라도 주변 사람 눈치를 보며 말을 아낀다. 공적을 인정하기보다는 흠을 부각하다 보니, 범국민적 존경을 받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도 친일파가 되는 나라. 한국전쟁 이후 하루 세끼를 걱정하던 나라를 경제 대국으로 이끈 박정희 대통령도 악인이 되는 나라.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조차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공격하는 자들이 김원봉을 영웅으로 둔갑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원봉은 일제 강점기에 의열단을 조직하고 항일 투쟁 활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 남한에서 좌익활동을 하다 월북했다. 북 정권 수립 이후, 김원봉은 군사위원회 평안북도 전권대표로서, 대한민국 침략에 앞장섰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전쟁이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6ㆍ25를 이끈 적장 중 한 명이다. 일반 병사가 아니라 김일성의 훈장까지 받은 자다. 또한, 1954년에는 경제혼란과 선거방해를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남파간첩 4명을 직접 투입시키기도 했다. 한국전쟁에서 17만 명의 군인이 순국했고 대한민국의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만 100만에 이른다. 현충일은 한국전쟁에서 순국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날이다. 왜 하필 현충일 추모사에서 적군 김원봉을 영웅화하고자 했는가? 항일과 반일의 이유로 역사적 재해석을 주장한다면, 김일성도 항일과 반일을 이유로 역사적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는가? 김일성까지 재평가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적국의 장수를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 발언에 대해 깊이 분노한다. 계속해서 이런 비상식적인 논쟁을 만들어 낸다면, 앞으로도 색깔론적인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19년 6월 6일,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이 슬퍼했으리라. 지금 대한민국은 총칼을 뽑지 않았으나 격렬한 이념 전쟁 중이다. 이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희생될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부디 대한민국이 평화로운 종전을 맞이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김민수 한국창업진흥협회장

[천자춘추] 말은 집단의 문화

내 고장 수원의 역사인물, 우리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라고 평가받는 백성의 지도자 정조대왕은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가르쳤다. 요즘 정치인의 막말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5ㆍ18 망언, 세월호 유가족 비하, 달창, 한센병 환자, 골든타임 3분, 김정은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걸레질. 이렇듯 매일 아침 쏟아지는 막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책임 있는 자리, 지도자의 자리에 있어서 아쉽고 주민들에게 도매금으로 욕을 먹을 때도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프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했다. 경쟁하듯 쏟아내는 막말은 오늘도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은 역사의 기록이 되고 있다. 나는 말이 만들어내는 불신이 두렵다. 정치는 신뢰가 생명이고 잃어버리면 회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막말이 독버섯처럼 자라면 정치도, 지도자도 설 곳이 없다. 권력의 시한은 정해져 있다. 임기가 끝나면 누구나 평범한 백성으로 돌아가야 하듯이 영원한 권력은 없다.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요, 배를 뒤집는 것도 물이다라는 말처럼 유권자는 표로 심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듯이 말은 개인의 인격이자 집단의 문화를 상징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삶이 팍팍하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한 가닥의 가는 빛줄기라도 삶이 힘겨운 도민들에게 정치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희망을 줄 수 있고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남은 임기 동안 그 가는 빛줄기를 튼튼한 동아줄로 바꾸어 도민들께 돌려 드리고 싶다. 그러니 이제 제발, 막말 퍼레이드는 그만두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 않는가.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

[천자춘추]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

요새 김정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단거리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한 이후, 최근에는 자강도 강계시와 만포시의 군수공장들을 둘러봤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 특수정찰기 2대가 한꺼번에 떴다.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국 RC-135U 컴뱃 센트와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지난 5월 30일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을 볼 때, 북한이 뭔가 또 다른 행동을 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다. 지난 5월 29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정책연구실장의 담화를 통해, 힘(군사력)의 사용은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우리 사회를 휩쓴 신드롬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국민은 정부의 이런 주장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과연 어떤 근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지금 현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가 아니라,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과거 발언이 틀렸으니 책임지라고 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얼마든지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부는 잘못 판단한 것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냥 넘어가려 한다면, 그것은 한 나라를 이끄는 정부의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과거 자신들의 판단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도 과거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언급은 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 해석은 위험하다. 그렇기에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상황인식과 과거 발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 금지

며칠 전 모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의 일이다. 공연장 객석에는 음악회를 처음 온 듯한 사람과 음악회 관람 경험이 많은 듯한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협주곡의 첫 악장이 끝나자 처음 음악회를 온 듯한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때 함께 온 사람이 당황한 모습으로 황급히 박수치는 동행자의 팔을 붙잡아 박수를 못 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팔을 잡은 동행자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야기하자 박수를 치던 관객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 음악회를 자주 다니신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 채셨을 것이라 본다. 다름 아닌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 금지 이야기이다. 여러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때 마지막 악장이 연주되기 전까지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절이다. 그런데 고전음악의 주요 작곡가들이 살아있을 때에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 모두 박수를 쳤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오래전 선배인 공연기획자로부터 1993년 타계한 헝가리의 거장 지휘자 미클로스 에르데이(Mikls Erdlyi)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들려준 악장 사이의 박수를 금지하는 유래를 듣고서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분의 이야기로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일의 음악학자들 사이에 악장과 악장 사이의 조성을 비롯한 관련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는데 1920년대에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ngler)가 먼저 자신의 음악회에서 청중들에게 악장과 악장 사이의 휴지부도 곡의 연장이라 생각하니 마지막 악장이 연주되기 전에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탁을 하고 음악회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유럽 전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에는 미주 지역까지 중간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절이 되었다 한다. 그러나 요즘 클래식 음악회에 가보면 악장과 악장 사이에도 아름답고 화려한 연주에 화답하는 우렁찬 박수가 나오기도 한다. 이때 연주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관객들이 잘못했다는 따가운 눈총보다 음악의 진행에 방해가 안 되는 정도에서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호흡하기도 한다. 품위 있는 공연 예절도 중요하지만, 연주에 진정성으로 화답하는 관객들의 반응에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최근 BTS의 영국 공연이 화제이다. 우리의 젊은 POP 아티스트들이 비틀스의 고향을 흔드는 수준이 되었으니 우리식의 문화예절을 믿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요한 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천자춘추] 공정한 콘텐츠 세상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콘텐츠 산업 중장기 정책비전에 따르면, 세계 콘텐츠산업 시장규모는 1조 9천860억 달러로 자동차ㆍIT를 능가하는 고성장ㆍ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높은 청년종사자 비율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일자리 산업으로써, 타 산업 대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분야이기도 하다. 이 중 경기도는 전국 콘텐츠산업 매출액 105조 원의 20%인 약 21조 원을 창출하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중심지이다. 경기도의 콘텐츠산업 미래는 더욱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콘텐츠는 새로운 휴대기기와 공유 플랫폼의 등장에 힘입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최고 수준의 기술집약적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다. 남부를 중심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게임, ICT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북부에서는 출판과 방송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클러스터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최대의 콘텐츠 소비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경기도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킬러 콘텐츠가 탄생하길 기대하는 것은 제 개인의 희망만은 아닐 것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경기도와 함께, 도내기업 창작물인 콘텐츠가 더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산업으로써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 우리 진흥원은 경기도의 새로운 문화콘텐츠 창작ㆍ창업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6개 지역에 설립된 경기문화창조허브를 통해 창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도 다양한 경기도 스타트업이 허브의 다양한 공간 및 프로그램 지원을 받으며 미래를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지난달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간 종합게임쇼 PlayX4(플레이엑스포)를 통해 매년 중소 게임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런 우리 진흥원의 노력은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콘텐츠를 창작할 기회를 제공하고, 콘텐츠만 가지고도 시장에서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콘텐츠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공모사업처럼, 꿈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 가는 더 많은 도민께 교육ㆍ컨설팅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금지원ㆍ비즈니스 매칭 등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ㆍ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공정한 콘텐츠 세상 조성이 경기도 콘텐츠산업의 미래 성장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경표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미래산업과 경제통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했지만, 한편에서는 기계를 파괴했다. 19세기 초반 일어난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의 배경에는 실업이라는 현실과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이 내재해 있었다. 그렇지만 기계의 등장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산업은 대형화됐다. 대도시가 형성되었고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은 바다를 건너 아시아와 신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초기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는 인간의 순수한 육체적 능력을 대신했지만, 영국의 수공업 노동자들이 걱정했듯이 대량의 실업 사태가 지속하지는 않았다. 또한, 인간의 놀라운 인지력은 기계를 혁신했고 인간은 이전 시대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새롭게 펼쳐지는 4차 혁명시대, 인공지능(A.I)시대는 어떨까? 극단론자들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새로운 기계를 디자인하고,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고, 인간은 단지 프로토콜에 따라 인공지능을 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그런 세계를 그리며 막연한 적개심을 보인다. 하지만, 이상주의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다시 한번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장시간의 고된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시대가 오든 인공지능과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운영할 고도화된 능력을 갖춘 전문가는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반도체와 같은 핵심부품을 설계하고 만들어낼 전문가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민관합동으로 2030년까지 1만 7천 명의 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전문 기술과 우수 인력의 확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 그리고 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학계의 노력이 있어야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단시간에 세계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적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부계획을 자세히 수립해야 한다.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분포, 기업의 경영활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경제통계 통합조사를 하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기업활동조사 등 9종의 경제통계를 통합해서 조사한다. 국가 경제의 글로벌 도약을 꿈꾸며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를 희망한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3기 신도시’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7일 정부가 고양 창릉지구(3만 8천호)와 부천 대장지구(2만 호) 등 3기 신도시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고양 일산ㆍ파주 운정ㆍ인천 검단 등 1ㆍ2기 신도시 주민들이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며 3주째 항의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 17일 하남 교산지구 주민설명회와 16일의 남양주 왕숙지구, 14일의 인천 계양지구 주민설명회도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주민들은 정부가 1,2기 신도시 조성 당시 약속했던 자족기능과 교통망 확충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이번 3기 신도시 중심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기존 신도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서울과 더 가까운 지역에 또다시 신도시를 조성하면 미분양이 쌓이고 집값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고양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 등 2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입주 후 10년이 넘도록 열악한 교통지옥에 시달리는데, 자족기능과 교통망을 갖춘 3기 신도시 조성을 서두르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지난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 인천지하철 2호선의 일산 연결, 대곡~소사 복선전철 연장 운행 등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내놓았다. 즉, GTX A,B노선 등 기존 신도시 교통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 GTX-A노선이 일산과 검단을 잇고 지하철 3호선도 운정까지 연장하는 등 12기 신도시 교통망을 개선하고, 고양선(가칭) 신설 등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이 기존 1,2기 신도시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 당시 장미빛 교통 청사진이었던 김포와 동탄 신도지 등은 현재 지하철 등 광역교통망이 확충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아파트만 대량으로 지어지고 대중교통체계와 업무시설 등 도시 인프라, 좋은 일자리 등 직주근접의 자족기능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또다시 서울 등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 집값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토지보상 진행과정에서 주민 반발에 부딪쳐, 실시설계 조차도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해 볼 때, 2028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입주가 가능한 3기 신도시의 경우, 토지보상 관련 수많은 반대와 민원,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따른 공사기간과 예산 증가 등 문제로 정부가 예상한 시기에 맞춰 대중광역교통을 확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은 정부가 집값 잡기 대상으로 설정한 서울 강남, 마포 ,용산, 성수 등 인기지역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오히려 3기 신도시와 인근 1,2기 신도시에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와 이에 따른 경제 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정부의 실패가 시장의 실패를 가져와 국민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적 처방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준비하는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주임 교수

[천자춘추] 이제 다시 수출이다

우리 경제의 중요한 동력인 수출이 지난 4월까지 전년대비 1천949억달러에서 1천815억달러로 6.9%나 감소했다. 수출이 줄고 이를 통해 유입되는 달러가 감소하다 보니 원화가치도 하락해 환율이 불안하다. 지역의 수출중소기업들은 전례 없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 경제는 좁은 국토, 부족한 자원으로 인하여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하기 어려운 태생적인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외화를 지불해 자원을 수입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외화를 확보하는 중요한 방법이 수출이다. 우리는 수입한 원자재에 우수한 노동력과 지식을 투입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다시 수출해 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외화를 확보해 왔다. 이것이 수출주도형 경제이며,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었다. 한국경제에서 수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이렇게 우리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수출은 현재까지 자동차, 철강, 반도체, 전기전자 등 대기업 제품들이 주도해 왔다. 최근 수출 감소는 이러한 제품군의 국제적인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이제 우리는 소비재, 식품, 콘텐츠 분야 등에서 다양한 중소기업 제품들을 발굴하여 세계 일류상품으로 육성하고 수출상품을 다변화해야 할 시점에 있다. 때마침 한류로 국가 이미지가 상승하고, 우리 중소기업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품질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정부도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을 체결하고, 다양한 수출 지원책을 마련하여 중소기업이 해외에 나가는 길을 열어주려 애쓰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등 쉽게 수출할 수 있는 수단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편 경기침체와 성장률 저하 등으로 국내수요가 답보 상태에 있는 것도 우리 기업들이 더욱 과감하게 수출에 나서야 할 이유이다. 중소기업 수출강화를 위하여 한국무역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Reboot KITA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만나 보니 한결 같이 국내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역시 수출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이제 기업은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균형적인 성장을 이룰 때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은 정체된 내수시장에 안주하고 머무른 갈라파고스 경제 때문이라고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경제활력을 잃지 않으려면 모두 함께 분발할 때다. 우리 수출기업과 함께 크게 외쳐본다. 이제 다시 수출이다. 수출기업 파이팅! 이창선 한국무역협회 경기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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