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친절한 공무원 ‘주무관씨’

경인지역 국민에게 참 좋은 신문 경기일보에 불초소생 부족한 사람이 여러번 200자 원고지 5~6매의 천자춘추를 쓰고 있다. 전 직장에 근무할 때에는 아침에 출근하여 오늘 신문에 게재된 글을 스크랩하여 바인더북에 곱게 고이 간직하는 나름의 작은 행복을 누렸는데 직장에서 나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다보니 원본신문을 곧바로 받아 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신문을 구하기 위해 수원시청을 방문한다. 나름 공직 42년간 근무했다고 언론에 자화자찬을 한 바이지만 막상 관공서에 가서 신문을 얻으려 하니 몸이 굳어진다. 시청 어느과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나름 밝은 표정을 지은 후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오늘자 신문을 구하러 왔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오늘자 신문이 없단다. 다시 1층에 자리한 다른 사무실을 노크했다. 그리고 참으로 기분 좋은, 마음 풀리는 상황을 만났다. 주무관에게 신문을 청하자 즉시 과장석에 가서 찾아 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주시기에 나도 모르게 90도 가깝게 인사를 했다. 참으로 고마웠다. 두 번째 기고날에도 같은 사무실에 가서 이번에는 차석에게 신문을 청했다. 동시에 눈이 마주친 팀장님이 차석에게 과장님 옆자리에 있다며 얼른 드리라 말한다. 두 분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팀장님도 멋지다. 제가 쓴 글이 실렸어요. 묻지도 않은 자화자찬(自畵自讚)의 말을 전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짧은 시간에 정리한 이 글이 경기일보에 실린 오늘 오후에는 친절한 공무원이 가득한 수원시청 장애인복지과 사무실을 한번 더 방문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와 국민 모두가 공무원에게 친절과 공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공직이 독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을 잘하는 공무원은 친절하다. 그런데 친절한 공무원은 일도 참 잘한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남을 위한 친절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다. 우리의 친절은 다른 이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나를 살리고 우리를 키운다. 공직생활에서 승진보다 큰 사건은 없었다. 친절한 공무원이 승진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모든 시민을 당당하게 해 드려야 할 의무가 공무원에게 주어졌다. 지방자치 이후에는 시민이 스스로 찾아냈다. 친절한 공무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민은 행복하다. 친절한 수원시청 공무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동시에 경기도와 시군의 모든 공무원들이 도민과 시민과 군민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오늘의 이 소중한 경기일보 천자춘추의 원고지 5.5매 분량의 지면에 올려 후배 공무원들에게 고하는 바이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천자춘추] 당신의 미래를 향한 ‘마음 씀’

박상현 마라톤 경기 일정구간에서 속도를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마지막 퍼팅 이후 영광의 그린자켓을 입는 선수 뒤에서 묵묵히 클럽을 들고 있는 캐디.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는 코치 등 영광의 순간을 함께하는 스포츠 스타들 뒤에는 여러 방식으로 선수들을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 이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은 드러나지 않게 선수들이 높은 곳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음 씀에 있다. 며칠 전 경기도 독립야구리그 개회식에 다녀왔다. 독립야구단은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모여 직접 비용을 지불해가며 팀을 운영하고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프로진출이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체육회는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함께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위해, 그리고 도지사님 공약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통한 신뢰감 있는 도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번 리그를 만들고 선수들에게 각종 장비와 우승상금 지원도 시작했다. 비록 관중은 거의 없지만, 공 하나 하나를 대하는 눈빛과 열정은 프로선수 못지않다. 살기위해 1루 베이스 앞에서의 슬라이딩을 하는 간절한 심정이 읽혔다. 리그 지원을 통해 이들의 꿈을 응원할 수 있어 매우 벅찬 순간이었다. 경기도체육회는 올해부터 경기도내 은퇴예정에 있거나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선수들을 위하여 경기체육 아카데미사업을 시작했다. 각종 자격증반 현역선수 진로교육 스포츠 잡페어 등 선수들의 인생 2막을 지원하고자 하는 경기도체육회의 작지만, 의미있는 마음 씀이다. 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으면 좋겠고, 의미있는 Re-Start가 되길 바란다. 운동선수로서 첫발을 내딛을 때 선수들은 하나같이 분명한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속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목표와 멀어진 선수들. 그리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경기도체육회는 앞으로 특별한 마음 씀으로 그들의 미래를 응원할 것이다. 그것이 경기도체육회와 사무처장으로서의 내 소명이 아닐까 한다. 박상현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기술혁신, 만능이 되었으면

최근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을 포함한 새로운 대명사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의해 처음 제기되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 핵심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과 빅데이터(Big data)의 등장, 네트워크(Network)의 활성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 및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가치창출에 있다. 기존의 산업혁명들이 인간의 주도 하에 있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산업혁명은 인간의 개입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 기술발전은 인간의 삶의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의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롤(Role) 모델로 평가받는 독일의 경우 2014년부터 Industry 4.0이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신(新)하이테크 전략을 수립하여 스마트형 공장 등 IT기반의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로봇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하여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에서는 IT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며 부가가치 및 미래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술혁신에 의한 변화는 사회경제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인간의 고유영역인 생존권에 대한 가치는 점차 상실되어가는 부정적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의 가치가 기술혁신에 의해 대체됨으로서 편리함을 제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생존권에 대한 가치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보고 느끼는 것들은 첨단화 되어갈 것이며, 교통통신의 발달은 더욱 빠름을 원하게 되겠지만, 앞으로의 환경을 맞이해야 할 세대는 생존권에 있어 더욱 혹독한 시련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는 3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기술발달 및 혁신에 따른 생존권의 위협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에서 이전되기까지 반세기 정도로 짧아지면서 인간의 생존권에 대한 대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인간의 생존권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개선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급속한 변화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홍승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천자춘추] 안전문화 119페스티벌과 다양한 지역 축제

본격적인 축제의 시즌이 시작됐다. 하늘은 푸르고, 꽃비가 흩날리는 요즘 가족과 함께 주말 또는 연휴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를 소개해 드릴까 한다. 앞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는 도민에게 안전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자율안전관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1998년 제1회 119안전대축제를 시작으로 도내 지역축제장에 안전문화 119페스티벌의 장을 마련해 축제도 즐기고, 안전체험 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4월26일 올해로 33번째를 맞는 이천도자기축제에 오시면 다양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이동안전체험차량, 완강기와 방독면 체험, 지진체험, 3D교통안전 체험버스, 심폐소생술, 물놀이 안전교실 등 다양한 안전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의왕시 대표적 축제인 의왕철도축제가 4일과 5일 양일간 진행된다. 하지만 소방재난본부에서는 연휴기간 유치원 버스의 축제장 방문이 어려운 만큼 금요일인 3일부터 안전체험장을 운영해 많은 유치원생들이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119페스티벌을 준비했다. 봄이 절정을 달하는 5월10일부터 12일까지는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찾아가 각종 안전체험 교육과 소방장비 전시회 및 119인형극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마련했다. 안전교육은 어릴 때부터 몸으로 체득해야 위급한 상황에 본능적으로 발현된다. 책상에 앉아 배운 안전교육은 머릿속 지식으로만 머물 수 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하는데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교육이다. 각자 바쁜 생활로 가족 간에 서로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 이번 주말부터 지역축제장을 찾아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안전체험교육도 배우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께 효도하고,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짜고 있다면 지역 경제도 살리고, 안전교육도 배울 수 있는 지역축제장을 방문하길 적극 추천한다. 구본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생활안전담당관 소방령

[천자춘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가치

싹을 틔우기도 전에 벚꽃 등 봄꽃이 화려하게 필 때면 우리는 겨울을 이기고 봄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꽃이 지고 있다. 이기는 것은 늘 의기양양하고 지는 것은 늘 우울하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듯 이기고 지는 게 아니다. 우쭐하거나 우울해할 일도 아니고, 한편에서 살고 한편에서 죽는 일도 아니다. 그들의 자리바꿈은 그저 살아있는 것들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지는 것 같지만 아름답고, 이기는 것 같지만 우쭐해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쪽의 승리가 다른 한쪽이 주저앉아 일어설 수 없게 하는 거라면 그들의 세상에선 승리도 부끄러운 일이고 패배도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이기는 자를 위해 지는 자가 있는 게 아니라 서로를 담금질 해주며 주저앉지 않는 힘을 주기 위해 서로가 찾아오고 떠나는 것이다. 자연이 그렇게 하는데 사람인 우리는 늘 이기려고만 한다. 제대로 살아있고 서로를 살리기 위해 지고 이기는 게 아니라 나만 살기 위해 이기려 한다. 이기는 것도 가족과 조직과 사회를 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 한다. 그런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라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부자가 되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권력을 잡고 싶어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이 쏠린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그 부끄러움을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가치가 자랄 수 없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부끄러운 일들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고위공직자 임명과정에서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도덕성보다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해서 그들을 임명한다고 했다. 거기에 범여권도 도덕성보다 당파적 이익을 좇았다. 도덕성을 중시한다는 정권에서조차 이렇게 이기는 데만 관심이 있으니 무슨 도덕적 사회가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정직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들조차 이러니 도덕성에 대한 자긍심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도덕성이 약화되는 만큼 국가는 더 발전했을까? 벚꽃이 지고 봄의 한 부분이 끝나고 있다. 지고 이기는 게 아니라 봄의 새로운 한 부분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권력을 잡고 이기는 성공보다 더불어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열심히 사용하는 가치 있는 삶을 기대해본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교무처장

[천자춘추] 저소득층 이용 지역아동센터 상대적 박탈감

사회복지종사자들이 뿔났다. 사회복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제도이다. 사회복지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를 물으면 대부분 사회에 좋은 일을 하겠다는 선한 마음들이 있고 기대에 부풀어 전공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어려움과 사회복지 전문가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비참한 현실을 겪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1천여 종사자들은 현장의 위기감을 생생하게 전하고 서로 깊이 공감한다. 최저임금에 선을 긋고 더 이상의 임금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가 되니 사회복지 전공을 안 한 사람들만도 못하게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운영위기를 초래한 기획재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모여 운영위기를 불러온 예산에 대해 기재부에 책임을 묻고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십여 년 동안 저임금에 시달려왔음에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도 반영하지 못한 기본운영비 2.5% 인상을 책정한 기재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현장의 절박함을 생생하게 전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주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에서 아동복지의 큰 주축이 되어 왔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이터로 돌아와 해가 지도록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집으로 데려와 돌보다 보니 한두 명씩 늘어 지금의 지역아동센터를 하게 되었고 아이들 돌보느라 결혼도 못하고 있다는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자, 직원들 급여 챙겨주느라 자신은 급여를 한 번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을 만날 수 있었다. 사회복지의 현실이다. 마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 사회는 대부분이 맞벌이 가정이다. 아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친구 집에 전전하거나 놀이터나 오락실에 발을 붙인다. 이러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치면 즐겁게 지역아동센터로 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맞벌이 자녀들, 한부모자녀를 둔 부모는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기제부는 지역아동센터의 예산에 신경써줘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에서도 그늘 속에 가려진 복지의 사각지대를 관심 있게 살펴보고 이 나라의 일꾼이 되고 경제를 이끌어갈 아동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지역에 다함께돌봄센터를 새롭게 설치할 것이 아니라 현재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확보가 더욱 시급하다고 본다. 복지가 잘되는 나라, 약자들이 행복한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고, 대한민국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송유나 서울사회복지대학원 교수ㆍ시인

[천자춘추] 국민 눈높이 인사 처방전

무릇 세상사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태반이 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사람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일을 도모한다고 하면 본인 스스로의 판단과 계산 그리고 선택에 인사를 맡기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흥망성쇠는 또한 본인 스스로 누리거나 짊어지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들 각자는 출렁이는 운명의 바다 위에 인생이라는 배를 띄우고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정치적 운명공동체인 국가가 출범하고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지향점으로 지금 여기까지 발전해온 우리의 공적 영역에서 인사를 생각하면 상황은 자못 달라진다. 정당한 정치적 승리의 대가로 일정 기간 정권을 위임받은 입장이 되면 국정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생각이 밀려와 밤잠을 이루지 못해도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그 많은 국가의 영역을 나누어 맡길 사람을 고르고 고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피는 것이 저 위의 높은 곳에서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마음가짐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이 주인인 국민의 신임을 유지하고 주인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연일 나라의 고위직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한동안 좋은 제도로 칭송되더니 이제는 무용론이 나오고도 있다. 한쪽에서는 도무지 적임자가 아니라며 반대하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강행의 태도이다.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의 눈높이라는 그 좋은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된 터라 입장 차가 없어야 될 것도 같은 데 입장 차가 이렇게 크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라는 말은 어두운 밤의 선글라스처럼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볼품없이 초라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인사는 나라의 윗사람에게 달린 것인지라 국민의 눈높이를 바라보는 윗사람의 비뚤어지지 않은 관점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 그러기에 윗사람들은 인사가 가지는 무게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마음의 저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저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있는 주관적인 눈금자보다는 자기 밖에 있는 객관적인 눈금자에 눈과 귀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동떨어진 관점이 도를 넘어 상관견관 위화백단(上官犬觀 爲禍百端)이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는 자세로 마음의 저울을 손질하는 것도 윗사람으로서는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일임을 고하게 된다. 황태영 용인정신병원 의사 진료부장

[천자춘추] 페치카와 알려지지 못한 사람들

지난 4월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00년이라는 세월이 가지는 의미를 더해 이번 행사는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다. 3월1일부터 시작한 독립의 횃불이 전국을 돌며 31운동을 재현하고 100주년 행사장에서 마지막 빛을 내뿜었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과 정치인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여의도 벚꽃 나무들 사이에서 열렸다. 바로 100년 전 그 날에, 3ㆍ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ㆍ외 독립운동가의 열망을 모아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대한한국 임시정부를 포함한 양대 독립운동 기관이 소재 하는 등 해외 독립운동의 주 무대가 됐다. 하지만 중국 본토만이 해외독립운동의 주 무대는 아니었다. 일본 내에서도 용감하게 맞서 싸운 학생 독립운동가가 있었고, 저 멀리 미주와 남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독립운동을 주도한 영웅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가까운 만주와 연해주지방에서 독립운동이 매우 활발했다. 국권침탈의 시기와 일제강점기, 만주침략시기와 중일 전쟁 중에도 만주 지방과 연해주 지방에서의 독립운동은 끊임이 없었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지원한 분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분이 바로 최재형 선생이다.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 지방 독립운동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러시아의 세모노비치 선장에게 거둬져 견문을 넓히고, 재정 러시아의 연해주 개발에 힘써 많은 부를 축적하고 정치적으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갔다. 이를 바탕으로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의 동포들의 생활지원에 크게 노력했고, 이에 신세를 진 연해주의 한인들은 집집마다 최재형 선생의 초상화를 걸고 최 페치카(난로)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연해주 동포들과 독립운동가들의 대부였던 최재형 선생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맙게도,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와 일화에 관해 뮤지컬을 제작해 널리 알린 뜻 깊은 사람들이 있다. 2019년 임시정부수립기념일 성남시 기념행사에서 광복회 성남시 지회의 후원으로 뮤지컬 형식의 갈라 콘서트를 통해 안중근 의사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와 일화를 널리 알렸다. 지난 3월28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최재형 선생 생가를 독립운동 기념관으로 개관한 것과 함께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지난 2016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4년째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는 성남시와 숨겨진 독립운동가를 널리 알려준 제작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는 비단 최재형 선생만의 일이 아니다. 당시 어쩔 수 없이 기록을 남길 수 없어 알려지지 못한 독립운동가들 또한 수도 없이 많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 찾기 운동을 통해 그런 분들을 발굴하고 있으며, 올해 100주년 행사에서 국무총리께서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기에 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으로 성장했고, 그분들을 찾아내어 그에 어울리는 예우와 보상을 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이다. 3ㆍ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우리의 해야 할 일에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천자춘추] 산불과 통계

재난이 일어나면 걱정과 우려 그리고 미담이 함께 떠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봇대에 발화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고, 멀리서 텔레비전을 보는 국민들의 속도 바싹 태웠다. 바람을 타고 넘나드는 산불을 잡기위해 산불특수진화대와 관내 소방관들이 고전분투를 하는 동안 새로 난 고속도로를 타고 전국에서 소방관들이 모여들었다. 시민들도 양동이를 들고 나섰다. 그런 덕분에 최단 시간에 불길을 잡았다. 또한 야식 배달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잠든 주민들을 깨웠고 병원 직원들은 부족한 구급차 대신 개인차로 불길을 피해 환자를 이송했고 식당에서는 이재민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다. 다행히 단비가 내려 재발화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강원도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예상보다 더 넓었고 산불이 나기 전으로 숲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최소 3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쓸어내렸던 가슴이 다시 꽉 막힌다. 홍수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산불은 인간의 잘못으로 일어난 인재인 경우가 다수다. 올 초에 발간된 2018년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산불의 주원인은 입산자실화(32%), 쓰레기와 논밭두렁 소각(26%) 순으로 나타났다.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통계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소방공무원은 4만8천명 정도이고 소방관 1인당 1천91명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는 533명으로 소방관 1인당 담당하는 주민의 수가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적다. 수치만 본다면 소방업무의 강도는 높지 않고 화재에 조기대응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할면적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2건은 전국 피해면적의 75%를 차지했고 그 만큼의 재산상의 피해를 가져왔다. 산불은 봄철에 62%가 발생하고 피해면적의 81%가 집중된다고 한다. 지역적이고 계절성을 띄는 대형산불의 예방과 초기 진화를 위해는 이번에 경험했던 것처럼 국가차원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가동해야한다. 지방분권이라는 명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사회지표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레이몬드 바우어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통계, 통계계열 및 다른 형태의 모든 증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도 명확한 증거기반의 정책을 통해서 씻어내야 할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좋은 의도, 나쁜 결과

의도가 좋으면 대체로 결과가 좋게 마련이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의도가 좋다하더라도 부작용을 초래하거나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삶을 위한 좋은 의도의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보니 긍정적 반응보다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의 볼멘 목소리와 아울러 고용감소라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8월 시행 예정인 대학 강사법 역시 실시되기도 전에 그런 운명에 처해 있다. 강사법은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대학 행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온 강사들의 처우와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8여년의 진통을 거쳐 지난해 말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 주요 내용은 강사에게 대학 교원 지위 부여, 퇴직금과 4대보험 가입 및 방학 중 임금 지불,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의도의 강사법이 왜 출발하기도 전에 강사들을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실제로 강사법이 통과된 직후인 2019년 1학기에 많은 대학들은 개설 강의 수를 축소하고 대형 강의를 늘리거나 전임교수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인 바 있다. 그 결과 많은 강사들이 자동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강사법이 시행되는 2019년 2학기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대학들은 앞으로 강사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대학이 부족한 예산 타령을 하면서 강사들을 대학에서 몰아내는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질타의 목소리를 퍼붓는다. 그러나 대학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크다. 왜냐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학의 등록금이 동결된 결과 대부분의 대학의 재정 상태가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에 강사법이 시행되는 데도 교육부는 아직도 구체적인 시행세칙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원래 지원하기로 한 재정지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교육혁신을 준비해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수백 명의 강사를 공개채용 해야 하는 새로운 행정적 부담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며, 교육부가 유권해석을 한 바 있지만 방학 4개월 동안 최소 1개월의 임금으로만 해결이 될지도 모호하고, 강사의 소청심사권이 최대 3년의 계약 시한에 한정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3주기 평가를 앞두고 장기적으로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강사법 적용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강사법의 좋은 의도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순조롭게 대학 현실에 안착되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행 이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사실 지난 8년의 유예기간 동안 대학이나, 교육부, 국회는 이러한 부작용이 예견되는 데도 허송세월을 보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목소리만으로는 안 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천자춘추] 집 전화와 핸드폰 시대

1970년 초 서울이나 외지에 사는 친척에게 전화를 하려면 우체국에 가야 가능하였다.하루4번 오가는 버스를 타거나 그냥6km를 걸어가 우체국 교환식 전화기를 이용했다. 그런데 아랫동네 이장님 사랑채 사무실에 교환전화기가 설치되었다.아랫마을+윗마을에1대의 전화기 쿠폰이 나왔다고 들었다.이장님 집은 이제 행정의 현장이고 통신의 중심지가 되었다. 출향인사가 친척에게 전화를 하려면 우선 이장님을 통해야 한다.전화를 받으신 이장님은 동네 확성기를 통해 알려준다. 아무개는 서울의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으니 이장 집으로 오기 바랍니다.방송을 들은 동생은 곧바로 이장님 댁으로 달려가고 잠시 기다리면 서울 사는 형과 통화를 합니다.경우에 따라서는 이장님은 대변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개야!서울 형이 이번 주 일요일에 벌초를 하자고 한다.방송을 들은 동생은 더 이상 형에게 전화하지 않는다.일요일에 벌초를 가면 되는 일이다. 어느 날 이장님이 바뀌었다.모든 서류와 비품은 인계되었지만 전화기는 넘겨줄 수가 없었다.설치 당시에는 이장님 앞으로 나온 전화였지만 실제로는 개인 소유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전 이장님댁에 방송시설은 그대로 두고 새로 되신 이장님 집에 방송장비를 추가 설치했다. 지금까지는 각 가정의 대소사가 전화를 매체로 하여 스피커 방송을 타는 관계로 온 동네 사람들이 알게 되었는데,전(前)이장님과 신(新)이장님댁에 설치된 두 개의 마이크가 운영되면서 면사무소와 이장님의 행정도 투명해지기 시작했다.우리 이장님이 면사무소에 가시는 일정이 동네 마이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내일 오전 이장님 회의가 있다는 면사무소 전화를 받은 전이장님은 마이크를 잡고이장님께 알립니다. (대부분2회 반복함)내일 오전10시에 면사무소에서 이장님 회의가 있다고 합니다신 이장이 답변방송(答辯放送)을 한다. 네 이장님!(전임 이장님에 대한 예우)잘 알았습니다현대판느린SNS인 것이다. 이제는 집집마다 일반전화가 있음은 물론 개인전화기가 가족 수만큼 보급되어서 아침이면 본인 전화기 찾는 일로 바쁘다고 한다.집 전화를 반납하고4인5개(1인2대도 있음)핸드폰 시대가 열렸다.정말로 편리한 개인전화기의 고마움을 알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개인전화를 쓰는 서글픈 모습은 없어야 하겠다. 이강석 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 환영

보건의료기관의 원활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지원하고 보건의료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및 복지향상과 우수 인력 양성 등을 위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지난 4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향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의료인을 포함한 보건의료기관 내에서 일하는 인력에 대한 실태조사와 근로조건 처우개선 등 다양한 지원이 가능해졌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면 보건복지부는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5년마다 실태조사 결과를 고려하여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인력의 양성 및 공급, 면허ㆍ자격신고 및 보수교육 현황, 지역별ㆍ기관유형별 활동 현황, 의료취약지 및 공공의료분야의 인력 양성 및 배치, 근무환경 및 복지 등에 관한 사항까지 총망라되며 종합계획 수립에 반영하게 된다. 보건의료인력 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 전문기관을 운영하며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25인 이내의 위원으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는 노동자단체, 시민단체, 의료인단체, 의료기관단체, 의료기사단체는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전체 보건의료인의 먼허ㆍ자격 취득자 중 41%, 취업자 중 26%를 차지하는 간호조무사단체는 제외되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3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가 대통령령으로 위원회 위원을 정할 때 간호조무사단체를 포함시키겠다고 확답을 하여 위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장기요양위원회 등 법정 위원회에 간호조무사단체가 제외된 상황에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는 최초로 법정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차제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장기요양위원회 등 다른 법정위원회에도 문호가 개방되기를 기대하며 간호조무사뿐 아니라 그간 제외되었던 다른 보건의료직종도 법정위원회 위원 참여가 절실하다. 김길순 경기도간호조무사회 명예회장

[천자춘추] 도자기 축제를 기다리며

나들이하기 좋은 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본래 전통과 관습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결속을 다지고 이를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기원행사에서 비롯됐지만, 오늘날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산업이나 여가문화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이가 많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공격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몰두하는데, 이 때문에 자칫 많은 축제가 특색을 잃은 장터로 전락하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문화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그 기반이 되는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공감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데에서 나온다. 한 번쯤 축제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해마다 광주, 이천, 여주에서 각각 열리는 도자기축제는 대표적인 전통공예 문화축제이다.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경기도는 일찍부터 도자기가 발달했는데 선사시대부터 따지면 6천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경기도 시흥, 용인, 여주, 고양, 양주시에서는 전라도 강진이나 부안보다 앞서 최초로 고려청자와 백자를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고려~조선시대에는 도내 궁성과 사찰 등을 중심으로 고품격의 도자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경기도 광주는 조선시대 1467년부터 1883년까지 왕실용 도자기공장인 사옹원 분원 관요(官窯)가 운영되어 조선백자의 생산을 주도한 역사의 고장이다. 또 고려시대부터 요업이 활발했던 여주는 1930년대 관립 요업시험소와 조선도기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도자산업의 근대화를 이끌었고, 해방 이후 전통도예 선구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이천은 오늘날 도예의 메카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의 2018 도자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1천645개 도예공방 가운데 900개가 경기도에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무려 640여개 공방이 광주, 이천, 여주에서 운영된다. 그렇다면 광주, 이천, 여주의 도자기축제는 우리나라 도자공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성장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장인들이 지역의 흙과 땔감으로 도자기를 구워내고 고품격의 생활문화를 선도했던 경기도의 도자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이 도자기축제를 성공 가능케 하는 잠재적 자산인 것이다. 오는 4월26일부터(여주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광주, 이천, 여주에서 일제히 도자기축제가 개최된다. 사기장의 후예들이 한 해 동안의 작업성과를 격려하고 풍작을 기원하는 도자기축제를 통해 경기도의 우수한 도자문화가 안팎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물론 관광객이 많이 와서 대박이 나는 것도 좋지만 도예인과 도민의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축제가 되면 더욱 좋겠다. 장기훈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장

[천자춘추] 저출산과 저출생

요즈음 일각에서는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분명히 생물학적으로 여성만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출산이라는 단어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저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각종 사전에서는 저출산을 아이를 적게 낳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저출산에 내포된 의미는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것은 결국 여성의 책임으로 인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여성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자녀 출산 후의 양육 및 교육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여성이 아이를 낳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진 저출산을 대체하여 아이의 탄생 자체에 보다 방점을 두는 저출생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출산의 관점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에 초점을 두다 보니, 저출생 문제에 대한 논점이 젊은 세대, 특히 가임기 여성의 이기적인 결정 때문이라는 식의 비난으로 이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물론 개인적인 선택으로 출산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난임 및 불임의 문제도 존재하고, 맞벌이 가족 및 한부모 가족의 경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기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양육자(특히 엄마)의 무한한 돌봄과 지원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녀양육을 위한 경력단절은 흔히 일어나는 일다. 경력단절이 일어나게 되면 소득의 감소로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고급 여성 인력이 사장되는 손실이 발생한다.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경력을 유지할 경우 자녀에 대한 미안함 내지 죄책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결국 이래도 저래도 우리 사회에서 자녀를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의 낮은 출생률의 문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 개인의 문제, 특히 여성의 문제가 아닌 아이를 낳기 어려운 또는 낳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실제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이고 저출생의 문제를 사회적 여건의 개선이 아닌 개인에 대한 지원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던 국가들의 출산율은 여전히 낮게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자녀의 출생과 이에 수반되는 양육은 여성과 남성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해야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따라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노경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보석 같은 만남, 보석 같은 하루하루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데.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어떤 일들이 생길까?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하루의 시작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처럼 설레게 한다. 손자손녀들을 키워 주느라 시간이 없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카톡으로 모아보았다. 요즘도 바뻐?, 경주 보문단지의 벚꽃이 흐드러졌을 텐데.. 느린 여행갈까? 금방 5명의 친구들이 OK했다. 교직원 공제회 홈페이지에서 콘도를 예약한 뒤에, 지제역에서 SRT를 타고 신경주에 도착,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느린 여행이라 명명하고 간단한 봇짐을 싸고 있는데, 준형아빠가 갑자기 일이 생겨 9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이제 40줄에 들어선 아이들의 부모와는 30년 지기 친구들이고, 자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잘 하는 것이 우리들의 첫 번째 기쁨이고 보람이고 행복이다. 활짝 피기 시작한 벚꽃더미 아래서 꽃길만 걷자라는 분홍색 홍보 전단지를 주워들면서 그 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으니, 노후엔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며 즐거운 1박 2일의 여행을 마쳤다.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있는데... 평택의 벚꽃이 분홍빛 꽃망울을 터트리려한다. 꽃피려 하네... 여고 친구의 카톡이 날아 왔다. 그럼 목요일에 만날까? 파크골프장에서 운동한 뒤에 점심 먹고 과일과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계획을 잡아 놓으니 후루룩...7명의 친구들이 그러겠다 한다. 대부분 8살부터 함께한 친구들이니 60년 지기다. 토요일인 오늘, 나른한 오전을 보내고 장윤정 부부가 사회를 보는 노래가 좋다는 프로를 보며, 어쩌면 저리 노래를 잘 할까 부러워하고 있는데, 쌀국수를 먹으러 가자는 남편을 따라 시장에 갔다. 베트남 원주민이라는 간판과 메뉴판과 홀 서빙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다른 나라에 여행가서 한 끼 먹는 기분이 들었다. 하얗고 예쁜 동남아 가족들을 보며, 잠깐~ 아주 잠깐~ 우리나라 인구문제를 나는 왜 떠 올리고 있는 것일까? 점심 후 남편은 친구네 집에 잠시 다녀 오겠다 기에, 나는 나의 첫 번째 제자가 운영하는 사무실로 갔다. 15살이었던 제자가 60이 살짝 넘으려하니, 이 또한 50년 가까이 나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한 보석 같은 귀한 인연이다. 차 한 잔 마시고 있는데, 3년 동안 주민자치 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젊은 사무장이 우리집 컴퓨터를 봐 주겠다는 카톡이 와서 시간 맞추어 집에 돌아 왔다. 신평동의 이야기며 주민들의 활동이며, 내가 다시 주민자치 위원의 활동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그립고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들이 스쳐지나 간다. 새로운 사람을 다시 만나 알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옛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조금씩 꺼내 보는 것이 나의 보석 같은 하루하루를 곱게 써 내려 가는 역사니까. 인정의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평택시지부장

[천자춘추] 공공의료의 개념 전환

최근 의료정책에는 책임의료기관이라는 단어가 이슈화되고 있다. 책임의료기관이란 의료시장 실패로 인한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중증의료, 커뮤니티 케어, 여성과 어린이 의료, 감염과 환자안전을 주요 사업으로 지역 간 사망률 격차를 줄이고 후유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공의료기반을 확충하고자 정책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양극화되어 있는 의료시장의 역할 분담이 정리되어 가는 모양새다. 수익적 구조의 문제로 민간 기피 의료사업이 공공이라는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적 인프라 확충에 고민이 생기고 전국지자체의 시급성도 양질의 의료 질적 서비스 확보를 위한 공공의료기관의 인프라 확충이다. 지역적 병상 수가 아무리 많아도 의료서비스 질이 확보된 의료기관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취약지역의 의료 현실이다. 의료시설의 대형화는 대도시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중증환자는 대도시로의 흐름은 의료비의 지출을 높여 가계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국정과제에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의료비로 인한 가계비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과제는 책임의료기관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도 6개 공공병원의 규모와 공공의료의 정책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열악한 인프라와 대도시에 인접해 있지만 통계청의 많은 건강지표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든 의료는 공공이라고 말하지만 필수적 의료를 보장하는 생명과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정의라고 본다면 우리 의료시장에서 감당 못하는 필수의료 중심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보건정책 공공의료의 개념전환으로 지역적 의료형평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조미숙 경기도의료원 운영본부장

[천자춘추] 한의약 난임치료

2019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 대상자 모집이 시작됐다. 만44세이하 경기도 거주여성으로서 난임진단을 받은 분들이 1인당 180만 원 상당의 3개월분 한약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다. 난임이란 정상적인 부부생활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여성의 나이 35세 이상이면 6개월 이내에 임신되지 않아도 난임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서둘러야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 확률이 감소하는데, 특히 35세를 기점으로 해마다 급격하게 난소기능이 저하되어 배란능력과 착상능력이 모두 떨어져 결국 임신확률이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난임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어서 지난 2007년에 17만명이던 난임인구가 10년만인 2016년에는 22만명으로 거의 30% 증가하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도 2006년부터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에 지원을 하는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을 시행해 2017년까지 8천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한의약 난임치료에 대한 정부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 난임 부부들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시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자연임신에 대한 목표, 임신 성공률을 더 높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한의약 난임치료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많은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 한의약 난임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 지자체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대상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간 한의약 난임사업 참여한 1천669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치료 후 3개월 내 임신성공률은 21.2%, 6개월 치료시에는 27.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수정 임신 성공률 13.5%대비 약 1.6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한의약 난임 치료는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줄여주고, 인체 친화적 치료로 월경통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부수적인 효과까지 나타냈다. 한의약 난임치료 효과는 이미 해외 유수 학술지의 논문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 근거들로 뒷받침되고 있다. 2019 경기도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을 통해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소중한 새생명을 잉태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천자춘추] 메기가 키우는 방울토마토

경기도농업기술원 시험온실에 들어서면 농업과 무관하게 생각되는 메기, 관상어, 뱀장어 등이 수조에서 양식되고 있다. 메기와 뱀장어는 부지런한 농부가 되어 영양 가득한 상추와 껍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방울토마토를 훌륭히 키워내고 있다. 메기와 뱀장어 등 양식하는 어류의 배설물은 잎채소와 열매채소의 영양소로 공급된다. 채소는 어류의 배설물을 이용하고 분해하여 양어조의 물을 깨끗하게 걸러준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물고기에 치명적이기에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자연농법이다. 채소와 양식어류가 상부상조하며 물과 질소가 순환되는 순환농업이 미래농업으로서 연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어 이용 순환농법은 물고기와 채소를 동시에 생산하고 양어수의 물을 계속 순환하며 재배하기 때문에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때 물고기 배설물의 독성을 낮추고 식물의 종류와 어종에 따라 양어수의 수질과 온도를 적정하게 제어하는 기술과 시설도 요구된다. 경기도에서는 농업과 수산분야 R&D 기관인 농업기술원과 해양수산자원연구소가 2018년부터 공동으로 프로젝트 과제를 추진하며 관련 기술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양어수의 수질과 온도를 제어하고 채소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는 기능성 여과재 및 뱀장어 사료 개발을 목표에 두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순환되는 양어수를 활용하여 토마토, 딸기의 생산, 체험, 관광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도 확립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체험 및 관광농장에서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충북 진천에서는 청년농부들이 틸라피아 물고기를 이용한 허브류와 잎채소를 재배하여 산업화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연어와 채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농장이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농업, 안전한 먹거리 생산, 농어민의 소득증대라는 다양한 이점을 가진 양어와 식물 수경재배가 결합한 순환식 친환경농업이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체험, 교육, 관광, 원예치료 등 다양한 6차산업 모델의 개발과 물고기와 채소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농어민과 산업계,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화가 가능한 실증 및 시범사업으로의 연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생태위기의 현대문명에서 물고기와 채소가 상부상조하는 순환농업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생태 순환농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생명을 건강하게 지켜가는 지속가능한 대안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조창휘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

[천자춘추] 생활 속 제안을 활성화하자

생활하다 보면 느끼는 불편들. 대부분 보행자용 신호등은 시간을 표시해주거나 깜빡거림으로 보행자에게 건널지 말지를 판단하게 해준다. 그런데 차량용 신호등은 짧게 황색등으로 바뀐 후 바로 적색등으로 전환된다. 운전자는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을 알 수 없어 교차로를 지날 때 속도를 더 높이거나 갑자기 서행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신호위반으로 범칙금을 납부하기도 한다. 보행자용 신호등처럼 차량용 신호등도 남은 시간을 표시해 주면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운전자로 하여금 신호 전환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안전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활 속의 환경문제도 생각해보자. 필요하지 않은 영수증을 꼭 인쇄해야 할까? 식당이나 마트, 택시, 어디서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면 영수증을 발급받는데, 대부분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린다. 판매자(사업자)도 영수증을 출력해 소비자에게 주는데 받지 않으면 바로 버린다. 심지어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찢어서 버리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해준다. 버릴 것이 뻔한데 왜 인쇄하는가? 불필요한 영수증인쇄는 낭비다. 공금을 사용하거나 특별히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제금액만 확인하면 된다. 정부나 사회단체 등에서 교육이나 행사를 진행할 때 현수막을 만들어 게시한다. 대부분 행사에 대한 안내와 증빙을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고,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사용하고 바로 폐기한다. 기관 및 단체마다 1년에 제작하는 현수막이 많게는 수십개에 이른다. 과연 현수막이 반드시 필요한가? 장소에 따라서는 전자게시판을 활용할 수도 있고, 매년 반복적인 행사라면 날짜만 바꿔 재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보여주기 위해, 행사 증빙을 위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현수막은 예산 낭비다. 정부에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사업 증빙자료로 현수막을 요구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명절 때마다 느끼는 문제지만 성묘를 갈 때 조화를 사들고 간다. 다음 성묘 때 조화를 바꾸면 원래 있던 조화는 환경쓰레기가 될 뿐이다. 1년에 4~5회 성묘를 할 텐데 환경보호를 위해 성묘문화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밖에도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 대중교통에서 백팩 앞으로 메기 방송 필요, 절반크기 밥공기 확대, 은퇴자 금연지도원 활용 할부거래 청약철회 행사방법 개선 등 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개선의견을 수없이 제안해왔다. 아쉽게도 채택된 것은 아직 없지만 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개선의견에 대해 끊임없이 제안할 생각이다. 거창한 정책이나 제도가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작지만 가치 있는 제안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개선된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손철옥 수원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천자춘추] 붕어빵 축제의 계절

봄이 왔다. 축제의 계절이 시작됐다. 지방자치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천개가 넘는 관람형 축제와 체험형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축제의 나라이다. 각 지역들은 축제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도 한다. 지역 내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자연생태 자원, 특산물, 역사, 예술, 전통문화 등을 소재로 활용하여 그 지역만의 정체성을 축제라는 콘텐츠에 반영시키도 한다. 그러나 축제에 다녀오면 축제의 제목이 다르고 주요 내용이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특별히 무엇을 보고 왔는지 모르겠다. 소재가 비슷비슷하고 축제가 대동소이하다. 가수들을 데려와 공연하고, 위생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에서 먹을거리를 팔고, 메이드 인 차이나 기념품을 팔고, 지역특색과 관련성이 부족한 체험장 시설이 난무한다. 이러니 붕어빵 축제라는 볼멘 소리를 듣는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차지하고라도 경제성 또한 너무 떨어진다. 투자 비용이 높은 축제조차도 정작 수익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미비하다. 이래서야 예산 낭비, 시간 낭비, 노력 낭비이다. 독일 뮌헨에서 매년 열리는 민속축제이자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평균 600만명의 관광객들이 모여, 축제로 벌어들인 수입이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전체 외국 관광객들이 쓰고 간 지출보다 많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인구 43만의 소도시 에딘버러시는 축제에 연 1천2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유럽의 꽃으로 탈바꿈 했다. 일본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을 반영한 마츠리 축제가 존재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기간에는 관광객들이 호텔 잡기도 힘들 정도다. 중국의 하얼빈은 사람들이 생산을 할 수 없을 만큼 건조하고 추운 한겨울에 빙등제라는 얼음축제를 개최하여 지역이 가진 장애요인과 생산성이 없는 비수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광시즌을 창출해내고 있다. 지역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축제의 창조성과 독창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붕어빵 찍어내는 듯한 축제는 그만두고 다른 축제장에서 즐길 수 없는 킬러 콘텐츠 개발하여 세계적 명품 축제들을 탄생시킬 시점이다. 최소한 화려하지 않더라도 정말 그 지역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정감어린 그런 축제를 보고 싶다. 축제는 진화해야 한다. 하수진 열린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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