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을 단상

태풍 콩레이가 다행스럽게 비껴간 광교산 자락의 하늘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높고 푸르다. 하지만 태풍의 눈이 관통한 제주도와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 특히 영덕 지방의 피해가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이들 지방의 피해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을 하늘을 예찬하기에는 참으로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아무리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자연을 지배해오고 있다고 하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 우리는 참으로 무력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태풍이 그동안 오염된 한반도 주변의 대기와 해수 생태계를 정화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겠다. 지난 여름 우리는 40도를 넘나드는 역대 최장의 살인적 폭염에 시달렸다. 그 당시 한낮의 도심 거리를 걷기도 어려웠고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밤낮으로 집요하게 우리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던 무더위가 떠나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때가 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지난 여름의 폭염은 거의 기억나지 않고 오히려 아침 저녁의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계절의 어김없는 순환을 다시 한번 체감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부질없는 걱정과 기대를 반복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지난 여름 우리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무더위처럼 우리 대부분이 살아가는 일상은 경기 침체, 취업난, 주택난, 교육비 등 갖가지 걱정에 시달려 참으로 고되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 가을에는 잠시 세상 시름을 잊고 청명한 하늘도 쳐다보고 동네 숲길도 거닐면서 가을의 향취에 잠시 취해보면 좋겠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은 더욱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더구나 겨울이 곧 닥쳐 올 것을 알기에 가을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여름 내내 푸르름을 자랑했던 초록 잎새 끝은 어느새 불그스레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럴 때에는 잠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호젓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내면세계와 대화하거나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아니면 가을을 노래한 시를 혼자 낭송해보거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나 ‘잊혀진 계절’을 나직하게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보들레르는 가을의 노래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우리는 곧 차가운 어둠 속에 빠져 들리니 (...) 내 머리 그대 포근한 무릎을 벤 채, 뜨겁고 눈부신 여름을 그리워하며, 이 늦가을의 따스하고 노르스레한 햇살을 맛보게 해다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천자춘추] 미래의 웰빙과 OECD 세계포럼

워라벨(Work-life balance)과 포용적 성장이 언론에서 자주 회자된다. 워라벨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직장인들의 희망과 양적, 압축적, 중앙집중식 성장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의 중심을 국민의 삶에 두려는 정부의 포용적 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 같다. 통계청은 이러한 사회 기조를 반영하여 ‘미래의 웰빙’이라는 주제로 다음 달 27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6차 OECD 세계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회와 과제, 거버넌스의 역할 변화, 기업의 역할과 웰빙이라는 주요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각 분야 리더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웰빙과 포용적 성장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을 도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대표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은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사회발전과 삶의 질 측정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경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통계가 사회복지나 후생의 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삶의 질에 관한 통계와 정책연구를 확대해 왔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이라는 미션을 실현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청도 우리 국민의 주관적 삶의 질을 지표로 개발해서 2014년부터 공개하고 있다. 또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따라 값싸게 제공되는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의 편익을 분석하고 출생지, 연령, 교육, 소득, 부모의 소득 및 교육수준 등을 계량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번 세계포럼에서 새로운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행사에는 OECD, UN, World Bank 등 국제기구와 각국의 정상급 인사, 노벨상 수상자, 시민단체, 기업 등 100여개 국에서 1천500여 명이 참석하므로 우리 지역의 전시산업과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고교 선택이 중요한 이유

한 나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재양성이고 국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제1순위는 교육이다. 교육은 단순히 사람에게 지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경쟁력 갖춘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선택부터 개인의 개성과 능력에 따라 자신에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019학년도 달라진 고등학교 입시 유형을 보면 전기모집은 영재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과학고, 예체능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등학교이고 후기모집은 자율형 공사립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 국제고), 일반고등학교로 구분된다. 특별히 많은 학생들이 고민하는 일반고와 직업계고의 일정을 살펴보면 경기도 직업계고 신입생 모집은 12월에 입시를 치르는 일반고보다 먼저 진행된다. 10월22일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11월21일까지 특성화고 특별전형과 일반전형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이 결정된다. 경기도 직업계고의 최근 5년간 신입생 모집 미충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4학년도 미충원학교 15교(13.8%), 미충원학생 266명(1.2%)에서 2018학년도 60교(55.6%), 학생 2천583명(11.2%)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직업교육 통계 자료를 보면 직업교육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고의 학교 수 2018학년도 현재 320교(87.9%), 4천664명(3.9%)으로 매년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일반고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직업계고의 신입생 미충원 수는 감소하여야 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학력 인플레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진로선택의 한 축에 학력중심의 사회 풍조가 자리 잡고 있어 일반고 선택 학생 수는 유지되나 직업계고 신입생 미충원 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언론을 통해 학력 인플레로 인해 대학을 나와도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어 일반고 재학생의 직업교육 희망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미래지향적 직업교육 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업계고 진학생 수의 61%가 학생 본인의 희망에 의해 직업계고 진학을 선택했다. 선택의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직업계고의 선취업후학습, 일학습병행, 공기업채용, 공무원시험제도, 병역특례제도 등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학 교육은 평생교육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하며 선진국 사례처럼 초등학교 단계부터 전문화된 진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중학교 교사, 학부모 등이 학력 인플레 사회에서 고교선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주의

김영철 우리나라의 전체 교통사고는 매년 감소 추세에 있지만 고령자의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4.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 2017년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은 역시 10월로 9.7%를 차지했다. 고령자의 신체기능 저하가 인지기능과 운동능력 및 판단력 저하로 이어져 교통사고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자 본인 스스로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문제다. 따라서 몇 가지 수칙만 준수하다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시력이 좋지 않거나 눈이 침침하면 ‘야간 운전 및 장거리운전’을 피해야 한다. 운전을 해야 한다면 자주 휴식을 취해 최대한 눈의 피로를 풀어주어야 한다. 둘째, 나이가 들면 청력 반응이 떨어질 수 있어 ‘히터 및 라디오 볼륨’ 등을 줄여 차량 내 소음을 최소로 해야 한다. 셋째, 초행길에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운전을 하면 실수하기가 쉬워 ‘운전경로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넷째, 녹내장이 있다면 차선을 변경하거나 교차로에 진입할 때 시야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운전자 좌석을 높여’ 최대한 시야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운전하면서 충분히 고개를 돌려서 차선 등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크고 넓은 ‘후방 거울’을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기본 수칙과 더불어 고령운전자의 신체 기능을 보조할 수 있는 ‘첨단안전장치’ 설치를 권장한다.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정속주행과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능이 있고, ‘차선이탈 방지 경고 플러스 시스템’은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경고를 울리거나 혹은 아예 자체적으로 핸들을 조정해서 라인 안으로 차량을 위치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졸음운전’에 효과적이다. 첨단안전장치 장착은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운전자 스스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안전의식이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고, 순간의 방심과 안일함이 자칫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령운전자 스스로 명심하고 안전운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기 바란다. 김영철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차장

[천자춘추] 협상과 조정

뉴스와 영화에 ‘협상’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 등을 둘러싸고 진행하는 대화와 밀고 당기기를 협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질 구출을 위해 경찰의 협상 전문가와 인질범이 나누는 대화도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 협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업들 간에 거래를 위한 협상만을 생각할 수 있으나, 넓은 의미로 협상을 생각하는 견해에 따르면 협상은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모든 과정이 된다. 어떤 상황을 협상의 프레임으로 보는지, 다른 프레임으로 보는지는 그 상황을 대하는 사람의 관점을 변화시킨다. 협상의 프레임으로 보면, 현재 상황을 분배적 상황 또는 통합적 상황으로 구분하게 되고, 분배적 상황이라면 내가 상대와 합의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고려하게 되고, 통합적 상황이라면 상대방과 나의 이해 관심사 또는 감정적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사람들 간에 발생한 문제가 갈등일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갈등을 상대와의 대결로 보면 상대는 나의 적이 되지만, 갈등을 협상의 프레임으로 보면 상대와 나는 문제해결 과정을 함께 하는 동료가 될 수 있다. 갈등이 다른 문제들보다 풀기 어려운 점은,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 간에 대립이 심한 경우 서로를 동료로 여기지 못하고,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갈등이 발생할 때 종종 상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다는 점은 맞지만,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갈등 상황에서 협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럴 경우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그것이 조정(mediation)이다. 조정을 하는 사람은 갈등 및 협상에 대한 전문가로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갈등 당사자들이 원활한 대화를 하도록 절차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조정인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협상의 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조금씩 쌓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자들이 작은 약속을 하도록 돕고, 그 약속을 서로가 지키도록 한다. 대화를 통한 갈등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서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다. 갈등으로 인해 그동안 단절되었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많은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다 보니 오해가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크다. 층간 소음의 문제, 누수로 인한 이웃 갈등, 주차나 애완동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처럼 잘 알려진 갈등 사안들도 있지만, 마을 공동 기금의 사용에 대한 문제, 마을이 공동으로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 문제 등도 갈등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 대결과 대립의 관점이 아니라 협상의 관점을 가진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 어려운 협상의 경우 조정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천자춘추] 후배 경찰에게

김 프로! 난 자랑스러운 경찰 동료인 자네를 이제부터 이렇게 부를까 해.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계급은 자네의 잠재능력을 그 틀 안에 가두기도 하고, 가끔은 자네의 엄청난 열정이 딱 그만큼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니까. ‘직업 선수’와 혼동할 수 있겠지만,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중요하고 민감한 사건을 처리하는 자네를 ‘프로’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자네 요즘 힘들지? 어릴 적에 동화 속 사랑하는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을 읽으며 가슴 설레곤 했을 텐데, 현실에서는 가정폭력과 학대가 반복되고 급기야 가슴 아픈 비극으로까지 가는 사건들을 보면서 한창 신혼의 꿈에 젖어 있는 자네의 마음이 어떨까 싶어. 가정 내 폭력이나 학대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여도 순식간에 강력사건으로 바뀔 수 있는 위험요인이 잠재되어 있네. 또 다른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자이거나 무기력에 빠져 폭력을 용서하고 묵인하면서 심지어 공권력의 개입도 거부한다는 거야. 전문가의 감각으로 잠재되어 있는 위험요인까지 감지해야 하고, 포기와 두려움이라는 단단한 벽 속에 갇혀 있는 피해자를 설득하여 밖으로 꺼내주어야 하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네. 물론 이러한 특수성과 위험 때문에 법 규정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만, 자네도 알듯이 현장에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네. ‘긴급 임시조치’를 시행하여 직권으로 가해자를 격리하지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실질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게 그 하나이지. 또한 ‘임시조치’는 사법작용이 아닌 순수한 행정경찰 작용이고 최종 법원의 결정 절차가 있음에도 일일이 검사의 청구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네. 그러나 무엇보다 자네를 힘들게 하는 것은 최선을 다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생기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사회로부터의 비난일 거야. 혹시 자네,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가끔 지치거나 주저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 그럴 때에는 처음 경찰제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던 날을 떠올려 보게. 자네는 국민들을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을 절대로 잊지 말게. 그리고 범죄자에게는 엄격하고 약자에게는 진정으로 따뜻한 경찰이 되어 주게. 자네 아는가? 우리 일이라는 게 칭찬받고 인정받기 어렵다 해도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참 괜찮은 인생이라는 것을. 윤성혜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천자춘추] 깨지지 않는 유리

사전에서 革新(혁신)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기연수 때 만난 명강사들의 주옥같은 혁신에 대한 강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사들은 혁신을 마른 동물의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아픈 과정,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40년을 산다는 하늘의 왕 독수리가 38세에 이르러 嚴冬雪寒(엄동설한), 설산 암벽에 올라가 스스로 깃털을 뽑고 무디어진 발톱과 빈약해진 부리를 바위에 긁어 뽑아낸 후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낸다. 그리고 새로운 부리, 날카로운 발톱, 가볍고 날렵한 깃털이 새로 돋아나는 혁신 후에 다시 하늘을 날아 30년을 힘차게 산다는 내용의 강의다. 대략 7번 들었다. 2살에 서커스단에 팔려온 코끼리가 8년 동안 자신을 묶었던 쇠줄을 10살이 되는 해에 연약한 새끼줄로 바꿔주었지만 더 이상 그 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강의 내용도 5번 들어본 혁신 이야기다. ‘안 깨지는 유리’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깨지지 않는 유리를 발명한 기술자가 왕에게 고하니 그를 즉시 처형하였다고 한다. 왕은 개인 사업으로 유리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깨지지 않는 유리가 생산되면 자신의 공장에 불리할 것이기에 인류에 큰 도움이 될 기술을 사장시켜버린 것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1910년생)은 1986년에 74세에 4천억 원 적자를 보는 반도체 산업에 5천500억 원을 투자하는 혁신적 결정을 하고 이를 결행했다. 간부들의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반대가 많았다. 1988년~1990년 재임한 임사빈 경기도지사는 반대를 극복하고, 은행 빚을 내서 의왕-과천 유료 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했다. 혁신은 반드시 커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변화도 혁신이다. 회의와 행사에 5분 일찍 가는 참 좋은 습관도 작은 혁신이다. 사무실 책상 인근에 녹차상을 차려두고 물을 끓여 손님을 대하는 것도 변화이고 설거지를 하면 혁신이다. 문자로 말하고 답하면 통화보다 더 정확한 疏通(소통)인 경우가 많다. 전화통화 전에 문자를 쓰면 작은 혁신이다. 전화기 발명은 당대의 혁신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혁신으로 오늘날 스마트폰은 기록, 저장, 금융, SNS, 뉴스 등 일반인은 다 알지 못하는 여러 분야에서 기능하다. 전화기능은 몇 %일까. 그래서 혁신은 늘 깨짐에서 창조되는 ‘유리창 깨기’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농업의 가치를 높이자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봄에는 냉해에 의한 피해, 여름은 유사 이래 최대의 폭염과 가뭄, 태풍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던 가혹함이 언제였느냐 듯이 어김없이 결실의 시기가 되었다. 농업경영인들의 피땀이 고스란히 담겨져 소중한 결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기후 변동에 대한 걱정과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요즘 우리나라 과수산업은 수입 과일의 확대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미 국내산과일 매출을 수입 과일이 넘어선 지 오래다. 소비자의 소비습관도 바나나, 오렌지, 망고 등 먹기에 편하거나 부드러운 과일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 친환경 학교 급식용 배의 수확을 돕는 행사가 있었다. 농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많은 걱정도 있었지만 한편 그들의 슬기로움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수많은 실험으로 자신만의 기술 개발과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일부 결실을 맺고 있다고 하는 사실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요즘 우리나라 농업에는 화두는 단연 ‘푸드플랜’과 ‘스마트 농업’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상호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향후의 농업 미래에 꼭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발효된 이후 정부는 농업에 수십조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특히 90년대 유리온실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많았으나 대부분의 대규모 유리온실 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 그러면 그때는 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문은 농산물, 식품의 소비 시장의 크기와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아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으로 이어진 문제였다. 지금 또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2017년 기준 농가당 평균 농업수익은 1천4만 7천 원이다. 농업수익이 농업외 수익보다 적다.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스마트 팜이 필요한 정책임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실패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유통과 소비를 전제로 한 생산과, 기존 생산 농가의 소득에 끼치는 영향도 반드시 고려 되어야 한다. 향후 10년, 20년 후 우리 농업의 가치 높이고 농민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이 첫째이다. 서재형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천자춘추] ‘지역성평등지수’로 보는 경기도 성평등

‘양성평등기본법’은 헌법이 규정한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책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기본법 제19조에는 성평등한 사회참여 정도, 성평등 의식·문화, 여성의 인권·복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국가 성평등 지표를 개발 보급하도록 하며, 이를 기초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역 성평등 지표의 개발·보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국가 성평등 지수와 지역 성평등 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성평등 수준이 낮은 지표에 대해서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지역 성평등 지수는 지역별 성평등 수준을 종합 평가하는 지수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성별 격차를 측정하는 지수로서 임금, 빈곤, 건강 등에서 여성과 남성 간에 벌어져 있는 정도(차이)를 의미한다. 둘째, 정책의 성과(outcome) 수준을 측정하는 지수로서, 정책추진의 결과로 평등한 상태인지를 측정하고자 한다. 셋째, 지역별 성평등 수준을 점검하고 성평등 정책의 관리를 목적으로 산정되는 것으로, 여성의 수준 향상 또는 성평등 달성이라는 목적을 갖는다. 지역 성평등 지수는 3개 정책영역, 8개 분야, 23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정책영역은 성평등한 사회참여이며, 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ㆍ직업훈련 분야의 격차를 측정한다. 둘째, 정책영역은 여성의 인권복지이며, 복지, 보건, 안전 분야의 성 격차를, 마지막으로 정책영역은 성평등 의식과 문화로 가족, 문화ㆍ정보 분야의 성 격차를 측정한다. 정부는 매년 16개 광역 시도의 지역 성평등 수준을 4개 순위로 구분하여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의 지역 성평등 수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성평등 상위지역이었지만, 2014년 중상위지역으로 하락했고, 2015년과 2016년은 성평등 중하위지역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여성과 남성 간 성불평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서 지역 성평등 수준이 낮은 분야는 2016년 기준 안전(12위), 경제활동(10위), 복지(10위), 가족(10위), 의사결정(8위)을 꼽을 수 있다.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경제활동에서 차별받는 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 경제활동 격차는 복지 격차로 이어지며, 가족관계가 불평등 할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의 여성대표성도 낮다. 향후 경기도는 지역 성평등 수준이 가리키고 있는 성평등 수준 분야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정책개선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혜경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도시재생의 현안과 방향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각 지자체마다 고민이 깊다. 지역 특색에 맞는 도시재생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 볼 때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은 1960년대에 도심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불량주택지구개발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도시재생사업은 2002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도시재생사업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심 재개발은 각국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지만 일반적으로 영국식 용어인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으로 통용된다. 산업화로 도시화율이 정점에 이른 서구 선진국에서 신도시 개발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단계에서는 도시재생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국내 도시화율은 2015년 기준으로 91.7% 수준으로 정부의 도시재생뉴딜 정책 추진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한 것이다. 최근의 도시재생사업은 이전의 실패사례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주민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사업 추진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두 번째는 소규모로 주민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다. 대규모 사업은 큰 규모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고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로 사업기간이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우리 공사는 경기도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통해 주민주도의 도시재생을 위해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왔다. 도시재생 대학과 집수리과정 교육을 시행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소규모 도시재생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사만의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경기도의 특징과 지자체의 독특한 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지역협력형 사업모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지역 주민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보다 나은 정주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특색과 지속성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공사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모델이 경기도의 도시재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홍균 경기도시공사 부사장

[천자춘추] 관광기념품

독일이 동서독으로 양분되었던 시절 분단의 상징 베를린 브란덴베르크문 주변을 독일이 통일된 직후 방문한 적이 있다. 20여 년이 지난 시간이지만 그 당시 독일 통일의 기념이 될만한 기념품을 찾고 있는 필자의 눈에 깨어지고 부서진 베를린장벽의 페인트가 묻어있는 블록 조각을 파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것을 구입하면서 참 감회가 깊었다. 필자는 그 당시 고향에서 블록생산공장을 운영 하면서 제품을 생산하다 불량품이 발생하면 그 처리에 무척 신경 쓰던 때인데 깨진 블록을 그것도 완벽한 새 제품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고 독일로 깨진 블록을 수출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필자는 세계 각국을 방문 할때마다 그 지방의 특산품이나 관광 기념품을 한두 점씩 구입하여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필자가 경기관광공사 대표이사를 맡아 일할 때 파주의 임진각을 리모델링하며 관광기념품 코너를 개설하고, 경기도의 특산품과 관광기념품을 개발하여 경기도가 인증하는 관광 기념품 개발을 지원하고 품질 보증제를 실시한 경험이 생각난다. 그때 경기도의 유명 도자기 작가 은도금 공예가유기공방 목공예품의 최고명장 명품전을 마련하여 상설전시 판매장으로 외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 적이 있다. 그 당시 관광기념품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기념품의 다양한 디자인과 포장 기술을 개발한다면 지적재산권도 보호하며 많은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세계각국의 유명 관광지에는 그 지역의 상징물을 관광 기념품으로 개발하여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도 남북평화 무드와 미북 협상 진전에 힘입어 DMZ가 세계 관광의 중심지가 된다면 남북군사분계선인 DMZ의 상징인 철조망을 관광 기념품으로 개발, 남북분단의 현장을 재조명하는 관광기념품으로 만들어 이 땅에 전쟁의 공포와 불안이 없어지고 다시는 철조망이 세워지는 일이 없도록 소망해본다. 신현태 前 국회의원

[천자춘추] 일자리 전망, 누굴 믿어야 하나

지난 2월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구성’ 자료를 통해 실업자 수를 126만5천명으로 발표했다. 그러던 것이 5월에는 30만명이 감소한 100만3천명, 7월에는 다시 증가하여 103만9천명, 8월에는 다시 10만여 명이 증가한 113만3천명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실업자의 추이는 취업자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런 통계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요즘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국책연구소의 발표가 우리를 더욱 혼란에 빠트린다. 한쪽은 “경제 체질이 바뀌며 수반되는 통증”이라 하며 “하반기부터는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단기간 내에 고용상황이 좋아질 것 같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등 서로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 청와대가 믿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에 “제조업이 완만한 고용 회복세에 접어들어 간다”고 전망했지만, 올 8월 최근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고, 기재부가 신뢰하고 있는 KDI는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의견을 내고 있는 등 판이한 진단을 내 놓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올 8월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충격에 청년아르바이트 일자리가 18만7천개가 감소하였다 한다. 즉, 자영업자들이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 자체를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 상승으로 직격탄을 받은 청년 아르바이트와 요즘 심심찮게 회자되는 시니어들이 주축인 아파트 경비원 감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환경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이 23%에 이르고 있다. 청년 4~5명 중 1명이 실제적인 실업 상태라는 것을 말한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에 직접 영향을 받는 사업자들이 기존 취업자들을 걸러내기에 급급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낱같은 틈새가 거대한 둑을 무너트리듯,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앞으로 당정청이 한마음이 되어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일관된 정책과 결과 발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 가자.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 교수이학박사

[천자춘추]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역할

우리나라 2000년대 초반 한해 태어난 인구가 50만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이미 조짐이 보였으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로 부각 되지는 않았다. 인구관련 전문가 등 관심 갖고 있는 이들만 감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연구하고 기획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우리 협회에서도 2009년 7월 1일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라는 조직을 구성하여 사회운동으로 전개하고자 정부에 제안하여 인구문제를 해결하려고 첫 시도를 했다.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 당시에는 대통령께서도 참석하셔서 지대한 관심을 유발하기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목적이 미미해지고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게 됐다. 설립목적과 달리 지자체나 협회, 가입단체들만의 행사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저변 확대되기에는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명칭을 바꾸거나 대상을 확대하여 추진하기도 하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저출산 문제는 조급한 성과를 기대하기 전에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인구교육이나 인식개선 프로그램 운영, 일ㆍ가정 균형 지원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전파하면서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홍보하여 동참ㆍ실행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며 그리고 성과가 크고 작음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출생아 수를 늘리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현재에 태어난 인구는 5년, 10년 후에도 우리나라를 지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할 사회적 도리와 의무감으로 받아 드리도록 국민정서를 조성해야 한다. 또 현재 인구 수에 맞는 정책 시행과 함께 5년 뒤 10년 뒤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동시에 이제라도 30년 뒤 결실을 내다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도 저출산 문제에 해결을 위해 사회운동전개를 통하여 국민들이 공감을`이끌어 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가족이 건강하면 행복하고, 행복이 영위되면 자연적으로 가족이 늘어난다”는 신념과 확신으로 ‘가족 곁에 또 다른 가족’의 역할을 다 하도록 열성을 갖고 사업에 매진할 것이다. 김동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천자춘추] 경의왕후를 아시나요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 오십 년 전 초등학교 시절 등하굣길에 입에 달고 다닌 동요 아닌 동요, 조선시대 왕들의 묘호를 순서에 외우던 장단이었다. 그것이 왕들이 살았을 때의 이름인 줄 알았지만 사망한 이후에 묘호로 추존 받아 후세에 불리는 이름이 되었다는 것은 훨씬 후에 알게 되었다. 신라시대엔 여왕이 있었지만 그 이후엔 여왕은 없었다. 왕과 왕비 외에 시대적으로 가능하였던 그 시절엔 왕실에 후궁들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조선시대의 여성 하면서 떠오르는 사람은 신사임당과 명성황후 정도이고, 정조대왕님 덕에 수원에서는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알고 있다. 간혹 외국인을 안내하고 있는 관광가이드 분들이 설명하는 것을 스치며 듣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은 세 가지였다. ‘혜경궁 홍씨’, ‘혜경궁 마마’, ‘혜경궁’ 그러나 정조대왕의 어머니께서도 사후에 추존 받은 시호가 있으시다. 1744년 사도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되었으나 끊임없는 당쟁에 의하여 18년 뒤인 1762년 윤 5월 그 뜨거운 여름 남편인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대왕에 의하여 뒤주에 갇혀 폭염 속에서 굶주림의 고통을 받으며 8일 만에 숨지는 고통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크나큰 고통을 받았다. 야사에 의하면 남편인 사도세자가 조금이라도 덜 더우라고 뒤주 뚜껑에 풀을 쌓았다는 얘기도 있다. 이후 아들 이산이 1776년 왕이 되면서 궁호가 혜경궁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요즘도 ‘혜경궁 홍씨’라고 일반적으로 불리는데, 고종 36년인 1899년 사도세자자 장조로 추존됨에 따라 ‘혜경궁 홍씨’도 ‘경의왕후’로 추존되었으니 후손들은 추존된 ‘경의왕후’라고 호칭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명칭이 편할 수는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최수아 道여성단체협의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 메르스의 공포

하얀 N95마스크와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레벨D세트가 병원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2015년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하여 2015년 12월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된 뒤, 3년여 만에, 9월9일 쿠웨이트를 다녀온 의심환자로 인해 메르스의 공포는 휴일을 긴장하게 했다. 경기도에서는 일요일 긴급대책회의가 열리고, 산하공공의료기관은 비상진료대책에 응급실 및 모든 진료실을 도의회와 함께 재점검하면서 비상사태임을 실감하며 3년 전의 악몽과 2015년 당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당시 메르스 사태에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메르스 접촉자로 분류되고, 마을의 출입조차도 통제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3개월여의 의료인들의 외롭고 힘겨운 싸움은 메르스 감염자와 같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가족을 돌볼 수 없는 불안함과 감염을 무릅쓴 의료종사자들은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며,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 환자를 위로해야 했다. 곳곳에서 배달된 구호 물품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담장을 가득 메운 감사편지와 노란 리본, 플래카드의 감동은 담장을 나갈 수 없는 지친 환자와 의료인에게 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환자에게는 강한 의지와 의료종사자에게는 자긍심을 갖게 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두려움으로 9월9일 메르스는 하루 만에 확진이 판정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 현재까지 추가 감염자 없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메르스 차단 총력전과 수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렸던 3년 전의 공포가 우리를 긴장하게 했고 대응했던 결과라 생각해 본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되어 중동 호흡기 증후군을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증으로, 중동지역에서 낙타와 접촉에 의한 감염전파, 사람 간 감염은 밀접 접촉에 의한 전파로, 증상은 발열과 기침호흡곤란폐렴설사일부 급성 감기 질환의 증상을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은 유전자 검사(Realtime RTPCR)로 진행되며,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아 대증요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우리는 혹독한 경험을 통해 2번째의 메르스를 잘 대처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수칙인 손 씻기, 기침 재채기 에티켓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감염의 통로를 예측할 수 없고 치료제도 없기에 소소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 2015년의 메르스 공포를 막아야 할 것 같다. 조미숙 경기도의료원 운영본부장

[천자춘추] ‘평화 물결’ 남북체육교류 이어가자

김동선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판문점 선언 후 첫 신호탄이 울렸다.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애초에 여자 단체 8강에서 남북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서로의 대결이 무의미하다는 남북 탁구협회와 국제탁구연맹의 전폭적인 지지로 맞대결이 아닌 남북단일팀이 성사되었다. 남북단일팀은 8강전 없이 자동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판문점 선언의 두 번째 이행방안으로 지난 6월1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었다. 회담에서 남북은 남북통일농구경기와 2018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진출을 비롯한 체육 분야의 교류협력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체육회담을 6월 1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갖기로 했다. 6월18일 회담에서 2018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의 협조로 남북은 여자농구, 카누, 조정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2003년 10월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을 기념하여 이루어졌던 통일농구대회를 끝으로 중단되었던 통일농구대회가 지난 7월 15년만에 평양에서 열렸다. 김영철 노동당부위원장은 남북통일농구 정부 대표단과 환담을 나눈 자리에서 “남에서 진행될 공개탁구경기에 우리가 나가게 될 것”이라며 “창원에서 열리는 사격경기대회에도 나가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탁구연맹의 적극적인 중재로 국제탁구연맹 투어 대회인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고,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도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농구, 카누, 조정은 단일팀으로 출전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남북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한 카누카약 스프린트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아시아경기대회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아리랑이 연주되었다. 남북 여자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북단일팀의 성적은 제3국의 메달로 집계되지만 남북이 하나가 되어 꾸려낸 값진 메달이라는 사실을 45억 아시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는 따지 못한 아티스틱 스위밍에서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으로 이들 종목의 교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북 체육교류는 중단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훨씬 낫다. 다가오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평화의 물결 남북체육교류를 이어나가자. 김동선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문화예술과 재생

요즘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정책이 4년간 국비 9천728억 원, 지방비, 공공기관과 민간투자, 기금활용 등 6조 9천373억 원, 총 7조 9천111억 원이 투자되는 중요 민생정책으로 추진되고 지난 8월말 개최된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2018년도 도시재생뉴딜사업선정’ 결과가 발표된 후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재생’이란 낡거나 버리게 된 물건을 수리하고 보완하여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생 대상이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라면 해법이 단순치 않겠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본래 도시재생은 ‘도시 인구의 증가나 산업 기술의 발달로 이미 만들어진 도시 환경이 그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가는 것을 막고, 변화에 계속 적응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선진자본국 경제고도성장을 이끌어온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들이 1970년대부터 경제성장이 둔해지고, 소득 불평등 심화, 노사갈등 증가 등으로 기업이윤 창출전략의 세계화, 다품종 소량생산 등 산업구조 재편을 겪으며 대다수 도시와 정부들은 이에 대처하는 정책으로 도시재생을 추진, 그 수단으로 문화공간, 자원, 이벤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예술도시재생정책을 도입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서울시의 청계천복원, 뉴타운산업추진과정을 통해서 시작되었으며 2013년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제도화된다. 경기도는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평택 안정리의 특화거리조성을 통한 지역활성화, 지역예술인 참여를 유도한 상권 활성화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개 지역이 선정되었다. 문화예술의 전방위적 창조력과 표현력이 일정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연스러운 시민참여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특성은 이미 여러 도시재생사업에서 익히 확인되었다. 이러한 활동의 근거가 되는 창작공간은 지역의 매력이 되고 그 매력은 사람들을 모은다. 또한 그 지역공간 자체가 명소 또는 특화되어 지역활성화를 넘어 역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그 기능과 효과가 탁월하다. 다만 여러 제반상황들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철저한 사전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창작공간조성과 지원, 꾸준한 문화예술 활동인력의 육성, 문화복지의 근간인 생활예술지원, 공간 공유, 복합문화예술공간 마련 등등이 지역문화를 살리는 기본이며 이에 따른 축제, 행사를 포함한 문화산업과 관광산업활성화 등은 도시재생정책의 근본 목적인 문화적 복지와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해 가는 한 과정이다. 또한 협치의 지속적 노력과 실행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득현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천자춘추] 전통시장과 추석

초등학생 시절, 추석 하루나 이틀 전에 어머니와 함께 금촌의 할아버지 댁에 간다. 큰집이다 보니 차례 준비를 해야 했고, 손님도 많이 찾아오셨기에 음식 장만을 위해 조금 일찍 서두르셨던 것이다.당시 인천에 살던 필자는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가서, 다시금 기차를 타거나, 불광동 시외버스를 타고 갔었다. 어머니께서는 도착하기 전에 꼭 전통시장에 들러 선물을 사셨는데 주로 소고기 몇 근, 닭 몇 마리 이렇게 사셨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닭을 사면 생닭을 어머니께서 직접 고르시면, 주인이 그 닭을 잡아다가 목을 치고,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 세탁기 같은 곳에 넣는다. 우당탕탕탕, 우당탕탕탕. 탈수기 같은 털 뽑는 기계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곳. 다음날, 다시 한 번 할머니의 손을 잡고, 추석맞이 때때 신발을 사러 시장으로 내려간다. 로보트태권브이 신발을 그렇게 신고 싶었던 필자, 다른 신발보다 비싸 보이는 가격에 망설였지만, 할머니께서 어린 마음을 이해하시는지 과감하게 집어주신다. 어디 추석에 뿐이랴. 선친께서는 “좌절하고 나태해질 때는 반드시 시장을 가봐라. 그곳의 활력과 생기 그리고 열정을 보면, 반드시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시곤 했다. 학창시절 성적으로 기분이 우울할 때면, 시장에 가서 그분들의 외침과 활력을 보면서 기운을 북돋고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왕만두, 순대 등 먹을거리도 기분 전환에 한몫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시장에 얽힌 추억이 많이들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같은 반에 몇 명은 시장 옷가게 집 딸이요, 쌀집 아들이요, 정육점 자식이지 않았던가? 앞으로 우리 다음 세대에게 시장은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이제 그 추억 만들기와 추석 만들기가 전통시장에서 시작된다. 매년 추석이 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과 함께 ‘전통시장 가을축제’를 실시한다. 경기도에서도 62개의 시장이 참여한다. 경품지급, 노래자랑, 축하공연, 게임, 시식 등 시장별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추억을 제공한다. 이벤트가 없으면 어떠랴. 차례상 차림 비용 역시 전통시장에서 준비하면 약 23만 원으로 대형마트의 33만 원 대비 10만 원 정도 저렴하다고 하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자랑에 참여하는 아빠, 경품을 뽑고 들떠 할 가족들, 모두에게 추석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어른들은 재미와 옛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전통시장. 달라진 전통시장에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만끽하는 행복한 추석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아울러, 서민들 주머니까지 생각해 주는 착한 전통시장은 언제나 우리 옆에 가까이 있다. 추석을 준비하며 전통시장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천자춘추] 한의학이 일제 강점기의 유산?

세계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든 제국주의 침략자들은 피지배 국가의 민족문화를 말살하려 했다. 그것이 식민지 지배를 수월하게 하고, 독립운동 등 저항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민족의 역사에서도 일제강점기 대한제국의 한글, 문화 등과 함께 ‘한의학’도 민족문화말살정책의 피해를 크게 입었다. 조선시대까지 이 땅의 주류의학이었던 중세한의학은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에 의해 당시의 신문물이었던 근대 서양의학과 결합하여 통합의료를 시행했다. 근대한의학으로의 발전과정이었다. 당시 궁내부의 내의원과 전의감에 한의사와 양의사가 모두 전의로 임용되었고, 궁내부 위생국장이나 병원장은 한의사가 임용되었다. 아마도 세계최초의 양한방 협진이 아닐까 싶다. 또한 현(現)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관립의학교 초대교장으로, 종두법을 도입해 현대한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한의사 지석영 선생이 임명됐다. 이렇게 차근차근 진행되던 근대한의학의 발전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우리의 행정권이 일제의 통감부로 넘어가자, 한의와 양의가 공존하던 광제원은 강제로 폐쇄조치 되고 통감부가 설치한 대한의원에서 일본인 병원장에 의해 한의는 모두 쫓겨났다. 1914년 1월에는 한의를 의사가 아닌 ‘의생’으로 격하시키며 보건의료제도에서 공식적으로 소외시켜 버렸다. 마침내 36년의 일제강점기에 한의사제도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광복이후 일제강점기 동안의 식민문화를 극복하려는 많은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의해 1951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되어 한의사 제도가 겨우 회복됐고, 아직까지 제도적 불평등이 의료제도 곳곳에 존재하지만, 지금의 현대한의학으로 발전하며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10일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한의학이 치욕스러운 일제 강점기의 유산’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의 기자회견을 했다. 적반하장의 전형이다. 일제강점기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양의사들이, 일제강점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한의학에 대해 일제강점기의 유산이라니, 6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 ‘사이토’ 총독에게 폭탄을 던졌던 한의사 강우규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체포하고 고문하여 ‘고문왕’으로 불린 일제 고등계형사 김태석이 광복 후 반민특위에서 친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이를 보면 의사협회는 민족정기를 말살코자 했던 친일파를 그대로 흉내내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천자춘추] 좋은 쌀로 맛있는 밥을 해 드세요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안전하고 맛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어느 TV, 신문, 인터넷 등 대중매체에서 특정 농수산물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 다음날 시장과 마트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정도의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문제가 있다고 알려지면 관련 업종은 된서리를 맞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의 주 식량인 쌀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쌀을 살 때 ‘생산지가 어딘지’, ‘어떤 브랜드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좋은 쌀을 고를 때 생산지와 브랜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등급이다. 한우에 등급이 있듯이 쌀에도 등급이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품질정보를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생산자에게는 품질향상을 유도하고자 1994년부터 쌀 등급표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쌀의 등급은 밥맛을 떨어뜨리는 불투명한 흰색부분이나 깨진 쌀의 비율에 따라 ‘특’, ‘상’, ‘보통’ 그리고 ‘등외’로 나뉜다. 과거에는 등급 검사가 강제규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쌀의 등급 검사를 하지 않으면 ‘미검사’로 표시해 출하할 수 있었으나, 올해 10월14일부터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보호 차원에서 ‘미검사’ 표시는 못 하도록 표시 기준이 강화된다.시중에 판매할 모든 쌀은 검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특’, ‘상’, ‘보통’ 또는 ‘등외’로 표시 함으로써 본래의 취지대로 쌀 품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충실히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등급의 표시방법도 ‘특, 상, 보통’을 나열하고, 등급 표시는 해당 등급에 ‘○’ 표시하되, 표시 등급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는 ‘등외’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2006년 78.8㎏에서 10년이 지난 2016년도에는 61.9㎏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뭐니 뭐니 해도 ‘밥’을 우리의 주식(主食)으로 인식하고 있다. 먹는 것과 관련된 것 중 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쌀의 등급표시는 소비자가 쌀을 믿고 구매하는데 중요한 품질 정보다. 소비자들이 쌀을 살 때 생산지 등의 선호도도 중요하지만, 상위 등급의 쌀이 품질과 맛 측면에서 뛰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쌀의 등급을 보고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 생활이 필요하다. 좋은 쌀로 맛있는 밥 해 드시고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도 농식품 공급자는 정확한 품질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현명한 선택을 해서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신뢰하는 사회,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이수열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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