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을걷이

유난히도 길었던 여름의 폭염과 연이은 태풍과 폭우가 지나가고 어느새 하늘은 청명한 가을빛이다. 들판에 곡식들은 제각각의 색깔을 띄우며 농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쌀 예상생산량조사가 시작된다. 9월 중순부터 통계청의 농업통계 담당자들은 표본 조사구의 벼의 품종과 작황을 파악하고 논에 직접 들어가서 3㎡당 포기 수, 포기당 이삭 수, 이삭당 낟알 수를 일일이 조사한다.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최근의 기상 상태와 전망, 피해 상황, 과거 낟알무게 등을 참고하여 단위면적당 예상수확량을 추정한다. 예상수확량은 정부의 쌀값 안정과 쌀 수급대책 마련 등 각종 정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직원들은 농민보다 더 바쁘다. 작물을 모두 수확하기 전에 수확량을 조사해야 하는 농업통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부 작물은 면접청취조사도 하지만 쌀 생산량조사는 직원들이 직접 벼를 벤다. 농민들이 수확하기 전에 작황을 파악하고 선정된 두 지점에서 각각 3㎡씩 벼를 채취한다. 벼를 건조하고 탈곡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탈곡한 낟알의 수분함량이 15%가 될 때까지 건조한 후 제현기를 이용해서 현미를 만든다. 선별기로 현미의 낟알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1.6㎜ 이상의 낟알만 모아서 무게를 측정하여 단위면적당 수확량으로 다시 환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국의 쌀 생산량을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조사는 1965년 과학적인 표본설계를 바탕으로 한 실측 조사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조사방법의 개선과 수분측정기, GPS와 같은 장비를 활용해서 조사의 신뢰성을 높여왔다. 통계청의 예상 수확량과 실제 수확량의 차이는 2% 이내의 정확성을 담보하고 있다. 가구나 사업체 통계에서 인터넷, 모바일, 행정자료,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처럼 농업통계도 위성영상을 판독해서 경지면적을 파악하는 등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아직은 무기력하다. 아름다운 이 계절, 농민들의 땀으로 익어가는 곡식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현안들도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해 본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대학의 암울한 미래

얼마 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2주기 결과가 발표되었다. 323개 대학 중 자율개선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은 대학은 207개 대학이었고,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은 116개 대학이었다. 정원 감축이라는 채찍과 정부 재정 지원금이라는 당근을 지원하는 대학평가에서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치고 있고 때로는 눈속임에 불과한 숫자 놀이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평가의 많은 점수가 정량적인 요소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전임교수확보율 확보하기 위해 많은 대학은 낮은 연봉의 비정년 트랙 교수들을 정년 트랙 교수로 편법으로 포장해서 실제 평가에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많이 지적된 바 있고, 이번 2주기 평가에서도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부에서 가장 모범적인 우수 사례 대학으로 각광 받으면서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휩쓸던 지방의 어느 대학이 이번 평가에서 2군인 역량강화대학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대학이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부의 평가 지침을 잘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모범 사례로 인정받을 만큼 미래지향적인 질 높은 교육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있다. 오늘날 대학이 이렇게 기약 없이 가혹한 구조조정을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 특히 교육부의 잘못이 크다. 전두환 정권의 졸업정원제부터 시작해서 김영삼 정부의 대학설립자유화 정책 도입 이후 대학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많은 부실 대학들이 양산됐다. 당시의 출산율 등을 고려해 볼 때 20년이 지나면 대학 정원 미달이라는 문제에 봉착할 것을 예견할 수 있음직 한데도, 교육부는 대학 설립 및 입학 정원 승인 도장을 남발했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대학의 살생부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일도 아니다. 대학 역시 얼마 전까지 문만 열면 밀려오는 학생들에 도취되어 4차 산업혁명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눈을 짐짓 감고 있었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대학진학률 감소로 교육부나 대학이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앞으로 10여 년 안에 우리 대학의 반은 도태될 운명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대학을 둘러싼 미래는 암울하다. 그렇다면 누가 대학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것인가? 현재처럼 교육부가 평가를 통해 대학 입학 정원을 찔끔찔끔 삭감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시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 후속조치로 교육부는 대학 통폐합 혹은 퇴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면 될 것이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천자춘추] 편견을 깨면 보이는 보석 ‘특성화고’

최근 사회적으로 고용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년 취업률은 매년 최악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대졸자의 실업률이 고졸자의 실업률보다 높아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고졸 채용 확대를 통해 청년 고용률을 상승시켜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특성화고의 긍정적인 측면을 뒤로하고 입시를 중요시하는 교육풍토 아래 특성화고에 대해서 낮은 임금과 학생 수준 등을 언급하며 아직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막연하게 인문계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가 많아 일반고 부적응 학생 수의 증가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입시만을 중요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희망하는 다양한 진로를 열어줄 수 있는 미래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특성화고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적합한 매력적인 학교로서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학생의 적성에 따라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취업의 영역은 넓고 취업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방과후활동, 도제학교, NCS교육과정, 창업교육 등 학생들의 진로에 맞게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장학금 혜택이 주어진다. 특성화고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이 지원되며 재학하는 동안 수업료만 1인당 411만4천800원을 지원받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 취업과 진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특히 취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직자 특별전형은 3년 이상의 근무 경력을 가진 재직자가 고교 학생부와 면접을 통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로 해가 갈수록 선발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청년 일자리 중 고졸자의 선(先)취업을 지원하고 후(後)학습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 추경 예산 1천624억 원을 투입해 재직자 전형으로 입학한 9천명에게 매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고졸 후(後)학습자 장학금이 다양한 지원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듯 특성화고는 부정적인 편견과 불신을 이겨내고 정부의 지원과 인식 개선의 노력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여 수많은 장점을 가진 미래 직업교육의 장이 되었다. 보석을 캐내기 위해서는 보석을 가리고 있는 돌들을 부숴야 하듯이 특성화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고 중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있어서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고등학교 선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행락철 교통안전, 기본수칙 준수부터

뜨거운 여름철은 지나가고 선선하고 쾌적한 시기인 가을철에 접어들고 있다. 가을철은 일기 조건이 양호하고 쾌적하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과속·난폭운전 등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행태가 나타날 개연성이 높은 시기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가장 많이 사망자가 발생한 달은 10월로 전국적으로 한 달 동안 평균 503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주요 사고원인으로는 △운전자의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 △전방주시태만으로 인한 안전거리 미확보 △조급증으로 인한 과속 △차량 브레이크 결함 등이 대형사고의 원인이다. 따라서 행락철 대형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운전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수칙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반드시 타이어 마모상태, 냉각수 수위, 브레이크 상태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타이어 불량은 제동거리를 길게 하여 추돌사고의 원인이 되며, 브레이크 불량은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업용 전세버스 차량의 경우 노래방기기, 반주기, 대형앰프 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는 과전류 흐름의 원인이 되어 차량의 화재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 스스로 철거하기 바란다. 둘째, 가을철에는 밤낮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안개가 끼는 날이 자주 발생한다. 안개는 운전자의 가시거리를 짧게 하여 추돌사고의 원인이 된다. 안개가 끼는 날에는 차량 속도를 낮춰야 하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또한 비상등·안개등을 켜서 내 차의 위치를 상대방 운전자에게 알려, 사고 발생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셋째, 곡선구간이 심한 커브길을 조심해야 한다. 커브길에서는 전방이 보이지 않는 관계로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 충돌사고의 확률이 높고, 차량의 원심력 작용으로 인해 도로이탈 사고가 흔치 않게 발생한다. 따라서, 커브길에 이르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주는 운전습관이 필요하고, 앞차를 추월하는 행위는 절대금물이다. 넷째, 가을철에는 일반국도 및 지방도를 이용하는 농기계와 자전거, 보행자가 많다. 저속으로 운행하는 농기계와 자동차가 주행속도의 차이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일반도로는 고속도로에 비해 대체로 도로 폭이 좁고 경사도(구배)가 심해, 도로 상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 운전자는 해당 구간을 주행할 시에는 저속으로 운행해야 하며, 경음기(크락션) 등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그 외에도 운전자는 출발 전, 여행 구간에 대한 충분한 정보습득 및 휴식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 여유시간을 염두에 둬, 시간에 쫓기는 무리한 운행이 없도록 해야 한다. 승용차는 동승자와 수시 교대운전 해야 하고, 사업용 전세버스 등은 1회 운전하는 시간을 2시간이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1회 운행 후 10분 이상 휴식시간을 반드시 갖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안전의식이다. 순간의 방심과 안일함이 자칫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운전자 스스로 명심하고 안전운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기 바란다. 김영철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부장

[천자춘추] 새로운 시각 필요한 농촌사회 갈등

귀농ㆍ귀촌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2010년 4천 가구가 채 안 됐던 것이 2013년 약 1만 가구를 넘어섰고, 2015년 이후 1만2천 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귀농인구 기준). 귀농ㆍ귀촌자의 전형적인 모습은 과거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던 사람들이다. 50대의 대졸 남성이며, 귀농ㆍ귀촌을 하기 전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사전 준비를 했다. 그들이 귀농ㆍ귀촌을 한 이유는 조용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이지만,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꼈던 점과 농업이나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자연환경이 좋아서다. 그렇다면 기존의 마을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귀농ㆍ귀촌인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특별히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호감도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5점 만점에 3.18점으로 보통 수준이다.귀농ㆍ귀촌인들이 마을이나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지만(평균 2.77점),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 끼치는 영향은 다소 긍정적(평균 3.24점)으로 보고 있다. 귀농ㆍ귀촌인들을 위해서 마을이 별도의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 귀농ㆍ귀촌인들이 주도하는 마을사업이 있다면 협력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81.8%). 얼핏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이 두 집단 간에 최근 크고 작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기존 마을 주민들 3명 중 한 명은 귀농ㆍ귀촌인이 불필요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기존 주민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에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23%에 이르렀다. 이런 문제는 귀농의 첫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한 50대 남자가 어느 마을에 처음 간다. 조용한 전원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지역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땅을 알아보고 집을 지었다. 집이 완성되 고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주변에는 드문드문 민가가 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다. 이 상황에서 그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이 남자가 마을 이장을 찾아가서 인사하거나, 마을 이장이 이 남자를 찾아와서 인사하는 것이다.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는 누구도 상대방을 안 찾아가는 것이다. 남자는 마을 이장이 누군지를 모르기 때문에, 마을 이장은 당연히 새 입주자가 찾아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귀농ㆍ귀촌과 관련된 농촌 지역의 문제는 다양하다. 어느 지역에서는 농사에 필요한 물길이나 집을 둘러싼 울타리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가로등을 누구 부담으로 세워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마을 회비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마을 상수도 사용료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교육에도 불구하고 귀농·귀촌인들이 오랫동안 익숙했던 개인주의적인 문화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마을 주민들도 귀농·귀촌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해 낯설 것이다. 상대방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아예 싸우지 않는 가족보다, 싸우더라도 금방 화해할 수 있는 가족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천자춘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2006년의 영국영화 ‘이츠 어 보이걸 씽(It’s A Boy Girl Thing)은 너무 다른 성격과 환경으로 늘 대립하던 남녀 주인공이 어느 날 영혼이 바뀌어 상대방의 삶을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굳이 영화와 같은 극적인 스토리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남성과 여성은 너무 다르다. 미국의 존 그레이 박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시리즈에서 남성과 여성은 유전자와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러 능력과 언어에 있어 큰 차이를 나타낸다고 했다. 이러한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갈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에서도 중요한 이슈를 제기한다. 특히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처럼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이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경찰, 검찰, 판사가 남성인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표현하고 이해하는 언어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 해결 대화를 선호하는 화성 남자들은 실체적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왜’를 던지고, 심지어 ‘문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추궁’하기도 한다.이미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상태인데다가 대화를 교감과 배려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금성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히 성(性)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관점이 현격히 다름에도 남성의 기준으로 행위와 상황을 판단함으로써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 형사정책적인 과제를 던진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의 접점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은 여성의 입장에서 그들의 불안과 불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면서 금년을 ‘성 평등 원년’으로 명명하고 경찰청에 「여성대상범죄 근절 추진단」을 발족하는 한편, 전국 지방청과 경찰서에 여경 수사관을 확대 배치했다. 또한 지난 30일과 31일에는 전국 경찰 총경 이상 지휘부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성 평등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였다. 남성 위주로 구성된 경찰이 그동안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영화처럼 타인의 삶을 살아볼 기회가 없는 현실에서 몇 차례의 감수성 교육만으로 다른 성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다른 성에 대한 열린 자세는 민주 시민에게도 필수적인 덕목이다.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앞의 영화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결국 사랑하게 된 남자 주인공의 대사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더 좋은 사람들을 만들고, 나아가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좋은 경찰’은, 그리고 ‘좋은 시민’은 다른 별에서 온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어차피 그들을 피할 수 없다면 말이다. 윤성혜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천자춘추] 의사봉과 소통

도와 시군에는 도시계획, 건축, 경관심의, 공유재산 등을 관리하는 각종 위원회가 월간, 분기에 개최되는데 필수적인 장비 중 하나가 의사봉이다.의사봉은 회의의 시작과 중간의 안건별 의결, 그리고 회의를 마치는데 ‘탕!탕!탕!’ 세 번 울리는 필수품이다. 원고대로 “의사봉 3타”를 읽은 위원장이 있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위원회가 열리면 10분 일찍 회의실에 도착하여 외부위원들을 안내하고 인사를 드리며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을 했다. 그리고 의사봉을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어느 날에 위원회 회의실에 일찍 도착하여 살펴보니 의사봉이 없기에 담당 팀장에게 오늘 의결하려면 의사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니 화들짝 놀라서 사무실로 뛰어가는 뒷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위원장이 의사봉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미국 서부영화의 결투장면을 보면 자신의 권총은 본인 허리에 차고 있다. 옆 사람이나 동료에게 총을 맡기고 있다가 필요할 때 총 달라고 하면 必敗(필패)다.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처럼 0.01초 차이로 승패와 生死(생사)가 갈린다. 총잡이에게 있어 권총은 내 손안에 있어야 한다. 보안관이 총을 허리에 차고 기민하게 뽑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처럼, 의사봉은 위원장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에 쓰던 의사봉을 공직을 나와서도 책상 가까운 곳에 두고 初心(초심)으로 간직하고 있다. 사실 위원회에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선배 공무원, 연세 높으신 전문가들이 많이 오신다. 여성계 대표들도 오시고 각계의 중심인물도 참여하신다. 위원 중에 선배나 시민대표가 많으니 위원장을 담당하는 공직 간부들은 위원회 개최 10분 전에 참석하여 위원들과 소통하고 눈을 맞추면 복잡한 쟁점 사안도 보다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 먹이를 더 많이 잡는다는 말처럼 모든 행사에 일찍 참석하면 더 높은 성과를 얻는다는 진리는 東西古今(동서고금)에서도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도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농업, 새로운 시도와 관심이 필요할 때

올해는 유달리 농사짓기가 어려운 해다. 연초에는 냉해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여름에는 가뭄과 폭염이 이어져 수확이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태풍과 폭우로 다시 농심을 차게 만들었다. 마치 재해에 관한 모든 것을 다 경험하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의 변화와 극단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은 공업화로 중진국은 가능하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나라는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농업의 안정적 생산만이 식량안보를 담당하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연초에 일본의 농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고구마 주산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장소였다. 인근이 고구마 생산을 단지화하고 그 가운데 생산, 체험(교육), 유통(외식) 등 고구마에 관한 모든 것을 폐교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형태가 일본의 많은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이 가격보완과 생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산 이후의 산업으로 안정된 수입과 생활을 유지하려는 다각도의 노력이 엿보이는 현장이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이라는 정부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진전이 있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일반 농가가 이 사업을 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많은 농가의 단지화와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의 다수는 노령 인구이며 생산에 전념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제조와 유통에 대하여서는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의 경제는 소비와 유통을 고려하지 않은 생산은 결국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기 마련이다. 농업인은 자식과 손자들이 먹지 않는 농산물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가공, 제조에 좀 더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 소비자에 친근하고 수요가 충분한 것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부분은 이겨내기 위하여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동일 작목을 가격 걱정하지 않고 매년 심을 수 있는 지역 단지화를 유도하여야 보다 효율적인 융복합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생사 귀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경쟁력을 논하기에 앞서 농업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다. 도시민들도 소비자로서 권리와 아울러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등 관심을 지속하여 한다. 올해처럼 기상이변에 가격이 오르는 것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변에 있는 생산기반과 그 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재형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천자춘추] 성평등문화 확산하는 풀뿌리소모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는 작년과 올해 풀뿌리소모임 공모사업을 실시하였다. 시군 지역에서 단체로 등록하지 않고 4~5명으로 구성되어 소모임활동을 하고 있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여성주의와 성평등의식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지역의 성평등문화를 확산하고, 성평등 정책의 주체로서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모사업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모임들이 드러났는데, 미디어의 성차별을 이해하기 위한 ‘여성주의 시선으로 영화읽기’, 마을 커뮤니티공간을 중심으로 마을과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산드래미 여성들의 시시콜콜 수다방’, 에코페미니즘을 주제로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고민하는 ‘엄마도 딸도 아내도 아닌 나의 자립’, 여성주의 관점에서 여성들의 심리치유를 함께 공부하는 ‘내안의 건강한 여성성 발견과 자주성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 지역내 성평등 관점의 인권교육을 펼치는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 청소년 및 청년들의 페미니즘 모임인 ‘부천청소년들의 페미니즘 축제 소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 성평등을 토론하는 ‘편견지우개 시끌벅적 성평등이야기’ 등 참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의 소모임 활동이 펼쳐졌다. 소모임 활동은 그들이 일상에서 느끼던 불편함이 차별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스스로의 성차별적 태도를 성찰하도록 하였으며, 타인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하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성평등문화를 만들어 가는 실천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10년 넘게 마을, 소모임에서 공동체를 일구는 여성리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상의 불편함을 소모임, 공동체 활동으로 풀어보고자 노력했던 여성리더의 활동은 지역의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고 존중하는 공동체를 유지하여 성평등문화를 확산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었다. 우리사회를 성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만드는 것에 있어 지역사회 소모임과 공동체, 여성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풀뿌리 소모임은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주고, 그 에너지가 변화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때문에 성평등 문화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풀뿌리 소모임과 여성리더의 역할을 인정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임혜경 道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일기예보 수준을 결정짓는 것

인류가 목숨을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한 날씨는 영원한 뉴스거리라는 말이 있다. 날씨정보와 떨어져 살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날씨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면 돈도 되고 생명도 구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기상정보는 모든 복잡한 상황을 그대로 대변할 수 없기에 몇 줄의 문구로 압축해 놓은 것이라서 늘 동일한 해석, 동일한 적용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실제 접하게 되는 기상 정보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상 정보 속에 들어 있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정보 속에 들어있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남들보다 더 높은 가치 정보의 혜택을 누릴 준비가 된 셈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기예보를 결정짓는 인자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일기예보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여기서 전통적인 지상 관측뿐만 아니라 위성, 레이더, 항공기, 선박 등 모든 관측자료(과거 기후와 현재를 포함), 슈퍼컴퓨터와 수치모델(도구와 S/W), 예보관의 판단(인적 요인)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최적의 예보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예보의 최종 내용물을 요리에 비유한다면, 관측 자료는 재료에 해당하고, 수치모델과 예보관은 요리 도구와 레시피, 요리사에 해당할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슈퍼컴퓨터를 사 주었으니 예보를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과학 지식의 발전 추세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세 가지 인자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최고의 결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이 당연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인자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좋은 예보를 위한 완성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화학자 리비히가 1840년대에 주장한 최소율(최소량 인자에 의한 결정)의 법칙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통나무 판자를 세워서 붙여 만든 나무 물통을 가정할 때, 이 물통에 담을 물의 양은 가장 높이가 낮은 나무판자(각각의 인자에 해당)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관측, 수치모델, 예보관이라는 인자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게 있으면 부족한 인자에 의해 예보 수준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므로 이 요소들 간에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발전해 나가도록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천자춘추] 부패와 준법경영

기원전 고대 이집트에도 뇌물과 부패가 공정한 재판을 망친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니, 이쯤 되면 부패는 인류의 역사와 동행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깨끗한 나라를 꿈꾸는 군주라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한다. 부패는 조직의 발전 동력 및 영속성을 파괴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악의 부패기업에서 최고의 반부패기업으로 거듭난 전화위복의 주인공이 있다. 1874년 설립된 기술강국 독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지멘스’이다. 2006년 지멘스는 분식회계, 공금횡령, 뇌물제공 등 전형적인 부패스캔들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지멘스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지멘스 역사상 첫 외국인이자 외부인인 페터 뢰셔 회장이었다. 페터 뢰셔는 위기의 근원이 부패에 있었던 만큼 강력한 준법시스템을 기초부터 재점검 및 정비하여 부패척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실천, 그에 준법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2017년 지멘스는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됐다. 최악의 부패기업에서 불과 10년 만에 체질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2016년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반부패경영확산을 위해 국제투명성기구 및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와 함께 ISO 37001을 제정하였다. ISO 37001은 윤리적 조직문화 장려 및 부패를 예방·감지·해결하는 준법경영관리시스템을 구현하는 국제표준이다. ISO 37001 제정은 윤리적인 기업활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 공사도 강력한 준법경영 시행하고자 지난 2월부터 전담 추진조직을 만들고 부문별 윤리이슈를 도출하고 리스크 평가를 통해 부패 취약부분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서 지난 7월 ISO 37001 인증을 획득했다. 공사는 이번 ISO 37001 인증획득을 계기로 부패 행위 근절을 통한 준법문화를 확산하고 공사 지속가능 발전의 토대를 마련코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사는 민선 7기의 핵심가치인 공정 경쟁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동시에 도민의 주거복지, 경기도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우리 함께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이홍균 경기도시공사 부사장

[천자춘추] 소잉디자이너의 소박한 꿈

신현태 소잉 디자이너란 패브릭 제품을 이용, 창작 디자인해 이를 재봉으로 만들어내는 전문가를 이르는 말이다. 꽃집 주인이 ‘플로리스트’로 불리고, 커피가게 주인이 ‘바리스타’로 불리고, 식당아저씨는 ‘셰프’라 불리고 있다. 또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믈리에’ 등 사회에서는 평소 취미로 일을 하다가 열심히 노력해 크든 적든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취미로 시작해서 솜씨를 쌓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창업 방법 등 모든 것을 혼자 찾아내고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연합체를 만들어 네트워크의 부재, 수익창출 채널의 부재, 정부 지원 정책의 부재를 연합 활동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DIY(Do it yourself)’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직접 만드는 활동을 말하는데,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뜻하고 있다. 최근 사회가 개성과 디자인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핸드메이드와 DIY라는 키워드로 각종 제품과 콘텐츠에 반영되고 있다. 1인 소자본 창업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그들의 독창성과 창의력을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일에 정부는 정책의 초점을 뒀으면 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것만 일자리는 아닐 것이다. 개인이 자기의 개성에 맞는 일자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자리의 영역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들을 펼쳐보기를 희망한다.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는 가정에서 주차장, 창고 등에서 창업하는 작은 비즈니스를 말한다. 미국 뉴욕에는 이런 소호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소호 거리를 조성해 소자본 일인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성과 땀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면 일자리도 자연적으로 늘어나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신현태前 국회의원

[천자춘추] 첫술에 배부르랴 만은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장래 직업을 탐색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입니다. 저는 운 좋게 부모님의 권유로 취업지원학교를 알게 됐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구인 기업과 구직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취업준비생인 L양이 이번에 정부출판물 혁신상을 받은 ‘청정하남’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남시취업지원학교가 태동된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16명을 수료시켰고, 현재 사회복지관 특강 10명을 비롯하여 20명이 교육을 진행 중이다. 현재 수료생 중 5명이 하남의 중견기업인 성우실업을 필두로 하나투어, 보훈병원, 수원여대 식품연구센터, 30년 전통의 제이씨인터네셔널 등에 취업했고, 나머지는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기업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일부는 면접을 준비 중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제 걸음마를 하는 취업지원학교에 수강생이 없다느니, 프로그램이 어렵다느니 하며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행훈장은 한 명의 취준생이라도 취업 성공을 위해 정성껏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하고 실전과 같은 면접 훈련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남시취업지원학교는 대학 등록금보다 더 비싼 수백만 원을 들여 취업교육을 하는 강남의 취업학원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모든 교육이 실전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절실한 마음이 아니면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고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이제 걸음을 떼고 있는 하남시취업지원학교에 대한 애정을 갖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현 정부의 제1호 사업인 일자리정책이 아직 뚜렷한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거기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팽배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것이다. 무릇 정책이란 세간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실행하는 방법과 속도에 따라 성패가 가늠된다. 국가 정책도 그럴진대 지자체에서 의욕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 좀 더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아 줌이 마땅하다. 물꼬만 트이면 봇물 터지듯 취업준비생이 몰려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고 음식 먹는 것을 포기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천천히 먹을수록 음식 맛을 음미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 교수이학박사

[천자춘추] 일가정 균형 잡힌 희망의 나라로

김동진 일·가정균형 정책은 양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현재 법이나 제도는 수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상당 수준의 법제화가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보육 서비스 이용 아동 수는 크게 증가하였으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이용률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을 기준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남성은 8천46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5만 89명 중 16.9%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년 사이 5.5%p 늘어났다. 이런 현상들은 법이나 제도의 긍정적 개선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일·가정균형 정책은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출산으로 인한 사회활동의 단절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자녀를 잘 양육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보육서비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노동시간, 그리고 자녀양육 비용 지원 등이 있다. 즉 일·가정균형 정책의 발전은 부모의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고, 자녀 양육을 용이하게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가족관계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남성의 육아 참여와 가족의 재구성에 대한 수용이 함께 요구되고 한다. 현대 가족생활의 변화는 남성들로 하여금, 육아나 가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정책 역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책은 그동안 큰 성장과 변화를 가져 왔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제도적 측면에서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의 개선에 주로 집중되어 왔으며, 실제로 일·가정 균형 지원의 핵심요소인 노동시간이나 유연근무제도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휴가나 휴직제도에 집중하고,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에 편중되어 있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문제는 일·가정 균형정책의 시행과 확산에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여성이슈로만 부각될 소지가 있다. 그리고 제도와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생애 전반에 걸쳐서 원스톱 지원체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세대 간의 양극화를 뛰어넘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하여 협치로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하고 확산하는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친가족문화 환경조성 및 확산과 관련한 정책은 일·가정 균형 지원을 위한 중요한 실행기반임에도 현재까지는 전반적인 범주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장 핵심요소인 보육정책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신속히 보완하여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맘 편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친양육 환경조성이 확산되고 정착되어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김동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천자춘추]시민이 함께하는 ‘수원화성문화제’

▲ 최수아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12년이 지난 1922년 여름. 한반도에는 또 하나의 재앙인 대홍수가 발생했다. 수원화성도 대홍수의 힘을 피해 가지를 못하고 화홍문과 남수문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는데, 불행 중 다행히 화홍문 편액은 누각이 무너지기 전 누군가에 의해 회수됐다. 일본은 1910년 강제로 한일합방을 한 다음해인 1911년 ‘조선읍성철거시행령’을 만들어 한반도에 있는 약 300여 개의 읍성을 모두 없애고 임금님이 거처하시던 궁궐마저도 동물원, 식물원으로 바꾸어 놀이터로 만드는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우리 민족문화를 말살하던 때 자연재앙인 대홍수가 발생하여 화성의 아름다운 화홍문이 유실되었으니 당시 총독부 관리들은 기뻐하였을지 모르나 수원시민들이 가졌을 안타까운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3년을 지내다 화성학원 설립자인 차재윤을 중심으로 ‘수원명소보존회’란 시민단체를 결성하고 모금 운동을 벌여 7년 뒤인 1932년 5월 화홍문 복원을 완성했다. 실로 위대한 시민참여정신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수원에서는 근 백여 년 전에 있었던 시민참여정신이 또 피어나고 있다. 바로 ‘수원화성문화제 시민추진위원회’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여 기획하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제55회 수원화성문화제 홍보도 시민 스스로가 하고 있다. 일제 치하의 살벌하고 암울하였던 시기에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위한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 행사에 우리의 미래 세대인 초, 중, 고 학생을 더 많이 참여시켜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을 공감하고 공유하여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수원에는 첨단산업 관련 기업들이 많이 있으니 이백 년 전 능행차를 재현하는 행렬에 첨단산업 기업들이 참여하여 신기술을 선보이며 기업홍보도 하면서 옛 전통과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펼쳐지는 수원화성문화제가 10월5일부터 10월7일까지 수원화성행궁에서 성황리에 치러지기를 소망해 본다. 최수아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 구강건강 불평등 없는 경기도

조미숙 민선 7기 공약 중 ‘초등학생 치과 주치의 사업’과 ‘우리회사 건강 주치의 사업’이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7년 건강보험이 도입되면서 치과진료도 건강보험에 포함은 되었으나 낮은 급여 보장으로 치과의 문턱은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소외계층 청소년 아동의 치과 진료는 부모의 사회적 경제 수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구강건강 불평등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우울증 및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중앙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재원 및 많은 이유로 아직도 아동 및 청소년의 치과 진료비는 부모의 경제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성인기의 구강건강 불평등을 감소하기 위해서는 아동기의 예방과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는 향후 국가차원의 치과진료비를 줄일 수 있는 구강건강 증진 사업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다빈도 상위 15개 질병 중 2위가 잇몸병, 충치 치수 및 치근단주의 조직 질환이 15위로 자리하고 있으며 본인부담 진료비가 년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료원에서는 2012년부터 진료비 부담으로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기도내 아동·청소년의 구강건강 불평등을 막기 위해 ‘행복치아 만들기 사업’을 1인당 150만 원 한도에서 1년에 1천명이 넘는 아동 ·청소년환자를 치료해 주고 있습니다. 환자의 대부분은 지역아동센터, 학교폭력피해청소년, 위기청소년 및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이들이 성인기에는 성장기의 아픔을 최소화하여 사회에 긍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작게나마 기여하고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소녀의 애틋한 감사의 편지를 보면…. 초등학생 때 소녀는 이가 너무 아파 엄마와 치과를 찾아 이가 심하게 깨졌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엄마가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용을 듣게 되었고 엄마는 치료를 하겠다는 말씀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그 사정을 아는 소녀는 음식을 씹지 못할 만큼 아팠지만 몇 년을 표현하지 못하고, 양치질만 깨끗하게 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의료원의 행복치아 만들기 사업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고, 치료 후 다시 왼쪽으로 씹을 수 있어 행복해 감사하다는…. 가슴 찡한 착한 소녀의 편지 속에 ‘행복치아 만들기 사업’ 필요성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경기도 치과주치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구강건강 불평이 없는 경기도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조미숙경기도의료원 운영본부장

[천자춘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체육 사랑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어떤 분야보다 체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11년 신년사에서 “축구강국, 체육강국”을 언급한 이후 각종 담화나 사설을 통해 지속적으로 체육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2013년 3월4일 노동신문도 “온 나라에 체육 열풍을 세차게 일으키며 체육부문 사업에서 일대 혁신을 안아오는 것은 현 시기 강성국가 건설의 중요한 과업의 하나”라고 강조하였다. 2013년 9월 평양 아시아클럽대항 역도선수권대회에서 최초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가 연주되었으며, 아울러 조선중앙TV는 7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 축구대회 여자부 남북 대표팀의 맞대결을 중계하며 득점과 함께 태극기와 인공기 이미지를 나란히 내보낸 바 있다. 2015년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선수들을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가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후 개회식에 고위급 대표단(단장 김영남, 대표 김여정ㆍ최휘ㆍ리선권)이 개회식에 참석하였고, 폐회식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8명의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였다.특히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남북이 하나가 될 것 같지 않던 메마른 땅에 화해와 협력의 샘물을 쏟게 하는 마중물이 되어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개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탁구가 첫 신호탄을 울렸다. 4월29일부터 5월6일까지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 참가한 한국 여자대표팀은 북한과 8강 대결을 하지 않고 단일팀을 꾸려 ‘코리아’로 준결승에 나갔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농구교류를 제안함으로써 1999년, 2003년 통일농구 이후 15년 만에 통일농구를 위해 7월 남녀 농구대표팀이 평양에서 친선경기를 가졌다. 지난 7월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남북 단일팀이 혼합복식과 여자복식 경기에 출전하였고,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여자농구, 조정, 카누 등 3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게 된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달리 체육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이러한 체육사업의 확대를 통해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의 이미지를 보다 역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남북이 하나 되어 상승효과를 발휘한다면 세계 최강의 체육 강국이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문화예술과 도시

태초로부터 아주 긴 세월동안 형성된 자연과 달리 지금의 도시들은 2차 산업발전이라는 매개체를 타고 매우 빨리 만들어졌다. 세계 여러 나라와 각각의 도시들도 저마다 특성과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산업화로 경제성장을 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보인다. 그런데 21세기에 공업사회를 벗어나 지식·정보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탈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이 새로운 흐름에 우리는 경제성장, 취업, 출산, 초고령사회진입 등 기초생계와 심각한 관련이 있는 문제들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요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정책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 도시 또는 국가 재생 사업들이다. 특히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선진 각국들이 문화산업을 그 해법으로 이미 성공적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어 눈여겨보게 된다. 사례들에서는 시민과 행정, 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서 꾸준히 노력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시민들의 높은 문화의식, 행정 당국의 간섭 없는 팔걸이원칙 준수, 지원이 아닌 투자개념의 정책 집행으로 문화자본형성, 공생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 핵심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행정은 21세기는 ‘culturenomics’, 즉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도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으로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고양하고자 시민교육과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열린 행정을 펼쳤다. 또한 기업들은 기술과 필요한 재료까지도 지역발전을 위해 투자했으며 시민들은 경제와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참여는 물론 적극적 봉사활동까지 한다. 21세기 탈산업화의 성공적인 도시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특수의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비슷한 프로그램의 그들만의 행사는 세금만 축낼 뿐이다. 지역만의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그 지역의 시민들이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것이 생명력 있는 것이며,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문화소양을 함양시킬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이 도래한 시대에 문화를 홍보 또는 마케팅에 활용하는데 머무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인문학적 품위와 지역의 경제적 안정을 담보하는 굴뚝 없는 산업, 문화 그 자체의 진정한 시대적 가치에 대한 성취요구가 우리를 두드리고 있다. 이득현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천자춘추] 한 송이 꽃이 주는 의미

‘스승의 날’은 국민교육헌장이 발표된 1973년 12월5일에 통합 운영되다 1982년부터 현재와 같은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그 당시 필자는 중학생이었고, 기념일을 챙기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던 1985년에 라디오를 통해 ‘스승의 날’이 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일 아침 일찍 등굣길에 화원을 들러, 생화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철없는 남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께 무슨 신경을 썼겠는가? 그때 담임 선생님 가슴에 꽃을 달아 드린 유일한 학생으로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꽃을 달지 못한 선생님들도 많았기에, 우리 선생님의 마음도 뿌듯했으리라. 얼마 전 화훼업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령’으로 사람들이 꽃 선물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올해 1월부터는 10만 원 한도의 농수산물품 선물이 가능해졌음에도 “난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90%가 되돌려 보냅니다. 공연히 헛걸음만 합니다”라고 한숨을 내쉰다. 다음으로 화환의 재활용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 가격체계 역시 그분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화환파쇄기 보급사업도 시범추진하고 있다 하니 화환 재활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꽃을 사랑하고 꽃을 바라보는 문화가 메말랐다는데 즉,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부족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화환업계도 소비자가 화환을 활용할 수 있는 신화환을 만들고, 화원과 카페를 결합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노력에 우리도 힘을 보태기 위하여, 신화환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제안한다. 특히, 신화환을 가져가기가 어렵다면, 인근 학교 등과 협약하여 교실에라도 비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녀들은 꽃을 보고 자라며 정서적 안정을 얻을 뿐 아니라 미래의 꽃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꽃 선물 거부하지 않기 캠페인도 필요하다. 난초를 부담스러워하거나, 키우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는 간단한 꽃다발이면 어떠랴. 꽃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꽃은 진화의 과정 속에서 벌과 나비 등을 끌기 위해 향기와 꿀, 아름다운 모양과 색을 준비하였다. 즉, 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존속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 꽃 한 송이를 지금 구매하는 것은, 받는 사람의 행복에 더하여, 사는 사람도 즐겁고, 또 판매하는 사람도 더더욱 즐거워지는 따뜻한 사랑이다. 꽃 한 송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사무실에도 꽃을 놓아두리라. 꽃 한 송이를 통한 즐거움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우리 소상공인들이 함께 웃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천자춘추] 곱창·대창·막창아, 너희들 어디서 왔니

얼마 전 텔레비전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곱창 등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이른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전역에 ‘곱창 대란’이 일어났다. 아이돌 멤버가 찾아갔었던 곱창집은 물론이고 다른 곱창집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길게 줄을 서서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고, 곱창을 소개한 아이돌 멤버는 ‘곱창 여신’으로 불릴 정도다. 예전에 서민들이 술안주 삼아 맛보던 곱창·대창·막창 등이 요즘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얻는 것을 보니 오랜만에 성인이 된 아들·딸들과 곱창집에서 술 한잔 겸 외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곱창·대창·막창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값싼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둔갑시켜 판매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농축산물 수입 개방이 있기 전만 해도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은 모두 국내산이었는데, 어느덧 외국산 농축산물이 우리 먹거리의 7할을 점유하는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국내산과 외국산의 가격 차가 상당하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하여 판매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우리 땅에서 나서 자란 국내산 농축산물을 더 선호하지만, 이를 악용해 가격이 싼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등 원산지 표시사항을 위반하여 적발된 사례가 매년 4천건이 넘고, 이 중 돼지고기·쇠고기·배추김치·콩 등 주요 4품목이 전체 위반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이는 또한 땀 흘려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우리 농업인 또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비자와 생산자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형량 하한제, 과징금제도 등 처벌 규정을 손질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가장 효과적인 원산지 표시 위반 예방책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닐까 한다. 원산지가 의심되면 신고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질 때, 원산지 둔갑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수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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