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동지다례와 납향제

눈 오는 동짓날 밤 [冬至夜雪] 동지가 드는 자시 한밤중(冬至子之半) / 한 자나 깊이 눈이 쌓였네(雪花盈尺深) / 만물을 회복하는 봄기운 넘쳐흐르고(津津回物意) / 천심을 보니 크고 광대하구나(浩浩見天心) / 관문을 닫고 나그네 금하니(關閉爲禁旅) / 양기가 생겨 막 음기를 깨뜨리네(陽生初破陰) / 깊은 시름에 한 선이 더해지니(窮愁添一線) / 동마주를 정히 마실만하구나(馬正堪斟) 소세양(蘇世讓, 1486~156 2), 양곡집권9「동지야설(冬至夜雪)」에 나오는 이 시는 동지(冬至)의 이치와 여러 상징을 잘 표현하여 널리 인용되고 있다. 동짓날 자정, 천심은 변함없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기운이 바로 동짓날에서 시작되니 동짓날에는, 관문을 닫고 행상인의 출입을 금지시키며 임금은 지방을 순행하지 않는다. 이는 땅속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지극히 작은 양기(陽氣)를 보전하려는 조심스런 마음에서 발로된 것이다. 그러므로 마유(馬乳)로 만든 동마주(馬酒)를 기꺼이 마실 만 하다는 내용이다. 섣달에 드는 납향제(臘享祭)의 ‘납일(臘日)’은 동지 후 셋째 미일(未日)로 1년 동안에 지은 농사나 그 밖의 일어났던 모든 일을 신(神)에게 고하고 무사하게 잘 지내게 해준데 대하여 감사의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다. 또한 섣달에는 군사들의 몸을 단련시킬 목적으로 사냥을 하도록 했는데 조선시대 정조는 납일 고기로 꿩, 토끼, 노루, 사슴, 산돼지만을 잡도록 허락했다. 이 고기로 종묘에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납제(臘祭)란 이름이 생겼다. 여기에서의 ‘랍(臘)’은 고기를 뜻하는 ‘월(月)’자와 수렵을 뜻하는 ‘렵(獵)’자를 결합해 만든 글자로 ‘랍(臘)’자에는 ‘사냥해서 잡아 온 고기’라는 뜻이 들어 있다. 국조오례의를 보면 창경궁 ‘영희전’에는 육명일(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향사하도록 했고 순조는 동지다례를 올린 기록이 있다. 수원화성 ‘화령전’은 순조가 1801년에 세워 ‘화령전응행절목’을 개정하였는데 정기제향으로 탄신제향과 납향제를 올리도록 했다. 서울의 영희전은 지금 없어져 어쩔 수 없지만 수원화성 화령전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으나 팥죽 한 그릇은 고사하고 납향제는 어찌할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천자춘추] 까마귀와 사회적 편견

매년 수원시가 철새 까마귀떼 출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심지에 수십 마리 또는 수백 마리가 전선 위에 앉아 배설물을 도로 위로 흘리거나 울음소리로 인해 혐오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검은색의 까마귀가 흉조로 마음에 안 들거나 재수 없다는 심리적 이유가 배경에 깔려있다. 수원시청 담당부서는 까마귀떼 출현지역이라는 경고 현수막을 내걸거나 경고문자, 방송을 하고 있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양한 민원에 부딪히고 있다. 공원에 모기가 많으니 모기를 치워달라, 하천에 뱀이 있으니 뱀을 없애 달라, 하천에 자라는 풀들 때문에 모기서식처가 되니 모기약을 치고 풀들을 전부 베어달라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드러나는 생명현상에 대하여 지역민들이 몰이해적 민원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까마귀떼 현상처럼 언제부터인가 까마귀가 제비나 까치, 참새 등 다른 조류와는 다르게 흉조로 인식되면서 혐오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본디 까마귀는 선조들에게는 길조였다는 자료와 이야기를 넘어서 최근 우리 사회에 점증하는 혐오주의와 편견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지역혐오, 노인혐오, 남녀혐오, 외국인혐오 등 편견이라는 사회적 괴물이 점증하고 있다. 사실 편견은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객관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 인식이 아니라 감정적 인식의 왜곡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자 캐럴 태브리스에 의하면 편견은 의심, 두려움, 불안을 물리쳐주고 사람들에게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을 만들어주며 무력감을 극복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낮은 자존감의 확실한 치료약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못났어도 더 못난 사람이 있다고 믿으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이 경제적 불안, 사회적 불만, 낮은 자존감의 치료약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까마귀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무엇일까? 까마귀의 생물학적 실체와 자연과 도시공동체의 공존을 이해하는 것일 것이다. 사회적 편견 역시 사회구성원들 간의 경험적 접촉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경제적 안정감, 사회적 통합성, 개인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가족적 지역적 유대감을 세심히 올리는 우리 안의 장치가 필요하다. 박종아 수원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천자춘추] 나이 들어감의 미학

올해도 이렇게 무심히 지나간다. 언제부터인가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뒤돌아보는 것과 함께 나의 나이 들어감을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올 한 해 동안 나는 어떻게 나이 들었나? 얼마 전, 지인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나이 들어감에 대한 소회를 나누다가 최근 미국사회에서 나이 들어감에 대해로 현자가 되는 것(saging)에 대한 개념을 발견하였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함께 한 모든 이가 동감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인 Shore JZ가 1990년대에 처음으로 사용한 saging의 의미는 2007년에 발간한 ‘Saging-How to grow older and wiser’에 잘 드러난다. 나이 들어감은 신체의 노화와 함께 현자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몸이 정직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저런 갱년기 증상이 나에게 “너 나이 들어가고 있어” 라고 말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런 속삭임이 서럽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 또한 ‘그렇구나!’ 하며 덤덤히 받아지고 있다. 마음의 나이 들어감이 주는 선물인 듯하다. 10년도 훌쩍 지난 때, 한 일간지에서 이재철 목사님의 사설을 읽은 적이 있다. ‘나이 듦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목사님은 천덕꾸러기 노인이 아닌 존경받는 어른이 되는 두 가지 전제를 이야기 하였다. 첫째, 몸과 마음이 함께 늙어 가는 것, 둘째는 나눔의 재물관이다. 자기중심의 유아적 세계관에서 타인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이타적 어른으로의 성숙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모든 문명의 발달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일진대, 실제는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인간에 노인과 경제적으로 빈곤한 이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기계의 발달은 인간의 육체적 힘의 가치를 저평가 시켰고 이는 신체의 노화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게 하였다. 나이 들어감이 육체의 노쇠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닐진대 겉모습의 쇠약함은 나이 들어감을 무력해지고 쓸모없는 존재로의 퇴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인간은 점점 무능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더구나 요즘엔 이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의 출현으로 인간은 나이 들어가며 축척한 지식과 의사결정의 지혜에 도전받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나이 들어감은 다른 차원의 성숙 단계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명해지고 성숙해 가는 것. 이것이 노화의 양면 중 더 중요한 부분이다. 하여,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나는 올 한 해 얼마나 성숙해지고 현명해졌나? 며칠 남지 않은 올해 동안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천자춘추] 날개 접은 경기보육

보육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민선 6기 경기도보육정책과 지원을 나름대로 검토해봤다. 당시 필자는 영유아보육기관을 대표하여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장으로 활동했다. 그 해는 전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해이며 민선 6기 지방선거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경기보육현장은 민선 6기 도지사 후보에게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 1일 12시간 근무하는 보육교직원의 노동 강도 완화와 유아교육기관에 따른 차별지원해소를 위하여 비담임교사(유휴인력지원)를 배치하여 아동학대, 행정업무지원, 대체교사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건비지원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을 요구하며 도지사 후보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필자는 당시 세월호 참사로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매우 컸던 시기였다. 교육공무원제도의 공약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전국적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경기도보육정책에 대한 열망과 발전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았다고 기억된다. 민선 6기를 마무리하는 현시점에서 보면 경기도 보육공약의 약속이 많은 부분에 있어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전국을 선도한 경기보육은 올 10월에 개최한 경기도보육정책토론회에서 퇴보했다는 주장과 같은 생각이다. 공약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근거로는 공약사업 중 첫째, 원 운영비 지원 50만원이 실행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부처 간 보육예산 떠넘기기와 보육료동결정책에 대한 경기도 보육현장의 단비가 되었을 것이다. 둘째, 경기형어린이집(따복어린이집)은 보육현장과 소통 없이 이루어진 정책으로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으며 국공립도 아닌 것이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공공형도 아닌 것이 더욱 열악한 지원으로 기피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짝퉁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개선 역시 유치원과 비교하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실시된 보육사업 역시 경기도가 정책을 개발하고 이끌었다기보다는 보육현장이 경기도의회를 상대로 투쟁과 설득의 노력으로 마지못해 실시된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보육사업이 부재했으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경기도가 개발한 사업이 없이 시ㆍ군 지자체의 보육사업이 보육현장 요구로 인해 떠밀리듯 보육지원이 이뤄졌다. 앞으로 출범하게 될 민선 7기 영유아보육교육정책이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경기도민의 영유아보육과 교육의 선도해야 한다. 경기도에 맞는 정책개발과 지원정책으로 저출산 문제와 맞벌이 가정지원과 보육현장의 현실화된 지원정책으로 노동강도를 낮추는 정책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최창한 경기도보육정책포럼 회장

[천자춘추] 루돌프와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고 캐롤이 울려퍼지곤 한다. 같은 책도 같은 영화도 나이가 들며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무심코 따라 부르던 크리스마스 캐롤도 다시 들어보니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필자에겐 노래 ‘루돌프 사슴코’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코에 병이 있어 붉은 코를 가진 사슴 루돌프는 다른 사슴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왕따 신세였다.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의 코는 병이 있는 게 아니라 더 밝은 거라고 말하고 썰매 끄는 중요한 업무를 맡겼다. 그 후로 다른 사슴들은 루돌프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누군가의 칭찬과 기대가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타할아버지의 칭찬과 기대가 위축되고 주눅들은 루돌프를 사슴들의 리더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처럼 칭찬이나 기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20%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 학생들은 임의로 뽑힌 명단이기에 지능이 꼭 높은 것은 아니었고 학생들도 담임교사도 그 명단이 실험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8개월이 지난 후 명단에 오른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바로 그들이 똑똑하고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교사의 기대와 격려 때문이었다. 아이가 잘 하면 교사는 ‘역시 똑똑하구나~’ 같은 반응을 보이고 아이가 못하면 교사는 ‘무슨 걱정이 있니? 너는 이걸 못할 아이가 아니란다~’ 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칭찬, 격려, 기대, 따뜻한 말은 루돌프를 리더로 만들고 우리 아이를 공부를 잘 하게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부모들 중에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부모님이 계시다. 그럴 때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아이를 믿고 격려하고 ‘너는 세상에 도움이 될 그런 사람이 될거야’라고 믿어주라고 권한다. 그러면 그 아이는 잘못되려다가도 부모의 기대 때문에 흔들림이 적고 또 설령 방황을 하더라도 일찍 돌아올 것이다. ‘루돌프 사슴코’ 노래를 들으며 추운 겨울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누군가의 산타클로스가 되어보자. 그리고 누군가를 위로하는 따뜻한 연탄이 되어보자. 안도현의 시구처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천자춘추] 동굴 1984

연극 ‘1984’를 봤다. 조지 오웰은 국가 권력에 의하여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통제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 붕괴를 경고한다. 빅 브라더,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역사조작 등 거대한 감시 체계와 조작된 프레임 속에다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가두어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 이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는 주인공 윈스턴… 결국에는 잡혀서 고문을 받고 완전히 세뇌된다. ‘이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에 공포감이 몰려왔다. 이미 현실화된 SF 영화의 스카이넷, 곳곳에 설치된 CCTV, 사이버 해킹, 통신 감청, 과도한 신상 털기 등. 거짓을 진실로 믿게 하는 가짜뉴스, 진영 논리로 피폐해진 사이버 담론, 편향적인 언론보도 등은 우리를 암울한 동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참 무서운 현실이다. “아이들끼리 놀리는 것을 가지고 학폭위 한다고 협박하고… 교장선생님 만난다는 등. 그냥 학폭위 진행하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오늘도 참았다. 안 좋은 소리 들으며 여러 학부모와 30여 통화… 머리가 아프다.” “초등학교 학예회 연습시간에 담임교사가 줄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학생 소매 등을 흔들며 ‘줄 좀 똑바로 서라. 네가 구멍’이라고 질책했다고 폭행 혐의로 기소돼 50만 원 벌금형을 받고 교단을 떠났다.” 학교 현장을 옥죄는 것은 교원에 대해 사회적으로 정형화된 프레임이다. 교육자이기에 학생들로부터 성추행, 성희롱, 폭행을 당해도 참아야 하며, 휴일 또는 늦은 밤에 걸려오는 민원성 전화도 감수하고 있다. 가벼운 학생 사안이 학교폭력위원회에 상정되고 때로는 부모 간의 다툼으로 번지며, 학습·생활지도상의 일로 인하여 정서 학대,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고발당하는 현실, 종종 들려오는 일부 교원들의 비교육적 사건 등으로 교원들은 암울하고 미래가 안 보이는 심리적 동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육에 대한 성찰과 고민은 사라지고, 눈 감고 귀 막고 말하지 말고 현실에 적당히 안주하는 것이 최고일지도 모른다. 돈 까밀로 신부의 용기가 그립다. 동굴 1984로 가고 있는 교직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김한호 한국교원대학교 박사

[천자춘추] 일본 동경(東京) 동경(憧憬) 동경(銅鏡)

일본에 東京(동경)이 있다. 일본을 憧憬(동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애 처음으로 일본에 가보니 그동안 듣고 읽은 일본을 조금은 이해하고 동감하는 기회가 된다. 우선은 일본 동경시내 건물과 시설과 사람과 차량의 질서다.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들, 경적을 울리지 않는 차량이다. 동경시내를 조망해 보면 높이 올라간 것의 으뜸은 도쿄타워이고 도심 한가운데를 넓게 차지한 거목의 숲은 신궁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메이지 신궁은 1912년 제122대 왕인 무쓰히토(메이지)가 사망하고 1914년 왕비 쇼켄이 사망한 후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1915년 건설을 시작하여 1920년 11월1일 창건하였으며 신궁(神宮)은 역대 일본 왕을 기리는 신사로, 다른 신사보다 높게 친다고 한다. 동경타워는 1958년에 건립됐다. 프랑스 파리에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 파리 만국 박람회 때 세워진 324m의 에펠탑을 모델로 하여 철강 4천t으로 333m 높이로 건설했다. 9천700t의 철강이 들어간 에펠탑보다 7m 높다. 70년의 시차와 기술의 향상으로 철강을 절반 이하로 쓰면서 더 높게 건설한 것이다. 1975년에 세워진 우리의 남산타워는 237m인데 남산의 높이를 감안하면 아주 높은 탑(해발 480m)이다. 동경타워보다 17년 후에 세워졌지만 더 많은 국민들이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남산에 세워진 타워로서 정식 명칭은 ‘YTN서울타워’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 일본 동경은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평야지대에 세워졌고 서울타워는 남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일본에 다녀와서 탑의 크기와 높이를 비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 탑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생각, 공공질서 의식의 비교됨이 있었음을 공감하였으므로 국민 모두가 배려와 양보의 선진질서를 바로 세우는 마음의 탑을 세워나가자는 제안을 하고자 함이다. 이제 우리 자신, 우리 딸 아들, 내 것에서 진일보하여 우리, 나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선진질서, 나홀로의 공간에서도 질서를 지키고 公私(공사)에 양보와 배려를 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시민정신을 함양해 나가야 하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하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銅鏡(동경) 여행이었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믿을 수 있는 치과

범사에 감사하라는 경구(警句)가 절실한 경우로는 몸이 아플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평소 건강히 지낼 때는 무심히 지나가던 일들이 감기몸살이라도 걸리게 되면, 그동안 고심하던 주위의 모든 일들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아프지 않은 삶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통증 중에서 치통의 괴로움은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을 섭취하는 기능이 생명유지에는 기본적인 역할을 하며, 치통으로 인한 괴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 치과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치통의 극심한 통증으로 시작하여, 입안에 주삿바늘의 찔림, 날카로운 금속성 기구들,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와 입안의 침과 물을 흡입하는 거친 소리들이 우리들을 괴롭힌다. 더구나 부담스러운 치료비용까지도 첩첩산중이다. 지난 11월14일 국회에서 열렸던 구강건강증진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경제신문 기자는 자신의 지인과의 경험을 서두로 꺼내면서 ‘믿지 못할 치과’의 예화를 들었다. ‘신도시에 막 개업한 치과, 특히 기구와 장비를 많이 설치한 치과’는 방문하면 위험하다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전하면서 ‘믿을 수 있는 치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치료의 전문성을 떠나서 사람의 마음을 믿지 못하는 것은 살아온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된 본능적 기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돈이라는 매개체가 개입된 경우에는 더욱 민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치과의사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그들도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며,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사실과 우리 사회를 그래도 이렇게 버텨주는 힘은 이와 같이 보편타당한 사람들이 묵묵히 존재해주는 이유일 것이다. 너무 가격이 싼 음식이나 물건을 한 번쯤 갸우뚱하는 것도 우리 삶의 지혜이고, 수소문해서 같은 품질이면 가격이 싼 것을 찾는 것도 현명한 경제생활의 원칙이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신뢰’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우리의 몸을 맡기는 의료진과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의료계의 자정작용이 우선이라는 점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동의하지만, 그 의료진을 불신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치료비를 가격이라는 경제산술적 논리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치과’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문구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말이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수고를 통해서 믿을만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최유성 경기도치과의사회 부회장

[천자춘추] 경청하는 삶의 자세

최근 우리 학교 현장이 가끔은 학교 교육공동체 구성원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폭력 관련 안타까운 사안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공동체간의 소통과 배려의 중요성은 크게 강조되고 있으며, 학교 사회의 교육공동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점점 더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요즈음 가정 및 학교생활에서 가족, 친구간은 물론 선·후배 간 소통은 점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한 소통의 부재는 자칫 화합과 배려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마음의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공유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꼭 필요한 소통의 첫걸음은 ‘경청(傾聽)’하는데 있다. 경청이란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 입장에서 상대방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을 말한다. 경청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참 간단한데, 이렇게 간단한 한 단어를 실천하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관련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안들도 진정한 소통, 상대방에 대한 진실한 배려에서 출발하는 경청이 생활 문화로 정착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청을 위해 우선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소리를 듣도록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말은 최소화하고 가급적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악기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공명통’이라고 하며, 우리 인간의 공명통은 ‘마음’이며 마음을 제대로 비울 수 있을 때 상대방과의 진실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청을 통한 소통’ 그리고 ‘배려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고, ‘귀 기울여 들으면(以聽)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得心)’는 진리를 실천한다면 우리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은 한층 더 이루어질 것이다. 교육 현장에 근무하며 우리 학생들이 꿈을 키우며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교교육공동체와 함께 경청하는 삶의 자세를 잘 실천해 왔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한편으론 아직도 만족스럽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며, 다시한번 나의 생활모습을 반성해 보고 경청하는 생활 자세를 다짐도 해 본다. 아울러, 학교교육공동체 모두가 작은 가치의 경청(傾聽)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학교 문화가 더욱더 돈독하게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도연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4차 산업혁명과 양자정보통신기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양자정보통신기술(Quantum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QICT)이란 양자(Quantum)를 필요에 맞게 제어하고 활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양자란 아주 작은 영역, 즉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에너지 최소 단위로서, 고전역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몇 가지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양자역학은 중첩(Superposition), 얽힘(Entanglement), 관측붕괴(Collapse by Measurement) 등 크게 3가지 성질이 있으며, 그 외에 복사불가(No Cloning Theorem), 양자 병렬(Parallelism), 원격이동(Teleportation) 방법 등을 활용하여 양자암호통신,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 적용할 분야가 넘친다. 왜 세계 주요국가들이 QICT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는가? 첫째, 완벽한 보안통신 구현이 가능하고, ‘무조건 안전’한 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은 고유의 중첩성과 복제불가능성 등을 이용해 깨지지 않는 암호개발, 새로운 반도체, 신물질 개발 등 확장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 기술은 인터넷이나 정보전달 방법이 어떤 식으로 진화해도 도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국방, 금융, 행정, 의료망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확실한 보안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보처리속도의 비약적인 향상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에서 100만 년 걸릴 연산을 10분 내에 처리할 수 있고, 양자통신은 묶음단위 정보전송으로 현재의 광통신보다 100만 배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정부는 2014년 12월 미래부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이 공동으로‘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안)’을 수립하였고, ‘2020년 양자정보통신 글로벌 선도국가 진입’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KAIST도 양자기술센터를 설립하는 등 양자정보통신기술을 집중 육성했으나, 아직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실정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양자정보통신 기술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양자특별법)’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양자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되어, QICT의 상용화 및 원천기술 추진체계가 마련되고, 연구기반조성 및 신산업 육성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역할을 위하여 정부차원의 아낌없는 특별예산 편성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QICT 원천기술개발이 더 이상 지연된다면 세계적 수준의 한국 스마트폰이 아직도 Qualcomm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역순환구조가 되풀이되는 불가피한 수모를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강정진 동서울대학교 교수ㆍ㈔한국인터넷방송통신학회장

[천자춘추] 농자천하지대본

12월 6일 경기도 안산에서 청년 농부 성공전략-토크 콘서트에 참석했었다. 우선 청년, 농부라는 말만 들어도 이 시대의 어려움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짠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도전하는 그들의 프론티어 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 즈음에 다시 한번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생각해본다. 농업은 과연 우리의 근본일 만큼 중요한 산업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농업정책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농업을 다시 전체적으로 한번 생각해 본다. 농촌은 나날이 고령화되고 지난해 전국 청년농부(40세 미만)가 1만 1천 호로, 전체 농가가구 수의 1%(전체 가구 수의 0.06%)에 불과하다고 한다(참고로 2000년 6.7%).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농업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며, 식량안보 등의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3.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매년 쌀 생산 과잉과 재고문제로 마치 우리의 식량이 충분히 자급되고 있는 것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의 무의식중에는 농업은 생산 과잉으로 골치 아픈 산업으로 치부되고 있지 않은가 걱정이 된다. 또한 환경, 기후변화가 곡물가격을 상승시킨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많이 일어났다. 러시아의 가뭄, 건조한 땅인 호주의 홍수, 중국의 홍수와 가뭄에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태풍은 줄어들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는 농작물의 생산과, 가격 등락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산물, 식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식량(식품)은 먹지 않고 생활을 영위할 수 없으며, 오로지 수입에 의존하여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가장 원초적인 틀 위에서 농업을 재해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농산물의 가격과 품질의 기준에서만 우리 농식품이 비교 열위에 있는 것을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그들이 결국 이 땅의 식량안보를 꿋꿋하게 지켜온 사람이고, 함께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로서 농업과 농업경영인을 보아야 한다. 지금의 젊은이는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 더 많다. 그들에게 단순히 농촌을 이해 달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제 도시민과 농업경영인 간의 교류와 이해의 장을 보다 넓히기 위한 공공의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의 농업에 대한 이해와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다가오는 미래의 평화와 안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청년이 더구나 농부가 된 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며 파이팅을 보낸다. 서재형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천자춘추] 자율주행시대로 가는 길

세계는 지금 자율주행자동차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어릴 적 만화책에서 나오는 ‘생각하는 자동차’가 현실로 바짝 다가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자율주행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현실은 알려지고 있는 만큼 녹록지 않다. 운전자가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 상태를 5단계라 할 때,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유사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3단계(부분자율)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3단계의 일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단연코 안전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등 미래 첨단기술의 종합 결정체이다. 사람의 인지능력과 행동기능을 자동차가 대신하는 것이기에 당연하리라. 자율주행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기술뿐만 아니라 관제시스템 등의 자율주행 인프라와 도로운행 규제개선 및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자율주행에 따른 인간 삶의 행태 변화를 반영한 도시설계, 즉 스마트시티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사람과 기술, 제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서 정부에서는 경기도 화성에 자율주행차 모의실험 도시인 K-city를,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에서는 KT, SD 시스템과 함께 판교 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단지를 구축 중이다. 자율주행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핵심적인 사업이다.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그렇다고 마냥 머뭇거리고 있을 수 없다. 사회학 용어대로 ‘선발주자의 벌금’이 두렵다고 ‘후발주자의 이득’에 안주할 것인가.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가장 풍요롭다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원동력은 프론티어적 혁신임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투자하고 힘쓸 가치가 충분하다. 자율주행, 그것은 미래의 공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꿈으로 다가와 있다. 김용학 경기도시공사 사장

[천자춘추] 리더는 무슨

시내 여기저기 리더, 그것도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는 말이 붙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지도자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한 번도 갖지 않았다. 지도자나 영웅이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내 자식이 그런 가시밭길을 걷는 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물론 소양도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다.그러니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뛰어다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너보다 강한 사람한테 친절하고 약한 사람한테 냉정하게 대한 것은 비열하다. 잘나지 않아도 괜찮지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우니까.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건 힘들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인터넷이 설치시간이나 점심 상대를 알고 싶지 않다. 계속 따르릉 거리는 전화를 조용하게 만들지 않고, 길게 자주 통화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할 때, 그 사람을 쳐다보게 된다. 노키즈존이 생긴 건 아이들이 식당에 오는 게 싫어서가 아니다. 일에 묶여 있다, 집안일에서 빠져나와, 오랜만에 친구들과, 좀 편안하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싶으니 이 소소한 즐거움은 방해하지 말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좀 있으면 이런 어른들도 오지 말라는 카페가 생길지 않을까? 이미 텔레비전이 없고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숙소도 있으니 말이다. 몇몇 나라를 가보니 그들은 줄을 서거나 지나갈 때 다른 사람 몸에 닿지 않으려 조심했다. 어쩌다 아이가 소리 지르면, 부모가 쏜살같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며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했었다. 아이는 두 살 무렵이면, 말을 거의 알아듣는다. 8살까지는 주로 지능을, 13살까지는 생활습관을 몸에 익혀 그것을 평생 쓴다고 한다. 아이는 눈만 있고 귀는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리더로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예의 바른 태도를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그러니 자식을 리더로 키우려는 부모는 예의와 교양을 휘감아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행동에 묻어나기 마련이고, 그 행동은 머리 안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는 시민 노릇이라도 제대로 해야겠다. 끙. 이정미 경기도 보육정책과 연구위원

[천자춘추] 1만 달러 그 이상의 교훈

현지시간 밤 10시께, 우리 일행을 태운 여객기가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온 우리 일행은 대기 중이던 관광버스에 올랐고, 뜻밖에도 2대의 경찰 싸이카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에 도착하여 여행 첫날밤을 즐겁게 보냈다.다음날, 우리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는 교통신호, 중앙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찰 싸이카의 호위를 받으며 예정된 관광코스를 운행하였고, 우리 일행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기분에 작은 희열도 느꼈다.그들은 공공의 경찰이라기보다 여행안내원이 고용한 경호원으로 보였고, 일사불란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 일행은 잠시 차창 너머에 펼쳐지는 해안선, 호수, 푸른 들녘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취해 보았으나, 눈길을 돌리자 사람이 사는 곳으로 믿어지지 않는 누더기 원두막이 즐비한 빈민촌,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걸인들, 여과 없이 버려지는 생활폐수, 곳곳에 쌓인 쓰레기더미 등 빈곤과 무질서의 한계를 보아야 했다.설상가상, 악취가 쏟아지는 해변의 하수구 앞에서 환상적인 해넘이(sun.set) 광경을 즐기라는 현지안내원의 말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럭저럭 4일간의 관광 일정이 끝나가는 마지막 날 12시께, 현지 안내원은 시내의 한 식당에 우리 일행을 내려놓고는 여권 등 물건을 실은 채 관광버스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고, 우리 일행은 사실상 그 식당에 감금되었다. 한국여행사와의 연락에 실패한 일행의 대표들은 해외공관 등에 신고하여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필요하면 숙소를 알아봐 주겠다는 정도의 도움 이상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한국 여행사로부터 경비를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관광객을 볼모로 삼은 현지 안내원은 우리 일행으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강취한 후에야, 어딘가에 숨겨 두었던 관광버스와 호위경찰을 보내 우리 일행을 공항으로 안내하는 호의(?)를 베풀었고, 5시간 넘도록 불안에 떨던 우리 일행은 무사히 귀국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백주대낮에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일어난 드라마 같은 사건이었다. 그들 중 호위경찰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었고, 그들 일당은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목적을 이루었고, 우리 일행은 그렇게 당하고 말았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 해외로 나간 우리나라 여행자 수가 연인원 약 2천238만 명에 이른다 하니,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았으리라. 해외여행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권고한다. 신뢰할 수 있는 여행사를 선정하고, 보험과 계약조건을 잘 살피고, 여권은 반드시 몸에 지니고, 지나치게 저렴한 여행비견적에 현혹되지 말고, 여행정보를 잘 활용하시기를. 황당했던 이 사연이 1만 달러 그 이상의 갚진 교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규일 법무사·전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 액티브 시니어의 인생 2막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나 은퇴에 쫓기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52~64세)를 일컫는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70대까지 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따라서‘50+인생 2막’을‘60+인생(61~79세) 2막’으로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 이들 중 은퇴 후의 준비를 잘했거나, 직장의 좋은 제도로 연금이 풍족한 사람들은 예외이지만, 대부분은 100세를 사는 시대에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인 소외계층에게 100세 시대는 걱정만 가득한 미래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2017년 6월 현재 우리나라 61~79세의 노인인구는 534만여 명을 헤아린다. 문제는 노인 빈곤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인 49.6%(2016년)이다. 따라서 노인 2명 중 1명이 경제력이 부족한 소외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나, 노후가 준비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사회활동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저출산 고령시대의 노인복지야말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 정책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노인복지정책은 한정된 예산에 의한 기초 생활 보장과 건강의료 정책만으로는 행복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이 보장될 수 없다.노인 스스로가 정부에서 베푸는 시혜 복지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구 노력으로 생산 복지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복지에 매달리지 말고, 그들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한 사회 공헌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맞춤형 교육으로 ‘보람일자리 사업’을 개발하여 운영을 활성화함으로써 인생 2막을 대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 그래 왔듯 한국 사회의 영원한 중추였던 그들이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동안의 퍼주는 복지 개념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는 자립 복지로의 전환을 통해 빈곤노인 소외계층을 위한 새로운 복지 개념의 도입으로 100세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무영 천사운동본부중앙회 본부장

[천자춘추] 알아차림

조상윤 우연히 TV를 보다가 동서양의 젊은이들이 짝을 찾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남자배우가 영국을 방문하여 배우자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내용이었는데, 청춘남녀가 오감을 이용하여 배우자를 찾는 과정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인간의 감각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눈을 감고, 상대의 체취를 맡거나 대화를 통해 청각으로 전해지는 호감도를 알아차리며 상대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잡는 등의 과정을 통해 시각적인 것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던 것에서 온몸의 오감을 활용하여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배우자를 찾도록 하는 알아차림 명상이 핵심 내용이었다. 영국에 이어 중국의 젊은이들이 배우자를 택하는 방식의 단면도 보여주었다. 돈 많은 남성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여성을 의뢰하고 3명의 결혼전문가가 배우자 후보 여성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돈 많은 남성은 배우자의 조건으로 휴대폰으로 종아리가 가려지고, 복부는 A4용지로 가려지는 인형몸매의 여성을 원했는걸 보고 황당했지만 기어이 3명의 여성을 찾아 맞선을 보게 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물질만능주의가 이미 오래전 동양사회에 만연해 있었지만, 명상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서양에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아차림 명상을 배우기 전 나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것이 두려웠다. 어린시절 시골 한약방에서 커다란 대침으로 고통받았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고착화 되어버린 탓이다. 40대 중반에 알아차림 명상을 배우고 실습은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는 과정을 통해 해보았다. 어깨와 팔목의 통증으로 한의원에 방문했으며,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침을 맞을 것이고, 침을 맞을 때 약간 따끔거리겠지만 죽을 정도로 아프진 않을 것이다. 잠시 동안 그저 들리는 것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고, 자각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 소리의 흐름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의 얘기 소리, 수레바퀴 끄는 소리,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 자동차 소리 그리고 다양한 한약 재료들의 냄새와 쑥뜸 냄새 등이 강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을 뜨고 있는 것만큼 자세하게 행동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고, 통증 또한 개미가 무는 정도 밖에 되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일상생활에 이렇게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힘든 감정이 일어나거나 변화가 느껴질 때, 눈을 감고 조용히 현재를 알아차림 해보는 것이다. 주변 환경과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 원인, 그로 인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알아차리는 것은 치유의 시작이다. 현재 순간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상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게 된다. 괴로움이나 슬픔은 우리가 과거나 미래에 가 있을 때만 일어난다. 지금 괴로운 일이 있다면 눈을 감고 호흡을 하며 알아차림 해보자. 그동안 내가 알던 것들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조상윤 국제사이버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유감

김유성 경기도교육청이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정책 연구’라는 공청회를 연 것을 둘러싸고 학교 현장이 시끄럽다. 주요 취지는 일정 시간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를 수료한 교사들에게 학교장으로 승진시키겠다는 것이다. 학교장 승진 방식을 다양화하자는 취지로 교육부의 위탁 연구로 시행한 것이라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현행 승진 체계를 뿌리째 흔들어 놓아 학교 현장에 많은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 제안 배경과 발상을 볼 때 기존의 학교장들을 불신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현행 무자격 학교장 공모제가 특정 단체 출신 위주로 편향 임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아카데미’를 통한 학교장 임용방식이 특정인들을 염두에 두고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여 새로운 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우리 교육은 과포장된 편향적 성향의 정치인과 교수들에 의해 정치 이념화돼 버렸다. 정치적 중립이어야 할 초·중등 교육이 선거라는 이름으로 편향성을 가진 지 오래됐다.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반대 청원이 일어나고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관철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장은 학교의 관리자일 뿐만 아니라 경영자다. 학교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다양한 경력과 연구실적, 봉사와 헌신이 필요하고 오랜 교사 경력과 우수한 근무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교장은 일반 교사들의 표본이 되는 모범 선배 교원이 되는 것이 순리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인사 평가의 자격 요건을 갖춘 중견 교원(주로 교감)들 중에서 선발하여 면밀한 검증 과정을 거친 후 그 책무의 중대성을 존중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장은 어느 누구보다 학교 교육과 발전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는 것처럼 학교 교육은 학교장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 이러함에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특정 연수를 통해 일반 젊은 교사 중에서 특정인을 선발해 학교장으로 임용하려고 하는 의도는 무리한 발상이다. 이는 일반 경찰관이나 군인들을 양성 연수를 통해 경찰서장이나 연대장ㆍ사단장으로 임용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갑자기 젊은 교사가 학교장이 됐을 때 학교 구성원들에게 주는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학교 현장에서 교직을 수행하며 숱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틈틈이 현장교육 개선 연구 활동에 노력한 교사들과 열악한 농ㆍ산ㆍ어촌의 학교에서 교육 열정과 헌신으로 봉사한 교사들에게 큰 좌절감을 줄 것이다. 공교육 승진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교육 혁신과는 거리가 먼 반 혁신의 정책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김유성 죽전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평가에 파묻힌 사회

박은영 2주 전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관심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뿐 아니라 요즘 우리 사회는 평가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시험 본다”는 평가 속에 있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평가, 그리고 직장에서는 직원 업무 평가와 서비스 평가, 각급 기관은 부서평가, 기관평가, 대학평가 등등. 우리가 사용하는 평가라는 단어의 사전적 뜻은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evaluation 과 assessment의 의미는 다른데, 우리 사회에서는 혼재되고 그 의미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교육학자 Bob Adamson의 설명에 따르면 평가(evaluation)는 총체적인 결과평가의 의미가 크고, 평가(assessment)는 과정에서 진단을 위한 조사 성격의 평가로 시험(test)의 의미보다 조금 큰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사전평가라 할 수 있다. 이 두 평가는 의미와 적용에서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알아보는 assessment 의 시험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수준을 evaluation 하는 서열화 도구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그러면 대학평가, 의료기관 평가는 어떤 의미일까? 각 대학은 교육부, 일간지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의료기관 역시 복지부와 일간지, 민간단체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평가의 결과가 대학과 의료기관의 서열화로 보도되고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정도와 국민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목적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기관의 질적 향상 및 적정수준을 assessment 하여 국민의 건강과 교육의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딱 그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 과도한 평가는 기관에 속한 구성원들의 피로를 가중시켜 우리사회를 피로사회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두통이 시작되는 이유이다. 평가에 메여 있으니까.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천자춘추]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

박종아 지난 11월 21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따복기숙사’에서 “혼자 말고 같이”라는 기치 아래 경기도 따복기숙사 입사생 협동조합인 ‘따복청년협동조합’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다. 125명이 참여하여 만든 창립총회에서 20대 청년 발기인대표에게서 의미 있는 연설을 들었다. 우리가 경기도 각지에서 와서 수원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거주하게 되었으며 각자의 가치관이 틀리고 생각이 틀리지만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같이하게 되었다면서 우리 안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서로 공존하는 기숙사 그리고 협동조합이 되었으면 한다는 20대 청년의 연설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적 또는 지역적 양극화를 넘어서 이념적 정치적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하나의 사회적 공동체가 균형점을 잃고 경제적 구조와 가치관이 양극화된다는 것은 존치의 임계점을 경험 할 수도 있는 매우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한국사회는 유럽처럼 몇 백 년에 걸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겪은 것이 아니라 반세기 만에 급속한 고도성장에 따른 시민사회의 성장과 제도가 조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역적 불균형, 공간적 불균형, 가치관의 극단적 대립, 정치적 파벌의 극단적 대립을 겪어왔다. 한국사회는 이처럼 너무 뜨겁던지 너무 차갑던지 하였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해야 했고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금전적으로 계산하였고 공동체의 미덕이나 암묵적 인간관계는 경제적 합리주의 또는 정치적 파당으로 대체되어갔다. 도시는 과거를 기억할 만한 것들을 남김없이 부수고 아파트와 도로, 빌딩으로 채워나갔다. 어제를 기억할만한 공동체의 향수, 고향의 흔적들은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고 생존과 유행에 민감한 시민들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전국적인 민주화 투쟁기를 거치면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시민사회 태동기가 시작된다. 경제정의, 환경, 참여, 시민윤리, 인권, 여성 등 소위 봉건적 잔재와 경제지상주의의 과두에서 비어 있던 진정한 공동체적 시민 민주주의의 맹아들이 복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의 양극단에서 민주주의 실체였던 시민, 인권, 주권, 환경, 참여 등 근대민주주의의 핵심가치들의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의 과제는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복원하는 시민 민주주의를 어떻게 안착할 것인가에 있다. 청년의 말에 귀 기울이자. 박종아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천자춘추] 화령전과 탄신다례

강성금 진전(眞殿)은 조선시대 임금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모셔놓은 전각으로 궁궐 밖에는 종묘(宗廟)가 있고 궁 안에는 선원전(璿源殿)과 영희전(永禧殿)이 있었다. 영희전은 조선시대 여섯 임금의 어진(태조·세조·원종·숙종·영조·순조)을 봉안한 전각으로 지금의 서울특별시 중구 저동에 해당되는 훈도방(薰陶坊)에 있었으나 원래는 세조의 장녀 의숙공주의 생가였으며 중종 원년에 폐위된 단경왕후 신씨의 거처였다. 1619년(광해군 11년)에 태조와 세조의 어진을 모시며 남별전(南別殿)이라 불렀다가 1690년(숙종 16년)에 영희전(永禧殿)으로 이름을 고쳤다. 이러한 영희전에 임금들은 매해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제를 거행했다. 선원전은 1985년 보물 제817호 지정된 창덕궁 구 선원전(현재 궁내에 소장된 주요 유물들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고 있음)으로 숙종·영조·정조·순조·익종·헌종의 어진이 봉안되었으며 왕은, 삭망에 친히 분향·배례하며 각 임금의 탄신일에는 다례(茶禮)를 지낸 전각이다. 임금의 탄신일에 다례를 거행한 ‘선원전 다례(璿源殿茶禮)’에는 이안(移安)절차, 환안(還安)절차, 고유다례(告由茶禮)절차, 작헌례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고유다례절차는 홀기(笏記)로, 작헌례 절차는 ‘선원전다례 섭행홀기(攝行笏記)’로 의례진행을 기록했다. 화령전은 순조 원년(1801)에 완공하여 정조 어진을 봉안하고 1804년에 ‘화령전응행절목(華寧殿應行節目)’을 개정하였는데 이때 화령전 의식은 선원전과 영희전의 예(例)에 따라 마련하였다. 화령전 정기제향은 정조대왕 탄신제향과 납향제로 순조 34년 재위기간에 10회의 친제와 헌종 2회, 철종 3회, 고종 2회로 모두 17회의 친제(親祭)가 이루어진 곳이다. 현재 서울의 영희전이나 선원전은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그러나 수원화성 화령전은 1963년에 사적 제 115호로 지정되었으며 조선 순조 즉위년부터 지금까지 216년 동안 고스란히 지켜지고 있다. 수원화성행궁 관람객은 월 평균 5만 명이고 일일 평균 1천7백명이 들고난다고 한다. 화령전에는 선원전의 예에 따라 삭망은 물론 정조대왕 탄신일에 탄신다례가 정착되어야 마땅하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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