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문화와 정치

늦은 음주자리 후 귀가에 안주인 한 말씀, “이제 나도 새벽까지 친구들과 놀고 올까요?”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나는 당혹스러웠다. 머리로만 민주주의를 말했던 탓이리라. 술 마신 저녁이면 벌어지는 이 모습에서 나는 ‘문화와 정치’를 가정에서 발견한다. 문화와 정치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정치란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한다. 문화는 인간적 가치를 구현하는 음악, 문학, 미술, 조각, 연극, 영화 등의 문화예술작업과 그 활동들, 인류학적 관점에서 포괄적 ‘삶의 방식’ 전부, 문명의 발전을 포함한 개인과 집단의 발전 과정 등이다. 정의만 보면 문화와 정치는 별개다. 문화, 예술인이 정치관련 의견을 공개, 표출하거나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별히 과거 일제강점기 때, 1980년대 군부와 노조관련 항의저항의 강한 정치적 성격을 보여주는 경우는 있었다. 요즘은 대중매체, 개별 통신수단의 발달, 사생활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사회문제가 바로 현실정치와 연결된다. 생활이 곧 정치다. 얼마 전 돌아가신 위안부 동원 피해자 고 안점순 할머님의 49재 추모제가 지난 5월13일 팔달구 행궁로 사찰에서 있었다. 가족, 수원시민과 관계자들 100여 명이 함께 명복을 빌었다. 추모제를 통한 위안부 동원 피해자들의 아픔과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사죄를 받아야 하는 역사적 당위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느꼈을 것이다. 혹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역사적 맥락을 통해 모인 바람은 민심이 되고, 민심이 정책에 반영되어 정치가 된다. 정치는 다시 시민을 만난다. 정치와 문화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문화활동은 의미를 생산하고 의미는 값어치만큼 삶과 생활에 영향을 준다. 영향받은 생활은 정치가 되어 역동적인 문화를 재생산한다. 건강한 선순환적 문화와 정치의 순환 생태계는 문화시민을 양성하며 문화시민은 민주주의를 완성해 간다. 그 반대의 경우에 발생하는 심각한 폐해는 이미 촛불을 밝히며 경험했다. 어느새 훌쩍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과 바쁜 연대활동을 했음에도 비민주적으로 대우받아온 나의 안주인과 함께 이제 선순환적 민주주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겠다. 비록 여전히 새벽녘이면 술 때문에 종종 벌어질 ‘문화와 정치’의 힘싸움이 벌어질 테지만. 이득현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천자춘추] 나도 안전한 계란프라이가 먹고 싶다

베이비 붐 세대인 우리의 학창시절엔 계란프라이 한 개가 떡하니 올라 있는 도시락을 가져오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계란을 못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땀 흘리신 축산 관계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얼마 전 산란계 농가에 간 적이 있는데, 계란 1개에 90원도 안 돼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고 울상이었다. 작년 살충제 계란 사건 이후 동네 마트에서 8천원에서 만원하던 계란 1판(30개) 가격이 최근에는 2천원에서 4천원 정도만 주면 산다고 한다. 유통비용을 고려해 볼 때 이 정도면 생산자의 수취가는 형편없을 것이다. 지난해 8월 계란에 닭 진드기 박멸용 살충제인 피프로닐과 비페트린 등의 성분이 검출된, 소위 ‘살충제 계란사태’ 로 소비자의 우려와 축산 농가들의 파산 위기가 있었다. 냉장고에 있던 계란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우리 집 딸들이 분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신문·방송을 비롯한 매체를 통해서 우리 소비자들에게 수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소비자들은 계란에 찍혀있는 생산자 표기를 확인해서 문제의 계란인지 확인을 해야만 다소나마 안심하고 계란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문제가 된 농가의 계란 유통금지 및 폐기 등의 조치로 파산 위기에 몰린 농가가 여기저기 발생했다. 엄마들은 애들이 좋아하는 계란프라이를 몇 개라도 매일매일 해주고 싶다. 비싸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완전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전하지 않다면 애들 건강을 위해 손이 가지 않는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계란을 생산하는 일부 농가들은 진드기 등 질병으로 소중하게 키우던 닭이 죽어나가고 소득이 줄어드는데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냐고 한다. 축사를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려면 수억에서 수십억 원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바꾸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넉넉한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소비자·생산자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는 안전한 밥상을 통해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고 싶고, 생산자는 많은 계란의 생산·판매를 통해서 소득을 올리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농촌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안전을 담보 받지 못하는 농ㆍ축산물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이해해 달라고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설득하기가 어렵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한 생산의 의미가 없다는 사실, 이것을 깊이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나 관련 전문가, 그리고 사회적 파장을 끼칠 수 있는 언론도 정확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노력을 함으로써 앞으로는 오해로 인한 소비자·생산자 손실은 없었으면 한다. 오늘 점심은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프라이 두 개만 먹었으면 좋겠다. 이수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장

[천자춘추] 남북 동질성 회복의 물꼬를 트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분주해졌다. 북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젊은이들은 벌써 통일 한국을 꿈꾸며, 평양에 가서 옥류관 냉면을 맛보고, 북한을 통해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기차여행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에 얼떨떨하며, 그런 꿈같은 일이 이렇게 쉽게 다가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기도 한다. 한걸음 다가온 한반도 종전과 평화 시대에 상호 갈등의 구도를 버리고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제일 먼저 70년을 이어온 분단의 아픈 역사를 통해 굳어진 남과 북의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 및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한의학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재개하는 것은 어떨까?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문화와 생활에 기반을 둔 의학으로, 분단 이후 첨예한 정치적 이념적 대립 속에서도 남과 북 모두 그 정통성을 유지하며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온 분야다. 그동안 남북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총 12회에 걸쳐 학술 교류와 물품(구급차 및 심전도, 약탕기 등 의료기기 및 약재) 지원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2004년 남과 북의 민족의학(한의학-고려의학)간 교류협력사업 협의를 위해 대한한의사협회 방북단이 평양의 고려의학과학원(1961년 평양 문수거리에 설립된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결합한 북한의 대표적인 의학 연구 및 치료, 전문가 양성기관)을 방문해 북한에 지원한 의료기기 등의 사용현황을 점검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2007년에도 남북 간 민족의학 제도와 정책, 임상과 관련한 정례적인 학술토론회를 개최했으며, 당시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대통령 한의 주치의 등과 고려의학과학원을 방문해 민족의학 발전에 서로 힘을 모으자는 북측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관계 경색기에 중단됐던 남북 한의학 교류의 재개를 통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선도적인 물꼬를 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위해 한의계가 남북 간 공동 연구를 위한 ‘남북 민족의학 협력센터’ 건립, 한약재 공동 재배 및 수출입 협력, 한약 자원 공동 개발사업 추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민족의학 활용한 의료봉사활동 합동 전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대회에 공동 한의진료진 파견 등 ‘남북 간 전통의학 교류협력 위한 5대 사항’을 북측에 공식 제안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한의약은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 공동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천자춘추] 매미소리와 통계교실

꽃샘추위를 밀어냈더니 벌써 여름의 문턱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관악산 자락은 푸르다 못해 농익어 버렸고 어디선가 매미가 날아와 한바탕 울어댈 것만 같다. 요즘 학생들은 매미소리에 별 감흥이 없겠지만 한 교실에서 오륙십 명씩 앉아 공부했던 그 시절은 달랐다. 변변한 선풍기 하나 없었던 한여름 교실, 그곳을 찾는 사람은 선생님과 매미소리 뿐이었다. 더위에 지쳐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선생님은 재미난 이야기로 잠을 깨웠다. 창밖에 자리 잡은 매미도 시원한 울음소리로 거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매미소리는 경포대로 부는 바람을 닮았다. 경포대 풍경이 변했듯 세상도 변했다. 1980년을 기점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콩나물 교실이란 말은 사라졌고 기온이 오르면 학생들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달라고 한단다. 방과 후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청소년 통계’를 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0.5%이고, 과목별로는 수학이 46.3%로 제일 높았다. 입시제도의 영향도 있지만, 미래세대는 통계를 포함한 수학적 사고능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통계청은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학생들의 통계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통계패키지 ‘통그라미’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서비스하고 있다. 지역 통계사무소에서는 청소년들의 진로선택을 도우려 통계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교실 밖에 또 다른 통계교실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경인지방통계청은 전국 최초로 ‘통계체험 나래센터’를 이달 말 개소한다. 인천사무소에 자리 잡을 ‘통계체험 나래센터’는 지역 청소년들의 통계 활용능력 향상과 통계를 주제로 한 진로체험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더 나아가 지역 맞춤형 통계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런 학습공간 하나가 청소년들이 가진 통계에 대한 갈증을 모두 풀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 시절 매미소리처럼 청소년들에게 시원한 꿈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다문화라는 용어에 대한 성찰

다문화 교육에 대한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다문화’라는 말을 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인가. 청중들은 대체로 교사, 학생, 시민, 공무원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인데, 그들의 대답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집약된다. 외국인, 동남아시아인, 조선족, 국제결혼,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 범죄, 더러움, 가난 등등… 이처럼 우리에게 다문화라는 말이 환기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에 다문화 현상을 야기한 사람들과 그들에 관한 부정적 특성에 집중된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반 단일민족적 순혈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유행병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본래 다문화라는 말은 한 사회 속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상호 소통을 이루는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오늘날 그 본래의 고유한 의미가 변질되어 ‘우리 사회를 다문화화 하는 사람들’로 고착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을 ‘다문화 아동’, ‘다문화 학생’, ‘다문화인’이라는 잘못된 용어로 서슴없이 지칭한다. 어찌 보면 정부나 공식기관에서조차 이러한 잘못을 주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정부는 ‘다문화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한다고 하고, 교육부에서도 ‘다문화 학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 내놓고 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왜냐하면 ‘다문화인’이나 ‘다문화 학생’처럼 다문화라는 말을 어느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붙이는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며, 이러한 용어 자체가 이미 배타적인 편견 혹은 차별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 속에 이미 대상을 규정하는 가치관이 깃들어 있다. 특히 그렇게 지칭되는 사람들 대다수가, 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이 될 다문화가정 학생이 그렇게 지칭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구분 짓기나 편 가르기와 같은 차별적인 의미가 깃든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다문화 관련 용어 사용에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용어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천자춘추] 진로·직업선택의 징검다리, 특성화고

직업은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필수 요소다. 2018년 경기도내 일반고 364개교 12만249명의 3학년 학생 중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한 학생 수는 4천664명이며, 최근 5년간 직업교육에 참여를 희망한 일반고 학생은 해마다 인원이 늘고 있다. 이런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초ㆍ중등교육은 학생들에게 진로 결정과 직업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직업 체험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제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직업세계와 교육과정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학생들은 흥미, 적성, 능력,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제대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부터 중학교 과정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에게 진로와 직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직업 체험과 경험을 통해 진로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진로체험과 직업 선택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성화고는 진로 체험을 통해 직업에 대해 경험하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직업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선순환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17개 계열로 세분화하여 실제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 강화에 적합하도록 국가직무능력(NCS)을 교육과정에 도입하였다. 또한 다양한 수업형태를 통한 내실화, 고교학점제, 과정평가형자격인증제도 등을 통해 ‘알기만 하는 교육’에서 ‘할 줄 아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직무능력을 신장시키고 있다. 지역산업인력 수요분석을 통해 지역사회에 맞는 학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인근 지역의 특성화고에서 실무중심 교육을 경험한다면 나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직업을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청에서 단위학교 시설을 활용한 ‘지역별 징검다리 진로체험 거점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지자체와 연계하여 유휴교실을 활용한 ‘진로체험 교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수원시에서는 특성화고 신입생 진로캠프를 지원하여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매우 반가운 일이며 교육부 차원에서도 진로와 직업 선택의 징검다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장

[천자춘추] 운전자 전방주시 태만 위험성

지난 3월30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국도상에서 화물차 운전자가 라디오를 조작하다 도로 위에서 유기견을 구조하는 119차량을 추돌하여 소방관 3명이 사망했다. 운전자의 전방주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운전자가 교통정보와 사물을 인지하는 것은 대부분 눈을 통해 이루어진다. 운전자가 조금만 시선을 빼앗겨도 전방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운전자는 잠깐의 순간에도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며 바른 운전습관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는 졸음운전이나 과속이 교통사고 발생원인의 1위였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운전자가 운전 중 주의력을 방해받는 사례가 너무나 많아지면서 전방주시태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운전 중 걸려 온 전화를 받거나 걸기 위해 조작하는 행위 △무의식 중 졸음운전 △옷의 주머니 등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는 행위 △차량의 라디오를 켜거나 채널 등을 조정하는 행위, 그 외도 음식물 섭취, 흡연하는 행위 등이 있다. 운전자의 전방주시태만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및 DMB 시청으로 인해 전방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시간이,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혈중 알코올 농도 허용치 0.05% 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으로 중상 이상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 2015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전체 사망자 중, 67%가 전방주시태만, 운전자 부주의 등으로 나타났다.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휴대전화는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하여 자동차와 연결시켜 사용하고 둘째, 졸음운전을 예방하려면 과로운전을 피하며 차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 운전자가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한다. 셋째, 운전석 주위에 운전자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불필요한 물건을 놓지 않으며, 넷째, 라디오 조작 등은 반드시 차량을 안전한 곳에 세우고 조작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운전자가 스스로 전방주시태만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습관을 되돌아보고 운전 중 불필요한 행동부터 바꿔 나간다면 자신과 타인이 교통사고부터 보호받는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 설마 사고가 나겠어?’ 라는 안일한 자만심이 있는 한 전방주시태만의 교통사고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짧은 찰나의 순간에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의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 간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영철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차장

[천자춘추] 도시재생사업, 성공의 열쇠는 시민

도시의 틀과 형태를 유지하면서 일부 시설을 정비하고,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 사업이 경기도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서 8곳이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정부로부터 500억 원을 배정받음으로써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도시재생의 개념은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먼저 등장했는데, 구도심과 같이 경제·사회·물리적으로 도시의 일부가 쇠퇴했을 때, 해당 지역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도시 전체의 활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서울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뉴타운 사업은 특정 지역의 인프라부터 재정비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사업비용이 매우 많이 소요되고 사업 주체인 토지 등 소유자들이 사업의 절차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 뉴타운 사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별 토지 등 수요주의 부담이 늘어나 뉴타운 사업에 필요한 주민 동의를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편 토지 등 소유주들이 확실한 주체로 인식되는 뉴타운 사업에 비해 도시재생 사업은 국고와 도비, 시비 등이 투입되기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시범적으로 진행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200억이나 되는 돈을 썼다는데, 도시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제대로 못 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반영한다. 그러나 수백억 규모로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이 수조 원 규모의 뉴타운 사업처럼 도시의 모습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뉴타운 사업은 기존의 건물들을 싹 쓸어버리고 새로 올리는 데 반해서, 도시재생 사업은 기존의 건물들을 대부분 그대로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의 일부에 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거나 공동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비물질적인 측면까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기는 더욱 어렵다.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뉴타운 사업의 경우 많은 토지 등 소유주들이 땅을 내놓고 분담금을 부담하기로 합의하면 사업이 진행되지만,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시민들이 땅이나 돈을 내놓을 일은 그다지 없다. 그렇다면 도시재생 사업에서 시민들은 방관자이거나 비판자의 입장만 견지하면 될까? 물론 그럴 경우 일부 지자체 중심의 사업이 진행은 되겠지만, 그에 대한 시민 만족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만약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을 가르는 기준이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 큰 삶의 만족도를 느끼는 것이라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땅 대신 아이디어를, 돈 대신 시간을 투자할 때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이 보이지 않을까.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천자춘추] 행사장 옷걸이와 가방금고

호텔이나 컨벤션에서 열리는 조찬모임, 강연회에 가면 홀 한편에 옷걸이가 있어서 웃옷이나 코트를 걸어두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남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옷걸이는 주최 측이 마련한 최상의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고 이처럼 배려 깊은 준비한 콘퍼런스에 온 것이 자랑스러워 가슴 뿌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행사장 한켠에 가로세로 50cm 정도의 개인 금고를 행사장 규모에 따라 20~50개 정도 설치했으면 한다. 행사에 참가하는 여성 모두는 귀중품이 들어 있고 그 자체가 명품이고 귀중품인 핸드백을 둘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행사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옆 사람에게 맡기기도 부담스러운 소중한 가방을 개인 금고에 넣고 비밀번호로 잠그거나 나만의 열쇠를 준다면 참으로 깔끔하고 기분이 좋을 것이다. 호텔 방안 개인 금고처럼 행사장에도 귀중품을 넣고 나만의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 캐비닛이 있다면 이용자의 마음이 행복할 것이고 그 시설이나 호텔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여러 날치과를다니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 개업한 이 치과의 대기실 한편에는 개인 옷장이 있다. 외투와 가방, 핸드폰을 넣고 잠근 후에 키를내 손에 쥐고진료를 받으러 가니 마음이 아주 깔끔하다. 젊은 닥터의 치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연초에 불길 속 버스기사를 구해낸 간호사님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는 기사와 사진을 보았다.보도사진을보니 자신의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받은 상을들고 행사장에서기념사진을 찍었다.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옷장 아이디어를 올려본다. 혹시 이분이 국무총리로부터 상을 받을 때에도 핸드백을 메고 있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행사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주최 측이 준비하는 작은 정성이 참석자와 고객에게는 큰 감동으로 승화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경기 테크노파크의 행사장, 회의실, 입주기업의 공공시설에 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새로운 희망 가족농업

5월은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1, 2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55%(2017년 기준)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가족의 의미가 핵가족에서 탈가족화, 가족해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혼밥혼술은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 가족 중심의 노동력 충당에서 농촌은 고령화와 가구당 인구의 감소로, 기계화와 외부로부터의 인력 수급이 필요한 구조로 본격적인 산업화의 틀로 바뀌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가족 중심의 농업은 점점 사라지고, 산업화된 대량의 생산체계가 중심이 된 정책이 추진됐다. 이로 인해 가족경영 중심의 중ㆍ소 농가는 점점 더 생존하기가 힘들어졌으며, 농업의 미래의 불투명해짐과 함께 농업의 황폐화에 이르고 있다. 이로써 생기는 문제로, 대량소비가 전제되는 작목에 집중하고 생산 작물의 종류는 단순화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농법이 수확량을 증대하기 위한 품종개량(GMO), 화학 농법(농약비료)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의 자원투여 농법으로 발전되어, 토종의 소멸, 땅의 황폐화, 수자원 고갈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킨다. 이런 대규모의 기업농이 확대되며 지속가능한 농업에서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유엔은 기후변화 및 식량부족,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소규모의 가족농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14년을 ‘세계 가족 농업의 해’로 지정했다. 기존의 농업은 대량의 자원을 투여하는 개간 개척, 다수확을 위한 과다한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였다.그러나 소규모 가족농업은 기후에 적합한 작목을 선택하고, 주변 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환경파괴를 피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농업의 전형으로 보았다.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와 다양한 식량의 부족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 하였다. 우리나라도 친환경 농법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의 하나로 보고 있지만 그 추진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더 많은 비용지불에 있어서는 아직도 인색한 편이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해 더 많은 노동력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므로, 소규모 농가에 적합한 다양한 농기구와 더욱 친환경에 적합한 종자의 발굴, 비료와 병충해를 극복하는 다양한 농법의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소규모 농업경영인을 위한 로컬푸드 매장의 확보, 도시와 농촌의 자매결연 등 도ㆍ농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지역단위의 직거래 유통채널을 더욱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소비자는 농산물 생산에 참여하고 수확하여 가져감으로써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물을 확보할 수 있고, 생산자는 맞춤형 생산을 통해 판로 확보에 대한 고민도 해결할 수 있는 ‘공유농업’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도시민과 농업인이 또 하나의 새로운 하나의 가족으로 탄생하리라 기대해 본다. 서재형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천자춘추] 침묵하지 않을 의무

‘널 강하게 키우려고’ 수영을 좋아하지만 늘 4등에 머무는 준호를 때리며 코치가 말한다. 2015년에 상영한 영화 ‘4등’은 교육을 위해 매를 정당화하는 코치와, 체벌을 해서라도 1등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엄마의 비뚤어진 모정을 고발한다. 훈육차원의 체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던 체벌은 21세기인 요즘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해지는 체벌이라도 폭력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현행 헌법에서도 선언하고 있듯이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아동도 예외일 수 없다. 부모의 친권과 양육권이 아동의 인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은 더욱 자명하다. 둘째, 흔히 ‘사랑의 매’라고 정당화하며 가해지는 체벌은 은연중 아이들에게 ‘목적만 정당하다면 때로는 폭력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주며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매를 맞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 폭력을 정당화하며, ‘합당한 목적’만 있으면 언제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난다. 셋째, 체벌은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데다가 아이의 정신 상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팀에서 아동학대 피해 아동과 피해를 당하지 않은 아동의 대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학대 아동의 대뇌는 전두엽과 해마 영역 간 연결이 손상되어 장기적으로 불안과 공포감 조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과연 친권과 양육권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체벌을 국가가 제한할 수 있는가?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저)에서는 ‘정상가족’이라는 가족주의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를 과보호 혹은 방임하거나 소유물로 대하면서 아동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스웨덴에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던 가정의 영역 내라도 국가가 적극 개입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가정 내 아동 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2000년 ‘아동복지법’을 전면 개정, 국가의 개입 근거를 마련하였고, 경찰은 2016년 전국에 학대전담경찰관(APO)을 발족하고 유관기관과 함께 아동학대의 예방과 수사 연계, 사후관리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을 가정 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려면 단순히 법체계 및 기관들의 역할 외에도 ‘온 마을의 눈과 입’이 필요하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신고 유도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우리아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이유이다. 아픈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침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래사회의 주역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의무가 아닐까? 한 영화의 대사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도,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라면 말이다. 윤성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천자춘추] 정책 변화를 예산에 반영해야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정책 방향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실현’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 기존 정책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았던 여성에게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남녀 모두의 참여를 강조하게 됐다. 최근 미투운동을 계기로 젠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구성원의 성평등 의식과 성평등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동일한 맥락이다. 경기도는 타 광역자치단체가 부러워할 만큼 일찍부터 여성정책을 선도해 왔다. 여성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행정기구의 지위와 규모, 법적 자원인 조례 등의 추진체계가 안정되어 있고, 성인지 정책 역량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앞으로는 안정적인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실질적인 예산 운용 전략을 모색하였으면 한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 여성가족국 예산 중에서 실질적으로 성평등 정책에 투자되는 예산은 3.9%이고 대부분의 예산은 보육사업이다. 3.9%에 불과한 성평등 예산의 쓰임도 건강과 복지증진(37.8%), 일ㆍ가정양립 및 가족지원(22.8%), 여성인력개발 및 경제활동지원(20.3%)의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성평등문화확산, 여성인권 및 안전, 참여 확대를 위한 예산의 구성비는 낮다. 2016년 정부의 양성평등기본계획 시행 이후에도 그 양상은 동일하다. 2016년 경기도 중기재정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일ㆍ가정양립 및 가족지원(41.3%), 여성건강과 복지증진 (36.6%)에 예산투자가 집중되어 있다. 2016년 경기도의 양성평등기본계획 이행사업도 일ㆍ가정양립 및 가족지원(34.1%), 여성인력개발 및 경제활동지원(53.2%), 여성건강과 복지 증진(10.8%) 중심이다. 즉, 정책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실질적인 예산 변화를 구체적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평등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 사용가능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분야의 예산을 확대하면서도, 기존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다방면에 지원되어 왔던 성평등 기금을 성평등문화 확산 또는 참여 분야로만 집중하여 운용하거나, 도민의 관심이 높은 인권 및 안전을 위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증액하는 방안, 성인지 예산 제도를 내실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예산운용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임혜경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틴틴우체국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 필자가 젊었을 적에는 ‘하이틴스타’라는 말이 더 보편적이었다. ‘하이틴스타’라는 말은 젊고 장래가 유망한 젊은 연예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이틴’이라는 말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역동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의 그 단어에는 ‘왕년’이라는 말이 앞에 붙을 만큼 과거의 단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등장한 ‘하이틴(HIGHTEEN)’이라는 가수 그룹이 반갑기만 하다. 4차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가운데 미리 세대에게 어떤 세상이 열릴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경인청에서는 지난 4월16일 ‘틴틴우체국’을 수원우체국 내에 개소했으며, 경기·인천지역 여러 곳에 순회 개소하여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틴틴우체국은 청소년들이 VR, 3D, 코딩로봇, 드론 등 4차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기들을 이해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개소식 현장에 직접 참여했던 필자에게는 공식적인 개소식을 하기도 전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신기술을 거리낌 없이 즐기던 어린이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무엇을 알고서 저다지도 신이 날까?’라는 의문보다는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저렇게 쉽게 최첨단 기기를 조작하는 모습이 부러운 한편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은 거두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틴틴우체국은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는 닫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우체국을 방문하는 고객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1년 후에 배달되는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느린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어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우체국만의 특색 있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자 하였다. 우체국은 역참·파발과 같은 근대 이전의 역사적 기록을 제외하고도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기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 기업이 100년 넘는 시간을 지켜온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체국’은 겉으로는 변화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항상 혁신하는 자세로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여 현재에 이르렀고 앞으로 드론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 최신기술을 도입하여 4차산업 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동형 경인지방우정청장

[천자춘추] 남북 화해와 협력의 마중물, 스포츠

마중물은 말라버린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을 마중하기 위해 부어주는 한두 바가지 정도의 물을 말한다. 말라있던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열심히 하면 새 물이 올라온다. 깊은 샘 속의 물이 올라올 수 있도록 바가지의 물은 반갑게 마중을 간다. 그러면 물은 사이좋게 서로 손잡고 힘차게 솟구쳐 올라온다. 그렇지만 펌프의 패킹이 헐거우면 마중물을 더 많이 부어줘야 한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70여 년 동안의 분단으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서 심각하게 마모되고 헐거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규칙과 경쟁 속에서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말하는 스포츠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마중물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남북 사회문화체육교류 활성화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 비정치적 교류사업 추진을 밝혔나 보다. 그 첫번째 마중물이 역사적으로 성공사례로 기록될 평창동계올림픽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국내외의 불안한 정세 상황에서 성공적 개최를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평창평화올림픽’ 기본구상 아래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대회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2017년 7월6일)과 유엔총회 기조연설(2017년 9월22일)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평창동계올림픽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고위급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태권도선수단, 기자단 등을 참가시킴으로써 대북 제재 속에서 국제사회에 등장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마중물로 삼았다. 마침내 평창동계올림픽이 마중물이 되어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개설(2018년 4월20일), 북중 정상회담(2018년 3월25~28일), 남북정상회담(2018년 4월27일)에 이어서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결국 불화와 반목으로 바짝 말라버려 먼지만 일었던 남북관계에 평화의 기운이 돌게 하고, 도무지 남북이 하나가 될 것 같지 않던 동토의 땅에화해와 협력의 샘물이 솟게 한 마중물은 스포츠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시 한 번 두 바가지의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함으로써 비핵화평화체제 구축-남북관계가 개선돼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에 단일팀 참가를 소망해 본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자립을 돕는 생산적 복지

복지는 삶의 질을 향상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이다. 그동안 관점의 차이로 선택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설왕설래하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금전 또는 서비스의 방법으로 행해지는 여러 활동을 통칭한다. 중요한 것은 복지가 맹목적인 시혜에 안주해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예산만 쏟아붓고 큰 성과는 못 올리는 이율배반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복지로 개인의 자활을 도와주는 생산적 복지를 강화함으로써 저소득층에게 근로소득을 일으켜 자발적인 자산 형성을 이루어지도록 하여 빈곤층의 자립을 도와주도록 하는 것이다. 생산적 복지는 노동을 전제로 지원하기 때문에 노동 연계 복지라고도 하며 소득재분배에서 노동재분배로 개념을 바꿔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구조적 실업을 구제하고 다시 세상 속에서 살 수 있는 자활을 돕는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다만 노동능력 유무에 따라 소외될 수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는 사회 안정화와 개인의 자립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는 자립형 복지와 맥을 같이한다. 특히 고령화의 추세에 따라, 역량과 활동력이 있지만 취약한 위치에 있는 빈곤 노인들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일과 자기 계발을 통한 자립 자조 자활을 유도함으로써, 개인의 창의성 발휘와 복지가 동시에 향상되도록 하는 시장 친화적인 복지가 바로 생산적 복지다. 올해 행정안전부 산하 전국법인으로 새 출발한 ‘사단법인 한국천사운동중앙회’를 운영하면서 사업목표를 맹목적인 지원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전제로 한 생산적 복지를 지향함으로써, 사회 복지 대상자 중에서 스스로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자활 성향을 키워 재정적 효율성도 도모하는 일거양득의 복지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다시 말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장점을 취해, 일방적인 복지지원을 지양하고 수혜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외계층이 노동을 조건으로, 일하는 자에게 혜택을 주어 자활을 통한 자립형 복지로의 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에 대한 여건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최무영 천사운동본부중앙회 본부장

[천자춘추] 스트레스

세상살이가 이렇게 힘드냐며 스트레스 때문에 살아가기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불행히도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 자신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기제들을 통해 성장발달하기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없으면 인간은 멸망하게 되며, 어떤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하면 그 사람은 무능해진다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 없는 것이 생존에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종 차원에서도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모든 생명체가 더 나아지려고 진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주로 사회적 관계와 인공 환경에 대한 부적응에 근본 원인이 있으며, 과거와 같은 생리적 위협이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과거에는 생존에 필수적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거의 효용이 없는 부적절한 생리적 반응이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여전히 동반되고 있는 것이다. 즉, 과거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시기의 스트레스는 대개 생리적인 적응을 요구하는 신체적 스트레스로 생존을 위협하는 맹수나 자연재해에 맞서 싸우거나 신속히 도피하는 상황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심리적인 것이고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반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현대인의 삶의 환경은 과거의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 만큼 변화했지만 인간은 아직 그 변화에 어울리는 반응 기제를 새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현대인이 더욱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급속한 환경 변화와 인간의 적응력 사이에는 또 다른 형태의 긴장이 스트레스라는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인간의 진화 속도는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토플러는 이미 40년 전에, 그의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미래 충격은 인간을 산산이 부수는 스트레스이자 방향 감각의 상실을 의미하며, 이는 개개인에게 너무 짧은 시간 내에 지나치게 많은 변화를 겪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적응력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현실이 이미 기대를 앞서가고 있다.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꾸준히 노력하며 조금씩 획득하는 과정 없이, 불필요한 욕구들까지 상업주의에 의해 주입되고, 욕구의 발생과 동시에 그것이 채워지는 삶, 즉 기대와 노력과 충족이라는 행복의 본질적 요소들을 빼앗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애주기에 맞는 교육을 통해 적절하게 대적하는 방식을 학습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조상윤 국제사이버대 교수

[천자춘추] 천자춘추와 춘추정신

천자춘추에 글을 올리면서 춘추정신을 생각해 보았다. 천자의 글을 통해 공자가 생각하였던 춘추정신을 얼마나 나타낼 수 있으며, 지면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춘추(春秋)’는 공자가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이 춘추(春秋)에 기록되어 있는 기간(B.C 770∼B.C 403)을 춘추시대(春秋時代)라 부른다. 맹자는 공자에 대해 이렇게 평하였다. 태평한 세상이 쇠퇴하고 인의(仁義)의 도(道)가 쇠미하여, 괴이한 학설과 난폭한 행위가 일어나니 신하가 군주를 시해(弑害)하는 경우도 있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공자께서 이를 심히 우려하여 춘추(春秋)라는 역사서를 저술하셨다. … 공자는 ‘나를 이해하는 것은 아마도 이 춘추 속에 있을 것이고 나를 질책하는 것도 아마 이 춘추 속에 있을 것이다’. 공자가 춘추(春秋)를 짓자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이 비로소 두려워하였다. 맹자(孟子) 승문공(騰文公)(下) 춘추시대는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하극상의 시대였다. 이때 대의(大義)와 명분(名分)을 중시하여 난신적자(亂臣賊子)를 비판한 공자의 엄정한 판정의 필법 자세를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 한다. 춘추필법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중립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사실 하나하나에 대해 단호한 평가를 내리는 자세다. 공자는 아무리 제후답지 않은 제후라 할지라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보았다. 그는 하극상을 자행한 경우 도적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기록 대상을 가리지 않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신의 글의 행간을 통해 추상같이 평가하였다. 그는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하고(褒), 못한 일이 있으면 추상같이 비판(貶)하였다. 그의 이런 ‘춘추필법(春秋筆法)’은 후세 역사기록의 전형으로 받들어졌다. 춘추시대 제후들은 부국강병의 실현을 꿈꾸었다. 이를 위해 이들은 기존 제도의 변혁인 변법(變法)을 추구하였다. 변법은 이른바 개혁이고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은 위민사상의 실천으로 국민의 생활 복지를 위한 각종 제도의 공평무사한 운용이다. 이의 주요 골자는 좋은 법의 시행이고 능력과 인품에 따른 인재 등용이다. 인재들을 합당한 자리에 배치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이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지위와 권력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주어진 것이지 사적인 욕망을 충족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세력들이 서투른 지위와 권력으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편향적 패거리가 되어 권력을 남용하라고 준 것은 더욱 아니다. 엄중한 대의명분의 필법으로 난신적자들을 두려워 떨게 한 2500여 년 전의 공자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천자춘추의 나의 쓴 소리들이 세상에 소금이 되고, 교육 현장에 희망과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유성 죽전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균형감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

지난주 갑자기 잠자리에 누울 때 현훈(어지럼증) 증세가 있어 이석증인가 싶은 걱정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였다. 주변에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러움으로 고생하는 분이 계셔 지레 걱정이 앞섰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균형감각이 무너지니, 서 있는 것은 물론 눈 뜨고 사물을 보는 것도 어렵다. 귓속의 작은 알갱이가 내 몸의 균형을 잡는데 이리 중요한 것이라니…. 몸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도 내 맘대로 안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나니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가 생각난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감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 눈부시게 아름다운 초록의 변화와 함께 낭만과 봄바람이라도 날 것 같은 살랑거리는 마음 안으로 중심을 잡고 균형을 찾으라는 내면의 울림이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다음 해 언제쯤인가 혼자 시간을 갖기 위해 호젓한 곳에 머물 때, 그곳에서 읽게 짧은 글이 있다.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으나 내 맘에 크게 와 닿았던 성숙한 사람들 이라는 글의 내용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지혜로우나 지겹지 않고, 지성적이나 오만하지 않고, 신중하나 까다롭지 않고, 힘이 있으나 사납지 않고, 온화하나 두려움을 모르고, 선하나 순하지 않고, 대담하나 경솔하지 않고, 치밀하나 이기적이지 않고, 즐거워하나 속되지 않고, 고마워하나 굽실대지 않고. 생각과 삶의 중심을 바르게 두고 균형을 잡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어느 것 하나 내 이야기가 아닌 게 없다 싶다. 읽으면 읽을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커지는 것은 왜일까? 적은 것이라도 내 손에 쥐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이 생기는 순간, 이 균형감을 잃기가 참 쉬운 게 요즘 사회 모습인 것 같다. 갑질이 그렇고, 미투운동에서 보여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렇다. 균형감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몸의 균형을 위해서는 운동과 식이를 조절하며 노력하는데 마음과 생각의 균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매일 아침 이 글귀를 보며 그런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내 생각의 균형감을 유지하려고 한다.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천자춘추] 시민의 먹거리 접근성

근대 이후 먹거리(푸드)가 공유지에서 사적시장으로 시장화된 이래 시장을 통하지 않고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복지제도와 개인적 시혜 그리고 구걸과 같은 방법 외에는 없었다. 현대에 와서 시장과 국가를 벗어나 제3섹터의 먹거리공급 방식을 고민하는 구체적 모델들이 시도되고 있다. 먹거리생활협동조합과 보다 비시장적인 독일의 공유냉장고, 그리고 공유부엌과 같은 실험들이다. 시장화된 먹거리산업이 기아, 화학물질, 유전자조작, 토지황폐화, 기후변화증가 등 공유지의 비극을 더욱 가속화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의 먹거리 접근정책이 도모되고 있다. 바로 ‘먹거리기본계획’ 다시 말해 ‘푸드플랜전략’을 자치도시들이 점차 채택하고 있다. 기간의 보통국가가 ‘먹거리의 비극’에 참여하는 보조자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전 세계의 각성된 지방도시들이 농업먹거리에 대한 보다 지속가능한 가치 키워드들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슬로우푸드, 로컬푸드, 로컬식품컴퍼니, 유기농생산가공유통 그리고 푸드재활용 등의 통합적이고 순환론적인 계획을 지역에서 적용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러한 먹거리의 지역협동화 전략은 소위 국가와 시장의 ‘지배전략’은 아니지만 국가와 시장의 실패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지역협동화 전략이다. 특히 푸드플랜전략의 하나인 지방자치도시들의 ‘먹거리거버넌스’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먹거리실패’에 대응하는 지역의 먹거리거버넌스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서울시와 전주시 그리고 화성시가 시도하고 있으며 수원시도 민간 시민사회가 행정과 함께 푸드플랜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영역은 먹거리정책거버넌스가 가장 활발한 영역이다. 이와는 별도로 새로운 방식의 시민먹거리 접근성을 시도하는 모델이 있는데 공유냉장고, 공유부엌과 같은 보다 마을중심의 먹거리 커뮤니티 모델이다. 수원시의 평동지역은 시범지역으로 공유냉장고프로젝트를 민간주도로 진행하고 있다. 공유냉장고 프로젝트는 관리비용, 공급비용, 기회비용, 식재료 비용을 마을커뮤니티가 호혜적 관점에서 상호부담하고 본원적 복지가 실현되는 모델이다. 즉, 공유냉장고는 마을단위 협동화 전략을 작동시켜 비용을 상호부담하고 안정적인 내생적 규칙을 형성하여 마을안 먹거리호혜, 자원순환가치의 음식물공유, 먹거리위기 가정의 먹거리복지라는 목표를 이루는 먹거리 접근방식이다. 박종아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천자춘추] 좋은 차(茶)는 좋은 사람과 같아

좋은 차(茶)는 좋은 사람과 같다고 한다. 그럼 어떤 차가 좋은 차일까. 초의선사의 다신전(茶神傳)에 차 따는 시기는 일년 24절기 중 여섯 번째인 곡우 전 닷새를 으뜸으로 삼고, 곡우 지나 닷새가 다음 가며, 다시 닷새 뒤가 또 그다음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해마다 날씨 변화가 심해 청명한식을 지나 조석으로 기온 차가 많아도 기운차게 밀어올리는 찻잎을 채취하여 정성스럽게 만들고 저장을 잘하여 법도에 맞게 우려내는 것이 좋은 차가 아닐까 싶다. 정성스럽게 만든 차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우리는 흔히 나물을 무쳐 한 끼 잘 먹고 남으면 냉장고에 넣는데 다시 꺼내 먹을 때는 처음 그 맛이 아님을 경험으로 안다. 차도 마찬가지다. 일단 개봉한 차는 아끼지 말고 부지런히 마시되 온도가 고르고 습하지 않으며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차를 보관하는 냉장고일 경우 습기, 냄새에 유의하고 꺼낼 때는 차를 우리기 한 시간 정도 먼저 꺼내 실온과 비슷해져야 차 맛이 회복된다. 이처럼 잘 보관한 차는 마시기 좋은 때가 언제일까. 다산 정약용의 걸명소에는 아침 햇살 피어날 때, 흰 구름이 맑은 하늘에 떴을 때, 낮잠에서 갓 깨어났을 때, 밝은 달이 시냇물에 드리워졌을 때가 차 마시기 좋은 때라고 했다. 또 다신전의 차 마시는 법(飮茶之法)에는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럽고 소란스러우면 아담한 정취가 사라진다, 혼자 마시는 것을 속세를 떠난 그윽한 경지(신:神)라 하고, 둘이 마시는 것을 좋은 정취, 한적한 경지(승:勝)라 하고 서너 명이 마시는 것을 취미적이고 유쾌한 경지(취:趣)라 하며 오륙 명이 마시는 것을 평범(범:泛)한 경지라 하고 칠팔 명이 마시는 것은 음식을 나눠 먹기와 같다(시:施)”고 했다. 좋은 차는 좋은 사람과 같아 차 마시는 자리는 시끄러운 것보다 조용한 것이 좋고, 사치스러운 것보다 소박한 것이 좋고, 복잡한 것보다 간소한 것이 좋고, 잡념이나 망상을 내는 것보다 한 생각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보다 청담(淸談)이 좋고, 비 오고 바람이 부는 날보다 맑고 고요한 날이 더 좋고, 지저분한 방보다 깨끗한 서재가 더 좋고, 뜻이 높은 친구가 좋고, 불필요한 도구는 없을수록 좋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때가 좋다고 했다. 그러므로 찻자리에서는 음담도 청담이 아닐 수 없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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