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이항복의 쇠붙이 저축

白沙(백사) 李恒福(이항복) 선생이 어려서 가지에 달린 감과 팔뚝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쾌하게 정리한 일화가 있다. 이항복의 집 감나무 가지가 옆집 권 대감 집으로 넘어가 있으므로 그 집 하인들이 자신의 것이라며 감을 따러 온 이항복의 집 하인을 야단쳤다는 것이다. 이항복의 옆집은 바로 당대의 勢道家(세도가)인 좌찬성 권철의 저택으로서 주인의 권세가 높으니 하인들도 권세를 부렸다고 한다. 이에 이항복은 감나무 뿌리가 엄연히 우리 집에 내리고 있으니 우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다음날에 이웃집 권철 대감을 찾아갔다. 그리고 주먹으로 문창호지를 뚫고 방안으로 주먹을 내밀었다. 대감님! 그 팔은 누구 팔입니까? 당연히 네 팔이지! 그러면 대감님 댁으로 넘어온 저 감나무는 누구네 것인가요? 대장간에 놀러 온 이항복 선생은 자그마한 쇠붙이를 한두 개 주머니에 넣고 슬며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양반의 자제이니 어찌할 수도 없었던 대장장이는 어느 날 뜨겁게 달군 쇠붙이를 조금 식힌 후에 이항복 어린이의 시선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예상대로 어린 이항복은 슬며시 쇠붙이를 깔고 앉은 후 주머니에 넣을 요량이었는데 수 백도는 되었을 쇠붙이 열기로 인해 옷이 타들어가므로 앗 뜨거워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도련님 골탕먹이기에 성공한 대장장이는 쾌재를 불렀다. 세월이 흘러 대장장이가 고령으로 일하기 어려워지자 성년이 된 이항복은 그를 불러 자신의 집 창고에서 쇠붙이가 한가득 들어 있는 항아리를 꺼내와 전달한다. 일종의 쇠붙이 保險(보험), 古鐵(고철)연금, 鐵製(철제)저축이었던 것이다. 대장장이는 과거 이항복의 옷이 타고 엉덩이에 화상을 입힌 일을 후회하고 용서를 빌며 고마운 마음으로 고철보물을 받아간다. 이항복(1556~1618)은 권율장군의 사위로도 유명하다. 감나무 팔뚝사건에 나오는 좌찬성 권철의 아들이 권율이다. 1593년 2월 지금의 고양시에서 왜군을 크게 무찌른 幸州大捷(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이다. 임진왜란 3대첩은 한산도대첩, 행주대첩, 진주성대첩이다. 말(馬)에게 쌀을 뿌려 물이 풍족한 것으로 가장하여 왜군의 공격을 막아낸 오산시 소재 세마대 전설의 주인공 권율장군이다. 훗날 萬人之上 一人之下(만인지상 일인지하)라는 領議政(영의정)에 오른 英特(영특)했던 이항복은 오늘날의 연금, 의료보험의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옆집 대감과는 팔뚝으로 대결하여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건너편 대장장이의 노후를 위해 쇳조각을 저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대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원장

[천자춘추] 전국체전 100주년에 대한 소회

내년이면 벌써 전국체전이 개최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 체육사에 있어 전국체전 100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국체전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조선체육회가 창립되면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시작으로 625 동란을 거쳐 대한민국 근대사와 함께 국민들이 힘들고 지칠 때 환희와 기쁨을 나누며 올해까지 99회를 개최했다. 그 시절 전국체전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국민들에게 체육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 전달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으며 경기도가 종합우승을 할 경우에는 당시 도지사께서 출전 선수단과 함께 카퍼레이드까지 하는 등 올림픽 못지않은 영광을 누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전국체전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되어 관심도 저조는 물론 체육계의 잇단 문제로 인해 홀대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각종 미디어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횟수가 줄게 됐다. 또한 전국체전 개최 시기인 매년 10월 초ㆍ중순에는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과 맞물려 TV중계와 각종 미디어는 프로스포츠로 쏠리게 되고 자연스레 전국체전은 낮 시간 때 또는 개회식, 폐막식 등이 스포츠 뉴스에 단신으로만 나오면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도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선수만 집중 조명하고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에 대한 취재나 언급이 없는 것은 매우 아쉽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프로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초중고 전문체육선수로 활동하면서 전국체전에 각 고장의 명예를 걸고 출전했던 선수들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보면 대중들의 관심이 체육 정점에 있는 프로선수들에게만 가지지 말고 꿈나무 선수들이 출전하는 전국체전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체육은 더 많은 양질의 선수를 배출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 내년 10월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100회 전국체전은 대한민국 체육 100년사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프로스포츠 일정이 조정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미래에 프로리그를 책임질 꿈나무 선수들이 출전하는 전국체전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경기도가 전국체전 종합우승 18연패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체육회 사무처장으로서 도내 모든 체육인들의 마음을 한데 모아 열심히 준비하겠다. 박상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수출만이 살 길이었다

전공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종종 묻곤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언제가 호경기였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언제쯤 우리 경제가 나아질 것 같나요?라는 식의 질문들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들은 이미 교재에 실린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수출입국의 가치를 인식하고 전 국민이 수출에 매달려 한국경제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수출드라이브 시기는 1960년대이며, 1961년 이후의 무역수지는 1986년도부터 1989년까지를 제외하고 계속 적자에 허덕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흑자로 전환됐다. 이러한 한국수출의 변혁기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이 시기는 동시대를 살아온 중장년 세대들에게 과거 노력에 대한 영광이자 잘 살고자 노력했던 치열한 삶의 일부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과거는 정지된 것이며, 그 사실의 변화는 없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경험하지 못한 이러한 것에 대한 도전보다는 낯설기만 한 현재가 부담스러워 적응과 안정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며 순환하듯이, 누구나 따뜻한 봄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듯이, 분명 지금의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올 것이다. 고도성장을 이루었던 과거의 영광도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니듯 다시금 재현하고 그 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입과 같이 지나온 국제동향은 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무역주의, 다시 신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무역주의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연일 보도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같이 다시금 보호무역주의이자 미국우선주의로 돌아가는 것을 1930년대 상황에 빗대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살짝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많은 변화 속에서 분명히 기회는 있을 것이고, 또한 찾아올 것이다. 예전의 기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노력으로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영광은 누구나 누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연구하고 글을 써왔으며,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이번 경기일보의 천자춘추 집필위원이 되고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부디 짧은 글로나마 함께 공감하며 힘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홍승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천자춘추] 안전한 경기도 바라며

구본찬 11월 마지막 날인 지난주 금요일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지상 11층 지하 5층 복합건물 화재로 중상자 1명과 경상자 5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하에 있는 PC방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행히 건물 내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최근 발생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사고를 떠 올려보면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당시 지하 1층 PC방 매니저가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는 연기를 보고 신속히 내부에 있는 손님들을 대피시켰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소방대원들이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신속히 구조작업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보인다. 그동안 우리가 접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와 이번 화재를 비교해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런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필자가 생각한 세가지 이유를 여러분과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 우선 이번 화재가 사망자 없이 진화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PC방 매니저의 신속한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 때 PC방 매니저가 아무 조치 없이 혼자만 도망쳤다고 생각면 정말 끔직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신속한 대응2단계 발령으로 인근지역 소방력까지 총 동원해 충분한 구조인력으로 인명구조를 실시한 것과 수원소방서의 신속한 출동으로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화재현장 차량과 시민들을 안전하게 통제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지원한 의용소방대 등 유관기관의 원활한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재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현장대응 하나만 잘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예방활동과 사고 후 복구 작업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이 수행할 때 그 모든 힘이 하나로 모아져 전체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올 한해 더 이상 대형재난이 없는 안전한 경기도가 되길 바란다. 구본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생활안전담당관 소방령

[천자춘추] 핵심과 기본

2011년에 개봉되었던 야구영화 머니볼은, 메이저리그에서 만년 꼴찌를 도맡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구단주 빌리 빈의 2002년 실제 이야기이다. 돈이 없어 우수 선수를 빼앗기면서도, 우승을 목표로 하였기에, 빌리 빈은 야구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출루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수비를 잘했다 하더라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최고 성적은 비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출루율이 좋은 선수들, 그러나 저평가 돼 있는 선수들을 영입한다. 많은 스카우터들은 사생활 문란, 잦은 부상, 고령 등을 이유로 반대하였으나, 그는 출루율만 고려하여 선수들을 영입한다. 그리고는 당시 신기록인 20연승을 달성한다.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는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듣게 되는 인상적인 이야기 중 하나가, 도입하기 전에 3정 5S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3정 5S.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인가. 필자가 94년 노동부에 처음 입사할 때, 사무실 포스터에서 보았으니, 20년도 더 지난 진부한, 한물 지난 혁신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역시 기본은 중요하다. 3정은 정량, 정위치, 정용기, 5S는 정리(세이리), 정돈(세이톤), 청소(세이소), 청결(세이케츠), 습관화(싯츠케)를 의미하며, 일본어 발음의 앞 자를 따서 5S로 불린다. 정리 정돈이 안 된 작업장이 효율적일 수 없고, 생산성이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양각색의 원자재가 어디에 얼마가 있고, 완제품은 어디에 있는지 즉각 대응이 되기 위해서도 이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청결하고 정리된 작업장은 바이어에게도, 내외부 고객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다. 야구에서 출루율이 핵심이라면, 중소제조업에서는 바로 정리정돈 되고, 청결한 작업장이 아닐까? 기업의 혁신활동도 사실은 불필요한 일들을 줄여나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업활동 아니 모든 활동의 핵심과 기본이 되는 3정 5S, 이 활동이 경기도내 기업들에게 다시금 확산되고, 혁신으로 재무장해보길 기대한다. 참고로, 머니볼에서 빌리 빈은 끝내 우승하지는 못했다. 다만, 영화의 자막에 의하면, 그다음 해에 텍사스 레인져스는 빌리 빈의 방법을 적용하여 우승을 했다고 한다. 아울러, 빌리 빈은 3년 전 구단 사장으로 승진했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천자춘추] 김치, 수입 열풍을 수출 열풍으로

입동(立冬)이 지나 차가운 두 손을 비빌 때면 어김없이 김장철이 돌아온다. 주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마음은 차가워진다. 김장을 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핵가족 시대이고 보니 김장이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가족의 다양화로 변해가는 시대인 만큼 부부가족, 독신가족이 늘어나고 동거가족, 조손가족 등 조촐한 가족형태로 김장을 번거롭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결혼하여 자아분화를 못하고 부모 곁에서 전적으로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확대가족이 많아짐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핵가족이지만 보통 4인을 기준으로 김장을 해야 한다. 식품 농산부에서 밝힌 올해 김장 비용은 4인 가족 배추 20포기 기준으로 26만 원으로 평년에 들던 김장비용 23만6천 원보다 2만4천 원이 인상된 셈이라고 밝힌바 있다. 올해 유난히 덥던 폭염으로 인해 김장거리가 대폭 인상되었다고 본다. 유난히 가을배추와 가을무는 맛있다. 재료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지인을 통해 주로 시골에서 직접 키운 배추로 절인 절임배추와 고춧가루를 구입하여 김장을 하고 남은 고춧가루는 일 년 동안 사용한다. 젓갈도 새우젓을 사용하면 입맛에 맞는 시원한 김장김치가 만들어진다. 언제부턴가 수입의 열풍이 불고 농산물도 수입 제품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수입 농산물은 솔직히 유통과정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직접 아는 지인을 통해, 또는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김장거리를 갖다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지난 15일, 핵가족 시대, 독신가구, 12인 가구가 늘면서 포장 김치를 둘러싼 업계들의 경쟁도 치열하다는 언론의 보도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로 구매자가 50대 이상이 40.4%로 증가했다. 50대의 구매자, 그들은 왜 김치시장에서 치열하게 구매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출가한 자녀나 독신으로 살아가는 자녀를 주기 위한 것이다. 식구가 적은 가구나 독신가구는 포장 김치가 구입하기 편리해서 인기일지 모르나 김장김치는 부모님에게서 갖다 먹으며 엄마의 손맛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정서가 필요한 게 아닌가, 우리의 문화, 우리의 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세계시장에 김치가 많이 수출되어 우리의 경제에도 한몫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송유나 서울사회복지대학원 교수ㆍ시인

[천자춘추] 뒤처진 이를 내버리고 가지 않는 사회

건강은 인권이다. 누구도 단지 그들이 가난하거나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해 아프거나 죽어서는 안된다. 2017년에 아프리카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선출된 테드로스 아드하놈이 한 선언이다. 신임 사무총장 선출 이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실천할 과업을 수립하며 새로운 미션을 발표했다. 건강의 증진/세계의 안전 유지/취약계층을 위한 봉사라는 세 가지 문구로 요약된 새로운 미션 속에는, 당대의 인류가 마주한 위기와 과제가 압축돼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의, 취약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돌봄이 강조된 부분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여기서의 취약 계층에는 어린이 및 청소년, 고령층, 장애인, 난민 등이 포함되는데, 이것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들을 위한 최근의 우리나라 정책이 이른바 포용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사실 이 미션은 보건의 영역을 넘어서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의 영역을 포괄하는데, 그것은 최근 유엔에서 전체 참여국들이 합의한 지속적 발전 모델에서의 핵심사항과 맞물려 있다. 여기서 모든 회원국들은 누구도 뒤에 남겨두고 가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그리고 사회의 변방에 위치한 이들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한다는 슬로건 아래 2030년까지 각국의 정책을 펼쳐나갈 것을 결의했다. 최근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자 및 난민과 관련된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주로 빈곤층이 희생자가 되는 여러 사고로 인해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사회 안전망 개선의 필요성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는 여러 정치적 이유로 인해 중요한 보건, 복지 및 안전과 관련한 예산 심의의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다루어나가는 모든 담론이, 이미 전 세계의 국가가 국제기구를 통해 합의한 거시적 지향점을 바탕으로 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뒤처진 이를 버리고 가지 않고 공동체 속에 포용해 함께 안녕을 도모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현재 인류가 합의한 보편적 가치이며 우리 사회 속에서 구현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을 항상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김성수 용인정신병원 의사 회복지원부장

[천자춘추] 용인(龍仁)에게 건네는 화두

어떤 지역을 잘 알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주거와 교통 환경과 지역사회의 여론이 될 수 있다. 둘째, 역사적 흐름과 고유의 문화적 측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나는 기관이 소재한 용인에 대해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서울 면적의 98%에 달하는 용인시에는 처인수지기흥의 3개 행정구가 있다. 먼저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처인구가 있다. 고려시대 처인부곡이라고 불렸던 지역명에서 유래하였다. 이곳은 승려 김윤후가 1232년 고려와 몽골 전쟁 당시 2차 침략의 적장인 살리타를 사살한 곳이다. 당시 주민들은 몽골이라는 거대제국에 맞서 용맹하게 싸웠다. 김윤후의 카리스마와 리더십도 크게 작용하였겠지만, 처인성 승첩의 중요한 배경에는 부곡민의 항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일어나 애국심을 실천한 끝에 얻어낸 위대한 승리는 처인구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고 애국의 역사와 향기를 담고 있다. 용인의 다른 구에도 이런 항쟁의 역사가 이어오고 있다. 그곳은 바로 수지구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항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머내독립운동이라고 알려진 이 항쟁은 1919년 3월29일 독립운동가 안종각 지사가 사랑방 이불을 찢어 태극기를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독립투쟁에 나선 운동이다. 지역역사연구모임인 머내여지도가 제안하여 지난 3월 재현한 이 운동은 일제의 탄압에 맞선 또 다른 하나의 용기와 애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지역인 기흥구에는 지난해 3월 개청한 보훈청이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나라의 평화가 유지되고, 어떤 형태의 침략에도 맞설 수 있는 굳건한 국방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또한 현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평화통일과 민족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된 시련의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현 상황 속에서 신설기관인 우리는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를 이어 갈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경기동부보훈지청은 독립유공자들의 애국정신을 후손에 전하기 위해 국회의원, 용인시, 수지구청, 기흥구청, 교육지원청, 단국대, 용인문화원 그리고 지역역사 연구모임인 머내여지도 등과 함께 2018년 10월 보훈혁신자문단을 발족하였다. 자문단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발굴과 포상 등 예우를 추진하고자 한다. 특히 2019년 329 머내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재현운동을 민관 공동으로 추진하고, 국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비록 작은 시작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용인시와 지역주민들과 함께 새롭게 써나갈 역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 천 년 역사 경기도, 특례시 지정의 경사를 맞이하는 용인시와 지청이 함께 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적 모델을 새롭게 제시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천자춘추] 김장김치와 웰빙

얼마 전에 통계응답자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그날 담근 김장김치는 통계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소년소녀가장과 고령자 가구에 전달됐다. 이렇게 통계조사로 인연을 맺은 이웃들과 같이 김장을 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통계수치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난 10월 발표한 통계로 보는 경인지역 웰빙을 보면 2015년 19만1천 가구였던 경기도 65세 이상의 독거노인가구는 2017년 21만7천 가구로 늘어났고 2045년이면 82만9천 가구로 경기도 전체가구의 1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양적 변화뿐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관한 의식도 변하고 있다. 이번 달 초에 나온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는 자식들이 있음에도 부모만 따로 사는 비율이 69.5%로 나타났고 부모 부양에 대해서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48.3%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생애주기별 복지정책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복지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의 질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의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계청은 2011년부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측정을 위한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왔고 세계 각국에서도 웰빙(Well-being)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지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서 통계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미래웰빙(The Future of Well-being) 이라는 주제로 제6차 OECD 세계포럼을 개최한다. 11월 27일부터 사흘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와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장 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서 향후 수십 년 동안 인류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킬 웰빙을 논의하게 된다. 특히 첫날 발표되는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 전문가 그룹 보고서에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사회발전의 척도로 활용되었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발전지표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며 웰빙이 미래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화두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겨우내 먹기 위해서 담그는 김장김치처럼 우리 기업의 미래전략 수립에 웰빙이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나는 갑질을 ( ) 적이 있는가

갑질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다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양진호 회장의 무차별적 폭행 사건과 맥도날드 직원에 대한 햄버거 투척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몇몇 재벌 그룹 총수 일가의 연쇄적인 갑질은 매번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곤 했다. 사회 지도층의 끊이지 않는 갑질 현상은 우리나라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갑질 현상이 단지 재벌 총수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먹이 사슬처럼 수많은 차원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깊숙이 만연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면서 갑질을 행하고 당하고 방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이 사회 고질병인 갑질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일렁일 때마다 갑질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갑질 가해자는 여론이 악화되면 잠시 몸을 조아리고 뒤로 물러나는 척하지만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 다시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되찾는다. 반면 갑질을 문제 삼은 피해자는 오히려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갑질을 규탄하는 시위를 할 때 신원노출을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까닭에 갑질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 줄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점은 아쉬운 일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역시 갑질 행위에 대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갑질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한편 갑질에 대응하는 을의 연대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갑질을 당해도 그것은 피해자가 재수 없어 생긴 일 일뿐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방관한다면 갑질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갑질 피해 당사자가 오히려 배척당하는 조직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갑질은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가 없다. 나도 갑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외면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일이야말로 피해자를 구원하는 일인 동시에 나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갑질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연대라는 실천적 행동과 더불어 나 자신은 갑질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갑질을 ( ) 적이 있는가? 나는 갑질을 (한) 적도 있고, (당한) 적도 있고, (방관한) 적도 있다. 그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고 반성할 일이다. 우리 모두 나는 갑질을 ( )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려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천자춘추] 커뮤니티 케어에서 간호조무사 활용

커뮤니티 케어는 195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만성질환, 정신질환, 신체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을 의료기관이나 수용시설이 아닌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돌보자는 여론이 형성되어 추진되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1974년 히로시마현 미츠기마을에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의료서비스는 물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은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의료시스템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커뮤니티 케어 전단계인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 장애인지원 서비스, 복지관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커뮤니티 케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수요자가 입원과 입소가 아닌 커뮤니티 케어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 없이는 불가하다. 보건의료 영역의 간호인력은 36만 6천167명(2017년말 기준)이며 이중 간호조무사는 절반에 가까운 18만 1천543명으로 간호인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전체 간호인력 1만 1천755명 중 간호조무사는 77%에 해당하는 9천80명으로 간호조무사 없이 장기요양기관은 사실상 운영 자체가 불가한 실정이다. 커뮤니티 케어를 앞두고 간호조무사가 패싱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생활실천 및 만성질환 예방 및 취약계층 건강관리를 하는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 사업에서 간호조무사는 찾아볼 수 없다.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원의 생활습관-의료이용 안내자 기능을 강화하는 만성질환관리사업의 케어 코디네이터와 치매안심센터 인력기준에서도 간호조무사는 제외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간호조무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가 법정인력인 보건소 사업에서 제외된 것도 그렇고, 의원에서 간호인력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의 케어 코디네이터 자격에서 제외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간호조무사의 전문성이 부족해서 활용이 어렵다면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올해부터 정부예산을 들여 실시하고 있는 치매전문교육과 1차 의료건강관리 직무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인력기준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일정 기간의 임상경력과 전문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자격요건을 강화할 수도 있고, 사회복지사 등 타 자격 취득자에 한해 복합 면허 자격을 인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간호조무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종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전문대 양성과 전문학사 학위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과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 그리고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이 가능하다. 김길순 경기도간호조무사회장

[천자춘추] 다르다 vs 틀리다

친구인 듯 형제인 듯, 가수인 듯 예능인인 듯한 가수 김종국과 김종민. 두 사람의 대화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다.대화 내용을 보면 대부분 틀린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른 것이다. 각자의 주장과 생각을 말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상대방이 틀리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 아니, 그게 아니고~를 연발하고 있다. 식당이나 술 한 잔 나누는 자리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대화내용을 잘 들어보면 90% 이상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위한 전제로 그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니, 이친구야! 그게 아니고!. 일단은 부정의 의미로 그게 아니고!라고 전제를 하고 다음 말을 이어간다. 상대방이 말하는 중에 자르고 들어가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의 물음에 대뜸 그게 아니구요!라고 답한다. 이것은 올바른 대화방식이 아니다. 국장님, 과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위 상사가 나의 승진을 포함한 직장생활의 興亡盛衰(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승진하려면 승진이 늦었다면 話法(화법)부터 바꿔보기 바란다. 전에 일 잘하는 한 직원이 윗선에서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나중에 상황을 파악해 보니 이 동료가 평소에도 그게 아니구요를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다. 상사의 질문에도 일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쓰기에 나름 개선해 보라는 코치를 한 기억이 있다. 직장에서의 대화는 필요한 내용을 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장미꽃 목 부분의 가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말로 상대편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실력으로 앞서가야 한다. 그게 아니구요를 연발하다가 조직에서 멀어져버린 사례가 있다. 아하! 그렇군요! 고마운 일이군요! 과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참 좋은 말이니 승진을 위해서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지자체 행정사무감사가 마무리 단계다. 내달에는 새해 예산안 심의가 있다. 훌륭한 국장은 긍정적 자세로 질문&답변을 마친다. 다른 국장과는 또 다른 간부인 것이다. 반면에 답변이 궁하다고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스스로 물러선다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조선백자의 산실, 광주 분원의 미래

경기도 광주는 1467년부터 1883년까지 조선시대 관요(官窯: 국영 도자기 공장)인 사옹원 분원(司饔院 分院)이 설치되어 왕실용 백자를 만들었던 역사의 고장이다. 대영박물관의 백자 달항아리 같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조선백자는 거의 모두가 여기에서 만들어졌다. 무려 520여 명의 사기장들이 모여 전국의 이름난 백토와 광주의 나무로 백자를 굽고, 한강을 이용해 매년 봄ㆍ가을 왕실에 진상하던 분원 관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분원 관요를 대할 때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 전역에는 가마터 유적이 340여 곳이나 남아 있고 그중 78개소가 국가사적 314호로 지정되었지만 그 역사적 가치를 오늘날 문화자산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마지막 관요 유적지인 분원리 가마터(1752~1883)를 답사하고 팔당호수가 드넓게 펼쳐지며 갈대섬 너머 능내리 마을이 아련히 다가오는 이 풍광 수려한 분원초등학교 자리는 조선백자가 마지막 꽃을 피우고 쓸쓸히 막을 내린 내 마음속 국토박물관 1번지다 라고 술회했다. 이러한 감동을 우리 모두가 쉽게 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관요 유적은 대부분 그 흔적만 남았을 뿐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가마터는 매장문화재로서 보존ㆍ정비의 대상이다. 시민들에게는 규제로 인식될 수 밖에 없고, 종종 제기되는 개발관련 민원은 조선백자의 화려한 이면을 씁쓸하게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적을 자원화하는 것은 둘째 치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다행히도 문화재청과 광주시는 2022년까지 78개 사적지에 대한 학술조사와 보존관리방안을 수립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 광주시는 남한산성과 분원리 가마터를 중심으로 경안천 일대를 잇는 역사환경문화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중한 유산을 정비하고 가치있게 활용함으로써 문화관광산업 진흥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매우 고무적인 계획이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러나 유적의 정비부터 하나씩 해결해 간다면 분원의 역사적 가치는 미래의 문화ㆍ관광산업을 이끄는 든든한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자체의 힘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으니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분원의 미래는 경기도나 광주시의 현안을 넘어 자랑스런 한국도자의 역사를 계승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장기훈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장

[천자춘추] 1인가구 증가와 1인가구 정책

1인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 변화의 큰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0여 년 전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얼마나 예상하였을까? 1996년 처음으로 즉석밥이 출시되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즉석밥의 시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즉석밥 이외에도 1인 기준으로 포장된 레토르트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1인가구의 증가를 일정부분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즉석밥이 출시되던 1996년 즈음(199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의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12.7%였다. 그러나 20년 후인 2015년과 2016년의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이 27.2%와 27.9%로 급증하여, 통계청은 2015년 이후 우리나라의 주된 가구유형이 1인가구라고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식품뿐 아니라 각종 소비재 시장에서는 1인가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일부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1인가구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둘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도 1인가구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나 역시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의 관련 사업으로는 청년들을 위한 따복기숙사와 노인 대상의 카네이션 하우스 등이 있으나, 아직 혜택을 받는 인원은 매우 한정적인 수준이며, 중장년 대상의 1인가구 정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필자는 올해 1인가구 삶의 질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고, 1인가구 안에서도 생애주기 및 성별 등에 따른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질문은 1인가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지원을 한다는 것은 1인가구로 사는 것을 장려한다는 것인가?였다. 이 질문의 행간에는 1인가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녹아있다. 즉, 1인가구는 스스로 원해서 된 것이고,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이혼한 상태 등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면서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결과, 자발적 1인가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1인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으며,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1인가구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인가구의 삶의 질을 위한 정책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삶의 질을 영위할 권리에 대한 존중이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1인가구의 고독사 문제 등을 보았을 때, 1인가구를 다양한 삶의 형태 중 하나로 인정하고, 1인가구로 사는 동안 최소한의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지원은 필요할 것이다. 노경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학교 버스에서 내리고…

나는 학교만 55년 다녔다. 배우러, 그리고 가르치러 그렇게 흐른 시간이 학교에서만 순수하게 55년이다. 학교 안에서 반세기를 보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학교라는 공간에서 55년 만에 나를 내려놓고 떠나 버리는(시간과 공간을 버스라고 하자) 버스를 바라보다가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육사의 시 광야와 같은 신성함보다도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지? 학교가 아니면 내가 할 일은 뭐지? 교실에서의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참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던 공간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제자들에게 상처도 주고, 죄도 많이 지었는데, 그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보지? 그래도 어쩌란 말이냐? 나의 인생 다시 시작하는 거야~ 큰 숨 내 쉬고 그렇게 나는 씩씩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퇴직 후 정치를 해 보시지요? 하며 교장실로 여러 차례 찾아온 분에게, 밥알이 얼굴에 붙어 있으면 웃음거리가 되니, 교육자인 나는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정중히 사양을 했고, 고맙게도 근처 대학에서 강의를 해 달라는 담당교수님들의 방문에 앗싸~ 쾌재다하고 학교에 가 보니 막상 젊은 교수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거절하고 돌아온 것은 지금도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옛날 어르신들께서 마음만은 청춘이라 한 말이 나에게도 적용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학교 다니느라 묶여져 있던 시간을 털어 버릴 수 있어서 홀가분한데, 학생일 때에는 돈이 없어서 못했었고, 교사가 되어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 보면서 보석 같은 청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젠 건강을 염려하고 있으니 이 또한 인생무상 아닌가? 그래도 보람 있는 일을 해 보자고 생각한 몇 가지가 있다. 오고 가는 길손들에게 차가 있고 얘깃거리가 있는 예쁜 카페를 할까? 젊은 가정들에게 고추장, 간장, 된장을 담가줄까? 아픈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를 할까? 표현했다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한 소리 들었다. 그냥 놀기만 하라는. 인정의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경기도본부장

[천자춘추] 공공산후조리원 개원을 앞두고

조미숙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최하위를 기록하고,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저출산 문제로 사라질 1호 국가라고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 문제에 심각성을 풀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다양한 대책들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경기도에서는 1년 이상 거주하면 산후조리비 50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기도 여주에서는 민선 7기 선거공약에 맞춰 경기도 최초의 여주 공공산후 조리원이 내년 4월 개원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의 특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5년 출생한 자녀를 둔 기혼여성 중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비율은 59.8%나 된다고 발표했고 출산 후 산후조리원 이용이 대중화 되면서 산후조리원의 수도 2009년 419개였던 산후조리원은 2016년 기준 612개로 증가하고 있으며 산후조리원 이용료도 2주를 기준으로 2천5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 산모의 산후조리원문화가 정착되면서 고비용 문제 및 감염, 안전관리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산후 조리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경기도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이 개원한다.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의 감염 및 안전관리는 병원의 감염체계를 그대로 접목시켜 시설 및 안전강화에 최우선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발표한 산후조리원 인력의 적정성 및 전문성, 시설의 적정성, 모자동실비율의 적정성, 감염관리, 산후서비스 질 관리 및 의료기관 연계의 적정성에 맞춰 산모와 신생아가 집단 감염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한 산후조리가 될 수 있도록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과 연계한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산후조리원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신생아 집단 감염사고와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시에서는 2주에 168만 원의 이용료를 고시하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믿을 수 있는 서비스로 지역의 건강 관리권을 확보하고, 정형화된 운영모델 제시로 산후 조리원서비스의 안정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취약 계층 대상자에게는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주시 조례가 만들어져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공공산후조리원이 탄생 할 것을 기대해본다. 조미숙경기도의료원 운영본부장

[천자춘추]뢴트겐 인류애와 공유정신

1895년 11월 8일은 독일의 과학자 뢴트겐(1845~1923)이 X-선을 발견한 날이다. 당시 뷔르츠부르크대학의 물리학 연구소장인 그는 여러 종류의 진공관에 전하가 방전되면 외부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실험을 했다. 그중에는 음극선 발생장치인 크룩스관도 있었다. 뢴트겐은 레나르트가 발견한 음극선 형광 재현 실험을 하면서 크룩스관을 검은 마분지로 싸서 빛이 새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실험실 불을 끄고, 크룩스관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1m 떨어진 곳의 백금시안화바륨을 바른 스크린이 빛을 냈다. 크룩스관을 나온 빛이 마분지를 투과해 비친 것이었다. 두꺼운 책도 투과했다. 실험을 계속 했다. 그 빛은 나무 고무 등도 모두 통과했다. 1.5㎜ 두께의 납만 예외였다. 그 빛은 기존에 알려진 음극선이 아니었다. 그는 알 수 없다는 뜻에서 그 빛을 X선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러다 보통 광선이 사진 건판에 감광되어 사진이 찍히듯이 이 빛도 건판에 감광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내의 손을 사진 건판 사이에 넣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서 손가락뼈와 결혼반지는 선명했고, 뼈 둘레의 근육은 희미했다. 이것이 사람 뼈를 찍은 최초의 X선 사진이다. 뢴트겐은 뷔르츠부르크 물리학회에 논문 새 종류의 광선에 대하여를 제출했다. 그 후 1년 만에 X선 관련 논문이 1000종, 단행본 50권이 출판되었다. 1901년 뢴트겐은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상금을 뷔르츠부르크대학에 과학 발전과 장학금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다. 그때 그의 부유한 친구가 찾아와서 X선을 특허등록하면 상업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제안을 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X선은 자신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한 것이므로 X선은 자신의 전유물이 아니며 모든 인류가 X선이 가져다줄 유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 결과 X선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20명이 넘는다. 뢴트겐의 위대한 발견을 바탕으로 개발된 방사선 진단장비를 한의사들은 사용할 수 없다. 전세계에서 DOCTOR면허를 부여한 의료인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의 한의사만이 과학적 진단기기의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질병상태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진단도구를 제한하는 불공정한 규제를 철폐해 한의사들이 더 정확하고 더 안전한 치료를 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천자춘추] 겨울을 이겨내는 힘, 인삼

매년 이즈음이 되면 ‘인삼’이 절로 떠오른다. 사무실 책상 너머로 기침 소리가 잦아지는 탓이다. 인삼은 국제적으로 Panax ginseng C.A. Meyer라는 학명으로 불린다. 속명인 ‘Panax’는 만병통치약을 뜻하는 ‘Panacea’ 에서 유래하였다. 인삼은 고구려의 고시(古詩) 고려인삼찬과 중국 전한(前漢)의 ‘급취장’, 양(梁)나라의 약초서인 ‘신농본초경’에 소개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주요한 약재와 건강보조식품으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고시한 인삼과 홍삼의 기능성은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흐름·기억력 개선, 항산화·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 등이다. 요즈음처럼 면역력이 낮아지는 환절기면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인삼은 오래전부터 뿌리삼 중심으로 약재, 공물, 예물, 무역품으로의 쓰임새가 많았으며, 국가의 중요한 재정수입원이 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인삼의 잎, 줄기, 열매에도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인삼열매에는 피부개선과 미백효과가 있는 진세노사이드-Re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화장품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삼은 뿌리, 잎, 열매 어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고부가가치 틈새시장이 증가하면서 상품화도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삼열매를 이용한 고급 인삼커피와 인삼 꽃을 이용한 차(茶)로 음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가 있는가 하면, 국내 화장품 대기업이 화장품용 인삼 수매량을 30% 늘렸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국내 한방, 유기농 화장품 원료 제조에 쓰이는 유기인삼의 원료 공급과 새싹삼 시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만4천832㏊를 경작하고 있는 2만여 인삼 농가의 삶은 여전히 녹녹치 않다. 국내 경기침체와 사드(THAAD) 등의 영향으로 국민 1인당 인삼소비량은 0.32∽0.38㎏/년, 수출액은 1억5천만 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비가 정체된 탓에 인삼 제품의 재고가 늘어가고 있으며,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고품질 원료삼의 생산 차질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PLS(Positive List System,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로 인해 생산 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인삼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재배 농가와 관련 기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 인삼에 대한 소비자의 활발한 소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올 겨울 인삼과 함께 가족 건강을 지키고, 인삼농가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조창휘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장

[천자춘추]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어떤 일이든지 시작을 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또 시작이 크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해 가는 게 중요하다는 속담이다. 거창한 시민운동가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크게는 사회와 국가, 작게는 전문분야인 소비자의 공익을 위해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어 ‘소비자와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제 한번 뒤돌아 볼 때이다. 처음 시작한 마음으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에게 소비자권리를 알려주기로 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주부, 장애인, 다문화, 어르신까지 소비자정보가 부족한 대상을 찾아 소비자권리를 알려주기 위한 강의로 바쁘게 뛰어다녔다. 2년 넘게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나 이슈를 찾아내고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알리고 있다. 미래를 위한, 후세대를 위한, 지구를 위한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 자원재순환교실, 페트병재활용교육, 녹색제품 모니터링, 어린이 에너지교육 등 정부 및 산하기관의 환경사업을 수원시민에게 전달하고, ‘수원시 자동차없는날’ 행사로 시민들과 새로운 교통문화의 정착을 위한 시도에 동참하기도 했다. 얼마 전 녹색소비자연대 워크숍에서 ‘녹색소비자연대는 OOO이다’라는 명제가 주어졌을 때, 앞에 놓여있던 ‘횡단보도 사진’를 선택했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내게 ‘공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건너게 해준 고마운 횡단보도였다. 무엇보다 내게는 묵묵히 지원해주는 150여 명의 후원자들이 있다. 그들을 떠올리며 항상 ‘사사로운 욕심은 없는가, 시민운동가로서 올바르게 활동하고 있는가,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自問한다. 강의하면서, 상담하면서 작은 사례에 보람을 느낀다. 장애 청소년들 소비자교육시간에 학생들이 소비자권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신나게 질문한다. 다문화 소비자교육 시간에는 낯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친절하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네팔인들이 떠오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소비자의 권리를 알지 못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를 알려주고, 도와주고, 앞장서야 한다. 환경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 후손의 문제임을 공유하고 공감하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은 처음보다는 마무리 단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소비자와 환경을 위한 활동에 끝이 있을 수 있을 수 없겠지만 항상 마무리가 가까워졌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겠다. ‘소비자와 환경’. 실천행동을 통해 모두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다. 손철옥 수원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천자춘추] 이재명 도지사의 1천만 시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 기간 내내 두 가지 이야기를 경기도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하나는 ‘경기도민의 1천만 시간’에 대한 다짐이고, 다른 하나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는 본인의 철학을 믿고 맡겨달라는 호소였다. ‘경기도민의 1천만 시간’은 1천만 명이 넘는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경기도지사의 1시간은 경기도민 모두의 1천만 시간이라는 소명을 가지고 도정을 펼치며 잠시도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는 무상교복 등 교육정책, 청년배당 등 청년정책, 지역화폐 등 지역경제활성화 정책 등 성남시장 재직시절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정책을 펼치며 검증된 바 있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은 힘 있는 자보다 힘 없는 사람에 도움이 되도록 힘을 실어주며 함께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는 철학적 가치이다. 그것이 바로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일원으로 바로 설 수 있는 공정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향유하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본인의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약속일 것이라 짐작한다. 이는 소년 공장노동자로 시작해서 검정고시를 통해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뼈가 저리도록 느낀 아픔과 고통 속에서 시작된 삶의 철학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6월 선거 이후 아직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각종 구설에 휘말려 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본인의 SNS에 올리는 한 여배우의 문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지도 않은 고인이 되신 형님의 문제, 정확한 사실 확인도 안 된 조폭연루설 심지어는 부인이 실소유자인지 아닌지도 확인조차 되지 않은 SNS 계정 문제 등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6개월 이상을 수사한 경찰 측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검찰로 공을 넘겨 버리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가 본질은 벗어난 곁가지 치기 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야말로 한 사람 모욕 주고, 흠집 내는 수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경기도민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뿐 아니라 남북교류, 남북-동서 지역 간 균형 발전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경기도의 미래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하루빨리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현재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도민에게 약속한 ‘경기도민의 1천만 시간’과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철학이 새로운 경기를 만드는 실천의 결과로 입증되기를 기대한다. 하수진 열린사회연구소 소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