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문화와 中企 해외판로 개척

중앙아시아에 가면 키르기즈스탄이라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나라가 있다. 인구는 620만 명 남짓에 면적은 한반도의 80%의 전형적인 산악 내륙 국가다. 자연환경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경제환경으로서는 중앙아시아의 홍콩으로 불릴 만큼 경제자유의 척도가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얼굴 모습은 물론이고 전통이나 생활 풍습도 우리와 흡사한 게 많아서 우리와 그들은 뿌리가 같은 조상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간혹 해보기도 한다. 이 나라에는 공장다운 공장이 없다. 거의 모든 제품을 중국이나 러시아, 터키 등지에서 수입한다. 경기도에 있는 어떤 품목의 공장이라도 이곳에 유휴 기계 설비를 가지고 와서 공장을 차리면 대환영을 받는다. 경제자유특구가 수도 비쉬켁 인근에 있는데 외국기업이 입주하면 각종 세제 혜택 등이 보장된다. EU는 키르기즈스탄을 GSP(일반특혜관세제도) 대상국가로 선정해 이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은 EU에 진출할 때 크게 유리하다. 게다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과는 관세동맹을 맺고 있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러시아 권역으로 판매될 때는 상품의 이동과 세금에 있어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런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이 현재 6천여 명(추정치)이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그리고 외국이주여성(다문화가정)으로서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수원과 안산, 화성 지역에 많이 모여 있다. 이들 가운데 결혼이주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를 테면 한국 남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송이(키르기즈스탄 이름, 줄피아) 씨는 수원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며 키르기즈스탄 사람들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우리 경제 생태계는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의 도래, 베이붐 세대들의 경제 현장에서의 은퇴,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축소 등은 필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 위축을 불러오게 돼 있다. 내수 위주로 사업을 유지해 온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변화된 환경을 감내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요약하건데 판로가 위축되고 막혀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럴 때는 해외로 눈을 돌려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즈스탄과 같은 나라들이 우리 중소기업을 부르고 있다. 비단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의 카프카스 지역도 관심지역이다. 한국에 와 있는 이곳 지역 출신 사람들을 활용하면 언어 소통의 문제, 인맥 구축, 거래처 확보 등의 적잖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경기도가 해외 진출을 추진하려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다문화가정 인맥 플랫폼을 구축해서 적극 활용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노후 소화기 방치 안돼

얼마 전 강원도 고성에서 일어난 산불로 많은 이재민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에 있는 소방관들이 총력을 다해 대응했지만 화재는 항상 아쉬움과 아픔만을 남긴다. 이에 우리 주변에서는 매번 일어나는 화재와 관련된 사건사고에 대해 많은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기 화재진압을 위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화기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접근하기도 좋다. 사용법도 간단해 안전핀을 뽑고, 노즐을 잡고, 손잡이를 움켜쥐어, 바로 불이 난 곳을 향해 방사를 하면 누구나 손쉽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그러나 길을 가다보면 종종 비바람을 맞은 채로 방치되고, 녹이 슬어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가 돼 있지 않은 소화기를 자주 보게 된다. 단순히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비치만 한 채 무관심하게 방치만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소화기는 분명 우수한 초기소화설비이다. 그러나 만능은 아니다. 그럼 소화기는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걸까. 소화기는 지난해부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분말소화기의 경우 그 내구연한이 10년으로 규정됐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리 해당 소화기가 정상이더라도 연한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도록 제도화 한 것이다. 이에 소화기를 검정 승인하는 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별도로 성능확인을 받은 경우 최장 3년동안 연장가능하도록 하지만, 비용이나 시간적인 문제로 아예 교체하는 방향으로 많이 선택하곤 한다. 10년이 경과된 소화기의 폐기도 매우 엄격해졌다. 2013년도 구로 공단에서 일어난 가압식 분말소화기의 폭발 사고 이후 노후 소화기는 관할 소방서에서 수거하거나 혹은 소화기 제조(판매) 업체에서 구매 및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체됐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것도 금지됐다. 이제는 폐 분말 소화기는 폐기물 관리법에 의거하여 대형 폐기물로 분류돼 수집, 운반, 폐기가 허가된 업체만이 그 업무가 가능하도록 규정됐다. 이에 지자체의 조례에 근거해, 관할 동사무소에 문의하여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부착해 버리면 지정된 업체가 별도 수거 후 재활용 하도록 명문화 됐다. 지자체 별로 다르지만 수원시는 일반적인 분말소화기 3.3㎏은 약 3천원 정도에 저렴하게 폐기물 스티커 구입이 가능하다. 끝으로 안전사회 구현을 위해 소화기 유지관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 많은 이들이 초기화재 진압의 1등 공신인 소화기를 잘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잘 관리한 소화기하나 열 소방차 부럽지 않다는 표어를 상기하며, 글을 마친다. 이규정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도시농업, 5월의 친구

요즘 농촌은 모내기를 비롯한 각종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몸과 마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의 곳곳에서도 삼삼오오 활발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도시농부들이 텃밭에 계절에 맞는 식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도시농업의 시즌이 된 것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족단위로 틈새 시간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는 즐거움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에 살던 어린 시절 등하굣길, 뙤약볕 아래 동네 어르신들이 농사짓는 걸 구경했었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보니 도심 속 텃밭이 새삼 반갑게 느껴진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우리나라 도시텃밭 면적은 1천300ha에 이르러 여의도 면적(290ha)의 4.5배 만큼 넓어졌다. 도시농업 활동인구는 2백만 명을 훌쩍 넘었고 경기도에서만도 59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으며 이미 많은 도시민의 즐겁고 건강한 취미 활동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농업농촌을 알리기 위해 도시농업정책을 활발히 추진했고 2011년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경기도는 광역지자체로는 최초로 도시농업활성화조례를 제정했으며, 현재 도내 25개 시에서 도시농업조례를 제정하고 활성화 시키고 있다. 여러 시군에서 도시농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경기도 시흥과 화성에서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됐다. 행사에서는 텃밭가꾸기 경진대회, 체험행사, 도시농업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모델전시 등을 추진한다. 도시민 참여행사 덕분에 도시농업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4월에는 경기도 제1호 공영도시 농업농장이 용인에 개설됐다. 예전엔 개인이나 시군에서 운영하던 도시농업 농장이 많았었지만 이제는 인기가 좋은 도시농업의 수요에 맞춰 경기도에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농산물 생산 문화공간을 만든 것이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시민은 농업에 대한 이해, 관심도가 높으며 우리 농산물 소비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만큼 도시농업을 해보면서 농업에 대해 공감했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도시민에게는 농업 농촌에 대한 관심과 환경보전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아울러 우리 농산물의 건전한 소비촉진까지 가져올 수 있는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민이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농업을 만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방법은 경기도 제2호, 3호의 공영도시농업농장이 개설되고, 부천에 하나뿐인 도시농업공원이 여러 곳에 조성되는 것이다. 더불어 2020년 경기도에서시흥 화성에 이은 세 번째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되길 기대해본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색안경에 대한 성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 색안경 색깔은 그 사람이 성장한 배경, 받은 교육, 내면적 심리상태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채색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색깔의 안경을 끼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세상을 투명하고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갈릴레오나 코페르니쿠스 혹은 다윈 등에 의한 과학적 업적으로 인해 인간이 잘못 본 오류의 상당 부분 제거되었지만,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고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물론 때로는 색안경을 통한 착시 현상은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처음 연애 감정에 빠져 들 때면 콩깍지가 씐 채 제 눈의 안경을 쓰고 상대방을 미화시켜 바라본다. 적과 흑 작가 스탕달은 이러한 심리 작용을 썩은 나뭇가지에 아롱거리는 수정 구슬이 맺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하면서 결정화작용이라고 이름붙인 바 있다. 이와 같은 착시 현상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대상이나 세상을 아름답게 변모시키기에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착시현상은 세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예술적인 차원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대다수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보고 있는 것만이 옳다고 맹목적으로 믿는데 있다. 붉은 색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붉은 색으로 밖에는 보지 못하고 파랑색 안경을 쓴 사람은 파랑색으로만 세상을 보면서도 자신이 보는 세상만이 옳다고 고집한다. 개인적이건 집단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맹목적인 믿음은 대화와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사실 타인이 무슨 색깔의 안경을 쓰고 있는지는 쉽게 분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무슨 색깔의 안경을 쓰고 있는지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왜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는 성경 구절은 오늘날 더 깊이 되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세상을 보는 렌즈의 색깔은 무엇이고 프레임의 형태는 어떤 것인지 깊이 성찰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성찰은 색안경의 색깔을 제거하기 보다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색칠을 더해가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맹목적 추종자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천자춘추] 안전한 교통사회를 위한 터닝 포인트

교통에서 한 획이 빠지면 고통이 된다. 반면에 맵다 또는 괴롭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 辛(신)자에 한 획을 더하면 행복할 幸(행)자가 된다. 한 획을 빼고 더했을 뿐인데 의미가 상반되게 바뀌는 글자들을 볼 때 작은 습관의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지는 우리네 삶을 투영한 듯하다.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미묘한 차이로 교통과 고통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말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던 옛날에 말의 편자에 못 하나 빠진 것을 간과하면 편자가 빠지고 급기야 말이 쓰러져 타고 있던 사람마저 위태롭기 마련이다.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이 된 현대 도시생활에서 안전한 교통사회로 거듭 나가기 위해서는 보행자와 운전자는 물론 운수업체 및 도로 관리자, 자동차 제조업체, 유관기관, 행정당국 등 이해관계자들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전에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좌우를 몇 번 확인하고 회전하는지에 대한 국제비교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커서 한국과 일본의 경우를 일부 소개하면, 일본 운전자들의 경우 23번(평균 2.6회) 좌우를 확인하였고 3번 이상 확인하는 운전자도 4050%이었다. 반면 한국 운전자들은 12번(평균 1.5회)좌우를 확인하였고 3번 이상 확인하는 운전자도 1020%정도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 차체에 가려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을 발견하려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조심운전으로 사고 가능성을 낮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두 번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 정작 교통사고가 나면 재수나 운이 없다고 원망하지는 않는가. 불과 한 번 더 안전을 확인하려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행동이 교통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지 한 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따라서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사람이나 자전거 등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사이드미러에 보조거울을 부착하고 한번만 더 살피려는 조심성이 요구된다. 보행자들도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일단 멈춰서 좌우를 살피고 신호를 준수하려는 준법의식이 필요하다. 관리자들 역시 자동차 사각지대 충돌 사전감지 장치 등 선진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한편 보행자와 자동차를 분리시켜 통행할 수 있는 보차분리식(스크램블) 교차로를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보다 안전한 교통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한 번 더 살피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안전의식이 조기 정착되어야한다. 나아가 관계자들도 선진교통 시스템을 활용한 교통환경 개선에 노력을 다하여 안전한 교통선진국으로 나아가길 희망해본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천자춘추] 모기의 계절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모기이니 기온 상승은 모기의 계절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그런데 생활환경이 변하면서 요즘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모기가 출몰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여름밤의 불청객인 모기는 방 안에 한두 마리만 있어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암컷인데 산란을 위해 흡혈을 한다. 모기는 매우 작지만 인류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모기가 흡혈하는 과정에서 옮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질병으로 인해 매년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자그마치 75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모기로 인한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예방접종으로 인해 최근에는 경각심이 거의 사라진 일본뇌염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1979년 박멸선언으로 한때는 사라진 줄 알았던 말라리아도 1993년에 재발생해 2000년에 4천여 명을 정점으로 그 후 차츰 줄기는 했으나 지난해에 500여명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아직은 국내 발생이 없어서 그 위험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 등 더 위협적인 질병도 매개체인 흰줄숲모기가 우리의 주변에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려면 우리 주변에 모기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과연 모기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모기가 우리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면 유충서식지를 모두 찾아내서 유충을 없애고 모기의 습성을 이용하여 성충의 휴식처에 대한 선별적인 맞춤 방역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필자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모기 방역에 유충구제와 동절기 방역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모기를 퇴치한 경험이 있다. 친환경적인 모기유충방제를 중심으로 환경에 해로운 연막소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방역특장차를 이용한 친환경 분무소독으로 전환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모기 없는 쾌적한 환경 조성이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충분히 모기의 횡포로부터 해방된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의 이해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온난화로 인해 올해는 모기가 더 극성을 부릴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지만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시작하는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야겠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천자춘추] 엘리트스포츠의 위기를 바라보며

1982년 체육부가 발족된 후 엘리트스포츠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민주화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정부 및 국민들의 열의와 그 중요성이 축소하면서 학원스포츠가 후퇴하기 시작했고 엘리트스포츠 진흥이 제자리걸음이거나 퇴보하는 추세에 이르렀다. 그동안 성장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국가적 상황변화에 의해 서서히 부각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지연과 학연 등에 의한 파벌주의, 승리지상주의에 의한 페어플레이 정신의 실종과 심판 매수 및 승부 조작, 프로스포츠의 발달로 인한 스카우트 파동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분석하면 학교체육의 발전과 국가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기본 취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사기를 향상시키고 국민통합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스포츠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은 균형을 맞춰서 발전하여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국력에 비례한 국위를 선양하기 위하여 우수선수를 조기 발견해 그들의 육성에 여건조성을 아끼지 않고 특혜조치를 취하는 것이 오늘날 엘리트스포츠 세계의 추세다. 그러나 한국의 엘리트스포츠 정책은 단기적이거나 임기응변식의 정책을 펴왔다. 뛰어난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여 그에 맞는 여건을 조성하기보다는 선수들을 혹사시키고 승리만을 위한 기계로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한국의 엘리트스포츠 정책은 뛰어난 많은 선수들의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고 스포츠맨쉽에 벗어난 행동을 유발시키는 작용을 하였다. 또한 생활체육 발전과는 다르게 엘리트스포츠의 부정적인 면만 노출시키면서 엘리트스포츠의 필요성을 희석 키는데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단언컨대 엘리트스포츠는 국가 경쟁력을 갖게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스포츠를 국가의 정세에 따른 도구로 사용하였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그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은 국민건강 및 우호증진 그리고 자아실현과 인격완성의 측면에서 그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국가의 스포츠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이 균형있는 발전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이제 정부의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지원의 축소를, 현실에 맞게 해석하여 이를 보다 발전적 방향으로 고양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연구와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엘리트스포츠 위축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엘리트스포츠로 전환시켜야 한다.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성실한 정치비평을 위해

이규민 일상에서 사람들의 정치비평을 듣는다. 60대로 보이는 어떤 어른은 이 정권을 그대로 두면 사회주의로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자영업을 오래 했던 한 청년은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하며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이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 좀 슬픈데, 실상 차분히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으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대부분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반응인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고 덤비면 일단 고개를 돌리고 대화를 얼버무린다. 물론 근거를 대는 이도 있는데 다른 생각을 말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여기고 불쾌감을 표현한다. 정치비평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 또한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일이다. 그 방향이 어떠하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으므로 그러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정치를 대하고 있으며, 얼마나 성실하게 정치비평에 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생쥐 나라의 고양이 국회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생쥐인데, 그 생쥐들에게 투표권을 쥐어주니 고양이를 대표로 뽑더란 얘기다. 생쥐는 왜 고양이를 뽑을까? 생쥐의 이해를 대변하기는커녕 호시탐탐 쥐를 잡아먹고 부려먹을 생각만 하는 고양이를 자신들을 대표할 정치인으로 뽑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고양이가 고양이인 줄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자신이 생쥐인데 생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누가 뭐라 해도 여전히 계급투쟁의 전장이다. 사회안전망이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이러한 사회에서 계급의식 없이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많은 왜곡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땅의 어르신들은 애국심이 투철하다. 노인연금을 드린다 해도 왜 그 귀한 나랏돈으로 돈 잔치를 벌이냐 하신다. 어르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저렇게 부자이니, 저렇게 성공했으니 대표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생쥐가 고양이 정도는 돼야 국회에 입성할 자격이 있는 거 아니겠어, 라고 여기는 셈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1심 선고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대중의 반응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쪽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대한 수많은 혐의가 흐지부지 되는 걸 보면서 이 정도면 이재명을 죽이고자 하는 세력이 있는 거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 지사는 소년공 출신이다. 적어도 태생은 생쥐인 것이다. 그리하여 생쥐 출신으로 입성한 희소한 그에게 기대를 거는 생쥐들이 많다. 일개 지자체장에서 대선 후보로, 도지사로... 그것은 생쥐의 대표로 생쥐를 뽑고자 하는 수많은 생쥐들의 의지다. 적어도 다수 국민들이 여전히 기대를 걸고 의지를 보이는 그 힘을 누구라도 함부로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규민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사무총장

[천자춘추] 수원에 ‘도시건축도서관’을 세우자

오월이 되면 생각나는 분이 계시다. 바로 故심재덕 수원 시장이다. 그의 수원화성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6년 5월 말경으로 기억된다. 수원시는 수원화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신청했으나 현장 답사 심의에서 판정단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당시 복원된 상태가 너무 조악하고 심지어 성곽 일부는 시멘트로 발라져 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970년대 복원 작업을 하면서 완벽한 복원보다는 성과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심사위원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수원화성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게 된 것은 심재덕 시장의 열정과 공무원들의 노고가 있었음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화성 축성 후 정조가 기록한 화성성역의궤 덕분이다. 재심 청구시 심사위원들에게 화성성역의궤을 제시하며 이것을 토대로 완벽한 복원과 보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결과 드디어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 그 이후 화성성역의궤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 화성성역의궤는 일종의 공사보고서라 할 수 있는데 공사 방법은 물론 참가한 사람들의 성명과 인건비, 공사비, 공사에 사용한 장비 등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입체적 그림으로 표현해 지금 보더라도 당시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화성성역의궤가 없었다면 지금의 수원화성은 아마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토록 기록물 대단히 중요하다. 도시를 개발하거나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도면과 시방서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청사진을 이용해 공사시 사용 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컴퓨터라는 편리한 도구로 인해 디지털화되면서 이제 이런 것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도시건축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는 곳은 몇 군데 있으나 도시건축자료를 수집 보관 및 관리하는 도시건축도서관 또는 박물관은 없다. 물론 개인 이름의 건축박물관은 있기는 하나 지극히 제한적 내용만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주요 도시마다 구축돼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는 아직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화성성역의궤를 만들고 보관했듯이 우리도 도시건축도서관 (박물관)이 필요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경기도건축사회와 수원시가 공통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수원 시민이 나서야 할 때다. 김동훈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경험이 가져다 주는 삶의 안단테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작은 일들을 손수 해야 했었다.(가정과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하나의 생각이 있다. 엄마가 나의 손에 숟가락 하나 쥐여주고 장독대로 가서 된장을 떠오라고 시켰던 일이다. 그때마다 된장을 뜨고 꾹꾹 눌러놓고 뚜껑을 닫아라고 하셨다. 요즘은 장독대 대신 냉장고 안 플라스틱 통에서 한 숟가락 된장을 뜬 후 엄마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퍼낸 곳을 꾹꾹 눌러서 위를 평평하게 다져 놓는다. 꺼내 먹고 빈 공간 없이 꾹꾹 눌러 주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현재에도 시간의 흐름을 깨고 살아남는 것 같다. 시간을 넘어 항상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과 과학적인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은 우리가 늘 추구해야 하는 고전 같은 것일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떻게 경험을 갖도록 생활을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책상에 앉아서 암기만 하던 학습방법보다 실제로 보고, 듣고, 만지는 현장 체험학습이 좋다고 언제부터인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사들도 고민을 나름 많이 한다. 본(見)다는 것은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자연을 그냥 흘려 보는 게 아니라 깊이 봐야 한다.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耳不見 聽耳不聞 食耳不知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경전 중 대학에 나온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시청(視聽)을 하는 편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은 물론 사회인도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결국 어떤 한 개인의 경쟁력이 되는 것은 끊임없이 견문해서 거기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삶의 현장에서 주고 받는 무언의 대화를 통해 발견되고 내 마음과 만나는 순간 기쁨은 물론 창의력이 싹트고 자라나서 꽃을 피게 만든다. 볼 때 깊이 생각하고 만질 때 느낌을 찾아보고 사람들과 활동할 때 주목하고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진지하게 관찰하면서 살아야 한다.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아 책상에 앉아서 혼자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것에서 탈피 학습자가 수업의 주인공이 되어 주제를 함께 해결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 변화를 하고 있다.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남과 비교하고 더 앞서야 한다고 교육시키는 것보다 이제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학습하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갖게 되는 삶의 풍부한 경험이 전 생애를 통해서 행복을 가져다주는 삶의 안단테가 되리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가난으로 교육 조차 차별받는 아이들

초점을 잃은 눈동자,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 풀죽으로 겨우 한 끼를 때우는 여느 빈민국 아동들의 사례들을 우리는 아직도 TV 광고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이 절대빈곤선에 놓인 아이들을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또 다른 국면으로 상대적 빈곤을 이유로 차별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처럼 추가 교육을 통해 부족한 과목의 실력을 보충하고 싶은데, 맞벌이로 힘들에 일하시는 부모님께 더 이상 짐을 지워드릴 수 없어 말 못하고 혼자 참을 때가 많아요. 재개발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한 지역에 거주하는 민수(가명)의 이야기다. 진로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청소년기에 아이는 자신보다 부모를 걱정하며 꿈을 축소한다. 부모 또한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대로 더 많은 기회를 안겨주고 싶으나 주머니 사정이 뻔하다. 일용직으로 벌어들이는 임금이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추가 학습비를 마련하기에는 형편이 녹록치 않다. 때문에 민수와 같이 교육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은 원하는 길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빈곤율은 교육수준에 따라 격차를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초졸 이하, 중졸, 고졸, 대졸 이상 순으로 빈곤율이 높게 나타났다. 대졸 이상의 빈곤율이 9.2%에 그치는 반면, 초졸 이하의 경우 그의 3배 이상인 30%를 웃돈다. 즉, 아이 한 명이 교육의 기회를 상실할 때 우리 사회의 빈곤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만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만큼은 소외 없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것이다. 추가 교육 혜택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은퇴자들을 방과 후 교사로 양성해 학교 차원에서 맞춤 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복지사업을 실시하는 민간기관 위탁을 통해 인터넷 강의 등 추가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다. 공교육만으로 교육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니즈를 해소할 수 없다면, 대안을 찾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5월 가정의 달, 차별 없는 교육복지로 아이들이 내일을 향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종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유리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며칠 전 한 오피스드라마에서 여성 주인공이 팀 내 최고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동료에게 승진 후보 자리를 내 준 상황이 그려졌다. 이 드라마의 상사는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않다거나 회사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리천장(glass-ceiling)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리천장은 인종이나 성차별 등을 이유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현실을 비유한 용어이다. 쉽게 말해, 유리천장은 투명해서 마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위가 훤히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터운 장벽이 존재해서 올라갈 수 없는 현상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과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이 정도면 충분히 평등한 사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과연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이고 현실은 충분히 평등한 사회일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매년 OECD국가의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2019년 3월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29개 OECD 국가들 중 여전히 최하위였다. 가장 심각하게 제시된 부분은 34.6%나 되는 성별 임금격차와 12.5%에 불과한 여성 관리자 비율, 그리고 단 2.3%에 그친 이사회 여성임원 비율과 20.3%로 벌어져 있는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차이였다. 우리나라 여성은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진입 이후에는 임금과 승진 등의 차별 속에서 참으로 일하기 어려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다. 필자는 1년 반 전에도 유리천장 관련 칼럼을 썼다.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라는 대중가요 가사가 이슈가 된 즈음이었다. 유리천장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견고한 장벽이기 때문에 스스로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에 사용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희망을 갖게 한다고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다양한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유리천장이라는 용어와 상황을 접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유리천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유리천장은 보인다고 해서 당장 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볼 수 없고 보이지 않으면 그 존재 자체가 부인된다. 적어도 최근의 사회 분위기로 유리천장의 존재를 인지하고 현실을 파악했으며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시간 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유리천장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국가적 문제이기에 최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1978년 손재식 경기도지사

1978년 봄, 공무원 365일 근무한 어느 날의 기억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엘리트 행정가인 손재식 도지사(1976년 10월~1980년 1월). 요즘도 재난 방송과 뉴스에 나오는 그 유명한 노랑 민방위복을 곱게 다려입는 손재식 도지사가 한해대책 현장 점검에 나섰다. 화성군청과 비봉면사무소에는 비상이 걸렸다.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는 장면을 보여 드려야 한단다. 화성시 매송면~비봉면~남양면~마도면~송산면~서신면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비봉면에서는 오전 양수작업을 중단했다. 하천의 모래를 파내고 건수가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도지사님이 오시면 힘차게 퍼 올리겠단다. 중고생을 동원해 양동이로 물을 날라 가뭄에 타들어가는 못자리에 뿌렸다. 당시 정부는 논농사가 곧 안보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 했다. 도지사가 우리 지역을 통과할 예정시간이 임박해지자 공무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도청에서 도지사 차가 출발하면 오산에 있었던 화성군청으로 알려주고 군청 농산과에서는 면사무소로 연락하기로 했다. 면사무소 공무원이 부락당 1대뿐인 이장님집 교환전화를 통해 소식을 듣고 오토바이로 현장에 달려왔다. 당시에는 삐삐조차 없었다. 경기1가1000번(도지사) 차량의 도착 예상시간 오차는 아마도 30분정도. 핸드폰이 없는 1970년대 후반의 이야기다. 오랜 기다림 후에 도지사 차가 저기 온다는 오토바이 擺撥(파발)을 받고 5마력 양수기를 힘차게 돌렸다. 양수기 물줄기가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하늘로 향해 쏘아댔다.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도지사님과 수행팀은 양수기가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군청에서 지프차를 타고 따라온 사진사는 연신 카메라 셔텨를 터트린다. 화려한 현장의 무대 뒷편에서 움직이는 촬영 스텝처럼 면직원 공무원들은 애간장이 녹는다. 개울바닥 저 아래의 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콰이쾅의 다리에서 교량 폭파직전에 강물이 줄어들면서 뇌관에 연결된 전선이 드러나는 그 순간과 겹치는 데자뷰(Deja-vu). 보초병과 주인공 장교가 대립하는 맘 졸이는 장면이다. 16대 손재식 경기도지사님을 그렇게 만났다. 존경받는 존경하는 도지사님. 사무관 시절에 도시락 들고 출근했다는 분이다. 세월이 흘러 민선 초임 29대 이인제 도지사님, 30대 임창렬, 31대 손학규, 32~33 김문수, 34대 남경필 그리고 35대 이재명 도지사님의 경기도청과 도 공기관에서 일했다. 예산편성하며 밤도 새워보고 새벽 5시에 서울 복판으로 차를 몰아 도지사님 행사장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손재식 도지사님때 공무원은 사명감 높은 공무원(公務員)이었다. 그때는 19살이라 어리고 판단력, 비판능력이 부족했었지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천자춘추] 잉태

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자 축복받은 일인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은 또 아니다. 어떤 부부에게는 아무 어려움 없이 계획한 대로 쉽게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이, 또 어떤 부부들에게는 그렇게 어렵고도 어려운 일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통을 겪는 난임부부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저출산 극복에도 기여하고자 2017년부터 경기도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을 시작하여 올해 3년째 시행하고 있다. 2018년 본원에서 치료하여 임신에 성공한 케이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1월 32세의 나이에 결혼한 김**(가명)님은, 신혼 생활을 조금 더 즐기고 아기를 가지려고 2년 정도 임신을 미루다가, 정작 아기를 가지려고 계획했을 때는 쉽게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2017년 11월 난임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해 12월 인공수정시술을 시도했으나 임신에는 실패했고, 2018년 1월과 3월, 그리고 4월 세 번의 체외수정 시술에서도 임신이 되지 않아, 2018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지원사업에 신청해 선정됐다. 처음에는 난관조영술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다시 검사했을 때 좌측 난소는 자궁내막증으로 배란불가 상태였고, 우측난소에서만 배란이 가능한 상태였으며, AMH 수치가 0.46으로 낮아 난소 나이 43세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또한 남편은 정액검사결과 정상정자비율이 2% 이하인 기형정자증(정상은 4%이상)으로 진단되었다. 부부 모두에게 원인이 있어 자연임신이 쉽지 않은 경우였다. 당시에 남편은 한의약 지원사업의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치료비는 본인이 자부담하기로 하고, 부부 동시 치료에 들어갔다. 2018년 5월1일 치료에 들어가서, 부부가 동시에 한약을 복용하고, 침 치료를 병행한 지 약 40일 만에 혈액피검으로 임신수치를 확인하고, 마침내 6월 30일 태아심음을 확인하여 임신 확진이 됐다. 임신 중 입덧이 심하여 입덧 치료한약도 복용하고 잘 관리하여, 2019년 2월 예쁜 공주님을 출산했다. 얼마나 기쁘고 보람있는 일인지 모른다. 한의약 난임치료는 난임여성에게는 난포기와 황체기로 나누어 각각의 처방을 통해 배란기능과 착상능력을 향상시키고, 남성원인의 난임에는 원인에 따라 희소정자증에는 정자 수를 증가하는 한약, 정자무력증에는 정자의 활동성을 활성화시키는 한약, 그리고 기형정자증에는 정상정자의 비율을 높여주는 한약을 처방하게 되는데,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2019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은 여성난임은 물론이고, 남성요인의 난임도 지원하기로하고, 지원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많은 난임부부들이 이 지원사업을 통해 새 생명을 잉태하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천자춘추] 미래 직업교육의 방향

우리나라의 교육은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인문고대학진학취업 일변도 교육으로 이어져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 이것을 벗어나고자 학벌을 탈피한 능력중심사회 구현,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대학입학제도의 변화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미래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하기 위해 지식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아닌 융합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직업교육의 비율을 30%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직업교육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고졸성공사회를 위해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경로를 구현하기 위해 22년까지 직업계고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를 계획하고 있다. 취업 전에는 중등직업교육 강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 미래유망 분야 학과를 분석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직업계고의 체질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를 전체 직업계고에 먼저 도입한다. 또한 특성화고에 직업과정 위탁교육을 보낼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취업 시에는 공공부문 고졸채용을 확대하고 공무원 국가직은 20%까지 확대되며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는 기술계고 경채 30%로 확대된다. 취업 후에는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300만 원씩 약 2만4천명을 지원하였으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한 고졸 근로자역량 개발지원 기업을 확대시키기 위해 중소기업 유급휴가 훈련을 시행하고 고졸 재직자의 대학진학 지원을 위해 고졸 후학습자의 학비를 9천명 지원하였으며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미래직업교육 청사진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업계고 미달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직능별 마이스터고의 확대 신설이 필요하고, 청년 취업률 향상을 위해서는 고졸로서 충분히 사회적으로 자립성공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고졸 취업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취업센터를 활성화하고 취업지원관을 학교에 지원함으로써 청년취업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기업은 인성ㆍ기초능력과 실무능력을 갖춘 지역 고졸 인재를 채용하며 지자체에서는 커뮤니티 중심의 교육-취업을 활성화하는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졸 성공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개선의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루어지는 제도의 변화보다는 교육부, 직업계고, 기업, 지자체의 일관성 있는 노력이 지속될 때 직업 교육은 미래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봄에 피는 꽃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벚꽃 축제를 풍성하게 개최한다. 동네마다 펼쳐지는 벚꽃 축제는 먹거리가 풍부하고 흥겨운 음악이 있으며 사람들 얼굴에 꽃과 함께 미소가 가득하다. 엄마와 아빠와 노는 아이들, 손을 잡고 거니는 연인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봄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말한다. 그와 더불어 봄에 피는 꽃은 잔인한 꽃이라고도 말한다. 누군가에는 아름답지만 누군가에게는 잔인하게 보이는 것이 봄에 피는 꽃이다. 제주도 4ㆍ3, 4ㆍ16 세월호 참사, 5ㆍ18 광주 등 국가권력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도 국가권력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방기의 책임으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당했던 것도 봄에 발생했다. 아직도 진실규명은 요원하기만 하기에 어떤 사람들은 봄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부르고, 봄에 피는 꽃도 잔인하게만 보일 뿐. 나 혼자 꽃피어 풀발이 변하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혼자 꽃피어 산이 변하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마저 물든다면 결국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나 혼자 꽃피어의 구절이다. 잔인하게만 여겼던 대한민국의 봄, 그래서 잔인하게만 보였던 꽃. 나 혼자의 꽃은 꽃이 아니라며, 네가 무슨 꽃이 될 수 있냐고, 나 혼자 피운 꽃이 무슨 소용이냐고 고개 숙일 때 대한민국의 봄은 그냥 잔인한 계절이고 봄에 피는 꽃은 잔인하게 보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해방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이유도 모른 체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이 휘두른 총칼에 쓰러져만 갔다. 누구나 포기하고 싶을 때 누군가는 혼자만이라도 꽃이 되고자 했으며 누군가 하나의 작은 꽃들은 하나둘씩 모여 연대를 이루어 냈으며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커다란 밑거름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4ㆍ19혁명은 해방 후 15년간 핍박에 숨죽이고 살고 있던 작은 꽃들이 내가 피고 네가 피어 변할 것 같지 않았던 풀밭을 꽃밭으로 만들었으며, 내가 물들고 너마저 물들어 결국 산을 붉게 타오르게 만든 꽃들의 대합창 이었다. 평생 군림할 것 같았던 이승만 독재는 그렇게 아주 작은 꽃들의 연대 앞에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져 가야만 했다. 너와 내가 맞잡은 손은 풀밭을 꽃밭으로, 너와 내가 함께하는 어깨동무는 산을 붉게 물들게 하기에 우리의 손이 우리의 어깨가 함께 어울려 있는 한 봄은 희망이다. 그래서 나는 한반도 봄에 피는 꽃을 희망의 꽃이라 부른다. 4ㆍ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1주년 한반도 봄에 피는 꽃이 평화의 꽃도 되었으면. 황수영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필자는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주요 가족 행사 때에 촬영하는 취미가 있다. 결혼식할 때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하여 신혼여행에 가지고 가서 촬영하는 것을 시초로 매 가족행사 때마다 촬영을 해왔다. 그리고 시간이 한가할 땐 가끔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들을 보곤 한다. 작년 은혼식 기념으로 이탈리아에 부부여행을 갔다. 베네치아에 산마르코 광장이 있는데, 여기에는 1720년에 문을 열어 나폴레옹, 괴테, 바이런 등이 단골이었다는 카페가 있다. 내외부에 테이블이 있고 작은 음악회처럼 연주가 울려 퍼지는 곳이다. 아내가 동행한 친한 부부와 테이블에서 음료와 음악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을 비용이 비싸서 테이크아웃으로 그늘에 앉아 음료를 마신 적이 있다.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면 일생에 몇 번이나 이런 여행 기회가 올까 하는 마음에 공연히 후회가 된다. 그때 그 카페에서 음식을 시키고 앉아서 음악감상을 즐겼으면 아내가 더 행복해 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동영상을 볼 때마다 생각난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아파트 공터에서 자전거 타는 영상을 찍은 것이 있다. 이때 아들이 킥보드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매스컴에서 아이들이 정형외과에 골절되어 많이 병원 오는 이유가 킥보드 때문이라는 말에 아이를 설득하여 사주지 않았다. 자전거 타는 동영상을 볼 때마다 그때 그냥 사줄 걸 하는 후회가 된다. 후회되는 건 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도 있었다. 대형마트에 쇼핑을 가면 우리 딸이 장난감 코너에서 항상 지나가지 못하고 쳐다보는 장난감이 있었다. 핸드폰 장난감이었는데 말소리와 벨소리도 나오는 모양이 최신식인 핸드폰 장난감이었다. 장난감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싼 것이어서 사줄까 말까 고민하다 아이가 다 커버려 사주지 않게 되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고 지난 일을 생각하면 몇 가지 꼭 후회가 되는 것들이 있다. 주자십회훈은 송(宋)나라의 거유(巨儒) 주자(주희:朱熹)가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열 가지를 뽑아 제시한 것이다. 첫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는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는 말이고, 둘째,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는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는 뜻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주자십회훈의 가르침대로 부모와 가족을 생각해 볼 때다. 아이들이 자랄 때는 때때로 꼭 필요한 경험들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부모님들에게도 돌아가시기 전에 혹은 더 늙기 전에 꼭 필요한 우리들의 추억이 필요한 것 같다. 살면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의 경중은 지나봐야 알겠지만 필자처럼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

[천자춘추] 카오스 그리고 희망의 5월

우리나라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 카오스(chaos) : 하늘과 땅의 구별조차 없는 혼돈과 무질서 상태 정치판은 투쟁이 이어지는 전쟁터 같다. 경제는 국민의 어깨를 늘어지게 한다. 녹녹하지 않은 삶에 지친 민초는 답답한 가슴만 쓸어내린다. 대한민국은 약 70년 전 북한의 남침으로 민족상잔의 고통을 겪었다. 우리는 참혹한 전쟁 잔해와 무질서한 시기를 극복하고 세계가 놀라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영광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영광을 망각했다. 스스로 폄하하며 자해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있다. 인류는 무릇 경험과 자성을 통해 진화해 왔을 텐데, 우리는 왜 과거를 답습하며 혼돈을 만들어 내는가? 새로운 질서에는 또 다른 무질서가 필연이기 때문인가? 무질서와 규칙 없는 혼돈 속에서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찾고자 하는가? 희망인가 권력 혹은 부(富)인가? 누군가는 계획적으로 무질서를 증폭하여 이(利)를 취하려 한다. 이런 무리에게 혼돈과 갈등은 개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은 무책임한 갈등만 조장되고 있다. 이념갈등, 지역갈등, 젠더갈등, 계층갈등 등 수 많은 갈등이 누군가에 의해 조장되고 있으며, 하이에나처럼 무리 지은 자들은 혼돈 속에서 이(利)를 취하고 있다. 태초에 카오스는 복잡함 속에서도 일정한 규칙과 조화를 담아냈다. 잡음처럼 들릴 수 있는 여러 악기 소리가 모여 오케스트라 화음을 만든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카오스의 결말은 우리 사회를 오케스트라처럼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의 영광을 만들어왔던 대한 국민은 지혜롭다. 누구보다 강하다. 무질서 속에서 규칙을 찾아왔고, 혼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찾아왔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시대가 겪고 있는 혼란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국민의 지성이 진실을 찾고 질서를 이루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의 영광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믿는다.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하는 자는 죽은 자이거나 꿈을 잃은 자뿐이다. 우리 가슴에 아직도 꿈이 있다면 포기하고 절망하기에는 이르지 아니한가? 내일도 태양은 뜬다. 계절의 여왕 5월은 희망의 달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날들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영광을 되찾을 희망의 걸음으로 채워보자. 김민수 한국창업진흥협회장ㆍ창업학 박사

[천자춘추] 미세먼지, 고등어는 죄가 없다

알람 소리에 깨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검색한다. 외출하기 전에 마스크를 챙겨들며, 창문을 열어놓는 날보다 닫아놓는 날이 많아지면서 일상의 아침인사도 바뀌었다. 오늘 미세먼지 어때? 미세먼지 걱정이 많은 요즘, 한때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뉴스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환기를 통해 실내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2016년 5월, 환경부 발표 보도자료는 조리대상에 따른 미세먼지 양을 검사해보니 고등어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왜곡된 정보로 애꿎은 고등어가 수난을 겪었다. 많은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면 미세먼지의 주범은 아니더라도 공범같은 행동을 수없이 만난다. 오늘도 우리는 자동차로 출근길에 올라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 한잔을 들고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식사 후 잔반을 남기는 것도 다반사며,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할 때 스티로폼이나 비닐랩으로 깔끔하게 포장된 것을 고른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분리수거 현장은 대충 분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집집마다 쓰레기나 분리수거 양도 천차만별이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미약해 보이지만 위대한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1995년 서울시는 제주시보다 공기의 질(미세먼지, PM10)이 2배가량 나빴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도시의 공기의 질이 비슷해졌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감소 정책의 효과를 봤고, 제주시는 관광객의 급속한 유입으로 대기오염원이 증가했다는 전문가 분석이다. 환경은 누구를 탓하면 답이 없다. 나부터, 내 가정부터,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야 한다. 텀블러는 이제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내가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시처럼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루는 날을 꿈꿔본다.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

[천자춘추] 한국당은 독재의 후예?

한국당은 419 혁명 때 국민에 총을 쏜 정권의 후신으로, 아직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군부의 전신 입에서 독재타도란 말이 나오느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을 비난하면서 나온 말들이다. 이 두 발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금 현재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데, 과거 역사를 들고 나온다는 점이다. 즉 한국당의 역사는 이승만 정권까지 올라가며, 이들의 정치적 조상들이 쿠데타를 하고 독재를 했기에 그들은 어떤 말을 해서도 안 된다는 식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연좌제적 발상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지금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에, 과거 이승만 정권에 협조했거나,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협조한 사람은 거의 없다. 연령상으로 볼 때 가능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구 공화당계라든지 민정계는 지금 정치를 할 수 있는 연령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전두환 정권하에서 초임 검사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독재 정권에 협조했다고는 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지금 자유한국당 내에는 과거 상도동계라고 불릴 수 있는 인사들이 있다. 상도동계라 함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김무성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와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인 상도동계 출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홍준표 전 대표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한 인물이다. 김문수 전 지사 역시 노동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 당시 총재의 공천을 받아 제13대 총선에 출마하여 부산 동구에서 당선되며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현재의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을 독재 정권의 후예라고 부를만한 합리적 근거는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근거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연좌제는 없어져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 속에는 정치는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정치에, 자꾸 과거를 들먹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과거에 당신들이 그랬으니, 혹은 당신들의 정치적 조상들이 그랬으니, 당신들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지금 당면한 정치적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한다. 더구나 집권당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지 상대를 비방하며 자꾸 과거를 끌어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충실해야 할 대상은 바로 현재인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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