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상대방의 입장에서

여기 두 회사가 있다. 한 회사의 대표는 항상 어떻게 하면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회사의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더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또 다른 회사는 반대로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대표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두 회사 중 어떤 회사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얼마 전 화성에 소재한 C업체의 대표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비교적 젊은 나이였던 그 대표는 그래도 창업 전에 약 16년간의 직장생활을 했다고 한다. 흔히들 직원들에게 경영자의 마인드로 일을 하라고 말을 하는데, 그분은 정말 그렇게 일을 처리하다보니 승진도 고속으로 해왔다고 한다. 이후 그분을 믿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했다. 창업을 해서 대표가 되어보니 이제는 직원이었을 때의 상황과 느낌이 떠올랐다. 일단 애들을 키우면서 부부의 시간을 갖기가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생생했다. 주말에도 하루종일 육아에 시달려서 알콩달콩 지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부부의 날. 매월 첫째 금요일에는 부부가 점심도 같이 먹고, 데이트도 할 수 있도록 공식 휴일로 잡은 것이다. 2018년에는 대졸 초봉을 4천만 원으로 정했다. 초봉을 그렇게 인상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인건비가 전년도 대비 160% 이상 소요되었다. 대표는 이익이 나서 급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먼저 올리겠다. 우리 회사가 이익을 못내면 우리는 망한다. 이제 여러분들이 책임지고 회사를 살려달라고 요청했고, 직원들은 화답했다. 작년 어려운 여건하에서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신장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몇몇 기업인들과 나누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그게 가능한가? 라는 표현이다. 초기단계니까 가능하다., 규모가 작아야 가능하다., 매출이 작을 때는 된다. 등 다양한 해석을 붙여주시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한가지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대표자의 마음으로 일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직원들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우하고 있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러나 사공 모두가 하나의 뜻으로 마음을 합하면 그 어떤 폭풍우가 두렵겠는가? 서로의 마음을 서로가 헤아려줄 수 있는 마음. 우리를 위해 기업이 살아야 한다는 그 마음이 합쳐지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러한 기업이 더더욱 성장하기를 응원해본다. 백운만 경기지방 중소벤처기업청장

[천자춘추] DMZ 평화안보관광

최근의 화두는 평화가 대세다. 지난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따른 평화의 바람 덕택이다. 물론 DMZ일원 뿐만 아니라 DMZ 관광상품도 마찬가지다. 70~80년대 당시 정부는 분단 현실을 내외국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외국인에게는 관광목적으로 내국인에게는 견학으로 통한 통일안보교육 목적으로 활용했다. 그것이 바로 남침 땅굴과 전망대 전적비, 전적지, 전시관, 교육관, 평화의 종 또는 평화의 북 등을 대상으로 일명 안보관광이란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DMZ 관광하면 땅굴과 전망대를 둘러보고 상황에 따라서는 부대를 방문해서 장비전시 및 병영식사 등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민통선 출입관련 검문소에서 출입에 따른 최소 인원수와 신분증 제시 등 불편함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으레 어려운 안보관광으로 생각하며 코스 일정이 단조롭고 정적이어서 관광자원으로서 큰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층에서는 DMZ 안보관광하면 DMZ 안보는 관광이라며 전망대와 땅굴 등 한 두 곳을 다녀오고 DMZ 전체를 다 아는 것처럼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DMZ관련 안보관광이 DMZ 평화관광으로 변해야 하며 관계기관에서는 DMZ 평화관광이란 주제로 토론회 및 세미나가 자주 개최되고 있다. 평화와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며 사람으로 보면 이와 입술 관계 즉 순망치한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한민국 국민이 평화라는 단어를 싫어하겠는가? DMZ 평화관광이 활성화가 되려면 말과 글로서 외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간 DMZ하면 군부대, 땅굴, 전망대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품개발이다. DMZ 일원의 역사와 문화, 지오파크, 평화자원, 생태, 평화누리길, 통일여는길 등 관광자원과 함께 유네스코 인증제도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지질공원을 연계한 신규 프로그램과 DMZ 평화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필자가 30여 년 전부터 판문점과 DMZ일원을 출입하면서 많은 관광상품을 개발하면서 느낀 최고의 관광상품은 비무장지대 내의 GP투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DMZ관광관련 명칭이 그간 안보관광 또는 앞으로 평화관광이든지 이왕이면 DMZ 평화안보관광으로 불려지길 희망한다. 장승재 DMZ 관광주식회사 대표이사

[천자춘추] ‘미디어 n 미데아’ 전시

봄기운에 쌓여 어디론가 길을 나서고 싶은 계절이다. 필자는 용인 기흥 상갈동에 흡사 그랜드 피아노처럼 지어진 백남준 아트센터로 발길을 옮겼다. 도착해보니 예술에 비디오를 접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백남준의 실험이 돋보이는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시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는 활동 당시 시대상황을 예리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미디어 기술에 예술적 접목으로 미래시대를 구성하고 삶을 그렸던,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던지는 예술적 지향점을 탐구한다. 전시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닉슨 TV는 텔레비전이란 미디어를 서로 간 소통수단으로 이해를 도모하는 미래 신기술로 분석했다. 화면 위에 설치된 원형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브라운관 속 닉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TV이미지가 젊음과 노화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활용에 서툴렀던 닉슨이 낙선하고 나아가 미디어의 영향력이 대통령도 바꾼다는 미래적 영감을 전해준다. 24대의 모니터로 구성된 TV 시계는 각각 기울기가 다른 선을 보여주며 시간을 표현하고 시간을 시각화한다. 이 작품은 하루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그 속에서 일상의 삶을 고요한 명상 속에 잠기게 한다. 위대한 독재자, 모던타임즈, 황금광 시대 등의 영화를 통해 물질만능시대에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제기했던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로 자본주의와 기계문명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인간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서정성과 유머로 비판했다. 동시대 풍자의 상징이었던 찰리 채플린의 시대정신과 백남준 역시 동시대 인간화된 기술,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했던 부분에 맥락을 놓고 본다면 모니터와 라디오 케이스, 전구, 비디오를 주재료로 만들어진 로봇 채플린은 백남준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 지구적 흥겨움이라는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그루브는 세계 각지의 춤과 음악을 이어붙인 백남준 선생의 대표작이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TV채널도 쉽게 돌려볼 수 있고 채널은 전화번호부처럼 두꺼워질 것이라 했다. 나바호족 인디언 여성의 북소리에 로큰롤이, 우리나라의 부채춤에는 탭댄스가, 월광소나타와 슈톡하우젠의 전자음악이 부딪치며, 이어지며 그리고 서로 간 대등하게 공존한다. 백남준 선생이 보여준 창조적인 비디오아트와 형식에 구애없는 퍼포먼스는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않다. 그래도 백남준 선생을 이해한 부분은 이해한 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즐겁다. 화면의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천재 백남준의 창조적 빛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보자! 김봉균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가래질 협업의 현대적 해석

역사시간에 배운 향약,두레,노동요 등은 힘을 합치고 일시에 노동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데 중점이 있다.공사장에서 무거운 돌을 이동할 때 여러 명이 함께하나 둘 셋~!하면서 힘을 모은다.혼자서는 하루를 고생해도 안 될 일을3명이 힘을 합치면 일거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창작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혼자서 작업을 해내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힘을 합치면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그중에 가래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찰기억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적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의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현대적 버전으로는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바꿔야 할 것이다. 호미는 손으로 잡고 밭고랑을 파고 농작물을 심는 개인도구다.가래는 최소3인이 호흡을 맞추는 협동의 장비다.가래질의 특징은2인의 힘과1인의 조율에 의해 흙을 깊게 파서 멀리 보내는 농업 인력 활용과 협업의 최고경지를 보여주는 조상들이 개발한 농기구다.어린 시절 관심있게 본 가래질 과정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가래의 삽날을 땅에 대는 순간에1번줄과2번줄이 어느 정도의 힘으로 조정할 것인가를 알아차린다. 좌측 줄을 강하게 잡아당기면 퍼 올린 흙이 왼쪽으로 날아가고 우측 줄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날아간다.이때 상대편 줄을 잡은 이는 반 정도의 힘으로 가래날의 균형을 맞춘다.이는 마치 현대의 토목장비의 최고봉인 불도저가 좌회전할때 오른쪽 무한궤도가 빠르게 돌고 좌측은 잠시 멈추는 것으로 매칭해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대입해 보면 힘의 조절도 필요하고 멘탈적 협업이 중요해 보인다.회사이든 기관이든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협업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가래작업은 오랜 경험과 숙련된 역할 배분으로 줄과 가래장치 나무 손잡이로 흐르는 감각으로 소통하지만 현대인들은SNS와 눈빛으로 대화한다. 간부회의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후배가 팀장이 되고 선배가 팀 구성원이 되는 시대다.가래질3인은 대충 쉬는 듯해도 세 명이 각각 일하는 것보다2배의 성과를 낸다. IT시대, 4차산업의 시대를 맞았다.부장,팀장,팀원 모두가 지금 우리가 하는 업무의 내용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하나같이 주인정신을 발휘하는가래질 협업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이강석 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기업을 살리는 세금 만드는 일자리

세금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소득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납부하는 돈으로 경제발전의 영양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작년과 올해 일자리를 만든다고 쏟아부은 세금이 5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일자리의 태반은 저임금 단기 공공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통계 개선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뒤따른다.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줄어든 민간 일자리의 공백을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메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선지 세금으로 복지혜택을 주는 복지일자리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다. 세금으로 메꾸는 일자리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힘을 써 세금을 만들어 내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블루오션인 지식서비스 산업을 확충하여 소프트웨어, 바이오, 의료, 관광, 교육, 금융 산업 등의 분야의 일자리 창출이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지식 서비스 산업은 세금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미래 향상을 위한 새로운 소비 성장 동력으로 문화관광산업을 비롯하여 양로, 스포츠 , 가정서비스, 정보소비산업 등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 흡수력이 저하되고 있는 대기업 일자리를 메꿀 수 있는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일자리에 대한 보다 정교한 분석과 미스 매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중소기업들의 기업 성장을 촉진하여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복지 미비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와 사회적 체면 문화, 자아와 경력 성장 로드맵 부재 등의 요인들에 대한 정보제공과 심층상담으로 해결점을 찾아 국내 기업의 90% 정도 점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세금 만드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남다른 노력이 요구된다. 즉, 노동 개혁, 규제 개혁을 일신하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성화하여 기업이 뛸 수 있게 만들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세금을 쏟아부은 일자리와 같이 물안개처럼 단기간에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어지면서 고용 지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일자리로 정착하게 된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고 그 일자리에서 세금이 만들어짐으로 정부는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해 줌으로써 건강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 교수이학박사

[천자춘추] 喪主가 된 상주시 공무원

이강석 강릉과 원주가 강원도, 충주와 청주가 충청도, 전주와 나주가 전라도, 그리고 경주와 상주가 경상도라 작명 됐다. 경상북도 상주군 공무원들이 상주가 되어 상복을 입고 근무를 한다는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1965년 상주군 인구가 26만5천명이었는데 2019년에 9만9천986명으로 10만선이 무너졌다. 그래서 상주군 공무원들이 인구 10만선을 지켜내자는 각오의 표현으로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누구의 제안인지는 알 수 없다. 1978년 화성군청 소속 9급 공무원으로 비봉면에서 추곡수매 담당자로 일했다. 산촌 2개 마을을 담당했으므로 논비율이 적어서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다. 부면장께서 수매 담당자로서 자신의 목표량도 채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출하를 독려해 20가마니를 받았지만 수분초과로 반품됐다. 그 벼를 2등급 가격으로 구매해서 건조해 다음번 수매일에 검사를 받으니 3등급이 나왔다. 건조하니 2가마니가 줄었다. 그 달 월급 5만 원 중 2/3를 벼 구매와 건조비로 날렸다. 이번에는 부면장님, 재무계장님을 따라서 상주군으로 달려갔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벼를 사와서 수매물량을 채우자는 전략이었다. 그 당시의 행정은 그랬다. 하지만 상주군 면사무소에도 정보가 들어갔는지 아침일찍 트럭을 몰고 나오자 파출소 순경이 검문을 한다. 카빈(carbine)총을 메고 나와서 우리 차를 막았다. 어제 구매한 상주곶감 8판을 들고 뒷문으로 내려 도망치듯 내달렸다. 8㎞를 걸어나와 기차와 버스를 타고 귀청했다. 상주벼 특공작전은 실패했다. 하지만 성공하여 한 트럭 150가마니를 실어왔다면 목표량의 0.008%를 채웠을 것이다. 공무원 개인돈 들여서 18가마니를 채워서 수매 목표량 1만8천532가마니의 0.001%를 채웠다. 사막은 한알 두알 모래이고 한강의 물도 한방울 두방울이다. 그래서 상주시 공무원들의 결의에 박수를 보낸다. 시민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 진짜 상복을 입은 심정으로, 그 초심으로 시민은 물론 외지분을 소중히 모시기 바란다. 초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면 10만 상주시는 곧 회복될 것이다. 노조원과 6ㆍ7급 간부공무원에게 전한다. 상복은 검고 무겁다. 부정적이다. 밝은 색동옷은 가볍고 예쁘다. 희망적이다. 이강석 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몸을 움직여라

박상현 건강과 운동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근원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면 빠지지 않는 주제일 것이다. 도티 빌링턴은 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에서 31번째로 Exercise for your Body-and Your Brain라고 말했다. 즉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다. 관련 주제의 결론은 결국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큰 숙제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사실 운동의 좋은 점과 효과적인 운동법도 시중에 많이 제시되어 있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개인별로 맞는 운동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유명한 연예인이 특정한 운동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면, 곧바로 매스컴을 통해 그 운동법이 공개되고 이 방법은 모든 이의 다이어트 운동법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동일한 운동방법으로 같은 효과를 얻기는 힘들다. 사람은 타고난 체형이 모두 각기 다르게 태어나며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 통증이나 아픔을 느끼는 부분도 비슷할 수 있어 사람마다 운동하기 전 본인의 체형을 알고 접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형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근육의 양을 볼 때 생활습관의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들도 있다. 근육섬유에는 순발력을 발휘하는데 유리하게 쓰이는 백근이 있는데 이는 너무 쉽게 피곤을 느끼는 반면, 적근은 체중을 지탱하거나 내장을 움직이는 일들을 지구력을 가지고 지원 해준다. 이 두 근육섬유의 비율은 인체의 각 부위와 개인에 따라 다르고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크지만 적근과 백근의 중간적 기능을 하는 근육섬유는 운동에서 만들어지며 사용될수록 적근 성질에 가까워진다. 결론적으로 운동이 타고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근력저하 예방과 혈액순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을 현대인이면 모두 인식하고 있다. 운동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운동시작 전 내 몸에 맞는 운동을 고려해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당장 운동을 시작하고 마음껏 즐겨보자. 변화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박상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희망적인 결과를 위해

얼마 전까지 각종 매체에서 연일 앞다투어 보도하던 북한과 미국의 일명 살라미 전술과 벼랑 끝 전술의 협상을 보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몇 권을 다시금 꺼내 보았다. 만약 책으로 보았던 협상이 우리 눈앞에서 이뤄진다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협상과 그에 관련된 기본원칙 등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과연 이번 협상의 진정한 가치창출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간간히 보도되는 내용처럼 아직은 결론도출에 이르지 못했고, 결렬이라 표현됐기에 의미와 의견 등은 분분하지만, 그 역시 아직은 다양한 추론에 불과한 것 같다. 협상론에 관한 대표적인 내용으로 로져 피셔(Roger Fisher)와 윌리엄 유리(William Ury)에 의해 제안된 BATNA는 협상에서 한쪽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가장 선호하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뜻으로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를 줄여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은 협상의 당사자가 거래를 수용할 수 있는 최저 한계점을 일컬으며 이러한 유보가격은 자신의 BATNA로부터 도출되지만, 충분히 상황에 따른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ZOPA(Zone Of Possible Agreement)는 협상당사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 또는 범위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두 당사자가 새로운 무역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면, 상대방보다는 자신이 원하거나 제시한 거래조건을 지키고자 할 것이며, 한쪽은 높은 가격 그리고 다른 한쪽은 보다 낮은 가격으로 관철시키며 거래를 마무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제시한 조건과 가격에 이미 만족한다면 그 시간, 그 장소, 그 테이블에 앉아 있을 필요도 없을 것이고, 서로 만나지 않고도 거래는 이뤄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장소에 함께 앉아있다는 것은 현재 조건에 충분히 만족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이유와 설득으로 원하는 대가를 얻고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막상 그러한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반드시 들어주길 기대하며 협상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협상이라면 자신 만의 두 번째 또는 그 이후의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협상의 원칙에 비춰 보면 북미 정상회담은 지금보다 진전되고 추가적인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협상과 만남을 통해 보다 희망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홍승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천자춘추] 안전에 대한 투자가 만드는 새로운 道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도정슬로건으로 정한 민선 7기 경기도는 무엇보다도 안전에 중점을 두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지역안전지수에서도 4연 연속 최우수지역으로 선정될 만큼 안전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도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전국 최대 911명의 신규소방공무원 채용뿐만 아니라 앞으로 4년간 3천321명을 추가 증원하고, 도내 소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소방관서 신설 등 소방인프라 보강을 통해 만성적 소방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재난대응력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또한 소방헬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기상레이더를 장착하고, 방화복 전용세탁기 및 건조기 구입, 소방공무원 포상확대, 맞춤형 보육시설 지원금 증액, 소방활동 부상자 특별위로금 증액 등 사기진작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활동 강화를 위해 비상구 폐쇄 등 위법행위 신고포상제 조례를 개정해 기존 상품권으로 지급하던 포상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119소방안전패트롤과 화재안전특별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 단속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119서비스 제공을 통해 도민 누구나 공정하게 안전복지를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퇴직 소방경찰 공무원들을 활용해 학교 현장학습 소방안전지도관 동행제를 운영하고, 시각장애인용 재난대응 표준매뉴얼 제작 보급과 도민 안전교육 강화를 위한 민간전문 안전강사 내실화를 통해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소방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 소방헬멧 부착형 핸즈프리 무선송수신기 개발과 가상 재난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현장지휘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휘훈련 교육시설을 구축하는 등 미래지향적 소방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도의 안전에 대한 투자가 도민 안전의 결실로 맺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구본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생활안전담당관 소방령

[천자춘추] 드라마 같은 세상

드라마 같은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말에는 삶의 긍정적인 결말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드라마 같은 삶을 꿈꾼다. 그런데 드라마는 종종 우리의 정상적인 인식을 방해한다. 드라마가 우리의 삶에서 소재를 찾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만을 향하여 가고 싶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직업이 있고, 그들을 보호하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범죄자도 있고 사기꾼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드라마 같은 세상을 방해하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그 세상을 만들고 보호하며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게 현실과 다르다. 거기서 난제(難題)가 발생하는 방식은 현실과 유사하지만 해결되는 방식이 다르다. 주인공의 외모가 특별해서, 능력이 특별해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지인이 있어서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드라마 같은 삶을 누리려는 사람들은 외모와 능력, 돈과 권력, 혹은 그걸 대신하는 인맥을 갖추어야 한다. 사실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서 성공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달라진다. 드라마가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세상에선, 가난하고 힘없고 능력 없는 사람의 삶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도 될 수도 없고 드라마 같은 세상을 꿈꿀 수도 없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루저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드라마 같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복권 당첨과 같은 우연한 행운을 통하지 않고서는 다가갈 수가 없다. 이게 삶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흥업소 버닝선과 아레나를 둘러싼 사건도 돈과 권력과 인기 연예인과 예쁜 미모의 여자 등 드라마 같은 세상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다. 드라마 같은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세상을 확장시켜온 것이다. 그 세상에선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그들만이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런 사회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다. 그런 세상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사회도 계속 비대해지면서 건강한 우리들의 삶을 계속 흔들어놓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아편 같은 드라마에 현실의 아픔을 위로받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꿈꾸고 응원하는 마음,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가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할 때이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교무처장

[천자춘추] 여행, 그리고 버킷 리스트

삶의 기쁨을 찾게나(Find the joy in your life). 요즘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버킷 리스트의 뜻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요즘 중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숙연해지는 건 우리의 삶을 예측 못 하기 때문 아닐까. 프랑스를 소재로 한 롤라이너 감독의 버킷리스트 영화는 2008년 1월11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첫 개봉을 하고, 이어 한국에서는 2008년 4월9일에 개봉됐다. 4천500만 달러 흥행을 안겨 준 영화이다. 카터는 버킷리스트,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쓰기 시작한다. 갑상선암으로 그가 살아갈 날이 일 년조차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은 뒤, 그는 버킷리스트를 버린다. 다음날 에드워드의 설득으로 두 사람은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 뒤로 카터는 버킷리스트에 있는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항목을 지운다. 그리고 에드워드에게 남은 항목들을 혼자마저 끝내라고 유언한다. 카터는 수술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는 결국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버킷 리스트의 마지막 항목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에게 키스하기를 지운다. 카터의 장례식에서 에드워드는 추도 연설을 한다, 그는 카터와 낯선 사람으로 만났지만 카터의 마지막 세 달은 그의 인생 최고의 시간들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낯선 사람을 도와주기 항목을 버킷리스트에서 지운다. 우리는 살아온 것들을 한 가지씩 지우며 산다. 그리고 미래를 소망한다. 한 치의 예측 못 할 삶을 우리는 무엇을 소망하며 사는가,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자서전 쓰기를 강의하며 자신들의 지나온 발자취를 한 권의 자서전으로 묶고, 앞으로 사는 삶은, 덤으로 제2의 생이라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살아가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만나고 누굴 지울 것인지, 오늘도 시계는 간다. 어느새 굵은 주름이 이력처럼 남아있다. 산수유는 웃고 청매화가 편지를 보내왔다. 송유나 서울사회복지대학원 교수ㆍ시인

[천자춘추] 만천과해의 현대적 재해석

드넓은 땅을 자랑하는 중국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도 한다. 재물과 권력의 공통점은 당장 쥐고 있는 자가 으뜸인지라 재물과 권력의 정점인 천하를 두고 겨루어보는 일은 당대의 야심가에게는 목숨이 아깝다고 사양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병법(兵法)을 다루는 병서야말로 중요한 가치가 있었고 그 중 유명한 병서의 하나인 삼십육계(三十六計)에서는 만천과해(瞞天過海)를 첫 번째 계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적을 앞두고 이기는 것이 급선무인지라 기만술이야말로 가장 먼저 살피고 통달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제 오랜 세월이 흘러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이래저래 새로운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처럼 총칼을 차고 주먹싸움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념과 사상으로 선을 긋고 말싸움을 하는 곳도 있고 정치적인 문제를 놓고 눈싸움을 하는 곳도 있으며 경제적인 문제를 앞세워 기 싸움을 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라와 나라 간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의 여기저기에서도 만천과해는 여전히 유효하고 제일가는 처세법인 듯하다. 그런데 만천과해라는 것이 달리 들여다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무모한 일을 도모한다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모든 일은 하늘이 도와야 이루어지지 아니하던가. 더욱이 민주주의가 한층 진보하고 시민의식이 굳건해지는 지금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치열한 정보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현대의 국제 사회에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은 곧 국민을 속이는 일이고 인류의 평화와 공존에 도전하는 일이 되기 쉽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만천과해하겠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사람들의 뉴스로 연일 눈과 귀가 따갑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하노이 참사라는 이름으로 예기치 않은 비보가 전해지기도 하였다. 이렇듯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개인을 넘어 단체의 대표자나 국가의 지도자에게 망신살이 뻗치면 스스로의 위신과 입지도 문제지만 그 여파로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늪에 빠지기 쉬운 일이다. 삼십육계 주위상책(走爲上策)이라고 했던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보다 애당초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줄행랑을 놓아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오히려 일견 대인된 자들의 현대적 처세일 것이다. 황태영 용인정신병원 의사 진료부장

[천자춘추] 만해와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오지 않은 것 같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보통 봄이 왔지만 봄이 온 것 같지 않은 날씨에 쓰곤 하지만, 이 말에 얽힌 고사처럼 상황적으로 좋아야 할 때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도 사용하기도 하며, 경제적인 상황이나 사회적인 상황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경제나 사회적 상황 말고도 역사적으로도 이 말을 쓰기도 했을 것이다. 100년 전 1919년 3월 또한 봄이 왔지만 지금의 봄이 아니었을 것이다. 의병들의 무장독립 투쟁과 군대 해산으로 전국 지역으로 확산된 항일운동으로 인해 1919년은 일제 강점기이자 총독부의 무단통치가 절정을 이루던 시기이다. 인권적으로 학교의 교원은 칼을 차고 다니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헌병은 길거리에서 즉결 처분권을 가지고 무력을 행사했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토지와 식량을 약탈당해 생존의 기본권마저 주어지지 않고, 인간정신에 관해서는 감히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1919년의 3월1일 오후 2시, 봄은 왔지만 봄이 오지 않은 그때, 서울시 종로 탑골공원에서 학생 정재용이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서 낭독과 군중의 만세 함성이 시발점이 되어 한반도에 마침내 진정한 봄이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만세삼창은 독립선언서와 함께 한반도와 해외로 퍼져 나가 진정한 봄의 의미를 찾게 해주었다.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에는 그 의미가 잘 드러나 있다. 독립선언서에는 독립의 당위성과 독립의 자세, 그리고 그 정신이 담겨 있고, 이를 위한 행동강령으로 공약삼장이 들어가 있다. 이 공약삼장을 작성한 분은 만해 한용운이다. 민족대표 33인의 한 명이자, 일제강점기 조선불교의 대표이자 개혁가였고,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특히 만해는 인간의 정신을 중요시하여 1913년「조선불교 유신론」에서 인간정신의 개혁을 주장하였다. 독립선언서의 공약삼장에도 자유정신과 질서, 민족의 뜻을 중요시하고 그릇된 행동을 배척하였다. 또한 독립선언으로 인해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도 옥중에서 발간한「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에서도 인간의 기본정신인 자유, 평등, 평화사상에 입각한 조선독립은 민족의 당연한 자존심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만해가 승려로서 깨달음을 얻고 남긴「오도송」, 시인으로서 문학작품에 지고의 작품으로 남긴「님의 침묵」과 여러 시집들 등 만해의 행적은 정말 방대하고 다양한 곳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기신 분이다. 우리 경기동부보훈지청과 경기도청, 교육청, 문화재청 등이 후원하는 3.1운동 100주년 특별기획전「3.1운동과 만해 한용운 특별전」에서 다양한 만해의 업적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만해의 인간정신은 빛을 보고 있다. 수많은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의 피와 땀,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국가유공자의 피와 땀으로 우리나라는 21세기 선진국반열에 다가서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서는 경제적 풍요와 함께 정신적인 풍요로움 또한 갖춰야 한다.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자유평등평화의 만해의 인간정신이 우리 곁에서 숨 쉬시기를 바란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천자춘추] 합계출산율과 보이지 않는 아이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로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유엔인구기금은 2018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출산율이 오랫동안 낮게 유지된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과 같은 범주에 포함했다. 여기에 포함된 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교육과 소득 수준을 보이지만 양질의 보육 서비스의 부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인구의 유지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출산율이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제도적 요인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유급육아휴직, 자녀세액공제, 탄력근무 등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보육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의 확대와 불안정한 노동시장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듯이 아이들은 인종, 출생, 신분 등에 상관없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어른들은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2018년 보고서에서 무국적 미등록 아동의 수가 전국적으로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의 출생통계는 통계법과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센터에 신고한 출생 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체류자격이 없는 부모의 자식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면 국민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와 같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교육의 기회도 제한받게 된다. 부모들의 자격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숨 쉬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을 그리워하자

아침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시야가 뿌옇게 흐려 마치 SF 영화 속의 폐허화된 미래 도시를 연상시킨다. 겨우 내내 삼한 사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았는데 3월이 되자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이 아빠,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해지면 결혼하더라도 애기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어요라는 말에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불안감이 엄습한다. 지금의 미세 먼지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우리는 미래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래 세대로부터 잠시 이 땅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서서히 파괴한다. 또한 길거리에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도배하고 다니는 탓에 인간적 교감도 어렵게 되었다. 미세먼지는 폐를 파고들어 우리의 육체를 서서히 파괴시키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을 어둡게 만든다. 공해로 인한 대기 오염은 산업화라는 빛의 그림자다. 산업화는 우리에게 편안한 삶을 제공했지만 대기 오염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산업혁명 발상지 영국 런던은 1952년 12월, 5일동안 이어진 스모그 현상에 1만여 명이 사망한 최악의 사태를 맞이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대기 오염은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심신을 갉아먹지만, 영국의 그레이트 스모그처럼 한 순간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3월의 미세먼지는 50% 이상이 산둥반도에서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흘러온 것이라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그러한 우리 주장에 대해 격렬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단지 경보 문자 보내는 차원에서 그친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의 발생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여 중국에 항의할 것은 명쾌하게 항의하고 국내에서 대책을 세울 것은 구체적으로 시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노후화된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와 천연가스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 재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의 자손들에게 푸른 하늘을 돌려주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효율적인 정책과 투자를 통해 미세먼지 발생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감 노력을 생활화해야 한다. 현대인의 편리한 일상 뒤에는 언제나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마련이고, 그 그림자는 우리의 후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조금 덜 편리한 생활을 함으로써 후손들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다시 노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천자춘추]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을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정한 보건의료인은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약사, 한약사 직종이 해당되며 전체 보건의료인의 먼허ㆍ자격 취득자수는 173만 5천여명이고 이중 취업자수는 71만 3천여명이다. 또한, 전체 보건의료인중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수는 41%인 71만7천여명이며 취업자수도 보건의료인중 26%에 해당하는 18만8천여명으로 우리나라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인 직종이 법정단체로 중앙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지난 2월13일, 여야 5개 정당 국회의원 19명이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는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는 내용도,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없고 오로지 지난 50년동안 간호조무사의 권익대변자로 활동해온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내용만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간호사 일각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의료인으로 된다거나,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SNS를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은 72만 간호조무사의 권익대변자로 활동해온 간호조무사협회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다른 모든 보건의료 직종이 보장받고 있는 당연한 기본권리이나 간호조무사만 유독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간호조무사의 권익대변자 역할을 해온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정단체로 인정받아, 간호조무사 권익 향상을 위해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은 간호조무사가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리이다. 집권 여당의 강령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고, 당헌에서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집권 여당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김길순 경기도간호조무사회 명예회장

[천자춘추] 출생의 의미

얼마 전 아이를 출산했다. 이제 막 출생한 아이는 말 그대로 이 세상에 나와(出) 삶(生)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자에서 출(出)자는 초목이 위로 자라난 모습을 뜻하며, 생(生)자는 새싹이 흙 위로 돋아난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 두 단어는 사실 매우 유사한 자의(字義)를 가지고 있다. 어제 남편은 아이의 출생일이 기록된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관공서에 가서 출생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아이의 삶(生)은 이 세상에 드러나기(出) 이전인 열 달 전부터 엄마의 뱃속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마치 겨우내 흙 속에서 움틀 준비를 하고 있던 작은 씨앗처럼 말이다. 그래서 동양에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된다. 아직 붉은 얼굴을 하고 목도 가누지 못하는, 봄날에 막 돋아난 새싹과 같이 보드랍고 여린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생명에 대한 신비와 경외가 밀려온다. (물론 이러한 황홀경 역시 조리원 천국을 떠나 실전 육아에 돌입하게 되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동양 문화권에서 출생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삶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면서도, 삶을 영위해나가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존재론적 함의가 담겨져 있다. 첫째, 모든 생명의 드러남(出)은 변화(易)라는 작용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씨앗이 싹으로 드러났다는 것은 씨앗이 싹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주역』의 해석서인 「역전」에서는 생생(生生)함을 일러 변화함(易)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모든 생명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生生不已) 변화한다. 주역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삶(生)은 생생(生生), 즉 생기발랄하다. 살아있는 꽃이 생생한 이유는 끊임없이 피고 지는 변화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모든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易)하는 동시에 날로 새롭다(新). 당연한 말이지만, 무엇이 변화했다는 말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드러나지 않았던 그 무엇이 새롭게 드러났다는 의미가 전제돼 있다. 그래서 공영달(孔穎達, 574~648)은 변화를 뜻하는 역(易) 개념을 설명하면서 새록새록(新新) 멈추지 않고, 생생(生生)하게 이어진다.라고 하였는데,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신생아실 면회시간이 되면 아이의 부모와 친지들이 아이를 보기 위해 신생아실 유리벽에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어대는 장관이 펼쳐진다. 어제와는 또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날이 살도 오르고 표정도 다양해져가는 아이들을 보며 신기해하는 젊은 신입 엄마아빠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우리 노부부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어제보다 자란 아이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임명희 공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천자춘추] 고려청자가 남긴 것들

지난해는 고려건국 1100주년이었다. 국내외에서 고려의 역사문화를 다룬 각종 전시가 열렸고 몇몇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유물은 단연 고려청자다. 중국에 이어 청자를 만드는 데 성공한 고려는 우수한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12세기에 세계제일의 고려청자를 완성했다. 1123년 고려를 다녀간 북송의 서긍(徐兢)은 견문록인 『선화봉사고려도경』에 고려청자는 색상이 아름다워 고려인들 스스로 비색(翡色)이라고 부른다. 사자향로 역시 비색인데 가장 정교하다라는 감상기를 남겼다. 그리고 남송의 수집가 태평노인(太平老人)은 천하의 명품들을 논하는 『수중금』이라는 책에 백자는 중국의 정요백자, 청자는 고려의 비색청자가 천하제일이다라고 기록했다. 이처럼 고려청자는 당시 고려에서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널리 알려져 세계인에게 무한한 동경을 품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이후 세상이 바뀌고 백자가 유행하면서 잊혀진 고려청자는 500년 뒤 일제강점기에 다시 주목됐다. 1909년 조선 통감부가 창경궁에 개관한 이왕가박물관을 둘러본 고종황제는 고려청자를 보고 이 청자는 어디서 만들어진 거요?하고 물었고, 이토오 통감이 이것은 이 나라의 고려시대 것입니다하고 설명하니, 고종께서 이런 물건은 이 나라에 없는 거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때 이토오는 차마 말을 못 하고 침묵해버렸다고 한다. 그 고려청자는 일제가 수탈을 위해 경의선 철도를 부설하면서 개성의 고려고분에서 무분별하게 도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일깨워 준 고려청자는 이렇게 다시 세상에 나왔다. 당시 우리나라의 요업은 일제자본에 의한 산업화로 인해 오랜 수공예 전통이 몰락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탈출구가 된 것이 바로 고려청자 수집 열풍에 따른 모조품 생산이었다. 일제강점기 가난했던 우리나라 장인들은 평남 진남포, 개성, 서울 등지에 있던 일본인 요장에서 일을 배우면서도 국경없는 한반도에서 서로 교우하며 고려청자 재현을 위해 함께 노력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우치선, 임사준, 황인춘, 유근형, 김완배 등이었다. 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남북한에서 각각 근대 도예의 선구자들로 기억된다. 현재 우치선과 임사준의 후손은 평양의 만수대창작사에서 도예를 한다고 하고 황인춘의 따님 황종례는 경기도 고양에서, 유근형, 김완배의 아드님 유광열 명장과 김종호 명장은 현재 경기도 이천에서 도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선대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후손들이 서로 만나 교우하고 힘을 합쳐 고려청자의 위대함을 다시 보여줄 날이 오기를 바란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부디 모두 건강하시길 빈다. 장기훈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장

[천자춘추]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 어디쯤 있나

2018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성격차지수는 전체 149개국 중 115위였다. 반면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하는 성불평등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89개국 중 10위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상당히 개선되었기에 세계경제포럼의 115위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대비해 너무 낮게 느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해나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존재하기에 유엔개발계획의 10위는 너무 높게 느껴진다.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하는 수치들이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이는 지수의 산출방식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성격차지수는 말 그대로 성별 간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수로, 지수를 산출할 때 각국의 절대적인 수치는 반영되지 않고 오직 성별 간의 격차만이 반영되는 방식으로 집계가 된다. 성격차지수는 경제참여 및 기회,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교육적 성취의 4개 분야 14개 지표로 구성되는데, 우리나라는 건강과 생존, 교육적 성취 분야는 상위권 그룹과의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반면, 경제참여 및 기회와 정치적 권한의 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져 낮은 순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0%를 갓 넘었고, 여성의 월평균 임금이 남성의 63.9%에 불과한 점(2017년 기준), 기초의원 당선자 여성비율 18.4%, 지역구 국회의원 여성비율 10.3%, 공공기관의 여성관리자 비율과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20% 미만인 점을 감안하였을 때 높은 순위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성격차지수의 순위가 낮은 것은 지표 구성이 잘못되어서도 아니고, 우리나라 여성의 낮은 삶의 질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다만 성별 간의 격차만을 중심으로 지수를 산출하다 보니 우리나라는 저개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성별 격차가 존재하여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성불평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개발의 손실을 측정하기 위한 성불평등지수는 5개의 지표로 이루어지는데 성격차지수와 달리 성별 격차 뿐 아니라 절대적인 수준도 함께 측정하는 방식이다. 모성 사망률과 청소년 출산율이 낮을수록,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수가 많고, 여성의원 비율과 여성의 노동참여가 높을수록 순위는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은 낮은 모성 사망률과 낮은 청소년출산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과 보수적인 사회문화로 인하여 절대값으로 반영되는 이들 두 지표는 비교국들 사이에서도 단연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과 관련한 대표적인 이 두 가지 지수들은 산출방식이 다르고 포함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두 지수에 모두에서 여성의 경제참여와 정치참여에 있어서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성평등이 이루어진 나라는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삶의 많은 부분에서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 우리 사회는 보다 많은 노력이 앞으로도 필요하다 하겠다. 노경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30년 전, 벽난로가 있어 신기해했던 빌라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오르내리기가 힘든 집이 되었다. 그러나 텃밭도 있고 옥탑방도 있는, 정말 정들어 떠나고 싶지 않은 보금자리다. 시골에서 농사일만 하셨던 시어머니도 여기서 사셨고, 미국에서 친정 오빠도 오시면 계셨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던 아이들도 여기서 커서 이제 40줄에 들어섰으니 추억과 아픔도 함께했던 떠나고 싶지 않은 집이다. 현관문 열면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환하게 맞이해 주신 영상과 성심을 다해 모시지 못해 죄스러운 나의 양심이 교차하고, 따박걸음으로 따라올라 오던 나의 아이들의 귀여움이 여기저기 서려 있는데, 가족들은 모두 우리 곁을 떠나고 이제 방마다 짐들만 가득하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 절반 정도의 평수로 집을 줄여 가기 때문에 모두 버려야 하는데 버릴 수가 없다. 새집으로 갈 물건과 버릴 물건으로 갈라놓았다가도 그 물건을 다시 보면 정말 정말 버릴 수가 없다. 2년 정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쓸모없는 것이니 버리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모질게 생각될 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인지 물건을 쌓아 두기 위한 집인지 갈등하면서 새 아파트가, 다시 물건 꽉 찬 집으로 되어 가고 있음을 예감한다. 김장할 때마다 나의 시어머니가 쓰셨던 큰 양은 대야를 보며 며느리가 어머니, 양은 대야는 저 주세요 요즘 젊은 며느리가 다 찌그러진 양은 다라 두 개를 물려 달라하는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나. 양은 대야는 나의 이삿짐 속의 1번이 되었고, 그렇게 버려질 수 없는 물건들이 여러 개가 있는데, 틀림없이 이사를 다 하고 나면 우리 딸애는 다시 엄마의 짐을 체크하고 버리려 들 것이다. 오늘은 이사할 아파트에,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했지만 나이가 먹으니 좋은 것도 탐이 나서 침대와 QLED TV 2대와 냉장고와 리클라이너 1인용 소파 두 개를 들여왔고 식탁은 며칠 뒤에 도착한다 한다. 남편은 오늘부터 당장 살자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을 안 된다고 하며 정든 빌라로 다시 왔다. 내일은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지.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힘든 줄도 모르고, 45명이 엎드려 1년이면 열세 번이나 제사를 지냈던 우리 집. 어머니 계실 때, 5명의 시누이들이 친정이라 찾아와서 나름 시집살이 시키려던 우리 집. 아이들 잘 키우려 우리 부부가 최선을 다했던 우리 집. 나의 교사와 교감과 교장의 과정을 지켜 봐왔던 우리 집. 30여 년간 함께 해준 벽난로, 장롱, 냉장고, 싱크대, 아들의 꿈을 키워 주었던 복층 옥탑방, 봄부터 가을까지 한약 먹고 각종 채소를 길러 준 무공해 텃밭. 두고 가서 미안하다. 그리고 눈물 나게 고맙다. 인정의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평택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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