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을에 만나는 사람

가을은 살아있는 것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하나 둘 버리기로 마음먹는 때이다. 그런데 그렇게 버림으로써 한편에선 풍족하게 얻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을은 살아있는 생명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을 얻게 되는 풍요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가진 것을 버리는 생명들에게는 자기 것이 없어지는 결여(缺如)의 계절이기도 하다. 결국, 한쪽의 풍요는 다른 쪽의 결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을은 풍요함보다는 결여되는 것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좀 더 마음을 기울여 보게 한다. 가을에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들은 먼저 삶의 결실인 씨앗과 열매를 버리고, 그리고는 자신의 색깔을 버린다. 하나가 푸른색을 버리면 다른 것들이 따라 푸른색을 버린다. 그리고 푸른색이 사라진 자리에는 다양한 색깔이 채워진다. 어떤 것들은 노랗게, 어떤 것들은 붉게, 또 어떤 것들은 갈색으로 물든다. 산에 부족한 색을 보충하면서 물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이 더 아름다워진다. 이는 결여를 경험하는 것들이 서로 결여를 인정하고 만나 같이 어울리며 찾아오는 아름다움이다. 가을에 만나는 것들은 그렇게 서로 결여를 인정하면서 만난다. 그러니 가을은 결여를 경험하는 것들이 만나 결여를 즐기는 때이다. 점점 결여되면서 더 가난해져도 서로 외면하거나 멀어지지 않고, 서로 더 끌어안으며 같이 닮아간다. 완전히 버리거나 죽을 때까지 서로 같이 동행하는 것이다. 가을에 만나는 것들은 그렇게 늘 서로 함께 있고 함께 간다. 같이 있어 같이 풍경을 만든다. 누군가의 결여가 다른 이의 결여보다 더해 보이거나 덜해 보이거나 없이 같이 같은 풍경을 만든다. 부족하고 가난해질수록, 그건 부족하고 가난한 것이 아니라며 위로하고 격려하듯 같은 모습으로 만나 동행하는 것이다. 결여를 결여로 보이지 않게 하는 그들의 절절한 삶의 방식. 결여되지 않은 것들은 이 절절한 감정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나의 삶과 다른 이의 삶을 같이 고민하는 절실함과 절절함을 모를 것이다. 그 절절함을 아는 사람들은 가을이면 마음이 울적하거나 누군가 그립다. 그럴 때 가을의 풍경은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가을에 만나 가을처럼 함께 가는 사람은 말없이 같이 있기만 해도 친한 벗이 된다. 가을, 결여된 이들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기획처장

[천자춘추] ‘HI 연천 관광시대’

연천에는 볼거리가 부족하고 확실하게 떠오른 관광지가 없다고 한다. 사실 연천 인근 파주는 임진각, 철원에는 고석정이란 관광의 중심축이 있는 반면에 연천관광자원이 분산되다 보니 종합적으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와 대표 음식 및 관광호텔 한 곳 없다. 이렇게 말하면 연천군을 진짜 모르고 하는 얘기다. 연천군이 타 지자체보다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을 보자.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토끼가 발견된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인 우리나라의 대표 연천 전곡리 유적과 함께 고구려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고구려 유적의 3대 성인 호로고루성, 당포성, 은대리성이 있다. 연천군 관내에는 육군보병 3개의 사단이 DMZ 일원에 주둔하고 있다.안보관광의 기본이 되는 전망대 및 OP가 각각 두 개씩 4개(열쇠전망대, 태풍전망대, 상승OP, 승전OP)가 있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병영체험을 할 수 있는 군부대도 많아 대단히 큰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고려 태조를 비롯한 4왕(태조, 현종, 문종, 원종)과 고려 16공신의 위패를 모신 숭의전과 신라 56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무덤으로, 경주를 벗어나 경기도에 있는 신라의 유일한 왕릉인 경순왕릉 등 역사문화 자원이 있다. 한편 한탄강과 임진강일원의 지질공원은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이후 세계지질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명소로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수직의 주상절리는 마치 병풍을 쳐 놓은 듯 임진적벽으로 불리며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특히 임진강 및 한탄강 일원 연천 농촌체험마을의 관광 시설 및 운영은 DMZ일원 10개 지자체 중 제일 우수하고 전국적으로 봐도 상위권이라고 생각한다. 연천관광지를 방문하다 보면 아주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전곡선사유적지 등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료입장이란 사실이다. 최근 통일한국 심장인 연천관광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국의 230여 기초자치단체 중 한 개의 강이 있는 곳도 흔치 않지만 연천군에는 임진강과 한탄강 두 개 의 강이 흐르고 경원선과 3번 국도가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한탄(Hantan)강과 임진(Imjin)강 유역 연천군만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두강의 영문명 앞글자를 따서 ‘HI 연천 관광시대’를 기대해 본다. 장승재 DMZ 관광주식회사 대표이사

[천자춘추] 이제는 생활체육이다

어느덧 가을의 끝 무렵이다. 가을은 체육의 계절이기도 하다. 마침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양평에서 ‘가슴이 뛴다. 다이내믹 양평!! 마음이 뛴다. 로맨틱 양평!’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도민 화합 체육축제 ‘제29회 생활체육대축전’이 열렸다. 필자는 수원시 선수단의 응원을 위해 개막식 당일에 양평을 찾았다. 보통 ‘체육행사’라고 하면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겨루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양평에서 마주한 생활체육대축전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대축전’이라는 행사이름 자체에서도 풍기듯 도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고 누리는 모습 그대로였다. 롤러스포츠 종목에 출전한 평택의 7살 어린 선수부터 부천 대표로 출전한 90살 최고령 어르신 선수까지 모두가 주연배우로 출연하며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함께 즐기며 환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로 우리 생활체육이 나아가야 할 본래의 모습이다. ‘엘리트’ 체육을 넘어 도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기는 생활체육 시대로 자연스레 변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생활수준도 향상되고 개인의 여가 선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대됨에 따라, 생활체육은 이제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서도 국민의 59.2%가 주1회 이상, 회당 30분 이상씩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60대의 참여율이 61.7%로 가장 높았고. 두드러진 점은 30대 여성의 생활체육참여율이 62.5%로 2016년에 비해 7.7%오르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여건에 발맞추어 경기도에서는 110개 클럽이 참여하는 13개의 유소년·청소년 클럽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내 클럽 주도로 자발적인 리그운영을 통한 선진 스포츠 클럽문화 기틀 마련을 위해 경기스포츠 클럽리그도 운영 중이다. 특히 40여 종 600여 개 체육용품을 실은 1t 트럭을 활용해 경기도내 분교, 사회복지시설, 군 장병 등 도서산간벽지 사회배려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경기도는 도민 중심의 체육문화를 선도하는 명실상부 생활체육 웅도(雄都)로 우뚝 서고 있다. 이에 맞춰 필자 역시 경기도의회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도의 무한한 자산인 도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생활체육이 도민에 삶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번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을 모델삼아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맞춤형 생활체육을 고민하고 생활체육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스포츠문화와 체육 인프라를 갖추도록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담아나는데 힘쓸 것을 약속드린다. 김봉균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갈등 없는 진정한 平和를 갈구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바란다. 이른바 평화(平和)를 만능도구로 삼아 모든 것에 우선시하는 문 정권의 평화정책에 대해 일면 공감하고 일면 걱정을 하게 된다. 평화는 우리끼리의 남북 간 문제이기도 하고 세계(世界)의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지구 상에 우리끼리만 존재한다면 현 문 정권의 평화정책(平和政策)에 대해 무조건 동의한다. 그러나 세계의 국가 간 역학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9.24 남북의 일방적 합의는 국제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남ㆍ북관계의 향후 진전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는 9.19합의 이후 미ㆍ북 해빙무드를 고무하고 진작시켜서 우선적으로 미ㆍ북이 합의를 이행하도록 후원자로서 지원해야 마땅하였거늘, 당시에 우리 민족끼리의 정서적 국면으로 판을 읽어 10.4남북합의를 선언함으로써 미국은 나 몰라라 하고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으로 돌아서 버리지 않았던가. 남북관계에 있어서 잃어버린 10년에는 보수정권으로 바뀌어서 생긴 변수보다는 좌파정권의 공명심을 내세운 조급한 정책에 따른 책임이 더 크다 하겠다. 작금의 문 정권에서도 이러한 과거의 조급하고도 편협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현실에 매우 걱정이 된다. 문 정권의 한반도 평화정책은 미국에게 후퇴할 명분을 우리 스스로 주고 있는 격이 아닌가 우려한다. 미국은 수권법에서 보나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연구소의 10.4연설에서 보나 북한 문제는 예정대로 지나가고 대만에서부터 남지나해에 이르는 소위 중국의 9단선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혹자는 이것을 신냉전시대의 선언이라고도 하고 트럼프 독트린이라고도 한다. 세계는 지금 신질서를 원한다. 우리 한민족도 세계 속의 하나의 국가이다. 구성원으로서의 기능 발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는 세계의 신질서 형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서 슬기롭게 민족의 명운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는 민족주의적(民族主義的) 관점을 버려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 호소한다. 지금이라도 9.24합의의 ‘단서조항’을 다루는 회담을 개최하여 그 합의를 미ㆍ북 수교 이후로 발효함을 선언하라. 미ㆍ북 수교야말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서 시금석이다. 미ㆍ북 수교 이후 우리 한민족의 진정한 평화 정착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한국도 된다. 김진후 고구려문화연구소장

[천자춘추] 취준생의 취업관과 현실

요즘 청년취업준비생에게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는 ‘적일많버’란 말이 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이다. 이는 청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꿈의 직장을 동경하는 취업준비생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말이라 하겠다. 다른 세대보다 특히 청년취업준비생은 일정수준 이상의 연봉을 희망과 동시에 ‘워라벨’을 중시하면서 ‘소확행’을 기대하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물론 어려운 취업 시장에서 ‘적일많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 덕담이 유행하는 것은 청년층이 어려운 현실에서도 ‘꿈의 직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취업관이 취업성공을 앞당기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대다수 청년의 취업관은 취업 성공과 동떨어지고 있음을 ‘현대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즉, 희망기업은 대기업이 71.3%로 압도적이며,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선호에 비해 신규 일자리 중 대기업 일자리는 12.9%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그만큼 대기업 일자리를 갖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취업준비생은 학점관리, 자격증 취득, 어학 등 소위 스펙 및 인맥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직무경험(경력)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어학, 전공 등의 채용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블라인드 채용이 일반화됨에 따라 직무 적응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직무관련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취업준비를 하면서 인턴, 알바 등 해당 직무와 연관성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보다는 단지 보여주기식 이력관리에 치중하다 보면 동상이몽이 되기 십상이다. “사실 2,3개 대기업에 동시 합격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기업이 원하는 기준이 같기 때문이죠”라는 대기업 취업성공자의 말 속에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서울 등 대도시 지향적인 청년들의 성향과 대기업이나 공기업 선호의 취업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업자 되라고 졸업장 줬나….”는 푸념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취업관을 현실적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 교수·이학박사

[천자춘추] 같아요!, 안돼요?

이 꽃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바람이 불어 시원한 것 같아요. 방송에서도 시민들의 인터뷰 멘트로 ‘~같아요’라 말한다. 이 꽃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시원합니다. 정확하고 적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 말이 혹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닐까. 의회답변에서도 ‘~라고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도 아쉬움이 크다. 젊은이들의 대화 중에 ‘안돼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장님, 여기 공깃밥 하나 더 주시면 안돼요? 손님은 ‘안돼요?’라 말하는데 식당 종업원과 주인은 ‘주세요’로 해석한다. 왜 안 되겠는가. 식당은 돈 받고 밥을 파는 곳이다. 그러니 사장님, 여기 밥 한 그릇 더 주세요. 네 여기 밥을 드립니다. 귀에 거슬리는 ‘안돼요’는 이제 그만 쓰기를 바란다. 혹시 그런데, ‘안돼요?’라는 질문 단어를 많이 쓰는 이유가 부모들의 육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칭찬을 하면 고래가 춤을 춘다고 한다. 코끼리도 칭찬과 격려를 통해 조련하여 멋진 서커스를 주도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 된다는 말을 아주 많이 한 것은 아닐까 반성해야 한다. 아이들이 잘한 것은 그냥 보아 넘기고 잘못된 것에만 집중하여 ‘안돼, No~!’를 濫用(남용) 濫發(남발)한 것일까 반성해 본다. 또 하나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마구 쓰고 있다. ‘너무’예쁘단다. 참으로 예쁜 것이고 정말 예쁜 것이지 불필요하게 너무 예쁜 것은 없다. 이 ‘너무’라는 말은 넘치거나 정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아닐까. 너무 뜨겁다는 말은 공감이 간다. 면도할 때 뜨겁게 찜질하는 물수건 온도는 너무 뜨거우면 안 된다. 하지만 너무 예뻐서 안 될 일이 아니다. 너무 잘생긴 아들이면 안 되나. 주변에서 보면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 아예 ‘넘나’라고도 한다.마지막으로 엄마들은 ‘우리 아이들이 치킨과 피자를 좋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삼계탕과 김치전’을 먹이지 않았음을 반성하기 바란다. 그동안 전화만 하면 척척 도착하는 배달 음식을 ‘너무’ 많이 주문했다.삼계탕 고기의 부드러움과 진한 국물, 김치전과 녹두전의 깊은 맛을 기억에서 찾아내기 바란다. 아이들이 ‘엄마 너무(×) 맛있는 삼계탕 한 번 더 먹으면 안돼(×)? 내 맘이 먹고 싶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전통시장에 가서 약병아리 5마리를 사들며 ‘된다(○)’고 말해야 한다. ‘삼계탕을 더 먹을 수 있어! 돼!!!’라고 명료하게 답해야 한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행복한 노년의 조건

100세 시대를 살면서 노년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은퇴 후의 인간적, 정신적 제2의 성장기라 할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를 노년이라 한다. 노년은 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지식과 경륜을 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안목과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시기로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40여 년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노년을 65세부터로 정하고 있지만, 이번에 유엔에서 정의한 나이에 따른 새로운 분류는. 17세까지는 미성년자로 18세부터 65세까지는 청년으로 규정하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중년으로 분류하며 80세부터 99세까지를 노년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노년에는 은퇴로 인한 사회적 신분을 상실하거나 경제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또, 심신의 기능이 쇠퇴하고 건강을 잃기 쉬우며 활동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의존성이 증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의문의 답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 72년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하버드대학교의 인생성장보고서’에서 노년 행복의 근본적인 조건을 ‘긍정적인 노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어떤 불쾌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타심을 버리고 나쁜 일은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흔들림 없는 의지력과 정신력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한편,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윈스턴 처칠은“세상이 무너지는 시련이 닥쳐와도 마침표만은 찍지 말고 쉼표를 찍자”고 하며 절망을 극복하자고 했다. 이것이 바로 특히 노년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힘이 들면 쉬면서 숨 고르기를 하며 살자는 취지이다. 노년에 들어와서 과거 지향적인 사고를 버리고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교양을 쌓으면서 정신과 마음을 다스려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배우고 실천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노년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듯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나무가 오늘도 변함없이 고즈넉이 서 있는 것은, 찾아온 바람에 흔들리며 생명력을 찾기 위함이다”라는 비유를 통해 노년기에서도 비록 거센 바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 교수·이학박사

[천자춘추] 마음을 바꾸는 착한기술

올가을은 유난히 자연의 힘을 크게 느끼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올여름 더위는 가을, 겨울이 절대로 오지 않을듯한 폭염이 여름 내내 지속되었지만, 어느 순간 기온이 떨어지고 몇 차례의 비와 태풍이 지나가니 가을 단풍과 함께 벌써 설악산의 첫눈 소식이 있었다. 독자 여러분은 자전거 세탁기, 항아리 냉장고, 액체안경(Ad-Specs)이라는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이중 하나라도 알고 계시면 우리 세상에 가장 필요한 기술 ‘적정기술’을 알고 계신 겁니다. 흔히 적정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물이 귀한 제3세계에서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 물통에 물을 그냥 들고 오는 것은 힘이 많이 들고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물통의 모양을 도넛 형태로 만들고 가운데 밧줄 등을 이용해 물통을 끌어서 이동하기 편하게 만든 큐드럼(완성된 제작물이 알파벳 Q자와 비슷함)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고도의 기술이나, 자본 없이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적정기술이다. 우리 주변에는 옛날부터 전해지는 많은 생활에 적정 기술이 녹아있다. 우리 선조들의 곧 적정기술이다. 농사를 짓는 방법, 구들장 문화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요즈음의 우리 사회에 적용해보면 초보 농부들이나 귀농인들은 기계화된 대형 농기구 사용은 어렵고, 전통적인 농기구로는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상황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적정 기술을 활용한 많은 기술이 있고 앞으로도 더 나은 농촌 삶의 향상이 필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결방안의 하나로 적정기술을 적극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조례 제정이 추진되었다. 조례 실현의 일환으로 오는 11월2일부터 3일간 고양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제1회 적정기술 박람회를 개최된다. 그동안 소규모의 박람회나 포럼은 진행되었지만 전국규모의 다양한 기술이 모이고 다양한 포럼을 함께한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가 아니라 자연환경이 척박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곳에 현존하는 인프라를 활용하여. 지속적인 생산,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여 지속적인 삶의 질을 보다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기술의 발전을 상업성이 범람하고 환경을 거슬러는 것이 아닌, 우리와 미래를 살리는 기술들로 채워진다면, 기존의 삭막함이 아닌, 안전하고 행복으로 채워진 세상이 기대된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마을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 하도록 하는 따듯하고 착한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2018 경기도 적정기술 박람회’ 찾는 주말 계획을 추천한다. 서재형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천자춘추] 성인지예산제도를 잘 활용하자

임혜경 성인지예산제도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예산의 차별적 효과를 분석하여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예산의 수혜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다. 정부 예산을 기획ㆍ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을 고려하여 예산을 배분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필리핀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여성을 위한 예산을 성인지예산이라고 하는 반면,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여성예산뿐 아니라 모든 일반예산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 정부재정이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한다. 필리핀이 전체 예산의 일정 부분을 여성을 위해 쓰도록 하는 방식이라면, 스웨덴은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자원 배분 상황을 분석해 정부의 예산분배 방식을 개선한다. 우리나라는 후자의 방식으로 성인지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전체 예산을 젠더(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 예산서에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각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사업이 여성과 남성에게 고르게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지 예산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성평등정책에 쓰이는 예산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성인지예산제도를 잘 운영하면 성평등을 위한 예산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차원에서 연구개발(R&D)분야 미래인력양성사업을 할 때 성인지예산을 작성하게 되면 연구개발 분야의 여성 진출이 남성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을 할 수 있고, 지원사업이 남성에게 집중되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성들의 참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부터 지방성인지예산서를 작성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도를 통한 재정배분의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현재 성인지예산이 ‘예산서’ 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분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도는 2018년부터 성인지예산 대상사업을 확대하고,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성인지예산 운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성인지예산서는 도의회 예산ㆍ결산 심의과정에 부속서류로 첨부되기 때문에 새롭게 구성된 의회의 역할에 따라 그 실효성이 커질 수 있다. 지방성인지예산제도가 내실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관련 주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협력한다면 경기도 성인지예산제도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임혜경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사각지대 없는 ‘주거복지’

‘주거(住居, housing)’란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로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주체인 인간의 삶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다. 세계인권선언(1948),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유엔 하비타트 의제 등에서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가 주창되었다. ‘주거권’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주거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것이다. 헌법 제35조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주거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주거수준’이 확보되어야 하고 적절한 주거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적절한 주거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법 제5조의 2 및 동법 시행령 제7조의 규정에 의해 ‘최저주거기준’을 두고 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시원, 숙박업소,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거주 중인 가구도 점차 증가하여 ’16년 기준으로 37만 가구나 된다고 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열린 3차 주거복지협의체 회의에서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주거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적극 발굴하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 시 보증금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해 경기도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지난 9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2022년까지 5년간 20만 호를 공급한다는 주택정책을 발표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이 중 4만 1천호를 공급하게 된다. 공사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확대에 매진함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취약계층 및 고령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주거복지센터 설치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전달체계를 강화해 사각지대 없는 주거복지가 실현되도록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홍균 경기도시공사 사장 직무대행

[천자춘추] 악기박물관

우리의 삶에서 음악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종교의식에서 각종 행사장, 음악 연주회에서 음악은 늘 우리의 일상이 됐다. 더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노력은 인류와 애환을 함께한 악기는 처음 만들어진 이래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래된 앤티크 악기들은 전세계 컬랙터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악기의 종류는 무한하기에 역사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분류 정리하는 시도가 많았다. 그중 1914년 호른보스텔과 작스가 만든 MSH 분류 방법이 잘 알려져 있다. 소리를 내는 발음제의 종류에 따라 고체의 탄성진동에 의한 채명악기, 막을 쳐서 그 진동에 의한 막명악기, 현의 진동에 의한 현명 악기, 공기의 진동에 의한 기명악기로 분류되며 일반적으로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으로 분류된다. 독일 베를린에 베를린필하모니 건물 옆에 베를린악기 박믈관이 있다. 이곳은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며 많은 앤티크 악기들이 전시되고 있다. 유서 깊은 악기 제조 가문인 루거스의 젬발로와 이탈리아 유명한 바이올린인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등이 전시돼 있어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찿고 싶어 하는 곳이다. 브르셀 악기박물관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약 7천여점의 악기를 소장 및 전시하고 있어 세계적인 악기 컬랙션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관람 방식으로 방문객들로부터 사랑 받는 악기 박물관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악기 박물관을 세워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의 자긍심과 긍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수와 음악가들의 음반과 소장품을 전시한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컬렉션과 전시, 그리고 대중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면 수익성 창출에도 크게 기여 할 것으로 확신한다. 신현태 前 국회의원

[천자춘추] 중소기업 일자리와 대기업 일자리

우리는 흔히 중소기업 일자리 하면 뭔가 부족하고 불안한 일자리로 생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자본금, 매출 등으로 구분하여 대기업,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으로 통칭하는 강소기업과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기업 그리고 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기업구조는 전체 기업 중의 대기업은 0.2%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기업 종사자 수 또한 미국은 5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하다. 이는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결론이다. 많은 취업준비생이 그 바늘구멍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수월하게 입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취업준비생이 수차에 걸친 도전으로 대기업으로의 취업 성공을 꿈꾸고 있으나 성공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소위 취업재수생, 삼수생이 양산되고, 종국에 가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직업생활을 하게 되거나 심지어 구직 포기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기왕 노예가 될 거면 대감집 노예가 되자”라는 극단적인 생각과 체면문화에 사로잡혀 중소기업을 꺼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감집 문턱이 무척 높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급여나 복지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없는 중소기업도 많다. 사실 중소기업도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고, 실제 대기업에서 원청의 일감을 받거나 독자적인 기술개발 등에 따른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정말 나쁘지 않다. 일찍 실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지원만 바라보고 있는 좀비기업이 물을 흐리고 있지만, 요즘 인터넷을 통한 기업분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니까 실무경력을 바로 쌓을 수 있는 곳, 내가 꿈꿨던 대기업의 해당 직무에서 경력직 채용공고에 기술된 ‘직무역량’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곳이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직원 수가 작아도 그들이 일으키는 매출이 크다면 좋은 중소기업이다. 근래, 대기업은 2~3년 경력 중심의 수시채용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즉 직무의 숙련도와 지속성을 평가하여 채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바로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의 경력을 발판으로 한 대기업으로의 진출은 결코 꿈이 아니다. 이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직업이 중요시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최무영 하남시취업지원학교 교수·이학박사

[천자춘추] 임산부 배려 문화

10월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은 날씨가 매우 좋은 계절이고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을 뜻한다. 임산부의 날(10월10일)은 임신기간 10개월의 ‘10’과 풍요와 수확의 달인 ‘10’월을 의미한다. 임산부가 배려받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사회적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인구절벽을 극복하고 가족친화 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로 삼고자 어느 임산부의 겪은 심정을 전해 보고자 한다. 병원으로 달려가 처음 너와 마주했을 때 기계 너머 심장 소리가 어찌나 힘차던지, 가슴이 뭉클하면서 가늘게 몸이 떨렸다. 그토록 아낌없는 축하와 축복을 내가 언제 받아 봤으며, 언제 또 받을 수 있겠는가? 너로 인해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를 부여잡고, 허황된 욕망만 키우는 건 아닌지, 너를 만난 기쁨에 나를 놓친 건 아닌지. 너를 만나는 게 왜 이토록 기쁘고 설렐까?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 할지라도 새로운 여행을 앞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다. 나의 기쁨과 설렘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것에서 온 것이었다. 분명 힘겨운 날들도 있겠지만 부모로서 맞이하는 새로운 여행을 축하하고 축복하고 싶다. 이제 너는 우리 가족의 사랑이 꽃이 되고 열매를 맺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설레는 글귀들이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너무 부정적인 면만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 출생에서부터 보육, 육아, 교육, 주택, 환경 등 우리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독자들도 이러한 문제는 여러 매체나 언론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극복하면 그것이 행복의 근원이었고 사랑의 안식처가 되었다는 것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소 힘들고 불편한 점이 따르지만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운동으로 행복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배려하자. 우리 협회에서도 임산부가 배려받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곧 인구문제와 직결된다고 전재하고 고위험 임산부 의료서비스 지원, 맘맘맘 문화센터 운영, 공공시설 및 기업체 등에 모유수유 착유실 설치지원, 대중교통(지하철, 버스)에 임산부 배려석 설치지원, 지자체와 공조하여 임산부 전용 주차장 설치, 임산부의 날 캠페인 전개를 통하여 임산부가 행복한 사회 환경조성과 확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임산부의 날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임산부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김동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천자춘추] 배려하는 사회

요즘 유치원 운영비 비리로 많은 가정에서 분노를 느끼고 있는 와중에 느끼는 단어가 출산절벽이다. 아이를 낳아서 키울 때는 마을 모든 사람이 사랑으로 힘을 합하여 키워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 아이들을 이용하여 사리사욕만을 추구하였으니 잘 먹이고 잘 가르칠 것이다 믿고 보낸 학부모들의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듯 육아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요즘 주변에서 육아와 관련하여 하소연을 하는 조부모님들이 있다. 육아를 전담하든지 아니면 간간이 육아를 보조해주는 조부모님들이 많이 계신데 젊은 부모와 달리 연세가 있으신 조부모들께서는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아이만이 아니라 관련 유아용품까지 가지고 이동을 하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자식의 부탁으로 아이를 데리고 당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였는데 빈 주차공간은 저 멀리 있고 아파트 현관 바로 앞에 있는 장애인주차구역이 비어 있을 때 아이 업고 허리 아플 생각을 하니 잠시 저곳에 주차 좀 하여야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열흘 뒤 구청 사회복지과에서 장애인주차구역 주차위반이라는 과태료 통지서가 배달될 때의 상실감이라니. 하루도 아니고 단 두 시간 그것도 해당 아파트 주민을 나타내는 동 호수가 붙어있고 중요한 개인 정보인 운전자의 전화번호도 앞 유리창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었건만 주차위반을 증명하는 사진 세장 찍을 시간에 운전자에게 주차위반이라고 전화라도 한통 해주었으면 바로 이동주차를 하였을 것인데….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여러 요소 중에 배려하는 마음이 제일 클 것이다. 배려하는 마음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내가 아닌 남에게 뭔가 친절을 베푸는 것인데 이런 배려하는 맘 없이 너무 각박하게만 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여본다. 최수아 道여성단체협의회 수원지부장

[천자춘추] MRI 건강보험 적용 논란

환자 대부분은 중증 질환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질환의 진단을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원하고 있어 진단과정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많은 불만을 표하곤 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의 변화로 2018년 10월1일부터 MRI 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재정의 이유로 뇌종양 등 중증 뇌질환 등이 진단된 환자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중증 뇌 질환뿐만 아니라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나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는, 두통, 어지러움 증상이 있는 환자까지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뇌 MRI 검사 시 최소 35만 원에서 최대 75만 원 전액 부담해 평균 55만 원을 환자가 부담했던 것이 현재는 의료기관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8만∼30만 원으로 책정됐고, 환자는 30%~60%를 부담하게 돼 MRI 본인 부담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내 MRI 장비 수는 1천500여 대이며, 인구 100만 명당 장비 수는 27.8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8대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고가 장비의 보유는 환자 입장에서 보면 최대의 진단 기기로 인식돼 있고, 의료계 입장에서는 인정된 비급여를 빌미로 환자에게 권유하면서 대중화 기기가 돼버렸다. 2017년 기준으로 뇌·뇌혈관 MRI 비급여는 2천59억 원이었고, MRI 총 진료비가 4천272억 원이었으니, 약 48.2%가 비급여였다. 환자에게는 진료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도 MRI는 많은 질환에 비급여로 남아있다. 가령, 뇌 양성 종양의 경우, 진단 후 연간 1∼2회씩 최대 10년까지 건강보험 적용되고, ‘진단 시 1회 + 수술 전 수술 계획 수립 시 1회 + 경과 관찰’ 촬영으로 건강보험 적용되며, 급여 비급여로 논란의 소지가 많은 무릎 부위는 반달연골, 무릎 안의 유리체만 만 해당되고 타 부위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렇게 MRI 건강보험 적용은 확대됐으나, 비급여도 여전히 존재하면서 환자에게는 재정적 부담이 줄 긴했으나, 환자의 요구든 의사의 권유든 오남용의 우려는 더 많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정책이 완벽하게 급여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단 과정의 과잉진료로 인한 환자의 민원은 여전히 우려되고 있어, 하루빨리 환자의 적정 진료에 틀이 마련돼 모두가 진료비 걱정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조미숙 경기도의료원 운영본부장

[천자춘추] “얄미우십니다”

남북정상회담 평양 3일째인 9월2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는 백두산 장군봉을 보고 천지로 이동하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숨을 고르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나도 숨차 안 하십니다” 라고 하자 “예 아직 이 정도는”이라고 대답하자 이를 듣고 있던 리설주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얄미우십니다”라는 말에 두 정상 부부의 웃음꽃이 피었다. 국어사전에는 얄밉다를 “말이나 행동이 약빠르고 밉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리설주 여사가 말한 ‘얄미우십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66세 나이에 비해 건강한 체력이 부럽다는 표현으로 보면 애교 섞인 화답으로 보인다. 필자는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가장 잘 지켜야 할 조건이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훌륭한 비전이나 능력도 건강이 무너지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학자, 정치사상가인 존로크(John Locke)는 인간오성론, 정부론을 저술로 유명한데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교육에 관한 고찰에서 교육의 순서를 체·덕·지여야 한다고 주창하였는데 체육론은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으로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은 훈련에 의해 가능하고, 덕육론은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하고, 지육론은 지식은 덕을 쌓고 사색을 깊게 하는데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그 가운데에도 체육과 덕육이 먼저 이루어진 뒤에 지육 함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우리가 아무리 지식이 풍부한 사람도 덕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지 못하고 덕을 갖추어도 건강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무실, 역행, 충의, 용감 등 4대 정신과 덕육, 체육, 지육 등 3육을 강조했다. 도산은 지는 악의 힘이 되고 건강 없는 자의 지는 불평밖에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지육보다 덕육과 체육을 우선시했다. 영화 울지마 톤즈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는 의사로서 안정된 직장과 삶을 모두 버리고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선교를 하던 분으로 더 많은 선교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대장암으로 49세 나이에 선종했다. 너무 안타까운 죽음이라서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은 이태석 신부님이 밉다. 필자는 대통령의 자질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본은 체육이고, 덕육을 함양하고 지육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아무리 웅장하고 미관상 화려해도 기초가 부실하면 무너져 버린다. 기초부실 공사로 인한 성수대교의 붕괴참사와 최악의 인명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 인간도 지식이 부족하면 불편할 뿐이고, 덕이 부족하면 타인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으로 그만이지만 체가 부족하면 자신이 무너지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은 기초요, 인간은 건강한 체력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건강한 체력을 갖추고 모두 다 함께 얄미워졌으면 한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문화예술과 민주주의

구두닦이에서 교수로, 성공한 정치가로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공적지성인 100명 중 2위로 선정된 미국의 사회학자 모이니한의 문화와 정치에 대한 주장은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올바른 정책적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보수의 진리는 이런 것이다.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문화이다. 가장 핵심적인 진보의 진리는 이런 것이다. 정치는 문화를 바꿀 수 있으며 그리하여 정치를 정치 자신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이다.” ‘표현의 자유’는 사람들이 자유로이 자신의 의견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물론 공공성을 해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제외한다. 상호소통과 토론, 진실규명의 출발지가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도구가 된다. 이러한 기본을 유지되도록 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이 제도와 정책이다. 같은 이치로 문화정책의 핵심은 ‘예술표현의 자유’이다. 이 자유는 다름과 차이에서 항상 새로운 생각을 접하고 새로운 정신과 질문으로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생각하여 시야를 넓혀주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이기도 하다. 오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근대화의 새로운 문화예술 도입과 고유의 지역문화예술들을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역사 속의 우리 문화정책은 상의하달, 성과도출, 행사와 홍보 동원 등의 하향식 문화진흥정책으로 행정의 공적지원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운신의 폭을 좁혔고, 문화재단등 문화예술기관과 기획가, 큐레이터 등 중간활동가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축시켰으며,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 의지와 방법에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을 주어서 결과적으로 시민과 공동체사회가 자율성을 손상당하고 지역사회는 문화의 진흥을 이루기 보다는 오히려 지역특수성과 주체성을 마모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의 세계화는 지역분권을 기반으로한 지역문화재정확보, 문화재단과 중간활동가들의 자율성 확보, 지역문화 민주주의에 기초한 행정과 문화시민들의 지역문화거버넌스 구축, 블랙리스트가 아닌 표현의 자유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의 역사, 문화, 객관적 사실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자유로운 창작과 표현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문화시민들은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문화, 예술을 꽃피우며 “문화적 가치가 인류발전을 결정한다”는 세계적 석학 헌팅턴과 해리슨의 말대로 문화민주주의를 이룩해 갈 것이다. 이득현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천자춘추] 진정한 소통

흔히 성공서적의 원조라 불리는 인간관계론에서 저자 데일 카네기는 ‘사람들의 호감을 받는 방법’으로 1)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져라, 2) 웃어라, 3)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라, 4) 잘 듣는 사람이 되어라, 5) 상대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 6) 상대방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상대방이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하라 등의 6가지를 제안한다.이렇게 많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좋아하라”는 한가지로 귀결이 된다. 좋아하면, 사랑하면 웃게 될 것이다.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만을 생각할 뿐 아니라, 상대방도 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통의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상대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상대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상대를 이해하고 출발하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기본이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우리는 소통을 나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객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고객에게 어떻게 관심을 가져야 할까?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장점과 특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고객의 관심이 아닐 수 있다. 고객은, 해당 제품이 고객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고객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둔다. 즉, 고객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겠다는 소통이 아닌, 고객 스스로를 구매의 주체로 느끼게 만드는 소통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제품을 확실히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고객에대한 진정한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양한 정책을 만들었고, 이렇게 개선되었다’는 것보다는, 중소기업 등 정책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좋은 소통일 것이다. 정책 고객이 막연한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직접 선택하고 활용하는 주체’로 인식되게끔 해야 한다. 또한, 규제완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 혹은 피해를 보는 집단도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하고, 아울러 규제를 운영하는 기관에서도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면, 규제 완화에 대한 접근방법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알게 되면, 보이게 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보다 발전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소통해야 하고, 그래서 상대방을 심도 깊이 알아야 하는 것이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천자춘추] 빨강 우체통 지킴이

軍事郵便(군사우편)이라는 청색 스탬프가 찍힌 편지를 처음 본 것은 50년 전이다. 옆집 할머니께서 흰 손수건에 곱게 쌓인 ‘군사우편 찍혀있는 고운 편지’를 가져와 읽어 달라 하셨다. 철없던 아이는 국어시간에 교과서 읽듯 낭송하였고 할머니는 돌아앉아 살짝 눈물을 닦으시고 편지를 곱게 접어 치마 품에 감추셨다. 꽃 속의 나비처럼 편지를 간직하셨다. 할머니의 막내아들이 논산서 힘든 훈련 마치고 두 달 만에 보낸 편지다. 글을 읽지 못하시는 할머니가 아들이 그리워 철없던 초등 2학년 아이의 눈과 목소리를 빌려 군대 간 아들을 만나는 눈물겨운 情景(정경)이다. 겨울날 어느 밤에 군대 가서야 철든 아들은 내무반 차디찬 침상에 엎드려 급하게 적었을 것이다. 엄마가 어머니가 되었다. 군대 간 아들이 입대해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어머님 전상서’다. 요즘쯤인 가을이면 참으로 편지쓰기가 좋다. 요즘 제법 쌀쌀한 날씨에 아버님, 어머님!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신지요. 不肖(불초) 소자는 부모님 염려 덕분에 몸 성히 훈련 잘 받았습니다. 아뢰올 말씀은 다름이 아니옵고……. 건강, 불효반성, 돈 조금만. 어머니와 군대 간 아들을 생명처럼 이어준 군사우편을 전하던 빨강 우체통이 사라진다고 한다. 우체통 月貰(월세)는 우푯값으로 1천500원이다. 1개월에 편지 1통이 들어오면 철거, 2통이 투입되면 그달은 살아남는다. 참 쉬운 셈법이다. 지난해부터 한 달에 두 번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워딩한 편지를 출력해서 싸인하고 도장을 찍은 후 수 십개의 예쁜 반원으로 들러 쌓인 빛나는 우표를 붙인 후 아파트 1층 입구 우편함을 지나쳐 버스정류장 옆에 서 있는 붉은 우체통에 넣는다. 3일을 돌고 돌아 집으로 온다. 本第入納(본제입납)이다. [本第入納 = 자기 집에 편지할 때에 편지 겉봉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쓰는 말] 경기도내 우체통은 3천144→2천837→2천764개(2018)로 우체통 73개가 철거되었다. 조금만 정성을 드리면 예쁜 빨간 우체통을 지킬 수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더 붉게 해주는 빨강 우체통을 우리가 지키고 늘려야 한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한글과 한의학

10월9일은 한글날이고, 10월10일은 한방(한의학)의 날이다. 기념일이 하루 사이에 붙어 있는 한글과 한의학은 우리 한민족의 큰 자랑이자 자부심의 상징이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연구하여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인 한글은,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라며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訓民正音)’이 199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들여왔던 한의학을 좀 더 한민족에게 유용한 의학으로 만들라는 세종대왕의 지시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의방유취(醫方類聚)’를 편찬하며 조선의 의학으로 독립 발전한 한의학은, 마침내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기점으로 중국을 넘어 당대 세계최고의 의학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동의보감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의학서적으로는 세계최초의 등재다. 이렇듯 한민족의 보물이자 위대한 유산인 한글과 한의학에게 영광스러운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술국치 이후 찾아온 일제강점기에 한민족의 민족혼을 말살시키려는 일본제국주의와 친일파들의 책략에 의해 한글의 사용과 교육이 금지되고, 한의사 역시 의생으로 격하되었다가 의료제도에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한민족의 독창적인 얼을 간직한 국악, 한국무용, 한국미술, 한국무예 등 한민족의 문화가 같은 이유로 모두 소외되고, 일본의 언어와 문화 및 서양문화가 득세한 것이다. 일본과 서양문화는 신식이고, 우리 문화는 구식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세뇌교육도 병행되었다. 광복 73년이 지난 지금, 일제강점기 당시 아픔을 겪었던 많은 부문의 문화와 제도가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제도와 사법제도다. 친일을 통해 확보한 기득권을 결코 내려놓지 않으려는 세력들 때문이다. 개혁은 번번이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의료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는 어떤 나라에서도 서양의학을 의학, 양의사를 의사라고 칭하지 않는다. 의학의 범주 아래에 한의학, 양(서)의학, 치의학이 있고, 의사의 범주 내에 한의사, 양(서)의사, 치과의사가 있는 것이다. 지극히 사전적이고, 어법에도 맞고, 상식적인 용어조차도 일제잔재이자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의해 법률용어가 개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한글날과 한의학 날이 있는 10월이 되면 더욱 그렇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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