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 살 수 있도록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려는지 볕이 유난히 따갑다. 늦장마 예고로 습기까지 가세해 말 그대로 푹푹 찌는 여름이다. 이렇게 더위가 찾아오면, 우리 같은 사회복지사들은 피서를 떠날 생각보다 혹서기에 고통받을 우리 아이들이 먼저 떠오른다. 유정이(가명)네는 전국에서 아동가구 주거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살고 있다, 이 지역 집 대부분이 불법으로 내부 구조를 변경한 다가구 원룸 주택이다. 다섯 평 남짓한 방 한 칸에 다섯 식구가 모여 사는데, 빨래를 하면 세탁물을 널어놓을 공간이 없어 건조대를 편 자리 아래서 아이들은 몸을 구긴 채 잠이 든다. 창이 하나인 방은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다. 커튼을 걷으면 벽지가 곰팡이로 새까맣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감기와 기침을 늘 달고 산다. 유정이와 같은 아동을 우리는 주거빈곤 아동이라 부른다. 전국 94만 4천 명의 주거빈곤 아동 중 85만 8천 명이 유정이처럼 최저주거기준이 미달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나마 지하 옥탑 거주 가정이나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비닐하우스, 고시원과 같은 곳에 사는 아이들보다는 나은 케이스다. 축축하고 어두운 방에서 주거빈곤 아동들은 집과 함께 몸도 마음도 병들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지원이 필요한 아동에게는 임대주택이나 주거비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주거기본법이 개정됐다. 주거와 관련해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마련됐다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나, 더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 적극적인 기준 마련과 강제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아동이 안전한 환경 가운데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비주택 거주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와 더불어 개선을 위한 명확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몇 년 전, 주거빈곤 아동 지원사업을 통해 새 주택으로 이주한 가정의 어머니 말이 떠오른다. 이제 집안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뭐라도 시작해보려고요. 이전 집에 살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집과 함께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노후 된 집과 함께 의지마저 무너져 있던 그녀였다. 얼굴에서는 이전 집에 살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생기가 맴돌았다. 새집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주거의 변화만으로 가정이 달라지고 우리 아동들이 다시금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는 혹서기를 앞둔 지금, 주거빈곤 아동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내밀 때이다. 이종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돌봄정책에는 스타사업이 필요하지 않다

최근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국 각지에서 다함께돌봄센터 설립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다함께돌봄사업은 부모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작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1천800개소의 다함께돌봄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설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된다. 우선 과거 만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집중되어 있었던 정책적 초점이 초등학생까지로 넓어졌다. 주위에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과 동시에 경력단절을 선택하거나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소득 기준으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다는 것은 낙인감을 줄 수도 있다. 세번째는 지역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특성에 적합한 돌봄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책은 대부분 중앙에서 설계한 표준화된 모델이 지역에서 집행되는 형태였다. 지역 특성과 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채 획일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다함께돌봄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초등 방과 후 돌봄 정책에 대한 관심과 방향은 환영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안착 되기 위해서는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활용 가능한 돌봄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유휴공간이 많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이용 자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음으로 돌봄활동가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돌봄활동에 대한 충분한 예산 확보 없이 단시간 내에 돌봄센터 설립을 가속할 경우 자칫 낮은 수준의 일자리가 양산되거나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어렵다. 그렇지 않으면 이용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민간자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봉사와 기부가 아닌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설계하여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시간에 양적 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반짝 스타사업은 되었으나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기능 하는데 한계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설계된 이번 초등 돌봄 정책 만큼은 스타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유용한 서비스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임꺽정’ 임사빈 경기도지사

임꺽정, 임두목으로 불린 임사빈 경기도지사(1987.12~1990.6)는 중앙(내무부)과 경기도, 그리고 국회에서 큰 활약을 했다. 공무원 말단에서 시작해 도백에 오르고 국회의원을 한 분이니 그 인생은 늘 새로움과 기록의 연속이었다. 경기도 출신 도지사라는 긍정의 평가도 높았다. 2년6개월간 재임한 임사빈 경기도지사는 공직자와 언론의 반대에도 기채를 내서 의왕~과천 유료 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맨땅의 헤딩으로 보였지만 오늘날 수도권 순환도로로 개칭논의가 활발한 수도권외곽고속도로와 연결되어 수원, 의왕과 과천 교통의 중심이 되었고 경기남부~서울~경기 북부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가 되었다. 임사빈 도지사는 내무부 근무 시에도 보스형 공직자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공보부서 근무를 하다가 승진해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수많은 내무부 출입기자들이 이분의 방을 들락거리며 기사를 취재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선 굵은 인물로서 늘 큰 그림을 많이 그렸다. 일화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토요일 오후에 이른 숙직을 하고 있는데 시ㆍ군에서 정보사항이 들어왔다. 성남시 어느 공원에 도지사가 오셨단다. 혼자서 경기1가1000번 승용차를 운전해서 오셨단다. 당직실은 비상이 걸렸다. 인근 시ㆍ군 당직실에 전화해서 관내에 도지사가 가실 수 있으니 대비하고 동향보고를 해달라 전했다. 당시에는 그랬다. 도지사가 시군지역을 가는 것은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임명직 시장ㆍ군수들은 토요일 오후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삐삐가 일부 보급되던 시절이니 비상연락이 쉽지 않아 당직실 근무자들의 고충이 컸을 것이다. 임 지사의 무게감은 대학생 도지사실 난입사건에서 입증됐다. 어느 날 대학생 5명이 비서실 책상을 부수고 화염병을 들고 도지사실에 난입했다. 도지사는 수행원과 함께 옆문으로 피신했고 부지사가 남아서 대응했다. 윤세달 부지사는 내가 도지사다라며 버텼고 학생들의 각목 공격을 주변의 육사출신 과장과 또 다른 계장이 막아냈다. 두 공무원은 표창을 받았다. 부지사는 화장실을 직접 뒤지며 대학생들을 수색하고 체포했다. 상황이 종료되자 임사빈 도지사가 기자실에 찾아와 보도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보안이 뚫린 것은 사실이기에 도정 책임자로서 언론에 보도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직전까지 카메라를 동원해 도지사실과 비서실의 파손된 집기를 촬영해 언론에 알리려 한 간부들은 머쓱했다. 역시 큰 인물은 세상도 넓게 본다. 당시의 7급 공무원은 그렇게 느꼈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천자춘추] 한의약으로 지키는 여름건강

삼복(三伏)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여름철은 섭생에 소홀하면 누구라도 건강을 잃기 쉬운 계절이다. 본디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는 사람의 몸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기력을 소모시킨다. 특히 여름철에 유의해야 할 질병은 일사병, 열사병, 장염(식중독), 냉방병 등이다. 한의학에서는 주로 하지(夏至) 이후에 더위로 인한 발병을 서병(暑病)이라고 한다. 몸에서 열이 나고 가슴 속이 답답하며, 갈증이 몹시 나서 물을 들이 켜고, 두통이 있고, 저절로 땀이 나고, 몸이 나른하면서 기운이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분류가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힘든 일을 하다가 더위를 먹는 중서(일사병), 중서가 심해져서 정신을 잃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경련이 이는 서풍(열사병), 날씨가 덥다고 자꾸만 차가운 음료와 음식을 즐겨 먹다가 배탈이 나는 모서(장염, 식중독), 땀을 흘린 후 갑자기 찬바람을 쐬거나 큰 일교차에 의해 걸리는 여름 감기인 상서, 그리고 요즈음의 냉방병에 해당하는 주하병 등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질병을 원인에 따라 구분해 치료한다. 청서익기탕ㆍ이향산ㆍ익원산ㆍ육화탕 등을 병인에 맞게 잘 처방하면 그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 향유(香)와 백편두(白扁豆)는 특히 여름에 유용한 약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병을 미리 예방할 수는 없을까? 서병을 예방하려면 평소에도 중요한 섭생법을 여름에는 더더욱 신경 써서 철저히 지켜야 한다. 첫 번째, 잠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날씨가 더워져 집중력이 떨어지고 졸음이 올 때는 낮에 잠깐씩 눈을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음식은 가급적 따뜻한 음식을 섭취한다. 여름에는 땀을 흘려 소화기가 냉해지기 쉬운 계절이므로 기회 있을 때마다 삼계탕, 장어탕, 영양탕 등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세 번째, 발효 음식은 체질 불문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다. 청국장, 발효 간장, 플레인 요거트 등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섭취하는 게 좋다. 네 번째, 제철과일이 좋다. 여름에는 수박, 참외, 복숭아, 자두 등 이뇨작용이 좋은 과일이 풍부하다. 다섯 번째, 음료는 카페인 탄산 등 인스턴트 음료보다 오미자, 매실, 미숫가루, 식혜 등 우리 전통음료가 좋다. 마지막으로, 여름에는 음주와 성생활을 절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더위와 불쾌지수로 건강을 해치기 쉬운 여름, 슬기와 지혜가 함축된 한의학적 섭생법으로 여름을 이기고 모두가 건강해지는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천자춘추]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와 미래 직업교육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매일 아침 직업교육 관련 신문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양질의 취업, 현장실습 찬반, 고용률과 실업률, 능력중심사회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에 관한 기사 등 하루에도 수십 건의 직업교육 관련 기사가 올라온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직업계고에 근무하고 있는 교장으로서, 취업을 앞둔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어떤 날은 행복 가득한 미소로, 어떤 날은 미간을 찡그리며, 어떤 날은 애통함에 가슴을 치기도 한다. 최근 읽은 기사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 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물류와 배송 관련 단순 반복 업무가 로봇으로 대체될 때 발생할 직원들의 실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직원 10만 명(전체 직원의 3분의 1)에게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한 직무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아마존의 기업 문화를 보면서 직업계고등학교 교사로서 고민은 깊어진다. 변화하는 미래 시대의 직업교육을 위해 학교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적용하고 안착시킬 것인가. 직업계고등학교는 산업 현장의 직무 중심으로 직업교육과 훈련을 통해 현장 맞춤형 우수 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를 도입해 학교 수업만으로 1학생 2종목 이상의 자격 취득을 통해 창의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란 국가 직무능력표준(NCS) 기반으로 설계된 교육ㆍ훈련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후, 내ㆍ외부 평가를 거쳐 일정 합격기준을 충족하는 교육ㆍ훈련생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2015년도에 자격제도를 도입한 이후, 자격 취득자는 5천600명에 달했으며,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으로 운영되는 종목은 기사 8종목, 산업기사 44종목, 기능사 85종목, 서비스 6종목 총 143개이다. 이는 기존의 자격검정제도와는 달리 학력, 전공, 경력 등의 조건 제한 없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특히 직업계고 학생들은 교육 과정에 따른 평가를 통해 학교 수업만으로도 산업기사 자격 취득이 가능해 고수준의 직무역량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또한,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교육ㆍ훈련생의 특성 및 수준을 고려한 유연한 수업 편성이 가능하게 돼 있다. 학생 자율능력단위 시간이 확대돼 1학생 2종목의 산업기사 자격 취득도 가능해져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기계 전문가, 회계지식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 도입은 4차 산업시대의 미래 직업 교육을 준비하는 직업계고등학교의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정치꾼과 정치가

도의원의 임기가 1년이 지났다. 초조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도의원 생활이 생각한 것만큼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안 하나마다 열띤 토론이 필요했고, 때로는 설득을 당하기도 설득을 해야 하기도 했다. 격려도 있었지만, 뭇매를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것이 이 일이라면 잘하고 욕먹겠다라는 다짐을 한다. 많은 사람이 정치인을 욕하지만, 정치인이 되고자 노크하는 사람들은 많다. 어떤 정치인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은 거의 없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들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정치꾼과 정치가. 정치꾼은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애를 쓴다. 선거가 끝나는 동시에 당선증을 받아들고 다음 선거를 고민한다. 자신의 권력욕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꼼수는 기본이다. 위에 있는 자에게 아부는 필수, 자신이 주장했던 것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뒤집기는 애교, 자신의 덩치를 키우려고 협력이 필요함에도 반대하는 3인칭 정치쇼. 정치가는 철학과 신념이 있다. 그 철학을 실천한다. 꼼수는 통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학습을 반복하고 시민의 위대함을 믿는다. 다음 선거를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을 통해 철학을 보았다. 김대중 대통령을 통해서 신념을 보았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서 실천을 보았다.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위해 고문을 견디고 감옥에 갇히는 수모를 이겨내면서 평생을 숭고하게 바쳤던 분들이다. 행동하는 양심,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그분들의 철학과 신념, 실천에서 나온 현대사 최고의 가치적 표현이 분명하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여기에는 나보다 더 코미디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언 故 이주일 씨가 국회임기를 마치고 방송계로 복귀하면서 했던 웃픈 명언이다. 코미디언보다 더 웃기면서 쇼하는 정치하는 사람들을 나는 정치꾼이라 부르고자 한다. 북유럽에서는 국민이 정치인을 존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최소한 존경은 아니어도 떳떳했으면 좋겠다. 두 달 넘게 끌어온 국회의 파업사태. 최소한의 염치도 없고 눈치도 없는. 창피는 국민 몫이다. 도의원 남은 임기 3년,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정치꾼? 정치가? 황수영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대학 현장실습제 개선을 바라며

며칠 전 우리 학과 학생들의 현장실습 지도방문을 나갔다. 김포에 소재한 A 업체에는 6명의 학생이 실습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 성실하게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었다. 업체 담당자를 만나 근무 상황을 묻고 잘 지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업체에서는 얼마 후 채용계획이 있으며 현장실습 나온 학생 중에서 채용을 고려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방문기념 사진을 찍고 나오려고 하는데 더 머물다 가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있었다. 매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회사 안에서 다하지 못한 대화를 나눴다.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학생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B 업체로 실습을 나간 학생이 그 회사에 취업이 이미 결정된 상태와는 대조적이었다. A 업체에서는 정규직을 뽑는 것인데도 학생들은 특별히 나쁜 점은 없지만, 취업을 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한편, 대화 도중 학생들이 교수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면담 시간이 곧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아했던 것이었고, 오래 머물다 가라고 한 것도 그만큼 더 쉬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나마 이같이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은 다행이다. 실습으로 학생들은 전공관련 회사의 업무와 근무 환경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좋고, 회사입장에서는 실습생들의 근무태도와 실력을 평가하여 우수 학생들을 사원으로 뽑을 기회가 되어 좋은 것이다. 하지만, 3년 전 어느 학교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실습생이 목숨을 잃거나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고, 일부 산업체에서는 현장실습생의 노동력만 착취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교육부에서는 현장실습제도를 축소했다. 특히 노동부에서 최저임금에 맞춰 실습생에게 비용을 내게 하니 이제 현장 실습생을 받을 중소기업은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제도가 바뀌어 업체에서는 실습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거나, 실습이 아닌 교육 시간으로 일과를 보내게 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현장실습생을 받을 때의 유리한 점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 20여 년 동안 실습생을 받아 온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거의 학생들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관계 기관에서는 현장실습의 활성화를 위해, 나아가 효율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현장실습 관련 개선된 제도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

[천자춘추] 2020년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김민수 이맘때면 늘 그렇듯이 최저임금이 이슈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은 30% 가까이 인상됐다. 2020년 최저임금은 2.87% 인상돼 8천59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마다 역대 최저 인상이다, 노동계가 폭넓게 양보했다는 보도다. 하지만,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힘든 상황에서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기업인은 새해가 두려워졌다. 2020년 새해가 밝아오면, 최저임금 인상처럼 수익도 향상될 수 있는가? 인건비 상승으로 원자재 비용까지 상승할 확률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간접 비용인상도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권 경제성장정책의 핵심 아젠다이다. 임금이 상승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경제성장을 위한 독립변수는 높은 임금이기에 그렇다. 대한민국은 어느 순간부터 적정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목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차처럼 나아가고 있다. 1만 원이 왜 적정한지, 어떤 근거로 1만 원이 측정되었는지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단지, 1만 원, 지폐 한 장도 안 되는 시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자극적이고 선동하기 편한 수치여서가 아닌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할 때 근거 중 하나는 OECD 평균 임금보다 낮다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과 비교도 잦다. 통계가 확정된 2017년 기준, OECD 국가 간 생산성 대비 최저임금을 비교(현재 대한민국의 생산성 대비 최저임금은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해보자. 한국 근로자 1인당 시간당 생산성은 34.4달러이다. 아일랜드는 85.9달러, 미국은 64.2달러다. OECD 평균은 48.1달러다. 대한민국의 생산성은 OECD 평균의 70% 정도다. 대한민국의 생산성은 OECD 27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최저임금은 OECD 국가 중 10위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이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높은 소득에도,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우리보다 낮다. OECD 역시,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서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하기 전에 인상의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향상에는 반드시 기업과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이 뒤따라야 함도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인상은 물가인상만 가져오고, 국제경쟁력에도 타격을 준다고 한다. 임금은 애초에 생산성에 대한 대가이며,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높은 임금에는 높은 생산성이 전제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없는 임금인상이 부작용을 낳는 것은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의 기대와는 달리 2020년 대한민국 경제는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에 이어질 경제실패에 대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충분치 못해서, 소득주도성장의 동력이 약해졌다는 주장을 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민수 한국창업진흥협회장

[천자춘추] 여성 역할 확대가 미래 국가 경쟁력

도의원의 임기는 7월부터 시작된다. 10대 경기도의회가 출발점에 다시 섰다.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 특히 10대 경기도의회는 여성의원이 20%를 넘어서 142명 도의원 중 32명이 여성이다. 경기도 성인지 예산이 늘었다. 지난해 2조6천억원대였던 예산이 올해 3조4천억원대로 확대됐다. 성인지 예산이란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녀별로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성차별 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1995년 유엔세계여성대회에서 성주류화 전략의 주요 의제로 채택돼 세계 70여 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감 때 성인지 예산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째인데, 성과목표 달성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기도의회도 성주류화 정책의 담론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지만,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 문화가 뿌리 깊다.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도 아직 만연하다. 청와대 신년기자회견 때, 외신기자가 한국의 양성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자 대통령이 부끄러운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수장으로 임명된 강경화 장관이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감외교를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역사적인 성과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최고의 조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이제 여성의 역할 확대는 단순히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넘어 미래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다. 도민의 생활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여성의 문제는 여성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다.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식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데 여성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잘못된 수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 여성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협력과 조화, 평등과 평화의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여성의 역할 확대가 미래 국가경쟁력이다.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

[천자춘추] 일본 대응법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더니, 이제는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면서 아베 총리는 그 이유로 북한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우리한테 수출한 초고순도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넘어가 화학무기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본의 이런 주장에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화학 무기를 만드는데 설령 불화수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구하기 쉬운 일반 불화수소를 사용하지, 값도 비싸고 물량 확보도 어려운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이용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막무가내식 주장은 정말 대응하기도 창피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우리가 지금 일본에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 일본의 책략에 넘어가는 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아베 총리에게 21일에 있을 참의원 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는 의석(비개선 의석)은 121석이고, 새로 선출하는 참의원은 모두 124명인데, 아베가 개헌을 추진하려면, 새로 선출하는 124석 중 87석을 획득해야만 한다. 하지만, 87석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헌을 저지하려는 야당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는 외부의 적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외부의 적으로 대한민국을 골랐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아베는 오히려 일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가 시끄러울수록 일본인들의 감정을 자극하기는 더욱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대응은 차분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청와대의 대응은 잘 하는 듯 보인다. 처음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질적으로 발생하면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정도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아베 총리는 지금 나가도 너무 나간 행동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북한 문제까지 끌어들여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일본의 이런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음악으로 밝아지는 세상

지난 4월,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천재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창단 100주년을 맞은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했다. 이때 LA판 엘 시스테마라 할 수 있는 LA 유스오케스트라 20명의 단원과 한국의 꿈의 오케스트라 80명의 단원이 연합캠프를 가져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의 이름이다. 길거리의 폭력과 마약으로부터 한 나라를 바꾸겠다고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빈민촌 아이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어 레슨하고 합주하는 앙상블 운동을 시작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11명으로 시작한 이 자그마한 운동이 크게 성공을 이뤄 이제는 300명의 단원에 이르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로 우뚝 섰다. 전국 125개 학교에서 1만 5천 명이나 되는 엘 시스테마 출신의 교사들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에는 25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적극적인 문화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두다멜을 비롯하여 아바도, 래틀, 메타, 도밍고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들 교육에 기꺼이 동참하는 등 어둡고 암울한 빈민촌 어린 청소년들에게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어준 문화예술교육의 성공사례로 전 세계가 앞을 다투어 찬사를 던졌다. 이와 같이 음악의 힘은 이토록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엘 시스테마 못지않은 단체가 있었다. 6ㆍ25전쟁으로 황폐한 이 땅에 고아들로 구성되었던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지형식 원장이 이끄는 가덕도의 소양원, 그리고 부산 소년의 집 같은 곳이 불우한 환경을 음악을 통하여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연 음악으로 세상이 변화되고 밝아질까? 필자의 경험을 말하자면, 음대를 졸업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와 공연기획을 맡아 초ㆍ중ㆍ고등학생 120명의 단원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대학입시 지옥, 서로간의 팽배한 이기주의, 가정불화 속의 일탈 등의 혼란 속에서 자유롭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음악을 통하여 인성이 바뀌고, 자기의 꿈을 키우는 과정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 3월부터 오산 시민들 삶의 체험에 문화적 생기를 넣어 문화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산시는 교육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교육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엘 시스테마 같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하여 아이들이 바뀌고 도시가 변화되고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요한 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천자춘추] 콘텐츠와 새로운 피서 풍속도

요즘 수시로 전달되는 행정안전부의 폭염경보, 야외활동 자제 문자메시지는 올여름 무더위의 기승이 심상치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게 한다. 자연히 머릿속에는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옮긴다의 사전적 의미인 피서(避暑)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콘텐츠 산업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핵심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양적, 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우리의 피서 풍속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그럼 어떤 콘텐츠들이 우리의 오랜 피서 풍속도를 바꾸고 있는 것일까? 더위를 피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산과 들, 자연으로 떠나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여행일 것이다. 과거의 여행이 개인의 체험과 만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액션캠 등 새로운 장비를 통해 본인의 경험을 사진ㆍ영상 콘텐츠로 기록하는 것이 필수다. 이런 콘텐츠는 단순히 기록으로 끝나지 않고, SNS를 통해 모두와 함께 공유되고 새로운 유행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촌 어떤 여행지를 가던지 SNS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공중부양, 단체 점프 등의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더위를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인 공포체험 또한 변하고 있다. 한여름에 머리카락이 삐쭉 서는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며, 단박에 더위를 잊는다. 과거 책이나 구전으로 전해지던 무서운 이야기들은 최근 새로운 스토리 IP로 재탄생해서 OSMU(One Source Multi Use) 시대의 여름철 새로운 콘텐츠 아이템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미국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들이 공포영화로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의 괴담들이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실감나는 공포영화로 구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치인 VR을 통해 직접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 공포 콘텐츠가 여름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최근 가장 대중적인 피서 풍속도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아래 도심, 가정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넷플릭스, 유튜브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Over The Top)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개인이 좋아하는 장르의 방송ㆍ영화만 골라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감상할 수 있다. 자! 이번 여름은 어떤 장르의 콘텐츠와 함께 열대야를 극복하고 멋진 휴가를 보낼 것인지, 즐거운 상상에 빠져보자. 김경표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노라 그리고 여성의 삶

노라는 집을 떠났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문을 나선다. 노라의 이야기는 1879년 초연된 이후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병에 걸린 남편과 세 아이를 돌보려고 위독한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해 돈을 빌렸다. 아버지는 딸의 고난에 찬 상황을 모른 채 삶을 마감했고, 특별할 것 없던 남편은 병을 털어버리고 일어나 은행 총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돈을 빌려주었던 크로그스타드가 위조된 서명을 가지고 그녀를 협박하면서 파국은 시작된다. 남편은 아내의 힘들었던 지난날보다 자신의 사회적 평판을 걱정하며 아내를 채근한다. 우여곡절 끝에 가정은 다시 평화를 얻지만, 노라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꿈에서 깨어난다. 여자는 죽음이 임박한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 드려도 안 되고 남편을 구해도 안 되다니요! 노라는 인형처럼 살기를 거부하고 집을 떠난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집을 떠난 노라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1924년 중국의 문호 루쉰은 여성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려면 가정에서 남녀 간에 균등한 분배, 사회에서도 동등한 권리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오늘날 여성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전체 여성 고용률은 남성보다 19.9%p 낮은 50.9%이고, 여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8.8% 수준이다. 결혼, 임신, 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의 영향으로 연령대별 고용률에서 30대의 고용률이 떨어지는 엠커브(M-Curve) 현상은 지속하고 있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난 세기 동안 여성의 삶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학생 대학 진학률은 남학생보다 7.9%p 높은 73.8%이지만,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6%에 불과하다. 아직도 부족하다. 노라의 불행을 없애버리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집값 폭등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멈추고 일부 반등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로 분양가상한제를 거론하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토부가 마지막 규제 카드로 여겨지는 분양가상한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부동산 시장 반등에 대한 엄포이자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효과를 발휘할 무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규제가 가중되자 일부 재건축 단지들에서는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벗어나려고 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서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을 제도 시행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는 단지에서 제도 시행 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후분양까지 분양가를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도면 현 정부는 재건축 포비아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집값 불안을 야기하는 진앙이자 투기세력의 온상으로만 여기고 있으며 최대한 사업을 막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동원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가용택지가 부족한 도심권에 주거환경이 양호한 신축 주택을 다량 공급할 방법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정부가 공급확대를 위해 들고 나온 3기 신도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주거여건이 뛰어난 곳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데 도심권이 아닌 외곽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남의 다리를 긁는 꼴이다. 최근 2000년대 대비 2010년대 연간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44.9%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고 정부가 온갖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등을 막으면서 도심권 주택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심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10조 원 가량의 토지 보상금이 풀리는 등 시중 부동 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리스크가 낮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 쏠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렇게 규제 탓에 공급은 위축되고 대기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의 규제로 통제할 수 없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고 이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관점과 거시적 안목으로 판단해야 할 부동산 정책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강남권 주택 공급을 줄여서 오히려 가격을 오르게 하고 가진 자들만 더 배부르게 하는 반서민 정책이라는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주임 교수

[천자춘추] 네 말도 맞고, 당신 말도 맞다

공조직 과장이 간부회의에서 일을 맡아 오면 부서 직원들의 원성을 받고, 기업의 부장이 이사님 회의에서 프로젝트를 받아오면 능력을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공조직은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는 수비적 기능을 수행하고, 기업은 늘 새로운 업무를 통해 생산성,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공무원도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개혁과 개척정신이 있다. 기업은 수익을 추구한다.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한다. 기업에서 성과를 내면 성과금을 받는다. 그래서 부장이 일감을 받아오면 부서원들이 환호한다. 공무원은 일을 받아오면 우리 일이 아니라는 논리전에서 패한 것이니 부서장의 능력을 의심받는다. 그래서 공직사회의 혁신이 어렵다. 공무원의 성과급이나 포상이나 국내외 연수의 기회를 결정하는 일도 성과나 실적, 혁신보다는 균형에 무게가 실린다. 조선시대 명 재상 황희 선생의 네 말도 맞다, 자네 말도 옳고, 당신 말도 맞네!라는 이야기를 학창시절에 들었다. 어떤 두 사람의 언쟁을 들으며 양쪽에 모두 옳다고 하자 옆에 있던 아내가 도대체 누가 옳다는 것인가? 물으니 아내에게 당신 말도 옳다했다고 전한다.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인다는 황희 정승의 철학이 담겨 있단다. 그래서 힘이 세고 강한 것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라 한다. 빠른 속도에 날카로운 발톱, 강한 이빨을 가진 호랑이와 사자에게 조물주가 뾰족한 뿔까지 주었다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크게 파괴될 것이라 한다. 공정한 신의 한 수라 생각한다. 동물의 뿔은 수비용이지 공격무기는 아닌 듯 보인다. 이제 공직이든 기업이든 강력한 카리스마로 나를 따르라!하는 시대는 끝났다. 후배와 부하를 힘들게 하는 간부가 기관장의 칭찬을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반대로 기관장 질책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부드럽게 연마하고 나서 관련 부서에 전파하는 간부를 보고 싶다. 황희 정승은 긍정의 마인드로 왕을 보필하고 관리들을 덕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네 말도 옳고 자네 말도 맞다는 긍정의 소통철학이 공직과 기업 모두에 필요한 시대라 생각한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천자춘추] 판문점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내가 집에 들어가면, 마누라가 세숫대야에 물 받아서 발 씻으라고 내놔요., 여보, 재떨이 가져와! 그러면 마누라가 내 앞에 재떨이를 대령하지요.(북한 노동신문 기자) 아이고, 부럽습니다. 저는 집에 애가 있어서 담배는 집 밖에 나가서 피우지요. 집안에서 담배 피우면 집사람한테 혼나요.(나) 사내대장부가 마누라한테 쥐여사는군. 남조선 남자들 문제가 많군.(노동신문 기자) 우린 담배를 나눠 피우면서 이런저런 신변잡담을 하다 보면 어느 사이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헤어질 시간을 맞이하곤 했다. 내가 서울 외신기자 시절이었던 1990년대 초반 무렵, 남북군사정전위원회가 판문점에서 열리는 날에는 아침 일찍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유엔군사령부 소속의 버스를 타고 판문점으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 유엔군사령부의 공보관이 판문점 안에 들어가서 군사분계선 남쪽에서는 우리 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분계선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납치되면 우리는 힘을 못 쓴다. 알아서 판단하시기를 바란다. 등의 겁박성(?) 주의사항을 취재기자들에게 하달한다. 유엔사 공보관의 이런 공갈에 지레 겁먹고 주눅이 들 기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군사정전위 회담이 시작되면 우르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 땅으로의 단체월북을 감행하곤 했다. 그 당시의 살벌했던 남북 간의 긴장 대치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북한 기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앉아 북한지역 나무 그늘에서 신변 잡담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즐겼다. 그래서 나에게 판문점 취재 가는 날은 북한 땅으로 소풍 가는 날이기도 했다. 정적만 감돌고 새들 지저귀는 소리만 들리는 평화롭고 고즈넉한 땅이 바로 그 당시의 판문점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 당시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사귀면서 받았던 문화적 충격은 실로 컸다. 북한은 유교적 생활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유교적 사회주의가 북한 통치시스템의 근간인 듯했다. 서구식 공산주의와는 다르게 예전의 우리 부모님들의 관습과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온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앞으로 남북 간의 민족통합과 통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접목 요소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나는 그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며 지난 시절 내가 처음으로 판문점 북측 지역을 넘어갔을 때를 회상하면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땅을 직접 밟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다소의 생각 변화가 오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에어컨 실외기 화재 주의

지난해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111년 만의 극심한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한 해로 사망자가 48명, 온열질환자는 4천526명이 발생했다. 폭염으로 인한 과거의 혹독한 경험,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기상청의 발표, 때 이른 무더위는 우리에게 앞으로 찾아올 폭염을 대비하기 위한 예방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폭염 속에서도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름철 에어컨이나 선풍기, 제습기 등 냉방기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이로부터 발생하는 화재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여름철 발생하는 냉방시설과 관련된 화재현황에 대해 살펴보면, 지난 3년(2016~2018년)간 총 691건이 발생하였으며, 69.2%가 여름철인 6월에서 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여름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됨과 동시에 장마철에 의한 높은 습도가 유지되는 특성으로 화재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발생한 화재의 36%가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보내려고 사용되는 냉방시설이 오히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에어컨의 실외기를 중심으로 사전점검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실외기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벽과 10cm 이상 거리를 두고 설치한다. 둘째, 에어컨을 8시간 사용하고 나서는 잠시 전원을 끄고 실외기의 열을 식혀야 하며,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뽑아 두어야 한다. 셋째, 에어컨과 실외기 연결선은 단일전선을 사용하고 전용 고용량 단독 콘센트를 사용하며 주기적으로 손상은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넷째, 실외기에 쌓인 먼지들을 자주 치워주고 실외기 근처에는 종이박스와 같이 불에 타는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사전점검은 평상시 우리가 화재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관심사항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할 위험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예방의 시작이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움이 올여름을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밑받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폭염에 의해 지치는 가운데 더 뜨거운 화재가 발생해서야 되겠는가? 이규정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PLS

우리가 사철 풍족하게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작물에 발생한 병해충을 적기에 방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있어 가능하다. 병해충 방제를 하지 않을 경우 곡류는 59%, 채소는 44%, 과수는 11%만 생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병해충 방제를 위해 주로 농약이 사용되는데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농약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 ; Positive List System)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PLS는 해당 작물에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고 등록된 농약이 아니면 0.01ppm을 초과해서는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0.01ppm이란 물 100t에 농약 1g을 넣었을 때의 농도로 불검출에 가까운 수준이며, 그만큼 농산물 안전성 기준이 강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PLS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먹거리 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좋은 제도다. 하지만 농업인 입장에서는 염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재배면적이 적은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등록된 농약 부족과 다양한 작물을 함께 재배하고 있어서 농약 방제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농업인의 요구를 반영하여 작년 시금치에 37종의 농약을 등록한데 이어 금년에는 9작물 67종의 농약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도입되어 등록된 농약이 없는 작물이나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 농약의 비산에 따른 비의도적인 오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물추출물과 천적곤충 등의 유기농업자재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맞춤교육, 시군농업기술센터의 현장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새해농업인 실용교육, 품목별 교육 등을 통해 6만명의 농업인에게 교육을 하고 있으며, 경기도 방방방곡 찾아가는 PLS 현장지원단을 통해 농가별 맞춤 교육을 하고 있다. PLS가 시행되면서 우리 농산물의 부적합률은 다행히 전년보다 감소하였다. 이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우리 농업인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PLS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소비자에게는 농약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우리의 먹거리가 안전하다는 홍보와 함께 농업인들에게 병해충 방제시 최소한의 농약 사용과 함께 친환경농자재, 환기시설 활용 등 화학합성 농약 의존도를 낮추어 건전한 작물생산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다문화 감수성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초ㆍ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감수성을 교육하고 있다. 그전에는 다문화이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는데, 다문화교육은 단순히 지식적 차원이 아니라 정서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수년간 다문화감수성 교육을 한 결과 어린 학생들의 다문화수용성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민 평균의 다문화수용성은 학생들보다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문화교육은 어린 학생들보다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일전 야당 대표가 외국인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고 최저임금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견해는 다문화감수성의 낮은 수준을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시키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감 혹은 적개심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물론 이주자 유입은 우리 사회에 갖가지 폐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세금을 내지도 않으며,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해외로 유출한다든가 이주민의 범죄가 너무 잔학하고 빈번해서 두렵다는 식의 시선은 실제와는 다른 왜곡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폐해보다는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 일주일 동안 이주노동자가 한꺼번에 증발해 본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우리 사회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3D 공장은 멈추고, 부모님 간병인을 구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것이며, 과일이나 채소 먹기도 어려워질 것이고,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단일민족 정신의 요체인 국민교육헌장을 뼛속까지 새긴 산업화의 역군인 기성세대가 오늘날의 다문화 사회 현실을 인정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더욱 활기차고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어가려면 이주민들을 우리그들이라는 2분법으로 나누어 타자화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존재로 인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의 다문화감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천자춘추] 철저한 자기관리로 음주운전 예방

흔히 술은 잘 마시면 약이고 잘못 마시면 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회생활의 윤활유로서 다양한 순기능과 더불어 각종 사고나 사회적 범죄를 유발하는 역기능도 동시에 가진다. 역기능 중에는 매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물론 당사자 가족의 고통이나 주변 사람들의 슬픔을 넘어 이혼 등 가정파탄으로 이어져 사회 경제적인 손실도 막대하다. 최근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의 힘으로 제정된 이른바 윤창호법 중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작년 12월18일부터 시행됐고 도로교통법은 지난 25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시행된 면허 정지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취소기준은 0.08% 이상이고,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2~5년 징역이나 1천만~2천만 원 벌금부과로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이번 조치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하면 때늦은 감도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의하면 지난 27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만1천729명이며 부상자도 113여만 명이 넘는다.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사망자는 연평균 15.2% 줄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연평균 1%에 머물렀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매년 20만 건을 넘는 상황에서 음주운전 3회 이상 재범자가 4만 명이 넘고, 2회 이상 적발된 재범률도 4할이 넘기에 상습 음주운전자의 관리방안이 시급하다. 음주운전을 하면 동체시력은 물론 인지판단 능력이 떨어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방의 교통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술을 마신다는 자체가 음주운전의 잠재적 위험요인이며, 과도한 스트레스가 간접요인으로 작용하고, 음주 후 운전하는 자체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동하여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실제로 단순 음주운전 사고보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고율이 매우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이내 술이 술을 먹고 급기야 술이 사람을 먹는다고 할 정도로 술의 해악을 경계해야 한다. 한두 잔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밤늦게까지 과음하는 문화도 변해야 한다. 건전한 여가선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운전자의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더 이상 음주운전 자체가 본인과 동승자는 물론 타인의 소중한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마저 망각한 채로 매번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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