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예전 모 언론사에 선생, 군인, 그리고 의사라는 제목의 칼럼을 투고한 적이 있었다. 사람을 직업으로 구분하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더욱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직업군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본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 가지 직군인 선생, 군인, 의사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왜냐하면, 선생은 이 땅의 희망인 젊은이들의 인생을 살리고, 군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국가를 살리며, 의사는 무엇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만 2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와 4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한시의 교민들이 걱정이었지만, 발 빠른 대처로 전세기를 통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었고, 2주간의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안전한 질병 관리가 가능케 되었다. 많은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장과 감염자, 격리된 교민들을 염려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들과 함께 질병과 맞서고 있는 의료종사자들을 생각해본다. 의료종사자들은 의사는 물론, 간호사, 구급요원, 안전요원, 바이러스 연구원까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이미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도 수십 명의 의료종사자가 감염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이들을 향한 관심과는 별도로, 이들에 대한 조치는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환자는 음성 판정을 받으면 귀가할 수 있지만, 이들은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다른 환자가 발생하면 또다시 그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자발적 격리도 감수하며 말이다.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선택된 그들의 직업일 수도 있다. 그 시작은 거창한 가치나 목적의식이 아닌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직업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책임감과 직업윤리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들의 노력, 생명을 살려가며 직업적 소명 의식을 만들어나가는 그들이 보여준 헌신적 과정은 박수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물질만능주의가 득세하는 지금, 모두가 삶의 영위 도구인 무엇을 하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로 고민할 때, 누군가는 무엇을 하고가 아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목숨 걸며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 증명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본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오피니언
박성희
2020-02-05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