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전염병과 통계

도시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지의 열매를 맺는 이삭에도, 풀을 뜯는 소 떼에게도, 여인의 산고에도 죽음이 만연해 있나이다. 2500년 전 그리스의 비극 시인 소포클레스는 전염병의 참상을 이렇게 노래했다. 소포클레스가 활동했던 도시국가 아테네는 두 번의 전염병으로 인구는 많이 감소했고 국력도 쇠퇴했다. 당대를 살았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전염병의 증상과 경과 그리고 결과를 실증적으로 기록했지만, 전염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단지 환자들을 돌보던 의사들이 가장 많이 죽었고, 적대 관계에 있었던 스파르타인들이 아테네의 우물에 독을 탔다는 풍문을 적어 놓았다. 수 세기 동안 인간들은 전염병의 원인을 신이 내린 벌이라거나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독 같은 물질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17세기 들어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발견하고 질병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전염병은 하나씩 극복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전문가들은 고대 아테네의 기록을 분석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그 당시의 역병이 발진티푸스와 유사한 전염병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이런 전염병들은 사라지고 있다. 통계자료를 보면 명확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올라온 2018년 법정감염병 발생 건수를 보면 제1군 전염병인 장티푸스는 213건, 콜레라는 단 2건만 발생했고, 제3군 전염병으로 분류된 발진티푸스는 한 건도 발병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전염병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동수단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염병의 확산 범위와 전달 속도는 그만큼 더 빨라졌고, 새로운 전염병은 한 도시 한 국가를 넘어 세계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은 외부의 위협에 직면할 때 말미잘의 촉수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심장이 급하게 뛰고, 사지가 경직된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는 이러한 생물학적인 자기보호 방식을 이디오진크라지(Idiosynkrasie)라고 불렀다. 그러나 전염병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과 가짜뉴스가 만들어 낸 혐오는 구별해야 한다. 스파르타인들의 독과 같은 가짜뉴스는 무분별한 폭력일 뿐이다. 스티븐 핑커의 지적처럼 이 세상은 선조들에게는 낙원처럼 보일지 모르는 작은 공존의 축복 속에 있다. 이 작은 공존의 축복을 위해서는 혐오를 동반한 가짜뉴스를 단호히 거부하고 방역의 최전선에 선 이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적극적인 협조를 보내야 한다. 또한, 재난 상황에도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뛰는 통계청 직원들에게도 관심을 부탁드린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사고 습관이 바뀌면 달라지는 것들

흔히 부자라는 표현은 물질적인 풍족은 물론 정신적으로 충만한 만족을 누리는 삶을 뜻한다. 건강과 행복 그리고 여유, 이 목표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생각이 성공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은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으며 앞으로의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생각의 위력을 올바로 적용할 때 비로소 건강과 행복, 성공적인 인생이 내 손안에 들어오게 돼 있다. 철학자 제임스 앨런은 사람이 생각할 줄 안다는 것, 그것은 곧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변화와 재생의 기능을 자기 안에 품고 있다는 뜻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아주 쉽게 생각해 볼 때 자신의 삶을 자신이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의지로 결정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계획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인간의 매력이라 여긴다. 현대인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이기심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다. 정말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기심과 반대로 잘 살고 성공하는 삶이 되려면 먼저 주어야 하고 주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보상이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기본 원리이다. 에머슨은 이것을 법칙 중의 법칙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표현으로 보상의 원리라고 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과 감정, 상상을 외부 세계로 발산하면 그 결과를 고스란히 실제 삶과 일 속으로 끌어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고, 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다. 즉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거저 얻을 수 없다. 받기 전에 먼저 주어야 하며, 수확하기 전에 먼저 씨를 뿌려야 한다. 내어주지도 않고 씨를 뿌리지도 않으면 결코 성공을 향한 통로에 들어설 수 없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진정으로 받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형의 것이든 유형의 것이든 먼저 넉넉히 내어주면 가장 좋은 것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실패와 좌절이 아닌, 성공과 부를 기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만사는 먼저 마음속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며 마음이란 이미 존재하는 세계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상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이다. 성공적인 인생이란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산다는 뜻이다. 목표가 크고 작고는 문제 되지 않는다. 잘 살고 성공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인생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삶을 의미한다. 예로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므로 삶의 균형이 이미 깨지게 된다. 그래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아가 긍정적인 사고 습관을 유지할 때 우리는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며, 서두를 필요 없이 매일 성공을 향한 언어와 사고의 습관을 실천해 나간다면 실패와 결핍이 사라지고 성공은 현실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신종 코로나와 남북 경제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지구촌이 심한 우환(憂患)을 겪고 있다. 자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온 세계가 이의 확산과 자국 내 유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향후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는 보건의료 문제는 물론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장인 동시에 소비시장이기에 중국에 인접해 있는 남북한의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중국경제가 앓으면 남북한경제는 골병이 든다. 남한의 경우, 주요 대도시와 관광지는 물론, 백화점과 영화관, 공연행사장, 음식점, 대형마트 등의 다중시설 이용 기피로 관광문화유통시장이 한산해졌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부품과 원부자재 등의 중간재 공급과 함께, 다수 중국동포들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 공장과 식당, 심지어 간병인으로 고용하는 요양병원에서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와 제조생산 분야가 동시에 고통을 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실물경제에 많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감염증이 국내로 추가 확산될 경우 올해 14월 외국인 관광객은 최대 202만 1천명, 관광수입은 최대 2조 9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로 인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0.7%포인트, 연간 최대 0.2%포인트 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보건의료 및 방역체계의 미흡함을 인식하고 비교적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 규정하고, 지난 1월 28일부터 중국 단둥~신의주 세관의 화물차 통행 전면 중단 등의 국경 폐쇄와 무역 중단,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에서의 입북 비자 발급 전면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심지어 중국 당국에 탈북민 송환 중단까지 요청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방역에 사활을 걸고 대응하고 있는 만큼, 북한경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90% 이상을 의존하고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과 북중 무역의 중단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도 일정한 영향이 예상된다. 34월로 논의되어온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던 개별관광은 지연이 불가피하나, 오히려 이를 남북한 보건의료 및 방역방재 협력방안 모색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접경지역의 화재와 산림 병충해, 감염병 등의 예방과 확산 차단을 위한 공동대응,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 등은 인도적 사업인 만큼 제재 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 유도에도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천자춘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본인은 예전 모 언론사에 선생, 군인, 그리고 의사라는 제목의 칼럼을 투고한 적이 있었다. 사람을 직업으로 구분하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더욱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직업군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본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 가지 직군인 선생, 군인, 의사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왜냐하면, 선생은 이 땅의 희망인 젊은이들의 인생을 살리고, 군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국가를 살리며, 의사는 무엇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만 2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와 4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한시의 교민들이 걱정이었지만, 발 빠른 대처로 전세기를 통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었고, 2주간의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안전한 질병 관리가 가능케 되었다. 많은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장과 감염자, 격리된 교민들을 염려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들과 함께 질병과 맞서고 있는 의료종사자들을 생각해본다. 의료종사자들은 의사는 물론, 간호사, 구급요원, 안전요원, 바이러스 연구원까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이미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도 수십 명의 의료종사자가 감염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이들을 향한 관심과는 별도로, 이들에 대한 조치는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환자는 음성 판정을 받으면 귀가할 수 있지만, 이들은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다른 환자가 발생하면 또다시 그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자발적 격리도 감수하며 말이다.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선택된 그들의 직업일 수도 있다. 그 시작은 거창한 가치나 목적의식이 아닌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직업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책임감과 직업윤리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들의 노력, 생명을 살려가며 직업적 소명 의식을 만들어나가는 그들이 보여준 헌신적 과정은 박수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물질만능주의가 득세하는 지금, 모두가 삶의 영위 도구인 무엇을 하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로 고민할 때, 누군가는 무엇을 하고가 아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목숨 걸며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 증명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본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2020년 경기도미술관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미술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먼저 광주, 부산, 서울의 주요 비엔날레들이 한꺼번에 열린다. 특히, 이번에는 3곳 모두 해외 감독을 선임해 자연스럽게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제주비엔날레, 금강자연비엔날레, 전남수묵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까지 2020년 비엔날레 잔치에 가세하였다. 국공립미술관들도 올해의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아시아 도시 순회전 등을 통해 현대미술로 서울과 세계 도시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획전과 서예를 비롯해 판화공예건축디자인 등으로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을 모색하는 전시라인업을 발표했다. 그 중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전시장에 개와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 초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 중심으로 구축된 미술관과 사회가 타자와 비인간을 고려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본다는 전시의 의의를 접하니 새로운 기대감이 생긴다. 경기도미술관이 2019년 하반기에 선보인 두 개의 전시는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해본다. 미술관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전시를 꾸리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차별성과 완성도를 대내외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상설교육전시는 4개월을 순항하며 마무리되었고, 경기도의 현대미술을 한눈에 조명하고 80년대 소집단미술운동의 아카이브를 방대하게 집대성했던 시점시점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올해의 전시로 주목을 받고, 마지막 주말까지 관람을 꼭 사수해야 하는 전시로 회자되며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2020년 첫 전시는 관객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두리안 GX룸으로 시작한다. 대만의 미디어퍼포먼스 작가가 운동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이국적 분위기의 팝업 공간에서 펼치게 되는 신선한 프로젝트이다. 전형적인 미술관전시의 유형을 뛰어넘어 유쾌하고 흥미로운 현대미술과 미술관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3월에는 상반기 동시대미술의 현장을 보여주는 우리와 당신들이 개최된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지닌 타인들과 우리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함께 살 것인지에 대한 답들이 찾아지기를 기대하는 기획전이다. 도립미술관의 위상과 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사업들도 본격화된다. 경기미술기반의 현대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시작하여 경기도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의 플랫폼을 수행할 기반을 조성하고, 경기도 내 다양한 문화예술공간과 미술관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동기획과 공동 리서치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한해도 경기도 미술관이 준비하고 계획한 것들에 대해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천자춘추] 협업으로 적극행정을 이끌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초지능을 기반으로 더 넓은 범위에, 더 빠른 속도로,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출산에 따른 인구 변화가 미래의 큰 위협으로 다가와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을 기록하며 인구재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따라서 점점 복잡해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행정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궁극적으로 국민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등 다수 기관 간의 협업과 적극 행정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올해는 병무청이 창설된 지 50주년이 된다. 지난 50년 동안 병무청의 행정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지난 시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병무청의 궁극적인 목표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병무청 단독으로 이룰 수 없기에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등과의 협업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병무청은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병역 이행을 위해 병무행정 제도 개편 및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내부적인 노력도 지속하였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협업으로 약물위탁검사 항목을 확대하여 신속한 병역처분과 검사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질병관리본부, 국방부와의 협업으로 잠복 결핵 치료약ㆍ치료시기 등 정보 공유로 치료율을 높임으로써 청년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경인지방병무청에서도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경기도, 지자체와 협업하여 병역명문가 예우에 관한 조례가 경기도 32개 도시군 중 28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현재 남은 4개 지자체 역시 제정을 준비 중이다. 아주대학교병원 등 5개 병원과 병원비 할인 등 협약을 진행했으며, 병역의무자의 진로 및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YBM 한국 토익위원회,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많은 공기업과 민간업체와 협업했던 사례들도 있다. 위 사례와 같이 협업을 통해 단순히 병역의무자들의 병역이행을 위한 지엽적 행정이 아닌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만들고자 함께 참여함으로써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렇듯 협업은 서로 다른 조직 단위가 각자의 자원과 역량을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 또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냄으로써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할 때보다 실질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낳는다. 결국, 협업으로 국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극 행정을 이끌지 않았나 생각한다. 적극 행정의 해답은 협업에 있는 듯하다. 김용무 경인지방병무청 청장

[천자춘추] 내가 걷는 이유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눈 구경하기가 어렵다. 한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근래 들어 눈다운 눈이 가장 안 내리는 겨울이다. 상대적으로 겨울비가 많이 온 온화한 겨울이기도 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겨울 날씨라고 하기에는 비교적 온화하고 걷기운동을 하기에는 적합한 이 겨울에 나는 나를 위하여 오늘도 2시간을 걸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나를 매일 걷게 하는 걸까? 나는 지난 4년 동안 매일 꾸준히 10㎞를 걸었다. 약 1만5천㎞를 걸은 셈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임을 고려하면 왕복(약 800㎞)으로 대략 18번을 걸음으로 걸은 셈이다. 당연히 나의 건강을 위하여 걷기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행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신체활동부족은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과 같은 비감염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걷기운동은 우리 몸의 건강질환 예방 측면과 운동 효과 측면에서 가장 손쉽게 접하고 행할 수 있는 운동으로 알려졌고 임상연구에서도 그 결과가 입증됐다. 우선, 걷기운동의 질환 예방 효과는 우울증과 폐질환, 당뇨와 고혈압을 낮추는데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고,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과 관절염 등의 질환 예방에서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으며, 걷기운동의 운동 효과 측면에서는 체지방을 태우는 데 최고이며, 안정적인 혈당 수치의 유지, 심혈관 건강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실외 걷기운동 시 비타민D를 합성시키고, 특히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손쉽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내가 걷기운동을 매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운동의 효과나 효능뿐 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정신과 의사결정을 가장 크게 돕는 정신(精神)운동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사회와 조화하여 살고 있고, 타인과 교류하여 내 생각과 의지를 전달하여야 하고, 때로는 주장하고 때로는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즉, 나의 정신세계인 사고(思考)의 체계를 이 사회에 표현하여야 한다. 그 사고의 체계를 좀 더 세련되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는 초(超) 스피드시대로 그러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한계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걷기운동인 것이다. 매일 2시간의 자기성찰과 반성 그리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1석2조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의 탁월한 토대이고 습관인 셈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중앙도서관 입구에는 생각하는 자 천하를 얻는다라는 글귀가 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자기반성만이 급변하고 복잡한 이 세상에 동화하여 세상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성공 동력이며, 나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는 원초적인 힘이다. 김태형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태극기 휘날리며

한 국가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장 크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국기일 것이다. 각국의 국기들은 각기 역사적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성조기(stars and stripes)는 미국 독립 후 1777년 만들어졌다. 유니온 잭(Union Jack)으로 유명한 영국 국기는 1707년부터 사용되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상징이 되었다. 일본의 일장기는 메이지 유신 직후인 1870년,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1949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는 어떤가. 원래 조선의 국기가 없었고, 조선이 군주를 상징하는 어기만 있었다. 신미양요 후 1882년 5월 미국과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시 조선의 국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 때문에, 고종의 명을 받아 역관 이웅준이 태극기(어기를 개조한 것으로 추정)를 만들어 조약체결식장에서 사용했다. 그 후 1910년 경술국치로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날 태극기는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 제헌국회에서 국기로 공식 제정ㆍ공포되어 대한민국의 국기가 되었다. 미국에 가보면 어디를 가던 여기저기 성조기(국기)가 게양된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정집, 주유소, 슈퍼마켓, 공공건물 그리고 대도시 다운타운의 초고층 빌딩들의 꼭대기까지 수도 없이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민족 국가이기에 더욱 그렇겠지만, 미국은 성조기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세계 최강대국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국경일에도 거의 태극기를 달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회의원, 장ㆍ차관, 시장 군수 등, 이 나라 지도층 인사들은 국경일에 그들 자택에 과연 몇 명이나 태극기를 내걸고 있을까? 이번 3ㆍ1절에 각 당에서는 실태 파악을 해서 공천심사 자료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렇게 태극기를 소홀히 취급하다가 어느 날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가 통일한국의 국기로 태극기를 강력히 주장할 명분이 있을까? 통일한국이 국기로 태극기가 채택될 수 있도록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태극기 사랑 운동을 범국민 운동으로 펼쳐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경기도 구리시가 2010년 8월 15일 광복절을 기해서 구리시를 전국 최초로 태극기의 도시로 선포한 이래 고구려의 기상이 살아있는 아차산과 민족의 젖줄인 한강변에 대형 국기 게양대 (75m 2개, 50m 1개)를 설치하여 대형 태극기가 밤낮없이 휘날리고 있고 강변북로에는 수백 개의 태극기가 365일 게양되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구리 암사대교 구리 포천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수많은 국민에게 태극기의 감동을 전파하고 있다. 제2, 제3의 태극기의 도시가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박영순 前 구리시장

[천자춘추] 인구감소에 대비한 도시정책 방향

우리나라는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경제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저성장 시대가 시작됐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 5천19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인 3천929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성장률은 2020년부터 마이너스로 바뀌어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감소는 국토 정책과 도시구조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저성장 및 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채, 성장과 개발지향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국토 및 지역정책을 펼쳐왔다. 이제 인구감소시대가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국토 최상위 법률에서 개발이라는 용어를 과감하게 삭제했다. 질적인 개발에 초점을 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내세웠으며, 치밀한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인구감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국토형성계획을 수립했다. 예로 일본 지방정부 중 교토시는 인구감소에 따른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하는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문화ㆍ관광 도시, 제조업 중심으로 풍부한 자연과 공생하는 도시 등의 특징을 살려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기도는 아직 서울시를 탈출하는 인구의 반사이익으로 인구감소가 타 시ㆍ도와 비교하면 눈에 띄지는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구 감소 현상은 언젠가 경기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경기도시정책포럼에서 인구감소는 국가와 경기도를 포함한 지방정부의 당면 과제임을 밝히며, 지역 및 도시 간 연계 등 합리적인 정책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인구변화에 따른 국토 및 지역정책은 이제 도시와 지역의 다양한 여건과 유형에 따라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도시ㆍ지역계획 수립 시 획일적인 인구추정 방식보다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구추정 방식을 활용하도록 유연하게 적용하고 저성장이라는 여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광역적인 도시계획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방 대도시, 혁신도시 및 지방 중소도시와 주변을 연계한 네트워크 도시 구축, 지역 특화된 기반의 강소도시권 육성, 효율적인 공공시설ㆍ인프라 이용 및 운영을 위한 압축개발 개념을 공간계획에 반영,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재생 추진 등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연결되는 포용력 있는 도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김태형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베트남의 설 문화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설날은 한 해를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설다, 낯설다, 삼가다 등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설날 명절을 보내는 이웃나라는 어디일까? 베트남에서는 뗏(Tet)이라고 불리는 베트남의 설을 보낸다. 베트남의 설은 우리와 매우 유사한데, 조상의 영혼이 1년에 한 번 집을 찾아오는 날로 뗏이 되면 가족들이 고향에 가서 덕담을 나누고 복을 기원하며 지낸다. 베트남에서 뗏은 한 해의 가장 중요한 명절로 새로운 해의 시작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전통문화에서 서로 유사성이 매우 많다. 베트남에서는 뗏이 되면 곳곳에 꽃시장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또한, 섣달 그믐날 자정을 지난 새해의 첫 시간은 그 해 복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 첫 손님을 모시는 풍습이 있다. 이를 쏭덧이라고 한다. 새해 첫날 복이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쏭덧에는 가장과 띠와 사주가 맞고, 관직에 있거나 학식이 있고,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한 집안의 남성을 초대하여, 한 해의 복과 번영을 비는 행위이다. 이때, 방문자는 조상신을 모신 제대 상에 향불을 피우고, 덕담을 하고,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나누어 준다. 세뱃돈은 붉은 봉투에 넣어서 주는데 붉은색은 행운과 부를 의미한다. 쏭덧을 마치고 날이 밝으면 이웃의 친척이나, 선생님,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아침에는 찹쌀로 만든 반쯩(Bnh Chng)이라는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우리나라의 떡국과 비슷한 의미가 있다.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설날에 대한 풍습이 몇 가지 있다. 이런 고전적인 부분에 대해 미신이다 아니면 꼰대 같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직 지켜야 하는 예(禮)로 여겨지고 있다. 첫째, 설날 전에는 집안을 청소하고 장식하지만, 명절 기간에는 청소하면 행운이 쓸려나간다고 생각하여 청소하지 않는다. 둘째,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지 않는다. 새해 첫날에 돈을 빌려주면 한 해 동안 가족의 형편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믿고,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으면 다른 사람에게 福을 넘겨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 설날 전에 선물 받은 옷과 구두는 새해가 되면 입는다. 이는 지난해의 나쁜 기운을 벗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새해 첫날 금기하는 것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신보다 풍습에 가깝고, 중국문화인 유교사상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왔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해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설날 복을 선물하고 선물 받는 풍습에서는 우리나라와 베트남 모두 1년 동안 서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재헌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사무총장

[천자춘추] ‘디지털 노마드 세대’와 학교 교육

교단에 오랫동안 몸담다 보니 고등학생들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디지털 기기를 한 몸과 같이 여기고, 이 기기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세대로 볼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첨단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은 고정된 업무 공간과 생활환경에서 벗어나 인터넷이 연결되고 디지털 장비만 있으면 커피숍, 도서관, 캠핑카 등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현재의 학교 교육이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디지털 노마드 세대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전 구글 회장은 학생이 교육에 맞추기보다는 교육이 학생의 학습 스타일과 속도에 맞춰, 보다 학생들이 유연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 세대를 위해 교육현장에서는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일방향적인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넘어 실시간ㆍ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업 플랫폼을 제공하고 17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하고 있는 교실온닷이 대표적인 예이다. 교실온닷은 나를 위한 두 번째 교실, 교실이 내게 온다라는 의미의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플랫폼이다. 2019년 2학기 경기도교육청에서는 17개 과목 22개 강좌가 개설되었고, 필자가 재직 중인 S 상고는 고교 학점제 연구학교로 Y 전자과학고와 온라인 공동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모든 가능성을 여는 교육과정을 시도하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용이 포함된 e학습터는 꿈을 이루는 학습공간이라는 의미로 기존에 16개 시도교육청이 개별 운영하던 사이버학습을 하나로 모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방향적인 온라인 플랫폼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중심의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에 대해 다양한 학습 자료와 평가 문항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 교육은 지식 축적에 중점을 두던 과거 교육에서 벗어나 디지털 노마드 세대에게 지식을 판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사회적 존재로서의 소통, 공감, 협동능력을 향상해주고자 진화하는 중이다. 김기남 삼일상업고등학교 교감

[천자춘추] ‘감사의 마음’ 전하는 설 되길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제도를 꼽으라면 필자는 가부장제(patriarchy:父權制)를 꼽는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유발 하라리(Yubal Harari)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Sapiens)에서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사회에서 표준이 되었고 정치적 격변, 사회적 혁명, 경제적 대변화에도 버틴 제도라고 기술하면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생물학적 차이와 달리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젠더(Gender)는 사회와 관습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이 심각한 비즈니스(Serious Business)가 최근 굉장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심각한 비즈니스의 급속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때와 상황이 명절이지 싶다. 조상님을 잘 섬기고 기려 존중하면서 가문과 후손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가부장적 부계사회의 전통적 상징인 제례는 여성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시하는 유교적 성역할 의식을 기반으로 공고화되어 왔다. 하지만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이제 여성들은 가부장적 문화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중심의 인식과 행동으로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혼신청 298건에서, 설과 추석을 전후로 10일간은 하루 평균 656건의 이혼신청이 접수해 2배 이상 증가한다. 정순화 고려대학교 가정교육과 교수는 여성들은 명절에 시댁에서 물리적인 가사 노동뿐 아니라 시어머니동서 눈치 보기 등 감정적인 스트레스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대다수 남편은 아내들을 제대로 공감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가사노동의 시간과 강도의 문제뿐 아니라 감정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니 설 명절을 앞두고 어떤 마음과 태도로 설 명절을 보낼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얼마 전 G마켓이 545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배우자에게 설날 선물계획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76%로, 20대(40%), 30대(63%), 40대(82%), 50대(90%)로 갈수록 선물계획이 높게 나타났고 배우자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2%는 고생한 배우자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라고 응답했다. 선물도 좋지만, 명절마다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휴식으로 선사해주었던 아내, 혹은 어머니에게 피로를 한 방에 날려줄 수고했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가족구성원들은 장보기, 요리하기, 설거지, 뒷정리와 쓰레기 버리기, 청소 등을 나누어 분담하는 실천과 행동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설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음주운전 없는 설 명절 만들자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전까지 국민은 혼란을 겪었다. 예부터 우리나라 정서를 대표하는 단어는 정이었다. 고마운 분들에게 때가 되면 답례를 하는 것이 도리이고 정이었으니 갑자기 그간의 도리와 정을 표현하는 대상과 물질적인 가치를 제한한다는 것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사제간의 감사표시조차 규제하다니 야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 갤럽의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1천11명), 68%가 이 법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때가 되면 도리 상 주고받아야 했던 사례(謝禮)들이 부담과 부패를 갖고 왔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설 연휴가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설 문화로 그려지고 있다. 술을 권하는 것이 정이고 술잔을 받아 함께 마시는 것이 도리이다. 어른께 받은 술잔을 마시지 않고 내려놓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기도 한다. 2019년 알코올과 건강행동학회 공동포럼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회식보다 가족ㆍ친척과의 모임이 음주빈도와 음주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된 바 있다. 가족ㆍ친척과의 술자리가 그만큼 마음 편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술자리라는 얘기다. 음주운전으로 안타까운 청춘의 목숨을 앗아간 후 윤창호법이 제정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운전해야 한다고 음주를 말리는 가족과 한잔은 괜찮다며 음주운전 여부를 근거 없이 판단해주는 일가친척이 공존한다. 설 연휴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19%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평소(13%)보다 6%p 높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1년간 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뉴스에 윤창호법이 노출된 횟수만 1만 건이 넘는다. 한 해 동안 일 평균 30번 가까이 보도됐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운전면허를 가진 성인 운전자가 윤창호법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도 경찰은 설 연휴를 대비한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속기준이 높아져서, 단속에 걸리는 것이 두려워서 음주운전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강화된 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입증할 수는 있으나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가 아직까지는 이러한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내 가족과 지인의 안전을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정(情)이고 도리(道理)라는 것을 되새겨 보는 즐겁고 행복한 명절 연휴를 기대해 본다. 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균형과 갈등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대 하와이인들의 문제 해결법 미안해요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용고사, 네 마디 주문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수련법은 한마디로 인간에게 고통과 불안을 가져오는 왜곡된 기억을 걷어내고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제로의 상태(Zerolimits)로 돌아가게 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다른 말로는 정화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지닌 본질적인 문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 진실을 모르는 데 있다. 즉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미용고사 명상은 이렇게 본질은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여 본래의 자신을 아는 데 있다. 이 스트레스(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 내 안에 있는 무엇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수련의 핵심이다. 사랑해요라는 짧은 말 속에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들어 있는데 바로 감사, 존경, 변화가 그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화의 방법은 스스로, 그리고 내 면의 신성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이 네 마디 주문은 정체된 에너지를 흐르게 하여 문제 해결을 도울 뿐 아니라 부와 건강, 평화와 행복을 끌어당기는 신비로운 열쇠가 되어 준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내 인생 안에 있기 때문에 내 인생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그것들은 모두 내 인생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것들은 내 안의 투영된 형태로 존재할 뿐이기에, 문제는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이다. 결국 그들을 변화시키려면 나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미안합니다. 나를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 이것은 치유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사용해야 한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는 당신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우리 삶에 밖에 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두 내 안에 있다. 우리가 무엇을 경험하든 그 경험은 우리 안에서 일어난다. 모든 것은 마법적인 이 한마디 말로 시작되고 끝난다. 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떤 상황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내면 상태가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단 한 마디의 아름다운 말로부터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주문을 두 마디로 요약시키는 말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한마디로 요약하는 말은 바로 사랑합니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천자춘추] 장애인 중심의 장애인 정책이 되길

최영화 밝고 힘차게 시작된 2020년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정책이나 제도도 변하는 것들이 있다. 변화되는 정책들이 많이 있지만, 영화관의 피난안내 영상물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 폐쇄자막, 화면 해설 등을 상영하며 장애인 접근 무장애 탐방로와 야영지가 확대되는 등 장애인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이 눈에 띈다. 장애인의 고용과 근로 지원에 대한 정책들이 많이 늘어난다. 민간기업에 적용되던 장애인 의무고용이 공무원 부문에도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적용되어 이에 고용의무 인원에 미달하는 장애인공무원을 고용한 국가 및 지자체의 장은 미달 인원에 부담기초액(월)을 곱해 연간 합산한 금액을 고용부담금으로 신고하고 내야 한다. 최저임금적용제외 대상이었던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근로지원인의 수당이 최저임금으로 인상되고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현장훈련기간이 최대 7주에서 최대 6개월로 연장되어 중증장애인의 장애 정도, 특성에 맞는 개인별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장애인과 장년 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인턴제가 장년층까지 확대되어 시행된다. 한편, 돌봄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성인 및 청소년 발달장애인들이 더 많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지원대상과 청소년 발달장애학생 방과 후 활동 지원대상도 확대되며 서비스 단가도 각각 1만 3천500원, 1만 3천350원으로 인상된다. 다양한 정책들이나 제도들이 개선돼서 더 많은 장애인이 좋은 복지 서비스를 받게 되어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좋은 정책은 장애인이 독립적이고 통합된 삶을 살도록 지원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좋은 정책이나 전문가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가 자기의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당사자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장애인의 욕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지원할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개선될 텐데 작은 것이라도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과 바라는 것들을 잘 수렴하고 반영되도록 제도가 만들어지고 실천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생활하는 우리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들이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비장애인들과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하는 2020년은 지난해보다 더 주위의 장애인을 배려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온전히 인정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최영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

[천자춘추] 함께 살아가기

현실 속에서 인간은 경쟁하면서도 때로는 포용하고 협동할 줄 아는 양면을 가진 사회적 존재이다. 한 때, 극단적 자유와 평등을 외치다 실패한 이념의 역사가 있었다. 국가의 시장개입을 반대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대에 부자는 지나친 부를 축적하고 노동자와 빈자들은 더욱 처참한 생활고에 빠져들곤 했다. 이에 도전하여 극단적 평등을 내세우며, 부의 완전한 균등분배를 요청하는 도전적 이념들이 대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극단의 역사를 넘어 개인적 자유와 집단적 평등을 수정하며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시대에 우리가 서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이 정의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가 고민거리다. 정의란 개념은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지만, 고전적 관점에서 정의의 기초적 표현 문장은 각자에게 그 몫을 줘라이다. 그런데 그 몫의 바른 측정과 평가는 이루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한 사업가가 1억 원의 총이익을 냈을 때, 우리는 그 기업인 혼자만의 노력으로 총이익을 창출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를 도와준 가족과 노동자와 소비자들 그리고 국가와 지자체의 교환과 거래와 장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총이익 1억 원 그 자체는 기업인이 독식할 혼자만의 자기 몫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적자치(私的自治)가 강조되는 시장경제체계일지라도, 우리는 공동체 내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능한 기업인은 유능한 노동자를 육성하여 기업의 부를 늘리고 빈곤한 약자들이 제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로 성장하게 도울 줄 알아야 한다. 자기의 부를 늘리려면, 국가의 부를 위해 아낌없는 기여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기의 몫은 우리의 몫이 되게 해야 하고 우리의 몫은 균등과 차등의 합리적 형평으로 국가의 부로 넓혀져야 한다. 그러하려면, 우리는 기업가가 기업가 정신으로 부의 극대화를 이루도록 격려해야 하며, 산출된 이익을 나누어 빈곤한 약자를 최대한 부양하여 미래의 소비자로 키워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낙수 효과가 탐욕적 신자본주의의 최대한의 변명이었다면, 이제는 유능한 기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자기 몫과 우리 몫을 최대한 창출하도록 지지하고 장려하는 포용과 협동의 상생구조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포용과 협동을 통해 모세혈관까지 혈액이 막힘없이 순환되는 순환 효과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최소 수혜자들에 기본적 영양분이 제공될 수 있는 사회가 더 많은 소비자를 키워낼 것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대감을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천자춘추] 임자, 나를 좀 도와주시게

비화 한 토막을 소개하여 드리고자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일합을 겨룬 대선에서 패배하여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권토중래를 꿈꾸면서 대권을 잡기 위한 거점조직인 아태평화재단을 꾸릴 때인 1990년대 중반 무렵의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어느 날 불쑥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에 보수 야당 세력이었던 국민당 원내총무 출신인 이동진 전 국회의원(과천 의왕)을 찾아와서 자신의 향후 구상을 밝히며 재단의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 성격이 깔끔하고 담백한 이 전 의원은 그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한다. 원래 후원회장이란 돈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는 자리인데 그는 돈 만드는 데는 재주가 없는 분이었다. 이 전 의원은 하필 왜 이런 나에게 후원회장 자리를 맡기는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동진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주역 가운데 한 명인데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으로 고향 영동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했다가 유신 때 지역구를 박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오빠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는 와중에 1026 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그는 다시 정계에 복귀하여 보수 야당 국민당 소속으로 경기도 과천의왕 지역구에 출마하여 당선되면서 원내총무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이분은 나에게는 외삼촌뻘에 해당하는 인척이다. 그래서 나의 과거 기자 시절부터 줄곧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이런저런 생생한 경험담과 지혜의 말씀을 해주시곤 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두 분의 관계는 박정희 정권 시절, 여당 공화당 소속의 이동진과 야당 신민당의 김대중은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만나 교유를 맺고 우정을 나누어 왔다. 아태평화재단 후원회장 이동진 전 의원은 먼저 5.16 혁명동지이자 친구이자 당시 김영삼 정권에 밉보인 박태준 최고위원을 김대중 쪽으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다. 그다음 단계로 충청권의 맹주 김종필 씨를 박태준 씨와 함께 설득하여서 김대중-김종필 연합인 DJP 연합을 성사시킨다. 신의 한 수였다. 이로써 우리 국민은 사상 최초로 민주진보진영의 정권을 맞이하게 된다. 이동진 전 의원의 막후 역할은 이처럼 결정적이었다. 아쉽게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며칠 앞두고 이 전 의원은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지 않았더라면 노무현 정권도 없었을 터이고, 지금의 문재인 정권의 탄생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비록 상대 진영에 있을지라도 좋은 인재를 등용하며 내 사람으로 만드는 김대중이란 정치 거인의 포용력과 대범함을 요즘의 민주진보진영 사람들은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건강, 노인 자존감과 삶의 질 복원한다

2020년 새벽 벽두부터 일본 도쿄로 출발했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이 펼치는 노인건강 수명 연장하기 정책과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서다. 나리타 공항을 들어서면서 입국자들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입국 심사 전의 줄 서기 및 여권 등을 지참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크와 동선 안내를 했다. 곳곳에 배치되어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노인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노인 일자리 정책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 제도적 실천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인건비나 경제적 수입은 둘째치고 본인이 일하는 모습에 자존감이 서고 삶의 의미를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대한민국은 몇 년 후면 일본처럼 초고령사회가 된다. 인구 중 20% 이상이 노인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편안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현실적 사회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국내에는 요양원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집이 아닌 요양 시설로 입소한다는 것이 노인들 스스로, 또 가족들도 편치 않은 마음인 게 현실이다. 왠지 모르게 가족에게 버림받는 죄의식이 깔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본은 골격과 근육이 노쇠하여 활동이 불편하신 노인들이 요양원에 들어가셨더라도 수개월 후엔 다시 건강한 골격과 근육으로 재활해 활동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한다. 건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잘 발달 되어 있는 듯하다. 언제인가 TV를 통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노인건강 케어 매니저는 인터뷰에서 노인 케어는 국민 의료보험 절약을 위해서가 아니리 노인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이 건강하도록 복원시켜주고, 인권과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 했다. 의료비용 절감 등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가는 커다란 정책을 실현해 가는 근본적인 목적을 노인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준비하는 우리와는 같은 듯하지만 다름을 느꼈던 부분이다. 노인이 병들게 하지 않고, 노쇠를 늦추며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과 예산이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 늘 느끼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리 정책과는 다른, 예방 정책이 철저함을 배웠다. 내 어머님도 하루가 다르게 노쇠하신다. 가끔 어머님의 기억력 건강과 신체의 노쇠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기로 변해가며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내가 배우고 느꼈던 것들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준비해야 함을 다짐해 본다. 안을섭 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새해 새사람 되기 쉽다

단것 먹는 습관을 누구도 바로잡지 못했어요. 당신의 말은 꼭 들을 거예요. 부모의 간청에 간디는 굳이 보름 후에 그리하겠다고 했다. 보름 후 부탁을 들어주었다. 부모가 의아하여 물었다. 왜 처음부터 그리하지 않았는지를. 사실 나도 나쁜 줄 알면서 단것을 먹고 있어서 먼저 고치는데 보름이 필요했습니다. 얼마 전, 일본 동경대에서 한일워크숍을 마치고 나올 때도 뒤로 뺀 의자가 방해되었다. 한국 학생과 교수들 자리였다. 한국 전통예절 프로그램을 주관할 때 일이다. 교육 후, 몇 학생이 나눠줄 때처럼 한복을 반듯하게 접어 두고 갔다. 미국과 일본 학생들이었다. 미국 학생은 공공 매너였고 일본 학생은 오모이 야리 (思いやり)라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였다. 물론 우리도 반듯한 학생이 많다. 선조들은 가르침에 바른 마음과 몸가짐 즉 좋은 습관에 초점을 두었다. 퇴계는 경(敬) 사상으로 집대성했다. 참된 선비의 기준은 사실 이것으로 가늠했다. 무엇이 옳은지, 바른지 다들 안다. 태만, 흡연, 음주, 투척 등의 문제나 갑질, 악성 댓글, 버릇없는 행동도 결국 습관의 문제다. 이를 제어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을 뿐이다. 기호품도 그렇다. 마이크라이버 심리학자는 습관화된 3.5 잔 이상 커피의 카페인은 감정표현불능증을 유발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담배 해악은 이미 아는 바다.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을 지낸 박재갑 박사는 독극물에 비유했다. 질병과 무질서는 나쁜 습관의 집결체이고 건강과 성공은 좋은 습관의 결과인 셈이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행동 중 약 40%가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무심코 이뤄지는 습관에 의한다고 하였다.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따르면, 모든 습관은 뇌가 익숙한 것으로의 신호 - 반복하는 행동 선택 보상의 쾌감 3단계의 고리로 순환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수정해야 한다. 금연 중에 술자리에서 담배 한두 대 허용되었다면 술자리부터 철저히 피해야 하는 원리와 같다. 서경(書經)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과 더불어 천성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습관은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습관을 잃기 쉽고, 다시 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나쁜 습관은 행하기 쉽다는 것이다. 빅토르 마리 위고의 말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가 그 예이다. 경자년이다. 인생의 복불복(福不福)은 점괘 등의 숙명론에 달린 것이 아니라 세 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에서 더 현명하게 읽을 수 있다. 버릇은 습관은 만들고, 습관은 행실을 만들고, 행실은 새사람을 만든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고칠 게 많은 새해다. 이만식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장시인

[천자춘추] 플랫폼 노동과 가사서비스

얼마 전 경기도가 주최한 플랫폼 노동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다!라는 토론회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전통적인 법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플랫폼경제종사자는 최소 47만명에서 최대 54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취업자의 약 1.7~2%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플랫폼 노동자라고 하면 주로 운전이나 배달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남성노동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 3명 중 1명은 여성이다. 여성들은 주로 음식점보조서빙, 가사육아도우미 등의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 기반 가사서비스 노동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긱 워크(Gigwork)로 분류되는 호출형 가사서비스의 운영방식은 고객이 플랫폼 앱을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사노동자가 매칭되는 방식이다. 가사노동자의 자격을 명시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명시한 곳은 주로 30~64세(또는 60세), 여성으로 제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비스 이용비용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동일한 업체에서도 이용시간, 일회성 또는 정기형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물론 플랫폼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가사서비스 요금이 가사노동자의 임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수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플랫폼 사업체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의 평점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 가사노동자들이 현재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현실에 맞게 법적 보호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작년 11월 정부의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는 가사서비스 플랫폼 사업체가 신청한 실증 규제 특례를 수용했다. 즉, 해당 업체는 1천명의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근로기준법의 휴게휴일유급휴가 조항의 면제를 요구했다. 심의위원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 을 준용하는 조건으로 이를 허용했다고 한다. 결국,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플랫폼 노동자,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는 보편적인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지 2년이 지났다. 20대 국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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