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레임덕의 시작?

지난 20일 한국 갤럽여론조사(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지율 측면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날 때 정권은 레임덕에 진입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을 때, 둘째,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의 지지율을 앞질렀을 때, 마지막으로 여당의 지지율이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높아지는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정권은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즉,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 현상을 제외하고 다른 현상들은 모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 정권이 레임덕에 진입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소한 레임덕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레임덕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의 언급을 봐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를 두고 청와대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런 언급은 레임덕을 앞둔 시점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레토릭이다. 이런 전형적 언급은 또 있다. 레임덕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면, 권력 핵심들은 (자신들의 행위를)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현실과의 조우보다는 역사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것 역시 모든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반복되는 말들이다. 일종의 공식(公式)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청와대의 언급을 보면, 권력의 핵심이 레임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검찰에 의해 계속 밝혀지고, 이에 대한 재판이 시작돼 조국 장관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조국을 붙잡고 있을수록 레임덕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조국을 버리느냐 레임덕을 받아들이느냐의 선택, 이제 청와대의 눈앞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오케스트라 안에 숨겨진 배려

후배가 연주하는 어느 작은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카운터 테너가 넬라판타지아(Nella Fantasia)를 아름답고 맛깔스럽게 하는 연주를 들은 기억이 있다.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면 대학생 때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미션(The Mission) 이 영화에서 신부가 원주민들에게 다가가 강가에 앉아서 오보에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들리는 음악이 안니오 모리코네 작곡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훗날 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곡이 넬라판타지아이다. 슬픔에 잠긴 듯 청아한 소리를 내는 악기인 오보에 연주로 원주민의 경계심을 푸는 것으로 설정한 것 같다. 이 설정은 이 영화에 기막힌 오보에의 선율을 탄생시키게 됐고 또한 이 음악 때문에 영화는 유명해졌으며 전 세계 오보에 주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하게 된다. 필자가 영화를 통해 장황하게 오보에라는 악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오케스트라 안에 숨겨진 배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회를 가보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악장이 먼저 나와 기준 음(A)을 어떤 악기에게 불어달라고 지시하고 그 악기가 부는 음에 맞추어 목관ㆍ금관 악기 그리고 현악기 차례로 튜닝을 한다. 이때 기준 음을 불어주는 악기가 바로 오보에다. 오보에가 여러 가지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 기준 음을 부는 이유는 이 악기의 음정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오보에는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다. 왜 오케스트라의 많은 악기가 음정이 쉽게 변하고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에 음정을 맞춰 조율하는 것일까? 이유는 배려이다.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에게 조절 폭이 넓은 악기가 음정을 맞추는 일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려 때문에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오보에 주자가 혜택을 받았다. 그렇다면,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어느 악기에 맞출까? 이 역시 오보에가 아닌 조율이 힘든 피아노의 기준 음에 온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음을 맞춘다. 이것이 오케스트라 연주장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이유 있는 배려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있으면 현악기, 목관 악기, 금관 악기, 타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엮어나가는 음의 스토리가 삶의 축소판과도 같다. 서로 조화와 대비를 이루며 상대 악기를 위해 한쪽 귀를 열어놓고 지휘자와 악보를 번갈아가며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또 하나의 배려를 통한 따뜻한 세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며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둥지가 됐으면 좋겠다. 약자를 배려해주고 배려받은 사람들이 노력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조요한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천자춘추] 찾아가는 경기도 콘텐츠 복지

복지란 사전적 의미로 행복한 삶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시대 이후 풍요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화학비료를 통한 농작물의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영양학적 개선 덕분에 새로운 삶이 열리게 됐으며, 의료기술 발전으로 육체적 생존권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사회와 치안이 안정되어 갈수록 우리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을 위해 나날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현대에는 물질적으로 삶의 여건이 개선되는 것에 더해 정신적ㆍ문화적 만족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문화콘텐츠의 향유를 통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 복지를 위한 기본 조건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다양한 콘텐츠 향유를 통한 인종ㆍ세대ㆍ계층 간 문화적 다양성의 인문학적 공감대는 대한민국 미래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혁신적으로 성장 중인 콘텐츠산업을 경기도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생태계를 강화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산업의 육성에 그치지 않고,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정신적문화적 풍요로움을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콘텐츠 향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은 노인복지회관이나 요양원, 지역아동센터 등 영화 관람기회가 적은 단체를 대상으로도 다양한 영화관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외지역 및 계층 간 문화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엔 8월까지 총 302차례 사업을 추진하며 1만 4천여 명의 경기도민들께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드릴 수 있었다. 전통적 콘텐츠인 영화뿐 아니라 CT(Culture Technology, 문화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가상증강현실(VRAR)을 도내 문화시설 취약지역에서도 체험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VRAR 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2018년에는 경기도 19개 시군에서 1만 5천 명이 이동형 체험관을 통해 VRㆍAR 콘텐츠를 향유했으며, 2019년에도 경기도 방방곡곡을 체험버스가 누비고 있다. 앞으로도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콘텐츠 향유를 통한 복지, 즉 행복한 삶을 누릴 기회를 가지기를 소망해 본다. 김경표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포대기와 저출산

세계적인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Podaegi(포대기)를 검색하면 한국식 사용방법과 후기가 올라와 있다. 한국식 포대기는 아마존과 같은 해외 여러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또 하나의 한류라고 하지만 천조각에 싸여 어머니 등 뒤에서 세상 밖을 구경하는 아이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어느 촌락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린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은 인생으로는 다 측량할 수 없는 노고(勞苦)의 씨를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는 어렵다. 특히 아이를 등에 업고 키우는 애착 육아 방식은 요람으로 상징되는 서구의 독립육아 방식보다 더 힘들고 더 수고롭고 더 애써야 한다. 그렇지만, 거친 세상과 처음 만나는 아이에게 엄마의 따스한 등은 큰 위안이며 울타리다. 인간은 임신이라는 확률적인 사건으로 태어나 죽음이라는 확실성을 향해 나아가면서 부모를 닮으며 성장하고, 배우고 익힌 몸짓과 행동 하나하나는 인류의 관습과 풍속으로 집약된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관습과 풍속을 인간 사고(思考)의 산물이라고 했다. 사고능력이 환경에 따라서 변하듯 관습과 풍속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는 저출산도 이러한 변화 중 하나이다. 2018년 출생통계를 보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32만 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출생아 수를 이보다 더 적은 3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4년부터 국가적 차원의 저출산 대응 노력에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초 저출산 현상은 이 땅에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보다도 합계출산율이 낮다. 특히 2016년 기준 비혼 출산 비율은 다른 국가들이 20~70%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한국은 1.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관련 연구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기성세대의 묵인과 방관이다. 갓난아기들에게 포대기가 필요하듯 낯선 세상과 마주한 젊은이들에게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또한,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해줄 든든한 등받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지난주 9일 추석을 앞두고 광화문 일대에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 1만여 명이 모여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저지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서울지역 중심의 총 42곳의 재건축ㆍ재개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모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정부의 방침에 대하여 분노를 표출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마련하면서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경우, 기존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했으나 이를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변경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에 관리처분이란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조합원별 부담금과 권리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함에 이미 일반분양가를 예상해 평형별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결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소급 적용해 일반분양가를 낮추게 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국대학교 도시행정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일반분양이 많은 조합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약 1억~2억 원 가량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들은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분담금을 확정하고 담당 행정관청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미 이주나 철거가 진행된 곳이어서 이제 와서 사업을 되돌릴 수도 없어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져 있다. 조합원 수가 많은 사업장은 이주비를 포함한 사업비에 대한 이자가 하루에도 수억 원 단위 이상으로 소요되는 곳도 있는데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조합원 갈등이 발생해 사업지연으로 이어지면 또 다른 막대한 추가부담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 헌법에는 소급입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금지하고 있는데 관리처분인가로 조합원의 재산권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분명 위헌적 요소가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하라는 대로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갑자기 제도가 바뀌면서 그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정부에 분노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다. 주택사업 특히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거의 1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그래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정부의 각종 주택ㆍ부동산 정책 즉, 00대책이라는 타이틀로 너무나 빈번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관련 ㆍ제도의 변경이다. 일관성 없이 조변석개하는 주택 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주체인 조합원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장 눈앞의 효과만을 기대하며 근시안적이고 땜질식 주택부동산 대책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이 절실하다. 김진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

[천자춘추] 中企 수출, 지자체 지원제도를 활용하자

이창선 무역은 우리 경제발전의 밑거름이자, 좁은 국토부족한 자원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 외적인 어려움과 내수 부진 등 내적 문제로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 정부부처 및 기초지자체와 무역 유관기관에서는 관내 기업의 수출확대를 위한 수출 지원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하면 수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관내 무역 유관기관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미국동남아 등 해외 각국에서 열리는 해외전시회에 경기도관을 구성하고,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부스장치비 일부와 통역비 등을 지원한다. 또 도쿄뭄바이두바이 등 유망 시장을 대상으로 상담회와 전시회를 함께 진행하는 경기우수상품전시회(G-Fair)를 열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통상촉진단을 파견하여 우수한 우리 제품을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 규격 인증 획득, 수출보험 가입, 무역실무 교육 지원 및 해외시장 진출방법 교육 등 업체의 무역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있다. 경기도뿐 아니라 도내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중소기업의 판로개척과 수출기회 제공을 위해 전시회 참가비용 및 지역 특화산업 지원 등 적극적으로 수출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해외 전시회 참가비용 지원 등의 사업 외에도 각 지역의 특화산업을 지원하기도 하는 등보다 세밀한 지원을 제공한다. 부천시는 관내기업의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예산을 할애하여 매년 해외바이어를 직접 국내로 초청하고 있다. 다음 달에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부천기업 수출 상담회에서는 부천소재 280개 기업과 150여 바이어들이 직접 만나 수출상담을 하고, 올해에는 특히 중국 왕홍을 초청하여 국내 우수제품을 현지 생중계를 통해 소개할 예정으로 성과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수출지원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매년 초 열리는 수출기업 대상 설명회 참석, 각 지자체 및 유관기관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우리 기업에 필요한 수출지원제도를 사전에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전문위원을 통해 업체에 필요한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수출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끝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기업인과 관계자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수출기업 파이팅. 이창선 한국무역협회 경기북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동포 사회의 뉴리더

저희 조상은 신숭겸입니다. 신 고바르드 씨(한국이름, 신기원)는 나와 대면하자마자 고려의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이 자신의 뿌리이며 자신은 평산 신씨 37대손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면서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그만큼 민족의식이 투철하다는 방증이다. 신 씨의 할아버지는 경술국치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해인 1910년, 일가 식솔들을 이끌고 함경북도 무산에서 두만강을 건너 황량한 벌판, 러시아 연해주 한힌동이란 마을에 정착한다. 이곳에서 조선사람들 400여 명이 집단을 이루면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던 중에 1937년 소련 스탈린의 조선인에 대한 중앙아시아 집단강제이주로 인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이때 농사짓기를 잘하는 우리 조선인들은 계절농업노동자로서 러시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그 가운데 신 씨의 가족도 포함되었다. 신 고바르드 씨는 그의 어머니가 밭에서 일하는데 갑자기 산기를 느껴 급히 병원으로 옮겨서 낳았다. 하마터면 밭에서 낳을 뻔했다. 명이 긴 아들인 셈이다. 1973년 신 씨의 아버지는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된다. 신 씨의 나이 두 살 때였다. 신 씨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켁에서 성장하면서 키르기스스탄 최고의 대학인 키르기스국립대학교 법학부와 키르기스스탄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를 졸업하며 2004년에는 약관 서른 살의 나이에 비쉬켁 시의 시의원으로 선출된다. 그에 대한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동포사회의 열성적인 성원과 고려인 동포들의 성실성과 근면성을 높이 평가한 키르기스스탄 사회의 여론이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지금도 키르기스스탄 고려인협회 부회장으로 활약해 오고 있다. 신 씨는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다섯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야심찬 사업가이기도 하다. 한국화장품, 라면 등의 식료품 등을 수입하여 키르기스스탄 대형 유통마트에 독점공급하고 있다. 신 씨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키르기스스탄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누구보다도 바란다. 그 힘을 바탕으로 약 2만 명에 이르는 우리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동포 사회에서 당당히 국회의원이 배출되는 등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하여 공장을 세우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때 고려인 동포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충분히 해내줄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려인 동포들은 키르기스스탄 사회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한국과 키르기스스탄과의 경제교류 협력에서 원활한 촉매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한국 외교부는 키르기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에 고려인 동포 출신의 명예영사를 임명해서 활약할 수 있기를 주문했다. 장준영 전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일상적 안전관리의 중요성

안전을 확보하려면 건축은 화재에 붕괴하지 않게 안전하게 버틸 수 있는 내화구조, 화재가 화재층에서 다른 곳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화구획이 있다. 소방에 있어서는 화재 초기에 관계인이 진압할 수 있는 수동의미의 소화기, 옥내소화전설비가 있고,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자동의미의 스프링클러설비 등이 있다. 이렇듯이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가 확산되지 않게 하고 화재 초기에 진압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건축과 소방에서 모두 정상적인 성능을 갖췄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현장점검을 할 때 서류에서는 소방시설과 소방 관련 시설 등의 점검과 유지, 관리가 이뤄지고 이상이 없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서류에서의 이상 없음 내용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문제는 관계인이 전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예컨대 옥내소화전설비에서의 소화수를 공급해주는 소화펌프와 옥내소화전함까지의 배관에 보수를 위한 개폐표시형 밸브가 있는데, 이는 항시 개방된 상태로 관리가 되어야 한다. 이곳의 안전담당자는 한 달에 한 번 건축물의 안전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서류로 작성 보관하는데, 서류에서는 몇 개월 전 서류를 보더라도 옥내소화전설비에서의 점검결과가 이상이 없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면 현장에서도 점검에 대한 결과로 보면 이상이 없어야 하나, 옥내소화전설비의 소화주펌프의 주배관의 개폐표시형밸브는 굳게 잠겨 있었다. 이는 소방시설의 차단행위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관리의 업무를 위반한 상황으로 무거운 벌칙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반상황이 일어난 것을 추정해보면 소방안전 담당자는 밸브를 잠근 적이 없다고 하면, 소화주펌프에 있어서 기술자 등이 보수나 점검을 목적으로 개폐표시형 밸브를 잠갔다가 작업완료 후 이를 잊고 개방상태로 두지 않아서 일 것이다. 이렇게 개폐표시형 밸브가 잠겨 있는 경우에 화재진압을 위해 관계인이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더라도 소화주펌프에 의해 소화수를 공급받을 수 없어서 화재진압에 실패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물론 현장점검을 하면서 소방안전 담당자에게 위 상황을 설명하고, 즉시 개폐표시형 밸브를 개방상태로 조치했고, 소화설비 급수배관의 점검 요령을 설명해 드렸다. 화재는 예고하고 찾아오는 법이 없다. 안전수칙을 무시한 사소한 부주의나 무관심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개인의 하루는 알차게 계획하고 실천하였을 때 행복하고 보람찬 일상이 되는 것처럼 건축물에서도 안전관리 담당자의 치밀한 안전관리 계획의 수립과 실천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규정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시대변화에 맞는 쌀 신품종 개발 절실

경기도 양주에 종자 타령이라는 민요가 전해지고 있다. 종자나 한번 갖춰봅시다김포통진 밀타리벼여주이천 찹쌀벼두메산골 산투벼로 이어지는 민요로 종자준비를 설명하면서 지역별로 다른 벼 종자를 노래하면서 알맞은 품종을 추천하고 있다. 선조들이 어느 나라보다 지역별로 알맞은 품종을 이해했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선조의 지혜, 특히 지역별 적응품종은 현대에도 잘 증명된다고 볼 수 있다. 중부지방은 삼광, 호남은 신동진, 영남은 일품벼로 지역마다 다른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에 맞는 품종재배는 넓게는 우리 선조들의 과학농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지혜를 이어받은 우리는 쌀 자급과 세계농업기술 5위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쌀 생산량이 10a당 80년대 435㎏에서 2010년대에는 520㎏을 웃돌아 재배면적이 124만㏊에서 약 80만㏊로 줄었지만, 생산량이 420만 톤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좋은 일에 문제도 생긴다는 호사다마라는 속담이 있다. 먼저 쌀 소비감소라는 문제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먹을거리가 많아지고 맞벌이의 일반화 등으로 밥을 덜 먹고 있어 이제 많이보다는 맛있는 쌀을 생산하여 건강과 더불어 먹으면 기분 좋음을 소비자에 선물하여야 한다. 또 농사에 중요한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문제이다. 온도가 높아 잘 여물지 못하고, 태풍으로 잘 쓰러지고, 새로운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선조들이 강조한 지역별 적응품종은 시장과 날씨의 변화 등 시대에 맞는 벼 품종을 재배하는 지역은 물론 시대변화에 맞는 적응품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경기도 재배품종인 추청벼는 70년대, 고시히카리는 2000년대에 도입되어 식량공급의 역할을 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의 밥맛을 원하는 소비변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병해충에 잘 걸리고, 잘 쓰러져 시대변화 적응품종으로 미흡하다는 논란이 많다. 그렇다면 경기도라는 지역과 시대에 맞는 품종은? 라는 물음에 답해야 만 할 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시대변화에 알맞은 품종을 만들고 있다. 최고 밥맛과 병해충에 강한 참드림, 쓰러짐과 병해에 강한 맛드림, 병해충에 강한 조생종 햇드림 등으로 현대의 경기도에 알맞은 품종을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경기도의 지역과 시대에 알맞은 적응품종으로 역할이 기대된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이에 따른 품종육성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 안에 깃들여진 과학영농이라는 뛰어난 유전자산을 발휘하여 도전을 이겨나가야 한다. 위기는 다급하고 절실한 기회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단체 카톡방 공해

카카오톡은 한국인 대부분이 애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이다. 실로 카카오톡은 그 어떤 소통의 창구보다 우리 각자의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인간관계가 집적된 공간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체 카톡방 기능은 친구, 동료, 가족 등과 단체로 공지하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약속을 정할 때 일일이 연락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점에서 너무나도 편리하다. 그런데 단체 카톡방은 때로는 불편한 감정을 넘어서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동창 단체 카톡방이 그러하다. 예컨대 졸업한 지 45년이 지난 고교 동창 카톡방에는 600여 명의 동기동창생 중 거의 과반수가 참여하고 있다. 동창 단체 카톡방이 좋은 점은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청소년기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켜 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각종 근황이나 애경사 소식을 놓치지 않고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정치적 이슈가 등장하면 하루에도 수십 건의 특정한 입장의 쓰레기 같은 장문의 글들이 봄철의 미세먼지처럼 카톡방을 뒤덮는다. 그런 글들을 일일이 다 읽어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냥 무시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몇몇 친구들은 멋지다 통쾌하다 등등의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몇몇 친구들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점잖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집요하게 극단적으로 편향된 글들을 보도록 강요한다. 그럴 때면 카톡방을 탈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대다수 동창과의 인간관계와 유대의 공간인 단체 카톡방을 탈출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강제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동창들과 관계를 끊는 것 같아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기어이 못 참고 탈퇴를 해도 다른 친구가 곧바로 대화방에 다시 초대해서 그냥 남아 있으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를 둘러싸고 연일 세상이 시끄럽기만 하다. 이럴 때면 박사모나 문빠와 같은 특정한 입장의 맹목적 지지자들의 카톡방에서야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보들을 진위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해내겠지만, 다양한 생각을 하는 단체 카톡방에까지 실어 나르는 것은 공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공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으려면 언론이 사실에 근거한 믿을 수 있는 기사를 충실히 제공해주어야 한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천자춘추] 교차로 교통사고 제로화 도전

평소 운전자나 보행자의 작은 습관의 차이가 교통사고의 잠재적인 요인이 되고, 다급한 교통상황에서의 인지ㆍ판단ㆍ조작 등 미스가 직간접인 원인으로 이어져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요인은 물론 잠재적인 요인까지도 줄여 나가는 것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운전자가 직진할 때보다 회전을 할 때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커지고 각별히 주의할 점도 많아진다. 특히 사람과 자동차의 교행이 많은 교차로 특성상 운전자는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사람이나 자전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방금 보았지만, 또 한 번 더 살피려는 조심성 있는 운전습관으로 속도를 줄여야 한다. 보행자 역시 여유를 가지고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일단 멈춰서 좌우를 살피고 신호를 준수하려는 준법의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인적이 드문 밤이 되면 빨간불에서 우회전하려는 운전자가 일단 멈춰 주변을 제대로 살피기는커녕 급하게 회전하면서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성급한 보행자나 자전거까지도 깜빡거리는 초록불에 기를 쓰고 건너려다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교차로 사고를 줄이려면 도로관리자 측면에서도 운전자나 보행자가 덜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환경개선과 다양한 맞춤형 관리가 요구된다. 첫째, 교차로 형태도 교통량에 따라 회전로터리 형태로 변경한다든지, 보행자와 자동차를 분리시켜 교행할 수 있도록 입체형 환상 육교나 보차(步車) 분리식 대각선 교차로(스크램블식 신호)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도로 방향과 직각으로 만들어진 횡단보도 구조를 고수하기보다 운전석의 사각지대를 줄여 시야 확보를 위해 회전하는 쪽 전후로 (노면표시와 신호등을) 이동시킨 사선방향 횡단보도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교차로 신호등 위치개선은 물론 회전하는 자동차의 운전석에서 보행자나 자전거의 동선이 안전한지 재검토하고, 사고 다발지점에 단속카메라 설치, 다발 시간대에는 (어르신 무단횡단 방지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어르신 보행안전 지도사 운용도 대안이다. 물론 이런 제안은 인력과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교차로 특성이나 교통량 등을 감안하면서 비용 대비 각종 효과를 검토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렇듯 교차로 교통사고를 없애고 교통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신호를 준수하고 한 번 더 살피려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조심성, 적극적인 교차로 환경 개선 등 세심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연구위원)

[천자춘추] 효과적인 모기 퇴치 가능할까?

1994년에 재발생해 지금까지도 위세를 떨치는 말라리아는 북한에서 날아온 모기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모기는 제거해봐야 도로 어디선가 날아올 것이므로 모기 퇴치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모기의 활동범위는 의외로 좁다. 대개는 산란장소로부터 500m 이내이고, 집주변에 서식하는 모기는 90m 반경 안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경기도 이천에서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대비하면서 국내 최초로 모기 유충 구제를 시도하게 됐다. 한여름에 호수를 끼고 있는 설봉산 어귀에서 치러지는 행사 때문에 모기 걱정으로 고민이 많던 필자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모기 유충구제를 설봉호수에 적용하면 상당수의 모기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호수에 서식하고 있는 모기 유충을 제거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시로써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피라미 한 마리도 죽지 않는 친환경 모기 유충 구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호수에 약을 뿌리고 나니 정말로 피라미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기 유충만 사라졌다. 필자는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유충이 또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수시로 호숫가를 둘러봤는데 유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인근에는 모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듬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호수에서 유충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모기는 생활반경이 의외로 좁아서 실제로는 멀리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유충을 완전히 제거하고 성충에 대한 관리를 잘하면 같은 장소에는 모기가 쉽게 재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또한, 모기는 서식처가 파괴되지 않으면 서식처를 잘 옮기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됐다. 아무튼, 설봉호수에는 그 이후 모기 유충이 재발생하지 않아서 모기 없는 호수로 유지되고 있으며, 호수 바로 위에 자리한 설봉공원 야외무대에서는 매년 여름 토요일 밤마다 열리는 별빛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그런데 음악과 흥겨움에 취해 숲 속이고 물가인데 왜 모기가 안 물지?라고 생각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자는 20여 년 가까이 한곳에 근무하면서 모기의 생활사를 이용한 친환경 유충구제를 중심으로 보건소 방역소독에 방역특장차를 전격 도입하여 모기 퇴치에 성공한 현장경험이 있으며, 최근 이 경험을 수원시에 접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기의 습성을 알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모기 퇴치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천자춘추] 스포츠 인성이 왜 중요한가

스포츠에서 인성의 가치가 왜 중요할까. 스포츠 경기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여러 의도치 않은 상황과 유혹 속에서 한계에 도전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극복을 통해 용기를 얻고 감사를 느끼는 삶과 같다. 이러한 치열한 과정의 요소는 삶의 자양분과 같으며 노력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으며 더불어 스포츠를 통해 삶의 회복력을 높인다. 스포츠인성은 결국,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스포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여기엔 스포츠라는 시공간에서 신체적, 정신적 기술적 요소와 함께 좋은 성품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즉, 인성함양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금은 스포츠 분야에서 4차 산업시대에 맞는 변화를 인식하고 융복합의 스포츠 키워드는 교육, 문화 중심으로 대중적 인지력이 높아졌다.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 것처럼 스포츠기술에 정신(인성)을 입히고 정신(인성)을 통해서 기술을 살리는 과정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인성교육은 인격체를 형성하는 전인교육의 장이다. 스포츠 기술적 측면과 정신(인성)적 측면을 동반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스포츠인성을 이해하고 가르칠 지도자가 필요하다. 1천 명을 가르칠 한 명의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한 것과 같다. 오래전에 사람이 되기 전에 기술을 가르치지 말라는 말을 배운 경험이 있다. 우선으로 스포츠인성을 이해하고 가르칠 지도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예전에는 지도자가 운동만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인성을 아무도 배우지 않고, 기술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스포츠인성은 지도자가 되더라도 끊임없이 정진하며, 전파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면 지도자 육성의 기틀은 더 깊이가 있고 넓게 확장이 된다. 또한, 지도자의 삶도 보호하는 격이 된다. 스포츠인성은 정신이며 철학(지혜)이 있는 삶이 된다. 1천 개의 나무에 물을 줄 한 사람에 의해 1천 개의 나무는 자란다는 말이 있다. 1천 개의 나무에 어떤 물을 주는 사람(지도자)이 있어야 하는가? 배우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지만 배우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사회의 책임이 되며 그 분야의 책임이 된다. 체육ㆍ스포츠를 가르치는 사람이 체육ㆍ스포츠의 책임자이며 배우는 사람이 미래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은 개인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경기도체육회에서는 경기체육아카데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스포츠인성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교육을 펼치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지만 분명히 변화하는 스포츠인성을 기대한다.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지역화폐, 세심한 가맹점 범위지정 필요

경기지역화폐가 뜨겁다. 최근 지역화폐 카드를 신청한 한 시민은 상시적으로 6%의 인센티브가, 이벤트 기간에는 10%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고 놀라워했다. 10만 원을 충전하면 11만 원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개인당 연간 500만 원이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한 해 30만 원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기뻐했다. 이제 그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카드는 삼성카드에서 지역화폐 카드로 바뀌었다. 지역화폐의 일차적인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이다. 모바일 및 카드형 지역화폐는 이전의 지역상품권에 비해 사용이 간편함은 물론, 이용 가능한 매장이 광범위해졌다. 기본적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 스타벅스나 유니클로 같은 본사직영점, 연매출 10억 이상 점포, 유흥업소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곳(주유소, 편의점, 학원, 음식점, 병원 등)에서 직불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본인의 주소가 아닌 타지역의 지역화폐 사용도 가능하며 마찬가지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하니 사실상 경기도 차원에서 대형자본에 슬쩍 가림막을 치고 소상공인 중심의 소비시장 구축을 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지역화폐가 인기를 끌면서 수익원이 빠르게 잠식돼 당황하는 대형카드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소상공인 지원 못지않게 지역화폐가 가지는 절대적인 효과가 있다면 소득주도성장에 기여다. 부유층에게는 연간 30만 원 정도의 돈이 별 게 아닐지라도 서민층과 저소득층에게는 적다고 할 수 없다. 당장에 지역화폐는 시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소비활성화, 내수 진작을 돕고 있다. 부의 재분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좀 더 세심해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현재는 매출이 10억에 가까운 세븐일레븐에서도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하니 말이다. 가맹점 범위지정에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영세업체일수록, 또 공동의 경제, 지역경제에의 기여가 높은 매장일수록 인센티브를 더 높게 책정하는 방안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아울러 지역화폐가 가지는 주요한 순기능, 즉 지역공동체 복원이라든가, 지역구성원들의 연대감 증진 같은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창의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면서 그저 혜택 많은 직불카드를 사용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리라. 내 소비가 내 이웃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공동의 경제를 꾸려가는 사회운동의 한 축이라 여길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지 않겠는가? 경기지역화폐가 그런 착한 소비의 대명사가 되길 희망해 본다. 이규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건축사의 사회적 책무

우리는 흔히 집을 지을 때 주변에 잘 아는 주택건설업자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집을 지으려면 우선 건축설계부터 해야 하는데, 어떤 규모, 어떤 수준의 집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집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마치 텔레비전 한 대에 얼마예요?라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몇 인치짜리 인지, 제조회사는 어디고, 사양은 어떤지도 정하지 않은 채 말이다. 하물며 수억 원에 달하는 집을 지으면서 알아서 해 달라는 것은 무지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무한 신뢰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지만 위험천만 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설계는 건축사에게, 시공은 주택건설면허를 가진 유자격 건설업자에게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것은 무조건이다. 건축설계는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건축사가 제반 절차에 의해 건축사 사무소를 개설한 자만이 가능하다. 설령 건축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자가 아니면 건축 인ㆍ허가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 물론 최근 매스컴 등을 통하여 건축사에 대한 인식과 역할에 대하여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왕왕 이런 경우가 많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우선 좋은 건축사를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주변에는 건축사가 아닌 사람들이 마치 본인이 설계와 시공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건축주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건축시장 질서까지 어지럽히는 일이 종종 있다. 제가 알아서 설계와 시공을 다 해 드릴게요라는 말은 엄격히 따지면, 위법의 요지가 상당히 많다. 어떻게 알아서 한다는 것인가. 업자의 이익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건축주의 이익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설된 건축사 사무소는 ○○○ 건축사 사무소라는 명칭을 쓴다. 혹시 주변에 ○○○ 건축사무소라는 짝퉁 간판을 봤다면, 이는 십중팔구 정상적인 건축사 사무소가 아닐 것이다. ○○○ 변호사 사무소를 ○○○ 변호사무소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되기까지는 건축사들의 책임도 있다. 건축사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건축사협회도 자신들의 이익과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좀 더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건축에 관련된 봉사 활동도 더 많이 하고, 시민 건축대학이나 알기 쉬운 건축법 강의 등의 재능기부를 많이 해 국민께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 드려야 한다. 김동훈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무지한 스승

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을 읽고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지능에 대해 새로운 각도를 갖게 된 점을 정리해 보았다. 스승의 본질적 행위는 설명하는 것, 지식에서 간단한 요소들을 끌어내는 것, 그리고 지식의 단순한 사실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잘 짜인 점진적 순서에 따라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정신을 이끌고 가면서 그 정신을 형성하는 것이며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그들은 성장한다. 더 잘 이해하도록 계속적인 설명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개선을 거치고 있으며 이해시키는 방식의 모든 개선은 바보 만들기의 진보가 되고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은 다른 어떤 지능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했다. 이런 교사의 전달 교육이 학생의 학습이 일어났는가를 주의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쓴 단어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람은 배우고자 할 때 자기 자신 욕망의 긴장이나 상황 때문에 설명해주는 스승 없이도 혼자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학생은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보고, 쉼 없이 비교하고, 늘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무엇을 보고 있니? 너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너는 그것으로 무엇을 하니? 이렇게 무한히 말이다. 우리는 지적 질서 속에서 한 명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자신도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두 종류의 정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지능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조합하기 위해 의지가 지능에 전달하는 힘이 더 크냐 작냐에 따라서 지능의 발현들에 차이는 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지능이 높고 낮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더 잘 배우거나 못 배우거나, 더 빨리 배우거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두뇌와 식물의 잎사귀를 비유하면서 수천 장의 잎사귀가 다르듯이 인간의 모든 지능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두 사람이 실험했을 때도 차이를 보인다. 더 강한 어떤 의지가 없거나 욕구가 멈추는 곳에서 지능은 멈추고 결과적으로 지적인 성과는 그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지능은 훈련이 필요하다. 신체에 꼭 필요한 습관을 들이기 위한 지칠 줄 모르는 노력, 자신의 의도대로 다시 만들고, 불운한 상황을 성공의 기회로 바꾸기 위한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나눔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2주 전 일이다. 점심을 마친 후 사무실에 복귀하는데 갑작스레 전화벨이 울렸다.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싶은데 기관을 방문해보고 싶어서요. 오늘 방문해도 될까요? 후원자들의 방문은 우리 지역본부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주 반갑게 인사드리며 언제든지 오시라고 흔쾌히 말씀드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인근 지역에 거주 중인 한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유모차 안에는 토실토실하게 젖살이 오른 아기 손님이 방긋 웃고 있었다. 후원자는 침착하게 우리 지역본부를 둘러보더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직원들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시원한 차를 대접하며 재단의 태동과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아동복지사업의 현황에 대해 들려줬다. 또 아이들의 더 나은 행복권을 위해 재단이 지향하는 아동옹호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밖에도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려운 아동을 도우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하나씩 안내 드렸다. 오랜 설명이 이뤄지는 동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후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네, 후원신청 할게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처럼 나눔을 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마음을 활짝 열고 돕겠다고 자청하게 되는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이날 필자의 설명이 특히 감동적이게 다가왔던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50평 남짓한 우리 사무실의 인상이 퍽 믿음직스러워서 후원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닐 테다. 그러면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다. 정신학적 용어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로도 불리는 이 말은 남을 돕거나 돕는 것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몸 안에 면역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말한다. 성녀로 불리는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착한 일 하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주 토요일마다 보육시설 등에 봉사 다니며 아이들의 든든한 삼촌이 되어주는 IT 계열사의 한 직원, 온종일 놀아주고도 지치지도 않는지 각종 물세례를 받아가며 풀장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한 자원봉사자, 직업상 바빠서 직접 갈 수 없으니 후원금이라도 많이 내서 돕고 싶었다는 한 치과원장, 수십억 원을 기부한 동종업계의 선배를 보고 자신도 그렇게 후원하고 싶다는 한 벤처회사의 대표까지 최근에 만난 후원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제가 아이의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돌잔치 수익금을 아이의 이름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어 오게 됐어요. 지금은 아직 어려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크면 꼭 이날 있었던 일을 들려줄 거예요. 흰 봉투에 든 후원금 100만 원을 건네며 그녀는 아기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돌아갔다. 타는 목마름과 찜통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지금, 우리는 나눔으로 더 뜨겁다. 이종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온라인 강국에서의 지방자치

우리나라는 온라인 강국이다.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온라인 강국의 기반을 마련한 지 벌써 25년이다.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생활편의가 증가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 이상 은행업무를 보려고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물건을 사려고 일일이 매장을 방문하며 발품을 팔지 않는다. 듣고 싶은 강좌가 있거나 보고 싶은 영화ㆍTV 프로그램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시청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하고 싶은 일을 즉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서비스의 최대 강점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온라인의 강점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과 대치되는 면이 있다.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고 해당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는 이 시기에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자체의 자율적 지역정책은 일면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면 A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온라인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A지역주민들이 이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B지자체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도 당연할까? 서비스 비용 지불자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비용 지불자들의 지불의사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왜 옆 동네 주민들은 세금 한 푼 안 내고 내가 낸 세금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하지?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 서비스 비용 지불의사가 지속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역을 구분해서 타지역 이용자는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것은 시공간의 제약 없는 접근성이라는 온라인의 최대 강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역 특성에 적합한 정책 또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역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온라인서비스는 1명 이용하다 2명 이용한다고 해서 2배의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용량이 커지는 데 따른 비용이 좀 더 들 수는 있겠다. 그러나 우리 지자체가 개발한 온라인서비스가 너무 훌륭해서 타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뿌듯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모든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의 이 서비스를 통해 역량이 증가하고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행복지수가 증가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대승적 의사결정만이 해답으로 보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부지런한 젠틀맨’ 이재창 도지사

늘 깔끔한 외모에 샤프한 인상으로 경기도 부지사와 도지사로 일하신 이재창 도지사(1990년 6월~1992년 4월)는 경기도 출신(파주)이어서 임사빈(양주) 도지사 이후 또 한 분의 도 출신 도백으로 환영받았다. 젠틀한 외모만큼 업무처리도 철저하신 분으로서 도지사의 모든 결재서류에는 늘 체크와 수정이 있으므로 담당 사무관들은 항상 신경을 쓰면서 결재를 받았고 결재가 나오면 문서 전체를 살피기도 했다. 여러 부서의 결재서류가 밀리면 비서실에서 한곳에 모아 보자기에 싸서 공관 서재에 올리면 외부출장에서 돌아오신 도지사께서 심야에 결재하였는데 이 경우에는 더욱 수정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고 한다. 공관에서 차분히 서류를 보게 되니 그러할 것이라 당시 공무원들은 추측했다. 이제는 퇴직하셔서 60대 후반이 되신 좋아하는 공직 간부의 1999년 회고. 이재창 지사님의 결재문서가 수정 없이 나왔기에 참 신기한 일이다 싶어서 끝까지 문서를 살펴본바 마지막 장 시군에서 올라온 서류의 오자를 발견하시곤 결재하신 사인펜으로 수정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재창 지사는 결재문서에 신경을 쓰심은 물론 결재문서 앞에 붙이는 요지조차도 관심을 가졌다. 도지사의 결재를 받는 문서조차 이면지를 쓰도록 했다. 그런데 직원들 사이에 나온 이야기 중에 우리 과는 일부러 글씨가 적게 이면지를 만들어 도지사님 결재요지를 붙였다는 동향보고를 들으시고 그렇게까지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간부회의에서 말씀하셨다. 예산부서 선배님의 회고. 내무부(정부)의 승인을 받던 예산을 지방의회가 심의하게 되었지만, 이재창 도지사님은 세세하게 예산 내용을 검토했다. 이에 과장, 계장은 말 못 하는데 당시 6급 차석, 그 선배가 지사님, 오늘 밤 안에 결재를 하셔야 한다고 직언을 했단다. 그날 밤과 다음날 새벽까지 공관에서 밤을 새웠단다. 같이 근무한 선배의 자랑은 여러 번 반복됐다. 장마철에 재난이 발생하여 비상발령으로 이른 새벽에 4층 회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이재창 도지사가 재난상황을 지휘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간부들이 송구한 자세로 도지사께 인사를 드리면, 그 자리에서 그 간부에게 맞는 재난대비 대책을 지시했다. 부지런하고 열정 있는 도지사로 일하셨다. 도민을 만나는 행사장에서도 늘 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그 정성으로 이후 3선 국회의원으로 국정을 이끌었고 새마을중앙회장을 거쳐 이제는 경기도민회 회장으로 봉사하시는 이재창 도지사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천자춘추] 산후풍 예방과 치료

한의 치료가 양방치료보다 우월한 대표적 질환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산후풍이다. 서양의학에는 산후풍이라는 병명이 없다. 환자는 시리고 너무 불편한데, 병원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운 질병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처럼 산후풍이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계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것은 인종과 지리적인 특징의 영향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산후풍은 출산 후 온몸의 관절, 근육, 인대는 물론 땀구멍이 늘어나고 열려 이 기간에 찬바람이나 찬 기운에 노출되면,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으슬으슬 춥기도 하고 몸의 일부가 특별히 시리거나, 허리, 무릎, 발목, 손목 등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또한, 팔다리가 저리거나 어깨나 뒷목이 아프기도 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땀이 흐르면서 몸이 무기력해지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욕이 크게 저하되는 증세도 나타나게 된다. 출산 후에 시작된 이 산후풍 증상이 수년 이상 장기화되고 고질화돼 내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어머니 세대에서는 이렇게 산후풍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신 분들이 많았다.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단순히 출산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유산을 포함하여 임신을 경험한 여성이 추위를 타고 신체통을 호소하는 것을 통틀어서 산후풍으로 이해하고 치료한다. 산후풍은 불치의 병은 아니어서 침ㆍ뜸ㆍ추나요법ㆍ한약 등 한의약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는 있지만, 조기에 치료해야 시간과 비용을 덜 들이고 고생도 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최선의 방책은 산후 조리를 잘해서 산후풍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조리를 잘하려면 생활에서의 조리와 한약으로 하는 조리,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산후 6~8주간의 산욕기뿐만 아니라 100일이 될 때까지는 산후조리기간임을 명심하고 무리한 일을 피해야 한다. 산후조리한약은 산후풍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으로 중요하다. 출산 후 초기에는 생화탕, 궁귀탕, 등의 처방으로 어혈을 풀어주고, 산후 3주일 이후에는 보허탕, 팔진탕 등 산모의 관절 근육 인대의 수축을 촉진하는 처방으로 산후풍을 예방한다. 혹 이 과정을 소홀히 하여 산후풍이 이미 온 경우라면 전문 한의사는 그에 맞게 사물탕 생화탕 등의 처방에 시호, 계지, 강활, 독활, 우슬 등의 약재를 가미해 치료한다. 올해부터 경기도 거주 산모들의 출산 후 조리에는 경기지역화폐를, 유산 후 조리에는 국민행복카드 등을 지원받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한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여성이 우수한 한의약 치료를 통해 산후풍을 예방하고 치료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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