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통

경자년 새해를 맞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그간의 인연에 대하여 돌아보며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등 쉴 틈 없이 손전화를 들여다보며 그동안 함께 살아온 지인들의 소망이 현실로 이뤄지는 새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바쁜 현실에서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오늘도 SNS를 통한 문자의 홍수에 떠밀려 가는 중이다. 오래전 지면에서 읽은 기억인데 참새를 다른 지역에 옮겨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고 한다. 이유인즉 사투리를 잘못 알아들어 외로워서 그런단다. 사실이 그런지는 차치하고라도 소통의 방법은 말과 글이 주가 된다. 어린 시절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얘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격해진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의 옛 얘기는 권선징악의 테두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책 속 글자의 나열은 점차 현실의 나에게로 옮겨와 자라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책을 읽기보다는 사람을 읽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밤을 새워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이 점철되어 있다. 책이 주는 질서정연함보다 감정이 붙어 있는 소리에 내 마음도 덩달아 쿵쾅거리기 일쑤였다. 주저하기보다 덤벼들어 싸워낸 기록들이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오늘의 나는 스쳐간 이들의 삶의 기록들을 기억하는 물레방아이다. 물이 마르지 않는다면 멈추지 않을. 2002년 카자흐스탄에서 식량문제 해결의 고민을 안고 지내던 어느 날 어르신께서 다녀가셨다. 대평원에 농사의 계획을 늘어놓자 그분께서 한마디를 던지셨다. 아, 내가 십 년만 젊었더라면 도전했을 것인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 말끝에 마음속으로 대꾸를 했다. (십 년 후에 다시 오더라도 똑같은 말씀을 하실 거라고) 나이가 들면, 아니 젊을수록 책을 읽는 삶보다는 책을 쓰는 삶을 지향해볼 일이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준다. 다만, 주저하다가 시도하지 못하거나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 가다가 아니 가더라도 간만큼은 이익이 될 것을 나는 믿는다. 지금 우리는 누군가의 꿈이 이끌어온 장대한 역사를 살아간다. 가난에 지쳐 울기보다 스승으로 삼고 장애로 굽어진 팔 대신 뜨거운 가슴을 먼저 내밀어 세상과 조우하던 한 사내의 뜨거움이 말이 되고 글이 되어 세상을 동요케 한다. 불합리한 제도와 불평등과 씨름했던 기억은 공정한 세상을 각인케 하였으리라. 새해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의 갈등과 분열을 물리쳐 세대 간의 간극은 메워지고 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해소되며 남북은 화해와 통일의 길로 함께하길 바란다. 더 크고 넓은 대동세상, 평등세상을 우리 힘으로 꼭 만들어 내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유재석 경기도일자리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겨울과 겨울놀이의 실종

1931년 2월 1일 수원과 진위를 가로지르는 황구지천변에서 전국 얼레공대회가 열렸다. 한겨울 추위에 벌판에서 전국대회가 열린 것이다. 박승극, 남상환 등 수원과 평택의 수진농민조합 사람들이 주도한 것이다. 공치기, 장치기 등으로 불리던 얼레공놀이는 요즘의 필드하키와 같은 놀이였다. 넓은 마당이나 들판에서 양편으로 나눈 다음 120㎝가량의 나무채를 이용해서 나무를 둥글게 깎아 만든 공을 상대편 골문에 넣는 놀이다. 나무꾼은 지게 진 채로, 학생은 책보낀 채로, 소년은 호미든 채로, 그대로 나무막대 하나만 들고 뛰어오라라는 슬로건은 전국 대회조차 일상 속의 놀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자 했다. 이에 전국 32팀이 참여한 얼레공 대회는 수원군 양감면 두릉야학팀이 우승을 했다. 그렇게 집에서 가까운 하천이나 마을 논의 얼음판에서 팽이치기와 썰매 타던 아이들로 북적였던 시절, 모든 놀이도구는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재료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요즈음 화성행궁 광장과 동장대는 연날리기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연을 직접 만들어 날리지 않고 판매용 비늘 연을 날리는 모습은 사뭇 당황스럽다. 직접 만든 방패연과 가오리연이 아닌 거의 똑같은 제품의 연들은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닮았다. 설이 코앞이다. 농경을 주로 했던 전통시대 설날부터 대보름까지는 최대의 축제기간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윷놀이와 연날리기와 줄다리기로 겨울을 이기고 새봄을 맞는 설렘이었다. 윷이나 연과 줄다리기 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막대기와 종이와 대나무와 짚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놀이문화는 일상적 삶과 유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전통적이고 일상적인 놀이는 레저라는 이름으로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대규모의 투자로 만든 위락시설에서 값비싼 장비를 통한 고급한 취미생활로 바뀌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레저생활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이 되었다. 행궁광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만든 연들을 언손을 비비며 힘차게 날리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다.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

[천자춘추] 보행자·운전자가 소통하는 교통안전정책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최근 약 10년간 연평균 3.3%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2천30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인구 2.25명당 자동차 1대가 다니는 셈이다. 급속도로 증가한 자동차로 인해 도로의 정체, 주차공간 부족, 대기환경 오염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와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여야 하는 국가적인 현안사항으로 대두되었다. 2018년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3천781명 중 1천487명이 보행 중 사망했다. 전체 교통사고의 약 40%에 이르는 수치이다. 최근 5년간(2014~2018) 보행 사망자 중 횡단보도 내 사망자수는 21.7%에 달하고 있어 보행자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시급한 현실이다.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양보하는지 실험한 결과, 10명 중 1명의 운전자가 양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제한속도가 30㎞h인 도로에서는 20%의 운전자가 양보했으나, 50㎞h 도로에서는 2.5%만이 보행자에게 통행권을 양보했다. 높은 속도로 주행하다 보행자를 발견하고 정지하기는 그만큼 쉽지 않으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보행 중 교통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보행자에게 통행권을 우선으로 부여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2017년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안전속도 5030정책은 단순히 운전자의 과속을 제재하는 정책이 아니다. 운전자가 통행시간을 2분 만(서울 도심 16.7㎞를 60㎞h와 50㎞h 주행 실험결과) 양보하면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을 20%p 낮출 수 있어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접점을 찾아 안전하게 함께 가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이 외에도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주어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면 일시 정지해야 하는 관련 법 등의 개정이 예고된다. 여기에서 간과해서 안 될 부분은 무조건 운전자에게만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무신호 횡단보도 실험에서 의미 있는 실험결과로, 보행자가 횡단하겠다는 의지를 수신호로 표시했을 때에는 약 30%의 운전자가 양보한 것으로 나타나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적극적으로 본인의 횡단의지를 밝히고 운전자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로 위에서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일방적인 소통은 없다. 일방적인 소통은 결국 무관심과 충돌을 낳고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현안사항 들을 발생시킨다.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소통은 도로 위의 원활한 차량 흐름을 보장하고 안전한 보행환경을 가져다주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 운전자의 양보와 보행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교통사고 없는 교통문화를 기대해 본다. 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천자춘추] 확증편향을 넘어서

1982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브레이드 러너에서 주인공 데커드는 자신의 손으로 은퇴시켜야 할 리플리컨트(Replicant, 복제인간)와 사랑에 빠져 도망쳐버린다. SF 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복제인간과의 사랑도 파격적이지만, 일부 영화 팬이 주인공 데커드도 리플리컨트라고 주장해서 주목을 받았다. 2000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국의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주인공 데커드가 리플리컨트라고 발표했지만, 이후 데커드를 연기한 헤리슨 포드는 이를 부정했다고 한다. 2017년 후속작 브레이드 러너 2049에서 해리슨 포드가 노년의 데커드를 연기했지만, 아직도 논란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데커드에 대한 논란은 관객이 가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때문이다. 인간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촬영 장면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허점이 데커드를 인간으로 만들고 리플리컨트로 만든다. 어느 쪽이든 영화의 감동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관객들의 확증편향은 그 작품을 풍요롭게 만들고 고전의 반열에 올리고 후속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생 생활 속에서의 확증편향은 현상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왜곡할 가능성을 높인다. 대량살상 수학무기로 잘 알려진 캐시 오닐은 인종차별이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와 범죄율과 인종의 상관성과 같은 전혀 관련 없는 허위상관(spurious correlation)에 의해서 작동하고 제도적인 불공평 때문에 강화되며, 확증편향에 오염된다고 단언한다. 앞의 3가지는 그 불합리성을 논증하고 제거할 수 있으나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확증편향을 바로 잡기는 쉽지 않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랑을 전하는 방식도 변했다. 밤새 고민하며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연애편지는 사라지고 짧은 메시지와 동영상과 깜찍한 이모티콘이 사랑을 전하는 세상이지만 사랑의 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이전 시대에 경험했던 방식이 모두 옳다고 고집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안에 확증편향을 떨쳐버리려면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을 해야 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 모든 사람이 기계와 사랑을 나누리라 전망했다. 영화가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할지를 고민한다면 그 사랑의 무게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요

우리 선배들이나 내가 다녔던 학창시절이나 지금의 학생들 모두가 실력을 키우겠다고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다닌다. 학생 대부분이 그렇듯이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를 한다. 때론 잠자는 시간도 줄여 가면서 공부를 한다. 많이 배우고 더 좋은 학교를 졸업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상관관계가 일치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가장 큰 이유로 필자는 인성 교육의 일관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고 바람직한 인성을 갖도록 길러주기 위해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인성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을 아우르는 성품을 더 훌륭하게 함양시킨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만들 때 교과교육이나 창체 등에 인성교육을 포함해서 실시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일련의 계획적인 과정으로 자녀의 인성에 아주 영향력을 미쳐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부모님들 대다수가 자녀의 기를 살려야 하고, 칭찬을 많이 듣고 자라야 하고, 다른 사람한테 손해 보는 것은 절대로 안 되고, 양보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추구하도록 교육이 아닌 말! 말! 말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존경하는 말보다 무시하고 뒤에서 흉을 보는 모습들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 그런 자녀가 학교에 와서 착하고 정직하고 남에게 양보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협력하면서 잘 지내야 한다고 하는 교육과 일관성이 없는 상황에 놓인다. 어릴 때는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요! 조금 더 성장해서는 저 사람도 그랬어요! 등 아이에서부터 성인이 되어도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책임진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좋은 인성이 실력이 되어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좋은 직장에서 좋은 인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깨어 있는 CEO가 많아져서 훌륭한 부모 아래서 좋은 인성을 교육받는 사람들이 채용되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본다. 인간의 욕망은 자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커서 한없이 올라가기를 원하고, 자족할 줄도 모르니 행복하지도 않다.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자족할 줄 알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족은 최선을 다한 자에게 보상하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것이다. 자녀들에게 끝이 없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부모님들 때문에 훌륭한 부모님들이 가려지고 위축된다. 그런 사람들이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방관하는 사회 제도 또한 문제다. 우리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인성 교육을 하도록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세상이 아름답게만 비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눈에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이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2020년 한반도 전망과 대응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한반도 정세는 다사다난했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의 결렬로 교착 국면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등의 막말을 쏟아내고 금강산 시설물 철거를 요구했다. 또한,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등 13차례의 군사도발을 일으켰고,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한 연말 시한인 12월에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성능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을 감행했다. 미국도 북한의 대미 도발을 암시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맞서 한반도 상공에 유무인 정찰기 4대를 이례적으로 동시 출동시켰다. 북한의 잘못된 판단 우려에 대한 경고성 군사조치였다. 2020년 한반도 정세는 2019년 불안요인과 불확실성이 지속할 전망이다. 북한의 대미 연말 시한과 크리스마스 선물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기가 연기됐을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과 미 국방부는 김정은(1월8일) 혹은 김정일(2월16일), 김일성(4월15일)의 생일 즈음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북한이 이야기했던 새로운 길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지 관심이다. 올해 북한의 신년사는 김 위원장의 육성 대신 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로 대체한 듯하다. 지난 12월 2831일에 개최된 전원회의는 규모와 기간, 형식 등에서 파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내용도 2020년 한반도 정세 전망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원회의 주요 내용은 경제ㆍ핵 병진노선의 복귀 선언과 함께, 멀지 않아 북한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경고이다. 특히 김정은이 2012년 4월에 자신의 첫 대중연설에서 밝힌 인민들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전면 부정한 채,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자력 부강, 자력 번영하여. 모든 난관을 뚫고 나가자며 제재의 장기화에 대비한 투쟁구호를 제시했다. 이는 북핵 및 북미 협상에 대해 정면돌파하고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다. 살얼음판의 한반도 정세 전망은 남의 일이 아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우리에게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우회 주문한 것이다. 북핵 협상에 대한 북미 간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한 창의적 해법과 적극적실리적 외교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전 및 제재완화 주장에 대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Better than the Best) 방향으로 유도하여 합리적 접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길 선택과 지혜가 요구된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천자춘추] 꼰대 유감

라떼는 말이야~ 요즘 큰 인기를 끄는 광고 문구이다. 그렇다면, 이 문구는 커피 광고의 문구일까? 혹시 라떼라는 단어에 이끌려 커피 믹스의 광고나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소위 꼰대라고 불릴 확률이 상당히 높은 층에 속할지도 모른다. 이 표현은 나 때는 말이야와 같은 말투로 요즘 젊은이들을 타이르고 훈계하려는 기성세대들의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꼰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은어로 늙은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꼰대라는 표현을 곱씹어보면, 꼰대가 될 수밖에 없거나, 꼰대라고 느껴질 만한 기준점이 있다는 가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가정은 매우 당연하게도 꼰대가 아닌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평가되어 규정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가정의 대전제는 모든 기성세대는 꼰대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아니다. 고로 젊은 세대는 꼰대가 아니다와 같은 논리적 추론을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이 꼰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조차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자식을 책망하며 철 좀 들으라는 한 아버지의 탄식과 책망이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기억 속에는 젊은이들을 보며 늘 쯧쯧 혀끝을 차던 어르신들이 존재했다. 그렇다. 그 옛날부터 최근까지 젊은 세대는 늘 잔소리와 간섭을 받아야만 했던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요즘 젊은 놈들은. 하는 어르신들의 탄식이 더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꼰대와 라떼가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했다. 잔소리와 간섭을 받아야만 했던 존재들이 이제는 거꾸로 그래 왔던 기성세대를 타박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통해 누군가는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함이나 고지식함을 논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꼰대 아닌 자들의 커버린 영향력을 실감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꼰대, 빨갱이 타령, 고리타분함?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는가? 내 생각을 남에게 항변하거나, 항변하는 그 사람을 비난하고 규정하거나. 나도 그 사람도 모두 꼰대가 된다는 사실을.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는 이미 꼰대가 넘쳐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이 꼰대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대화 기피가 걱정된다. 그리고 이 쓸데없는 걱정을 보니 유감스럽게도 본인은 진짜 꼰대인 것 같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은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려고 해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불과 19년 전 인류는 새 천년을 맞이하며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와 함께 지구가 종말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호들갑을 떨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비상식량을 집안에 재 놓기도 했었다. 20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며 세상을 공유할 거란 생각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분실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두렵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디지털은 기술과 테크놀로지를 이미 뛰어넘어 동시대의 문화로서 우리와 전 세계를 실시간 연결하는 열린 플랫폼이 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원인 디지털 레볼루션(Digital Revolution)이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급속도로 변화시키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 세계가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의 폭발적 발전에서 비롯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고, 내용이든 형식이 사회적 환경과 무관한 예술은 없다. 예술은 그 무엇보다도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예술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계속 바뀌었다. 사진기의 발명과 영화매체의 등장으로 예술의 범위가 확장되었고 예술을 표현함에서 새로운 방식이 수행되기도 했다. 획기적 속도로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이 시대의 문화는 동시다발적이며 서로 융합하고 함께 생산되고 있다. 이제는 예술이라는 콘텐츠(Contents)와 기술이라는 콘텍스트(Context)의 성공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과 사회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여러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새로 만들어 감으로써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새해의 봄이 시작되는 3월 변화의 속도에 가속까지 붙은 역동적 세상에서, 우리가 함께 사는 조건과 방식을 진단해보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세상을 덮은 문화라는 거대한 거울을 깨뜨려 그 조각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생각의 경계선에 서서 사고의 확장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시각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함께 살 것인지에 대한 답들이 찾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천자춘추] 공정한 병무행정 정착돼야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돌아보면 한해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공정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공정을 27번이나 언급하고, 2020년 새해 연하카드에도 공정을 바탕으로 혁신과 포용, 평화의 열매를 맺겠다고 밝히며 다른 어느 가치보다 공정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이라는 단어가 비단 2019년부터 나타난 단어는 아니다. 2010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던진 후에 2011년에 공정사회 실천을 위한 5대 추진방향과 8대 중점과제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2019년 특히 공정이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기회의 문이 좁아진 현실에서 출발과정뿐만 아니라 경쟁과정에서도 나타난 불공정으로 얻어진 결과와 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가장 큰 이슈를 일으키고 국민을 분노케 했던 프로듀스 101 투표조작 사건이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이 사건은 공정한 시스템을 기본으로 나의 한 표가 작용해 누군가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대한 배신은 물론 사회전반의 제도에 대한 불신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하다. 병역이행 역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매우 민감한 주제이기에 공정성이 그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공정한 병역이행이란 개인의 신체상태 등에 적합한 형태로 누구나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민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안보 확립의 기틀이며 국가 존립을 이루는 근간이기 때문에, 병역이행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부과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만이 국가를 안정되게 하고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13일 병무청장으로 취임한 모종화 청장이 취임사에서 첫 번째로 주문한 공정한 병무행정의 정착은 공정성에 핵심가치로 둔 병무청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일 것이다. 병무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밀하고 과학적인 병역판정검사로 병역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반칙과 특권 없이 법과 절차에 따라 누구나 평등하게 병역의무를 부과하여야 하며, 병역을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2020년 김난도 교수가 꼽은 10대 트렌드 중 업글인간이 있다. 여기서 업글은 업그레이드의 준말로 업글인간은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를 표현하고 있다. 병무청 역시 공정한 병무행정의 정착을 바탕으로 국민신뢰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2019년보다 더 성장한 2020년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 김용무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경기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2019년 기해년이 저물어가고, 2020년 경자년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기해년은 한국과 경기도의 콘텐츠산업에서 굉장히 다사다난한 한해임과 동시에, 앞으로 10년의 희망을 함께 보여줬다. 2019년 국내에서 창작된 콘텐츠는 장르와 국가의 벽을 넘어서 새로운 콘텐츠로, 그리고 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소설에서 게임으로, 웹툰에서 영화로 제작되며 이야기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에 확산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BTS가 해외 음악 어워드에서 시상하는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대중문화로써 경쟁력을 입증한 한해이기도 했다. 그 확장의 방식 또한 다양했다. 비단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으로도 수출되어,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 등 유명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하며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논란과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코드 등재는 사회 각층에서 그 도입 여부에 대해 격렬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상 크리에이터의 폭발적인 사회적 관심과 성장 이면에는 인문학의 근간인 출판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하지만, 콘텐츠는 2019년에도,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에도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우리가 예상하는, 그리고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4차산업 핵심 기술과 융합하는 혁신산업으로써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인공지능은 온라인 플랫폼의 고객 맞춤형 콘텐츠 추천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5G 등 실시간 데이터 처리기술은 실감콘텐츠와 융합하여 미래 삶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도 경기도가 격렬하게 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글로벌 콘텐츠의 화수분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콘텐츠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홍콩국제라이선싱쇼 등 다양한 해외 전시회에 참가를 지원하여 수출계약을 이끌어 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경기도의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1인 크리에이터를 육성했으며, VR과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0만 명 이상의 도민이 관람한 경기도 종합게임쇼 플레이엑스포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진흥원이 경기도 5개 지역에 운영 중인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는 오늘도 경기도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다양한 창작자들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0년부터는 경기도 광명에서도 경기문화창조허브가 문을 열고, 새로운 창작자들의 패기 있는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기해년을 마무리하며 10년 후에는 경기도 콘텐츠가 어떻게 성장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김경표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차기 한국체육학회장에게 바란다

1953년 창립된 한국체육학회는 평생회원과 정회원만 2천500명에 이르고 분과 학회가 16개나 되는 국내의 대표적인 체육계의 최고ㆍ최대의 학술단체이다. 지난 19일 한국체육학회는 제27대 학회장 선거를 평생회원과 3년간 정회원 자격을 유지한 유권자의 직접투표로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경희대학교 김도균 교수를 차기 학회장으로 선출해 한 달간의 선거기간을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에서 무사히 마쳤다. 1년 뒤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학회장에게 학회 평생회원으로서 몇 가지 바램을 아래와 같이 드린다. 한국체육학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체육계의 대표적 학회이나,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고 개선해야 할 현안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순수 학술단체로서의 재정부분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이전의 한국체육학회의 재정은 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학술대회와 학회지 발간 등의 학회 업무를 수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천수답(天水畓) 경영으로 재정확보 부문에서 그 한계성이 역력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회에서 독립적인 재정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역할의 중심에는 학회장의 새로운 형태의 경영 행보가 실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대안으로 첫째 공익적 수익사업으로 재정확보가 필요하다. 즉, 학회가 필요한 부분에 지원을 받는 것과 별도로 공적인 수익사업을 하여 재정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평생회원과 정회원의 등록을 유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다. 대한민국 체육계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이나, 약 20년 전의 평생회원과 정회원수가 현재에도 대동소이하게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내년부터 당장 평생회비의 문턱을 낮추고, 각 대학의 대학원, 특수대학원, 전문대학원과 연계해 정회원 증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유명무실한 지부학회의 부활 시도다. 현재 경기도 외에 6개의 지부학회를 두고 있으나, 지부학회가 유명무실화 된 지가 약 10년은 족히 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부학회의 부활로 중앙과 지부의 균형적 발전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체육학회는 한국체육계의 대표적 리더격인 학술단체로서 지난 약 66년간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헤치고 한국체육계에 헌신과 이바지를 했다. 앞으로도 한국체육학회는 한국체육의 가장 근본(根本)이 되는 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이 할 것이라고 판단되며, 그 중심에는 수장으로서 학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앉아있는 학회장보다는 직접 발로 뛰어 학회 재정확보와 현실적 발전을 위해 대안적 행보로 실천하고 그 성과를 실현하는 학회장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태형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아시아 HD산업의 허브 GWDC

한국경제가 2%대 저성장의 늪 속으로 빠질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잠재력이 큰 신성장 동력 산업을 발굴ㆍ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가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 온 GWDC(구리월드디자인시티)조성 사업은 HD산업을 한국에 유치해 한국이 아시아의 디자인 허브 국가로 부상한다는 야심 찬 목표하에 지난 2015년 국토부에서 사업부지에 대한 조건부 그린벨트 해제 의결을 마치고 행안부의 투자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필자인 당시 민주당 소속 구리시장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시장직에서 도중하차, 현재까지 4년 동안 멈춰 있다. 최근 GWDC 사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HD산업이 높은 고용창출을 동반하는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디어 그룹 Nielsen의 타당성 보고서(Feasibility Study)에 의하면, 전 세계 HD산업의 70%가 일어나는 아시아 지역에서 연간 3천억 달러(약 360조 원)의 엄청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연간 1천500달러 정도)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HD산업은 호텔ㆍ레스토랑ㆍ리조트ㆍ크루즈선 등 고급 건축물의 모든 건축 및 인테리어 내장재 등을 디자이너가 선택한 사양서(Spec Book)에 따라 고유의 디자인으로 제작ㆍ생산 전시ㆍ판매 유통한다. MICE 산업과 융복합 되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GWDC 사업의 핵심적 구성 요소는 아시아 전체를 커버하는 디자인센터에 미국의 건축ㆍ디자인 관련 기업들 2천여 개 브랜드가 입주하며, 컨벤션 센터에서 연간 24회 이상의 국제적인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엑스포가 열려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외국 비즈니스맨들의 방문으로 디자인ㆍ서비스 산업 분야 양질의 일자리 7만 6천 개를 창출하는 것이다. 호텔(3개), 관광 등 서비스 산업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2천여 개 미국계 기업 임직원 등 최소 3천 세대 이상의 미국 시민권자(국민)들이 워커힐 인접 한강변에 집단 거주하면서 미국 학생들을 위한 초ㆍ중ㆍ고등학교, 즉 국제학교가 유치되는 등, 아시아 최초의 아메리카 타운 또는 Little America가 서울 한강변에 들어서 21세기 한미동맹의 대표적 상징성을 갖게 되고, 경제ㆍ외교 안보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기초단체가 추진하기에는 규모나 내용 면에서 너무 심오하다. 이제부터라도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영순 前 구리시장

[천자춘추] 수소경제 추진만이 살길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온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의 기후와 기상이 이렇게 재앙 수준으로 변화된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전 세계는 산업혁명 이후 탄소 경제를 구축해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파리협정에 가입한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온실가스배출량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온실가스배출의 주범인 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탄소경제하에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기후이상 재앙과 위험을 막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루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은 수소경제가 될 수 있다. 수소경제는 탄소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국가 경제, 사회 전반, 국민 생활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해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원의 원천이 되는 경제를 말한다. 지난 1월 17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로드맵 발표를 통해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의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수소를 통한 에너지원의 다변화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보완과 에너지 전환의 이행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기후변화 대응과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필자는 올 초 경기도 수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ㆍ제정한 이후 수소 전기차를 직접 구매ㆍ사용하고 있다. 도 차원의 선제적인 수소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전담반 구성과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수소경제를 이끄는 민관단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 뒤늦게 가입했지만, 수소 경제의 모든 기술력을 집약할 가능성의 장소이기도 하다. 수소 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연방정부와 함께 민관파트너십을 결성해 수소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수소충전소 1천 개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도 캘리포니아처럼 수소경제 정책지원을 구축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함께할 필요가 있다. 수소경제는 경제ㆍ산업적 파급 효과가 큰 미래 성장 동력이다. 수소 전기차는 전기를 생산하고, 깨끗한 수증기와 산소를 배출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자동차 보유율이 높은 경기도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면 효과성은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보다 추진력 있게 수소 자동차의 보급 확대를 이뤄 나가고 전지의 기술융합을 통한 스마트도시, 스마트 팜, 도시재생, 아파트 분산전원 등에도 수소경제를 점차 이뤄나간다면 경기도가 대한민국 비탄소 경제 중심, 수소 경제의 메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태형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다문화가정폭력 이대로 괜찮은가?

지난 7월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이 어린 아들 옆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졌다. 지난달 16일엔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베트남인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5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평소 언어 소통이 잘 안 됐고, 경제적 문제로 최근 부부 간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문화가정 폭력 사건이 이어지자 이주 여성의 안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문화가정 폭력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문화가정이 매년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다문화가정 폭력 건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결혼 이주민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 중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무려 절반에 가까운 42%가 발생했으며,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심한 욕설, 폭력위협, 한국식 생활방식의 강요 등의 학대를 당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결혼 당시 아무것도 모른 체 한국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문제로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폭행을 당한다 해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기 쉽지 않다. 가정폭력 사건 발생 시 가정폭력 피해자를 인계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부족 등의 이유로 다문화 가정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상습적인 폭행과 제2차 피해에 놓여 있게 된다. 다문화가정 내의 가정폭력의 우려가 심각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정폭력을 외국인이라는 이유와 사회적 편견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또한, 남편이 마음먹으면 결혼 이주 여성을 한국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제도 탓에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어렵기도 하다. 결혼 이주 여성은 결혼 비자로 입국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최소 2년을 채워야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때까지 체류하려면 한국인 남편이 신원보증서를 써 줘야 하며 남편이 이를 거부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다문화가정의 폭력문제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커다란 과제이다. 정부는 거시적 관점에서 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공존할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이주 여성의 인권 보호와 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가정 내 문제와 인권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승화돼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지금의 그들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어왔으며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외국에 나가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이미 잊어버리고 마치 남의 일인 것 마냥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재헌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사무총장

[천자춘추] 학생인권과 교권 사이 올바른 예절 교육

김기남 여보세요. 택진이 형, 밤 샜어요?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 최근 어느 한 게임업체 광고에 나온 대화 내용이다. 초등학생으로 들리는 목소리의 고객이 기업의 CEO를 형이라고 친숙하게 부르며 질문하는 광고를 보고, 교단에 있는 교사로서 초등학생 고객이 상대를 부르는 호칭에 새삼 놀랐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샘이라고 부른다.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는 게 버릇없다고 배우며 한 자 한 자 떼어 부르며 자란 나로서는 선생님 성(姓)을 빼고 이름에 샘을 붙이는 호칭이 생소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젊은 선생님들은 친근해서 이 호칭을 좋아하고 현재 학교에서는 보편화된 호칭이 됐다. 사장님에서 형으로, 선생님에서 샘으로의 호칭 변화를 회사나 학교 구성원 간의 관계가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점차 수평적 관계로 바뀌는 변화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흔히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예절을 식사자리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 가정의 식사 풍경을 살펴보면 식구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시간도 없고, 먹더라도 휴대전화 보느라 대화도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나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활 전체에 깊게 배어 있었으나, 점차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이었던 어른 공경 문화가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독일은 부모님의 이름을 부른다. 그렇다고 그 나라의 문화에서는 이것이 부모를 무시하는 일이 아니며 미국은 부모나 연장자를 유(you)라고 호칭하지만, 예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예절은 각 나라의 문화나 가치관에 달라지는 것으로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어서 우리가 학교에서 강조하는 예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고,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예절 교육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수직적 예절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합당할까? 요즘 학생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강요당하고, 의견을 내지 못하게 무시당하는 것을 거부하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기에 이러한 일방적인 강요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아니다. 또한, 교사들도 학생들을 무조건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하고, 현재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존중받기만을 바라다보니, 학교는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갈등을 빚고, 몸살을 앓는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의 수직적 관계에서 예의를 따지는 것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예의를 가르쳐야 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학교는 소통과 공감의 문화 형성, 존중의 대화법 연수 등을 통해 지금의 갈등을 극복하고 교사와 학생 간에 진정성 있는 배려와 존중이 중요시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기남 수원 삼일상업고등학교 교감

[천자춘추] ‘82년생 김지영’과 ‘워라밸’

82년생 김지영은 그 시절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곧 우리의 딸들이 맞닥뜨릴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세상은 여성들의 삶인 듯하다. 특히 직업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기혼여성에게는 더 엄혹하다. 한국사회처럼 모성이 신성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직업이 있는 기혼여성은 슈퍼우먼 신드롬을 숙명처럼 안고 산다. 남성들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성장주도적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아이 커가는 즐거움은 뒤로 한 채 부양의 책임을 온전히 짊어졌다. 김지영의 남편 대현 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은 개인차원을 넘어서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우리가 인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OECD 주요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살펴보면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천363시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적고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프랑스 순이다. 39개국 기준으로 중위권인 미국이 평균 1천763시간에 근접한 1천783시간이다. 한국은 2천69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와 함께 하위 3개국에 속한다. 빛나는 경제성장으로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경제의 신화는 국민의 땀과 시간을 먹고 자란 것임은 보여준다. 이제야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상황에도 갑론을박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도적 정착이 이루어진다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편,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여성의 노동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노동현장에서 유리천장과 유리벽의 성차는 여전히 공고해 여성은 남성보다 34%의 임금차별을 겪는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의 5배에 육박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90%는 출산과 육아, 가사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한번 경력단절이 되어 인적자본가치가 하락하면 그 이전의 커리어 트랙(career track)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저임금 군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처럼 가사노동의 여성화는 사회노동에서 여성을 주변화하는 기제로 작동해 빈곤의 여성화로 이어지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된다면 영화 속 지영과 대현의 모습은 사뭇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겠다. 제시간에 퇴근해 한 사람은 아이를 픽업하고 한 사람은 저녁준비를 하고 함께 아이를 돌보고 가사일을 나누어 하는 일상을 그려본다. 우리의 딸과 아들은 영화 속 이야기보다는 좀 더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라면서.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천자춘추] 진화 거듭하는 행궁동 벽화마을

수원화성 안마을 행궁동의 12개 법정동 중 북수동은 상업지역이면서도 주택이 밀집해 있고 골목이 많아 상권형성이 안 되고 낙후된 곳이다. 쓰레기 투기, 좀도둑, 바바리맨 출몰 등 사건ㆍ사고가 줄을 이었다. 이렇게 방치된 골목에 살던 한 부부는 자신의 집을 고쳐 비영리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을 열었다. 실험적인 청년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하는 거점이자 쇠락하는 마을을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걸맞은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고자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보상만 기다리며 노인들이 살던 쇠락한 골목에 청년작가들이 드나들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안공간 눈에서는 예술가들의 전시활동뿐 아니라 골목의 오래된 역사를 드러내고 사람의 가치를 찾고자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기획하였다. 이때 참여했던 브라질 작가 라켈은 행궁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마존 강 유역의 신화이야기와 접목해 낡은 담장에 벽화로 표현했다. 이것이 행궁동벽화마을 조성의 시작이 됐다. 벽화를 보고자 사람들이 찾자 담배꽁초도 줄고 좀도둑도 사라져 안전한 마을이 되었다. 마을기업 행궁솜씨를 창업해 작가들을 매칭하며 어르신들의 솜씨를 발굴해 전시도 하고 예술상품도 만들었다. 경로당이 커뮤니티 공간이 되고 생활예술창작 공간도 되었다. 인근 학교와 손잡고 학생, 교사, 학부형, 예술가, 어르신들이 어울려 들썩들썩 골목 난장 골목축제도 이어갔다. 마을공동체가 복원되고 이사 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싶어 했다. 수원화성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골목 안으로 들어왔고 머물렀다. 대안공간 눈은 제6회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민주도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성공사례지로 알려져 전국의 지자체에서 탐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개발업자가 골목 안에 5층 빌라 허가를 구청에서 받으며 골목은 술렁였다. 그동안 어렵게 보존된 골목이 빌라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성사업소에서 문화시설로 지정했고 재산권 피해에 항의하고자 몇몇 주민이 벽화에 붉은 칠을 했다. 순식간에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골목은 다시 흉흉해져 사람들의 발길은 끊겼다.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들었던 골목 문화를 한순간에 망가트린 사태를 보며 많은 사람은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대안공간 눈에서는 다시 주민, 작가들과 함께 골목벽화를 복원하였고, 마을기업행궁솜씨를 중심으로 행안부 마을공방육성 공모사업에 빈집 4채를 달달한생활공방으로 재생하는 사업을 응모해 선정되었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행궁동벽화마을은 민관이 협력해 골목, 문화, 예술,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윤숙 조각가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

[천자춘추] 비나이다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쯤이면 많은 사람이 한해를 돌아보고 성찰을 하면서 숙연해진다. 많은 이들이 한해를 돌아보면서 또한 새해를 기다리며 가장 관심을 갖는 일이 무엇일까? 비나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새벽에 정화수 한잔을 떠 놓고 기도하던 그 말 한마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우리 자식 잘되게 해 주세요. 오직 자식 잘되게 해 달라던 그 기도, 비나이다를 떠올린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비나이다 넉 자에는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축복의 기도이기도 하다. 비나이다를 한상렬님은 이렇게 해석했다. 비:비움나:나눔이:이음다:다함. 그렇다. 가만히 보니 우리 어머님들이 드렸던 이 기도는 단지 기복으로 복만을 빌었던 기도가 아니었다. 이 기도문 속에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를 돌아보며 혼자의 삶이 아니라 서로 관계 속에서 소통하며 사는 삶의 철학이 모두 녹아 있는 기도문이다.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비웠는가? 우리는 비우지 못하고 온갖 욕심과 욕망 속에 채우려고만 했다. 그저 내 것만을 가지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남의 것도 욕심내며 소유하려고 했다. 오직 나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 했던 나를 성찰하며 기도한다. 비나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가볍게 비우는 삶이 되게 하소서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나누었는가를 돌아본다. 나누기보다는 움켜쥐려고 했던 나를 돌아본다. 이웃의 아픔에 눈 감고 움켜쥐려고만 했던 나를 돌아본다. 나누어야 풍성해진다. 나누어야 평화가 오고, 나누어야 행복이 온다. 비나이다. 나누며 살게 하옵소서.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관계와 관계를 이으면서 소통했는가를 돌아본다. 늘 내 기준으로만 남을 바라보면서 나를 돌아보기보다는 남을 탓하고 나 중심으로만 살아왔던 나를 돌아본다. 비나이다. 서로 관계를 소통하며 통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비나이다. 나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를 돌아본다. 나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서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온 정성을 쏟았지만 고통당하는 우리 이웃들을 외면하며 살아왔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데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웃의 아픔에는 눈감고 살아왔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비나이다. 이런 나를 용서하소서. 이제 12월 새해가 얼마 남지 않는 이 시간에 우리가 해야 할 기도이다. 우리는 내 안의 온갖 욕망과 집착의 거짓 자아인 에고의 욕심의 언저리에 서성이지 말고 아쉽지만, 한해를 기쁨으로 보내드린다. 그리고 오늘도 비나이다를 되뇌이며 내 삶이 새로워지며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천자춘추] 연탄에 담긴 사랑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한 2019년도 이제 보름 남짓 남았다. 12월이 되면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 주위를 돌아보고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거나 추운 겨울을 힘겹게 보내야 하는 이웃을 위한 기부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다양한 나눔과 기부활동을 한다. 대표적으로 쌀과 김장김치 등을 어려운 이웃에게 배부하고 연탄 배달 등의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추억의 시간에서나 찾을 수 있는 연탄을 아직도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난방의 도구로 사용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 난방시설별 가구 통계에 의하면(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2015 ) 전국의 난방 시설별 가구는 1천911만1천731가구인데 이 가운데 연탄보일러는 16만45가구이고, 연탄아궁이는 1만3천987가구였다. 둘을 합친 연탄 연료를 사용하는 가구는 17만4천32가구다. 연탄아궁이에는 2장의 연탄이 들어가고 12시간마다 갈아주어야 하므로 한 달에 사용하는 연탄은 60장이고 1장당 800원 정도하는 연탄을 사는 가격이 한 달에 최소 4만8천원이 소요된다. 연탄보일러나 연탄아궁이를 사용하는 가구 대부분은 고지대에 사는 노인이나 쪽방촌에 사는 1인 가구도 많아서 연탄을 구입하는 비용도 꽤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단체나 기관에서 겨울이 시작되면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실제로 연탄은 여름에 배달해서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바짝 말려서 사용해야 에너지 효율이 더 높다. 연탄 배달 봉사는 주로 겨울을 시작하는 시기에 주로 이루어진다. 연탄은 다른 난방 연료보다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연탄은 1장에 3.5㎏로 가볍지 않은 무게이다. 연탄불을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시간을 맞춰 연탄을 갈아 주어야 하며 연탄을 갈기도 쉽지 않다. 타서 하얗게 변한 연탄을 버리는 일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연탄아궁이나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은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도배, 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거나 전기, 가스, 화재의 위험에 노출된 사항도 잘 점검해 실질적으로 주거안전을 도울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사용하기에 비교적 간편한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로 교체해 주는 사업도 고려해 봄 직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나누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지내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추위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웃이 있는지 돌아보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영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천자춘추] 중립과 혁신

우리 헌법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되길 바라며,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이 직업공무원제이고 이와 더불어서 정치적 중립까지 보장하고 있다. 이는 정치과정적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이 안전장치가 정치권력 독점의 시대에서 권력의 시녀가 되어 민주성과 국민 그리고 공익을 져버리는 과오를 남발하기도 했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실천조직인 관료제가 독재정권의 도구가 되어 민주주의를 갉아먹었던 과거들을 경험해 왔다. 정부관료제가 오로지 최고 권력자만 바라보며, 민주성보다는 관료적 효율성만을 추구했던 사실들을 기억하고 있다. 대화하는 상호작용의 길은 차단되었고 빈약했다. 이것이 마치 정치적 중립처럼 보였다. 항구적 독재정권 아래에서 공무원들은 다른 정치권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독재를 위한 역설적 정치적 중립이 탄탄했던 것이다. 그러나 독재의 시대가 지나고 정당정치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전략적 관료의 시대가 찾아왔다. 국민을 위한 성공적인 정치과정에서 행정은 정치와 상호작용하게 되고,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행정 엘리트들이 정책과정에서 정치화되기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전략적 엘리트들이 되기도 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를 활용하며 자기이익 극대화에 매몰되어 전략적으로 변절하게 되면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을 집단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중립이라는 당위를 오용해 전략적 회색분자가 되어 간 것이다. 이때, 중립이라는 모호한 순수성은 은폐적으로 타락하게 되어 선출된 당파들보다 탐욕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국민의 선택으로 권력을 획득하는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종신적으로 국민 생활 전반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혁신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항상 뒤쫓아 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담론이 비판적 이슈로 우리에게 다가와 혁신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적 정치과정과 합의적 정책과정의 발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의 재정비 과정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로 운명적 선택을 받지만, 종신에 준하는 권력들은 드러나지 않게 권력적이어서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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