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본다

아무래도 올 연말쯤에 우리나라에 대공황이 올 것 같아.(친구) 웅?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우리 경제가 멀쩡하잖아.(나) 아냐 그렇지 않아. 아주 심각한 상황이야.)(친구)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 경제가 파탄이 났던 그해 봄 무렵이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에서 말단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그 친구는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예상하면서 낙담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그 해에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과 이회창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나라 경제의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누구도 이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내부 경고음을 발신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달 후에 기억하기도 끔찍한 경제폭탄은 터졌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게 있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정 기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나타나는데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삼백 번의 작은 징후들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를 무심코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관리자들은 늘 예민해야 하며 매사에 긴장하면서 사안을 지켜봐야 한다. 막상 일이 터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이 점에서 사전 예방이야말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대응책인 셈이다. 우리 한국적 정서에서는 멋진 지도자의 덕목으로서 통 크게 놀아야 한다든지 아랫사람에게 호방하게 대해야 한다는 등을 손꼽는다. 이른바 동양적 대인배론(大人輩論)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실무에 약하고 현장에 무관심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떠맡기는 스타일이며 거대 담론을 논하는데 능하고 현란한 구호로써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익숙하기 마련이다. 꼼꼼한 것을 쩨쩨한 것으로 치부한다. 아무래도 현재 문재인 정부 핵심세력들이 이런 대장부 정치를 하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된다. 촘촘하거나 치밀하지 않고 어딘가 좀 엉성하고 구멍이 듬성듬성 뚫려 있는 느낌이다. 요즘 경제를 비롯하여 외교안보 분야 등 사회 곳곳에서 톱니바퀴가 서로 어긋나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짜임새가 없다. 하인리히 법칙에서 300번의 징후와 전조들을 넘어서 30번의 경고음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바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다가올 위기 상황에 대처할 비상계획을 치밀하게 마련하여 국민에게 제시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 정권을 믿고 지지하게 된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홈트레이닝 안전한가?

요즘 가정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운동이라는 것은 다 함께 스포츠 종목 운동을 즐기거나 야외에서 줄넘기하는 모습이 주였다면, 현재는 가정에서도 운동하는 문화가 형성돼 기쁘지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가정에서 하는 홈트레이닝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에서는 의구점이 든다. 우선 운동함에 있어 기본적인 근골격계의 상태, 개인적 체력, 체형에 대한 차이 등 다양한 잠재적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그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운동을 한다면, 건강을 위한 운동이 득이 아닌 실로 작용할 수 있다. 홈트레이닝의 기구 관리가 미흡한 부분도 있다. 기업체에서도 홈트레이닝 기구 개발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다. 그러나 홈트레이닝의 효과와 공간 효율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기구의 견고성 및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구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홈트레이닝으로 발생하는 사고 증가도 우려된다. 요즘 많은 사람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운동 접근성이 높지만, 전문가의 과학적인 방법과 견해보다는 동영상 자체에 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전달 방식에 더 큰 인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과학적인 운동 방법과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홈트레이닝에 대한 무한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문제 될 수 있다. 과도한 정보는 운동하는 사람에게 정보의 혼란을 줄 수 있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기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운동 전문가의 개인적 경험을 통한 운동방법 제시는 신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검증된 운동전문가의 도움이 중요하다. 물론 운동을 안 해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운동을 꾸준히 지속할 때 개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이 신체를 괴롭히고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 운동자세와 방법을 제시해주고 도와주는 동영상, 앱,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운동 도구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자 하는 많은 현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개인의 신체 건강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있을시, 전문가의 손길을 통한 안정성을 확보해 주는 적절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또한, 장비의 안전 인증도 필요하다. 시대가 발전해 다양한 운동의 효과를 기대하는 요소들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운동이란 마부작침(磨斧作針)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안을섭 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과 교수

[천자춘추] 남한산성의 선택, 좋은 전쟁과 나쁜 평화

때는 약 380여 년 전. 외교술에 능했지만, 광해군은 폭정으로 물러났다.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명분에 집착하여 친명배금(청) 외교 정책을 취한다. 그 결과, 1627년 정묘호란과 1636년 병자호란을 초래하고 말았다. 불과 한 세대 전에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으로 임란의 교훈을 남겼으나 무색했다. 적의 기동마저 살피지 못한 정보로, 인조는 미처 강화도로 가지 못하고 남한산성 행궁으로 피신했다. 변변한 대비책 하나 없었으니 항전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항복했다. 당시 명분을 내세운 항전파와 실리를 앞세운 화친파의 쟁론은 지금까지도 논쟁거리다. 대표 주자는 김상헌과 최명길이다. 훗날, 이 둘이 청의 감옥에서 주고받은 시가 있다. 서로 나라를 위했음을 인정한 듯한 화해의 시담이다. 이태 전에 김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도 주목을 받았다. 김상헌: 양대의 우정을 찾고(從兩世好), 백 년의 의심을 풀었소(頓釋百年疑). 최명길: 그대 마음 돌 같아 끝내 돌리기 어려웠고(君心如石終難轉), 나의 도는 둥근 꼬리 같아 때에 따라 돌았을 뿐이었소(吾道如環信所隨). 영의정 이경여는 擎天大節濟時功-하늘을 떠받드는 큰 절개요(김상현), 한때를 건져낸 큰 공적일세(최명길)라고 지천유사에서 다소 정치적 평가를 했다. 또 택당(澤堂) 이식(李植) 같은 이는 뼈있는 평을 하기도 했다. 청음(淸陰, 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나와 바로 고향으로 돌아간 것은 비록 지조가 높다 하나, 이 또한 완성군(完城君, 최명길)이 열어놓은 남한산성의 문으로 나왔다. 둘 중 누가 옳았을까? 둘 다 아니다. 국난을 당하여 두 가지 정책 중 오직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역사는 이미 어리석고 실패한 역사다. 안일과 무능의 끝점에 이른 자업자득의 결과로 죽음이 예고된, 닫는 성문과 치욕이 예정된, 여는 성문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든 이미 불행이다. 최선도 최고도 될 수 없는 갑론을박에 불과하다는 거다. 명분 좋은 전쟁이나 파국을 막는 나쁜 평화는 결코 선택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그 선택이 오기 전에 늘 방비하라는 것이 누대의 교훈 아니었던가? 이 시대도 북핵 동란, 사드 호란, 독도 왜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이미 불씨는 상존하고 있는데 말이다. 남한산성의 바람은 아직도 치열하고도 매섭다. 유사시 국토 전체가 남한산성일 수밖에 없다. 산성을 떠나면서 아린 옛 역사를 애써 지워본다. 그런데 스치고 지나는 텍스트 하나, 3년 전 가을,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글을 남겼다.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고. 아! 가장 나쁜 평화라 하필. 이만식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장시인

[천자춘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구를 방문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위험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 점검을 갔다가 감금 및 추행을 당하는 등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2013년 수도검침원으로 일하던 여성이 검침하러 갔다가 살해당한 사건도 떠올랐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노동자이다. 가구를 방문하는 일의 특성상 남성에게 문을 열어 주기를 꺼리는 등의 이유로 고객이 여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가스, 수도, 전기 등의 검침원, 정수기 등 생활용품 업체 직원과 같은 직종이 해당한다. 이로 인해 불특정 가구 다수를 방문해서 일하는 여성들이 증가해 왔다. 그러나 여성 방문노동자는 혼자서 낯선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노동형태 덕분에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의지를 가졌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특정 가구 다수를 방문해서 일하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 방문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따라서 가구방문 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부와 사업주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책무를 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1982년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5천767천 명이었다. 2018년 현재는 1만1천893천 명으로 1982년에 비해 여성경제활동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탓에 과거에 비해 여성들이 다양한 직종에 진출해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성별직종분리가 작동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남성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안전문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성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직종의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등에 비해 서비스업 노동자가 경험하는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모든 노동자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일이 노동자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때 직종의 특성, 성별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가 경기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2018년 3월)하는 등 노동자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향후 경기도의 노동자 안전정책이 성 인지적 관점에서 추진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성장통

유재석 겨울을 재촉하는 첫눈이 내리는 이맘때 고향집 언덕에 푸른 청대 숲이 그립다. 낮이면 햇살을 잘게 부수어 숲 안마다 보석처럼 박고서 작은 동박새 이별이 아파서 서걱서걱 낮은 울음을 삼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람이 전하는 말 듣고자 이리저리 긴 몸을 뉘이며 애타던 대숲에도 하얀 겨울이 앉았을까? 문풍지 울리는 바람 따라 기억은 긴 시간의 터널을 거슬러 간다. 세상엔 수천 종의 나무가 있을 텐데 유독 대나무는 우리네 정서와 궤를 같이하는 겨레목이 아닐까. 왜적과의 전장에서 활이 되어 지키는 나무였고 동학혁명의 농민군에겐 죽창으로 변신해 목숨보다 굳은 의지를 이어주었다. 어디 그뿐이랴. 빨랫줄을 지탱하거나 붉은 홍시를 따던 것도 대나무였으며 화첩으로 옮겨지면 충절과 기상을 뽐내는 것도 대나무였다. 대나무는 아마도 두께보다 키가 제일 큰 나무일 것이다. 과연 그리 높이 자라는 연유는 무엇일까? 하도 궁금해서 대숲에 서서 물었던 기억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곧은 이유가 아닐까. 대부분 나무들은 불규칙하게 형상을 하지만 대나무는 모두 하나인 듯 쭉쭉 뻗은 모양새가 닮았다. 고로 창공의 한점을 찍어내듯 지향점이 뚜렷하여 삐뚤어 지지 않고 자람이 그리 높이 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인간사에서도 어딘가에 도달하려는 목적성을 뚜렷이 정하고 살아내는 자의 나중이 웅대하지 않은가. 둘째는 속이 텅 빈 이유다. 속을 깨끗이 비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미리 알아 쉼 없이 흔들리는 공명의 도를 깨우쳤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열고 들어주는 공감력이 인간의 성장에도 소중하다. 사람도 자신을 비우듯 열고 타인의 얘기에 공감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은가. 셋째는 짧은 마디다. 마디가 많아서 키가 크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역설이다. 대나무는 한 뼘이 클 때마다 마디를 짓는 성장통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아픔을 견디지 못하거나 두려워 마디를 짓지 않았다면 제일 큰 나무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갖은 시련을 만나게 되고 그것은 더 큰 시련을 이겨내는 동력이 되곤 한다. 마디에 마디를 짓는 것처럼 포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은 성공으로 가는 성장통에 불과한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무수한 사람은 어떤가? 갖가지 형상의 나무를 닮았지는 않은가. 고로 나는 어떤 나무를 담아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만고풍상이 끊이지 않는 저 숲에서 각자의 모습을 택하여 존재하는 나무에 묻고 스스로 답을 해본다. 궁핍과 더불어 육신의 고난에도 좌절과 포기를 넘어 더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해 내는 지도자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대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는 사회가 된다면 지금 건너는 작은 성장통은 기꺼이 선택해도 될 것이다. 유재석 경기도일자리재단 상임감사

[천자춘추] 병역의무와 취업을 연계하다

청년들의 최대 화두이자 관심은 단연 병역과 취업이다. 병무청도 다양한 정책을 도입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병역과 취업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잉여 병역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병력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운영하는 대체복무제도의 일환이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국가산업의 육성ㆍ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군 필요인원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제조ㆍ생산 분야에 근무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복무형태다. 지난달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논의된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심의 결과, 산업기능요원은 현행 4천명에서 3천200명으로 800명 감축하되, 특성화고 등 직업계 고등학생의 조기 취업지원 취지를 고려하여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 및 대학생의 편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신체검사 4급의 보충역 대상자 중에서 배정하고 있던 연간 7천 명 수준의 산업기능요원은 계속 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엄격한 복무관리로 병역의무 이행 형평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이행자로서 합당한 권익 및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병무청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제도 중에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도 있다. 자격이나 전공이 없는 고졸 이하 청년들이 입영 전 국가가 지원하는 기술훈련을 받고, 관련분야 기술병으로 입영해 군 복무를 함으로써, 전역 후 취업 등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현역병 모집제도다. 지난 2014년 도입 이후 6년차에 접어들면서 모집 인원과 특기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현재까지 3천719명이 지원해 2천202명이 전역했고, 이 중 1천302명인 59.1%의 취업률로 제도의 성과가 차츰 드러나고 있다. 또한, 병무청은 취업맞춤특기병 지원대상을 자격이나 전공이 없는 고졸 이하에서 폴리텍대학과 방송통신대학 졸업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청년들의 병역과 취업이 해결되고, 청년실업인 국가적 문제도 해결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또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형태는 다양하다. 현역뿐만 아니라 사회복무요원이나 대체복무 역시 국가의 부름을 받고 숭고한 병역의무 이행의 한 축으로서 우리 사회와 국가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렇게 병역을 이행하는 모두에게 국민 모두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김용무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20대 국회는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매년 연말인 12월은 바쁘다. 연내에 끝내야 하는 일 때문이다. 이는 20대 정기국회도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그런데 199개 법안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한 어느 야당의 처사로 온 나라가 소란하다. 이 가운데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조차 입법을 막는 상황이어서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다. 필리버스터에 막힌 민식이법을 비롯하여 여야 비쟁점법안으로 분류됐던 법안조차 의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발의된 199개 법안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각 분야에서 다양한 필요와 소용에 따른 법률 제정과 개정이 진행되는 것이니 말이다. 특히 병역법 개정안과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국가적 근간을 흔드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민생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소상공인기본법, 균형발전법, 벤처투자촉진법, 청년기본법을 비롯하여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ㆍ신용정보법ㆍ정보통신망법) 등이 무슨 죄가 있다는 말인가. 수원시를 비롯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이 포함된 지방자치법전부개정안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특례시는 도시의 규모에 맞게 균형 있는 자치권한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의 경쟁력을 키우고,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법전부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 회기인 10일까지 처리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20대 정기국회는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2019년 12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한반도의 주변 환경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의 제고가 필요한 시점에서 우리의 국회는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입법행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그 어리석음은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0일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정파적 이익을 위한 파국의 대결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보고 싶다. 정치는 국민을 즐겁게까지는 못할망정 슬프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 올해가 하물며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다. 자유민주평등의 가치를 내건 31정신을 다시금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초심을, 더 나아가 앞으로 100년을 위한 큰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이다. 따뜻한 연말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바로 민심이다. 정치는 민심을 받들며 나를 버리고 우리를 만드는 일일 뿐이다. 한동민 수원 화성박물관장

[천자춘추] 카셰어링 발전에 걸맞은 제도개선을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최근 약 10년간 연평균 3.3%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2천30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반면,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통계(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5천180만 명으로 연평균 0.4%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 62%가 운전면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운전면허 보유 인구 1.4명당 자동차 등록 대수가 1대인 셈이다. 이러한 추세로 증가한다면 2030년 이후에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운전면허 보유사람 수를 뛰어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자동차등록 대수의 증가는 CO2배출량,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 도로정체, 주차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동반한다. 카셰어링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렌터카는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해 연평균 증감률이 14%를 넘어서고 있다. 전체 자동차등록 대수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카셰어링 서비스 기대효과(경기연구원, 2015)는 카셰어링 1대당 자가용 8.3대(서울 기준)를 대체할 수 있으며, 주행거리가 18~72% 감소, 가구당 연간 CO2 배출량이 평균 0.34t(44.9%) 감소하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기대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카셰어링 산업의 성장은 환경오염과 교통혼잡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산업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상존한다. 예약된 운전자가 운전 중인지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 카셰어링은 온라인 어플을 이용해 비대면 형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이러한 카셰어링의 약점을 이용해 무면허 운전자, 미성년자들이 운전대를 잡다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 3월, 10대 청소년 5명이 카셰어링 자동차를 빌려 운전하다 강원도 강릉의 바다에 빠져 모두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전년도 기준 매달 세월호 희생자 수 정도의 인구이다. 최근 5년간의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0.72%)하고 있으나 렌터카 교통사고는 연평균 11.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럴 뿐만 아니라 장ㆍ단기 렌터카 교통사고와 비교해 카셰어링 교통사고는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급성장하는 카셰어링 산업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관계기관의 무수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교통사고 감소율이 카셰어링 산업의 발전에 따라잡히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이상 무면허 운전자나 미성년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카셰어링 문화의 발전에 걸맞은 속도로 안전한 시스템 도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때이다. 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천자춘추] 위트 있는 삶을 위하여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뒤플로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자기의 일을 계속하고 남성들은 여성이 응당히 받아야 할 존중을 표시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뷰가 없었더라도 5살과 7살 난 두 아이 엄마이며 세계적인 빈곤퇴치 연구의 전문가이고 최연소 수상자인 뒤플로 교수에게 많은 남성은 존중과 공감을 보냈을 것이다. 뒤플로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빈곤 지역의 여성 지도자는 남성 지도자보다 더 많이 일하고 뇌물은 덜 받았다. 가부장제가 강한 몇몇 지역에 국한된 사례이기 때문에 보편화 될 수는 없지만, 여성 지도자가 활약하는 곳에서 성장한 어린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며 조용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빈곤문제 해결에 있어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는 유의미하다. 빈곤문제와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미래의 성장동력이라는 점은 어느 곳에서도 부정될 수 없다.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6.4%가 여성의 취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50.6%는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답했다. 2019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중 임신ㆍ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69만9천명으로 19.2%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전년대비 8% 감소한 것으로 정부의 일ㆍ가정양립정책과 경력단절 예방정책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부족하다. 경력단절의 사유를 보면 결혼과 임신출산이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육아만 33.5%에서 38.2%로 증가해서 올해 처음으로 가장 큰 경력단절의 사유로 올라섰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는 아이들의 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또한 우수한 여성 인력의 경력단절은 사회적 손실이다. 이전 시대의 산업이 대량의 설비와 토지에 기반을 두었다면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가능성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과 지식이라는 동태적 무형자본의 토대에서 성장한다.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감성과 공감능력, 심리기반서비스와 다양성에 기초한 창의성을 가진 여성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산업기술현장에 여성인력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위트(WIT, Women In Tech)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여건을 만들어야만 한국에서도 뒤플로 교수와 같은 인재가 나올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천자춘추] 문화,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동시대 문화 실천의 대표적 키워드이자 주요한 목적으로 자리 잡은 단어는 소통과 참여이다. 이는 국내 대부분 문화기관이 하나같은 마음으로 내세우고 주장하는 운영방향이요, 주요 문화행사에서 빠뜨리지 않고 챙겨야 하는 미션과도 같은 말이다. 지역기반의 공립기관인 경기도미술관 역시 글로벌 인지도와 지역과의 소통과 참여를 함께 가지고 출발해야 함이 당연하다. 며칠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역의 참여와 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사례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발표자는, 적은 예산이었지만 영화제안의 영화제였던 시도를 지역커뮤니티와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시민 참여ㆍ관객 주도의 체험과 원도심 부흥을 위한 커뮤니티 BIFF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관객ㆍ시민 친화형 공동체 축제로 구성돼 영화 외에도 음식, 인문학 등 일반인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장르의 행사를 마련,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문화 애호가들까지 BIFF 발상지인 남포동을 찾아오게 해 관객층의 확대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우리나라의 대표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태동부터 글로벌 국제교류의 활성화와 지역적인 정체성을 동시에 살려야 하는 두 가지의 모순된 배경을 지녔다. 국제현대미술전시의 성격과 지역적 특색을 지닌 시민참여형 축제를 함께 연계시켜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열두 번의 행사를 추진해왔다. 지역과의 연계에 대한 광주비엔날레의 지속적인 고민은 동시대 비엔날레의 사회적 역할을 매개의 도구로 인식하게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해온 프로젝트들은 동시대 미술에서 강조하고 있는 소통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또 그 지역의 정서적 흐름과 문화적 특색이 잘 반영된 예술 작품 위에 지역과의 소통과 참여가 더해지고, 개최지 현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지역연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도미술관도 지역연계프로그램의 본격적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미술관의 축적된 인프라와 현대미술에 대한 지식을 경기지역의 다양한 지역문화예술기관과 교육기관으로 연결해 실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다양한 기관과 다층적 공동체 간의 관계를 확장하고 강화해 경기도 미술관의 인지도를 넓히고,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발전하는 것에 목표를 뒀다. 특히, 지역의 대학과 연계해 진행될 인턴십 프로그램은 경기도미술관이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경기도미술관의 지역 소통과 참여에 대한 노력과 시도들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천자춘추] 세계 속의 경기도 콘텐츠

한류(韓流). 최근 몇 년간 신문을 펼쳐보고, 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자주 눈에 띄는 단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류는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외국에서 유행하는 현상을 말하며, 1990년대 말에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류는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콘텐츠가 되었다. 최근 미국의 빌보드에서 10년을 정의하는 100곡을 발표하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더불어 방탄소년단, 소녀시대의 노래를 선정했다. 강남스타일은 글로벌 영상콘텐츠 플랫폼 유튜브에서 34억 뷰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세계인의 케이팝 사랑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노래뿐 아니다. 태양의 후예, 런닝맨과 같은 방송과 함께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들이 지금의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게임과 콘텐츠솔루션 등 융복합 콘텐츠를 중심으로 콘텐츠 수출을 선도하는 주요 거점이다. 90년대 말, 일본의 대중문화가 국내에 단계적으로 개방될 때만 하더라도 당시 세계에서 인기가 높았던 일본문화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2007년 한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에서부터, 올 9월에 발표된 콘텐츠 산업 3대 핵심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왔다. 경기도도 2001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하며, 도민과 기업들의 창작콘텐츠가 해외로 널리 소개되어 한류를 이끄는 핵심 역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PlayX4, 경기국제웹툰페어, GDF 등 다양한 행사와 수출상담회 등으로 매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왔다. 또한, 해외 유수의 전시회에서 경기도관을 운영하며 비즈매칭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0월 말까지 98개 콘텐츠기업을 지원하여 수출계약추진액 8천247만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달 중에도 28~29일에 판교에서 지커넥션 2019을 선보였다. 해외 바이어를 국내에 초청 후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기업들의 콘텐츠를 직접 선보이고 수출을 상담할 수 있는 인바운드 상담회이다. 향후에도 이사장으로서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다양한 수출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新)한류를 이끄는 경기도의 스타기업이 탄생하게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김경표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금강산관광 재개 시 고려 사항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23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를 내렸다. 관광 사업은 경제제재 하에서 북한에 매우 유용한 외화벌이 수단이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김 위원장의 최대 치적 사업 중의 하나이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특구를 개발해 관광 부국을 꿈꾸는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을 아무런 조건과 대가 없이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제 더는 남측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식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내년 4월 15일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완공해 중국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특구ㆍ개발구를 통해 외자유치로 경제 재건하려는 북한으로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남측 시설의 일방적인 철거는 핵ㆍ미사일 문제 미해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치명적인 불량국가로 낙인찍힌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그의 철거 주장은 남한과의 단절이 아닌,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관계 정립과 발전 모색(리모델링) 요구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재개에서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한 3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진상 규명은 물론, 특히 재발방지와 신변안전보장 등 법 제도화가 필요하다. 둘째, 몰수ㆍ동결된 남측 재산의 원상회복과 국제특구법 제정에 따른 현대의 독점사업권 훼손에 대한 복원이 요구된다. 또한, 남측의 인명과 재산 보호, 각종 현안 협의 등 금강산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금강산관리위원회(가칭)와 같은 남북공동관리기구 설립도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로 인한 관광사업 성사 가능성 여부와 대북 경제제재의 완화ㆍ예외 인정 획득 노력이다. 관광 자체는 제재 사항이 아니나 실제 사업 추진과정에서 대부분이 관련되며, 재개에 대한 국내외 여론도 매우 중요하다. 끝으로 추진주체들의 사업능력 약화에 따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개발사업자인 현대는 물론, 대북 투자 1~2세대의 기업도산과 은퇴로 대북 투자에 대한 관심과 여력이 많이 축소됐고, 국내기업에 대한 해외주주들의 지분 증가로 현재의 불안정한 남북경협 구조하에서는 투자결정에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 평화의 상징이었다. 관광 재개로 금강산에서 평화캠프, 마라톤대회, 자전거 국토순례 등을 통해 줄어드는 청년들의 통일ㆍ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를 희망한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천자춘추] 손흥민과 시위대

지난 주말 서울 시내 근교에 강의가 있어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 큰 낭패에 빠졌다. 대형 시위대에 휘말려 그야말로 도로 위에서 오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강의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강의장에 도착했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그 꽉 막힌 도로와 시위대를 뚫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크게 찌푸려졌다. 그분들의 구호도 각종 현수막과 둘러맨 태극기도 그저 짜증의 대상일 뿐이었다. 지난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가 깊은 백태클로 퇴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 내내 손흥민 선수를 괴롭혔던 에버턴의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했고, 고메스 선수는 넘어지며 다른 선수와 부딪혀 발목이 완전히 골절됐다. 결국, 고메스 선수는 수술대에 올랐고, 어쩌면 재활로 남은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본인의 태클로 상대방의 발목이 으스러지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본 손흥민 선수. 이후 손 선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통곡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내며 경기장을 떠났다. 한 선수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이 광경을 보며 다친 고메스 선수도 걱정되었지만, 다치게 만들어 끔찍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손흥민 선수가 크게 걱정되었다. 그날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경기 이후였다. 손흥민을 향한 경기장 안팎의 반응은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난이 아닌 위로였고, 힐난이 아닌 두둔이었다. 상대팀의 팬들조차 손흥민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의 신청도 받아들여져 3경기 출장 정지 역시 풀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보답이나 하듯 손흥민 선수는 지난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며 팀의 새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트라우마는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멋지게 극복해낸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며 서울 한복판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묘하게 교차 되었다. 시위대가 시위의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과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짜증과 분노. 비난과 증오. 나와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왜곡된 엄격함. 광장에 꽉 찬 비난의 소리 만큼에 꼭 반비례한 관용의 부재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민낯이 되었다. 손을 내밀기보단 그 손을 겨눠 손가락질하는 곳이 우리 사회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극한 대립에 치닫는 요즘, 손흥민의 눈물과 이를 보듬어주는 축구 팬들로부터 큰 울림을 느낀다. 용서하고 위로해주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 비로소 다시 달리 수 있다. 손흥민과 시위대의 상반된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발견해 본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천자춘추] 언어의 저급성

쌤통이라는 말은 남이 낭패 본 것을 고소해하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러 어원설이 있으나 시샘하는 심통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상대에게 전달되는 이 표현은 피그말리온(긍정 효과)과 스티그마(Stigma)(낙인 효과)를 가져오며 반응 또한 크게 다르다. 극단의 언어는 사회 갈등을 확장하고 개인의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개인에 대해서는 쌤통의 언어를, 정국에 대해서는 비어로 덧칠하는 지식인이 많아졌다. 안타깝다. 지식인의 본령은 비방보다 비판, 비판보다 걱정, 걱정보다 대안, 대안보다 선행에 있을 때 참지식인이다. 당사자에게는 불행이랄 수 있는 사건마저 저급한 댓글을 달거나, 남의 불행에 욕이 동반된 혐오적 언사로 반응하는 것은 저급한 사람의 짓이다. 리처드 H. 스미스는 쌤통의 심리학에서 남의 고통을 즐기는 심리를 살핀 바 있다. 우리 민족의 고유 성정은 쌤통보다 쯧쯧하고 동정하는 심리다. 고통의 즐김이 지나치면 쌤통이 아니라 잔인성이 된다. 로티(R. Rorty)는 자유주의자의 근본은 잔인함을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으로 간주한다는 데 있다 했다. 곧 잔인성은 자유주의와 배치되는 또 하나의 파시즘이다. 공자는 서(恕)를 인의 출발이라 했다. 측은지심의 반대편은 잔인함이다. 죄를 봐주자는 것, 묵과하는 것이 용서의 본연은 아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처분은 당연지사다. 잘못이 있다면 문책을 하고 과오를 묻되 측은히 여기는 마음만은 인간 본성으로 유지하여 심성이 잔인성의 극단에 있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한일 관계와 진영 갈등도 그렇다. 갑론을박이야 민주 사회에 의사 표현의 자유라 하겠지만 친일, 토착왜구 등과 비어를 동반한 극단의 용어들로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결과 바람직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떤 이는 친일이라는 낱말이 현대 지구촌 시대에 부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국제 관계로 보면 부정 어의로만 볼 수 없기는 하다. 그러나 이 용어 사용의 합당함은 아직 이르다. 언어는 사회성을 내포한다. 친일이 부왜의 뜻과는 다르나 우리 역사가 이를 의미하는 뜻을 지니게 했고(가령 친일파) 대체로 언어적 사회성으로 고착되었다. 친미, 친중 등의 의미와 다른 점은 일본과의 특별한 역사적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측면의 친일이라는 말은 반감이 있을 수 있다. 친일, 반일용어보다 지일, 극일의 용어가 좀 더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미래 지향적인 친일(지일)에도 토착왜구라 비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왜(왜구에 붙어 반역하는 무리)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이 땅에 더는 용납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냉정한 시각으로 국수주의를 경계하는 것은 건강한 지성이다. 토착왜구 남발은 서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다. 이야말로 일본이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자신이 부왜하지 않음을 은근 드러내기 위한 모순된 심리일 수도 있다. 걸핏하면 좌빨이라 몰아 부치는 심리도 이와 진배없다. 견해가 다르다 하더라도 의견을 존중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바라보는 것이 먼저다. 혐오적 언사는 극단으로까지 몰아붙이는 인격의 저급함에서 온다. 언어란 언중의 상태를 반영하며 민족성을 형성한다. 아주 단편적인 말이라도 몰인간적인 의사 표현은 잔인성의 숙주가 된다. 우리 모두는 저급하고 부정적 시대를 형성한 언중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만식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장시인

[아침을 열면서] 동백꽃 될 무렵

제주가 고향인 내게 동백은 각별하다. 동백꽃은 모두가 몸을 숨기는 추운 겨울에 거의 유일하게 붉게 타오른다. 아름답다기보다 왜 혼자 저리도 붉을까, 어릴 적 궁금증을 자아내곤 했다. 동백꽃은 차로 끓여 먹고 동백나무의 씨는 머릿기름으로 사용했다. 샴푸와 린스가 없던 시절, 머리카락을 빗는 일상은 사투와도 같았다. 동백기름은 뭉친 머릿결을 한결 매끄럽게 풀어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렇게 생활에 보탬이 됐던 동백은 제주 4ㆍ3의 꽃이 됐다. 핏빛 같은 붉은색과 통꽃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처절하게 죽어간 제주 민중들의 넋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동백꽃은 이처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다 내줬으며, 제주민의 슬픔을 위로해 줬다. 그래서인지 동백은 단순히 곱게 핀 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심연의 존재로 다가온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매니페스토운동의 상징 꽃도 동백이다. 힘없고 빽없는 을들을 위한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압축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받았던, 가족과 국가를 위해 수많은 밤을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들었을 수많은 동백들을 위한 약속이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 그들이 최소한 힘들지 않게 살아야 정의로운 사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주에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생에게 모든 것을 내줬던,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외로워했던 손담비(향미)의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그의 극 중 대사가 내게는 가장 붉게 다가왔다. 나무에서 핀 동백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자신의 모가지를 통째로 뚝 꺾어 떨어진다. 이 땅의 수많은 동백꽃들도 가장 눈부신 순간에 나무를 포기했다. 하지만 꽃은 지지 않았다. 통째로 땅에 떨어진 꽃은 산산이 부서지지 않고 다시 핀다. 오히려 공중에 있을 때보다 더 절정을 이루며 사람들의 마음에도 붉게 피어오른다. 이 땅의 수많은 동백꽃들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차별에 맞서고 소외된 이웃과 연대하며 세상에 빛이 돼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다. 일곱 번째로 인구 5천만 명 이상 가운데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다. 차별과 편견이 판을 치고 있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소수를 위한 논리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땅의 수많은 동백꽃들에게 여전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다시 그들에게 가진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동백으로 태어난 것이 팔자 아니겠느냐는 말만 반복한다. 4차 산업혁명, 노동절약형 기술진보에 접어들고 있다. 팍팍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더 혹독한 겨울이 올 것이라는 섬뜩한 예고다. 생활고에 지친 일가족 동반자살 사건이 이번 달 들어서 벌써 3번째다. 국회의원 선거는 142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면, 먼저 자신의 가슴에 동백꽃이 붉게 피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해인 수녀는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마음 쓸쓸한 날은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동백꽃 같은 삶을 살고 싶다 했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옹산 사람들처럼 연대 가슴에서 붉게 피는 한 송이 동백이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천자춘추] ‘겨울 스포츠 꽃’ 스키시즌 기다리며

도내의 스키장 5곳이 이달 말에서 12월 초 개장을 예고하는 등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스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스키장은 1975년 용평리조트에 근대식 리프트가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이래,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맞물려 부유층의 상징처럼 여겼다. 이후 1980~1990년대 경기권 스키장 개장으로 지속적으로 그 이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2년 680만 명을 넘어서며 대중적인 겨울 스포츠의 장소로 매김했다. 대표적인 겨울스포츠인 스키는 1997년 동계 U 대회,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우리나라의 영향력 있는 동계스포츠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지만, 이러한 사랑과 투자에도 해마다 스키장 내장객은 현저히 감소해 그 하락폭은 해마다 심각한 현실이다. 국내 스키장 총 18개소 중, 경기도 내에도 양지(용인), 스타힐(남양주), 지산(이천), 곤지암(광주), 베어스타운(포천) 등 5개의 스키장이 영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기도 내의 스키장의 내장객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강원권의 스키장보다 해마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영업환경이 약한 도내의 스키장의 내장객 증가를 위한 묘책은 없을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줄어드는 영업일수와 재방문율을 높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가족친화형 스포츠, 젊은이들의 스포츠로서 해답은 없을까?. 해답은 영업환경의 적극적 대응이다. 즉, 과거처럼 고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용자중심에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수요자중심의 영업전략을 써야 하며, 주된 고객인 가족중심의 스포츠와 젊은이들이 재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스키장은 골프장과 함께 대표적인 제고가 없는 사업이다. 즉, 리프트 이용권은 당일 판매를 하지 않으면 손해는 고스란히 스키장 측에서 보는 사업인 셈이다. 따라서 가족이용권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판매해야 하며, 도내의 대형스포츠센터와 연계해 판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청과 연계해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국립현대미술관은 고3 수험생에 2월까지 과감한 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다. 손해가 아니라 과감한 투자인 셈이다. 아울러, 대학을 대상으로 총학생회와 학생지원처를 연계해 문턱을 낮추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도내의 스키장은 당일 내장객을 위하여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상대적으로 타지역의 스키장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행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중심이 되는 가족, 여성, 학생중심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할 때이다. 김태형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사물 그 자체로 돌아가라

최근에 우아한 백조의 속마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서 교육적 접근은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조금 다른 면에서도 많이 사색을 했다. 사람의 어떤 행동에는 그 안에 의식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행위자의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행동에 내재된 의식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현상학)도 있지 않은가? 나는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측면을 생각해 보았다. 어린이를 거처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간의 경험이 지식의 한 축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이나 외부로부터의 어떤 배움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행위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측면이다. 수많은 시간(경험)을 통해서 사람의 행동을 보고 속단을 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는 지혜를 배웠다.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직관과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사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모두 개념을 벗어던지고 표출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다. 아름다운 백조는 호수에 유유히 떠 있기 위해 수도 없이 두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경험과 시간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점에서 아직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항상 웃으면서 즐겁고 열정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대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은 부족함도 어려움도 없을 거라고 말을 한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깊이 볼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알고 보면 엄청난 어려움을 뚫고 지금 막 터널을 빠져나오는 사람일 수 있고, 지금 현재도 터널 속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삶을 정면에서 돌파하고 있으며 이미 승화시키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한 사람은 한 우주이다. 우주를 우리는 다 알 수 없듯이 한 사람도 알기 어렵다. 웃음을 웃기까지 어떠한 경험의 과정을 겪고 왔는지를 우리는 통찰하고 사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고, 시간을 통해 깨닫는 경험의 축적(蓄積)이 지식의 또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행위 속에 있는 의식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상황ㆍ맥락적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경험은 재현할 수 없고 자신이 느끼고 체득하는 것이기에 강물처럼 시간과 함께 흘러 가버린다.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지식의 한 축으로 더 많은 것들을 품고 안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천자춘추] 팔당 상·하류지역 간 상생문제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부엌에서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 후 처가 정성껏 차려 준 아침밥을 맛나게 먹고 양치질을 한다. 곧바로 집을 나서 팔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기도의회로 향한다. 도시환경전문위원실에 들어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도민의 삶을 행복하게 할 방안은 무엇인지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 전 일상을 잠시 되돌아보면 중요한 매개체가 존재한다. 바로 물이다. 작년 도의회에 입성해 도시환경위원회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런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먹는 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가 먹게 되는지를 알게 되고 나니, 더욱더 소중한 마음을 갖게 됐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별생각 없이 써왔던 습관에 대한 미안한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수도권 지역은 팔당호 상류지역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므로 팔당상수원은 국가적으로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물을 공급받으려고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사용자인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6ㆍ25를 겪었던 노인분을 만난 일이 생각난다. 노인께서는 수도권에 전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나에게 물었다. 그 당시에는 서울일지라도 각 가정이나 주변에 우물과 등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어 몇 개월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현재 90% 가까이 아파트 숲으로 이뤄진 서울에 물의 공급이 완전히 끊어지는 사태는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하다. 이런 의미에서 팔당상수원은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하다. 팔당 상류지역은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각종 규제로 오염원의 입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 축산폐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은 타 지역에 비해 강한 배출기준 적용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도의회에서 특별대책지역 규제고시를 폐지하고 수계관리 정책을 수질오염 총량관리로 일원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물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도의회에서 현행 정부의 규제 위주의 환경정책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수질관리 정책을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지난 주말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있는 팔당 전망대를 찾았다. 많은 방문객이 고즈넉한 늦가을 풍경을 감상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팔당을 둘러싼 이러한 고민을 알고나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오늘도 수도권 2천6백만 주민의 식수원 보전과 상류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을 어떤 슬기로운 방법으로 풀어야 할지를 도의원 입장에서 고민하며 하루가 저문다. 김태형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고구려 & KOREA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와 E.H카가 남긴 명언들이다. 그래서 미래는 역사라는 창을 통해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라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고구려ㆍ신라ㆍ백제 3국 통일이 신라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고구려가 3국을 통일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중국의 동북 3성과 한반도를 아우르는 동아시아의 당당한 대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일제 식민 노예 치욕도 없었을 것이고, 남북 분단과 6.25 동족상잔의 전쟁도 없었을 것이다. 북핵이니, 지소미아니, 방위비 분담이니 아베니. 이런 문제들로 피곤하게 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을 영어로 KOREA로 표기한다. KOREA는 고려시대 사라센 사람들이 고려를 COREA로 부른 데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훗날 일제가 알파벳 순서로 볼 때 JAPAN의 J보다 COREA의 C가 먼저 나온다고 해서 C를 K로 바꾸어 버려, KOREA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구려의 국호가 장수 태왕 이후 고려로 변경된 사실에 주목한다면, 왕건의 고려는 고구려의 고려를 그대로 국호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KOREA는 고구려(고려)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중국의 동북공정이 기정사실로 된다면 고구려 = 중국 이 되고 KOREA(고려) = CHINA(중국)가 되는 이상한 등식이 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만(TAIWAN)을 국제무대에서 차이니즈 타이완(CHINESE TAIWAN)이라고 부르는 현실 속에서 국제 사회에서 앞으로 고구려 역사가 중국의 역사로 고착화 되어 버린다면, 먼 훗날 한국을 차이니즈 코리아(CHINESE KOREA)로 부르자는 억지 주장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구리시는 남한에서 고구려 유물이 가장 많이 출토된 곳으로, 지난 2000년 구리시를 고구려의 도시로 선포하고 광개토태왕 동상 및 호태왕비를 건립하고 고구려대장간 마을 등을 조성하여 고구려 역사 지키는 운돌에 외롭게 매진해 왔다. 고구려 유물은 구리시 아차산 외에도 연천, 파주 등에도 산재해 있다. 경기도 차원에서 고구려 역사 지키기 운동에 더 큰 관심이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박영순 前 구리시장

[천자춘추] 우리가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60%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수원에서도 외국인 주민은 어딜 가나 흔히 마주칠 수 있다. 시장에도 식당에도 학교에도 병원에도 외국인 주민이 있다. 그래서 다문화 사회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압축적 근대화의 결과물로서 이주 문제가 발생했다. 1988년 이후 이주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3D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지만, 만족할 만한 제도적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 전 세계 184개국 가운데 아이슬란드와 함께 유일하게 단일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되는 대표국가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취업, 결혼, 유학 등으로 온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해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으로 생활해 온 우리는 다른 민족에 대한 거리감이 크기에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여전히 냉소적이다. 한민족이라고 이야기하는 중국 동포에 대해서만 재중 동포라 하지 않고 조선족이라 한다. 예전보단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직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폭언, 폭행을 당하고, 피부색과 출신국가 등을 기준으로 이주민을 차별하고 무시한다. 결혼이주여성은 가족 내 이중문화로 언어ㆍ문화적 갈등을 경험하며, 이는 다문화가정의 불안정요소로 작용한다. 이주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영원한 한국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주 여성들은 결혼으로 인해서 한국에 거주하게 되었지만, 한국을 자신들이 계속 거주해야 할 곳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자 국적에 따라 시선과 행동이 달라진다. 이주민 2세 자녀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는 이들에 대한 교육과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이주민들이 하루 일찍 우리 사회 속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들이 직접 우리 사회 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우리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 다문화사회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서로 존중하고 건전한 사회구축을 위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릴 정도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매일의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다문화현상이 바로 우리 사회의 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정재헌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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