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종합관리법 이번엔 필히 제정하라

제14호 태풍 ‘매미’의 강습으로 허점이 드러난 재난·재해관리시스템을 속히 완비하기 바란다. 재해상황실 기능이 마비돼 피해가 더 늘어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중앙재해대책본부 중앙센터를 중심으로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 950개 주요 지점에 재해안전관리 단말기를 설치, 재해 발생시 자동 집계 체제를 갖추었는데도 무용지물이 된 것 역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해지역 재난관리 당국이 팩스조차 쓰지 못한 채 촛불에 의지해 재해 구조에 임한 것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전국의 소방서들이 자가발전시설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정전 때 상황실 전등을 켜고 주민들에게 비상사태를 알리는 확성기 유지 정도의 수준이다. 자가발전 시설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지역별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기관들이 오히려 ‘재난의 대상’인 셈이다. 이번 태풍은 특히 대규모 해일 및 정전피해를 가져온 데다 강진에도 버티도록 설계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과거 태풍 때 볼 수 없었던 막심한 피해가 발생,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재난·재해 관련 업무가 일원화돼 있지 않아 일사불란한 대응이 안되고 있는 점이다. 현재 재난·재해 관련 법령은 13개 소관 부처별로 70여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형 자연재해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유형에 따라 예방·응급·복구 대책 업무가 서로 달라 효율적인 대응이 안되는 실정이다. 엊그제 정부가 국가 재난·재해를 종합관리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10월 중 정기국회에 상정 시킨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이는 이미 지난 2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소방방재청(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재탕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소방방재청의 위상과 성격 등을 놓고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설립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인데 마치 새로 마련한 것 처럼 발표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태풍과 홍수는 앞으로도 또 닥쳐온다. 그때 또 우왕좌왕하지 말고 재난관리시스템 완비는 물론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재난·재해 법령을 이번에는 정말 통합하기 바란다. 국가기간망이 망가지는 불상사가 재발해서는 안된다.

단체장 늑장사퇴 총선출마는 낙선시켜야

세월은 하수상하여도 다가올 것은 다가온다. 세월은 인간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출마 예정의 공직자 공직 사퇴 시한도 다가온다. 보통 공직자들 같으면 오는 10월14일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하지만 그래선 안되는 공직자도 있다. 시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 상당수의 단체장들이 내년 총선에 뜻을 두고 있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기초단체장이 결코 국회의원 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체장은 단체장의 길이 있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이 각기 따로 있다. 이런데도 굳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시장·군수가 있다면 이 또한 참정권의 자유이므로 만류할 수는 없다. 하긴, 도내엔 단체장을 더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사법적 제한이 있어 총선 출마로 방향을 돌린 사람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동기의 총선출마 예정이든 간에 이들은 이달 말까지 단체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10월14일까지만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다. 문제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상 단체장이 이달 말까지 사퇴하면 오는 10월30일 보궐선거가 가능한데 비해 다음달 14일까지 사퇴하면 내년 6월에나 단체장 보궐선거가 가능한 데 있다. 불과 14일의 사퇴 시한을 두고 지역주민이 민선단체장 없는 고통을 약 8개월이나 감당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총선 출마예정의 단체장들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 단체장의 중도하차로 총선에 나서고자 하는 지역은 거의가 단체장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진실로 단체장으로 재직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해 총선출마의 지지를 호소하고자 한다면 이달 말 안으로 사퇴하는 것이 진심을 입증해 보인다 할 수 있다. 이들이 사퇴시일을 늦춰 시장·군수 등 민선단체장 없이 8개월이나 관선 대행체제로 가는 것은 자치행정에 실로 감당키 힘든 골탕을 먹이는 것이 된다. 총선출마를 예정하는 단체장들의 9월사퇴와 10월사퇴는 이래서 도덕적 양식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굳이 10월14일 시한을 채워가며 늑장사퇴하는 단체장의 총선출마는 능히 선량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진 시일이 있어서인 지 총선출마에 뜻을 둔 단체장들의 사퇴가 있는 것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유권자들은 9월말까지 이들의 처신을 더 두고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

재난대처 시스템 이상 없나

영남지방을 강타한 14호 태풍 ‘매미’는 추석전 수일부터 각종 언론을 통하여 수차례 예고됐다. 물론 이번 태풍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한 것이므로 철저한 준비를 해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마산 등 일부지역에서 일어난 피해를 보면 과연 이번 태풍에 대한 피해를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하게 대처하였는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태풍이 몰아친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관서에서 주민대피 등을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고, 또한 관계 공무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큰 인명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을 비교하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특히 마산이나 강원도 일부지역에서 많은 인명피해와 더불어 큰 재해가 발생한 것은 인재의 탓이 크다. 이번 마산 지하 노래방에서 수명이 사망한 피해는 해안 매립지이기에 많은 비가 올 때마다 바닷물이 역류되어 수해가 상습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더구나 이 지역을 태풍이 강타한 시점은 만조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대피 등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 해 수해지역을 제대로 복구하지 않았거나 또는 제방공사 등이 부실하여 피해가 생긴 지역이 많다. 중앙부처 역시 재난방지 대책 수립에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재난방지 대책을 위한 별도의 종합기구 설치가 논의됐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부처간의 이견으로 아직까지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처간 집단이기주의로 비판 받아야 한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의 능력이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 및 지방의 관계기관이 재난방지를 위한 최선의 대책을 강구했다면 최소한 인명피해는 더욱 줄일 수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효율적인 재난대처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풍은 올해도 한 두차례 더 온다.

정치권의 무중력과 대통령의 입장

정당정치의 붕괴 현상이 집권 여당에서 가속화하여 혼란을 더해 준다. 이른바 민주당 잔류파와 탈당파 간의 신·구주류 분당을 앞두고 중도파를 대상으로 하는 세규합에 서로 혈안이 되고 있다. 이들의 눈엔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참상, 목전의 농업붕괴 위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등 당면 과제도 뒷전인 것 같다. 오는 20일로 시한을 정한 탈당 움직임은 집권당의 핵 분열로 헌정사상 초유의 무중력 상태를 가져오는 정당정치의 일대 이변이다. 집권당이 분당되는 것 또한 정당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게 아니어서 새삼 놀랄 이유는 없다. 또 민주당 당내 일은 그들의 책임이다. 그렇긴 하나 간과하지 못할 것이 있다. 민주당 잔류파는 반노 세력이고 탈당파는 친노 진영임은 부인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다. 민주당 간판을 고수하는 잔류파는 여당에서 야당이 되고, 민주당 간판을 부정하는 탈당파는 새로운 신당 간판을 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입지다. 노 대통령은 당분간 민주당 당적을 떠나지 않을 뜻을 비쳤다. 탈당파의 신당과도 무관함을 강조하였다. 내년 총선 또한 초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 대통령과 정당 구도는 무엇인가가 문제로 대두된다. 대통령 역시 반노 세력인 민주당 구주류와 코드가 맞지않다고 여기는 게 사실이다. 그런 민주당에 당적을 남긴다 해서 민주당이 집권 여당일 수는 없다. 그렇다 하여 친노 진영인 탈당파의 신당이 생겨도 대통령이 입당하지 않으면 여당이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은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국정에만 전념하겠다고 하나 이도 한계가 있다. 비록 대통령중심제이긴 해도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며, 정당정치는 의회정치가 상궤임을 일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정이 국회와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대통령은 정치권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정당, 즉 정치권의 무중력 상태는 이래서 국정의 혼란을 가져온다. 책임정치가 실종되기도 한다. 대통령은 대선에서 몰표를 준 민주당 구주류의 텃밭에 대한 원려로 인해 애매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으나 그럴 계제가 아니다. 책임정치를 구현하자면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국회와 더불어 처리해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마당에 국정 최고의 책임을 져야하는 대통령이 정치권의 무중력 진공 상태를 방기하는 것은 결코 정도가 아니다. 이를 정리해야 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민이 능사는 아니다, 신중을 기해야

외국으로 이민해서 성공한 사람이 적지는 않다. 언어와 풍속이 다른 외국에서 자립하기까지의 천신만고는 실제로 겪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피눈물 나는 역경의 연속일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한국은 희망이 없다’는 사람들이 조국을 떠나고 또 이민을 꿈 꾼다. 미지의 세계에서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을 만류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 이민은 한국인의 선택이 아니라는 냉혹한 사실이다. 받아 들이는 나라의 선택인 것이다. 최근 홈 쇼핑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나다 이민상품만 해도 그렇다. 신청자와 상담 대기자들이 모두 캐나다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민상품은 무형상품으로 그 나라에서 만드는 것이다. 4천명 가까이 신청했지만 캐나다 요구에 맞는 적격자는 10% 미만이라고 한다. 특히 캐나다는 ‘몸만 오는 이민’ 대신 ‘돈을 싸들고 오는 이민’을 주로 반긴다. 이민 자격도 까다롭다. 기술자격증을 요구하는 독립이민과 2억7천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기업투자이민 등을 요구한다. 캐나다로 이민 간 사람들의 유망 직종이 막일을 하는 기능공과 수리공이라는 게 현지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는 이민은 물론 방문까지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은 철저한 준비와 한국에서보다 더한 노력만이 성공을 보장한다. 일자리를 미리 얻어 놓고 떠나는 이민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재력이 별로 없는데 한국의 교육·직장이 너무 힘들다며 떠나는 이민은 대부분 고난을 겪는다. 돈을 많이 가지고 가면 얼마동안은 편히 살 수 있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다. 국민이 국내 거주가 싫다고 이민을 떠나려고 하는 것에 국가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한 장미꽃만 보이고 막상 들어가보면 온통 가시에 찔리는 게 이민의 길이다. 희망적인 환상일 수도 있다. 최근 현지정착에 실패하여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逆) 이주자가 증가하는 것은 이민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1년 국내로 돌아온 국민은 3천705명, 지난해에는 4천257명으로 14.9%나 증가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뿌리 내리기에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철저한 준비와 각오가 없는 ‘한국 탈출’은 무모한 도전이다.

경기도는 재해위문, 정부는 쌀개방 막아야

올 추석 연휴는 큰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추석 전날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든 전농련 회장 이경해씨의 할복자살 비보, 추석 이튿날 들이닥친 14호 태풍 ‘매미’의 강타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실로 감당키 힘든 시련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100여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 등 많은 인명피해와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비록 1959년의 ‘사라’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태풍이라 하지만 예고된 태풍에 이토록 큰 피해를 낸 것은 정부 당국의 방비태세를 의심케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탓하기 보다는 이재민 구휼과 재해복구가 더 시급하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남해안과 영동 일부지역 이재민들은 벌써 며칠 째 허탈속에 폐허화된 삶의 터전을 재건하는 데 비지땀을 쏟고 있다. 이들에게 재기의 힘을 실어주는 정부의 기민한 정책지원과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 당국은 행정절차의 번잡을 생략한 예비비 지원으로 적기에 도움을 줄 만반의 이재민 대책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의 추진은 책상머리가 아닌 철저한 현장 위주가 되어야 한다. 태풍의 고통을 이재민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회적 온정 또한 절실하다. 현지 자원봉사로 아픔을 덜어주고 십시일반의 성금을 모으는 것도 전래의 미풍양속이다. 경기도 등 지역사회의 각급 자치단체가 재해지역을 찾아 위문하는 것 역시 능히 고려할만 하다. 이경해씨의 자살 소식은 참으로 큰 충격이다. 한 농민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린 이역 땅에서 죽음으로 농업개방에 항거했다. 이는 정부와 우리 국민, 나아가 모든 농산물 수입국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쌀 개방은 국내 주곡 농업을 붕괴시켜 농업인구의 대량 실직 사태를 낳는다. 소비자들이 여느 땐 더 싼 수입쌀을 먹을 지라도 국제사회가 충돌하는 등 비상시엔 쌀 기근에 허덕인다. 쌀 생산은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농산물 개방을 거부하면 공산품 수출이 타격을 입어 이번엔 제조업의 실업을 가져온다. 공산품 부문은 선진국, 농산품 부문은 개도국 입장에 있는 정부의 고충이 이래서 더 크다. 쌀 개방문제는 역대 정부가 농업구조 개조를 미루어 현 정부의 부담이 더욱 높다. 그러나 어떻게든 쌀 개방만은 예외로 하여 더 유예시켜야 한다. 전례 드문 흉년에 남부지역은 태풍으로 엎친데 덮친 형상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농업인들 마음은 멍들어 있다. 쌀 개방으로 흥분을 폭발시켜서는 안된다.

정부, 경기·인천 예산 너무 삭감했다

정부의 경기도와 인천시 경시는 의도적이라는 의구심마저 품게 한다. 수도권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팽배해지는 역차별이 그렇거니와 국고보조금 및 예산의 대폭 삭감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작성한 ‘2004년 예산안 편성방향 및 기금운용계획 조성안’에 3대국책항만사업으로 선정돼 추진중인에도 평택항을 제외하고 부산신항 및 광양항을 동북아중추항만으로 집중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황당하다. 더구나 경기도가 신청한 내년도 국고보조금을 심의하면서 평택항개발사업비를 735억원으로 조정, 당초 신청액수 1천45억원보다 무려 310억원을 삭감한 것은 우선 깎아놓고 보자는 식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이같은 액수는 사업기간이 마무리되는 오는 2011년까지 연평균 투자액 1천900여억원이 소요되는 현실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태라면 평택항 개발 사업은 국책사업인데도 사업비 부족으로 지연될 게 뻔하다. 인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송도 신도시 진입도로와 인천도시철도1호선 송도연장사업 등과 관련한 예산들이 줄줄이 삭감돼 ‘인천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은 말잔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송도와 영종도, 청라지구를 잇는 경제자유구역의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857억원의 국고 보조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대부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및 공항 관광객의 교통불편 해소와 용유·무의지역 개발 촉진을 위해 추진중인 영종 북측 ~ 남측 유수지간 도로개설 사업비 120억원이 전액 삭감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인천시의 사업이 대부분 2007년 완공 예정이지만 사업비 삭감으로 인해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기도와 인천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예산 삭감을 보면 참여정부가 주창하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도약과는 전혀 동떨어진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예산을 이렇게 대폭 깎고 국비도 최하 수준으로 투자한다면 평택항 개발과 송도경제자유구역 사업은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평택항, 송도 신도시 뿐만이 아니다. 예산 삭감을 일삼는 정부에 대한 경기도와 인천시의 대책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자특구’ 판교 신도시, 절대로 안된다

판교 신도시를 ‘부자특구’로 조성하고자 하는 건교부의 새로운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을 어렵게 해 강남 아파트 값 폭등세를 꺾는 대타로 삼고자 하는 발상부터가 크게 잘못됐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 첨단의 벤처단지 조성이 주 목적이었다. 이것이 야금 야금 아파트 중심으로 변질되더니, 대형 평수 아파트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는 등 ‘부자특구’로 만들면서,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두어 강남의 유명 사설학원까지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강남의 유명학원을 유치하려면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갖가지 우대 정책이 불가피하다. 이는 실로 국가 공교육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것으로 쥐를 잡으려다가 독을 깨는거나 다름이 없다. 또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 흡수와 강남 아파트의 주된 매력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여건 강화책으로 강남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것도 당치않다. 판교 신도시에만 특목고·특성화고·자립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와 외국인학교를 집중적으로 설립하는 것은 사회정서의 형평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수학교 설립을 인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안배를 무시한 특정지역에 대한 특수학교의 무더기 설립은 명백한 선민의식을 키워 위화감을 크게 조성한다. 건교부 말대로 하면 판교 신도시는 부호들만 사는 아주 특별한 도시로, 마치 천국처럼 호화로운 별난 교육환경을 누리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일반적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이방지대의 별천지를 만드는 게 결코 합당하다고는 믿지 않은다. 참으로 딱한 것은 건교부의 단견이다. 판교 신도시를 강남의 대체지역으로 만든다고 해서 강남 선호 경향이 크게 누그러 진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강남 열기가 다소 진정된다 해도 강남보다 더한 판교 열기가 일어나 강남 못지않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한 두 부처가 서두르는 땜질 처방보다는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제도 전반을 공교육 중심으로 개혁하는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길이 먼 것같지만 가장 가까운 길이다. 어떻든 정부가 나서서 사설학원들을 큰돈 벌게 해주겠다는 정책은 정책이랄 수 없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의 목적대로 조성돼야 한다. 신도시를 양산하다 못해 이젠 별 희한한 신도시를 내놓는 건교부 계획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경기도의 대응이 주목된다.

우울한 농심 달랠길 없나

오늘부터 사실상 민족대이동이 시작된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늘 오후부터 추석 명절을 지내기 위하여 고향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번 추석 때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과거보다 보너스가 적어 변변한 선물도 마련하지 못한 이유 등도 있지만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것은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는 농촌의 우울한 표정이다. 과거 같으면 이맘때 농촌의 들녘은 오곡이 여물어 황금들판을 이루고 도로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찾은 도시인들이 마음을 더 없이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요즈음 농촌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이후 거의 텅빈 농가가 수두룩하여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일기 불순으로 농사마저 고르지 못하여 농촌에 가기조차 민망한 실정이다. 비가 하루살이 같이 오는 바람에 벼는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쭉정이가 된게 많은가 하면 일부에서는 벼에 싹이 나고 있다고 하니 농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더구나 비로 인하여 병충해가 예년에 비하여 43%나 늘었다고 한다. 고추, 배추 등 밭농사도 마찬가지이다. 사과, 배와 같은 과일은 수확도 부진하고 당도가 떨어져 수출 역시 예년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농림부는 올 쌀 작황은 9월 날씨에 달렸다고 하면서 흉작이 되더라도 재고량 8백만섬과 의무수입량 1백43만섬을 합하면 연간 소비량 3천4백만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수치상으로 보면 쌀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과연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이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자못 실망이 크다.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좀더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농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탁상공론에 의한 농촌문제 해결이 아닌 농민과 더불어 아픔을 같이하는 심정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시민 역시 추석 연휴기간에 농촌에 가지만, 우리 삶의 뿌리인 농촌에서 고르지 못한 일기로 농사가 잘 안돼 마음이 아픈 농민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에 부쳐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과천 정부종합청사내의 부처 이전계획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이밖에도 이미 행정수도 이전을 분야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는 이같은 행정수도 이전의 기정 사실화가 과연 타당한 것인 지 의문을 가져오고 있다.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기정 사실화해도 된다고 보는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당선된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모든 국민들이 다 승인한 것은 아니다. 당선은 정치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선거공약 이행에도 법률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게 많다. 그래서 법률적 과정에서 걸러내야 하는 것도 적잖다. 실제로 공약은 꼭 해야할 것도 있지만 해선 안될 것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우리의 의문은 과연 해야 하는가, 안해야 하는가가 객관적으로 판별돼야 한다고 보는 데 근거한다. 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투표다. 헌법은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행 헌법 역시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됐다. 행정수도 이전이 개헌보다 못한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외교·국방·통일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또 하나 간과키 어려운 것은 행정수도의 개념이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다 옮겨간다. 국회도 옮긴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말이 행정수도 이전이 지 사실상 국가수도의 이전이다. 사실상의 국가수도 이전이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행정수도’ 표현의 개념을 국민에게 실체적으로 재정립해 보일 책임이 정부는 있다. 만약 국가수도 이전이 아니라면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수도 이전이 어떻게 다른가를 확연히 구분해 보여야 한다. 행정수도든 국가수도 이전이든 간에 이는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으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보는 것은 한결같은 우리의 소신이다. 당선자 시절 인수위측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가 많으면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걸 기억한다. 우리는 여기서 행정수도 이전의 찬·반을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의 어떤 결과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법률적 장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선행 조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화해도 국민투표를 거치고 나서, 하게되면 하는 것이 떳떳하다. 정부의 일방적 의사로 수도를 옳긴 일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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