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생산적 의정활동을

올 정기국회는 제16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동시에 이번 국회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로 개최되는 정기국회이기 때문에 내달 중순에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시정연설을 할 계획까지 있어 의미를 더 하고 있다. 이번 국회 역시 정기국회의 일상과제인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를 통하여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회의 견제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를 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않다. 우선 여야 정당이 당내문제로 인하여 정기국회 운영에 심혈을 다할지 의문이 간다. 민주당은 신당 창당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문제로 신·구주류가 사실상 이성적 갈등을 떠나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발전하여 분당은 시간문제인 상태이다. 오는 4일 당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고 하지만 어떤 결론을 내리든 신·구주류가 합의점을 찾아 의정활동에 전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런 사정은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소장파의원들로부터 60세 이상 고령의원들의 퇴진압력이 증폭되면서 당내 갈등 또한 증폭되고 있다. 원내 다수당이면서도 정책정당과 개혁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해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보다도 못한 한나라당의 구태의연한 구조를 탈피코자 제기된 소장의원들의 개혁논의는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의정활동이 부실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세대교체를 주장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게 되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신당도, 세대교체도 물거품이 된다. 당내문제는 당내의 논의과정을 통하여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책무는 성실하게 수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내문제와 의정활동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올 정기국회는 약 117조5천억원의 새해 예산을 심의한다. 국민의 혈세인 세금이 내년 선거를 위한 선심성 예산이 되지 않도록 해야하며, 또한 국회의원들도 지역구사업이나 챙기는 예산심의를 해서는 안된다. 국정감사도 과거와 같이 정부에 호통이나 치기보다는 대안 제시를 통한 정책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 정당이 조속히 당내문제를 수습하고 의정활동에 전념, 생산적 의정활동이 이루어지기를 요망한다.

공무원 급여 과다인상 당치않다

내년 예산안(117조5천억원) 증가율 2.1%(2조4천억원)보다 훨씬 높은 3.0~4.8%의 공무원 급여인상은 당치 않다. 이처럼 예산 증가율보다 최고 곱절 이상이나 올리는 것은 정부의 세입내 세출기조 유지의 예산편성 지침에도 어긋난다. 공무원 급여를 점차적으로 대기업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원론적 논리다. 경제성장률을 무시하면서까지 강행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정부는 올 연간 성장률을 3%로 잡고 있으나 경기하강 지속이 조만간 회복될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내년 실질 성장률을 정부가 5~5.5%로 전제한 것은 객관적으로 지극히 불투명하다. 경제가 회복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땐 추경 등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적자재정을 감수해야 할 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공무원 급여를 그처럼 꼭 인상해야 하느냐에 있다. 재정불안의 요인은 또 있다. 정부 보유 주식 등 세외수입의 감소가 부담이 되는 가운데 1조원 규모의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한나라당의 관련법 개정 강행도 변수다. 국방비 및 복지예산 증액으로 사회간접자본 등 확충이 삭감됐다. 이런 마당에 예산 증액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은 공무원 급여 인상률이 합당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물론 공무원 급여가 충분하지 않은 고충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정상태에 있다고 보는 게 사회적 판단이다. 예컨대 갖가지 수당이 있고 학자금 융통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쉬운 게 공직사회다. 정부의 지나친 공무원 급여 인상책은 다분히 선심의 측면이 없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경제가 IMF 사태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사회의 일상적 통설로 비명이 빗발친다. 이런 가운데 일반 계층의 국민이 과연 얼마나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내년의 공무원 급여 인상 4.8%는 한꺼번에 올리는 게 아니고 기본급을 먼저 3% 올리고 나머지 1.8%는 추가로 올릴 계획이긴 하다. 그러나 먼저 올리는 3%만도 예산 증가율의 2.1%를 훨씬 웃돈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는 비할 수 없을만큼 경제규모가 크다. 그런데도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2년 째 공무원 급여를 동결하고 있다. 우리의 처지가 일본보다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송도갯벌, 사곶백사장 살리자

내년 6월부터 198만평의 송도갯벌을 추가매립하려는 인천시의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송도갯벌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예고하고도 다시 매립키로 번복한 자체가 환경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행정이어서 온당치 못하다. 천연기념물 391호인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사곶백사장도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된다. 사곶백사장은 기울기가 거의 없이 평평하고 넓은데다 모래가 고와 이탈리아 나폴리아 해안과 함께 세계에서 두 곳 뿐인 ‘천연 비행장’으로 알려져 있는 명물이다. 1970년대까지 군용기가 오르 내려 일명 ‘사곶 비행장’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백령도의 소중한 자산인 서곶백사장이 비행기는 커녕 자가용도 지나갈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백령도는 1년 농사만 지으면 3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 농지를 만든다며 간척사업을 하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자원이 완전히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1~1999년 백령도에 400억2천3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간척사업이 실시돼 350ha의 농경지와 129ha의 담수호가 조성돼 그 결과 섬 모양이 ‘ㄷ’자형에서 ‘ㅁ’자형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농업기반공사측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간척사업은 사곶해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 보다 군에서 쌓은 콘크리트 방어벽과 최근 실시된 선착장 증축 공사 때문에 해안이 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변하고 있는 점이다. 사곶백사장 인근 바다에는 해초가 많고 가자미가 산란하기에 좋은 지형이었다. 그러나 방조제 건설 이후 조류가 변해 뻘이 쌓이고 지형도 바뀌어 가자미 등 어족자원이 사라져 전체적으로 어민들의 소득이 크게 줄어 들었다. 현재 사곶백사장엔 파도에 떠밀려 온 죽은 게와 조개껍데기, 해초더미가 널려 있을 뿐 예전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광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농지조성과 수자원 확보를 위한 간척사업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고통을 준다면 잘못된 시책이 아닐 수 없다. 인천시는 송도갯벌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 및 종교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연평도 주민들의 환경사랑 운동을 간과하지 말고 친환경적인 행정을 펼쳐 송도갯벌과 사곶백사장 보전에 주력하기 바란다.

도자행사 입장권 강매 철회하라

본란은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격려한 바가 있다. 그런데도 오늘 고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이의 성공적 개최가 입장객의 강제 동원에 있는 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군중의 강제 동원은 버려야 할 개혁대상의 구시대적 악폐임은 부정될 수 없다. 이런 망령이 하필이면 지역사회에서 되살아나 공공연하게 횡행하는 사실은 실로 안타깝다. 상당 수의 도시에서 각 동별로 약 300장의 입장권이 할당되어 관내 업체 등에 강매되고 있는 행정력 동원은 지금 어느 시대인가를 의심케 한다. 원래는 입장권이 6천원짜리다. 이를 단체구입을 하면 4천원으로 할인한다는 명목으로 팔고는 있다. 하지만 이에 떠밀려 사는 업체의 입장에서는 부득이 강매당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만이 아니다. 행사 기간동안 구청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강매된 입장권의 입장객을 현지 수송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동원될 관광버스가 부지기수다. 대절료는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나가며 그 액수 또한 막대할 것이다. 자치단체 예산은 지역주민의 세부담이다. 돈을 이런 데 쓰라고 지역주민이 세금을 낸 것은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입장권을 강매당한 업체에선 표만 사주고 관람은 그만 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입장이다. 버스 동원에 응하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동원 인원이 주말에만 다 수송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멀쩡한 평일 하루의 인력을 강제 구경에 빼앗겨, 돈 주어가며 인력 손실을 당해야 하는 것이 입장권을 강매당한 업체의 딱한 처지다. 민선 자치행정의 투명성은 관선 자치행정과 구별되는 최대 덕목이다. 어떻게 이같은 입장권 강매 행위가 자행될 수 있는 것인지, 그 경위가 참으로 의심스럽다. 동별로 할당된 것으로 미루어 이는 조직적인 것으로 보아진다. 구청위에 시청이 있으면 결국 시청위인 도청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경기도가 만약 잘 모르는 일이라면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할당된 입장권 수가 얼마가 되든 간에 이미 팔린 것은 돈을 환불해서라도 즉각 회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지정 문화재 보전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근대문화유산 보호에 나서고 불교계가 사찰문화재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비지정 문화재 현황은 정확히 조사되지 않았다. 더구나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 부족으로 훼손되거나 도난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대로 둔다면 모두 멸실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가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엔 훼손·도난될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남공철(南公轍·조선 순조 때 영의정)의 집터 귀은당지(歸恩堂址)로 추정되는 유적 훼손은 비지정 문화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530 일대인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귀은당지는 남공철이 만년에 살았던 99칸 규모의 집터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후손은 물론 지자체 등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이 유적의 일부가 최근 한 마을 주민이 동원한 굴착기에 의해 무참히 훼손된 것은 실로 안타깝다. 지난해말 성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된 ‘남공철묘’인근 유적 200여평이 굴착기로 파헤쳐진 것이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을 조사한 관계 당국의 해명은 지정·비지정을 떠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안이함을 드러낸다. 주민이 농사 지으려고 잡풀을 제거한 것으로 특별히 훼손된 것은 없어 보인다는 등 축소·은폐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그린벨트의 나무들이 뽑힌 것은 물론 건물터임을 입증하는 초석(礎石)을 비롯, 장대석, 기와편들이 발견됐다.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되는 19세기 전반 반가(班家)의 대규모 집터 주춧돌 등이 마구 파헤쳐져 원형이 훼손된 것이다. 바로 옆의 군부대에서 도요지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집터 유적지에서 백자편 등이 발견된 것은 주변지역에 가마터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화재 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귀은당지 뿐만 아니다. 도내 각처에는 문화재로 마땅히 지정돼야할 근대 문화유산과 옛 역사의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지정문화재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훼손되고 있는 비지정 문화재도 함께 보전해야 한다. 비지정 문화재 보호 대책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장군님의 초상화’를 감히…

북쪽 사람들은 으레 그런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그들의 사는 방식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본 그 장면은 마치 코미디 같았다. 대구 U대회에서 북측 선수단이 두번이나 문제삼은 것은 그래도 꼬투리는 있었다. 그러나 세번째의 현수막 파동은 실로 황당하다. 현수막은 예천지역 농민회에서 내 건 것이다. 내용은 북측 선수단을 환영하는 것으로 ‘하나가 되자’는 것이다. 북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을 포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같은 자구보단 무엄하게 다룬 ‘장군님’의 길거리 초상화에 대한 불경죄가 더 큰 관심사였다. 6·15 공동선언을 한 남북의 정상이 서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 그것을 길에 내걸면 찬양으로 보는 남쪽 시각과는 달리 불경으로 보는 그들의 시각차는 참으로 민족의 불행이다. 경기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우정 세워 앞다투듯이 뛰어가 현수막을 내리는 북측 여대생 응원단의 분노는 가히 절규였다. “장군님의 초상화 얼굴을 감히 구겨지게…” “장군님의 초상화를 어떻게 비오는 길 거리에…”, 그러면서 오열하듯 눈물을 쏟기도 했다. 똑같은 말을 쓰고 혈맥의 피도 같은 핏줄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사는 방식이 이토록 다른가. 다름을 모르진 않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것이 엄존하는 남북의 체제 차이다. 아직도 ‘김일성 수령’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훈통치를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이 곧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인식된 저들의 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기막힌 현상이다. 대를 이어 충성을 다짐하는 저들의 정치적 공동선은 이미 정치학의 연구 대상이 된 지 오래이긴 하지만 참으로 절묘한 감이 없지않다. 물론 여대생 응원단은 북의 체제에서 선택된 계층이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저런 천신만고를 해가며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 입국 러시에 비하면 알다가도 알 수 없는 것이 저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남북의 체제 차이는 합쳐질 수 없는 이질의 장벽이 이처럼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하나다’란 말처럼 말인즉슨 더 좋은 건 없지만 서로의 체제를 고집하는 한 그것은 허구다. 북의 여대생 응원단과 마찬가지로 ‘장군님’의 길거리 초상화 앞에서 울부짖는 통일을 바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한 아직은 요원하다. 그같은 감상보단 평화 공존이 민족의 이익이다. 북측 응원단의 행위를 비방하기 위해 이를 거론한 것은 아니다. 체제의 차이에 대한 이성적 인식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막오른 세계도자비엔날레

지구촌 ‘흙과 불’의 큰 잔치인 ‘제2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9월1일 이천·광주·여주에서 동시에 화려한 막을 올리고 두달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창조의 열정, 전통의 격조, 생활의 향기’를 주제로 10월30일까지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는 이천(세계도자센터), 광주(조선관요박물관), 여주(세계생활도자관) 등 3대 도자기 생산지 및 행사장의 특성에 맞게 16개의 전시·학술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제17회 이천도자기축제, 제6회 광주왕실도자기축제, 제15회 여주도자기박람회 등 그동안 매년 개최해온 도자기축제도 함께 열려 그야말로 도자기 잔치가 펼쳐진다. 세계도자비엔날레에는 465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고 전시작품수가 2천400여점에 이르는 초대형 비엔날레다.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가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박람회 성격이었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도자기의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행사다. 격년제로 열리는 2005년 도자기엑스포를 위해 행사규모를 축소, 올해 예상 관람객수는 100만명으로 2년전 관람인원의 6분의 1 수준이지만 행사의 수준과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 중 ‘국제공모전’에는 40개국 응모작가들의 입상작 215점이 전시되고, ‘조선도자 500년전’에는 조선 왕실과 사대부가 지향했던 절제와 품격, 자유분방함이 깃든 국보급 도자기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다. 순백자·청화백자·진사백자·철화백자·분청 등 도자기의 본질적인 미를 추구한 조선의 명품 180점이 선보인다. 현대 전통자기의 새로운 미학에 주목하는 ‘한국도자 특별전’, 피카소의 영감이 담긴 ‘피카소도자특별전’, 세계적인 유명 도자 브랜드를 살펴보는 ‘세계10대 도자기업명품전’ 등 특별전도 눈길을 끄는 기획전이다. 전시회 뿐만 아니라 공연과 참여 이벤트도 많은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주최측이 각별히 주력해야 할 것은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전시작품들의 안전관리다. 전시작품들은 모두가 각국의 국보급이다. 추호도 훼손돼서는 안된다. 3개 지역을 하루에 돌아보기엔 벅찬 일정이므로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교통편의 제공에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된다. 세계도자비엔날레가 높은 문화의식이 발휘되는 가운데 질서있게 열려 한국, 특히 경기도가 도자기의 메카로 전 세계에 널리 선양되도록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

대법원의 ‘청문회식 재판’ 도입

대법원이 도입코자 하는 ‘청문회식 재판’ 자체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추진상의 역기능 또한 간과키 어렵다. 지금까지의 대법원 상고심은 법정이 아닌 집무실에서 심리하는 기록 중심의 재판이 관행이었다. 따라서 하급심의 법리적 오류 여부를 가리는 법률심 위주였으므로 사실심리는 외면되다시피 하였다. 하급심의 사실심리에 하자가 있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덮어두고 법률심에만 치우친 폐단을 개선코자하는 노력은 평가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상고심에 해당분야의 전문가 등 의견을 법정에서 청취, 판결에 반영하는 공개변론 형식의 ‘청문회식 재판’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다. 그러나 폭주하는 상고심을 다 이렇게 재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리하여 계획하는 대법원의 구상이 ‘청문회식 재판’의 선별 적용과 상고의 제한으로 알고 있으나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상고의 남용으로 대법원 업무가 폭주하는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를 잘못 제한하면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훼손, 위헌 소지를 다분히 안게된다. 또 선별 적용하는 것도 그렇다. 사회적 가치판단이 요구되는 주요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덴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그같은 판단을 누가 뭣을 기준하여 어떻게 선별하느냐에 있다. 대법원의 ‘청문회식 재판’ 도입은 실무법원에서 정책법원으로 전환, 요즘 같으면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분열된 사회적 주요사안의 여론분열에 통합기능을 갖는 새로운 사법개혁 차원의 노력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법개혁은 상승관계가 있어 대법원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키가 어려운 게 난점이다. 예컨대 상고의 남용방지도 하급심의 재판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게 함으로써 재판 당사자들에게 승복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첩경이지만, 이러기 위해서는 법관 수를 엄청나게 늘릴뿐만 아니라 법관 역시 의료계의 전문의와 마찬가지로 전문분야의 전문법관 양성 또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 과제일뿐 당장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토록 어렵게 제한된 여건 속에서나마 대법원이 꼭 ‘청문회식 재판’을 도입하겠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선별에 엄격한 객관적 기준을 규정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우선은 ‘청문회식 재판’ 대상을 적게 잡더라도 국민의 상고를 부당하게 제한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더 기다려야 한다

개성공단의 연내 입주설은 사실과 다른 것 같다. 개성은 한국전쟁 이전에는 경기도 땅이었다. 경기도의 행정이 개성시와 개풍군에 미쳤고, 서울~개성간의 학생들 통학기차가 운행되기도 했다. 이처럼 각별한 정서를 지닌 개성지역의 공단은 경기도 기업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개성공단은 개성~평양간 고속도로가 바로 이웃에 있고 경의선 철도가 공단을 통과하여 공장 입지로는 아주 제격이다. 공단 부지가격도 평당 10만~20만원을 전망하여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설투자가 가능하다. 고임금으로도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인 들에게 개성공단 입주는 더 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아직도 기획단계다. 착공식이 있은 지 두 달이 됐으나 막상 공단 부지현장에는 공사가 조금도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허허벌판인 공단 부지를 두고 연내 입주설이 있었던 것은 그 연유가 뭣인진 몰라도 사실과는 판이하다. 지금 현재로는 언제 완성될 것인 지 전망조차 예측키가 어렵다. 아무래도 현재 베이징서 열리고 있는 북핵 관련의 6자회담이 끝나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회담 결과가 좋게 나온뒤 후속조치가 이루져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사업의 하나다. 경협사업은 말 그대로 경제분야 사업인 데도 정치와 결코 무관하지 못한 것이 북측 체제 구조의 특성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당장의 북핵 관련도 그렇고, 그러고도 숱한 우여곡절의 난관은 있겠지만 남북의 평화공존에선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이 개성공단이다. 다만 성급한 기대보다는 차분한 기다림이 있어야 하겠다.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자동차로 불과 20분 거리인 지척의 개성공단은 이처럼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깝다. 남쪽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이 한데 어울려 한반도 종단의 물류동맥으로 경의선이 활기를 되찾을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때 가면 개성공단의 규모 또한 더욱 확장될 것이다. 필연적 사실에도 시일이란 게 있다. 개성공단을 두고 더 많은 시일을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치다.

농작물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잦은 비로 풍년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수확량 감소에 따른 농산물·과일의 가격 상승으로 추석을 앞둔 물가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전국이 거의 비슷하게 벼의 키는 현재 76.5㎝로 지난 해보다 2.2㎝, 평년보다 7.8㎝ 작다고 한다. 조생종 벼의 이삭 패는 시기도 예년보다 6일 가량 늦고 이삭이 팬 벼는 알이 여물지 않아 농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병충해 발생 면적이 75%나 늘어 이번 추석에는 햅쌀 구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추는 웃자람 현상에 역병까지 번져 수확량이 20% 이상 줄었고, 사과와 배는 일조량 부족으로 크기가 작고 당도도 떨어졌다. 반사 필름과 비 가림 시설을 설치하는 등 ‘이상 기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이 실로 안쓰럽다. 1980년 이후 23년만에 겪는 최악의 냉해도 크게 우려된다. 4월 이후 누적 일조시간은 596.1 시간으로 지난 해보다 61.4시간, 평년보다 221시간 적었고, 강우량은 823.5㎜로 지난해보다 302.4㎜, 평년보다 204㎜ 많았다. 전국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려 고추에 탄저병, 역병이 돌아 수확 포기 농가가 적지 않아 이대로 가면 전체 작황이 예년의 절반에 그쳐 모종값, 농약값도 건지기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문제는 농민들이 겪는 극심한 경제난과 영농의욕 상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농현상이 속출하고 농사를 지어봤자 부채만 쌓이는 현실에서 최근 수확기의 일기마저 좋지 않아 농민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더구나 농작물의 전반적인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추석을 앞둔 서민 가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은 비싸지지만 생산자에게는 수익이 별로 없다. 중간상인들이 폭리를 취해 결국은 농민들과 소비자들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다. 계속 내리는 비로 타격을 입는 농민들을 위해 당국의 대책 마련은 물론 병충해 방제에도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농산물 등 추석물가가 폭등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할 것을 아울러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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