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도정의 대북사업 실체는?

대북사업의 이벤트성을 경계한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하는 식의 대북사업 계획은 주민을 혼란케 한다. 우리는 농업 및 의료지원, 문화체육 및 관광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기도의 대북사업계획을 평가하면서 몇가지 유의점을 주문한 적이 있다. 이어 경기도는 거듭 개성 육로관광과 서해 해상유람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접경지역지인 특성을 지녔다. 개성공단이 착공됐다. 육로관광을 기대할 수는 있다. 현명한 사람은 겨울에 여름옷을 준비한다고 했다. 북 핵 사태가 비록 암울하여도 미래 지향의 청사진을 중단할 수는 없다. 서해 유람관광을 생각 못할 이유가 없다. 이의 육로 및 해상관광은 내국인만이 아니고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안보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생각이다. 대북사업은 상대가 있으며,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또 중앙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있다. 지방정부의 대북사업이 중앙정부를 앞지를 수는 없다. 도의 이러저런 대북사업은 최장 10년까지 잡는 단계적 장기계획이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높다. 장기계획이 불가피한 것처럼 불확실성의 비례 역시 불가피하다. 또 농업 및 의료지원 같은 시혜성 사업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세부담이 수반된다. 예컨대 북에 병원을 건립하는 문제는 이만저만한 돈이 드는 게 아니다. 도내 서민들이 절실히 필요로하는 지방의료원을 적자가 난다해서 걸핏하면 없앤다는 말이 분분한 마당에 북에 병원을 세우는 것은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특정인의 대망을 위한 장식품이 되어선 안된다. 시임 도지사의 무책임한 미완성 업적 PR용으로 남용되어서도 안되고, 후임 도지사에 의해 전임자의 계획이 무차별로 부정되어서도 안된다. 손학규 도정에 의해 입안되는 대북사업이 과연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진지한 자세가 요구된다. 대북사업을 체계화하여 탄력성을 부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 정부의 대북접촉 승인이 나면 경기도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 형식은 가령 ‘대북교류 기본 조항에 관한 조례’제정을 생각할 수가 있다. 만약에 이같은 고려를 도외시한 채 탁상공론의 인기성 이벤트 계획에 그친다면 대북관에 혼란을 일으켜 지탄을 면키 어렵다. 환상은 안된다. 가시화가 담보돼야 한다.

'제16대 대선자금 조사 특별법'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특별 기자회견 내용은 대체로 인정된다. 모두 발언이나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이 수긍할만 하다. 대선자금 문제는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면 본질이 흐려진다. 대선자금을 공개하자는 것은 곧 정치개혁의 시동이다. 정치권력의 정점을 생산하는 대선부터가 선거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면 그 어떤 정치개혁도 무위하다. 대통령은 ‘경선 비용은 사실상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선자금을 포함한 대선자금 전모를 여야가 다 같이 검찰 아니면 특검을 수용해서라도 검증 절차를 받자고 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를 예의 ‘물귀신작전’으로 거부하는덴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국민적 의혹 해소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다면 여야 공동공개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야당이 의도하는 굿모닝시티 관련 자금에 의심을 갖는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공동 검증을 거부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16대 대선자금 전모 공개 제안은 그 자체가 고백성사다.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어느 당이 돈을 더 쓰고 덜 썼는가를 가려 새삼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유로울 수 없는 대선자금의 여러 문제점을 교본적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여야 합의로 ‘제16대 대통령 선거자금 조사 특별법’같은 것을 만들자는 생각은 검토해 볼만 하다. 조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날 기업인들의 선거자금 수수사실을 끝내 비공개로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부득이 문제 삼는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면서 정치권은 또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과거의 족쇄에 묶여 미래 지향의 발전이 정지되곤 했던 현실에서 또 이런 전철을 밟는 게 과연 현명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지난 대선자금에 관한한 특별법으로 그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기로 한다면 실체적 진실규명도 보다 용이하고 후유증 또한 극소화가 가능하다. 물론 형사 소추하지 않을 조사를 한다는 것은 통상적 인식에 위배된다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기관의 대선자금 조사가 되든, 그 조사로 인해 정치개혁이 시동되고 정경유착의 고리가 마침내 단절된다면 지금까지 거듭 해온 처벌보다 더욱 값진 국가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제의는 어떻든 이제 정치권이 풀어야할 과제가 됐다. 여야의 전향적 판단을 촉구한다.

서민은 항상 '봉'인가?

최근 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면 개혁이 아닌 개악일 뿐만 아니라 서민을 정책입안의 희생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 서민들을 위하여 만든 제도의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돈 없는 서민들을 ‘봉’으로 취급하여 가능하면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궁리나 하고 있으니 서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야속하다.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연금제도 개혁이란 이름 하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은퇴 후 매월 받을 연금액을 현행 평균 소득의 60% 수준에서 내년부터는 55%,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이 오는 2025년부터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형평성에서 크게 어긋난다. 정부는 4대 연금 중 공무원·군인·사학연금에 대해선 오히려 지난 연말과 올 봄에 걸쳐 관계법령 개정을 통하여 연금수령액을 인상하였다. 공무원은 특히 그동안 봉급인상이 동결되었기 때문에 임금보상 차원에서 인상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3대 연금 중 공무원과 군인 연금은 만성 적자이기 때문에 매년 정부에서 무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형평성이 위배되어도 아주 크게 위배된다. 매달 수십만원의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서민들의 국민연금은 현재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적자를 예상하여 연금 수령액을 삭감하고, 적자인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고 오히려 연금 수령액을 증액한다면 국민들은 과연 이를 받아들이 겠는가. 나라를 건설하는데 공무원과 군인들만 공이 있고 일반 서민들은 공이 없단 말인지 정책당국자에게 묻는다. 국민연금제도는 서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개혁해야 한다.

정치자금 단일계좌 등, 개혁안 환영한다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개정을 망라한 정치개혁안을 총괄적 관점에서 환영한다. 물론 예비후보자의 일정기간 사전 선거운동 허용, 선거연령 19세 하향,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제, 지구당 위원장 3인 이상 공동대표제, 당내 경선 낙선자 출마 제한, 선거사범의 제한적 궐석재판 도입 등 이밖에도 논의 대상의 각론적 과제는 많다. 그러나 정치개혁 시안은 상당부분 긍정적이며, 정작 정치개혁에 앞장 서야할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지지부진하는 실정에서 중앙선관위가 이에 나선 것은 평가할만 하다. 특히 인터넷 실명제 선거운동 도입, 미디어 선거운동·정책홍보 활성화, 선거사범 제재의 실효성 강화 등은 현안의 해법으로 아주 시의적절 하다. 시안은 매우 폭넓게 정치개혁안을 담고 있지만 초점은 분명하다. 입은 풀고 돈은 투명하게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주요 선거운동으로 선거운동 확대, 집회·인쇄물·시설물 이용, 광고방송 연설 등에 전향적 조치를 취한 것은 선거운동의 입을 대폭 완화하였다. 반면에 선거비용 규제, 보조금제도의 탄력성, 정치자금 모금의 확대 등은 선거운동비용의 현실화와 함께 투명성 강화를 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모든 정치자금은 선관위에 신고된 단일계좌로 처리하도록 한 것은 정치개혁의 획기적 단안이다.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비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모든 정치자금 수입 및 지출을 선관위에 신고된 회계책임자가 신고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토록 한 것은 본란이 평소 주장해온 정치자금 실명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소모적 정치풍토를 타파하고, 정치자금이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고질적 정치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만이 아니고 정당자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자금의 투명화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사실상 정치자금 실명제로 가는 단일계좌 거래 의무는 투명성을 담보하는 최선의 제도적 장치다. 이번 중앙선관위의 정치개혁 시안은 다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자금의 단일계좌 거래 의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정치권의 부패추방이 없는 정치개혁은 절대로 공허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이러한 정치개혁안은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듣게 된다.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이 요청된다. 행여라도 정치권이 이를 외면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정치개혁 관련 시안을 토대로 하는 관계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구한다.

팔당주민 생존권 고려하라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팔당호의 수질오염이 양평주민들 때문이라는 식의 환경부 견해는 당치 않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양평군민비상대책협의회와 양평군 이장단의 팔당고시 백지화 투쟁은 그래서 타당성이 성립된다. 양평군 이장단이 이미 255개 리 이장직과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장직 등을 일괄사퇴한데 이어 향후 전개하겠다는 물 이용 부담금 전면 거부 운동 등은 부수적인 문제다.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의 잘잘못을 따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환경부는 1998년 한강수계법 제정 이후 팔당호 수질 개선 1급수를 위해 무려 4조 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팔당호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감사원과 환경단체 언론 등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규제안을 내놓는 데만 급급했다. 이번에 환경부가 내놓은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종합대책 고시 개정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수질보전특별대책 1권역에선 240평 이상의 창고를 신축할 수 없는 등 각종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이는 90년대부터 팔당상수원 주민들의 목을 죈 규제 일변도의 완성판인 셈이다. 결국 규제는 규제대로, 주민들의 불편은 불편대로 가중되면서도 수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게현실이다. 주민들의 생존권 사수 요구는 반드시 정부시책에 반영돼야 한다. 팔당주민들 스스로가 팔당호를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경제성을 살리는 특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 방안으로 양평군민비상대책협의회와 환경단체 경기연합이 제시한 대책, 즉 상수도 취수원을 수질이 양호한 팔당호 상류로 이전하고, 팔당호를 준설하자는 건의는 심도있게 검토할 만한 개선책이다. 이미 오래 전 담수화돼 자정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팔당호 바닥의 퇴적물 준설을 외면한 채 상류지역의 오염원에 대한 차단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비효율적이다. 환경부의 성찰을 촉구한다.

경기미 보호에 철저를 가하라

여주·이천쌀이 현지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잇따라 도둑을 맞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널리 알려진대로 여주·이천쌀은 전국 최고의 미질인 경기미(京畿米) 중 하나로 최상의 밥맛은 물론 높은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 농산물이다. 하지만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적어 전국 각처에서 가짜가 유통되고 심지어 타도에서 수확된 벼를 경기도 정미소에서 도정하면 경기미로 둔갑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했었다. 이러한 경기미가 RPC 관리 부실로 계속 도둑을 맞는다면 농민들의 재산이 무방비 상태에서 탈취 당하는 것은 물론 경기미가 흠결을 입을 것은 뻔하다. 실제로 지난 4월말 이천농협 소유 RPC에서 8t 트럭 1대분, 시가 2천만원 상당의 경기미가 도난 당한 데 이어 여주 가남농협 RPC에서도 도둑을 맞아 경기미의 보관·관리상태가 허술한 것을 방증했다. 철재 펜스를 뚫고 다량의 쌀을 트럭에 실어 훔쳐 갔는데도 전혀 몰랐다니 RPC 철재 담장 등에 경보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농협의 관리 상태는 물론 경찰의 치안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비원도 따로 없는 마당에 트럭에 키를 꽂은 채 거래처의 납품물량을 관리하였다니 도둑에게 곳간 열쇠를 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 여주·이천쌀이 도둑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미질이 뛰어난데다 20kg들이 기준 일반쌀이 4만6천원선인 데 비해 여주·이천쌀은 5만6천원대를 웃도는데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경기미 현물은 곧 현금으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경기미 도난의 큰 문제는 농산물 개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농민조합원들의 재산이 새어 나간다는 점이다. 농협은 대부분 농민조합원들의 출자금을 통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영업 이윤에 따라 해마다 출자금과 이용, 고 배당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RPC에서의 쌀 도난은 이익금이 배당되는 대다수 농민들의 재산을 앉아서 강탈 당하는 셈이다. 진짜 경기미는 현지에서 도둑을 맞고 가짜 경기미가 도처에서 유통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주·이천 뿐만 아니다. 고품질의 경기미가 도내 각처에서 더 이상 도둑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농협의 RPC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물론 경찰의 강력한 예방대책을 촉구한다.

지방의회 의장 '불신임' 논란

근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몇몇 의회가 의장 불신임안 결의로 지방의정이 파행을 걷고 있다. 도내 부천시의회, 인천시 남구의회가 이에 해당한다. 의장 불신임 안건은 말 하자면 의회의 자율권에 속한다. 현행 지방자치법엔 의회 자율권과 관련한 징계사항을 열거하고 있지만 의장을 불신임 결의로 강제 퇴진시킬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불신임 결의로 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법에 없는 결의는 원천적으로 효력이 발생될 수가 없다. 다만 권고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이래서 불신임 결의를 당한 의장이 사퇴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그같은 결의를 거부하면 그를 결의한 원의의 권위만 훼손된다. 본란은 앞서 밝힌 두 지방의회가 제기한 의장 불신임안 사유에 대해 그 진위를 알 수 없고 또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같은 사유가 의장의 품위 손상에 치명적 흠이 된다고 보는 확신과 확증이 있다면 법에 없는 불신임안보다는 법에 있는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이 순리다. 물론 의장 불신임안 안건을 법제화 할 필요가 있으면 앞으로 논의될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반영할 수는 능히 있는 일이다. 이럴 경우 발의 요건과 의결정족수 등을 분명하게 명문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법률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부 지역의 의정 분쟁은 지역사회에 깔린 정치적 배경이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방의정 발전을 위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방의회는 지방의원의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의회다. 행여라도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대의를 맡은 지방의원이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합집산을 일삼는다면 대의의 소임을 다 한다 할 수 없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세부담으로 편성되는 자치단체 예산이 단 한 푼이라도 헛되지 않도록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당연한 이 소임을 의정 분란이 지속되어서는 제대로 이행한다고 보기 어려워 우려되는 바가 크다. 조례제정 등 입법기능을 갖는 지방의회는 누구보다 법규를 먼저 존중해 보여할 의무가 있다. 의회의 자율권 행사가 객관적 타당성을 갖는 그런 의회 운영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바란다.

지방자치 민원행정, 왜 이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최근 민원행정 실태를 보면 과연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있는 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판단 미숙이나 행정착오라고 하기엔 의혹이 가는 게 너무 많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업무처리 능력이 심히 걱정스럽다. 용인시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부터 300m 이내에서 개발행위를 할 경우 경기도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문화재보호법을 어기고 문화재 바로 옆에 있는 죽전지구 안에 고층아파트 사업승인을 두 차례나 내줬다. 수원시 역시 문제가 많다. 재산권을 지키려는 토지주들의 권한을 강제로 제한할 방법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이의동 일대 340만평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를 전면 금지하기 직전, 수십여건의 개발행위 신청을 무더기로 허가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보상비가 늘어났음은 물론 선별적인 허가취소 해당자 및 건축물 존치를 요구하는 건축주와의 마찰 등 심각한 후유증을 자초했다. 광주시의 경우, 도로가 날 땅에 무더기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참으로 ‘어이 없는 행정’의 표본이다. 광주시는 국지도 57선의 실시설계가 이미 끝난 오포읍 문형리 일대에 2000년 7월 아파트 건설업체가 신청한 국토이용계획변경안을 주민들에게 공람공고했다. 특히 2001년 3월 경기도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고 답변까지 했으면서도 업체는 물론 주민들에게 도로 개설 사실을 감춰왔을 뿐 아니라, 지난해 4월 수원국유림관리소에서 ‘(아파트 사업부지 중 산림청 소유 땅에 도로가 뚫리게 돼) 국토이용계획변경 협의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받고도 담당자가 결재조차 받지 않고 1년이 넘도록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도로가 뚫리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춘 것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문형리 일대에 각급 학교와 공원 등의 조성계획이 있다’며 이 사업 추진을 공약한 모 후보를 돕기 위해서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드러나면 그때 봐서 조치한다’ ‘일단 허가하고 민원이 발생하면 취소한다’는 식의 면피성 민원행정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지자체들의 민원행정 쇄신을 엄중 촉구해 둔다.

DMZ 도발, 그리고 작금의 한반도

북측의 우연히 없는 행위엔 다 계산된 속셈이 있다. 잇따른 해상도발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육상도발이 자행됐다. 어제 오전 6시10분께 발생한 연천 비무장지대(DMZ) 총격전은 2001년11월27일 이후 1년8개월만에 또 다시 일어난 북의 선제 도발인 점에서 주목된다. 총격전은 국군의 즉각 응사로 약 2분의 교전 끝에 멈추었으나 아군 GP 옹벽에 맞은 북측 탄환은 DMZ에서 사용할 수 없는 14.5mm 기관포탄으로 밝혀졌다. 북의 이런 무력 도발은 예의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의 일환이긴 하나, 아울러 부시 미국 행정부의 침묵적 강공에 맞대응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아져 특히 관심이 크다. 미국이 오는 9월초 경수로 건설사업에서 손을 떼고 철수하기로 한데 이어 탈북자 수천명을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탈북사태를 유발, 평양정권의 교체를 시도하는 붕괴 시나리오가 가동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의 반발은 물론이고 북 또한 체제 붕괴의 위험을 가만히 앉아서 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그같은 방침이 북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테이블로 무조건 끌어내는 압박수단으로 성공한다면 다행이나 그렇게 낙관시만 할 수 없는 조짐이 이번 같은 DMZ 총격전 도발이다. 북에 특사를 보낸 중국은 “북측이 다자회담을 수용할 것 같다”고 밝혔으나 다자회담도 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아 미국은 여전히 북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미국에 선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측 주장과 북에 선핵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측 주장은 여전히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으로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도는 전쟁설은 간과해선 안되는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장관급회담을 위해 왔던 김령성 북측 단장의 “핵 구름이 몰려온다”는 서울발언을 단순히 정치적 제스처로 보아 묵과해서는 안된다. 또 페리 전 미국방장관에 이어 나온 미의회조사국(CRS)의 여름철(7~10월) 전쟁위험 경고를 가볍게 보아 넘겨서도 안된다. 정부는 DMZ 총격도발 같은 타타담담(打打談談) 전략을 구사하는 북의 의도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방향을 잘 헤아려 계획된 우발적 충돌이 없도록 하는 외교 역량을 보여야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가 있다. 반드시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대선자금 공개 환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대선자금을 공개할 것을 전격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 출마를 위해 사용한 후보자 경선자금부터 일체의 대선자금을 공개하여 중앙선관위 등에 검증을 받음으로써, 더 이상 대선자금 파문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막아 국정운영에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의도에서 여·야에 대선자금 공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민주당은 환영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물귀신 작전’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받은 4억2천만원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면서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져, 돼지저금통 모금 액수를 사무총장조차 오락가락 발표하는 가운데 굿모닝시티의 유탄이 어느 곳으로 튈지 몰라 정치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돈이 적게 든 선거였다고 해서 그렇게 알았는데 국민들은 이제 이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최근 알려진 자료를 종합하면, 대선 이전에 실시된 대선 후보자의 당내 경선비용 등과 관련된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 대선 후보자나 정치인 대부분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검은 돈에 의한 정치자금으로부터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중에 대선자금 후유증으로 시달려 왔다. 지금같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에서 정치권은 불법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근본적인 처방 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악순환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 위해선 정치인들의 의식도 변하여야 하며 동시에 정치자금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정치자금 실명제 실시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여야정당은 현행 정치자금법을 이유로 지난 16대 대선시 제공된 후원금의 구체적인 내역의 공개를 회피하지 말고 정치개혁 차원에서 대선자금의 전모는 물론 당내 경선자금, 정치 후원금의 기부자를 비롯한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여 낡은 정치의 타파에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부패에 식상해 있으며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최악임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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