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약 처방이 남발된다니

의약분업 이후 의료 수요자들이 늘 갖는 불안이 있다.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가 과연 일치하느냐는 의문을 떨쳐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처방전에 적힌 품목이 없는 약은 유사 품목의 약으로 대체하여도 환자 등 수요자들은 알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효험이 없는 의료가 처방의 잘 못인 지, 조제가 잘 못인 지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의약분업 자체는 인정할만 해도 이같은 역기능이 없지 않은 것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겹쳐 함께 먹으면 상극이 되는 약화사고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새로운 사실은 실로 충격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이같은 조사는 지난 해 9월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약국에서 15일간 접수된 처방전에서 나타났다. 처방전 786만여건 중 미국의 약 사용 안전 기준치로 보아 절대 사용금지 위배가 5천500여건 사용금지 위배 5만9천여건 사용 주의가 23만여건에 이른다. 절대 사용금지의 상극 약을 복용하면 심장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있다하니 약이 아니고 독을 복용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 조사 결과는 수도권에서 불과 15일간에 걸쳐 나온 것으로 미루어 전국적인 연간 피해가 상당 건수에 이르는 데도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약화사고는 선진국에서도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은 약화 사고로 인한 사망이 연간 10만여건, 일본은 1천여건이다. 문제는 국내에선 이에 대한 연구가 없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데 있다. 궁금한 건 의사나 약사가 상극되는 약을 이토록 모르느냐는 것이지만, 수백가지가 되는 약의 약화 여부를 다 기억하기 어려울 거라는 짐작은 간다. 그래서 금기 약품을 시급히 제도적으로 공시하여야 할 책임이 정부 당국은 있다. 몸이 병든 것만도 서러운 데 잘 못된 금기약의 약화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심지어는 죽어도 뭣 때문인 지조차 몰라서는 국민보건에 정부의 책임을 다 한다 할 수 없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 ‘역차별’철폐 나서라

국회의원은 국민적 대표 지위에 있으면서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것이 소임이다. 우리는 오는 29일 행정자치위, 10월6일 건설교통위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평소 지역사회 출신 국회의원들이 과연 지역 소임에 얼마나 충실했는 지 묻는다. 참여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정책이 완화되기는 커녕 더욱 역차별 당하는 핍박을 받고 있다. 정부측은 말로는 규제를 푼다고 수차 거듭해왔다. 그러나 말뿐이다. 경기도의 경쟁력 강화가 곧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인식한다고 말하면서도 표현과 생각이 달랐고 속과 겉이 달랐다. 예컨대 당장 수출과 직결되는 초미의 공장 하나를 증축못하는 딱한 사정은 여전하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산하 수도권 관리전문위원회 민간위원은 수도권을 배제한 비수도권 인사로만 채웠다. 이젠 정부측 그 누구의 말도 믿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가 수도권과 각을 이루려 하는 비수도권, 즉 지방출신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기 때문임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다. 그럼, 그간 지역사회 출신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를 책문한다. 경기도가 청와대와 중앙부처 요로를 뛰어다니며 역차별 해소를 위해 심혈을 기울일 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에 얼마나 관심을 갖기나 했는지 묻는 것이다. 행정자치위와 건설교통위의 경기도 국감은 수도권 역차별과 중앙정부의 일방적 신도시 조성의 정책 모순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지방정부는 피해자다. 가해자인 중앙정부의 국감에서 신랄한 책임 추궁과 응분의 대책 촉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기도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대체 입법안에 주인의식을 갖고 나서야 할 것으로 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이 법이 균형발전 개념을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계획관리로 하여 계속 수도권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로 왜곡하는 덴 더 이상 다른 방도가 없다. 우리도 정치논리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는다. 중앙정부의 역차별이 우심해지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수도권 경쟁력을 스스로 키워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제2청 간부회의 석상 언급은 이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지역사회 국회의원들은 얼마 남지않은 임기나마 지역사회 현안에 적극 대처하여 실효를 보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엔 정당이나 정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은 다음 총선에서 이같은 공과를 선량 자질의 고과(考課)로 삼아 참조할 것이다.

4黨구도의 정치권 전망

친노계열의 통합신당 출범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이렇게 되고, 또 이렇게 될 게 뻔한 것을 두고 왜 그토록 지루한 뜸을 들였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통합신당이라기 보다는 ‘분당신당’의 발족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명색이 집권당이 분당되는 희한한 형상과 더불어 정당사 또한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탈당하지 않은 민주당을 가리켜 법적 여당이니, 친노 신당을 가리켜 정치적 여당이니, 또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신당에도 당적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두고 무여(無與)정당이니 하는 등 정치사상 초유의 현상이 쏟아지는 혼돈에 처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 자민련 등 4당 구도의 정치권이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도 궁금하다. 되도록이면 다당체제보다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양당체제로 가기를 바라고 싶지만 아무래도 당장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쇠꼬리보단 닭머릴 선호하는 정치권의 군웅할거 심리에 겹친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둔 이해다툼이 언제나 정당통합의 장애가 됐던 병폐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이 아닌 연합 형식의 세규합은 다소간에 있을 것으로 보여 내년 총선 심판을 받기까지는 정치권이 요동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개혁신당이 표방하는 지역구도 타파, 투명한 정치개혁을 거부할 명분은 그 누구도 없다. 다만 이가 액면 그대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말에 그친 수사적 정치에 기만 당한 국민적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신당이 이의 신뢰를 어떻게 담보해 보일 것인지가 주목된다. 통합신당은 사실상의 여당으로 동지적 참여 외에도 해바라기성 정치권 관행에 비추어 많은 사람들이 권세따라 모여들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하지만 이같은 향일성(向日性)규합이 이 정권이 내세운 사회통합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잘못하다 가는 지역감정 구도, 사회계층 분열을 심화 시킨다는 비판이 가능한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자민련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수구집단으로 보여서는 결코 장래가 있을 수 없다. 부단한 당내 쇄신,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 4당 체제의 출범을 맞아 더 이상 인신공격 따위의 욕설정치는 삼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좀 더 큰 정치,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정책 대안을 보여야 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는 당장 이의 시금석이 된다.

김포신도시, 환경보전에 신중을 기하라

김포지역은 세계적으로 4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재두루미를 비롯, 흑두루미, 개리 등 희귀 철새들의 서식 경유지다. 서해안의 바닷물과 한강의 민물이 뒤섞이는 자연환경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포지역 한강 하구엔 황복, 참게, 뱀장어 등 수십종의 수서생물이 서식해 풍부한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수리부엉이, 참매 등 10여종의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저어새 등이 겨울을 나고 있다. 김포지역은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일본열도로 이동하는 두루미, 기러기 류 등 철새들의 주요 이동로이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해 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발표한 운양동, 장기동, 양촌면 일대 480만평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203호), 개리(325호)의 도래지다. 건교부는 이같은 김포시 일대를 다음달 신도시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내년 말까지 개발계획을 수립, 2005년부터 토지 보상을 실시하고 2006년 신도시개발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포신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토지공사는 “환경부의 2003년 겨울철 조류동시센서스와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조류 월동실태 조사자료를 인용하고 조류전문가에 자문을 의뢰, 현지 조사를 통해 보완한 것”이라고 ‘사전환경성 검토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고의로 축소했다”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의혹 제기에 설득력이 있다. 김포지역의 철새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새가 도래하는 10월부터 다음해 3~4월까지 세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토지공사가 제시한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에는 지난 8월10 ~ 12일 3일간만 조사한 것으로 돼 있다. 환경보전논리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 개발이긴 하지만 김포지역 신도시 건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방식으로 개발을 계속한다면 결국 사람도 잘 살 수 없다. 개발계획 확정 과정에서 환경 보전 대책 마련을 당부하는 이유가 이에 있다. 한강 건너편에서 북한을 마주 보고 있는 접경지역, 또 강화도와 인접해 있는 서울 근교에 자연생태계가 유지되는 도시 하나 쯤은 남아 있어야 한다.

실업고교생 현장실습, 문제점 많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전공 분야에 맞춰 학교 아닌 기업체 등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것은 오랜 교육계의 관행이다. 이론으로 배운 과목을 실제로 경험하므로써 실기 숙련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본보가 보도(17일자 1면)한대로 도내 상당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이란 명목으로 기업체 등에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려 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라도 학교와 기업체의 적합치 못한 처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현장 실습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수업을 받지 않은 것은 학교측의 중대한 과오다. 학습권 침해가 분명하므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행 법률상 실업계 고등학교 3년 재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최소 34시간에서 최장 6개월까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현장 실습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도내 실업계 3학년 학생 중 여학생 1만3천249명을 포함, 총 2만7천871명이 현장 실습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 학생들 가운데 10%가 넘는 2천897명이 법적 기준인 6개월을 초과해 실습을 받았고, 또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참여학생 중 1천233명이 법정 최저 임금인 50만2천900원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았다. 게다가 2천700여명의 학생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에 시달렸다니 학생들을 근로자로 취급, 임금과 노동력을 착취한 셈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들을 수탈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탄을 면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장실습시 월 1회 이상 학교에 출석해야 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습기간동안 단 1차례도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무려 4천216명으로 참여학생의 15%에 달한다. 특히 현장 실습에 나선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1만6천131명이 취업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현장 실습이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기업체에 잇속만 챙겨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산업체 현장 실습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임금과 근로기간 등 노동조건에서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현장 실습은 기업체의 임금착취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실업계 고3 학생들의 현장 실습은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교육계는 물론 기업체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실질적인 현장 실습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도권 ‘2순환도로’ 독자추진의 타당성

경기도가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의 독자 추진에 나서고자 하는 것은 이유가 된다. 갈팡질팡하는 건교부 시책에 보조를 맞추기 보다는 차라리 지역사회의 주관 사업으로 독자 추진하는 게 훨씬 더 능률적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경기도는 능히 이를 해낼 만 한 능력이 있다. 제2외곽순환도로가 시계 방향으로 하여 수원~화성~송도~김포~파주~양주~남양주~양평~용인으로 이어지는 연장 210km 개설에 드는 약 15조원의 사업비가 엄청나긴 하다. 이래서 이런 장기 사업이 흔히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곤 했고, 또 장미빛 계획에 그쳐 불발된 사례가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의 관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제2외곽순환도로는 당장 수도권 교통난의 숨통을 트는 절대적 요체일 뿐만 아니라 장차 균형발전의 미래적 지표가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또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밝힌 지역 경쟁력 강화 차원의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피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소신이 선다. 중앙정부가 내년 예산의 적자재정을 피해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삭감했으면 웅도의 경기도 같은 지방정부라도 나서야 투자균형을 이룬다. 이리하여 경기도에 당부코자 하는 것은 막대한 사업비 재원으로 이미 계획된 민자유치, 택지개발 이익금도 좋지만 과감한 기채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울러 동탄~화성~오산 구간의 사업우선도 인정은 하나, 되도록이면 전 구간의 순환도로 편입 부지를 조속히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상책이다. 제2외곽순환도로는 어차피 유료도로화 해야 한다. 이의 세입을 전망한 투자계획으로 편입부지를 미리 확보해 두면 땅값 상승 요인이 배제되어 상당 고액의 기채를 하여도 투자의 건전성 및 효율성을 충분히 기할 수가 있다. 특별회계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편입부지를 미리 확보해 두면 공사 시기에 가서 야기되기 쉬운 국지적 분쟁이나 갈등도 미리 예방이 가능하다. 물론 전 구간의 공사 완공시기는 2010년 전후, 아니면 2015년께 가야 마칠 수도 있다. 하지만 4~6차로든, 추가 10차로든 간에 일단 확정지은 노선의 전 구간에 기본 부지만 수년내 확보해 두면 이미 절반의 2차외곽순환도로는 진척된 거나 다름이 없다. 이의 사업추진에 역동적 창의와 동력이 있기를 경기도에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두 장관’ 동거 ‘내정자’ 법적 지위는 없다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업무 인수 인계를)거치듯, (장관도) 업무의 인수 인계가 필요하다’는 정찬용 대통령 인사보좌관의 말은 의문이다. 장관의 소임이 막중하긴 하지만, 1개 부처로 제한된 장관직이 국정 전반에 걸친 대통령 업무처럼 기간을 두어야 할 정도로 인수 인계가 난해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번 허성관 행자부 장관 내정자, 최낙정 해수부 장관 내정자 발표는 행자부·해수부에 모두 ‘두 장관 동거’의 이상한 현상을 가져왔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과 허성관 동장관 내정자, 허성관 해수부 장관과 최낙정 동장관 내정자의 공존은 건국 이후 처음 보는 정부조직의 기현상이다. 국가의 골격인 정부 조직은 임면권자의 공식 절차에 의해 임용되는 것이 지, 아무리 임면권자라도 말로 ‘네가 무슨 장관하라’고 해서 장관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비공식 장관 발표 경위에 헌법상의 총리 제청권이 과연 반영됐는 지, 아니면 앞으로 공식 임명에 순수한 총리 자의로 행사될 것인 지가 궁금하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태풍 피해 복구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 보좌관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태풍 피해의 복구 마무리가 어느 단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김 장관의 적극적 퇴임 의지가 없는한 정부 조직의 기현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정자 신분으로 임용 예정부처의 업무를 브리핑 받는 것도 괴이하다. 현직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을 놔둔 채 그 다른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일이 있었다는 말을 일찍이 듣지 못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에 의해 취임이 확정된 법률적 신분이 부여된다. 그러나 장관 내정자라는 법률적 지위는 어느 법규에도 없다. 이것이 정 보좌관의 말이 말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 바람에 행자부와 해수부 공무원들이 두 장관 동거로 인해 보고 체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행자부 장관 내정자 겸, 허성관 해수부 장관을 상대로 회의를 계속할 지 여부를 논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관 내정자 파문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 퇴임과 관련한 어떤 뜻이 숨어 있는 지, 장관직 인수 인계의 새로운 개혁 의도인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 의중의 내정자 신분으로는 공조직 인사원칙을 어기는 공무 담임권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개혁이라면 방향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경기·인천 재해대책 문제 있다

경기·인천지역이 태풍 ‘매미’의 피해에서 벗어난 듯 싶었는데 계속 폭우가 쏟아지고 앞으로도 한 두차례의 태풍이 예보된 상태여서 불안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경기도내에 붕괴위험이 있거나 보수·보강이 필요한 재난위험시설이 53개소나 돼 심히 우려된다. 조사에 빠진 것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7월말 현재 붕괴위험이 우려되는 E급 공공시설물 등이 4개소, 즉각 보수·보강이 요구되는 D급 건축물이 49개소나 된다니 걱정이 크다. 수원, 고양, 부천, 안양, 광명, 군포 등에 있는 이들 재난위험 건물들이 아파트, 연립주택, 공동주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건물 상단부가 기울거나 옹벽에 균열 현상이 드러나 한눈에 보아도 위험천만 상태다. 이렇게 재난·재해가 예상되는 데도 미리 조치하지 않고, 특별점검이나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 신청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위태롭기 짝이 없다. 건물·교량 등의 붕괴위험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와 인천시 등 지자체들이 구호물자를 기준보다 부족하게 비축해놓고 재해대책기금조차 확보하지 않는 등 재난대책에 허술한 것도 고질적인 재난·재해 불감증이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10년간 연평균 7천362가구의 이재민이 발생, 이에 상응하는 구호물자를 확보해야 하는 데도 응급구호세트 비축률이 42.5%, 재가구호용세트 비축률이 26.6%에 불과하다. 인천시도 재해대비에 소홀하기는 마찬가지다. 태풍과 폭우, 해일 등 자연재해 예방과 대비를 위해 적립·운영하고 있는 재난관리기금을 지난 3년동안 단 1건만을 지출하는 등 부실하게 운영했다. 재난관리법에 따르면 지방세법상 보통세 수입의 평균 연액의 1000분에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적립, 조성하여 사용토록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구호·복구비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늑장행정을 면치 못했다. 자연재앙이 주는 피해는 참담하다. 지난해 경기·인천지역을 강타한 태풍 ‘루사’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보다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은 물론 하천, 제방, 대형공사 현장 등의 재해 예방대책 및 복구계획을 세우고 재해기금, 구호물자 비축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이라크 파병 신중한 접근을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국군의 이라크 파병 규모가 예상했던 규모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파병 규모나 파견부대의 성격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독자적으로 작전수행이 가능한 경보병 부대로서 폴란드에서 파견한 군대 규모라고 하니 약 2천~3천명의 병력을 요청한 것으로 생각되어 이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런 규모의 국군 파병은 베트남 전쟁 이래 최대의 국군 파병이다. 파병규모도 문제이지만 파병군의 성격과 비용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라크는 현재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점령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자살테러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미군들의 희생이 전쟁 전보다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지대이다. 때문에 한국군이 어느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든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파병군에 대한 경비문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평화유지군(PKF)의 자격으로 파병하게 되면 명분도 있고 또한 비용도 유엔의 부담으로 이루어지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성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부대 건설과 활동에 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군 1인당 월 약220여만원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굉장한 부담이다. 그러나 파병문제는 이런 몇가지 조건만 가지고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또 있다. 미국과 곧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지난 4월 비전투원의 이라크 파병 때와는 규모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파병반대가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국민들이 파병에 대하여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방관계와 국가이익을 고려해야 되지만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파병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추구해 가고 있는 일본 등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요구 받은 이라크 파병 내용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림과 동시에 격의 없는 공론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놀고 있는 소각장 광역화로 활용하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처리 용량을 크게 넘어선 소각장을 건립, 쓰레기 반입량이 적어 소각로들이 놀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인구 증가를 예상하고 크게 지었다는 지자체의 해명에 다소의 일리는 있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단 크게 짓고 보자’ 는 의도가 없었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래 분리수거가 정착되면서 쓰레기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경과야 어쨌든 막대한 예산을 들인 소각로가 잠자고 있다면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2001년 6월 산본동에 하루 200t 규모의 소각장을 지은 군포시는 하루 85t의 쓰레기가 발생해 한달에 보름은 소각로가 놀고 있다. 파주시도 512억원을 들여 지난 6월 탄현면에 소각장을 지었으나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처리용량 200t의 절반도 안되는 70여t에 불과해 완공된 지 두달이 지나도록 소각로 2기 가운데 1기가 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아직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는 소각장 광역화 사업이 성사되지 않아 쓰레기 처리에 극심한 애로를 겪고 있다. 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 경기 북부 4개 시·군이 공동추진중인 광역소각장 사업이 2년째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게 한 예다. 양주군에 소각장을 짓고 나머지 3개 시·군이 90%의 비용을 내기로 했으나 분담금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천·하남·여주·광주·양평 등 경기 동부 5개 시·군도 최근 광역소각장 건립에는 합의했으나 50일동안 실시한 후보지 공모에 응모한 곳이 없어 재공모하는 등 난항을 겪는 중이다. 이 역시 소각장은 내 지역에 짓지 않겠다는 이기주의 탓이다. 그러나 기일이 걸리더라도 소각장은 광역화해야 한다. 인구증가에 따라 쓰레기도 늘 것이라는 예측하에 추진 중인 1시·군·구 1소각장 건립정책을 지양하고 소각장을 여러 지자체가 함께 건립, 사용하는 광역화로 전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소각장이 없어 쓰레기 처리에 고통 받는 지자체는 광역화가 이뤄질 때까지 현재 놀고 있는 타지역 소각장들을 이용하면 예산 낭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건설된 소각장만으로도 전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소각장 광역화에도 계속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한다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지자체들의 대승적인 협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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