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꺾고 결승전으로

요코하마로 가는 준결승전이 오늘밤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세계의 주시속에 열린다. 한국대표팀의 투지는 불타고 5천만 동포의 성원은 이글거린다. 한국 대 독일의 한판 승부는 정신력의 싸움이다. 새삼 여기서 더 당부할 것은 없다. 지금까지 해온대로 팀워크의 조화, 불굴의 기백으로 ‘전차군단’을 밀어 붙이면 승산은 충분하다. 침착성과 자신감으로 제 페이스를 갖는 게 중요하다. 상암경기장과 전국의 길거리는 인해의 물결로 출렁거린다. 당국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60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추산한다. 장·내외 ‘붉은악마’를 비롯한 국민적 응원은 용광로 기둥같은 뜨거운 열기가 치솟는다. 온 지구촌이 경이와 선망의 눈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주목하는 오늘밤, 온몸이 터질듯한 감격에 겨워 흥분하는 것은 자연현상이다. 남녀노소 그리고 지역이며 계층간의 간격없이 오로지 국민의 이름 하나로 이처럼 경사스런 환희와 벅찬 감격을 가슴에 안아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다만 당국의 대책에 가일층의 노력을 기대한다. 그동안 경찰 및 관련공무원, 119구조대, 일부 병원들의 노고가 참으로 많았다. 환경미화원등의 수고 또한 컸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더욱 세심한 배려가 있길 바란다. 특히 안전대책과 구조활동에 만반의 대비가 요구된다. 물론 길거리 응원의 과격 행위는 최대한 자제돼야 하겠지만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침이 없다. 월드컵4강은 이미 국가의 이미지를 수직상승시켰다.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는 15조원대의 기업홍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무역관을 통한 ‘국가 이미지 인지도 조사’에서 외국인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한국기업과 거래하고 싶다는 외국기업인들이 늘면서 상담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내용은 고무적이다. 월드컵 축구대회가 비단 스포츠 축제에 그치지 않는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실감한다. 앞으로 결승전에 나가고 한걸음 더 나가 만약 꿈의 우승컵을 품에 안으면 실질적 국익은 훨씬 더 할 것이다. 오늘밤은 어차피 잠 이루기가 어려운 날이다. 절박한 위기와 절호의 기회가 교차되면서 순간 순간을 가슴조이는 긴장을 적어도 90분 이상 감당해야 한다. 우리 대표선수들은 스타가 따로 없다. 팀워크가 거의 완벽한 다 스타플레이어로 모두가 축구영웅들이다. 푸른 잔디 구장을 배수진 삼아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축구영웅들의 자신감 넘친 당당한 활약을 보고싶다. 대표팀을 요코하마로 보내는 성원은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다.

국회의원 세비 반납하라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염치가 없는것 같다. 후안무치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아마 할말이 없을 것이다. 단적인 예가 식물국회다. 후반기 원구성조차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 벌써 한달 가까이 된다. 16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시점은 지난 5월29일이지만 국회 본회의는 지난 4월20일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의원들의 입법활동도 지난달 24일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 등 25명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끝으로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도 의원과 의원보좌진, 의장이 임명하는 정무·별정직 공무원들에 대한 세비와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됐다고 한다. 의원이 263명, 4급 상당 보좌관 523명, 5급 상당 비서관 263명, 6급 상당 비서 261명, 7급 상당 비서 265명, 9급 상당 비서 266명이 일도 하지 않고 봉급을 받은 것이다. 이들이 받는 세비 총액은 월평균 66억4천500만원 가량으로 지난 2개월간 본회의 한번 없이 무려 132억9천만원이라는 세금이 고스란히 빠져 나갔다. 여기에다 전반기 국회 종료로 사실상 임기가 끝난 국회 사무총장(장관급)과 사무·입법차장, 도서관장, 의장비서실장(차관급)등 정무직 공무원과 별정직인 상임위원장실 행정보조요원 18명, 의장·부의장·총장실 보좌진 33명에 대한 급여도 오는 25일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이는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세비는 꼬박 꼬박 챙기고 있으니 염치없다는 국민들의 냉대를 받아 마땅하다. 만에 하나라도 나라에서 주니까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국회의 후반기 원 구성을 못한 것은 전적으로 의원들의 책임이다. 따라서 의원보좌진, 정무·별정직 등 공무원들의 급여는 그렇다치고, 의원들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세비를 즉시 반납한 후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의장자리 등을 놓고 숫자를 통한 밀어 붙이기나 억지쓰기 식의 승강이를 더 이상 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매우 차디차다. 의원들은 국회를 정상화한 연후에 떳떳하게 세비를 수령하기 바란다.

단체장 당선자는 ‘히딩크’ 정신을

오는 7월1일 각급 자치단체장에 취임하는 당선자들에게 히딩크의 실력주의를 말하고자 하는덴 이유가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당선자를 비롯, 시장·군수 당선자들은 벌써부터 논공행상 인사에 골몰하는 것으로 들린다. 선거에 공을 세운 측근을 심고자 하는 당선자들 의중과 한자리를 달라는 선거운동원들의 빚아닌 빚독촉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다. 이때문에 직업공무원 사회가 불안해 하는 것은 자치행정이 의도하는 본 취지가 아니다. 차라리 관선자치 때보다 못하단 소리가 이래서 나온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한계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앞으로 당선자의 인사권이 용인되는 별정직 등에 한해 기왕이면 실력도 겸비한 측근을 기용하는 것까지 배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직의 직업공무원들까지 이른바 줄서기를 감안한 인사를 위한 인사를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전횡이 아니다. 전임자들도 그랬으므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당치않다. 이런 관행은 더이상 거듭되어선 안되는 악폐이기 때문이다. 당선자들이 단체장으로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그것이 어떤 자리든 공공성을 지닌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것이지 단체장 개인의 것은 아니다. 이를 마치 무슨 전리품처럼 행사해서는 그 폐해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돌아올 뿐만 아니라 당장 단체장에게 돌아간다. 선거기간 중에 다짐한 공공복리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단체장에 대한 충성심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단체장을 제대로 보필할 수 있는 실력주의가 요구된다. 세계가 상상을 불허한 월드컵 4강위업을 창출해낸 히딩크 감독의 성공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근원적인건 실력주의에 의한 선수선발에 있다. 과거 대표선수 선발에 왕왕 없지 않았던 외압 정실등을 과감하게 배제한 그의 실력위주 선발과 용병이 마침내 국내외에 신선한 충격의 파란을 일으키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논공행상 인사는 아무리 잘한다 하여도 어차피 만족이 있을 순 없다. 당선자에게 나름대로 기여를 자칭하는 엽관배 부류들에게 불만을 사기는 매한가지다. 당선자들에게 충심으로 충고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 소신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거운동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어떤 형태의 도움을 얼마나 받았던 간에 이젠 잊는 결단을 가질 차례다. 이런 결단을 갖지 못하고 끌려 다녀서는 주변에 아부꾼의 경쟁만 심화해져 결국 자신의 임기를 망치는 것은 필연적 사실이다. 당선자들이 진실로 자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고자 한다면 히딩크의 실력주의 용병술을 타산지석 삼는 혜안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수방대책은 챙겨야

월드컵 경기의 열광속에서도 일상 생활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코 앞에 다가온 장마(24일께부터 시작)를 앞두고 올해도 예외없이 수해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수해가 우려되는 위험지역이 여전히 곳곳에 널려 있고, 집중호우 때마다 피해를 보아온 상습재해 지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장마를 맞게 돼 수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양평군 청운면 흑천 수해복구 공사 4㎞ 구간 중 1.6㎞ 구간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으며, 남양주시의 사릉천 복구공사도 사업비 지급 지연으로 배수문 16곳 중 5곳만 완공된 상태다. 이처럼 도내에는 수해 위험지역 51곳 중 27곳이 아직까지 수방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도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1천600여가구가 침수됐던 굴포천의 범람을 막기 위한 방수로 공사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고, 인근 부평공설묘지 30여m 높이의 가파른 절개지가 방치되어 있는 등 수해위험지역이 3곳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겪는 수해를 당국이 충분히 예견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함에도 장마철이면 하늘만 쳐다보며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니 한심하기만 하다. 종전의 크고 작은 수해를 보면 대부분 사전대비 미흡으로 줄일 수 있는 피해규모를 더 키운 경우가 많다. 천재에 인재까지 겹친 때문이다. 책임있는 행정당국이라면 과거를 교훈삼아 철저한 점검과 대비로 그런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올해도 수해대비에 많은 허점을 드러낸 채 장마철을 맞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지면 앉아서 재앙을 당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상청은 올 장마가 예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되지만 지난해 처럼 곳에 따라 게릴라성 폭우와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각별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당국은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수해복구공사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 대형공사장과 택지개발지 등 수해 취약지역 및 시설물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한다. 재앙은 항상 방심하는 사이에 찾아온다. 월드컵 경기로 온 나라안이 들떠있고, 지방자치단체장 교체기에 공직사회가 어수선할수록 정신차리고 챙길 것은 제대로 챙겨야 한다. 장마가 이틀 앞으로 닥친 만큼 가용재원과 인력 장비를 최대한 동원, 재난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스페인 축구 격파한다

숙명의 일전이다. 오늘 오후 3시30분 갖는 한국 대 스페인의 8강전을 승리로 이끈다. 스페인과는 월드컵 무대에서 일찍이 조별 리그 두번, 그리고 이번 8강 토너먼트서 세번째 만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서는 일방적으로 당한 1패, 1994년 미국 월드컵선 2 대 2 무승부에 이어 이젠 우리가 승리를 거머쥐며 설욕할 차례다. 미국 대회에 이어 우리의 홍명보 황선홍선수, 스페인의 이에로 루이스 엔리케 등이 또 격돌한다. 히딩크 감독은 누구보다 스페인 축구를 잘 안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스페인 전력 또한 파악됐다. 스페인 역시 한국팀의 전력을 분석했다. 그들도 우리를 알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카마초 감독이 펼칠 전술, 비장의 카드가 주목된다. 김태영 등 상당한 수의 선수들 부상이 부담이 되지만 저쪽도 라울 등의 부상 선수들 출전이 불투명하다. 우리측은 엔트리가 다 주전급인 강점이 있다. 이민성 이을용 차두리 등 선수는 이탈리아와 연장전까지 간 대접전에 풀로 뛰어 체력회복이 덜 됐거나 다친 선수들과의 대체 병기로 손색이 없다. 차두리 선수는 폭발적인 가공할 돌파력으로 몸싸움이 능해 노쇠한 스페인 측면 공략에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의 4강 진출을 유력하게 보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세계의 축구 전문가들이며 외신등 스포츠 언론이다. 이는 기적이 아니다. 실력이 따르지 않는 기적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몰라보는 가운데 성장한 잠재력과 수준을 거듭 차례차례 확인하는 무대가 이번 월드컵 대회다. 오늘은 바로 이러한 한국축구의 날이다. 길거리 응원이 500만에 이를 것이라 하고 600만명일 것이라고도 한다. 주말이다 보니 여느 때보다 더 할 것은 틀림이 없다. 주말 오후가 대 스페인 전 한판에 쏠려 온 나라가 터질 지경으로 어쩔 수 없이 흥분하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광도 질서있는 열광이 아름답다. 외국의 언론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가운데 꼽는 것 중 하나로 스탠드 응원의 ‘붉은 악마’를 말한다. 그토록 열정을 뿜으면서도 질서 정연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길거리 응원 또한 마찬가지다. 과불급(過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친 흥분을 자제할 줄 아는 슬기가 있으면 좋겠다. 스페인 축구는 아무래도 이탈리아보단 아래이나 투지는 우리와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격전이 불가피하다. 우리 선수들이 피닉스같은 투혼으로 스페인함대를 밀어 붙이면서 전천후 미사일을 쏘아 대는 침착성을 살리면 승산은 충분하다. 투혼과 침착성을 거듭 당부한다.

도심에 군부대 사격장?

고양시 일산구 고봉산에 250m 실거리 군부대 사격장을 설치하려는 고양시의 계획은 아무래도 무모하다. 당연히 백지화 또는 장소 변경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1999년 2월 일산구 탄현동 자연녹지 일대 6만여평을 ‘주택지 조성사업지구’로 지정하고 올들어 택지개발을 본격 추진하려는 고양시의 사정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업지구내에 있는 사격장(백마사격장)을 고봉산 기슭으로 옮기려고 한다는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 푸른 고봉산을 지키는 사람들·고양환경운동연합·고양시민회 등 고양지역 14개 시민·환경단체와 중산마을 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사격장이 들어서면 고봉산 등산로 폐쇄는 물론 고봉산 뒤쪽 중산마을 주민 3만여명이 유탄 안전사고와 소음공해에 시달릴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특히 27만4천평 일산 2지구에 포함된 고봉산 훼손을 막기 위해 시민·환경단체들이 땅 한 뼘 사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격장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고양시가 먼저 군부대에 사격장 이전 동의서류를 보내 요청했다면 그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해발 209m 고봉산 일대는 고양시 중심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녹지공간이다. 그리고 지난달 24일부터 ‘고봉산 문봉서원 복원 및 역사·문화·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땅 한 뼘 사들이기 운동본부’까지 구성, 천연늪지와 자연상태 보전이 양호한 1만5천여평 매입 범시민 운동을 활발히 전개중임을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만일 주민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대규모 실거리 사격장을 주민 모르게 이전하려고 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 고양시와 군부대는 사격장 이전 계획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여론 해명 차원에서라도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해당 군부대는 “현재로서는 사격장을 옮겨야 할 필요가 없다. 주민들의 동의가 없는 한 사격장은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시에선 “군부대의 긍정적인 답변이 있을 경우 이전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하면 어느 측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아무리 산이라고는 하지만 도심에 군부대 사격장을 설치하겠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人事 바로 잡아야

경기도 공직사회분위기가 몹씨 뒤숭숭하다. 임기말 임창열지사의 도 본청 간부급에 대한 전격적 인사로 비롯된 손학규 당선자측과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고 심화돼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편가르기로 어수선했던 공직사회가 퇴임전 막판 인사로 빚어진 마찰로 혼란과 불안에 빠져 있다. 손 당선자측은 이번 간부급 승진 전보발령을 원천 무효 인사라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취임 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인사 당사자와 관계자들은 업무 인수 인계에 응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니 인사 당사자들로서는 설사 어떤 인사상 혜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인계·인수를 준비하는 관계 공무원들도 엉거주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임지사측은 인사 배경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사요인이 분명치 않아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 특히 별정직인 여성정책국장에 지난 98년 선거당시 임지사를 적극 도운 정치인을 다시 전보 발령하고, 제2청 여성국장직무대리에 서기관 승진 2년밖에 안된 과장을 파격적으로 배치한 것은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임지사측은 한번 단행한 인사를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서 손 당선자측과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어 소모적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정부가 지자체의 임기말 불합리한 인사를 막기위한 특별감사를 실시키로 한 만큼 철저한 감사로 신속히 시비를 가려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파행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민주당이 현직지사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 등 정치권이 성명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이 지자체 일에 너무 개입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령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손 당선자측이 인수위원회를 두지 않고 세부적 업무보고는 취임후 받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해 돌연 인수위원회를 구성, 실·국별로 꼼꼼히 챙기는 경직된 분위기로 바뀐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당선자가 업무를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당초 계획을 변경, 옥죄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감정적 대응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많다. 만에 하나 고압적 자세로 공무원들을 주눅들게 하거나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정치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때다. 이때 공직사회만이라도 안정을 되찾아 나라의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한다. 공직사회가 안정되고 일할 분위기가 될 때 나라의 기강이 서는 것이다. 공정한 인사로 유능하고 성실한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손 당선자는 힘써야 할 것이다.

선거법 위반자 철저 수사를

지난 6월 13일 실시된 제3회 동시지방선거가 역대 선거에 비하여 불법·탈법 선거운동 적발 사례가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의 자료에 의하면 이번 선거시 선거법 위반행위가 전국적으로 무려 7천9백여건에 달한다. 또한 격전지였던 경기도와 인천의 경우도 1천6백여건에 달하고 있어 다른 선거때 비하여 더욱 많은 불법·탈법 행위가 자행된 것이다. 선거는 민주정치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선거시 불법·탈법 행위가 난무하고 있어 민주정치가 저해 되었다. 더구나 최근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부정부패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공직선거에서 불법·탈법 행위가 묵인되면 그 후유증은 결국 유권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선거시 매표를 위하여 금품살포를 할 경우, 이는 선거자체를 돈으로 오염시켜 당선자가 직무수행시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제2기 광역단체장의 경우, 16명중 31%에 해당되는 5명이 사법처리 되었으며,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제1기의 23명에 비하여 2배에 달하는 46명이 사법처리되었다. 기초자치단체장 5명중 1명이 부정부패에 관련되었다는 증거이다. 이들 모두가 선거시 과도한 선거자금을 지출하여 당선 후 이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으나, 그런 개연성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번 선거시 선거법 위반행위가 과거보다 많이 적발된 것은 선관위를 비롯한 선거관련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위반자 신고시 1천만원까지 포상을 하는 등 각종 공명선거운동 캠페인이 있었던 것도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 후보자들이 법정 선거 비용보다 수배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사용하였다고 실토하고 있어 금품살포 행위가 많았음을 인정해야 된다. 선관위는 위반자에 대하여 상당수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였다. 이들 위반자에 대하여 검찰이 더욱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위법행위를 한 당선자는 당선무효가 되도록 해야 된다. 낙선자의 경우도 철저한 사법처리를 통하여 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일정기간 제한되도록 함으로써 불법·탈법 선거가 더 이상 자행되지 않는 공명선거 풍토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또 대통령 처조카 연루됐나

부천 신앙촌부지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가 새로운 의혹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범박동 일대 10만여평에 5천50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이사업의 당초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새로 사업권을 따낸 K건설측이 각종 이권과 비리무마 등을 위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검찰직원과 경찰 뿐만아니라 정·관계에 폭넓게 뿌린 사실이 일부 확인됐고, 특히 대통령의 처조카 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K건설측과 재개발주택조합사이에 공사도급금액과 철거용역업체 선정, 철거비용, 조합원 지분 문제 등의 마찰로 인한 고소·고발로 촉발된 이 사건은 처음부터 각종 의혹만 무성한 채 지역비리사건으로만 묻혀 있었다. 그러나 K건설 전 상무의 폭로로 비리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K건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전 사업자의 부도어음을 저가로 매입하는 등 각종 이권과 비리무마 등을 위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정·관계에 뿌렸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534억원대의 부실어음을 149억원에 매입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 관계자에게 19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K건설 회장 등 7명을 지난해 12월 사법처리한 바 있다. 그런데 뇌물리스트를 폭로한 K건설 전 상무는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이용호게이트 연루 수감중)에게도 로비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K건설측 로비스트를 이형택씨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또 다른 대통령 처조카로 드러나 또다시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으로 확대되는 형국이어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형택씨 관련 의혹은 검찰이 이미 지난 1·2월께 사건관련자들로부터 관련진술을 받아 내사를 해왔으나 이형택씨에 대한 수사는 소극적이었다는 말을 들어왔다. K건설 전 상무가 폭로한 뇌물리스트에는 이밖에 K건설측이 재개발 사업과 관련 고소사건 무마등을 위해 현지 경찰관과 검찰직원 등 6명에게 각각 500만∼6천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돼있다. 또 K건설이 부천시 고위간부 부친 명의의 팔리지 않는 그린벨트땅 1천500평을 시세보다 비싼 8억원에 사들인 사실도 드러나 그 배경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K건설 전 상무가 폭로한 뇌물리스트는 그 정황이 구체적이다. 검찰은 뇌물리스트의 공개를 계기로 범죄사실을 확인하는데 수사초점을 맞추고 있다니 그 결과를 주목하고자 한다. K건설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 그리고 K건설측 로비스트의 활동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불법로비에 관여한 인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은 엄정하게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 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야 한다.

지방행정 공백 걱정된다

지방공직사회의 선거후유증이 걱정스럽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경기도와 인천시 등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대대적인 인사태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돼 공직사회가 술렁이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우려되는 점은 단체장이 교체될 지자체 공무원들이 당선자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행정공백 상태다. 이번 지방선거가 공식선거 전부터 일찌감치 과열돼 지방행정이 어수선했는데 선거가 끝나고도 다시 이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 당선자에게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생부 명단이 나돌고 반대로 논공행상·줄서기에 따른 특혜인사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출마하지 않았거나 낙선해 퇴임할 단체장이 막판 자기사람을 챙기기 위해 무더기 승진 및 전보인사를 한 경우까지 나타나 당선자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낙선한 단체장이 이권성(利權性)민원 등 밀린 결재를 한꺼번에 처리한 뒤 휴가채비를 하고 있어 단체장이 없는 일선 공무원들의 기강해이가 우려되고 있다. 이미 단체장이 교체될 지자체에선 현직 단체장 측근으로 분류된 고위공직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고, 그외 간부들과 하위직 공무원들도 업무를 제쳐둔 채 인사정보 파악에 매달리고 새로운 연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추진하던 사업도 당선자를 의식, 중단된 상태다. 아래 위 가릴것 없이 근무태만은 물론 무책임·무소신·무기력 등 ‘3무’현상에 당선자 눈치보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직자들의 마음이 딴 곳에 가있으면 행정이 제대로 될리 없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며 국가기관의 근간으로서 언제나 국민전체에 봉사하고 책임지는 공직자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단체장 교체를 앞두고 어수선하다고 해서 이쪽 저쪽 눈치나 보며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나라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표류하고 있으며 단체장 교체로 공직사회가 어수선할수록 공직자들의 솔선수범과 흔들림 없는 공직수행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당선자들은 업무인수 과정에서 유능하고 성실한 공직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큰 관심을 갖고 힘써야 한다. 또 단체장 교체 기간에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되면서도 철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지도록 신·구단체장간의 자발적인 협조와 감독기관의 철저한 감독 및 지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