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염치가 없는것 같다. 후안무치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아마 할말이 없을 것이다. 단적인 예가 식물국회다. 후반기 원구성조차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 벌써 한달 가까이 된다. 16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시점은 지난 5월29일이지만 국회 본회의는 지난 4월20일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의원들의 입법활동도 지난달 24일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 등 25명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끝으로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도 의원과 의원보좌진, 의장이 임명하는 정무·별정직 공무원들에 대한 세비와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됐다고 한다. 의원이 263명, 4급 상당 보좌관 523명, 5급 상당 비서관 263명, 6급 상당 비서 261명, 7급 상당 비서 265명, 9급 상당 비서 266명이 일도 하지 않고 봉급을 받은 것이다. 이들이 받는 세비 총액은 월평균 66억4천500만원 가량으로 지난 2개월간 본회의 한번 없이 무려 132억9천만원이라는 세금이 고스란히 빠져 나갔다. 여기에다 전반기 국회 종료로 사실상 임기가 끝난 국회 사무총장(장관급)과 사무·입법차장, 도서관장, 의장비서실장(차관급)등 정무직 공무원과 별정직인 상임위원장실 행정보조요원 18명, 의장·부의장·총장실 보좌진 33명에 대한 급여도 오는 25일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이는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세비는 꼬박 꼬박 챙기고 있으니 염치없다는 국민들의 냉대를 받아 마땅하다. 만에 하나라도 나라에서 주니까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국회의 후반기 원 구성을 못한 것은 전적으로 의원들의 책임이다. 따라서 의원보좌진, 정무·별정직 등 공무원들의 급여는 그렇다치고, 의원들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세비를 즉시 반납한 후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의장자리 등을 놓고 숫자를 통한 밀어 붙이기나 억지쓰기 식의 승강이를 더 이상 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매우 차디차다. 의원들은 국회를 정상화한 연후에 떳떳하게 세비를 수령하기 바란다.
사설
경기일보
2002-06-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