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투톱체제가 흔들린다. 한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시에도 노후보 신임여부가 제기돼서는 안된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후보중심의 전력투구를 다짐했다. 그럼에도 노후보는 ‘제2의 당 쇄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후보가 당의 지원을 받는 2원화보단 후보가 직접 당운영의 중심에 서는 구상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와 후보의 분리는 한나라당 역시 같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입장은 이와 다른 게 DJ 차별화 때문이다.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대선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인식하는 노무현의 흔적을 적잖게 감지할 수 있다. 쇄신파가 말하는 아태재단 사회환원, 김홍일의원 거취표명 요구 등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대선조직 전환의 중앙당 폐지론도 마찬가지다. 노 후보의 갈등은 김대중 대통령, 즉 ‘김심’의 적자이면서도 DJ 차별화가 불가피 한데 있다. 이런 가운데서나마 통일관만은 유일하게 DJ 완결판으로 치닫는 이유는 ‘김심’의 요체가 그같은 이념의 승계에 싹텄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내치엔 실패했다. 그 만회를 통일관으로 채우려는 욕구, 그리고 그같은 역할의 새로운 가신이 노무현인 것이다. 예컨대 6·15 선언 2항의 논란을 무조건 냉전사고로 매도하는 것을 들 수가 있다. 6·15 선언은 국회 인준 등 국민적 동의를 얻은 게 아니다. 국민적 주지는 얻었지만, 주지와 동의는 다르다. 대통령이라 하여 통일형태를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15 선언문이 역사적 합의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해석을 두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연방제’라고 한 것은 바로 평양정권이다. 이에 대한 의문 표시를 수구적 냉전논리라고 한다면 평양 정권의 해석을 무작정 인정하자는 것인지 저의를 알 수 없다. 노무현 후보의 DJ 차별화는 대선 전술상의 방법이다. 그래서 DJ에 대해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비판해도 DJ 대북정책만은 절대적 신앙으로 받드는 것 같다. 두고보면 알겠지만 어떤 시나리오의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민주당의 ‘노무현 당’화는 지방선거 후가 고비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의 패배 불문설은 현실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 한 대표는 불문에 부칠지 몰라도 노 후보는 당에 책임을 묻는 중대 국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무현 정계개편론을 본격화 할 공산이 짙다. ‘노무현 당’화는 역할분담을 배제하는 제왕적 행태인 점에서 우려되는 점이많다.
경기남부 신영통지역의 교통난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수원시 망포동 사거리 일대는 출근 시간대부터 시작되는 교통전쟁이 하루종일 이어지면서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심각하다. 이 지역에서 수원시내로 진입하는 유일한 간선도로인 지방도 1.2㎞를 지나는데 30∼40분을 허비해야 하고, 망포사거리 일대는 출근시간대부터 몰려드는 수천대의 차량으로 꽉 막혀 5분거리가 30∼40분 이상 소요돼 도로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도권 난개발의 대표적 지역으로 주민들의 원성을 받아온 용인 서부지역에 이어 수원 남부지역 주민들이 이처럼 극심한 교통난을 겪게된 것은 수원·화성시 등이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아파트 건설허가를 남발한 결과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난개발의 문제점이 수없이 제기됐음에도 분별없는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1만5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망포사거리에서 화성 반월 삼거리 인근까지 올해 말께 또 3천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고 2003년까지는 8개단지 1만5천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될 예정이다. 아파트단지 부근마다 근린생활시설 및 상가 등 대형빌딩들도 속속 들어서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원 망포동을 비롯, 용인시 기흥읍 농서리와 화성시 동탄면 석우리·태안읍 반월리 등 3개시의 외곽 접경지 200만평은 이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최악의 교통난이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의 난개발이 교통난 뿐만 아니라 교육·복지·문화 등 여러 문제점들로 지역민들의 민원의 대상이 된지 오래지만 도무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제 난개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속히 세워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수원 용인 화성 등 3개시 외곽 접경지역이 도시계획의 사각지대로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관련 지자체들은 이 지역의 효과적인 개발을 위해 하루빨리 공동대책을 세워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 도시기반 및 생활편익시설은 물론 산업과 상업시설을 갖춘 자족적 도시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본계획이 시급하다.
경기도 및 인천광역시 지역의 일선 초·중등기관의 교직자로서 국민교육발전과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온 교육자를 선발, 시상하는 경기일보사 제정 ‘경기사도대상’이 13회를 맞이했다. 경기·인천지역의 가장 권위있는 교육상으로 공인받고 있는 경기사도대상은 그동안 매년 훌륭한 교육자를 발굴, 시상함으로써 교육자의 사기는 물론 교육풍토 개선에 미력이나마 기여해 왔다고 사료된다. 올해도 역시 윤석찬 김관양·윤명자·민경택·안태영·이동일·홍사억·방제희·조한승 선생님 등 아홉분에게 스승상·은혜상·보람상을 시상하게 돼 경기사도대상의 참뜻이 더욱 새로워진다. 무릇 교육 현장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으로써 3·4차원의 세계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과 공간성을 가지고 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새로운 미래의 꿈을 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항상 탐구하는 활동의 공간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주도해 나가는 지식정보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백년대계의 열정으로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참교육 실천을 위한 교육개혁을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먼저 인성교육과 창의성이 중시된 공교육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스승이 존경받는 교육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현실은 공교육의 신뢰가 무너지고 반대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경기사도대상 수상자들은 이러한 교육환경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평생을 묵묵히 후학양성에 헌신하며, 그 영예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스승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노력과 봉사, 그리고 희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기사도대상 수상을 계기로 경기·인천교육이 한국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다해 줄것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경기사도대상 수상자 및 가족에게 거듭 축하의 꽃다발을 드린다.
경기·인천선거관리위원회가 6월13일의 지방선거 투표율 제고에 벌써부터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직 후보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미 각 예비 후보진영간 벌어지고 있는 상호비방 등 과열조짐과 비교하면 유권자들이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래서 95년 6·27 선거때만 해도 63.2%(경기)와 62%(인천)를 기록했던 투표율이 IMF 경제위기로 50%(경기)와 43.2%(인천)까지 떨어졌던 98년 6·4선거때의 투표율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나와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을 떨어뜨릴 만한 이유는 많다. 연이어 터지는 단체장들의 비리와 후보들의 무자비한 상대 헐뜯기, 그리고 원칙없는 당적 바꾸기로 선거와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가 깊어졌다. 역사가 짧아 지방자치에대한 국민의 인식도 아직은 낮다. 게다가 이번 선거기간에 국제행사인 월드컵 축구경기가 겹쳐 국민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면 유권자들의 선거관심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임시휴일인 투표일이 목요일이어서 샌드위치 연휴를 즐기려는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경우 투표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의 현저한 하락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 그러잖아도 미숙한 지방자치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주민들의 무관심한 선거로 당선되는 사람은 민의를 가볍게 알고 자의에 흐를 소지가 많아진다. 반면에 선거를 외면하는 유권자들은 당선자를 민의의 대변자로 인정하지 않고 냉소하게 되기 쉽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를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당과 후보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지를 먼저 궁리하고 행동해야 옳다. 비방과 흑색선전이 표를 모으는 시대는 갔다. ‘누구를 뽑은들 세상이 좋아지겠느냐’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게 후보들은 진솔한 말과 태도로 유권자들을 만나야 한다. 유권자들도 생각을 고쳐 잡아야 한다. 타락한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투표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흑색선전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표로 보여줘야 한다. 유능한 인물을 뽑고 당선자가 하는 일을 철저히 감시해야 지방자치도 발전하고 나라도 부강해진다.
앞으로 8일 있으면 전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이 개최된다. 이미 월드컵 경기를 위하여 잉글랜드 팀을 비롯한 많은 외국선수들이 속속 내한하여 캠프를 차리고 있으며, 오는 일요일에는 수원에서 한국팀이 프랑스팀과 평가전을 개최하여 더욱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내주 초부터는 외국관광객들도 대거 방한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은 그야말로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지구촌의 축제를 개최하는 우리나라는 외국 손님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고, 최규선 게이트 등 각종 비리로 인하여 검찰청에는 연일 비리 관련자 소환으로 야단법석이다. 이러한 때 노동계가 어제부터 부분적으로 파업에 돌입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수선한 기분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준비한 월드컵이 개최되기도 전에 사회질서가 혼란을 겪고 있으니 과연 외국손님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염려가 된다. 5월과 6월중에 임금 및 단체 협상이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쟁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비록 월드컵과 같은 중요 행사가 있더라도 개별 사업장에서는 정상적인 노동활동의 일환으로 임·단협은 지속되어야 하며, 문제가 있을시 파업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월드컵이 개최되는 기간중에 파업을 강행하여야만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고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나 사용자 역시 노동계의 파업에 대하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나 사용자 측이 노동자들을 최대한 설득하여 파업 요인 해소에 최선을 다했다면 노동자 역시 지금과 같이 강경하게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강경대처만이 능사로 생각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 역시 문제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 자제하여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계도 정부나 사용자측만 탓하지 말고 파업을 자제하여 모처럼 온 외국손님들이 한국에 대하여 나쁜 인상을 갖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다. 노동계가 성숙된 시민의 자세를 보여줄 때 오히려 노동계의 입지도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도 노동계를 압박만 하지 말고 최대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실제로 보여주어야 된다.
경찰관이 청부살인사건 용의자의 사설탐정 노릇을 한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실정법규에 따라 업무를 집행해야 할 경찰관이 사적(私的)으로 돈을 받고 현직 판사를 1년간 미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자신의 집 앞에서 납치된 지 열흘 만에 하남시 야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여대생 하모양 사건과 관련, 현직 판사인 자신의 사위가 숨진 하양과 불륜관계라고 의심했던 윤모여인이 구로경찰서 경찰관 5명은 시켜 1년동안 사위를 미행케 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부탁으로 피살자 주변 인물을 수차례 미행, 그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찰관이 용의자의 피의사실을 방조한 꼴이 됐으니 경악할 일이다. 더구나 경찰은 현직 경찰관 5명이 윤여인의 부탁을 받고 1년동안 피살자 주변 인물을 미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3명을 파면하고 2명을 보직해임 조치했을 뿐 형사입건하지 않고 숨겨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경찰서는 하양의 살인범을 잡는데 수사력이 모자라 사건 마무리 시점에서 처리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예방은 물론 모든 사건의 완벽한 수사와 철저한 처리를 기대해 온 우리로서는 하양 피살사건의 전후를 보면서 일종의 배심감과 함께 허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김대중 정권이후 공공기관의 기강이 해이되고 있다는 말을 새삼 하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공명정대한 민생사건 수사와 빈틈없는 내부관리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경찰에서 상식밖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국민을 극도의 불안감에 빠지게 한다. 경찰 수뇌부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온 민생치안확립 다짐에도 불구하고 왜 범죄가 갈수록 증가만 하고 있는지, 경찰이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왜 불신을 씻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권력 행사가 탈법적으로 사리(私利)를 추구한다면 공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고 시민의 신뢰나 협조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문제를 따져 지위고하를 불문, 엄중한 사법처리가 있어야 한다. 사건의 엄정처리와 경찰의 대오각성을 촉구해 둔다.
제16대 국회 후반기를 담당할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이 이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주요 정당간에 이에 대한 논의가 크게 진척이 없어 현재로서는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스스로 정한 국회법조차, 그것도 국회 원구성을 위한 법 규정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한심스런 노릇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운영위원장은 당연히 차지해야 된다는 주장이고, 민주당 역시 자신들이 차지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가 미달하기 때문에 자민련이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어 자민련 역시 최소한 부의장과 일부 상임위원장을 차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당간의 국회 원구성을 위한 협상은 쉽지 않을 것 같으며, 이로 인하여 의장단 없는 식물국회가 될 상황이다. 월드컵 경기기간중 외국의 귀빈들이 많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회의장 없이 국회가 공백상태가 된다면 의회정치 국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여야 정당의 개념이 없는 현재 국회의 상황에서 국회 원구성은 국회 운영에 관한 일반 원칙과 여야간의 상식적인 차원에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선 새로 개정된 국회법에 의하여 과거보다 권한이 강화된 국회의장은 입법 취지에 따라 의원들의 자유로운 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개정된 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이탈과 자유로운 투표를 명시하였으므로 이를 지키는 것이 순리이다. 공정한 국회운영을 위하여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명시하여 놓고 정당들이 소속당 국회의원을 의장으로 당선시키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최근 국회는 거의 개점 휴업 상태이다. 임시회가 개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회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민생법안이 산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리가 되지 않아 국민들의 비판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더구나 국회의장단 구성조차 못하여 민생법안 처리를 게을리 한다면 이는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이다.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기 전에 원구성부터 서두르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정쟁의 어의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권쟁탈을 포함한 정치상의 주의 주장 등에 관한 다툼과 인신비방 흑색선전은 다르다. 전자는 정쟁이지만 후자는 정치모략이다. 정쟁은 정당정치의 상궤다. 반대로 정치모략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배격해야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는 31일 개막되는 월드컵축구대회기간 중의 정쟁중단 요구는 상궤에 어긋난다. 대통령 아들들 비리 규명을 정쟁으로 우기는 것도 당치 않다. 월드컵을 빙자한 정쟁중단 요구는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홍걸씨 관련의 최규선 게이트와 홍업씨 비자금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암수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수사가 앞으로 포스코 주식을 살때 홍걸씨의 역할, 관련 정·관계 인사들의 대가성에 초점이 접근하면 필연코 정치권도 조용할 수는 있다. 특히 핵심인물인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TPI주식 2만3천주를 차명으로 받은 것 외에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최규선씨의 부인에도 20만달러 제공설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져 그의 체포는 진위에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이 된다. 더욱이 6·13 지방선거는 오는 28,29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가열이 노골화되고 여·야가 12월 대선 전초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지방선거 기간엔 월드컵대회가 겹친다. 민주당은 그래서 지방선거를 월드컵 기간이기 때문에 비판과 주장, 즉 정쟁없이 치르겠다는 것인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에 패배해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재신임 여부의 절차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노 후보 보호를 위해 벌써부터 나서고 있지만 역시 필사적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다. 지방선거의 중대성은 한나라당 또한 다를바가 없다. 여야의 배수진이라 할 지방선거가 이처럼 월드컵 기간에 있는 마당에 월드컵을 구실로 요구하는 정쟁중단이란 것이 얼마나 공허한가를 알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과열양상이 우려되는 터에 정쟁중단의 허구보다는 오히려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고 국민이 보기에도 좋다. 만약 정쟁이란 게 앞서 밝힌 정치모략을 의미한 것이라면 이미 국민이 식상해 굳이 월드컵 기간이 아니어도 추방해야 할 과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객적고 부질없는 정쟁중단의 소릴 더 내세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최근 안성·용인·충북 진천 등지에서 발병한 구제역은 ‘동·식물 방역청’설립을 서두르게 한다. 지금 우리 농·축산업과 국민건강은 개방화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농·축산물 교역과 구제역 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검역대상 동물전염병의 경우 1995년 58종에서 최근 150여종으로 늘었다. 식물전염병도 224종에서 1천800여종으로 동·식물 방역 및 검역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동·식물 검역체계가 농림부·농촌진흥청·국립수의과학검역원·국립식물검역소·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어 독립적 권위를 갖고 국경 검역 및 국내 방역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구제역은 사료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는데도 사료검역이 식물검역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동·식물의 국경검역은 수과원과 식물검역소, 국내 방역은 농진청과 지자체로 분산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병해충 차단이 힘들다. 수의직이 한 명도 없는 시·군 지자체가 42%에 이를 정도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중앙방역조직과 방역실행기관인 지자체간의 연계가 잘 안되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민원을 우려해 적극적인 방역을 하지 않는 것도 심각하다. 그러니까 현재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계절병처럼 발생하는 구제역과 콜레라 등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우리 나라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 농무부 산하에 7천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동·식물 방역청을 두고 동물과 식물의 검역 및 질병방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덴마크도 농수산식품부 직속으로 수의식품청을 설치, 동·식물의 검역과 질병관리 및 식품안전성검사를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1997년 구제역 발병으로 양돈산업이 몰락할 정도의 일대 홍역을 치른 대만은 동·식물방역과 검역, 도축장 위생, 동물약품관리 업무 등을 총괄하는 동·식물방역검역국을 농림위원회 직속으로 설치했다. 우리 나라는 동·식물방역청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중 개정법률안을 지난해 4월 발의했으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논리에 밀려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작은 정부는 물론 좋다. 하지만 시대 상황에 맞는 방역 및 검역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식물방역청 설립은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말엔 신뢰가 담겨야 한다. 말의 표현이 뚜렷해야 하고 일관성,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입장변화가 있을 땐 이유에 객관성이 분명해 보여야 한다. 이렇지 못한 정치지도자의 말은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말은 이 점에서 심히 우려스런 점이 많다. 우선 시장주의자인지 아닌지가 분명치 않다. 시장주의의 좋은 점을 인정한다는 것과 시장주의자와는 구분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규제의 관치시장을 강조하면서 시장주의를 말하는것은 단순히 독점폐해 방지 이유로만은 설명이 안된다. 남북관계에는 이렇게 말했다. “가능하지 않은 적화통일을 전제로 연방제를 해석하고 매달릴 이유가 없다”면서 “고려연방제에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전후가 맞지않아 도시 무슨 뜻인지 알수 없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건 기소중지자의 전화청탁을 두고 “옳은 일은 아니나 양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강변에선 그의 양식은 도대체 뭣인지를 의심케 한다. “부산·울산 광역단체장 선거중 1곳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 받겠다는 약속은 유효하다. ∼부산시장 떨어지면 후보직을 내놔야 한다.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해달라”고 했던 게 “부산시장 선거가 대선의 전단계처럼 얘기되는데 대선은 그 다음 문제이다”라고 말이 달라졌다. 재신임 약속이 무효화 된 논거가 희박한 것은 말이 너무 헤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에 대한 정치공세는 망발의 극치다. “야당의 정치공세 회피에만 급급, 민주당과 청와대만 몰아 붙인다”는 비난은 명색이 대통령 후보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설령 당과 청와대가 대통령 아들들 비리수사를 정치공세로 호도해도 품격있는 대통령 후보라면 그 자신만은 삼가야 한다.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비리추궁이 정치공세일 수 없고, 또 야당에 어떤 혐의점이 있으면 고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잘못된 과거의 검찰을 탐닉한 잘못된 미련을 그 역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 후보의 이해되지 않은 근래의 말은 이밖에도 많다. ‘현장논리’란 것을 말한 적이 있다. 정치인 대 정치인끼리의 말이라면 현장논리, 즉 상황논리의 트릭이 있어도 상대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피해를 입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말은 다르다. 오로지 실체만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말에 트릭이 끼면 신뢰를 잃는다.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말에도 지적할 허점은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말은 흡사 ‘내 맘’이라는 식으로 종잡을 수 없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민주당 당내 일각에서 조차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