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3회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실시하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국민주정치와 지역발전의 미래가 결정된다. 지난 16일 동안의 공식적인 선거운동 과정을 통하여 후보자와 정당들은 유권자들을 향하여 수많은 공약과 정치적 소신을 피력하였으며, 오늘 그 최종 선택의 몫이 유권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특히 한국정치의 장래를 결정하는 주요한 지역이다. 서울과 더불어 유권자의 과반수가 넘고 더구나 정치적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인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향후 한국정치의 장래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정치권은 각종 언론매체가 보도하는 경인지역 유권자의 투표행태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늘 우리가 선출하는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년동안 지역살림을 맡게 된다. 설령 선출된 대표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경우에도 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주어진 직책을 지니고 있게 되어 지역 살림이 엉망이 되는 사례가 많다. 오늘의 잘못된 한번의 선택으로 우리는 4년 내내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후보자의 자질, 공약, 경력 등을 꼼꼼히 챙겨 올바른 선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 유권자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투표장에 가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와 정치불신으로 인하여 역대 선거중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 같아 염려가 된다. 투표율이 낮아 최악의 경우 총유권자의 10%정도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는 사례가 속출한다면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대표가 어떻게 지도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로 발생하는 책임은 최종적으로 유권자의 잘못이다. 오늘은 수원, 내일은 인천에서 월드컵 경기가 개최된다. 특히 인천 경기는 한국이 포르투갈과 16강을 놓고 최후의 승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뜨거운 월드컵 열기를 투표장으로 연결시켜 투표에 참여, 선진시민의 정치의식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월드컵 응원때 보여준 선진시민 질서의식을 더욱 값지게 할 수 있다. 유권자 모두 투표에 참여하여 월드컵의 열기 못지 않은 높은 정치의식을 전세계에 알려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6·13지방선거의 낮은 관심도를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열기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그게 아니다. 한국팀이 폴란드팀을 2대0으로 완파하고 미국팀과는 1대1로 비기는 등 온 국민을 신명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불신이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성격때문에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 지 이미 오래됐을뿐 아니라 어느 정당 어느 후보할 것 없이 거의가 저질 선거운동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어 거듭 식상했기 때문이다. 4년전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거의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조사받는 마당에 지방선거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태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데 왜 대통령 후보들이 당원들과 무리지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혼란스럽고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는가. 애당초 월드컵축구대회 및 농번기와 겹치는 등의 문제로 지방선거를 앞당기거나 뒤로 미루자고 했는데도 당리당략만 앞세운 나머지 이 지경이 됐으니 서로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청중이 없어 후보자 연설회를 취소할 정도라니 민망스럽다. 투표율이 사상 최저인 4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도 이변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선거투표율은 1995년 제1기 지방선거 당시 68.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8년 제2기 지방선거 때는 52.7%로 떨어졌고 올해의 경우 선관위가 최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투표의향 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2.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과거 실제 투표율이 선관위 투표의향층 조사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보다 낮았었음을 비교할 때 40 %에도 못 미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성패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지방선거에서도 인물검증이나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 후보자의 정책은 커녕 이름도 모르고 찍을 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선거공보나 인터넷에 공개된 선관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면면을 파악한 후 지역일꾼은 내 손으로 선출해야 한다. 투표도 애국하는 길이다.
이제 6·13 지방선거일이 하루 남았다. 온갖 가용수단과 술수가 총동원될 소지가 있는 선거막바지다. 말 그대로 자기표 지키기 운동에서 부터 바닥표 훌기에 안간힘을 쓸 시점이다. 선거전 초반부터 난무하던 상호비방·인신공격·흑색선전의 말투와 내용이 종반으로 오면서 너무 지저분하고 그 기세가 또 지나치게 험악하다. 단골 메뉴가 학력·부패·전과·중병설·여자관계 따위다. 특히 이번엔 후보의 납세·병역·전과기록 등 후보 신상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악성 유언비어 유포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이들 자료를 빌미로 경쟁후보의 온갖 비리를 조작해서 선전 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상대방 흠집내기·흑색비방 못지않게 막판 선거전에서 우려되는 것은 역대 선거가 그랬듯 금품 살포다. 손벌리는 유권자나 친목단체 등에 후보들이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자원봉사자들을 끌어모아 이들에게 돈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은 선거사무장 등 제한된 선거사무원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선거운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는 선관위에 신고나 등록할 의무가 없는데다 인원제한도 없어 후보들이 은밀하게 금품제공을 약속하고 피라미드 방식으로 모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돈뿌리기 작태를 벌이고 있다. 선거운동 막바지의 무차별 금품살포는 돈으로 표를 사버리겠다는 악질범죄이자 민주주의의 파괴행위에 속한다. 온갖 구태가 재연되는 가운데 돈까지 뿌려질 경우 우리의 지방자치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만다. 현행법이 돈을 주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즉시 탈법적이고 부도덕한 선거운동 행태를 털어버리고 남은 하룻동안만이라도 법을 지키며 정정당당히 승부를 가리도록 해야한다. 선관위와 검찰 경찰은 돈의 흐름을 철저히 감시하고 위법사례를 찾아내 엄격하게 조치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의식이 고쳐지도록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 심판자인 유권자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국민이 유언비어나 금품에 휘둘려 판단을 그르치면 민의는 극도로 왜곡되어 선거에 반영된다. 흑색선전을 잘하는 사람, 돈 몇푼으로 표를 달라고 하는 비열한 자들을 이번엔 냉엄하게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로서의 책무다.
장애인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될 사회적 문제이다.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장애인들을 우리가 보호하지 않으면 그들은 사회에서 낙오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사회발전에 저해될 수도 있다. 장애인 보호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지원이 아니라 그들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 줄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장애인 고용 관련법등을 통하여 장애인 고용을 총정원의 2%로 의무화시켰다. 이는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줌으로써 그들이 일반인들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고 또한 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사회적 배려를 규정한 것이다. 사실 장애인들을 고용한 직장에서 일반인들에 비하여 손색없이 일을 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런 장애인들에 대한 의무 고용은 무엇보다도 정부나 공기업이 앞장서야 된다. 정부나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들이 장애인 고용에 있어 솔선 수범할 때 일반 사기업도 따르게 된다. 그러나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정부 부처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들이 오히려 장애인 의무 고용 규정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84곳에 고용된 장애인 수가 4천4백여명으로 정체 공무원의 1.61%이고 88개 공기업에는 1.84%이다. 특히 헌법 기관 4개의 경우 장애인 고용률은 불과 0.63%밖에 되지 않아 과연 이런 곳이 정부기관인가 의심할 정도이다. 물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실시 이후 처음으로 1%가 넘어섰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상당한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인정되지만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하여 정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말로만 의무고용 확대를 외치지 말고 정부는 사기업도 의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된다.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의 기구와 조직 등의 전면 개편을 통하여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된다.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희망찬 미래를 살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에 최우선을 두기 바란다.
잘 싸웠다. 어제 오후 대구 월드컵축구장에서 가진 한국 대 미국과의 일전은 1대1로 비겼으나 잘 싸웠다. 볼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우리가 월등히 앞섰다. 게임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없지 않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많이 놓쳤다. 페널티 킥도 실축했다. 선취점을 내준 것은 천려일실의 수비 허점이었다. 우리측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노마크 찬스가 되도록 상대의 공격수, 즉 사람을 놓친 것은 순간적 방심이었다. 이런저런 실책 때문에 게임을 주도하면서도 흐름이 끊기곤하여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선수들도 컨디션이란 게 있다. 실책은 미국 선수들에게도 있었다. 전반전에서 황선홍선수의 유혈은 가슴 뭉클했다. 선혈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아도 낭자하였다. 머리를 붕대로 감아 싸고 그라운드를 종횡무진으로 누빈 것은 투혼이었다. 후반전서 안정환선수가 미국팀 문전에 띄운 미드필더의 도움 볼을 높이 치솟으며 머리로 받아 넘기는 고공폭격으로 실점을 만회한 것은 베스트 골 이었다. 안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헤딩 부위는 이마로 황선수가 부상당한 부위와 같다. 동료 선수의 부상을 골로 설욕한 셈이다. 한국 대표팀이 기량 및 전술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룬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대체로 각국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게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이다. 승패의 실력차가 마치 종이 한장 차이와 같다. 자신이 크게 잘해서 보다는 상대의 실책 때문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한·미전을 별 사고없이 치른 것 또한 다행이다. 역시 성숙된 면모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라운드에서는 상당한 격전이었다. 선수들이 서로 신경이 날카로웠던 때도 적잖았다. 그러나 추한 모습은 거의 없었다. 스탠드도 그렇고 길거리 응원도 비교적 질서정연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한국팀은 D조 마지막 경기로 오는 14일 인천 문학월드컵축구장서 갖는 포르투갈과의 대전을 남겨놓고 있다. 이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1승2무 승점5로 대망의 16강에 드디어 진출한다. 미국에 덜미를 잡힌 포르투갈은 방심만 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해볼만한 상대다. 어쩌면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과 폴란드를 제물삼아 한국과 미국이 나란히 16강에 동반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표팀은 D조리그의 마지막 일전을 위한 컨디션 조절과 기동력 및 전술력 발휘에 배수진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국민적 성원의 열기는 여전히 더욱 높아가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강호 폴란드를 2대0으로 격침시킨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오늘 오후 3시30분 대구월드컵 경기장에서 D조 리그 두번째 상대인 미국과 대망의 결전을 벌인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이목이 이제는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브라질의 ‘축구 황제’펠레가 전망했듯이 한국팀은 지난 4일 D조 리그 첫 상대인 폴란드를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폴란드의 예지 두데크도 황선홍·유상철 선수가 발사한 거포를 막지 못했다. 외국의 언론들은 한국축구팀을 일컬어 ‘환상적이다’, ‘탁월하다’‘지극히 강렬한 투지를 보여 줬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4일 있었던 월드컵경기에서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2대 0으로 패하고, 일본은 벨기에에 2대2로 비긴 데 비해 한국이 폴란드를 2대 0으로 물리치자 전세계 각 언론들은 “손상된 아시아인들의 체면을 살린 쾌거”라고 보도했다. 한국인이 아시아의 얼굴을 빛냈다는 찬사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 16강뿐 아니라 깜짝 놀랄만한 그 이상의 이변도 일으킬 수 있다 ”는 펠레를 비롯한 축구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지금 한국축구의 목표는 이제 16강을 넘어 ‘8강 진출’이라는 평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폴란드전을 승리로 이끈 한국이 16강에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승리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켜 나가는 것은 사기진작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오늘 한국팀과 일전을 벌이는 미국은 현재 FIFA랭킹 순위 13위인 축구강국이다. 1990년 이후 4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이번 월드컵의 우승 후보로까지 꼽히는 포르투갈을 3대2로 꺾었다. 그렇다고 추호도 두려워할 것은 추호도 없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된다. 한국팀이 오늘 미국을 이기면 대망의 16강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는 것이다. 그만큼 미국과의 경기는 중요하다. 거듭 치하하거니와 폴란드와의 일전에서 태극전사들은 정말 잘 싸웠다. 48년만의 숙원을 푼 월드컵 본선에서 첫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한국팀이 오늘 미국도 격파할 것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우리 모두 태극전사들의 건투를 믿는다. 태극전사들! 파이팅!
이변의 연속이다. 유럽의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연일 일격을 당해 비틀댄다. 프랑스는 세네갈에 1패를 당한 뒤 우루과이와도 비겨 16강 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는 1승을 따 순항하는가 싶더니 크로아티아에 역전패 당했다.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이었던 인구 5백만여명의 남슬라브족 국가다. 그런가 하면 역시 우승후보 포르투갈이 미국에 1패를 당하면서 한국이 속한 D조를 갑자기 사생결단의 혼전 속으로 몰아 넣었다. 한국이 미국 포르투갈과 모두 비겨 1승2무로 승점 5를 기록하면 조2위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나, 만약 두 나라에 1승1패로 승점 6이 되면 16강 진출이 유력하면서도 골 득실을 예상할 수 없어 복잡해진다. 물론 3전승이거나 2승1무면 대망의 조1위로16강에 무조건 진출한다. 우리 대표팀이 폴란드와 가진 1차전 승리에 이어 오늘 갖는 미국과의 2차전은 이래서 더욱 중요하다. 자력 진출의 발판을 굳히기 위해서는 이기고 보아야 한다. 미 본토에서는 경기가 야간 시간대 인데도 실황중계를 기다리는 미 국민들이 많다. 경기를 갖는 대구 월드컵구장에 직접 나가 열띤 응원을 벌이는 미국인들 또한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각이 오후 3시30분이므로 아예 오후 한나절을 휴무하는 업체 등 직장이 많은 것으로 들린다. 오늘은 사실상 ‘월요의 토요일’이 될 정도로 한·미전에 갖는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뜨거운 성원과 무지한 행동은 구별된다. 행여 감정에 치우쳐 이성을 잃는 행위가 있어서는 참된 나라사랑이라 할 수 없다. 스포츠 게임은 어디까지나 스포츠 게임이다. 잉글랜드가 숙적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격침시킨 게임을 가리켜 ‘스포츠 이상이었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스포츠 게임에 그친 것을 두 나라 국민들은 잘 보여 주었다. 미2사단 캠프에서 한국군 카투사들과 미군들이 공동응원단을 구성, 서로가 페어 플레이를 다짐한 것은 참으로 좋은 본보기다. 또 경기장마다 한국인 서포터스가 국경을 초월한 응원을 벌이고 있다. 인구 4백만여명의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이같은 응원에 감격했다. 경기장에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붉은 악마’의 응원단이 있지만 남을 응원하는 서포터스의 조직적인 응원도 있어 국제사회의 민간사절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의 대전에서 승리를 기약하는 것과 아울러 서로가 잘한 대목에서는 서로가 격려하는 장·내외의 페어 플레이십이 발휘되길 바란다.
민주당의 당권파가 말하는 제2쇄신안은 부질없다. 거국내각 구성은 당의 소관이 아니지만, 설사 청와대에서 들어줘도 내각이 정치적 승부처가 되는 단계가 아니다. 아태재단 헌납, 김홍업씨의 검찰 자진출두, 김홍일의원 탈당 등을 다시 공론화했다. 다 맞는 말이긴 하나 이도 때가 너무 늦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에도 이 정권의 실정과 비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김심의 적자’란 사실 또한 부인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업보를 당과 후보가 애써 떼어낸다고 하여 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캠프 일각에서 제기되는 DJ밟고 넘어가기를 한다해도 사리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제2의 쇄신 논란은 지방선거 후의 책임 전가를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대선을 이대로 치르기가 곤란하다는 게 당에 갖는 후보진영의 불만이다. 한화갑 대표가 노 후보를 위해 아무리 진력해도 후보측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지않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판단돼 왔다. 더욱이 정치권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끝난 7월쯤이면 어떤 지각 변동이 있을 조짐이 다분하다. 이 와중에서 후보 교체론과 정계 개편론이 당내에서 맞물릴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장차 당과 후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있다. 민주당이 지금의 틀을 그대로 지키고자 한다면 잔꾀정치로는 안된다. 예컨대 제2의 쇄신안 따윈 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난 묵은 처방이다. 민주당이 말하지 않아도 대개는 그렇게 될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감을 가지면서도 대처가 안일한 것은 정신을 덜 차렸다는 것 밖에 안된다. 당이 더 DJ의 사당처럼 보이고 후보의 수사가 진지하지 못해서는 정치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들어 노 후보가 “판사와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나를 검증하려 든다면 짜증이 난다”는 말 같은 건 더 해서는 안된다. 당은 실정과 비리로부터 도피하려 할수록이 더 무책임해진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당이나 후보나 모두가 책임지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 대한 사과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민주당이 진실로 국민을 두렵게 안다면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서부터 재출발 해야한다. 민주당이 요구받는 당면 과제는 자체의 변화다. 후보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6·13지방선거로 곧 제3기 민선 자치가 출범하고 지자제가 정착단계에 들어가야할 시기에 아직도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분권화가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미숙상태임을 방증한다. 그간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관료적 권위주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행정 서비스가 다양해졌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반면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자체끼리의 갈등, 인기주의의 행정, 지역 및 집단이기주의의 확산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도 함께 드러났다. 그러나 지방분권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21세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전략적 차원에서도 지방자치의 정착은 시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의 전제조건인 자치여건은 상당부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거 중앙집권시대의 법령 제도와 관행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최근 행자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조사한 법령상 국가사무 중 지방으로 이양되어야 할 사무는 2천200여건에 달한다. 그동안 중앙부처가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하나 아직도 지자체가 관장해야 할 권한과 사무를 상당부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혹시 중앙부처의 권한이양 지연이유가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자제 발전을 위해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체들의 미숙성을 구실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면 이 역시 단연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분할이 명확해야 하고 조직과 인사의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같은 이유에서 자치권 확대를 위한 관계법령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식의 개선이다. 아무리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할 단체장의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헛일이다. 주민이 어떤 대표를 뽑느냐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오늘은 현충일이고 오는 25일에는 한국전쟁 기념일이다. 그러나 월드컵과 같은 큰 행사로 인하여 호국영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저조한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오늘 현충일행사로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추념행사가 예년과 같이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많은 정부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고 전국방방곡곡에서 역시 각양각색의 호국행사가 거행되고 있으나, 과거와 같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조국에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동시에 먼저 가신 님의 묘지를 찾아 새삼 슬픔을 가누고 유가족들에게 한없는 위로를 보낸다. 호국의 달을 맞아 최소한 이번 한달 만이라도 조국을 위하여 귀중한 생명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와 애도의 표시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우리들이 오늘과 같이 안정되고 풍요한 삶을 누리고 있는 데에는 조국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초개같이 버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조국애 덕분이다. 그들은 특히 한국전쟁과 같은 전장에서 적과 싸우면서 조국을 지켰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조국은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오명 속에 국가안보를 항상 걱정하고 있다. 휴전선은 지금도 남북을 갈라놓아 같은 동족이면서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으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과거와 같은 긴장상태는 아니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남북관계는 언제나 돌발적인 변수에 의하여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국가 이익과 결부시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주변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호국영령에 대한 보답은 우리 스스로의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이며, 이는 월등한 군사력의 강화이다. 그러나 군사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상호 신뢰와 일체감 속에서 민족발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내적 충실을 기하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서로를 포용하며 세계 속에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월드컵본선 첫 승리에서 보여 준 자신감과 하나됨을 호국에 대한 국민적 의지와 결부,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고귀한 선열들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