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처음으로 엊그제(5일) 도내 12곳에서 발령된 오존주의보가 어제 또 다시 발령돼 비상이 걸렸다. 의정부지역에서는 5일 시간당 평균 오존농도가 주의보 발령기준(0.12ppm)을 초과한 0.124ppm을 기록했다. 이어 평택·김포는 오후 2시, 수원·성남·구리는 오후 3시, 안양·안산·과천·고양·군포·의왕은 오후 4시를 기해 각각 주의보가 발령됐다. 특히 월드컵 미국과 포르투갈 경기가 열린 수원시 권선동에서는 오후 3시 0.122ppm을 기록했고, 경기 시작 한시간 뒤인 오후 7시까지 주의보 발령이 계속됐다. 오존주의보 발령은 한국대표팀이 강호 폴란드를 격파, 본선 진출 반세기 만에 첫승을 올려 온 나라가 감동과 열광에 훔뻑 빠져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씁쓸하고 개운치 않다. 수원 등 수도권 공기를 이대로 두고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을 꿈꿀 수도 없을 것이며 삶의 질을 말할 수도 없다. 이미 알려진대로 오존은 대기중에서 햇빛에 의해 자연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들어 있는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류 등이 대기오염물질과 햇빛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발생한다. 오존은 공기중 농도가 0.12ppm을 초과하면 호흡기와 눈을 자극해 기침이 나거나 눈이 따끔거리게 하며 심할 경우 폐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특히 노약자나 심폐질환자에게는 큰 피해를준다. 오존 오염으로 인해 월드컵 경기를 보러 온 외국인들이 이같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그동안 ‘환경 월드컵’을 표방해 쾌적하고 청결한 대회가 되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강조해왔다. 월드컵 개최도시의 자동차 강제 2부제 실시도 교통난 완화는 물론 대기 오염원을 줄이자는 데도 목적이 있다. 오존발생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나 매연을 우선 줄여 보자는 궁여지책인 것이다. 이처럼 가장 직접적인 대기오염 개선방법이 배출원의 규제인데도 대기 오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것은 관계당국의 책임이 크다. 대기 오염의 주범인 매연단속은 60년대부터 해왔지만 아직껏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버스와 트럭들은 줄지 않고 있다. 이는 단속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우선 급한대로 운행자동차의 오염배출을 철저히 단속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업계가 기술적 측면에서 저공해 자동차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존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당국의 응급대처가 있어야 한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오늘은 현충일이고 오는 25일에는 한국전쟁 기념일이다. 그러나 월드컵과 같은 큰 행사로 인하여 호국영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저조한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오늘 현충일행사로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추념행사가 예년과 같이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많은 정부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고 전국방방곡곡에서 역시 각양각색의 호국행사가 거행되고 있으나, 과거와 같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조국에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동시에 먼저 가신 님의 묘지를 찾아 새삼 슬픔을 가누고 유가족들에게 한없는 위로를 보낸다. 호국의 달을 맞아 최소한 이번 한달 만이라도 조국을 위하여 귀중한 생명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와 애도의 표시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우리들이 오늘과 같이 안정되고 풍요한 삶을 누리고 있는 데에는 조국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초개같이 버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조국애 덕분이다. 그들은 특히 한국전쟁과 같은 전장에서 적과 싸우면서 조국을 지켰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조국은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오명 속에 국가안보를 항상 걱정하고 있다. 휴전선은 지금도 남북을 갈라놓아 같은 동족이면서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으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과거와 같은 긴장상태는 아니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남북관계는 언제나 돌발적인 변수에 의하여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국가 이익과 결부시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주변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호국영령에 대한 보답은 우리 스스로의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이며, 이는 월등한 군사력의 강화이다. 그러나 군사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상호 신뢰와 일체감 속에서 민족발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내적 충실을 기하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서로를 포용하며 세계 속에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월드컵본선 첫 승리에서 보여 준 자신감과 하나됨을 호국에 대한 국민적 의지와 결부,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고귀한 선열들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6·13 지방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갖가지 형태의 불법·탈법운동이 적발되는가 하면 합동 연설회 등에서는 인신공격과 비방이 난무하는 무차별 폭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정책대결은 뒷전으로 밀린 채 상대 후보를 흠집내는 흑색선전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선관위가 이번 선거와 관련 적발한 불법사례는 1천16건으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엔 하루 평균 20여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정당하고 적법하게 최선을 다해서 승패간에 후회없는 선거전을 치르려고 하기보다는 당선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작태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유감이다. 비열한 방법을 써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들이 중반전이 되면서 더 두드러 진다. 상대방 후보의 이름을 대면서 한표 부탁한다는 전화를 한밤중에 걸어 상대측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는 방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그럴듯 하게 꾸며 퍼뜨리는 흑색선전도 있다. 단체장 업무나 지방의정활동을 할 수 없을만큼 지병이 있다든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병역을 기피했다든지, 어떠 어떠한 전력과 학력은 가짜라든지 또는 악랄한 방법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꾼이라든지 하면서 헐뜯는다. 여성 편력이 많은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몰아 붙이기도 한다. 다소 근거가 있는 경우라도 침소봉대되기 일쑤다. 비열한 방법이긴 하지만 진위를 잘 모르는 유권자에게는 먹혀들 소지가 있는 것이 흑색선전이다. 특히 40%가량 된다는 부동표의 경우 이런 흑색선전에 말려들 때 그릇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같은 비열한 수법의 승리가 우리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선거운동이 시작된지도 벌써 여러날이 지났다. 후보자에게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서의 결격사유나 비리가 있다면 그동안 충분히 드러났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까지 폭로한 의혹들을 재탕·삼탕식으로 부풀리거나 이제와서 새롭게 폭로되는 비리가 신빙성이 있을리 없다. 이런점에 유의하여 유권자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속아서 표를 찍어준 결과 그들이 단체장에 당선되거나 지방의회에 진출하여 벌이는 작태가 어떤 것일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불행을 막는 길은 결국 유권자의 현명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오늘 오후 6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D조의 미국 대 포르투갈의 일전이 벌어진다. 입국후 철저히 비공개 훈련을 실시하며 전력노출을 피하고 있는 포르투갈은 초반에 승기를 잡아야 미국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전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1990년 이후 4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면서 내심 8강을 노리고 있다. 1994년 미국 대회에서 16강까지 올랐으니 8강을 노릴만 하다. 미국이나 포르투갈이 모두 D조에 속한 한국팀의 경쟁국이라는 점에서 수원 경기는 예의주시해야될 한판 대결이다. 두 나라의 전력과 기량을 한눈에 볼 수 있을뿐아니라 수원경기장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앞으로 예선 3경기와 16강전 1경기가 열리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따라서 경기장은 물론 인근 지역에 대한 철통경계 태세확립이 가장 필요하다. 특히 지난해 9·11테러의 피해자이자 보복전의 당사자인 미국이 오늘 출전하는만큼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미국 보안당국에서도 자국 선수들의 보호를 위해 수원 경기장 내에 경비병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의 경비태세가 가장 우선이다. 그러나 안전월드컵의 최우선 과제는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의 안전의식이다. 무엇보다 반입금지 물품을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수원에서 경기를 갖는 국가를 응원하는 것도 개최국민으로서 지구촌을 한가족으로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갖는 미국, 포르투갈, 세네갈,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브라질 등 6개국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달 1일 직능단체 1천200여명과 시민 등 3천여명으로 구성된 시민 서포터즈가 오늘 펼쳐지는 미국 대 포르투갈전을 계기로 이미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점은 뜻 깊은 일이다. 한국팀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외국팀을 한덩어리로 열렬히 응원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미국, 포르투갈 등 6개국은 물론 전세계인에게 우리 국민들의 인류애와 스포츠 정신, 그리고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원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가 단 한건의 불상사도 없이 성황리에 끝날 수 있도록 관중들의 친절·청결·질서 확립은 물론 경기장 안전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월드컵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부산 월드컵 축구장서 어젯밤에 가진 D조 한국 대표팀의 폴란드전 승리는 48년의 출전사상 첫 1승을 거둔 값진 수확이다. 온 나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전을 승리로 장식,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날의 승리는 C조의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0-2로 패하고, H조 일본은 벨기에와 2-2로 비겨 동양 3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승리를 거머쥔 것이어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시종 땀을 쥐게한 90분은 한편의 감격적 대드라마였다. 대본은 없어도 히딩크 감독의 연출은 있었고 홍명보 선수를 비롯한 출연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아니 대본은 오로지 ‘승리’두자였다. 공격위주의 방어, 공수의 기민한 전환은 분명히 한국 축구의 괄목할 도약과 금자탑을 이룩했다. 위기를 반격의 실마리로 푸는 자신 넘친 게임 전개는 박진감을 갖게 하였다. 공격과 수비, 완급의 리듬을 살린 것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게임은 어느 팀이든 위기와 기회가 점철한다. 위기를 자물통 수비로 무산시키고 기회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게임 만들기는 곧 스포츠의 장인 의식인 것이다. 전반 26분 33세노장 황선홍 선수의 회심에 찬 논스톱 왼발 슛이 폴란드 골 망을 경련시킨 것은 세트플레이가 성공한 그림같은 작품이다. 후반전 유상철 선수의 대포알 같은 강슛 역시 일품이었다. 기동력으로 미드필드를 장악, 파상적 공격을 퍼부어 폴란드 진영을 당황케 한데는 온 몸을 던지는 육탄 공격의 투혼 또한 크게 작용했다. 나라 안팎의 국민을 긴장과 환성으로 몰아넣은 월드컵 1승은 이제 시작이다. 16강, 8강의 길은 아직도 험난하고 공은 둥굴다. 강팀도 항상 이기지 못하고 약팀도 항상 약한 것만은 아닌 게 스포츠 세계의 승부다. D조의 나머지 경기인 미국과 포르투갈팀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다. 지구촌의 축구 도박사들은 한국팀의 승리를 그렇게 많이 점쳤던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투자와 피땀으로 이변 창출의 대가를 이미 지불했다. 그 결실을 이제 거둠으로써 세계를 잇따라 경악케 할 것이다. 동양에선 최초로 갖는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의 최대 이변을 창출하는 주역이 돼야 하는 것이다. 온 나라와 온 국민이 축구팬이 되어 하나같이 열광적 성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그 주역의 한 몫이다. 월드컵 대표팀의 승리, 승리, 승리를 기원한다.
한때 국회가 행정부에서 제출한 법을 제대로 심의도 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거수기 노릇을 하여 통법부라는 오명을 가진 적이 있었다. 제왕적 대통령에 의하여 막강한 관료조직을 가지고 움직이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들러리나 서거나 또는 행정부의 정책에 정당성이나 주는 허수아비 역할을 하고 있어 입법부는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통법부의 이미지는 벗어났지만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여 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입법은 국회의 제일 큰 권한이며 책무이기 때문에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못하여 탈법·위법을 행하고 있으니 어떻게 입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선 국회는 의장단을 비롯한 원(院)구성에서 법을 위법하고 있다. 국회법에 의하면 후반기 원구성은 지난달 25일까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원구성에 합의하지 못하여 현재 국회는 의장단이 없는 식물국회가 되었다. 월드컵이라는 국제 축제가 열리고 있어 외국의 귀빈들이 줄지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국회가 의장단도 구성하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있으니 이 무슨 국제적 망신인가. 탈법의 사례는 오는 13일 지방자치단체장에 입후보한 현역의원 4명의 사퇴서가 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여 처리되지 못하고 일종의 탈법으로 처리된 것이다. 국회법 135조에 의하면 의원의 사직은 표결에 의하거나 폐회 중에는 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의장도 공석이고 또한 국회도 지난달 28일 지방선거 입후보 등록 시에 개회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이들 4명 의원의 사직서는 처리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들 4명의 입후보자에 대한 사직서를 원내 총무들의 합의에 의하여 사직서가 처리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분명 탈법인 것이다. 이런 탈법 사실을 묵인하고 있는 선관위도 문제이고 국회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의원직을 유지하여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하려고 한 당사자도 문제이다. 탈법 사실로 인하여 선거 소송이라도 제기된다면 더욱 문제는 복잡해진다. 도대체 국회는 왜 탈법과 위법을 다반사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방선거의 가열은 필연적이다. 6·13투표 고지를 향한 막바지 단계일수록이 더 숨 가빠질 것이다. 우려하는 것은 정당한 가열이 아니고 부당한 혼탁이다. 이는 지방4대선거에 모두 해당하지만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와 관련, 지방공무원들에게 충심으로 당부하고자 하는 몇가지 말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야 말로 지방자치의 근원적 요체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를 단체장의 전유물시 하는 일부의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있는 것은 지극히 유감이다. 줄서기, 눈도장 찍기가 한창인 눈치놀음이 이에 연유한다. 물론 자치단체를 영주화한 단체장의 봉건적 독선이 원인임을 모르지 않는다. 개인적 충성과 함께 줄서기를 강요하는 폐습을 익히 알고 있다. 이로 인해 ‘살기위해 줄을 선다’는 푸념을 듣는다. 심지어는 관권선거를 내통, 비밀문건을 획책하다가 자치단체 공무원만 구속되는 등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례까지 있다. 그러나 어느 자치단체든 모든 공무원이 다 단체장의 용병이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소수의 단체장 패거리들 때문에 절대 다수의 선량한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폐습이 더 이상 있어선 지방자치 본연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관선단체장보다 못한 민선단체장의 악폐는 일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관선회귀 또는 민선단체장의 소환제도가 거론되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런데도 과연 지역사회 발전, 지역주민 복지에 무슨 기여가 있었는가에 대한 판단엔 의문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혼란의 원인이 일부이긴 하나 단체장의 독선에 장단 맞추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줄서기에 있음을 지적한다. 임기가 유한한 단체장에 대한 영합보다는 영원한 자치단체에 소임을 다하는 것이 참다운 직업공무원의 자세임을 일러둔다. 특정 계보의 인맥으로 꼽히는 불명예 보다는 자치단체의 인재로 지목되는 것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값진 영예인 것이다. 이러므로 하여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철저한 중립의 자세가 요구된다. 만약 본연의 직분에 위배되는 협박이나 유혹이 있을 땐 과감히 뿌리칠 줄 하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 성숙의 실체적 저력은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주체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의 공명성은 곧 자치단체 공무원 여러분들의 양식에 달렸다. 단체장 선거의 혼탁에 추종자가 아닌 감시하는 파수꾼이 되어 주기를 당부한다.
지방선거 유세의 욕설 난무가 이러다간 육두문자까지 나오지 않겠나 하여 심히 걱정된다. “깽판”“아이썅”쯤은 이제 약과가 됐다. 지난 주말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군포 정당연설회에서 “마피아들이 부하들을 도둑질 시킨 뒤 부하만 감옥가게 하더라”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과거 세풍사건을 빗대었다. 시흥 연설회선 “이 후보가 아래사람을 시켜 나를 시정잡배라고 했다”면서 “양아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에서는 야당 국회의원을 가리켜 “아이들”이라며 “아이들 데리고 시비…”운운했다. 또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서울 정당연설회에서 “세금을 거둬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세계적 왕도둑에게 한 표도 줘선 안된다”고 한나라당 이 후보를 공격하고, 신기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후보 손녀의 미국 원정출산 의혹을 거론, “이 후보의 며느리는 강남의 유한족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세풍사건에 대해선 능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원정출산 의혹 또한 도덕성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비방은 의문 제기나 도덕성 비판이라기 보단 다분히 인신공격이다. 한나라당의 대응도 잘 한 것은 아니다. 이규택 원내총무가 “민주당은 새천년 미친년당”이라고 했다가 “미친당”이라고 수정한 것은 싸잡아 한마디 한 것이겠지만 역시 적절치 않다. 지방선거의 중앙당 욕설 지원유세가 주로 민주당에 의해 자행되는 것은 주목할 현상이다. 월드컵 기간의 정쟁 중단을 먼저 제의한 것이 민주당이었고, 한나라당도 결국 대통령 아들들 비리문제는 포함되지 않는 조건으로 이에 동의했다. 우리는 당시 정쟁 중단의 허구성을 갈파한 적이 있다. 정권 다툼의 정쟁은 정당정치의 상궤이므로 대선의 전초전인 지방선거에서 정쟁 중단은 지켜질 수 없는 사실을 밝혔다. 그보다는 공명선거를 위해 인신비방을 삼가는 게 옳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쟁 중단은 고사하고 인신비방도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가 난무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태다. 월드컵 축제에 외국의 VIP를 비롯, 일반 관광객 등 많은 손님을 불러놓고 정쟁을 중단하자던 민주당이 추태를 먼저 일삼는 건 의도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노풍’의 진원지였던 광주 등지까지 실정과 비리로 이탈하는 민심을 붙잡고자 하는 극약처방의 네거티브 전략 관측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아무리 DJ를 떼어내고 노무현, 이회창 대결구도로 선거전을 몰고 가려 해도 판단은 유권자들이 한다. 또 노 후보는 욕설하는 게 노무현다운 것으로 안다면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자신의 언어 수사에서 좋아한다는 역설법, 반어법, 과장법을 좀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언어의 수사에 그같은 기법이 있긴 있지만 욕설이 그 범주에 드는 것은 아니다. “깽판”이니 “아이쌍’이니한 부평·부산발언이 패러독소나 변증법적 논리라 할 수는 없다. 또 과장법에도 법칙이 있다. 쟁점의 다툼에서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백발삼천장’의 예처럼 쟁점이 없는 표현에서만이 비논리적 과장이 허용될 뿐이다. 그의 황폐한 말투는 다분히 작위적이다. 대중에게 일부러 서민풍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탈에도 품격이 있다. 알아듣기 쉬운 서민용어 구사와 잡배 투의 욕설은 엄연히 구분된다. 걱정스런 것은 품성이다.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성품은 곧 오기다. 부산에서 “깽판이라는 말을 했다가 (언론에)혼이 났는데 속이 쓰리고 해서 깽판이라는 말을 한번 더 하겠다”며 (특정인을 가리켜) “남북대화를 깽판 놓고자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상대 당 후보를 비판한 것은 그의 양식과 책임에 속한다. 그러나 우정 “깽판”이란 말을 굳이 더 쓴 반발은 오기심의 확산이다. 이런 품성이 과연 대통령후보로 합당한 것인지는 듣는 이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나 나라의 체면을 앞서 고려해야 한다. 노 후보는 어느 교육청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관료사회의 문제점으로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지적이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자신도 남의 말을 좀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도 천박한 말투의 자제 권고를 했음에도 무시하는 옹고집은 어떤 불안감마저 갖게 된다. 현장논리를 내세워 말 바꾸기가 예사인 것도 모자라 욕설까지 일삼고도 소피스트적 궤변으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정권 장악을 지향하면서 아집과 독선의 면모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다. 하지만 설사 독선과 아집을 접는다 하여도 그것이 진면모의 자기 개혁인지를 의심해야 할 불행한 지경이 됐다. 노 후보는 자만의 착각에 빠진 것 같다. 겸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거친 언어구사가 민중에게 호감을 주는 것으로 안다면 그 역시 큰 착각이다. 국민 대중에게 군림하는 안하무인의 큰 결례로 비추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 후보중 전과자가 상당수 있다는 사실은 후보들의 윤리감각과 도덕수준을 의심케 하는 놀라운 일이다. 경기·인천지역 기초단체장과 시·도의원 후보중엔 뇌물수수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폭행 협박 횡령죄 등으로 구속됐던 인물도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후보들이 제출한 전과기록 조회서를 보면 경기도의 경우 121명의 기초단체장 후보 중 14명이 전과기록을 갖고 있으며, 광역의원 후보도 255명 중 31명, 기초의원 후보는 1천228명 중 131명이 전과자다. 이들 중엔 무려 8범에서 2∼3범의 전과자도 있다. 어째서 이같은 전과자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는지 오늘의 우리 현실이 그저 기막히고 실망스러울 뿐이다. 물론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뻔뻔스럽게 출마한 전과자 후보들의 도덕심이 문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들을 당에서 공천해준 정치권의 도덕적 타락상도 한심한 일이다. 비록 이들이 형(刑)실효 등으로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뇌물수수 폭행 협박죄 등을 저지른 부도덕한 전과자들을 주민대표로 뽑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전과자 후보들도 일말의 양식이 있다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전과사실 하나만으로 앞으로의 행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 또 개중에는 억울하게 전과자가 되었거나 더러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순결성과 도덕성이 강조되는 선거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선거과정에서의 공명성 여부와 도덕성을 갖추고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일할 수 있는 양심적인 일꾼을 바르게 뽑느냐, 못뽑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점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자질파악을 좀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전과기록 공개범위를 더 확대 보강할 필요가 있다. 개정된 현행 선거법상 후보자 등록서류에 첨부해야 할 전과기록이 금고형 이상으로 국한돼 있어 벌금형 이하에 그친 사기 공갈 성추행 등 비도덕적인 후보자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검증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선거 요건을 강화하거나 전과기록 공개범위를 세분화 해야 한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는 유권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옥석을 가려낼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 이같은 불량 후보자를 가려내는 열쇠는 유권자에게 있다. 똑바로 보고 바로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