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8강, 이젠 4강으로 간다

2-1, 대역전극의 명승부였다. 연장 90분에 걸친 용호상박의 대혈투였다. 한국축구는 마침내 이탈리아팀을 ‘집으로’ 돌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역시 세번의 월드컵 우승국다운 저력을 보였으나 한국팀의 파상공세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우리는 당당히 감격의 8강고지에 올라섰다. 경기 초반의 페널티 킥 실축, 이탈리아 코너킥에 상대를 놓쳐 내준 헤딩슛 실점, 이런 것들을 새삼 말할 이유는 없다. 우리측 수비는 이밖의 결정적 위기를 타이트한 밀착방어로 여러차례 선방하고, 공격은 수차 이탈리아 문전을 위협했으며, 이탈리아 공격 또한 좋은 찬스를 수차 놓쳤다. 이같은 내용이 엮어져 형성되는 게임을 두고 앞으로를 위한 참고의 반성은 있어도 탓은 부질없다. 후반전 44분 설기현 선수의 왼발 슛은 드디어 목말랐던 동점골을 이루면서 게임종료 막바지에서 한국팀을 기사회생 시켰고, 연장 후반들어 날린 안정환 선수의 회심에 찬 슈팅은 대역전극을 장식하면서 초반의 페널티 킥 실축을 멋지게 만회했다. 한국에 불패의 승리를 다짐한 이탈리아 벤치와 선수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넋을 잃은채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듯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외신은 “월드컵을 새로 써야 할 믿기 어려운 기적이 이루어졌다”면서 한국 선수들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르투갈에 이어 이탈리아를 침몰시킨 한국팀은 이로써 우승 후보국 킬러의 성가를 얻었다. 오는 22일(토) 가질 스페인과의 4강 진출전도 결코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일찍이 월드컵 무대에서 비긴바가 있고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객관적 전력 또한 충분히 파악됐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은 400만명의 길거리 응원단을 비롯한 5천만 내외 동포의 뜨거운 폭발적 성원에 아주 화려하게 보답해 주었다. 투혼의 승리며 기량의 승리며 스피드와 조직력의 승리여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공동개최국으로 아깝게 터키에 0-1로 덜미를 잡혀 8강 진입에 실패한 일본도 우리의 승전보를 축하한 것은 아시아 축구가 유럽축구를 잇따라 연파한 아시아축구의 개가로 보기 때문이다.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은 순간 순간이 피를 말리다시피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거머쥔 승리는 월드컵 사상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국축구의 자존심이다. 국민적 성원은 갈수록 더욱 뜨겁다. 8강벽을 깨고 4강 진입의 대 기적 창출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대표팀의 노고에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자유투표로 국회 院구성을

월드컵에 임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나 국민들의 수준은 최고인데, 국회는 원(院)구성도 되지 않아 국민적 비판이 대단하다. 한마디로 국회를 움직이는 정치인의 수준은 4류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외국의 대통령 등 귀빈들이 한국을 많이 찾았으나,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식물국회가 되어 외국 귀빈도 접대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무슨 창피한 노릇인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더불어 한국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상황인데, 이를 물거품 시키니 한심한 노릇 아닌가. 제16대 국회 후반기를 담당할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을 넘긴지 벌써 20여일이 되었다. 국가를 운영할 법규를 제정하는 국회가 스스로 개점 휴업 상태를 만들고 있으니 누구에게 탓할 명목도 없다. 그동안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이유로 변명할 지 모르겠으나, 현재로는 여야간의 입장 차이로 빠른 시간 내에 원구성이 될 가능성이 적어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8월 재보선 이후까지 연장될 지 모른다고 하는데,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는 국회책무의 포기나 다름없다. 우선 국회 원 구성은 국회법의 규정과 정신에 따라 자유투표로 의장단을 비롯한 원 구성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권위와 중립적 운영을 위하여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과 자유로운 투표를 국회의원 스스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를 지키는 것은 순리이며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유투표를, 민주당은 전반기 원구성 원칙을 지켜야 된다고 하고 있으나, 상임위원장은 정당간의 합의대로 하더라도 의장단 구성은 자유투표로서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는 임시회를 개회 중에 있다. 일부에서는 타이거 풀스 로비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판도 있다. 각종 민생문제에 관련된 법안이 산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리가 되지 않아 국민들의 원망이 대단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국회의원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기 전에 국회 원구성부터 서둘러 국정을 챙겨야 될 것이다. 국회가 계속 직무유기를 한다면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음을 국회의원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민주당의 미래?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의 진로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에 관여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객관적 관점이란 건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선대위 중심으로 당 운영을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노 후보의 평소 생각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등 공식기구는 사실상 식물화 한다. DJ차별화 등 진로 또한 후보의 재량에 맡겨진다. 또 하나는 노무현씨가 후보를 사퇴하고 제2 창당으로 가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 거론된 노 후보 재신임 절차는 신임을 묻는 자리가 어떤 것이든 의미가 없다. 모양새 가꾸기 만으로는 설득력이 빈곤하다. 신임을 묻겠다던 노 후보나 신임 논의를 말하는 측이나 모두 후보를 내놔야 한다고 믿는 생각은 조금도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저 형식적 요식행위로 치부해 보이는 게 객관적 판단이다. 제3의 방안으로 노 후보 선대위 중심에 외부의 정치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가상할 수 있겠으나 이는 현실성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후보중심이 되면 비주류측에 이탈 명분을 줄 가능성이 매우 짙다. 민주당은 아직도 지방선거의 참패 요인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 같다. 대처 방안을 놓고 각 계파가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게 이때문이다. 노 후보가 어제 전격 제의한 ‘8·8 재·보선후 후보 재경선’도 알고보면 자신의 책임하에 재·보선을 치르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문제는 일단 덮고 넘어가면서 차제에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불과 며칠전 “재·보선은 어디까지나 재·보선일 뿐이다”라며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것과 또 다르다. 8·8 재·보선후의 거취표명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당내 일각의 분위기엔 이래서 이유가 있을법 하다. 민주당이 이대로 재·보선을 맞아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조차 의문인 것이다. 책임은 실종되고 대책은 없는 가운데 난파가 우려될 정도로 마냥 표류하는 것이 작금의 민주당이다. DJ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일찍이 민주적 운영 질서에 숙련되지 못한 탓이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는 그 어떤 것도 더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과감한 변화가 두려워 아직도 미봉책에 급급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수해예방공사 빨리 마쳐라

장마가 예년에 비해 일주일 가량 빨리 시작된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중부지방은 20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렇게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경기도내 곳곳에 수해위험이 노출돼 있다니 걱정이 크다. 농업용 수리시설 가운데 둑 보수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안성시 청룡저수지 등 수마가 들이닥칠 곳이 도처에 있다는 것이다. 산사태 위험지역, 산림재해 위험지역 27곳도 수해예방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도로와 하천, 건축현장 등 대형 공사장은 일부 공사장이 배수시설물 정비가 미흡하거나 배수로가 확보되지 않았다니 도대체 무엇을 믿고 방심하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누전에 의한 감전사가 우려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가로등과 신호등 746개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니 통행조차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수해를 입은 시설물 및 농경지 1천193곳 가운데도 17곳이 미복구 상대로 남아 있으며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10곳 중 남양주시 팔당역 주변 위험지는 겨우 40%의 예방공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과천시 청계산 곳곳이 송전철탑 공사로 마구 파헤쳐져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송전철탑 공사 차량운행을 위해 개설한 도로를 일부 복구는 했으나 절개지의 균열현상과 함께 자갈 등이 흘러내려 장마시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곳이다.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와 등원리 망굴천도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둑이 터져 수십만평의 농지가 침수되는가 하면 장미농가도 침수로 인해 해마다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어 왔다. 경기도가 8억원을 들여 홍수수위에 맞추기 위해 제방 1m 높이는 공사와 기존 교량 7곳에 대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제방보수공사를 하면서 석축공사를 하지 않아 망굴천 상류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많은 양의 빗물이 한꺼번에 불어나 둑이 무너진다고 불안해 하고 있다. 경기도가 시·군 재해담당 공무원 회의와 수해예방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물론 대책회의는 해야 한다. 그러나 대책회의와 위험지역 점검만 하면 무얼 하는가. 올해는 홍수가 없겠지, 하는 방심과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식의 탁상행정은 제발 그만 두기 바란다. 사업비와 인력를 대폭 증가하여 수해위험지역 예방공사를 밤을 새서라도 조속히 마무리하기 바란다.

홍업씨, 검찰소환 임박?

김홍업씨(52·아태재단 부이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조만간 예상된다. 온 국민이 월드컵 승전보에 열광하고, 정치권은 지방선거에 정신을 쏟는동안 대검 중수부는 김씨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말없이 진행해왔다. 그동안 검찰수사가 초점을 맞춘 홍업씨의 금품수수 및 대가성 입증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여 소환시기가 주목된다. 홍업씨 돈 32억원의 차명계좌 관리 의심을 받아온 유진걸씨(구속)와 이거성(구속) 김성환씨(구속)등 김씨 측근들이 상당한 혐의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S그룹 모회장의 경우 경영권과 관련한 청탁조로 김성환 유진걸씨에게 준 10억원 가운데 3억원이, 새한측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조로 이거성씨에게 건넨 17억원중 상당액이 홍업씨에게 전해진 것으로 혐의가 굳었다. 측근들이 이처럼 기업체로부터 대가성 짙은 거액을 받았고 돈의 일부가 홍업씨에게 건너간 것이 확인된 이상 홍업씨 변호인이 주장하는 결백을 믿기 어렵다. 대통령 아들이 아니면 굳이 청탁성 거금이 거래될리 만무하며, 이는 홍업씨가 관련기관에 청탁 사실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수 없기 때문이다. 역시 홍업씨 돈 10억원을 관리해 온 의심을 받고있는 김성환씨는 또 8개 기업체로부터 감세청탁 등 대가성 있는 돈 10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이 또한 홍업씨 관련 여부가 주목된다. 홍업씨 비리의혹 수사는 어려움이 적잖았다. 검찰수사를 받다가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유진걸씨 더러 청와대측 모인사의 가혹수사설 폭로 종용 의혹이 있었는가 하면, 이거성씨는 소환에 불응 한동안 잠적하기도 했다. 계좌추적 과정에서 자금 거래가 드러난 일부 인사는 해외로 출국한 적도 있다. 사건 관련자들이 서로 입을 맞추거나 아니면 어떤 조직적 방해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의연했다.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을 보강수사 기회로 삼았고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란은 여기서 홍업씨 사건수사에 대한 정치적 시각을 자제코자 한다. 대통령 아들들 비리가 지난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수사는 그런 것과 무관하다. 어디까지나 비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 뿐이다. 오직 실체 규명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 홍업씨에 대한 검찰 소환시기가 주목된다.

서민들을 위한 ‘연체자 갱생제도’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회원 구제 방법으로 ‘연체자 갱생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은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무분별한 회원 모집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조치이긴 하지만 카드 결제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회원이 카드사에 연체대금 상환 계획서를 낼 경우, 결제자금을 대출(카드론)해주고, 신용불량자 등록도 풀어주는 연체자 갱생제도는 서민들을 위하여 매우 다행스럽다. 실제로 지난 7일부터 개인 워크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은행은 2개월 이상 연체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연체금이 300만원 미만이거나 원금의 30% 이상을 상환하는 경우 보증인 없이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삼성카드는 연체금 200만원 이상의 회원이 실직자·생활보호 대상자인 경우 신용갱생제도를 적용키로 했으며, LG카드도 기존의 대환대출제도를 개선해 연체금을 완납하면 이자와 수수료를 최고 60%까지 탕감해 주기로 했다. 외환카드도 연체금을 모두 갚은 사람에 대해 연체이자를 일괄적으로 감면해 주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신용카드 연체회원을 대상으로 연체금액을 일반대출로 바꿔주고 연체이자를 감면해 주는 ‘개인 워크아웃제’를 실시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했어도 총 채권액의 10%만 갚으면 무보증 대환대출을 해주고, 1∼3개월 단기연체자도 총 채권액의 30%만 갚으면 언제라도 신용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지시 등을 받고 ‘소나기는 일단 피해 보자’는 식의 생색내기용은 개선돼야 한다. 서울은행·조흥은행·외환카드 등이 이 제도를 6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은 그래서 유감스럽다. 개인 워크아웃제에 해당되는 사람이 대부분 상환능력을 가지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신용불량자 사면, 채무탕감 등의 대책이 잇따라 나올 경우 우선 쓰고 보자는 소비 풍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연체자 갱생제도는 부작용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본다. 연체자 갱생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 모든 신용카드사와 금융기관이 도입해야 한다. 서민들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마련된 이 제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아! 16강의 감격, 이제 8강·4강으로

대망의 16강에 드디어 진출했다. 후반 25분 ‘그라운드의 늑대’박지성선수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내외동포 5천만의 함성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았다. 안방에서 길거리에서 직장등에서 손에 땀을 쥐며 한국 대표팀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던 국민들은 감격의 환성을 터뜨렸다. 월드컵 출전사상 48년만에 16강진출의 위업을 이루면서 5천만 민족이 하나가 됐다. 월드컵축구대회에 신기원을 창출했다. 우리 수원출신의 박지성선수가 포르투갈 문전 오른쪽에서 오른발 볼 콘트롤로 수비를 제치면서 때린 왼발 슈팅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어제 인천문학경기장서 가진 D조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과의 대전은 전반전 막바지 한동안 포르투갈의 비기기 작전으로 다소 박진감이 떨어지는듯 했다. 이날 같은 시각 대전에서 있었던 미국 대 폴란드 경기에서 미국이 뜻밖에 패색이 짙자 포르투갈은 한동안 수비에 치중하는 소극전을 벌였다. 그러나 한국팀은 후반전 들어 특유의 스피드로 미드필드를 더욱 압박, 빈공간을 만들어 돌파하는 측면 공격으로 포르투갈 진영을 심히 유린했다. 비록 승부는 1-0에 그쳤지만 내용은 압도한 경기였다. 갑자기 ‘죽음의 조’가 된 D조는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이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속에 한국은 2승1무 승점7의 조1위로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몇가지 주목할 점을 보였다. 월드컵 경기가 조별 리그전을 벌인지 40년만에 전 우승팀이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탈락하는 수모를 프랑스가 처음 당했는가 하면, 세네갈처럼 첫 출전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하는 기적이 생겼다. 축구강국 아르헨티나의 탈락 또한 36년만의 경이적 이변이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다. 이제 한국팀은 8강 진출의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는 18일 대전서 갖는 이탈리아와의 대전이 고비다. G조 2위로 오른 이탈리아는 멕시코 크로아티아 에콰도르와 벌인 객관적 전력에 비추어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을 침몰, 16강에 자력 진출한 자신감을 그대로 살리면 제아무리 축구 강국이라 해도 이탈리아 벽을 깨지못할 이유는 없다. 노장들의 숙련미, 신예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조직력과 기동력의 제 페이스만 살리면 승산은 충분하다. 한국 대표팀에 국민의 이름으로 끝없는 영광과 격려를 보낸다.

선거 후유증 최소화 하자

이번 6·13 지방선거는 김대중정부 임기말과 월드컵 축구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치러졌다. 그동안 월드컵 응원으로 모두들 들떠 있었고, 그와는 또 다르게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가지 비정상적인 작태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끝낸 우리가 이제부터 할일은 자명하다. 월드컵 경기의 성공적 진행과 경제회생에 한덩어리가 돼 전력을 쏟아붓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단합과 화합을 해치는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를 조속히 치유해야 한다. 그동안 각 후보진영간 사생결단의 살벌했던 선거판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 앉히고 평상심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급선무다. 이성을 잃은 이번 선거판은 초반부터 원색적인 상호비방과 인신공격, 근거가 불분명한 폭로와 흑색선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동이 난무했다. 상대를 흠집내는 부정적 선거운동으로 분위기가 과격해지고 저질스런 언사와 동작으로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 또 공직사회는 어떤가. 각기 서로 다른 후보쪽에 서서 노골적으로 특정후보 돕기에 나섰던 공무원 사이에 벌써 살생부까지 등장, 반목과 불신의 골이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된데는 각 후보진영의 책임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싸웠던 모든 당사자들은 이같은 비생산적인 갈등과 반목을 말끔히 씻어내 경제를 회생시키고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매진해야 한다. 승자는 겸양과 아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패자는 기꺼이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혼탁·타락의 정도가 심했던 만큼 위법사례에 대한 사법조치는 철저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번 기회에 고쳐지도록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동안 후보들간의 이전투구속에 난무했던 터무니 없는 음해와 중상·모략 등 위법사례들은 철저한 수사로 관련자를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 과거에 흔히 그랬던 것처럼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엄연한 위법사례도 지난일로 치부하고 얼버무리게 된다면 우리 선거판의 고질은 영영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각 정당은 이제 선거후유증에서 속히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민생정치에 다가서야 한다. 하루빨리 국회 원(院)구성과 함께 민생법안 처리에 전념해야 한다. 월드컵 경기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서도 정치권의 국리(國利)적 협조가 있기를 재삼 당부하고자 한다.

DJ실정 부패+노무현=민주당 참패

6·13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손학규, 안상수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 전국의 광역단체장에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겨우 호남지역 등 몇곳에서만 이겨 또다시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노무현 민주당대통령후보가 후보자리의 신임을 내건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선거마저 모두 한나라당에 뺏겨 한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전국 평균 투표율 46.4%, 경기도 42.6% 등 낮은 투표율을 패배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당치않다. 기권의 대체적 정서가 민심 이반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참패는 민주당이 깊이 반성해야 하는 가운데 전국적인 완패는 국민이 엄중 문책한 철퇴적 응징이다. DJ의 실정과 비리, 정권차원의 부패에서 민주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아무리 탈당해도 민주당의 추종적 공모적 작당 책임이 모면되는 것은 아니다. DJ탈당을 정치적 면책사유로 삼고자 한 술수를 국민이 얼마나 예리하게 간파(看破)했는가를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이념적 의중 승계자로 알려진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박한 처신 역시 패배를 가세한 또하나의 원인이 됐다. 품격이 의심되는 망언, 실체가 의심되는 말바꾸기, 권위적인 언행등은 그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됐다고 보기엔 지극히 어렵다. 알고보면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능히 예견됐던 일이다. DJ와 민주당에 배신당한 국민적 분노가 밑바닥에서부터 들끓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한다면 민주당이 국민감정과 괴리된 착각과 오만에 얼마나 심히 안주했던가를 촌탁케 한다. 이번 지방선거결과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통해 그간의 울분을 단죄한 주권의식의 발노(發怒)인 것이다. 정계개편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위기감에서 필연적으로 정치적 이합집산을 시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후보와 당간의 마찰도 예견된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어떤 형태의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이든 인위적 정치술수는 이제 국민들이 식상했다는 사실이다. 정치야합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민주당은 진로를 모색하기에 앞서 고해성사와 같은 심정으로 진솔한 속죄의 모습부터 먼저 보여야 한다. 이미 많이 늦긴했지만 그래도 속죄가 앞서는 것이 수순이다.

이런 일꾼을 뽑자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도 그 분위기가 과열 혼탁해져 이를 개탄하고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될 건전하고 성숙된 정책대결 보다는 상대방을 헐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유세장에는 실현가능성 여부도 확실치 않은 지역개발 공약들만 홍수를 이뤘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후보들이 내건 정책과 공약으로는 선택의 판단기준이 제대로 서지않아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망설이다 귀중한 투표권행사 기회를 잃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투표참여와 함께 중요한 것은 투표권의 올바른 행사이다. 지방자치의 정착과 민주발전을 위해서 유권자들은 냉정하고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황폐화한 선거풍토 개선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그러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 그 기준은 인간성과 세계관과 지도력이다. 인간성을 가늠할 지역일꾼의 덕목은 정직·성실하고 흔들림 없는 신뢰성, 이기심에서 벗어난 공익성, 그리고 다양한 주장을 포용하는 조화성이다. 가문이나 학연·지연 등 개인적 이해관계가 아닌 인간됨됨이가 선택기준이 돼야 한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중엔 부동산투기로 떼돈을 번 사람, 파렴치 전과자, 항상 권력에 아부하며 이권을 추구하는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잘 가려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돈을 뿌리고 불법선거운동을 했거나 기성 정치인들 처럼 거짓말과 인기발언만을 능사로 하는 후보들에게도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또 지방화시대의 일꾼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줄 아는 자율·자치의 조화로운 성품도 지녀야 한다. 지역일꾼에게 요구되는 또하나의 덕목은 시대의 요청과 역사의 순리를 터득한 세계관이다. 민주 자유 자치화를 요청하는 시대정신에 투철해야 하며 국제화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역일꾼은 또 뛰어난 지도력을 갖추어야 한다.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워 이를 적시에 실천하고 그것이 미치는 파장을 예측하여 이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아직 마음속 결정을 내리지 못한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가기전 선거공보라도 다시한번 유심히 읽어보고 그간 직·간접으로 보고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 한표의 향방을 결정해야 한다. 이미 작정한 사람들도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를 거듭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지자제와 민주주의가 내 한표에 달려 있다는 긍지와 주권의식을 갖고 투표장에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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