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손학규, 안상수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 전국의 광역단체장에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겨우 호남지역 등 몇곳에서만 이겨 또다시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노무현 민주당대통령후보가 후보자리의 신임을 내건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선거마저 모두 한나라당에 뺏겨 한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전국 평균 투표율 46.4%, 경기도 42.6% 등 낮은 투표율을 패배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당치않다. 기권의 대체적 정서가 민심 이반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참패는 민주당이 깊이 반성해야 하는 가운데 전국적인 완패는 국민이 엄중 문책한 철퇴적 응징이다. DJ의 실정과 비리, 정권차원의 부패에서 민주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아무리 탈당해도 민주당의 추종적 공모적 작당 책임이 모면되는 것은 아니다. DJ탈당을 정치적 면책사유로 삼고자 한 술수를 국민이 얼마나 예리하게 간파(看破)했는가를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이념적 의중 승계자로 알려진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박한 처신 역시 패배를 가세한 또하나의 원인이 됐다. 품격이 의심되는 망언, 실체가 의심되는 말바꾸기, 권위적인 언행등은 그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됐다고 보기엔 지극히 어렵다. 알고보면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능히 예견됐던 일이다. DJ와 민주당에 배신당한 국민적 분노가 밑바닥에서부터 들끓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한다면 민주당이 국민감정과 괴리된 착각과 오만에 얼마나 심히 안주했던가를 촌탁케 한다. 이번 지방선거결과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통해 그간의 울분을 단죄한 주권의식의 발노(發怒)인 것이다. 정계개편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위기감에서 필연적으로 정치적 이합집산을 시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후보와 당간의 마찰도 예견된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어떤 형태의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이든 인위적 정치술수는 이제 국민들이 식상했다는 사실이다. 정치야합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민주당은 진로를 모색하기에 앞서 고해성사와 같은 심정으로 진솔한 속죄의 모습부터 먼저 보여야 한다. 이미 많이 늦긴했지만 그래도 속죄가 앞서는 것이 수순이다.
사설
경기일보
2002-06-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