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미래에 더욱 관심이 큰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4강대열에 합류한 부담 때문이다. 영광이면서 고뇌의 길이기도 하다. 과거 16강 진출에 소망를 걸었던 것에 비하면 4강대열 수준은 엄청난 차이다. 그러나 이는 게임의 결과일뿐이다. 한국축구의 전반적 기량이 4강수준인 것은 아닌데 앞으로 우리의 어려움이 많다. 2004년 그리스 올림픽,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이에 한국축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한축구협회 등 지도부의 각성이 지속돼야 한다.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선수선발, 지도방법, 용병기술 등을 우리가 일찍이 몰랐던 건 아니다. 다 알면서도 지연, 혈연, 학연, 권연(權緣), 금연(金緣)등 한국적 저해 요소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4강 위업은 축구에 관한한 모든 것의 원리원칙에 충실한 결과다. 앞으로 국가대표팀에 유능한 감독을 두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원리원칙에 충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가 지금처럼 계속 깨우쳐 있어야 한다. 둘째, 선수들의 자세다. 특히 신인 스타플레이어들의 자세가 주목된다. 이번 월드컵대회를 석권한 신인들은 지금이 상한가가 아니다. 적어도 그리스 올림픽과 독일 월드컵에 더 큰 활약이 기대되는 유망주들이다. 현실에 자만하지 않는 미래의 대성을 위해서는 겸손해야 한다. 소속팀 지도자에게는 물론이고 팀 동료 및 선후배, 팬들에게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성장의 관건이다. 스타플레이어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팀워크다. 축구영웅보다 팀워크를 더 강조한 히딩크감독의 교훈을 좌우명 삼아야 한다. 셋째, 프로축구 사랑이다. 4강신화의 저력은 바로 프로축구였다. 앞으로도 프로축구의 발전 없이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월드컵에 이어 열인 국내 K리그에 관객이 급증한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구단 역시 드높은 관심이 있기 바라면서 축구팬들에게 아울러 당부할 말이 있다. 국내 K리그는 월드컵 게임이 아니다. 세계수준 경기의 눈 맛에 맞춰 국내 경기를 보기보다는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애정어린 관전으로 대해야 한다. 지역 연고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국가대표팀에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강팀도 항상 이기는 게 아니고 약팀도 항상 지는 게 아닌것이 팀경기의 특징이다. 월드컵 4강이라 하여 항상 이기는 경기만이 할수있는 게 아니다. 질 때도 있다. 일희 일비 하지 않는 안정된 성원을 대표팀에게 보내는 것이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길이다.
사설
경기일보
2002-07-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