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어떤 죽음

‘문제는 화장을 마친 유골을 유택동산의 공용유골함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유족은 간사의 안내에 따라 유골을 공용유골함에 통째로 쏟아 부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던 주민들은 장례가 모두 끝난 자리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유족들이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해야지....’ 주민들은 유골을 한움큼씩 여러 차례 집어 유골함으로 옮기지 않고 한 번에 들이부었다고 지적했다’-정택진 『동자동 사람들』 중. 지난 3월10일 9시께 수원역 인근 백화점 한 귀퉁이. 필자가 늘 다니는 출근길에 스쳤던 노숙인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그분은 같은 자리에 앉아 사계절 내내 두꺼운 잠바를 입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얼굴과 회색빛의 덥수룩한 수염은 남자도 노인도 아니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분 앞에는 가끔 먹다 남은 컵라면과 얼마 남지 않은 소주병이 나란히 놓여있기도 했다. 동상처럼 누워있는 그분을 에워싼 세 명의 경찰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난밤 어느 즈음에 숨이 멈췄을 것이다. 길 위에서 돌아가신 게 다행이라 생각이 든 건 그다음이었다. 아무도 지키지 못한 임종이 어느 쪽방 한가운데서 벌어졌다면 그분의 장례는 얼마나 더 미뤄졌을까. “연고가 없거나 연고를 알 수 없는 시체에 대해 소정의 장례처리를 지원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무연고 장례를 치른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가면 무연고자들을 위한 공영장례에 대해 위와 같은 문구가 뜬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시체(屍體)’는 죽은 사람의 몸을 일컫는 말로, ‘시신(屍身)’은 ‘송장’을 점잖게 이르는 말로 나온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노숙인의 몸은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대부분의 도시 빈민은 기초생활 수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이 중엔 무연고 사망자가 적지 않다. 김진선의 논문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의 실천과 그 의미에 따르면 주민등록 사실이 없는 무연고자의 사망 등록주소는 주민센터다. 이와 같은 주민등록 사실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는 전체의 약 60%이고 무연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고시원, 쪽방 거리, 노숙, 시설 등의 비적정 주거지에 거주하는 취약 계층이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죽음에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 시체라는 단어에서 시신으로 홈페이지의 용어를 바꾸는 것. 유골을 한 움큼씩 여러 차례 집어 유골함에 옮기는 작은 행위는 계층과 위계를 떠나 지구별을 다녀간 모든 인간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일 것이다. 이름 모를 노숙인의 영면을 빈다. 정서희 인권교육온다 활동가

[천자춘추] 부감으로 살자

부감으로 보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보인다. 우리는 늘 자기의 눈높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기에 한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하고 비교하며 질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기억이다. 한낮 하교길에 쭈구리고 앉아서 기어가는 개미가족의 행렬을 보고 있는데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의 앞길에는 작은 도랑도 있고 지푸라기가 있음에도 개미 가족은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린 나의 시선에도 내려다보니 개미의 앞길이 다 보이는데 개미에게는 안보였던 것이다. 우리 인생도 비슷해서 인생의 앞길을 앞으로만 바라보면 그 앞길을 알 수 없지만 자신의 100년 인생길을 부감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삶이 명쾌해진다. 이 시대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백년을 살아보니』란 책에서 언급했듯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더라’고 하신 것도 살아보니 알게 된 김형석교수님의 부감이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고도 미리 아는 것이 지혜이다. 자신의 인생을 굳이 100세까지 살아보지 않더라도 이미 지구별에서 살다 간 수천억명의 인생 선배들의 삶의 경험을 통찰하고 이해한다면 그것이 내 인생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객관적 부감의 내 삶인 것이다. 지구별에 살다가 별이 돼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 중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가 아니더라도 지혜롭게 살다 간 수많은 선배들의 인생을 좀 더 빨리 학습하고 이해해서 인생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산다면 자신의 인생을 더 가치 있고 야무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미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인생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해 자신 인생의 최대치를 이해한 후 그 범위 안에서 맘껏 자신의 삶을 ‘완전연소’시켜야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부감으로 정리해 놓고 한순간 한순간을 맘껏 즐기며 살아야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아무 미련도 없을 것이다. 남상민 아티스트·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천자춘추] 정치실종의 시대, 정치를 돌려다오

정치는 대화와 조정과 설득과 타협과 중재의 과정이자 산물이다. 대립하는 갈등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상생의 길을 탐색하며 한걸음씩 나아간다.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말과 글과 협상의 기술은 정치인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다.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을 고소·고발을 남용하며 법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 경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공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서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으로 미루는 것은 정치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방기하는 일이다. 사법기관의 판단을 얻기 위해 ‘묻지마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도 정작 본인에게 불리한 사법기관의 판단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아전인수격의 자의적 해석을 하며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행태들이 종종 보인다. 이러한 행태들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며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진영논리와 적대적 정치를 강화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모두 무너뜨리는 악습이다. 정치는 통찰과 숙고와 결단과 판단과 실행의 과정이자 산물이다. 하나의 이슈를 관철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상황과 복합적 요소를 살피고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당심과 민심이 크게 괴리되어 갈 때에는 국민 다수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비춰 속해있는 진영의 이익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양보하거나 지지세력을 진심을 다해 설득하는 결단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필수덕목이다. 정치인은 문자폭탄을 보내는 유권자들을 비난하거나 그들과 싸워서는 안된다. 목소리가 큰 소수의 강성 지지세력에 기대어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무조건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리다’식의 논리를 펼치며 ‘내 편’ 확보를 위해 상대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부추기는 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일부 유튜버들의 입김이 더욱 세지고, 그들의 평론과 의견을 마치 스스로의 미션처럼 받아들이는 정치인들이 공생하고 있다. 정치가 사라진 시대,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새정치를 외치기 전에 정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공동체의 이해관계를 조율, 조정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정치의 본령을 되찾아오자.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옳은지에 대해 함께 답을 찾아내자.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나라이다. 그 이후의 과제는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것과 민주주의의 질적향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보태고 지혜를 모으기에도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부르는 정치 지도자는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서 조화와 화합을 이루어 함께 시대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자 세력이 될 것이다. 이제 그만 제발 정치를 돌려다오. 김보람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이사

[천자춘추] 상생·협력하는 지적재조사사업

약 11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종이에 제작된 지적공부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현실 경계와 일치하지 않아 토지소유권 분쟁 및 재산권 행사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적재조사 사업이 대두되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이자 동시에 지적공부와 토지의 실제 이용현황 일치를 통해 분쟁을 해소하고, 토지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우리 공사(LX)는 2012년부터 시작된 지적재조사사업의 도입기에 많은 부담을 안고 출발하였으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적재조사사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제 확산기에 접어든 지적재조사사업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적재조사 책임수행기관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공공·민간의 합리적 업무영역 구분을 통한 사업 추진 체계의 획기적인 개편 방안으로 LX는 2021년 9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책임수행기관으로 지정됐다. 토지소유자 간 경계조정협의에 따른 사업종료 시점의 불확실성은 대부분의 민간업체가 사업 참여를 기피 해왔던 중요한 이유였다. 책임수행기관으로 지정된 LX가 까다로운 공정을 수행하며 사업 전반을 관리하게 되고, 민간업체는 업무 부담이 낮은 일부 공정(임시경계점표지 설치, 일필지측량, 토지현황조사서 작성, 면적측정·계산)을 담당하게 됐다. 이에 따라 LX는 지적재조사사업의 가속화와 민간시장의 활성화 등 공적 역할이 확대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지적공부 또한 전산화 작업이 완료되었다. 전산화를 위해 LX는 다양한 측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고, 그 결과 측량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많이 향상되었다. 랜디고를 통해 현장에서 측량 방법이 향상되었고, 모바일 랜디고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측량 상황을 사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해상도 드론 영상을 통해 사무실에서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프로그램의 사용은 지적재조사사업의 기간을 단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 공사는 책임수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민간업체와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측량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 및 운영하고 있으며, 측량 장비 설정 방법 등에 관한 실무자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민·관·공 협의회 운영, 행정지원, 현장 컨설팅 등을 지원해 민간업체의 업무 부담 완화와 지속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공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친화력이 높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이장, 통장, 부녀회장, 노인회장 등을 지역전문가로 참여시켜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다가오는 2030년까지 지적재조사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공사는 책임수행기관으로서 민간업체와의 상생과 협력을 도모하고,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디지털 지적 구축 등 공적 역할을 강화하여 국책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권경현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좋은 생각을 내 몸으로 가져오는 법

좋은 생각을 내 몸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당신이 만약 일류 요리사라는 꿈이 있다고 하자. 지금 손발과 눈, 귀, 코, 혀,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동원해 요리를 만들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일까. 바로 요리사다. 일류인지 아닌지는 굳이 알 이유도 없다. 아직은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냉장고 속의 부추와 양파 따위를 꺼내어 엷은 밀가루 반죽을 휘젓고 있다면, 당신은 요리사다. 이것이 생각을 몸으로 가져오는 행위다. 당신의 꿈은 이루어졌다. 사람의 몸이 다른 무엇과 대체할 순 없는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당신이 지금 분노를 일으키면 어금니가 꽉 다물어지고, 눈에 열이 오른다. 당신은 그 순간 ‘화난 사람’이 된다. 몸으로 이 움직임을 반복하면 ‘환자’가 된다. 같은 맥락이다. 마리아상을 떠올리면 어떨까. 당신의 몸은 즉시 ‘마리아님 버전’으로 바뀐다. 호흡이 고요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생각과 행위는 명사와 동사만큼이나 밀접하다. 명사는 살아서 날뛰는 동사를 압축해 사전이라는 액자에 표구해 놓은 언어다. 명사는 대체로 언어의 화석과 같다. 화석에는 동사가 없다. 화석을 발굴한 고고학자는 역사의 명사를 발굴한 것이다. 거기에는 공룡의 포효도 없고 흔들어 대는 꼬리도 없다. 당신이 지금 ‘나는 요리사가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생각이 바로 ‘생각의 화석’이다. 생각을 당신의 몸으로 가져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각을 몸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명사를 동사로 풀어낸다는 의미다. 당신이 비타민 고형제처럼 맑은 물에 퐁당,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때 ‘지지지지’하면서 작은 물 알갱이와 함께 풀어지는 고형제의 변화가 동사의 실제다. 당신의 생각이 몸에 투척되는 순간 몸은 액상 비타민처럼 변한다. 세계의 중심이 거동했으니 변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변하고 있는 상태가 진실이고, 동사의 맛이다. 즉, 당신이 지금 일류 요리사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요리’를 하는 것이다. 부추전을 만들기 위해 당신이 냉장고를 여는 순간, 당신은 요리사의 몸이 된다. 생각은 몸으로 이동하여 근육과 세포에 스며들고 의식을 부추긴다. 일류 셰프는 이렇게 된다. 일단 요리를 하는 사람과 요리하지 않고, 이름만 일류 셰프 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누가 요리사인가. 당신이 지금 요리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요리사다. 몸으로 실행하고 있지 않은가.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천자춘추] 경기도와 RCEP 활용법

올해 초 한국은 의미 있는 협정 하나를 발효했다.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다. 조금 생소할 수 있으나 한국과 경기도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협정이다. RCEP은 약 10년 동안 관련 당사국들이 수십 차례의 협상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고 발효되었다. 이 협정에 참가한 국가의 수는 한국을 포함하여 모두 15개 국가로 아세안 10개국, 한중일, 호주와 뉴질랜드가 그 회원국이다. 이 협정에 포함된 국가의 무역 규모는 전 세계의 약 28.4%를 차지하고 인구는 약 22억명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협력체다. 한국이 이 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우리의 경제적 영토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협정은 모두 2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포함해 상품무역, 원산지 규정,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협정의 목적은 역내 국가들 간에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점진적으로 철폐하고 장애를 제거해 상호 간의 협력을 확대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경기도는 이 RCEP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도내의 중소기업들이 이 협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최근 한국과 경제적 유대가 빠르게 진행된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한국의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등 한국 문화산업(K Culture)에 흠뻑 빠져있다. 경기도와 한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전자상거래 분야 역시 경기도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다. 세계의 전자 상거래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도 앞선 국가들에 속해있다. 경기도는 도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과 역내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도록 컨설팅 기관을 만들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셋째, 상품무역 분야다. 한국의 전체 수출품 중 50% 이상이 중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핵심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특히 그 교류의 전초기지로 경기도 유일의 항구인 평택항을 잘 이용해야 한다. 넷째, 지적재산권 영역으로 과거에는 중국이 한국 제품을 모방하여 우리 기업이 많은 피해를 보았으나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 협정에서는 상표, 특허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가 명시돼 있어 중국이 이제 함부로 모방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지금 경기도는 바로 그 다음을 잘 준비해야 하며 그 하나의 방안으로 RCEP에 대한 활용법을 충분히 연구하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 박기철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천자춘추] 피서

바야흐로 무더위의 계절이다. 장마로 폭우를 근심하던 날들이 이어졌는데 갑자기 찾아온 폭염(暴炎)으로 집을 나서기도 두렵고, 집안에 머물러도 더위를 피하기 어렵다. 선풍기 바람도 덥고, 전기료도 아껴야 하는데 맹탕 에어컨을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달력을 보니 소서(小暑)가 눈앞이고, 초복(初伏), 대서(大暑), 중복(中伏), 말복(末伏)이 줄지어 섰다.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같을 텐데 선조들의 생활이 어떠했을지 궁금해 옛 글들을 뒤적여본다. 나라를 다스리던 임금들은 이맘때면 옥사(獄事)와 관련해 죄수들의 안위를 걱정하곤 했다. 인조는 비망기에 “오늘 폭염이 매우 심한데 감옥의 죄수를 생각하니 실로 측은하나 마음이 든다. 해조로 하여금 옥사를 지체하지 말고 속히 결방하는데 힘써 병사(病死)할 근심이 없게 하라”고 했다. 무더운 때에 옥사와 관련한 임금들의 걱정은 한결 같아서 왕조실록 등을 통해 많은 기록을 살필 수 있는데 빠른 일의 처리를 통해 무더위에 오래도록 갇혀있는 일이 없도록 했다. 또 경죄수(輕罪囚)와 70세 이상과 15세 이하는 모두 풀어주도록 한 지시도 보인다. 나라를 다스리던 왕을 무더위로부터 지키기 위한 신하들의 노력도 보인다. 영조 21년 6월20일(음)에는 ‘오늘은 빈청(賓廳)이 있을 날이나 혹독한 더위가 이러하여 종일 등대(登對)하시면 정섭(靜攝. 몸과 마음을 안정하여 휴양함)에 방해가 있을까 하여 나와 모일 수 없어 탈품(〈9809〉稟. 국가의 큰 행사나 날씨 때문에 임금의 정무 또는 신하의 일을 일시 정지할 것을 미리 아뢰는 일)합니다 하니, 알았다고 답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고종 때는 황실의 의무를 주관하던 관청인 태의원에서 ‘더위가 심하므로 경효전(景孝殿) 별다례(別茶禮)를 친히 행하겠다는 칙지를 거두어달라는 계(啓)’도 보인다. 선비들도 더위를 피하기 어려웠다. 송암(松巖) 권호문은 시(詩) 더위에 지치다〔病暑〕를 통해 ‘서늘한 곳 찾아가서 못가의 나무를 빙빙 돌고, 갈증을 멈추려 채마밭의 오이를 자주 먹네’ 라고 읊었다. 예나 지금이나 더위에 나무 그늘을 찾고, 오이를 먹는 것은 유익한 풍속이다. 무명자가 남긴 시(詩) 폭염(暴炎)은 무더위를 멋들어지게 읊었다. ‘태양의 열기가 어찌 이리 맹렬한지 / 불 일산(日傘)을 펼치고 화로로 에워싼 듯 / 길 가는 사람들은 목이 말라 괴롭고 / 동산에 심은 채소 시들어 죽어가네 / 맨발로 층층 얼음 밟으면 좋으련만 / 종놈 시켜 큼지막한 부채나 부칠 따름 / 어이하면 하늘 오를 사다리를 얻어서 / 은하수를 기울여 불볕더위 씻어낼까’(안동대퇴계학 연구소, 권영락 (역), 2018) ‘은하수를 기울여 내리는 비는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할까?’ 고전 탐독을 핑계로 무익한 상념을 오가며 실없이 무더위를 피해간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

[천자춘추] 카르페디엠과 메멘토모리, 0의 자리

“카르페디엠”(Carpe diem),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로 흔히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알려준 경구로도 유명하다. 카르페디엠은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기존의 전통과 관습, 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자유로운 정신을 갖도록 하는 말이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로마의 개선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해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으며 로마시내를 행진할때 노예로 하여금 개선장군의 뒤를 따르며 메멘토모리를 계속해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영화 ‘쿼바디스’에도 이 장면이 나온다. 이 말은 ‘전쟁에서 승리 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 이지만, 언젠가는 너도 죽게 된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의 고대 로마의 풍습인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마침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끝이 찾아온다. 인생의 마지막에 직면하고 쓴 고(故) 이어령 선생의 대화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면서 더 가슴에 와 닿게 한다. 인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평소에는 못 느꼈던 지나온 삶에 대한 회환과 아쉬움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가 함께 교차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치러진 선거결과들에 따라 당선자와 낙선자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임기를 마친 분들의 작별의 메시지와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분들의 각오들이 방송과 SNS에 많이 보인다. 새로운 각오로 선출직 공직자의 임기를 시작한 분들의 각오의 글도 많이 보면서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주어진 임기, 즉 계약기간이 끝나는 그 날을 늘 생각하며 현실에 산적한 수많은 과제들을 창의적으로 도전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분의 주위에 격려성의 ‘카르페디엠’과 더불어 수시로 ‘메멘토모리’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기대하게 된다. ‘0’의 자리로 낮춰라(聖人不積). 서양의 라틴어 경구들을 통해 새로운 공직자들에 대한 자세를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돼 소개된 2천500년전 쓰여진 동양철학의 원조인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한 구절도 소개해 본다. 주로 공직자의 처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노자는 도덕경 마지막 장 81장에서 “성인은 쌓아두지 않으며 그러므로 내어준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수록 그의 삶은 위대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줄수록 그의 풍요로움은 커진다”고 했다. 공직의 삶은 철저하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아무것도 없음’ 혹은 ‘0’의 자리까지 자신을 낮추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살펴보고 기존에 집착하던 방식들을 변화시켜 주도록 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형민 부천대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천자춘추] 지역 문화재단·예술단체

지역의 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서,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을 총괄하는 공적기능을 수행한다. 2022년 현재, 전국에 120여개의 문화재단이 있으며 지자체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지원 기능을 문화재단으로 이관해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사는 곳도 시의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단으로 이관했거나 문화예술사업의 추진 및 이행을 맡기고 있다. 웹진 ‘예술경영’의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미래’에 의하면, 임학순 가톨릭대 교수는 “지역의 문화재단은 문화예술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확보해 지역문화정책의 합의와 협력 기반을 넓혀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특히,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에 있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은, 지역의 예술인과 예술단체와의 ‘합의와 협력’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육성을 위한 공모사업의 경우를 보자. 공모사업 심의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체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편이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지원서를 심사하게 된다. 단 시간에 심사가 이뤄지다보니 지원자나 지원 단체의 지원 사업 수행능력이나 역량 파악 등이 쉽지 않을 테다. 이로 인한 공모사업 선정의 왜곡이나 여러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공모사업의 진행절차로 1차 서류심사에 이어 2차 면접이 행해진다. 실제 지원을 하고 면접에 참여해본 결과 몇 마디 간단한 문답이 오갈 뿐이어서 단순한 형식에 불과한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 문화재단과 지역의 예술단체와의 협력과 교류가 활발했다면 소액을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는 면접이라는 절차가 굳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역의 예술인으로서 지역 문화재단에 6년여 등기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각 지역의 문화재단은 지역 단체와 ‘협력과 교류’에 힘써야 하며 지역의 예술인 및 문화예술 단체와 함께 성장해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공적 재원을 지역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지역에 맞는 사업을 개발함에 있어 지역예술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협업이나 육성에 가치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의 공적기능기관에 늘 ‘을’이 되고 싶진 않다. 이재영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천자춘추] 온실가스 1t 줄이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승인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8%는 1인당 6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상을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하고, 41%는 1인당 3t 이하를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한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배출량은 1850∼2019년 전체 누적 생산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를 차지한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로 조사됐다. 지금 지구의 기후 변화는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이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협력해야 극복할 수 있다.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 특히 생산의 현장에 있는 기업들이 온 힘을 기울여야 하지만 개인들의 능동적인 참여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 뜻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1인당 년 간 ‘온실가스 1t’씩 줄이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1t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톤(TON)의 사전적 의미는 트럭, 배 따위의 용적을 나타내는 단위, 또는 미터법에 의한 질량의 단위(1톤은 1kg의 1천배, 기호t)다. 반면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1t이란 ①연료(등유, 도시가스, 휘발유, 경유 등)를 연소시켰을 때 가스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량(무게)을 의미하며 ②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력, 수도,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온실가스)의 양(무게)을 계산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해도 온실가스 1t의 의미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질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늘 사용하는 자가용, 전력, 도시가스 등과 비교분석해서 온실가스 1t의 의미를 헤아려 보자. 우선 중형승용차의 경우 운행거리 1만㎞당 약2.41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러므로 온실가스 1t은 중형승용차 한 대가 약 4천143km를 운행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온실가스 1t을 전력사용량으로 환산하면 4인 가족이 약 6개월 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양이고, 도시가스(LNG) 사용량으로 계산하면 4인 가족이 약 10개월 간 사용하면서 생기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인류는 인간에 의해 훼손된 숲, 강, 습지, 갯벌의 자연성과 야생성을 회복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극단적으로 줄여야한다는 절박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일상생활 속, 대중교통의 활용, 전기, 가스사용의 절약, 채식 등 식단의 변화와 같은 저탄소 패턴이 절실하다. 모든 시민이 1년에 온실가스 1t씩 줄이는 운동을 시작하자. 지금 당장! 윤기종 안산환경재단 대표이사·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즐거운 미술 감상과 가벼운 예절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연령대는 물론 직업군도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미술 유사 직종부터 전혀 다른 직종(약 79%)의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방문한다. 미술관에는 액자나 틀 속에 잘 보관된 미술 작품 외에도 그대로 공개된 작품이나 조각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관람객에게 더욱 생생한 감상을 제공하기 위한 미술관 측의 배려이다. 물론 관람객들의 기본적인 예절을 담보 삼아 결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간혹 어린이 관람객들이 작품에 손을 대거나 작품 근처에서 과한 몸짓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엔 같이 온 보호자가 자제시키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어린 관람객은 무방비한 상태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지만 다치는 일이나 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어린이 관람객 뿐 아니라 성인 관람객의 경우도 마찬가지. 작품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야 왜 이해하지 못할까마는 눈으로, 마음으로만 감상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술관은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즐기듯 편하게 들러도 되는 문화 공간이다. 미술이라는 예술은 관람객들과 가깝게 공유돼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되는 이유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도 없지 않으나 그저 느껴지는 그대로 차분히 감상하면 충분하다. 다만 왁자지껄 떠든다거나 작품에 손을 댄다거나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감상하는 것은 자제해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절이다. 여타의 예술 분야처럼 미술도 정해진 답이 정해지지 않아야 하는 분야이다. 예술 개념은 꾸준히 진화되는 유기체로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술의 감상 또한 정해진 답은 없다. 비록 어떤 분야든 아는 만큼만 흡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스스로 예술 개념의 사조를 가볍게 생각해보고 미술관에 오시면 더 깊은 감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위에 말한 기본적인 예절만 갖추고 있다면 각자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감상을 즐기는 사색의 시간이 여러분에게 주어진 공간이므로 가벼운 산책이라 여기고 찾아오시면 좋겠다. 그 산책에서 바람과 햇살, 이름도 모르는 풀꽃을 느낄 여유를 동반하고 매우 천천히 사색하는 시간을 즐겨주시길 바랄 뿐이다. 미술관이 여러분에게 오솔길이 있는 치유의 숲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천자춘추] 신 철도중심도시 전략

대중교통중심개발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는 대중교통중심의 고밀 복합 도시개발을 통해 도시 외곽의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도심의 기능을 강화해 무분별한 도시의 외연 확장을 막자는 미국식 도시계획이론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도시로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하고 대규모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택지개발시 수도권과의 연계성 강화를 위해 조밀한 철도망과 환승시스템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TOD개념을 도입하였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도시계획을 살펴보면 철도역사를 중심으로 중심상업을 배치하고 모든 이동 네트워크를 집중시킴을 알 수 있다. 특히 일산 신도시는 3호선을 중심으로 동서로 길게 배치된 전형적인 철도중심도시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신도시개발은 21세기 3기 신도시 개발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신도시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도를 이용한 광역교통망을 어떻게 끌어오느냐이다. 당연히 새로운 철도망 조성을 위한 막대한 비용과 추진과정 중의 갈등은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국이 들썩이고, 이로 인한 지가 상승은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폐해는 매번 반복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필자는 도시개발정책의 한 방편으로 지방정부 주도의 기존 철도망에 환승체계를 갖춘 고밀복합개발인 ‘신 철도중심도시’ 전략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은 이미 많은 신도시와 신도시급 택지개발지구가 개발되었고, 이에 따르는 철도망이 조밀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 중에는 도시와 도시의 중간, 또는 지구와 지구 사이의 비도시 지역에 철도역사만 덩그러니 조성된 지역이 꽤 많이 있다. 이러한 철도인프라를 이용해 소규모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한다면, 양질의 주택과 서울집중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경기도 서남부권의 서해선과 신안산선 구간은 서울과 접근성도 우수하고 인천과 시흥, 화성을 잇는 새로운 산업벨트로의 의미도 있다. 또한, 동서로 인천, 시흥, 광명, 판교로 이어져 판교의 청년 창업가들의 가성비 높은 주택 공급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신철도중심도시는 소규모 개발로 지방정부 주도로 개발할 수 있고, 지역특색에 맞는 맞춤형 도시개발이 가능해 지방자치시대에 적합한 도시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 주도의 소규모 도시개발은 지방정부 재정확충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는 LH가 독식해 가져가던 개발이익을 온전히 지방재정과 원도심 인프라 확충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주택공급 물량을 지방이 함께 분산하여 담당하므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신철도중심도시 전략을 위해서는 몇가지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지방정부가 개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많은 지방공사들의 재무구조 유연성과 부채비율 완화가 중요한 선행요인이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의 연담화 방지 규제 등 묵은 규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둘째로 공공과 민간자본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법 제도의 완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로는 대장동 사업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절차와 평가의 공정성, 수익구조의 투명성, 감독의 엄격성을 두루 갖춘 법제도를 정부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도시개발과 주택정책은 철저하게 중앙정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불완전한 법제도 하에 지방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과 성과독점식의 중앙공급 방식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모든 짐을 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제 지방정부와 짐을 나누어질 때도 되었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천자춘추] 집합건물 구분소유자 참여의 중요성

신규분양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 관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이 당연히 설립된다(집합건물법 제23조 제1항). ‘분양자’(대개 ‘시행사’)는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건물과 대지 및 부속시설을 관리할 수 있고, 그 결과 최초 관리단집회 소집을 구분소유자들에게 통지하고 관리단집회의 소집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분양자라고 해석된다(제9조의3). 그런데 최근 수도권 일대 신규 집합건물을 대상으로 이른바 ‘아파트 X맨’, ‘오피스텔 헌터’로 일컬어지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며 분쟁을 유발한다. 이들은 빠르게 입주자 커뮤니티를 개설·운영하면서 ‘관리비가 과다하다’는 등 근거 없는 악의적인 풍문을 흘리는 방법으로 분양자와 관리업체에 대한 나쁜 여론을 일으키고, 커뮤니티에 비판적인 글을 삭제하거나 비판적인 가입자를 강퇴시키기도 한다. 인력을 동원해 사전에 가가호호 방문해 의결권 위임장을 받은 다음 관리단집회에서 자신들이 내정한 관리인을 선출하거나 직접 관리단집회 개최를 주도해 관리인을 선출하기도 한다. 임기 동안 집합건물 관리를 통해 각종 이권과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었기에 대부분 별도의 관리업체를 끼고 침입한다. 그러기에 대의원에 해당하는 관리위원 선임보다 더 긴급하고 빠르게 ‘관리업체의 변경’ 안건을 통과시키려 한다. 의결정족수 충족을 위해 위임장을 일부 위조하거나 무단 대필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이 떠나버릴 즈음 남는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구분소유자들 내지 입주자들의 몫이다. 분양자의 관리인 선임 절차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관리단집회를 개최하고자 한다면 대부분 X맨 혹은 헌터라고 의심해도 된다. 분양자의 선관의무에 기한 관리단집회 결의는 자신들의 목적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관리인이 아니면서 관리인 행사를 하는 자를 ‘참칭 관리인’이라고 한다. 분양자는 참칭 관리인을 상대로 관리단집회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관리업체 변경 등 참칭관리인의 전횡(專橫)을 방지하기 위해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통해 결의취소소송 판결 선고시까지 업무 수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 입후보 및 경쟁의 기회 잠탈, 의사록 작성 및 날인의 자격요건 위반, 의결권 위임의 위법, 의결정족수 불충족 등 집합건물법령 위반이나 집회절차의 현저한 불공정성을 증명해 관리단집회결의의 취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다만 X맨이나 헌터들의 명백한 위법을 입증해 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구분 소유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들의 불법적인 침투와 탐욕스러운 행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열쇠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천자춘추] 인문학의 영역에 영혼을 푹 담그다

요즘은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그 정신세계가 주도하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려 섞인 의식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도래했다. 이 현상을 다들 외면하거나 등한시 하고 싶어 하는 눈치이지만 이는 더욱 큰 인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학계나 각종 문화계에서는 각성과 함께 의식의 개혁을 불러일으켜야 할 시급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인문학적 차트나 키트를 가지고 측정도구로 삼아야 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연코 인문학 영역으로 들어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등 마음을 찢고 황무한 정신세계를 쏟아내야 함이 맞다. 대한민국은 천민자본주의의 병을 톡톡히 앓고 있다. 문화 전반의 새로운 변이 현상을 수용하는 데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순위에 링크되겠지만 문제는 대안을 가져오지 않고, 현상만을 들고 들어와 일상에 유입시키고 있음으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잡아내거나 차단할 근거를 잃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대를 올바른 지대로 이끌어야 할 정치계는 물론 학계, 종교계, 교육계도 맘몬 우상이란 물질론 추종에 매몰되어 인간의 가치 회복을 등한시 한다는 진단 결과를 곳곳에서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이를 의식하고 그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의식의 변화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방법론을 적용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데 있고, 그 역할론 자들에게 제 힘을 발휘할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지 못함도 있겠지만, 그들마저 경제적 논리에 맥 없이 무너지고 있거나 명예나 권력이라는 탐욕에 쉼 없이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르네상스 문예부흥과 같이 대한민국에서도 심훈으로부터 시작한 계몽운동과 함께 새마을운동 내지 가나안 농군학교와 같은 의식, 일상적 개혁의 운동이 있었던 것과 같이 지금은 인문학 부활 내지 그 인문학 정신을 생활에 적용해야 할 운동이 각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운동이 부활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의 병적이고도 도덕적, 윤리적으로의 중심이 허물어져 그 대안으로서의 방법론과 현상을 분별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폐단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인문학적 마인드 구축 내지 이를 각계에서 가르치고 토론하고 논하는 등 일상적 현장으로 도입하여 인간의 참된 가치와 역할을 회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임할 인적 재앙으로부터 가슴을 치고 통탄할 현상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고 공격의 태세를 멈출 수 없는 형극이 연출될 수도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충재 시인·문학평론가

[천자춘추] 금리인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끝나지 않는 파티는 없다. 저금리 유동성 파티가 언젠가는 끝날 줄 알았지만 막상 파티가 끝난 후 마주하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5월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가 될 것이고 유가와 곡물가격도 안정되면 인플레이션도 잡히겠지 이런 기대감이 있었다. 이런 막연한 기대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8%가 넘으면서 산산이 부서졌고 이제는 경제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자이언트스텝(0.75%p)으로 올려 단숨에 우리나라와 동일한 1.75%가 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말까지 3.25~3.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예고를 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내부 자료를 인용해 최악의 미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4~7% 올려야 한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0.25%p냐 빅 스텝(0.5%p)이냐 선택지만 남았다. 조만간 한미 간 금리역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되면 한국에 유입된 투자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리역전이 되었지만 자금 유출은 없었다고 반박의 목소리도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우리나라는 3고1저(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저성장)의 경제위기 상황이다. 어찌 되었건 올해 말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3%까지는 가리라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연말이 되면 5%이하 시중은행 담보대출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2020년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분들이라면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올라갈 수 있다. 대출금리가 이렇게 올라가면 늘어난 이자부담 만큼 이 정도 수익률은 나와야 투자하겠다는 요구 수익률도 높아지게 되는데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지금 분위기에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까지 함께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은 사실상 꺾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잡히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지면 모를까 예상처럼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주식, 코인, 부동산시장 모두 약세가 불가피하다. 2년 전 1%대 예금금리를 보고 차라리 부동산이라도 투자하자던 수요는 대출금리보다 낮아진 투자수익률에 차라리 예금이 낫다고 판단하면서 금융권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상당부분 흡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가,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최근 3년 간 큰 인기를 끌었던 임대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아파트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옛날 학창시절 체벌이 당연시되던 그 때 매 맞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매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그 순간이었으며 막상 매를 맞고 나면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공포가 끝났으니까. 지금은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공포가 빨리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어차피 올라갈 금리라면 빨리 올라간 후 인플레이션이 잡혀서 당분간 올리지 않는다란 시그널이 나와야 투자심리가 비로서 안정이 된다. 비정상은 정상으로 가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그게 정상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살이 쪘다가 살을 빼려면 힘들듯이 지금은 마주해야 할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려워하기 보다 성난 파도가 가라앉을 때까지 위험관리를 잘 하면서 잘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끝나지 않은 파티도 없지만 끝나지 않은 터널도 없다. 빨리 금리인상의 불확실성 터널이 지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천자춘추] 임태희 경기교육감에 거는 기대와 제언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대개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저들’보다 ‘나음’으로써 자기 지위를 확보하려는 경우가 우리에겐 너무 흔하다.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우려면 우선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후안 엔리케스 교수가 쓴 ‘무엇이 옳은가’에서 지속적으로 인용되는 구절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가지고 궁극의 질문을 해 나가는 엔리케스 교수는 어떤 윤리적인 것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윤리적 기준을 바꾸는 가장 큰 변수로 ‘기술’을 꼽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윤리적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 바뀐다는 의미이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그랬고 지금 우리가 당면한 디지털대전환(DX)도 그렇다. 7월1일 임태희 당선인이 경기도교육의 수장으로 취임한다. 2021년 기준으로 4,728개 학교, 166만명의 학생, 그리고 19조1,959억원의 예산을 맡는 자리다. 2009년 4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MB정부의 교육정책을 심판하겠다고 선거에 나서 경기교육감에 당선된 지 13년 만에 이재정 교육감을 거쳐 다시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처음으로 당선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임태희 교육감 당선인은 MB정부의 핵심이었고, 이번에 인수위원장을 맡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MB정부의 교육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니 더욱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MB정부 교육정책의 공과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 여전히 그 점에 천착되어 걱정과 우려를 이야기 한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아니라 ‘그때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이야길 한다. 나는 다른 생각이다. 게임이론의 균형점을 찾아낸 존 내쉬의 균형이론은 상대성의 관점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간의 역동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이제 현재의 상대방 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 영향을 미칠 다음세대 시각도 고려해서 행동해야 한다. ‘유전자적 결함을 알고있는 부모가 유전자 편집가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그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손자가 당신을 ’상해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고 엔리케스 교수는 이야길 한다. 기술의 발전은 현재의 윤리적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사고할 것이다. 13년 전인 2009년과 비교했을 때 우린 지금 엄청난 과학기술 변화에 직면해 있다. 그땐 알파고도, 테슬라도, AI도 없었다. 한편, 1865년 4명의 연주가가 한 곡을 연주하는 데 드는 시간은 100년 뒤인 1965년에도 똑같은 반면 이 연주자들에게 지급하는 돈은 1965년쪽이 훨씬 많다는 보몰의 병폐이론(Baumol’s Disease)에서 보면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생산성은 거의 제자리이지만 비용만 꾸준하게 오르는 분야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교육분야이다. 지난 10년간 학생1인당 교육비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학생들의 학습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학습격차는 중하위권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에게서 훨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임태희 교육감에서 거는 기대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진 새로운 교육의 표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과 경륜을 갖추었다는 점이고, 제언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진보와 보수, 좌파나 우파의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지 말고 너그러움을 가지고 교육정책을 펼쳐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훈 서정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천자춘추] 누리호에 실린 홍대용의 꿈

인류 역사에서 과학 문명의 발전은 누구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을 뒤집는 데서 출발했다. 갈릴레오의 지동설, 실학자 홍대용의 무한우주론 등은 기존의 생각을 전환시킨 ‘뉴-패러다임(New Paradigm)’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이러한 뉴-패러다임에서 시작된 것이다. 1609년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면서 달의 그림자는 토끼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분화구라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도 18세기에 실학자 홍대용이 망원경으로 달의 월식 현상을 관찰했다. 갈릴레오 망원경이 처음 국내에 들어 온 것은 1631년이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정두원이 중국 등주에서 선교사 로드리게스를 만나 망원경을 선물로 받아온 것이 최초였다. 갈릴레오 망원경은 하늘에 관심이 많았던 실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던 기구이기도 했다. 특히 담헌 홍대용은 농수각이라는 사설 천문대를 만들어 망원경으로 월식을 관측했다. 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이래로 상상의 달은 인류의 품으로 내려온 지 오래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달에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내뱉은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처럼 그의 작은 걸음이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었다. 암스트롱 이후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제 인공위성으로 태양계를 탐사하거나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심지어 사람이 며칠씩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생활하는 것도 가능해진 시대다.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 개발을 모든 나라들이 꿈꾸지만, 인공위성을 만들거나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 더욱이 우주센터가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힐 정도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전까지는 이런 나라들 중 하나였다. 한국은 2013년 1월 30일 역사적인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사실상 11번째 우주강국이 되었다. 100㎏급 나로과학위성(STSAT-2C)을 우리 힘으로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나로호 개발사업이 오랜 시간 끝에 결실을 본 것이다. 2021년 10월 21일에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됐다. 비록 위성모사체의 궤도 안착이라는 임무는 실패했지만, 1차 발사의 성공은 바야흐로 신우주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제 2022년 6월 21일 역사적인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했다. 실로 감격적이고도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누리호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열한 기의 초소형 군집위성 등 현재 개발 중인 인공위성들을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올려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담헌 홍대용이 꿈꿔왔던 38만km를 향한 달 탐사의 성공도 멀지 않았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응 전략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38.9%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10.2%)과 프랑스(4.1%)의 상대적 빈곤율은 우리나라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3가지 제도가 마련돼 있다. 첫째 2000년에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이하 기초생활보장)은 조세를 재원으로 절대 빈곤층에게 급여를 제공하여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43만9천135명으로 전체 수급자 대비 20.57%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직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철폐되지 않아서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 노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2022년 1인 가구 생계급여액은 불과 월 54만8천349원으로 이 생계급여로 최저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둘째,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계층 노인의 소득보장을 위해서 2014년에 제정된 기초연금(2008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의 후신)은 조세를 재원으로 65세 노인인구 중 소득 하위 70%에게 최대 월 3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2년 현재 기초연금은 독거노인은 월 30만원을 받고 있으나, 현 정부에서 40만원(부부 64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공적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전체 노인의 53.0%이다. 공적연금의 수급률은 국민연금(89.0%), 공무원연금(8.2%), 사학연금(1.4%), 그리고 군인연금(1.4%) 등의 순서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제정되어서 가입자가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 시 60세 이후부터 평생 매월 연금을 받는 공적 연금제도이다. 그러나 2021년 현재 국민연금의 월평균 액수는 55만5천614원에 불과해 용돈 수준의 연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그리고 국민연금 등은 노인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으나 각각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각각의 제도들이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않아서 노인 빈곤율은 전혀 경감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노인 빈곤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을 차상위 빈곤계층의 노인으로 확대하고 부양의무자 규정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둘째, 국민연금의 급여액이 노후생활을 위한 적정한 연금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기초연금의 수급자(소득 하위 70%)와 급여(현재 1인 30만원)를 국민연금과의 연계성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책정하고, 그리고 기초연금의 수급자를 전체 노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나 혹은 절대빈곤 노인들(OECD 기준 월 58만원)에게 한정하여 지급하는 방안 중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선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매직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위의 세 가지 제도의 장·단점, 기능과 역할, 그리고 재원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어떠한 방향이 우리나라에 효과적이고 적합한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대응 전략인지를 중앙정부, 입법부, 학회 그리고 국민이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최선의 방안들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천자춘추] 나의 고민과 생각

최근 대한건축사협회의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8월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의무 가입 건축사법일 것이다. 시작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지역건축사회 가입 회원의 이탈과 행정 체계 개편으로 인한 지역건축사회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경기도 건축사회에서는 임시총회를 통해 건축사들의 지역 풀뿌리인 지역건축사회 의무가입 조항 삽입을 시도하려 했다. 다만 여러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당위성과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지금 당장 정관에 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의 입장을 이해는 하나, 2천명 경기도 건축사들에게 어찌 설명해야 할지 슬프고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 8월3일이 지나면 업역의 경계가 사라진다. 전국이 하나의 업역이 된다. 대한건축사협회와 건축사회 의무가입에 따른 가입비를 내고 나면 행동반경을 제약할 근거가 사라진다. 현재도 경기도건축사회에서는 인력난 해소나 업무의 지속성을 이유로 서울지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업무신고는 공용감리나 해체 감리 기타 체제가 잘 정비된 경기도 소재 지역에 등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건축사 의무가입으로 인하여 건축사회나 지역건축사회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면 얼마나 많은 질서 파괴가 있을지 실로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이를 해소하고자 경기도건축사회에서는 선거기간에 경기도지사 후보분들께 정책간담회를 하며 건축사사무소 운영 실태조사 공동기구를 제안했다. 건축허가 실명제 등 여러 가지 건축 정책에 대해 제안한 바 있으며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건축사사무소 최소한의 업무등록기준을 제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건축물 관리법에 따른 해체 감리 설계자를 우선해 감리자로 배정해야 한다는 법령 개정에 따른 토론을 하며 국토부 소속 건축 정책관님의 말씀이 불현듯 생각난다. 건축사의 한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왜 그들이 건축사를 생각하고 평가하기를 이익만을 추구하고 소규모 영세업자로 업역만을 보호하고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반대하고 있다는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이번 의무가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축사는 같은 울타리안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 또한 건축 전문가로서 사회적 역할과 사회적 기여, 봉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나 보호주의에서도 과감한 탈피가 필요하다. 경기도건축사회장으로서 오늘 쓰고 있는 이 글이 나를 채찍질하고 앞으로 나갈 원동력이 되길 또한 기원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천자춘추]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문답-2

비 오는 날 먼 산의 운무를 바라보는 창가에 앉아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첫 번째 질문 중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에 관해 사색하는 시간이 달달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십계의 주인공인 모세는 “보이지 않는 분을 보고 있는 것처럼 계속 확고하게 행”했던(히브리서 11:27) 반면, 고 이 회장은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라고 물었을까? 만약에 멋진 집에 살기 위해 들어갔는데 집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냉장고에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 등 풍부한 음식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 보자. 더욱이 밤마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신선한 식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는가?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집에서는 매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수박이 열리고 바나나가 익어가며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그에 더해 아름다운 꽃들과 푸르른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그려지는 웅장한 저녁 노을! 우리의 집인 지구는 이렇게 먹을 것이 풍부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세상이 창조된 때부터 그분의 보이지 않는 특성들 곧 그분의 영원한 능력과 신성을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그분이 만드신 것을 통해 그 특성들을 깨달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로마서 1:20)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하느님은 영(요한복음 4:24)이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 분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성경을 연구해 보고 창조물을 관찰해보면 신이 자신을 똑똑히 드러내고 계심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매월 전기세와 수돗세를 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을 만드신 분, 태양이라는 원천적인 에너지를 공급하시는 분 그리고 위대한 자연의 원작자이신 창조주에게 과연 무엇을 드리고 있는가? 그리고 그 위대한 창조주는 과연 누구인가? 그 분에 관해 성경 시편 83:18은 이렇게 알려준다. “그 이름이 여호와이신 당신. 당신만이 홀로 온 땅을 다스리는 가장 높으신 분임을 사람들이 알게 하십시오.” 그렇다면 신, 즉 창조주 여호와 하느님이 있는데도 이 세상은 왜 악한 일들이 일어나고 고통과 슬픔이 많은가? 최진열 ㈔대한노인회 중앙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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