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기후변화에 대처한 조상들의 지혜

오늘날 ‘인류세’라 명명할 정도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약 이후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탄소 중립 등 다각도의 노력을 전 세계가 기울이고 있다. 물론, 지금의 기후위기는 지구가 아닌, 지구위에 사는 인간이 초래한 것이지만, 역사상 기후위기는 비단 현대사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는 흔히 소빙기라 불리는 기후변화로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그에 따른 흉년으로 조선 숙종 대에는 ‘을병대기근’이라 하여 전 인구의 20%인 150만명이 굶어 죽는 일도 있었다. 전근대사회에서 가뭄을 극복하려는 대표적인 노력이 기우제다. 조선왕조실록의 기우제 기록을 보면, 기우제를 가장 많이 설행한 왕이 세종이었다. 세종은 총 136회의 기우제를 지냈고, 그 다음이 숙종으로 115회, 영조가 101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가뭄과 기우제 횟수를 등치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기에 기근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기우제는 자연과 하늘을 감동시켜 가뭄을 타개하고자 한 일종의 제의(祭儀)이지만, 우리 선조들은 한편으로 균역(均役)이나 준천(濬川) 등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역사상 뛰어난 과학적 성과들이 가뭄이 극심했던 세종과 숙종, 영조 대에 이뤄졌다. 세종대에 측우기가 발명되어 벼농사를 위한 과학적이고도 효과적인 강수량이 측정되기 시작한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조선은 15세기 중반에 세계 최초로 궁궐뿐만 아니라 전국 8도의 감영과 군현에 이르기까지 350소에 이르는 우량관측망을 구축한 나라였다. 기상관측기기로서 세계기상기구(WM O)가 허용한 오차는 1% 이내 인데 측우기는 0.51%를 충족한다고 하니, 그 정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숙종은 대동법을 전국단위로 확대 실시했고, 시헌역법 등 서양천문학에 맞춰 세종 못지않은 천문학 발전을 이뤘다. 영조는 임란 이후 붕괴된 측우기 제도를 복원해 경기감영을 비롯한 팔도감영에 측우기를 설치하고 비가 올 때마다 8도의 관찰사가 강수량을 중앙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측우기를 활용한 우량 관측 기록은 조선통감부에 의한 근대적 기상관측이 도입된 1907년까지 이어졌다. 조선후기 기후변화는 실학에도 영향을 주었다. 소빙기를 겪은 실학자들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태관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호 이익과 담헌 홍대용은 자연이 인간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인식했고, 연암 박지원은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고 상생해야한다고 보았다. 다산 정약용은 인간과 자연은 조화와 화해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자연은 인간이 소모하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관계라는 실학적 생태관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귀 기울이고 배워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고슴도치 딜레마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

최근 흥미있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이다.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편에 보면 고슴도치 딜레마가 나온다. 고슴도치 모양을 상상하는 분들은 이해하겠지만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은 옹기종기 모여 바깥 추운 공기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기대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체온을 나누기 위해 너무 가까이 가게 되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게 된다. 너무 멀면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없고 너무 가까우면 가시에 찔리게 되는 것을 우리는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부른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노멀에 적응했다. 대면으로 만나지 않고도 SNS를 통해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를 통해 온라인으로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업무를 보는데 익숙해져 왔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질 것 같다. 비록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이 있다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왠지 어색함이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이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게도 아닌 적당한 거리의 ‘개인공간(Private Space)’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향수가 다시 올 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새로운 표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인 MZ세대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공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 해법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제공할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2009년 나온 이후 올해 하반기 시즌2가 나올 예정이다. 이제 아바타 세계는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실제 세계인 것이다. 지난해 촉발된 ‘메타버스’ 신산업이 올해 부터는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금융 분야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것이다.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6개 국정목표 중 4번째 ‘미래’에 해당하는 국정 목표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로 잡았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세계사적 대전환 시대에서, 가능성에 도전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글로벌 선도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세부 과제를 보면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이 눈에 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진화, COVID-19로 촉발 된 비대면 강의 일상화 등 ‘교육’의 현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혁명적 단절을 의미하는 패러다임 쉬프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아날로그 세대 교사와 학교 운영 시스템이 교육의 주체로 머물고 있다. 이미 학교는 유아기부터 마인크래프트를 경험해본 MZ세대들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DX대전환 시대 교육의 가장 큰 방해물은 교사와 기존의 아날로그 교육운영체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이미 가상세계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원하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개인 공간을 존중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표준을 우리는 이해해야 할 것이다. DX는 거기에 방점이 있다. 조훈 서정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천자춘추] 노인학대 예방·사후관리 대응 전략

인구의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동시에 노인학대(Elder Abuse)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6천973건으로 2019년에 비해 5.6% 증가했다.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학대 장소, 행위자, 시설 학대, 빈도·지속 기간 그리고 유형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20년에 가정 학대는 5천505건, 시설 학대는 689건으로 노인학대 행위자는 아들(2천288건), 배우자(2천120건), 딸(589건), 며느리(123건)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학대의 발생은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시설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시설은 노인주거복지시설(483건), 재가노인복지시설(88건), 노인의료복지시설(38건), 병원 (37건) 등의 순서로 조사됐다. 학대 빈도는 1개월에 한 번, 1주일에 한 번, 일회성, 매일, 3개월 한 번, 그리고 6개월에 한 번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유형으로는 신체적(571건), 정서적(501건), 자기 방임(230건), 경제적(90건), 성적(38건), 유기(15건)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예방과 사후관리의 향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노인학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대국민 인식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피학대 노인이 받는 노인학대의 유형을 면밀하게 조사해 각각의 피해 노인들에게 부합하는 심리·사회적 개입방안(Psycho-Social Intervention)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신고 의무자를 보다 확충하고 학대 예방 관련 교육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 넷째, 노인학대 예방과 노인권익 향상을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과 복지기관의 연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ICT 기술을 활용 노인학대 조기발견 및 신고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여섯째, 2022년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은 38개소와 전문상담원은 약 343명으로는 급증하는 노인학대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을 확충해 학대 관련 서비스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끝으로 노인인구 천만명인 2025년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노인학대 예방과 노인인권 보호사업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노인인권보호 및 노인학대 예방법(가칭)’을 제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인학대를 최소화하고 노인인권을 향상시켜서 피학대 노인들이 노인학대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추구할 수 있는 고령 친화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천자춘추] 건축사 재난 안전지원단의 목표

광주 해체 공사 붕괴 사고, 주변 지반 침하로 인한 고양 마두역 인근 상가 건축물 붕괴 사고 등을 접하면서 부실 시공, 안전 불감증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다. 이해 당사자인 건축사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러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습 장면을 보면 정작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축사들이 보이지 않아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이 함께 밀려온다. 미리 예방하지 못한 미안함, 신속한 대처를 통한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초동 대처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해소하고자 2019년 5월 16일 발대식을 거쳐 건축사 재난안전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건축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고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지진, 산불과 같은 국가 재난 현장에 파견돼 활동한 공적을 인정받아 2020년 국가안전대진단 유공으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바도 있다. 건축사 재난안전 지원단은 평상시에는 건축 관련 분야 부실공사나 안전 점검을 통한 사전 예방과 지자체와 시공 현장 합동 점검 등을 통해 건축사로서 건축물의 안전과 재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직으로 운영한다. 재해, 재난이 발생할 경우 긴급 재난 구호와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운용하고 있는 재난안전지원단은 본협 부회장직을 겸한 위원장 1인과 17개 시·도 건축사회 회장 외 몇 명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근본적인 재난안전지원단의 목표는 긴급을 요하는 사건, 사고 발생 할 경우 신속한 대응과 활동을 통해 인명 구호와 사고 진화에 협력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17개 시·도 건축사회 회장들을 단원으로 한 체계보다는 일선 시·군 공무원, 경찰서, 소방서 등과 연계된 지역건축사회를 주축으로 한 재난안전 지원단의 발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부천시와 부천지역건축사회를 주축으로 하는 재난안전지원단이 정식 출범하여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건축사, 토목기술사, 구조기술사 등 건축 관련 전문가로 구성돼 평상시엔 안전점검과 예방을 위한 주기적인 시찰을 한다. 사고 발생 시에는 사고 대책본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인명 구호 활동 및 사고수습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경기도 건축사회에서는 지역건축사회와 일선 시·군이 연계한 재난안전지원단이 발족 될 수 있도록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건축사들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사고는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상이다. 건축사는 건설현장이나 각종 위험에서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도록 일선 시·군과 협력해 사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건축물 현장 안전 점검, 안전사고 예방수칙 준수여부 확인 등의 활동을 통해 건축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기도건축사회는 경기도 31개 시·군에 건축사재난안전 지원단이 발족되어 활동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건축 관련 사건, 사고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천자춘추]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문답

80세를 바라보는 인생 연륜에도 이해할 수 없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와 영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죽음에 직면해서 24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그 첫 번째 질문은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다. 신에 대해 알려주는 경전, 즉 성경은 한 마디로 정곡을 찌른다. ‘집마다 누군가가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지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히브리서 3:4)’ 좋은 집 터를 결정하고 거주할 사람들의 필요를 면밀히 고려, 설계해 만들어진 결과가 집이다. 아무리 허름한 집이어도 그 자체가 지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집이라고 생각하면 신의 존재가 증명이 된다. 태양에서 놀라울 만큼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지구, 지구를 우주에서 안전하게 지켜주는 자기장과 오존층, 두터운 공기층, 생물이 살아가기에 잘 조정된 환경과 대기, 물의 순환 체계, 광합성을 통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순환 체계, 풍부한 먹을거리 등을 보면 누구라도 지적 설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 질문인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에 대한 답은 영화 <십계>의 주인공인 모세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모세는 ‘보이지 않는 분을 보고 있는 것처럼 계속 확고하게 행했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조물주.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아 고(故) 이 회장이 가장 첫 번째로 답을 알고 싶은 질문이라고 했을까.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초보 작가 몸 굽혀 인사 드리며. 최진열 ㈔대한노인회중앙회 정책위원

[천자춘추] ESG 롤 모델, 명문장수기업 육성하자

우리나라 명문장수기업 중 ‘한방유비스’라는 회사가 있다. 한방유비스는 1947년에 설립돼 국내 최초로 소화기를 생산하는 등 국내 소방산업의 길을 개척해왔다. 3대(代) 째 가업(家業)을 이어 오면서 소화기를 만들던 이 회사는 인천국제공항, 제2롯데타워 등 국내 대표적인 건축물의 소방시설 설계·감리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소방시설 설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매년 명문장수기업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총 30개 기업이 명문장수기업으로 지정됐다.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중소기업 성장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모범기업을 발굴함으로써 존경받는 기업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신생 창업기업의 활발한 진입도 중요하지만 성숙기업의 지속적인 발전도 중요하다. 장수기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자산이다. 업력이 증가할수록 단위 기업당 매출액과 고용 인원이 증가하는 것은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장수기업 중에서 명문장수기업으로 인정받은 기업이 많아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바람직할 일이다. 정부는 명문장수기업 확산을 위한 육성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명문장수기업은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의 산물이라는 대국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명문장수기업은 인권, 노동, 환경, 안전 및 보건, 반부패, 공정경쟁, 제품책임, 사회공헌, CSR 전략 등 ESG 성과 창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매우 까다롭게 평가하여 선정된다. 명문장수기업은 중소기업형 ESG 경영의 롤 모델인 것이다. 둘째, 세제 및 금융 혜택 등 명문장수기업에게 주어지는 정부 차원의 직접적이고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사회적인 인정 및 존중 문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명문장수기업을 희망하고 도전할 수 있는 동기와 의욕이 고취될 것이다. 셋째, 예비 명문장수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ESG 성과 창출을 위한 추진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예비 명문장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나 컨설팅을 확대하고, 자가 진단시스템, 온라인 교육 콘텐츠, 우수사례 등 다양한 정보 제공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ESG 경영의 롤 모델인 명문장수기업이 보다 많이 생겨나고, 명문장수기업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기여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ESG혁신단장

[천자춘추] 5월 가정의 달과 산불

길고 길었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없어지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요즘, 잊었던 나들이 생각에 달력을 한번 보니 가정의 달 중에서도 샌드위치 연휴에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같은 날이다. 이번 5월은 다른 어떤 달보다도 이번에 산중에 위치한 사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특히 코로나로 계속 취소됐던 ‘부처님 오신 날’ 연등 행사도 줄줄이 진행됨에 따라서 소방서와 관할 지자체에서는 특별 점검 등 산불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3월에 발생한 경북 울진, 강원 삼척 등의 기록적인 산불로, 이번 가정의 달에 특별히 산불 예방을 위해 주목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니, 봄철에 (67%)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불 발생 원인은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약 34%, 쓰레기, 논, 밭 등의 소각에 의한 실화가 약 29%, 담뱃불에 의한 실화가 5%, 건축물 화재전이에 의한 화재가 약 5% 등 대다수의 산불 발생 원인이 부주의 등에 의해 발생했다. 이는 우리가 충분히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사고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될 것들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산에서 인화성 물질 자체를 쓰면 안 된다. 등산할 때 등산로 입구 근처에서 라이터 같은 것을 보관할 수 있도록 보관함이 설치돼 있는데, 이는 담뱃불과 같이 작은 불씨만으로도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아예 등산할 때 인화성 물질을 들고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요즘 코로나 시대에서 각광받는 여가생활로 사람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노지나 산속에서 취사나 불을 이용한 캠핑에서 화재가 나는 일이 빈번하다. 힐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기를 사용하며 산불 위험이 높은 만큼 꼭 허가된 장소에서 안전하게 캠핑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 번째로 인접한 지역에서 논, 밭이나 쓰레기 등을 태우면 안 된다. 논, 밭 태우기는 농가에서 봄철에 해충 방제를 위해 많이 행해지는 편이나, 실제로 해충은 땅속에 있어 쉽게 죽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건조돼 타기 쉬운 물질들과 강풍으로 인해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림보호법에서는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 위치한 토지에서는 불을 피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 등은 철저히 금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야외에서 2년 넘게 쓰고 있었던 마스크도 벗을 수 있어 나들이하기 좋은 환경이다.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 다시 한 번 산불 화재예방에 신경 쓰고 또 조심하여 아름다운 산림을 대물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김선민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평가

새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5년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새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기능 정상화를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금융대책, 둘째는 조세정책, 셋째는 정비사업 정책, 넷째는 공급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4가지 정책에 대해 후보자 시절부터 공약한 내용을 인수위 단계에서 다듬고 고민 중이다. 첫째 금융대책은 문 정부에서 주택가격과 지역에 따라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6가지 구분을 2종류로 단순화 했다. 둘째 조세정책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동결해 세금 증가를 억제하고,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이달 10일부터 1년간 유예 결정했다. 셋째 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 등) 규제 중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는 재건축초과이익의 부담을 경감하는 제도 도입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통해 도심 내 신규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넷째 공급확대를 위해 총 250만 가구를 공급한다. 인위적인 정부의 개입은 규제의 역설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규제명분과 가격 안정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의 골격은 시장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보인다. 첫째 금융대책의 경우 DSR에 대한 완화가 없다. DSR에 대한 완화 없이 LTV만 증가 시키면 연소득이 높은 경우에만 대출비율이 높아진다. 서민의 주택마련을 쉽게 한다는 취지가 무색해 진다. 둘째로 조세정책의 경우 당초 후보자 공약 시 2년 유예를 예고했다.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추가 유예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1년 만에 부동산 매물 출회 효과를 통한 가격 안정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셋째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재건축의 초창기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일정부분 속도조절도 필요하다. 아울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개선은 재건축 사업을 높여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사항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넷째 공급대책은 실제로 공급이 250만가구가 가능하다는 의미 보다는 지속적인 공급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조합원 및 소유자를 제외한 순증가 물량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정책의 시장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새 정부의 취지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 조금 더 정교하게 정책을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정책의 시의성과 내용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지혜와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천자춘추] 농작물 병해충, 어떻게 관리하나?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농사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농사가 시작되고 인류가 가장 치열하게 싸워 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병해충이다. 최근 국제적 교류 증가, 이상기후 등 여러 요인으로 예전부터 존재했던 병해충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각종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병해충은 공원 내 나무에 달라붙어 경관을 해치고 농경지와 임야 등에서는 식물들을 가해해 전체가 말라죽기도 한다. 특히 농경지에서는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경기도 농경지에서는 2021년 한 해에만 돌발해충 삼총사가 일으킨 피해가 미국선녀벌레 1천504ha, 갈색날개매미충 618ha, 꽃매미 99ha에 달한다. 다행히 방제 체계 확립과 토착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기후 탓에 열대 거세미나방, 먹노린재 등이 새롭게 북상하고 있어 병해충 예찰과 방제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2015년부터 발생한 검역 병해충인 과수화상병은 2021년까지 경기도 내 과수원 296ha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과수화상병은 치료제가 없어 나무를 뿌리째 뽑아 없애야 하므로 과수농가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피해 방지를 위한 사전 예방이 그만큼 중요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병해충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병해충 발생을 사전에 예측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농업인의 영농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기후, 환경, 병해충 발생 생태 등 현장 중심의 연구개발은 물론 농업인이 적기에 방제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재배 작물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이상 증상을 발견했을 때 해당 약제를 살포함으로써 병해충으로부터 자식처럼 돌보는 농산물을 지켜내야 한다. 다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서 2019년부터 도입된 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PLS)에 따라 반드시 사용 목적과 시기에 맞는 약제를 선택해서 방제 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돌발 병해충 발생과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농업과 자연환경 보호 측면에서 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꼭 필요하다.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한 줄 글쓰기를 통한 행복 생산법

어느 한 대학 유아교육과 <글쓰기명상> 강의 시간에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해서 행복하다’로 마치는 한줄 글쓰기 100개 쓰기. 단, 오늘 점심부터 지금까지, 두 시간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찾기다. 이번 과제는 이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식곤증으로 나른해지기 쉬운 점심 직후 수업이어서 나는 때때로 그런 이벤트를 만들곤 해왔다. 학생들은 일제히 “두 시간에 100개 씩이나요?”라고 말허리를 비트는 뉘앙스로 항의를 해온다. “쓰다보면 100개도 적을 걸!” 했더니 “한 개도 생각 안나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내가 생각나게 해줄게.” 몇 가지 팁을 준 후 나는 가방을 챙겨서 강의실을 나왔다. 모든 학생들의 머리 각도가 낮아지고, 숨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집중이 시작됐다. 이쯤 되면 휴식 시간도 반납할 분위기다. 나는 그 지방에서 버스와 기차로 세 시간 동안 이동해 온다. 그 동안 학생들은 내 스마트 폰 메시지 함에 과제를 수행해 보낸다. ‘1, 2. 3. 4...’ 일련번호를 붙여가면서, 오늘 본인이 직접 경험한 행복 찾기 작업을 하는 것이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학생이 수행한 과제들이 내 메시지 함에 답지 해온다. 이것을 하나씩 읽으면서, 가벼운 코멘트를 달아주다 보면 상행선 두 시간이 십분 같아진다. 학생들은 선생한테서 개인 답신을 받는 재미로 메시지 과제를 수행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에 김밥집에 간 학생의 행복 찾기를 읽는다. 김밥집 문을 여는 순간 라면 내음을 맡고 행복했다. 젓가락을 드는 순간 행복했다. 라면을 입에 넣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 애들과 떠들다가 물 컵을 엎어서 행복했다. 영석이가 지나가다 웃어줘서 행복했다. 내 치맛단이 종아리에 닿는 순간, 행복했다. 이렇게 저렇게, 맹렬히 집중하여 적어가는 동안 깨닫게 되리라. 행복은 나의 관심이고, 이미 널려져 있고, 사금파리 반짝이듯 짧지만 강렬하고, 내 인생 안팎에서 발광하고, 때때로 은밀하고, 대체로 알고 있지만 시시하게 여긴다는 사실. 행복은 내 삶의 공장에서 지금도 생산 중이라는 사실.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천자춘추] 5월엔 ‘차별금지법’ 통과되길

“엄마, 나는 왜 슬픈 날에 태어났을까.” 지난 4월16일 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조용히 물었다. 아이가 언젠가 던질거라 예상했던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떠올린 답은 성실히 살자는 이상한 결론이었는데 정작 현실이 되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홉 번째 5월5일을 맞으며 304명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마 지금쯤 청년일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어버이날에 엄마나 아빠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하거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친구들과 주고받을 수도 있겠다. 가족과 함께 갔던 놀이동산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홀로 외로웠던 기억을 되새기고 있을지 모른다. 보물과 웬수사이를 오가던 자녀의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어버이의 은혜는 여전히 하늘 같다. 세월호는 시민이라는 감각조차 없던 나에게 생명의 무거움을 알게 해줬다. 아픈 감각은 어느새 흐릿해졌지만 노란 리본은 선명하게 달랑거린다. 하루에 꼭 한번은 작은 리본을 만난다. 여전히 누군가 그 리본을 만든다. 누군가는 나누고, 누군가는 가방에 단다.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쓴 보이지 않는 손길 덕에 이제 노란 리본을 보고 이게 무엇인지 묻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세월호 이후 삶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산재사고로 무고하게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중대재해법 통과 이후에도 일터의 안전망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여전하다. 지난 4월7일에는 서울지하철 양천향교역에서 50대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청년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은 장애인이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서 사고를 당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와 같은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은 개인의 과실로 돌리며 사건을 덮어버리려고 하지만 진실은 감출 수 없다. 지난해 10월12일부터 인권활동가 미류와 이종걸은 ‘평등길1110’이란 이름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30일 동안 걸었다. 국회의 미온적인 반응에 4월11일부터 그 둘은 곡기를 끊으며 현재 20일 넘게 단식 투쟁 중이다. 삶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이들의 저항은 이젠 생명을 담보로 내놓는다. 상식적인 세상을 이루는 게 이토록 더디고 힘겨운 이유가 뭘까. 바짝 마른 얼굴로 활짝 웃는 미류와 이종걸의 절절한 외침은 누군가에게는 숨겨진 희망이다.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이제 국회가 이들에게 응답할 일만 남았다. 정서희 인권교육온다 활동가

[천자춘추] 지역사회서 희망을 찾자

연두빛으로 와글거리던 산천의 기운이 녹음을 향해가고 있다. 봄의 향연은 찬연한 자연에 가득하지만 사람들의 심사는 하 수상하다. 대선과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유난한 시기 때문일까. 지지율이 초박빙으로 반분된 형국에서 중앙권력은 ‘All or Nothing’이 됐다. 그러다 보니 환호와 반감으로 갈라진 유권자 국민들의 처지는 안타깝다. 화해와 배려가 절박하다. 중앙권력에서 조금은 비켜 설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 해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역사의 큰 흐름에서도 막강했던 중앙권력은 예상 밖으로 부침이 적지 않았다. 그 자리에 기대하지 않았던 변방, 즉 지방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영복 선생은 ‘변방을 찾아서’에서 “북악이 권력의 상징이라면 멀리 낮은 곳으로 흐르는 한강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소통과 화해의 상징”이라고 했다. 경기(京畿)의 말뜻은 서울을 빙 둘러싼 주변이다. 예로부터 산수와 들판이 다채롭게 배치돼 있다. 지금은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의 판박이를 만들고 있지만 그 틈새에 지역사회가 있다. 중앙은 시스템의 복잡성과 은닉성이라면,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체성을 그나마 조금은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작은 희망을 시작했으면 한다. 신자유주의와 초개인주의로 잃어버린 컴패션(compassion)의 근거들을 말이다. 짚신부터 KTX까지를 한 생애에서 오롯이 겪다 보니 가치의 혼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웃과 돌봄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의지하는 삶은 인간으로서 존엄이며 능력이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보장받기 위해 사회를 구성했고, 사회를 운영하기 위해 정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궤도 이탈한 정치의 과도화로 심신이 피곤하다. 사람 중심의 가치는 정치가 집중된 중앙 보다 산천을 벗 삼을 수 있는 변방의 지역사회에서 조금은 더 희망이 있다. 중심은 자칫 완고할 수 있으나 변방은 여백 같은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웃끼리 터놓을 수 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만남에 참여할 수 있다. 개인들은 자존감을 높이며, 이웃과의 소담한 관계로 인본적 가치 위에 사회적 가치를 엮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삶의 필수조건인 교육, 주거, 의료 등을 공공성과 공익성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해야 다시 봄의 향연을 찾아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을 지나 풍성한 수확의 가을로 이어간다. 마침내 동면의 쉼을 통해 슬기로운 ‘춘추’의 생태적 순환을 만들어보자. 박태원 디엔아이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천자춘추]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

2040년경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한다. 인간의 복잡다단한 묘수를 이겨낼 수 없다고 하던 바둑 승부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의 충격을 우리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감정을 가지지 않는 기계이기에 예술분야 만큼은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AI가 그린 그림과 AI가 작곡한 음악 등이 등장하면서 그것들을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AI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유머라고 한다. 상황마다 다른 맥락과 반전이 있기에 유머감각이야말로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AI의 유머감각과 언어능력의 급격한 향상이 이뤄진다면 썰렁한 사람들을 쉬이 넘어설 수도 있을 일이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1차산업혁명 때에는 트레이닝(training)이 필요했고, 2차산업혁명에는 러닝(learning)이 필요했다. 3차산업혁명에서는 인스파이어링(inspiring),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파이오니어링(pioneering)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교육은 트레이닝과 러닝에 머물러 있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을 따라잡으려고 하거나 혹은 최신 트렌드를 좇아가는 듯 보인다. 물론 IT기술 및 SW·AI·빅데이터 융합교육으로 4차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로 언급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인력이나 인프라도 현재 턱없이 부족하다. 답을 잘 찾는 것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문제설정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진부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살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의 필요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힘’으로부터 비롯된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힘, 지구반대편에 있는 지구인들과 연대하는 힘, 자연 및 비인간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힘, 기술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기술과 공생할 수 있는 힘, 머리와 손가락뿐만 아니라 두 손과 두 발과 감각을 일깨우는 힘 등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상상력과 창조력과 연결되는 힘이 필요하다. 30년 이상 교육운동가로 살아오신 어느 선생님께, 어떨 때 아이들이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시는지 질문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낼 때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신다고 하셨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각자가 힘을 쌓고 강한 사람이 돼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약한 개인들이 서로 연결돼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들로 무장된 사람이 실제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닐까. 이제부터의 교육은 인간 고유의 능력을 찾아가는 여정이 돼야 한다. 김보람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이사

[천자춘추] 그냥 맘껏 살자

어느 아침, 지리산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우전차를 마시는 시간, 아내가 얘기했다. “우리보다 앞서 수천억명이 살다 간 이 지구별에 지금은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기적 같아!” 그렇다. 얼마 전 별로 돌아가신 이어령님을 비롯한 김대중, 세종대왕 등 이 지구별에서 자기 몫의 삶을 살다가 이젠 별이 된 셀 수없이 많은 분들이 있다. 그들도 분명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별로 돌아가셨으리라. 인생은 어차피 정해진 자기 시간을 사는 것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나’라는 존재는 안개처럼 증발할 것이고 나의 분신 같았던 나의 자녀들 역시 자신의 삶을 살다가 또한 소멸할 것이다. 현재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존재와 생명들은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다가 어느 시간에 다다르면 그리 크지 않은 시간 차로 연기처럼, 안개처럼 변화하며 소멸한다. 마치 같은 뗏목을 타고 가듯이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수십억명의 사람들과 같은 시간대에 함께하는 모든 자연까지 통틀어 ‘이웃’이라 칭한다. 젊은 시절, ‘삶의 의미와 제대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가 궁금했다. 나보다 앞서 살다 간 선인 중 삶의 정답을 알아낸 분이 혹시 있을까 하여 석가, 예수, 모하메트, 소크라테스 등 많이도 찾아다녔었다. 치열하게 60년을 살아보니 이제 내 삶의 방식이 나름 정리됐다. 그것은 우주의 진실은 내가 수백년을 더 살더라도 오직 모를 뿐이니 그저 나의 지식의 범주에서 마음껏 살기로 했다. 지구가 네모라고 생각했던 선조들도 나름 진지하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했듯이 지금 나의 삶이 머물러있는 시간대의 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삶이라는 생각이다. 즉, 현재까지 명쾌해진 ‘사실’만을 근거로 나의 철학을 정리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는 미래 세대에 맡기고 ‘우주 안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나의 소멸과 죽음을 명쾌하게 받아들이면 나의 삶 역시 명쾌해진다. 굳이 언제일지 모를 나와 이웃들의 부재를 걱정하지 말고 오직 기적같이 주어진 현재의 나의 존재를 맘껏 즐기며 살자는 것!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선물임을 늘 깨우치며 현재 나와 나의 이웃들은 지구별의 시간 여행자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여행이 끝날 때는 반드시 두고 가야 하는 지구별에서의 작은 소유에 집착하지 말자. 내게 주어진 분량의 재능을 완전히 연소시키고 나의, 여행 마지막 날, ‘안녕! 즐거운 소풍이었어!’ 할 수 있도록 마음껏 살자. 남상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천자춘추] 싱그러운 시간의 시작 버튼

소담스러운 꽃송이들이, 살랑거리는 이파리들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계절의 아름다움만으로도 그럴진대 긴 시간 우리를 옥죄었던 감염병의 제약까지 하나씩 풀리고 있으니,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마음들이 봄바람을 타고 나부끼며 사람들을 생동하게 하고 있다. 미술관에도 한층 밝은 표정, 한층 가벼운 발걸음의 관람객들이 부쩍 늘었다. 이번 5월에는 어린이과 가족 관람객의 웃음소리가 유독 반가울 것이다. 마치 삭제된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지난 2년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자연과 예술을 누리려는 갈망이 봇물 터지고 있는 지금, 예술가 백남준의 시간에 대한 사유를 떠올려 보게 된다. 백남준은 비디오를 예술의 매체로 사용하면서 그 매체의 속성을 삶과 자연의 시간과 연결지어 탐구하곤 했다. 1980년 한 강연에서 백남준은 자신이 비디오로 작업하기 전에는 색이 시간의 작용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비디오라는 기술 매체의 원리 속에서 다시금 깨닫게 된 사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자연을 돌아보라. 계절마다 고유한 색이 있다. 봄은 밝은 초록색을 닮았다. 처음에는 연한 초록으로 시작해서 4월과 5월이 되면 갖가지 꽃들의 색이 만발한다. 그리고 여름은 몹시 파랗다. 가을은 노란빛에서 붉은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잿빛의 겨울이 다가온다. 비디오의 색도 바로 그 원칙을 따른다.” 텔레비전의 주사선들이 매우 빠른 시간의 연속을 통해 화면에 색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적 원리에 대한 백남준의 비유다. 백남준은 또한 우리 인생의 시간을 비디오테이프에 비유하기도 했다. “테이프가 처음에는 천천히 감기다가 끝에 가서는 아주 빠르게 감긴다. 우리는 실제 삶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당신의 삶을 돌아보라. 아이였을 때 하루는 아주 길었다. 그러나 서른이나 서른다섯 살이 되면 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다가 마흔이 되면 하루가 더 쏜살같이 지나간다.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방식은 비디오테이프와 매우 닮았다.” “비디오테이프를 되감기할 수는 있어도 우리 삶을 되감기할 수는 없다. 비디오테이프 재생기에는 ‘빨리 감기’ ‘되감기’ ‘정지’ 버튼이 있지만 삶에는 ‘시작’ 버튼 하나뿐이다.” 아날로그테이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분명한 점은 우리 삶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충만하게 느껴질 올 봄, 5월의 매순간이 모두에게 싱그러운 시작 버튼이기를.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천자춘추] 방과후학교의 재도약을 기대하며

방과후학교는 ‘열린교육사회’와 ‘수요자 중심 교육’을 지향한 1995년 ‘5·31 교육개혁’ 가운데 하나로 추진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이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정책은 한동안 사교육비 경감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교육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방과후학교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참여율이 계속 높아져 2013년에 72.2%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관심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지속적인 참여율 감소가 이루어지며 방과후학교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방과후학교 침체 이유를 ‘학교 자율화 조치’로 인한 교육부의 영향력 감소, ‘공교육정상화법’ 등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해 왔는가 살펴보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그동안 방과후학교의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싸고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많은 정성을 보여 왔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본질적인 요구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는 진로나 학생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질 높은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나, 정책 당국은 저렴한 방과후학교 수강료 정책을 20여 년 동안 고수하며 주당 2~3회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우수한 강사를 방과후학교에 적극적으로 유치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참여율과 만족도 중심의 성과관리 방식을 유지하며 방과후학교의 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방과후학교 침체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방과후학교에 대한 수요 감소 보다는 정책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도한 양육 부담으로 인해 출산 기피가 보편화된 시기에 학생과 학부모는 질 높은 수요자 중심의 방과후학교 운영을 원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의 방과후학교 위기 원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방과후학교 재도약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정영모 극동대학교 교양대학 교수·한국방과후학교학회 부회장

[천자춘추] iF 디자인 어워드상과 인천 기업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워드, 미국의 IDEA와 함께 새계 3대 디자인 상으로 꼽히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가 최근 열렸다. 1953년 독일 인터내셔널 포럼 주관으로 시작된 iF 디자인 어워드에 올해 전 세계 총 1만1천여개의 제품이 출품됐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iF 디자인 어워드에 작품을 내 잇따라 수상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휴대용 프로젝터 ‘더 프리스타일’과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3’,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슬림’ 제품 디자인으로 최고상인 금상 3개를 받는 등 모두 71개의 상을 받았다. LG전자는 ‘올레드 TV(LG 올레드 에보 오브제컬렉션)’가 금상을 받는 등 제품 디자인 부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문 등에서 모두 20개의 상을 받았다. 반드시 제품 디자인만 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비상교육은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교과서의 디자인들이 우수해 상을 받았고, SK매직은 브랜드 체험공간 ‘잇츠매직’으로 공간 부문 본상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건설사인 SG건설도 건축물 차제로 본상을 수상했으며, 카드사인 현대카드도 고객에게 제공되는 책 콘셉트의 카드 패키지와 기업 서체 등으로 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잇따르는데도, 인천의 기업 중에서는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 아쉽다. 인천은 (재)인천테크노파크(인천TP) 산하에 인천디자인센터를 두고 있다. 인천디자인센터는 지역 내 기업들의 디자인 및 시제품 개발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 서비스디자인랩 운영, 디자인교육, 환경디자인센터 운영 등 인천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 및 자생력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들의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은 곧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고부가가치의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천디자인센터는 매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수디자인상품선정(GoodDesign)에 인천의 기업들이 출품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인천디자인센터가 출범한지 벌써 12년째다. 과거 인천디자인센터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분야 수상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인천디자인센터가 아니라, 인천디자인센터의 지원을 받은 인천의 중소기업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한다. 조영홍 인천대 융합예술영재교육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천자춘추] 테니스 MZ 열풍 이어가려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입장벽이 높은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테니스를 향한 MZ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테니스 입문자를 가리키는 의미의 ‘테린이(테니스+어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낮은 신체 접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의 적합성 ▲타인과 차별화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특성 ▲고급스러운 종목의 이미지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이 결합한 복합적인 운동 효과 ▲골프 이용료나 장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실내 테니스장 확산으로 인한 접근성 향상 등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1~9월 테니스 관련 신용카드 이용 건수와 테니스장 이용 건수는 각각 157%, 183%씩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코로나로 인한 스포츠 센터의 개업이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테니스장 가맹점 개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SSG닷컴의 올해 1~3월 테니스용품 전체매출은 지난해보다 2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롯데온은 테니스웨어를 포함한 스포츠 의류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패션・유통업계 또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MZ 세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찾아온 테니스 종목의 호황은 지난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스포츠 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렇게 테니스코트에 모처럼 불고 있는 봄바람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수다. 테니스 동호인 120만 시대라는 말이 들린 지 오래됐지만 정확한 집계도 없고 체계적인 동호인 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없다. 야외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내 연습장은 늘어나고 있지만, 반면 실외 연습장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실내 연습장에서 기본기를 쌓은 테린이들이 밖으로 나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연습장이 부족하면 테니스 열풍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실내 연습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도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전문 지도자와 입문자용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한다. 엘리트 테니스의 경기력과 인기도 끌어올리고 메이저 국제대회 등도 유치해야 한다. 동호인들의 열기가 직접 하는 테니스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테니스로까지 확대될 때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대한테니스협회와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상생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하필왈리’식 ESG 접근에 대한 우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와 관련한 강연 및 자문 요청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기업, 정부, 공공기관, 교육기관, 언론 등이 ESG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ESG에 대한 논의와 조직의 대응을 보면서 약간의 걱정과 우려도 생긴다. 맹자(孟子)의 양혜왕상(梁惠王上)편에 ‘하필왈리(何必曰利)’라는 말이 나온다. 자국의 이익을 묻는 왕에게 맹자는 왜 하필 이익(利)을 언급하냐고 일갈하면서 인(仁)과 의(義)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유명해진 말이다. 최근 ESG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맹자의 말을 조금 비틀어 이렇게 얘기해 보고 싶다. ‘하필불왈리(何必不曰利)’, 즉 왜 이익은 말하지 않는가? 재무적 성과는 도외시하고 비재무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이 ESG 경영의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하필왈리(何必曰利)’식 접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는 크게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성과도 동시에 중시하는 경영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무적인 성과인 경제적 성과, 비재무적 성과인 환경적·사회적 성과를 모두 중시하자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논의가 근대 기업 역사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세 가지 성과를 TBL(Triple Bottom Line) 혹은 3P(Profit, Planet, People)라고 부르기도 한다. ESG는 비재무적 성과인 환경적·사회적 성과에 의사결정 구조와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거버넌스를 붙여서 작명한 단어다. 기존의 논의를 뒤집는 대단하고 획기적인 기업경영의 혁신 프레임워크가 절대 아니다. ESG 성과를 관리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도 수용해야지만, 경제적 성과(Profit)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ESG 경영은 철저하게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수많은 ESG 이슈 중에서 우리 조직과 관련된 이슈(Relevant Issues)를 식별하고, 그 중에서도 시급성이나 중요성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핵심 이슈(Material Issues)에 조직의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인 접근이다. 모든 조직은 예외 없이 가용한 자원이 유한하고, 유한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환경·사회적 성과를 조화롭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의 ESG 광풍 속에서 바야흐로 하필불왈리(何必不曰利)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신한대 ESG혁신단장

[천자춘추] 역량 있는 건축사는?

건축사 의무가입이 통과된 이후 대한건축사협회나 건축사들 사이 오고 가는 이야기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역량 있는 건축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역량 있는 건축사가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이겠지만 2016년 건축 설계, 감리가 분리 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건축설계, 감리의 근본적인 취지는 건축설계와 감리를 분리하여 부실 시공과 위법 행위 근절을 통해 좀 더 안전하고 튼튼한 건축물을 건축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건축법 제25조 건축물의 공사감리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예외규정으로 아무 연관도 없는 건축서비스 산업 진흥법에 따른 역량 있는 건축사를 공모 당선작과 무관한 일반건축물의 범위로 확대 적용함으로 인해 제도적 취지가 사라졌다. 설계, 감리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량 있는 건축사들이 설계, 감리 분리의 근본 취지를 벗어나기 위해 편중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역량 있는 건축사란 최근 10년 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11조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설계공모 또는 대회에서 당선되거나 최우수작품으로 수상한 실적이 있는 건축사를 말한다. 또한 건축법 제25조 건축물의 공사감리 규정에 따르면 ‘건축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 규모 및 구조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건축사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하여 공사감리를 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 따른 역량 있는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은 예외로 한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2022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제도 개선으로 역량 있는 건축사에 대하여 용어 자체가 불공정한 표현이며 단 한번의 현상설계(역량과 상관없는 공영주차장, 공공화장실, 소규모공공시설 등) 당선으로 10년 간 혜택을 주는 것은 1만5천여명의 건축사를 모욕하는 처사이므로 잘못된 용어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부산건축사회에서는 정기총회에서 역량 있는 건축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총회 의결을 받았다고 공표한 바 있다. 40년의 건축 생활을 통해 건축설계, 감리 등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공모나 대회에 참여하지 않은 수많은 건축사들을 역량없는 건축사로 매도하고 있는 행태가 정당한지 묻고 싶다. 설계와 감리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필자도 건축설계, 감리 분리 법 개정에 동참한 한사람으로써 이미 설계 의도 구현이라고 하는 제도를 통해 설계자의 감리 참여가 확보되었기에 이중적 혜택은 사라져야 한다. 역량 있는 건축사의 근본 취지는 젊은 건축사들의 사회적 진출을 독려하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게 현상설계나 대회 등에 참여 할 경우 가점을 통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설계시장의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더 이상 많은 건축사들의 편 가르기는 없었으면 한다. 건축 감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이미 일선 시·군 관계자들은 한 사람의 역량 있는 건축사가 수십 개의 감리현장을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알고 있지만 입을 닫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는 선택권을 허가권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건축 감리 지정 대상에서 제외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제외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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