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발언이 금기시되는 세상, 고통의 언어가 일상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모든 사람이 불행한 가상의 세계인 디스토피아(Dystopia)라 부른다. 코로나19 터널 끝의 빛은 보일 듯 말 듯 손에 닿지 않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접촉을 막는 방역은 일시적 감염 확산 방지 효과는 보이지만, 곤궁한 삶으로 치닫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 고통과 공포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망연자실한 사람들에게 희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삶의 고통과 공포를 뚫고 나갈 희망의 드릴(drill)은 존재하긴 하는 걸까?
제4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되는 급격한 변화에 의한 인간 삶의 위기,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지속가능성의 한계와 빠르게 다가올 위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생명과 생계의 위기, 심화되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국민 다수 삶의 위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과 국민에게 삶의 희망을 제시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도 안 남았다.
그러나 화살의 궤적은 표적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휘어가는 것 같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수사를 공언하고, 현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범죄를 저질렀고, 사기 행각을 벌인다고 공격한다. 무슨 증거와 근거라도 있느냐 질문하면 원론적 주장이라며, 잘못이 없으면 겁낼 필요로 없지 않으냐고 빈정댄다. 이것이 선거를 앞둔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증거 없는 적폐청산 수사는 정치보복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변명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갈등을 낳고 갈등은 싸움으로 귀결된다. 그것이 복수의 악순환이다. 오죽했으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께서 보복은 보복으로 끝나고 보복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겠는가.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보복을 막으려는 노력은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이제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국민이 활짝 웃을 수 있는 공감과 연대, 나눔과 협력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으면 되겠는가. 우리가 쏠 화살은 부정부패, 지역이념세대 갈등, 불평등불공정불합리, 약자를 괴롭히는 기득 권력에 날아가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과녁에 명중해야 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여하튼 삶은 계속된다. 이제 정말 국민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오피니언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2022-02-17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