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장애인과 더불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 아니면 차라리 오늘이라도 나와 함께 데려가 주세요.” 장애 자녀를 둔 어느 엄마의 기도이다. 뼈에 사무치도록 간절하게 울부짖는 엄마의 이 기도를 누가 이해하겠는가, 얼마나 마음이 쓰리고 아프면 이렇게 기도한단 말인가? 엄마의 이 기도는 절절한 모성애가 얼마나 귀하며 크고 위대한지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황량한 광야처럼 각박하고 삭막한 우리네 세상이 얼마나 매정하고 냉랭한지 여지없이 보여준다. 사람 사는 세상이 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헤아린다면, 장애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털 끝 만큼이라도 있다면 이 엄마가 이처럼 애타게 속 태우며 눈물 짓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이 땅에 뾰족탑 십자가의 성당과 예배당, 고풍스럽고 우아하며 고즈넉한 사찰들이 이렇게도 많은데 왜 이렇게 매정하고 메마른 세상이 됐단 말인가. 물론 장애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창조주의 섭리와 깊은 뜻이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그것은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 조금 불편할 뿐 인생을 장애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승리의 표상처럼 역사에 빛나는 사람이 된 이들이 많다. 아버지가 경영하던 가죽공예점에서 송곳으로 자기 눈을 찔러 실명한 세 살 루이 브레이유는 ‘내 아이의 인생이 끝났다’고 낙망하던 아버지의 생각을 넘어 점자법을 개발해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희망이 됐다. 4선의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소아마비 장애인이었고, 노벨상 수상자인 가가와 도요히코는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폐결핵으로 평생을 살았다. 누가 감히 이들을 장애인이라고 비난하겠는가. 신체나 정신의 한 부분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인생까지 실패하거나 포기하라는 법은 없다. 어느 누가 감히 장애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는가. 어떤 면에서 우리는 장애인을 대하는 일에 장애를 갖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언제 장애를 갖게 될지 모르는 예비 장애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외면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내 몸과 같이 여기며 보듬어줄 수 있길 바란다. 안타까운 마음에 숨죽이고 살아가는 장애인 부모나 가족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어루만져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다. 고명진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천자춘추] BTS와 병역특례

병역의무 역사는 국가가 성립되면서 시작됐다. 민주국가가 성립된 이후 국민이 국가를 위해 국가안보 활동에 참여할 의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병역의무는 국가 존속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초기 국가에서 병역의무는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전쟁에 참여하는 남성만이 시민권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를 원칙으로 한 징병제 국가다. 징병제는 한국 전쟁 발발 직후인 1951년부터 실시됐다. 우리 병역제도는 현역, 상근예비역, 전환복무, 사회복무요원, 대체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다양하며 세부적으로는 더욱 복잡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마치 병역 특례를 위한 제도를 기술적으로 만들어 온 느낌 마저 든다. 그동안 보편적 국민이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무를 소수를 위한 특례만 고려하였고 병역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복무 등 다양한 병역의무 이행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최근 국회는 BTS 등 대중예술인과 스포츠 선수 가운데 국제대회 입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높이뛰기 종목 우상혁 선수 등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병역 특례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경기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 명망 있는 국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순수 문화예술인은 병역 혜택을 받고 있는데, 크게 국위선양을 하는 대중문화 예술인은 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위선양의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문제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한편 BTS 등과 관련된 병역 특례에 대해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20대 남성들은 공정성 문제로 차가운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제는 BTS나 일부 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 문제를 땜질식으로 논할 것이 아니라 병역제도 전반에 대한 포괄적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인구감소로 병역자원이 부족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서 있다. 과거 성장기 시대에 만들어졌던 병역 특례 제도를 근본적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는 혁신적인 병역제도 개선을 기대해 본다. 김진형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예)해군제독

[천자춘추] ‘드림 업 밸리’가 중요한 이유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으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도 고물가, 저출생, 일자리, 고령화 등이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 현 시점에서 전 세계가 유일한 희망을 걸고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벤처와 스타트업 3만6천209개사의 고용은 76만4천9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말 69만8천897명 대비 6만6천015명 늘어난 수치다. 4대 그룹 신규 고용 인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결과다. 또한 2021년 말 기준 유니콘(18개사)이거나 과거 유니콘(9개사)이었던 27개사는 1만1천719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말과 비교해 3천863명 늘어난 것으로 고용 증가율이 무려 49.2%에 달했다. 기업당 고용 증가를 보면 유니콘 15개사가 평균 257.5명을 추가로 고용, 벤처기업 3만6천209개사의 평균 고용 증가 인원 1.8명의 140배를 상회했다. 특히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 창업 기업에 비해 고용 효과가 훨씬 더 뛰어나다. 코트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년 차에는 일반 창업 기업과 해외 스타트업의 고용 인원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7년 차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 평균 고용 인원수는 3.8배가 넘는다. 결과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한국 경제 최대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창업 활성화와 고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천에 들어서는 ‘드림 업 밸리’는 정부가 공모를 통해 수원 고색역 250호, 창원 경남테크노파크 300호, 동대구 벤처밸리 100호, 부산 좌동 100호, 광주 첨단 100호, 판교 창조경제 밸리 200호 등 각 지자체에서 앞다퉈 유치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했다. 특히 인천 창업지원주택의 경우는 구도심 내 인하대가 인접해 있고 인천공항을 품고 있어 글로벌 진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인천만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주거와 오피스가 결합한 공간인 만큼 365일 불꺼지지 않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프랑스의 스테이션 F, 독일의 팩토리 베를린, 중국의 중관촌 등 테크 스타트업으로 인해 일대 주변 도시가 고부가가치로 이어지는 잠재력을 ‘드림 업 밸리’가 지니고 있기에 ‘양질의 일자리’, ‘고용 창출’, ‘구도심의 활력’ 3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록 (재) 넥스트챌린지아시아 대표

[천자춘추] 정치인과 자존심

자존심, 자존감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사실 이 의미는, 우리가 세상살이, 생존경쟁이 예전보다 더 팍팍하고 심해졌다고 느끼는 어느 시점부터인가 많이 퇴색한 것 같다. 남을 배려하기는커녕 나 자신도 지키며 살기도 힘들지만, ‘스스로’ 보다는 ‘남에게 보이기’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도 잘 팔려야 먹고사는 문제라도 겨우 해결할 수 있으니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알량한 자존심’,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자존심, 정말 알량하기만 하고, 실질 생활과 상관없는 문제일까? 먹고 사는데 전혀 득될 것이 없을까?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가 명예퇴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직원에게 동료들과 멀리 떨어진 한쪽 벽면 사물함을 바라보도록 자리를 배치해서, 일명 ‘면벽수행’ 대기발령 조치를 해서 여론의 지탄을 크게 받았던 적이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강제된 시간표까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당시, 이 직원이 두 달 만에 구제 신청을 냈는데 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법은 아니 법 기술자들은 대체로 노동을 사용한 쪽의 편에 서 있었다. 당시에는 사회적 눈치도 보지 않고, 그런 경향이 더 노골적이었던 것 같다. 누가 봐도 치졸하고 비인간적인 회사의 조치에 보통이라면 며칠 만에 백기를 들고 마는 압박감을 이 사람은 어떻게 견뎠을까. “아이들이 아직 고등학생...” 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삶의 이런저런 조건들과 섞여 있을 때 자존심은 한낱 알량한 어떤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마지막 조건일 때는 생의 모든 것이 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마지막 자존심으로 모욕을 견뎠다면. 그래서 그가 인내의 과정에 버렸을 무언가도 알량할 수 만은 없다. 생활을 위해 지키는 것도, 버리는 것도 모두 자존심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자존심은 무엇이어야 할까? 내 가족만을 무조건 우선시하지 않는다면,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그것과 많이 닮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익숙해진 가족들이 자기를 좀 몰라줘도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것처럼. 내 능력만큼 일해 번 것이라도 혼자만 갖지 않는 것처럼. 베풀지만 조건을 달지 않는 것처럼. 내 편 안 든다고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서로 다투고 나서 돌아서 마음 아파하는 것처럼. 실패 앞에서 당사자보다 더 아파하는 것처럼. 그 고통이 나에게 옮겨 오길 바라는 것처럼. 가족 누군가의 죽음에 무너져 내리는 몸처럼. 생활 최전선의 몸부림들을 보듬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천자춘추] 민심에 눈 감고 여론에 귀 막고

20대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이구동성 ‘통합’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이재명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0.73%였고, 이 수치는 국민이 두 진영으로 반분됐음을 상징한다. 갈등과 대립을 통합하는 것은 정치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선 결과 발표 이후부터 뒤틀렸다. ‘광화문시대’를 열겠다던 당선인은 당선 3일만에 광화문 청사가 불가능하니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으나, 당선인은 밀어붙였다. 그러니 역대 당선인 중 최저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불통의 리더십으로 인식되면서 다른 정책 추진도 국민은 의심하게 됐다. 거기에 한동훈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했다. ‘불통’의 리더십에 독선·독주의 이미지까지 결합되고 있다. 협치와 통합을 주장하며, 한동훈을 지명하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민주당은 어떠한가.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 수사권은 경찰로 넘기고 중장기적으로 한국판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했다. 수사-기소의 분리야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수사권의 경찰로 이관에 대해 국민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현재도 95%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성격을 본다면 수사 공백의 차질을 우려하는 여론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회적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입법이 추진돼야 검찰개혁이 제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 이마저 국민이 둘로 나뉘어 다투고, 국회는 입법 강행과 저지로 맞서고, 검찰과 경찰은 자기 권한 지키기와 새로 만들기로 계산기를 두드려서야 되겠는가. 매번 의회 권력이 바뀔 때마다 법안 바꾸기에 나선다면 법의 안정성이 지켜지겠는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정당성과 개혁을 주장한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과 소통할 수 없고 ‘제왕적 권력욕’에 빠지니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강변한다. 이때가 아니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니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국민에게 묻지 않는다. 사회적 토론도 없다. 그러니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턱이 없다. 매번 정치권이 던진 화두를 둘러싸고 국민은 갈등하고 반목한다. 『서경』의 ‘민시민청(民視民聽)’ 테제처럼 백성의 눈만큼 보고 백성의 귀만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민본(民本)의 정신은 이렇게 구현되는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천자춘추] 어려운 너무나 어려운 서류꾸미기

봄이다. 산과 들이 파릇파릇 제색을 내기에 바쁘고 벚꽃과 배꽃, 조팝이 온산을 희푸르게 물들이는 희망의 계절이다. 코로나로 지친 군상(群像)은 꽃구경으로 시름이라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주말이면 공원이고 시장통이고 사람이 모일만한 곳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공연이 줄을 잇고 향유자는 제공자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신명에 잘 적응하는 우리네. 흥에 겨운 모습이 마냥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신명을 만들기 위해 계획서와 결산서 따위의 서류를 꾸며야 한다. 보조금이라는 명목의 공연비 액수가 많던 적던 십수장에서 수십장에 달하는 보고서를 꾸며야 한다. 서류꾸미기에 익숙한 이들도 서투른 이들도 고민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두 차례는 기본이고 네댓 차례 퇴짜를 맞아야 서류가 완성되고 접수된다. 순수한 예술가들은 서류에 서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은 합격한 서류를 기본으로 해 꾸미지만 영락없이 퇴짜를 당한다. 아는 어떤 예술가는 서류꾸미기 싫어 아예 공모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제때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공모에 참여조차 못하는 불이익도 당하기도 한다. 보조금을 내주는 주최에 따라 양식도 다르고 서식도 다르다. “쥐꼬리만큼 보조하고 서류는 소꼬리보다 길다”는 불평과 불만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공모부터 결산까지 서류꾸미기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 순수예술가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코로나형국으로 담당부서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도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서류꾸미기에 서투른 예술가의 넋두리다. 주최자들은 예술가들이 작성하기 어려운 서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편하고 질 높은 공연과 전시가 이어진다.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행복추구권 중에 문화예술을 제공하고 향유(享有)하는 것은 비중이 가장 크다. 그래서 제안을 한다. 주최 담당부서가 시군구이던 문화예술재단이던 이러한 서류를 작성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이를 전담하는 요원을 배치하자는 것이다. 근무 연수에 따라 직무이동을 하는 일반직이 아닌 붙박이 요원을 말이다. 촉탁직이던 공무직이던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공연은 짧아도 여운은 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한철수 시인·구지옛생활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보자기의 현대적 재해석

보자기의 현대적 재해석이 시작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우리 국민 97.8%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폐기물 발생 최소화를 위한 정책으로 과대포장 자제 및 친환경 제품 사용 등 기업의 노력과 관심을 요구하는 의견이 45.3%로 가장 많았고, 친환경 소재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33.1%로 뒤를 이었다. 보자기는 일회성 포장재를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낡은 감성과 촌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보자기가 해외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르메스는 2019년 ‘보자기의 예술(L’artdubojagi)’이라는 이름의 스카프를 120만원에 출시했다. 이듬해 2020년에는 영화배우이자 영국 해리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가 왕실 공식 일정에 참석하며, 보자기 모양의 클러치백을 들어 크게 이슈가 됐다. 또한 기네스펠트로 등이 인스타그램에 보자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보자기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브랜드로는 러쉬코리아의 낫랩(Knot Wrap)이 있다. 연간 10만 개 이상이 판매되고 있으며 전년 대비 40%가 늘었다. 최근에는 다운증후군 예술가들과 협력해 레인보우 배쓰라는 낫랩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사회적기업 ‘블룸워크’가 보자기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장애인 예술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며 신규 브랜드 보자깅(bojaging)을 런칭 했다. 포장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고민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질수록 미래세대를 위한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전통문화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재명 크리에이터

[천자춘추] ‘안거위사(安居危思)’ 평화를 지키는 힘

‘오직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보았다’ 맥아더 장군이 인용한 플라톤의 금언대로 단시간 내 끝날 것 같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과 아이들까지 무참히 학살하는 참상과 러시아의 사악함을 보게 했다.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는 21세기 지구라는 행성 속에서 비록 인류가 지상천국 비슷한 것을 달성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폭력 속에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전쟁의 위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에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먼 전쟁’이 아니다. 어쩌면 남북 간 전쟁이 발발하면, 양쪽 모두 한반도를 멸절(滅絶)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 전투무력’ 동원을 호언(豪言)하고, 우리 역시 양보 없는 응징과 타격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은 군사력의 강약에 따라 결판 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주일이면 끝날 줄 예상했다. 그러나 강대국 러시아는 그들의 계산과 달리 전쟁의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으로 러시아 입장에서 어렵고 값비싼 전쟁으로 변했다. 북한이 자랑하는 핵무기도 절대무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러나 핵 무장으로 국가 주권의 대외행사가 제약되고 국민경제가 위협 받아 대다수 주민의 인내와 희생이 한계를 넘으면 핵 무장은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국가의 흥망성쇠에서 지도자의 역량과 자위력은 매우 중요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뛰어난 전쟁 지도력은 국민을 결속시켰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며 키이우에 남아 내부 혼란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청년들은 군에 입대했고,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후방 지원 활동을 펼쳤다. 조국이 지향하는 가치가 생명을 바쳐 수호할 만하다고 확신하는 국민들은 항전 의지를 더욱 굳혔다. 지도자의 근본은 국가 주권과 국민 생활의 수호이다. 조선왕조 역사에서 왜군의 침략에 백성과 한양도성을 버리고 의주까지 도망한 선조(宣祖)를 역사는 안거위사(安居危思)의 방책 없는 무능한 군주로 평가한다. 역사의 오독(誤讀)이 아니라면 왕이라 칭하기에는 한없이 부끄럽지 아니 한가? 군사력과 정치권력의 속성도 비슷하다. 전쟁에 패해서 나라를 빼앗긴다면 진영의 이익도 개인의 영달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인류사에서 역사적 진보는 권력이 아니라 '상호 간의 공존과 공영으로써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명백한 패러독스이다. 극단적 대립과 증오가 해소되고 다른 생각과 가치를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지혜를 강구해야 하는 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또 다른 교훈일 것이다. 문을 여는 새 정부 용산 시대, 정치적 문제, 먹고사는 민생문제, 전쟁과 평화의 안보 문제 와 같은 책임까지 자신 있게 걸어 나가는 국가적 리더십을 기대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천자춘추] 머슴 자처하며 권력을 좇는 사람들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며 거리를 걷다보면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로부터 극진한 인사(?)를 받게 된다.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며 저마다 지역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고 명함을 건넨다. 오는 6월1일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들이 봄의 새싹처럼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경쟁하듯 이른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발품을 팔고 있다. 이들 모두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과 머슴을 자처하며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구애를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로 인해 출마를 저울질 하다가 보수의 승리, 진보의 석패에 힘을 얻어 출마하는 후보들이 상당수다. 예비후보들 대부분은 자신의 당선을 낙관하거나, 간혹 다음 선거를 겨냥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마를 하는 경우도 있다. 출마자들이 건네는 명함에는 자신들의 학력과 경력 등 다양한 이력이 담겨져 있다. 또한 명함에는 ‘유능한 OOO’, ‘참신한 OOO’, ‘OO 전문가’ 등 참신성과 전문성, 능력을 강조하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저마다 ‘머슴’과 ‘일꾼’을 자처한다.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지방의원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것이 옳다. 그러나 지난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기치로 부활된 지방의회와 1995년 본격 막을 올린 지방자치제 하에서 과연 누가 얼마나 주민의 대변자이자 일꾼으로, 머슴으로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대다수 선출직 단체장과 의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일해왔지만, 일부는 자질 부족과 비리 연루, 갑질 등으로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다가오는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일꾼과 머슴이 되기 위함인지, 권력을 좇기 위해 머슴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무릇 공직에 몸을 담아 주민을 위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심이 없이 위민(爲民)의 마음 하나만 가져야 한다. 개인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선거를 이용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으로 지역발전과 주민을 위한 머슴이나 일꾼이 돼야 한다. 당선된 후 초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 역시 학연·지연에 얽힌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기 보다는 진정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권력을 갖기 위해 머슴 행세를 하는 사람은 유권자들의 손으로 심판해야 한다. 조윤혜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천자춘추] 발이 편안해야 멀리 갑니다

요즈음 ‘발이 편안해야 멀리 갑니다’, ‘발이 편안해야 성공합니다’라는 어느 신발회사의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먼 길을 가려면 발이 편해야 한다. 신발이 아무리 값 비싸고 좋아도 발에 편치 않으면 먼 길을 갈 수 없다. 천명(天命)에 의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명(大命)을 받은 분이 결정됐다. 곧 각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가 발탁돼 5월이면 새 정부가 구성 된다. 분야별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자천타천으로 정부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추천해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을 정하고 꾸려질까?’를 두고 국민 모두가 궁금해 한다. 그들에 의해 펼쳐지는 정책들이 자신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멸사봉공의 인물, 적재적소에 합당한 진짜 인물로 새 정부가 구성돼서,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문제는 검증되고 공감되는 유능한 실력자를 누가 어떻게 추천하느냐 이고, 더 중요한 것은 공직 추천의 책임을 가진 사람의 사명의식이겠다. 거수거자(擧讐擧子)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중국 진(晉)나라의 대부 기해(祁奚)는 나랏일을 다룰 인재를 천거하는데 친소(親疏)를 구분하지 않아 사람들로부터 아첨한다거나 당파를 짓는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때로는 원수(怨讐)도 천거하고 때로는 자기 자식을 추천하기도 할 만큼 사람의 천거는 능력을 바탕으로 엄정히 했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라 듯, 친소보다는 능통(能通)의 바탕 위에서 바른 인재가 천거되고 선발되어 국정이 잘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런가 하면 시절이 새롭게 시작되거나 권력이 이동되는 과도기에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신시경종(愼始敬終)이다. ‘시작 할 때는 삼가야하고 긑 낼 때는 겸손해야 한다’ 는 의미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석학들은 늘 신시(愼始)의 성패는 인사에 달려 있다며 공정한 인사의 필요성을 짚어주고 있다. 모쪼록 적합한 인재 천거와 등용으로 새 정부 구성원들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편히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들어 고객이 멀리 걸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발회사처럼, 혹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불편 했다면 어디가 불편했는지를 파악하면서, 국민들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들 줄 아는 인재들이 모인 새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행복의 길을 편히 걷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인재를 찾아내어 등용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천명의 범주에 들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용선 前 파주부시장

[천자춘추] 가장 효과적인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은

하천변과 산자락에 수많은 풀꽃들이 자라나고, 새들도 봄맞이로 분주하다. 그런 틈 사이에 빠지지 않고 보이는 것이 쓰레기다. 그나마 도심에 위치한 하천변은 관리가 되는 편이지만, 사람의 이용이 적거나 접근성이 좋지 않은 하천변에는 페트병과 비닐 등이 적지 않다. 심지어 규모가 제법되는 가전제품과 가구 등도 버려져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고속도로변엔 담배꽁초를 비롯해 운전자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모인다. 실제 고속도로변 10m 구간에서 수거한 담배꽁초만 300개가 넘었다. 고속도로 사면에는 비닐, 스티로폼 등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하천변 쓰레기는 바람에 날려서, 빗물을 따라서 하천으로 유입된다. 도로변 쓰레기도 빗물받이를 통해 역시 하천으로 흘러간다. 하천변과 도로변 쓰레기는 하천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 결국 해양쓰레기가 된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원의 절반은 어구쓰레기, 나머지 절반은 하천유입쓰레기로 추정한다. 작년 국회에서 수산업법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어구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 어구쓰레기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해양쓰레기 절반을 차지하는 하천유입쓰레기 관리방안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 강화의 한 어촌계에서 걷어올린 그물에는 물고기 반, 쓰레기 반이다. 조업시간보다 쓰레기를 골라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쓰레기가 대부분이다. 하천을 따라 흘러들어온 것이다. 비닐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는 해양미세플라스틱이 돼 인간도 위협한다. 이제는 하천과 도로에서의 쓰레기 유입 차단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쓰레기는 바다로 유입되면 더 이상 손쓰기 어렵다. 거꾸로 말하면, 하천과 도로에서 쓰레기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양쓰레기 저감정책이다. 하천과 도로에서의 쓰레기 차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인천시 내부 부서간 협업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하천변과 도로변 대청소를 시작으로 해양쓰레기 차단을 위한 인천시의 구체적인 행보를 바란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천자춘추] 보육교직원 서비스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자체별 보육 정책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엔 보육교직원 서비스 부분에 대해 제안한다. 보육교직원들의 처우를 향상하자. 민간어린이집 급여체계를 국공립어린이집과 같이 호봉제를 도입하고, 병설유치원 이상에 준하는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법정 휴가 및 휴게 시간을 보장하자. 교직원들의 법정 휴가를 보장하고, 휴가 및 휴게 시간에 대체 교사나 보조 담임교사를 배치하여 원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연장보육 근무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연장보육 도입으로 기본보육 외에 연장보육 수요는 늘어났으나 연장보육 인건비가 보장되지 않아 결국 기본 보육교사들이 연장보육을 담당하고 있다. 어린이집 형편에 따라 시간외 수당 조차 지급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수당 지원을 통해 교사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인력은행을 설치해 대체 교사제를 활성화하자. 보육교사들이 자질향상을 위하여 강습회나 세미나, 보수교육 등에 참여하려면 부득이 어린이집을 비워야 한다. 또한 질병 등으로 입원하거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가족의 애경사가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균 9시간을 아이들과 씨름하는 보육교사들에게 쉼이 필요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아이도 낳아서 길러야 한다. 어린이집 이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보육환경이나 여건도 중요하지만, 영유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육교사의 능력과 자질이 더 중요하다. 보육교직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보수교육 등 재교육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대체 교사 제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보육 현장에선 대체 교사를 구할 수 없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체 교사의 일당(1일 8만7천140원 주휴수당과 15일 이상 근무시 근무환경개선비 26만원 지급 받음)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 단점은 정교사들이 편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일급형 대체교사’ 쪽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는 정교사 채용에 어려움을 가져온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인력은행’을 독립적 기관으로 운영해 대체 교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보육교직원들의 연수 시간을 확보하자. 보육교직원들의 의무교육은 아동학대 예방교육 및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안전사고 예방교육, 안전관리 교육,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교육,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개인정보 보호교육, 결핵 감염 예방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만 십여 개가 넘고 평가제를 대비한 교육도 사실상 의무교육이다. 어린이집은 유치원처럼 교사 연수를 위한 방학이나, 연수 기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모든 보육교직원은 1년 내내 보육과 업무,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교육이 아닌 수료증을 발급받기 위한 교육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3월 초 원아들의 적응 기간 동안 보육시간을 단축하고 대체교사를 의무 지원하여 보육교직원의 연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보육문제는 시간과 정책, 예산확보가 필요하고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정책입자들의 우선순위 안배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만수 (사)한국보육교사교육연합회명예회장·협성대학교 특임교수

[천자춘추] 꿀벌의 실종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먹게 되는 젖당은 인류의 유전자에 달콤한 맛에 집착하는 미각을 심어놓았다. 모유의 락토스에 길들여진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본능적으로 벌꿀을 채집했으며, 어머니의 품속에서 느꼈던 유혹의 맛을 비로소 벌꿀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인류가 처음 벌꿀을 채집한 시기는 스페인의 동굴벽화를 통해 기원전 700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붉은 색으로 그려진 벽화에는 벌꿀을 따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는 왕족을 꿀벌로 표기하고 있다. 인류에게 꿀벌은 협동과 근면, 생명력의 상징으로 각인됐고 벌꿀은 인간에게 원기를 줬다. 하지만 오늘날 꿀벌의 처지는 2035년쯤이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UN은 2017년부터 꿀벌 보호를 위해 매년 5월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해 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올봄 전국의 양봉농가에서는 월동 후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된 사실이 확인 됐다. 이처럼 꿀벌 집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유충이 폐사하고 벌집이 비는 것을 말한다. 군집 붕괴 현상은 2006년 미국의 27개 주에서 최초로 보고됐으며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꿀벌의 실종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227만여개 벌통 중 18%인 39만여개의 벌통이 피해를 입어 약 7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북에서는 전체 벌통의 절반 수준인 48% 가량이 피해를 입었고, 전남에서는 전체 양봉농가의 74%가 사라져 양봉이 초토화 됐다고 한다. 꿀벌은 1천500여 재배 작물의 30%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여개 주요 작물 중 약 71종의 수분을 돕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벌들의 수분을 통해 생장하는 식물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돼 멸종할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이 전국의 양봉 농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꿀벌의 대규모 실종은 꿀벌응애류와 이상기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살충제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을 의심하고 있다. 인류의 작은 거인,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 지구는 상상하기 어렵다. 꿀벌이 지탱해주던 생태계의 고리 하나가 붕괴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천자춘추] ‘청백리 재상’ 황희에 대한 단상

청백리 재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인물 중의 한명이 방촌(〈5396〉村) 황희(黃喜, 1363~1452)다. 90세로 장수한 황희는 56년 관직 생활 동안 24년간 재상직을 맡았고 그 가운데 18년 동안 줄곧 영의정 자리를 지키면서 태종·세종대를 거치면서 새 왕조의 기틀을 다진 명재상으로 평가받는다. 사실 황희는 고려의 신하였다. 1389년 문과에 합격해 이듬해 성균관학관이 됐지만, 1392년 고려가 망하자 70여명의 유신들과 함께 두문동에 은둔 생활을 했다. 황희는 평소에 담소하는 일이 적었고, 희노애락을 잘 드러내지 않은 성격이었다. 일을 처리할 때는 큰 원칙을 중요시했고 자질구레한 것은 묻지 않아 대범하고 정확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숙종대 학자 미수 허목은 “황희 정승이야말로 훌륭한 정승으로서, 이름이 백대 뒤에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세종대 3정승이라면 황희와 허조, 맹사성을 꼽는다. 이들 중 황희와 허조는 모두 고려의 유신으로 두 왕조를 섬겼다 하여 당시 청의(淸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공신들의 위세가 드높았던 시기에 조선왕조를 거부한 이력이 있었던 황희가 태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데는 태종과 한 이불을 덮고 잘 정도로 친한 박석명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 그런 황희도 세자인 양녕대군의 폐위를 반대했다가 태종의 미움을 사서 교하(지금의 파주)에 유배되기도 했다. 세종이 왕위에 오른 뒤에 태종은 황희를 꼭 천거해 쓰라고 당부했다. 아무리 부왕인 태종이 추천했다고 해도 세종 입장에서 자신의 왕위계승을 반대한 황희를 신임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황희가 세종의 신임을 받게 된 사건이 있었다. 1423년 강원도 지방에 큰 흉년이 들자 세종은 관찰사로 황희를 파견했고 이를 해결하면서 세종의 큰 신임을 받았다. 세종은 항상 황희가 식견과 도량이 크고 깊어서 큰일을 잘 판단한다고 칭찬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반대한 신하도 신임한 세종의 리더십이 그립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점유할 정당한 권리 ‘유치권’

유치권은 물건의 ‘유치(점유)’를 본질로 하는 권리로 민법과 상법에 근거한다. 민사 유치권은 채권이 유치물에 ‘관하여’ 발생하였을 것을 요하는데, 채권과 물건 사이의 견련관계(牽聯關係)로 일컫는다. 상사 유치권은 견련관계는 불필요하나 반드시 채무자 소유 물건에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시계의 수리(修理)를 맡긴 후 수리비를 주지 않을 경우 돈을 받을 때까지 시계를 돌려주지 않고 점유·보관할 수 있는 B의 권리가 유치권이다. A는 채무자, B는 유치권자이다. 만약 수리비가 고액이고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고 가정하면, B는 민사 유치권과 상사 유치권을 모두 항변할 수 있고,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시계가 A의 친구 C의 소유로 밝혀진다면 상사 유치권은 인정받지 못하므로 B는 민사 유치권을 행사해야 한다. 반대로 B가 A에게서 시계 수리비는 전부 받았지만 외상값(견련관계 없는 채권)을 받지 못한 게 있다면, B는 민사 유치권을 인정받지 못하므로 상사 유치권을 주장해야만 외상값을 받을 때까지 시계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다. 이때 시계 주인이 C라면, B는 C의 반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견련 관계 없는 채권이고, 채무자의 소유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치권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에도 인정되므로 ‘시계’ 대신 ‘건물’을 대입하여도 결론은 같다. 부동산 경매(競賣)절차에서 낙찰대금이 지급되면 부동산은 낙찰자의 소유이다. 낙찰자는 대금 완납 후 6월내에 부동산 인도명령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인도청구소송과 같은 정식의 재판절차가 아니라 간이한 소명만으로 부동산을 넘겨받을 수 있는 신청권이다. 인도명령신청 사건은 사법보좌관규칙 개정으로 2020년 7월부터 법관이 아닌 사법보좌관의 담당 업무로 편입되었다. 경매로 인해 소유권을 상실한 자, 경매로 소멸하는 임차권 혹은 전세권을 보유한 점유자는 낙찰자에게 소유권 내지 점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이들에 대한 인도명령은 인용된다. 다만 유치권 항변자가 있다면 그 불성립이 명백하지 않는 한 사법보좌관은 신청을 기각하여 당사자들이 정식재판을 통해 유치권 존부(存否)를 판단받도록 해야 한다. 공사업자와 채무자가 모두 ‘회사’라고 하여도 공사업자는 상사 유치권 이외에 민사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고, 유치권자는 채무자나 낙찰자로부터 공사비를 전부 받을 때까지 건물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천자춘추] 당신은 청중인가요, 관객인가요

미술 전시를 ‘보러’ 오는 이들을 관객, 음악 공연을 ‘들으러’ 오는 이들을 청중이라고 보통 부른다. 물론 둘은 뜻이 비슷한 말로 혼용되기도 한다. 눈과 귀의 감각은 구분된 것이면서도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가 많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각각의 감각 또한 사람마다 민감도, 감수성이 다르기 마련인데, 그 차이는 신체의 물리적 조건에 기인하기도 하고 경험이나 습관이나 훈련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완벽한 최후의 1초 교향곡 2번>은 기존에 학습된 감각, 경직된 감각을 활짝 풀어놓도록 하는 전시다. 그리고 이 ‘전시’는 백남준의 1961년작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을 연주한 것이기도 하다. 백남준이 수수께끼 같은 지시문들을 써 놓은 일종의 악보로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보통의 콘서트에서는 소리가 움직이고 관객은 앉아 있다....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에서는 소리와 그 밖의 것들이 움직이고 관객도 움직인다.” 백남준이 이 작품을 교향곡이라 이름 붙이고 소리와 관객이 움직인다고 말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원래 교향곡은 관현악 연주를 위해 작곡되는 규모가 큰 짜임새의 곡이다. 흔히들 교향곡이란 것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정교한 계획과 연습에 의해 매우 조화롭게 연주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완벽한 최후의 1초>에서는 실력 있는 악기 연주가들이 일부러 형편없는 연주를 하고, 사운드 전문가는 황학동 시장을 뒤져 1960년대 테이프 녹음기를 찾아내 상상 속 소리를 채집해 그 안에 담는가 하면, 대중음악 뮤지션은 백남준의 「음악의 신존재론」이라는 텍스트를 시처럼 낭독하기도 한다. 전시실에 막 들어서는 관객에게는 이 같은 여러 소리들이 한꺼번에 덤벼든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전시에는 시각 예술가,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사운드 디자이너, 가수, 배우, 소설가, 연구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백남준의 교향곡 악장들을 연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곡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다. 전시 곳곳에 마련된 장치들에 당신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백남준의 작품은 매번 전혀 다르게 연주될 수 있다. 백남준이 자신의 교향곡을 통해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정해져 있지 않음에서 오는 자유, 이 자유 안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의 감각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예술의 본질적 경험이다. “좀 더 강한 불확정성으로 향하는 다음 단계로서 나는 청중이(혹은 이 경우에는 관객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즐기기를 바란다”(백남준, 1961).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천자춘추] 광릉

조선왕릉은 언제 어디를 가도 단아한 기품이 있다. 엄청난 역사와 사연을 담고 있는 곳이다. 누구는 비산비야(非山非野)에 속계(俗界)인 듯, 영계(靈界)인 듯하다고 한 바 있다. 광릉(光陵: 제7대 세조와 정희왕후 능)은 조선왕릉의 모범으로 꼽히면서도, 조성과정이나 형태에서 다른 능과 비교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광릉은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향어로(香御路)가 없는 능이다. 능에 가면 능역이 시작되면서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붉은색의 홍살문(紅箭門)이 나온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지는 박석길이 향어로다. 제를 올릴 때 향과 축문 봉안에 이용하는 향로(香路)와, 왕이 의례를 행할 때 이용하는 어로(御路)를 통틀어 향어로라고 한다. 그러나 광릉에는 현재 향어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설치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후대에 와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훼손이 된 것으로, 학자들의 연구논문에서 밝혀지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일제 강점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는 광릉은 남의 묘(墓)를 이장 시키고 조성한 능이다. 세조가 승하하자 예종(睿宗)은 능지로 여러 곳을 물색했다. 최종적으로 정한 곳이 세조 때 정승까지 지낸 정창손(鄭昌孫)의 아버지 정흠지의 묘 터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세가라 할지라도 아버지 묘를 이장 하고, 그곳을 광릉의 능지로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조선왕릉 중에서 남의 묘 터에 조성된 능은 여러 곳이 있다. 당시를 전후해 서오릉 내 경릉(敬陵:덕종, 소혜왕후)이 정역(鄭易: 조선초기 문신)의 묘 터에 조성됐다. 이때는 세자 묘(의경세자: 세조의 아들이며 성종의 아버지, 성종때 덕종으로 추존되면서 능이 됨)로 조성됐다. 또 광주에 있던 영릉(英陵: 세종, 소헌왕후)도 여주 이계전(李季甸: 세종때 대제학)의 묘 터로 천장(遷葬)했다. 왕의 초장지로서는 광릉이 처음이다. 셋째는 광릉은 조선왕릉 최초의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형식의 능이다. 동원이강릉이란 왕과 왕비의 능을 정자각을 중심으로 다른 줄기의 언덕에 단릉(單陵: 한 사람만 묻혀있는 독립적 능)처럼 안장한 능을 말한다. 이전까지의 능 조성 형식은 단릉 이거나 쌍릉 형식이었는데, 처음으로 전혀 다른 방식의 조성형태를 취한 능이다. 올해로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지도 13년이 됐다. 광릉의 향어로가 훼손됐다는 것은 이미 연구 논문이나 광릉지(光陵誌) 등 다른 역사적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됐다고 생각 된다. 관람객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안내문 설치와 함께, 조속히 고증을 거쳐 광릉이 본래의 모습대로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황용선 前 파주부시장

[천자춘추] 새 테마거리보다 유지관리가 중요

인천 지역 곳곳에 수많은 테마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그 종류도 인물, 음식, 자연, 벽화 등 다양한 주제로 꾸려져 있다. 최근 생긴 인천 중구 신포동의 청년김구 역사거리부터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화평동 냉면 거리, 류현진 야구거리, 개항장 역사문화의거리, 동인천 삼치거리 등. 이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는 각종 음식 문화의 거리까지. 우리는 이렇게 많은 테마거리가 잘 유지되고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테마거리 조성이 능사가 아니라 현재 있는 곳을 잘 관리해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을 테마로 내세운 거리는 설치 전부터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과거의 인물이라면 역사성과 그 인물의 공과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고, 현재 활동하는 인물이라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있다. 대표적인 불명예 사례는 계양구에 있는 박유천 벚꽃길이다. 당사자가 마약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주민들의 철회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구는 철거하며 흔적을 지워냈다. 동구에 있는 류현진 야구거리도 유지관리에 소홀해 최근에 빛바랜 류현진 야구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인천의 벽화거리 조성사업은 한때 활발히 추진한 걷고 싶은 거리와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조성 사업과 함께 진행됐고, 지금도 많은 지자체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다. 최근까지도 부평구 일신동의 천사 날개의 길 과 서구 건지초 안심거리 벽화 등 꾸준히 각 지역에서 설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벽화거리 역시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설치 후 2~3년이면 페인트가 벗겨지고 색이 바래는 등 오히려 더 보기 좋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벽화거리 중에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도 있다. 2004년 12월에 완공된 중구 차이나타운의 삼국지 벽화거리는 주변 지역 테마와 잘 어울리고 교육적 효과도 있으며, 18년여라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잘 유지 관리가 이뤄져 다른 벽화거리 조성사업 시 벤치마킹 할만하다. 또 고가하부 교각에 민화와 풍경같은 벽화로 이뤄져 보수가 힘들었던 것을 심플한 컬러로 채색하고 자치구의 로고와 심벌만 작게 넣어 유지보수가 쉽게 만든 것도 있다. 각 지자체 등이 무작정 테마거리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유지관리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조영홍 인천대 융합예술영재교육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천자춘추] 공정과 상식의 대한민국/체육 공약 실천이 출발점

윤석열 당선인은 야구광이다. 지난해 9월 모교 충암고 야구부를 방문했고, 11월에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을 직관했을 정도로 야구에 진심이다. 윤 당선인은 사실 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쁜 선거 운동 기간에도 체육계의 주요 현장을 찾은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난 1월에는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 체육인이 바란다에 함께 했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결단식에 참석하는 등 체육인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뛰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윤 당선인이 실내체육시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 중 일률적인 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불합리하다라며 실내 공기정화 시설을 국가 인프라처럼 구비하고 영업시간 제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이런 행보를 지켜보면서 많은 체육인과 스포츠산업 종사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기대를 품고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당선인의 체육 관련 공약은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동하는 국민에게 국민건강보험료 환급, 체육인공제회를 통한 은퇴체육인의 기본생활 보장 지원, 국민체육진흥기금 체육계 사용 확대, 실내체육시설 이용료 소득공제, 스포츠강사와 지도자 지원을 통한 유청소년 체육활동 지원,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체육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전문 체육과 생활체육의 편 가르기를 너머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스포츠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진 시민을 배양하고 효율적인 엘리트 스포츠 지원을 통해 어렵게 성취한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스포츠 혁신위원회의 현 정부 권고안을 재검토하는 등 체육계 현실에 반하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정책으로 체육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체육스포츠 공약의 큰 그림이다. 이러한 윤 당선인의 스포츠 공약이 잘 지켜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공정과 상식은 스포츠 정신과 그대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바른 규칙을 지키면서 경쟁을 펼치고, 깨끗하게 승패를 받아들이는 스포츠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공정과 상식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는 것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21세기 선진국의 화두는 삶의 질과 웰빙(well-being), 웰니스(well-being+happiness/fitness)이다. 윤 당선인의 체육 공약이 약속하는 미래는 웰니스 사회이다. 운동을 통해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가꾸는 시민. 이들이 공정과 상식을 지키며 행복과 번영을 꿈꾸는 사회가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대한민국일 것이다. 코로나로 우리 국민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후유증을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는데 운동보다 좋은 것은 없다. 윤 당선인의 체육스포츠 공약 실천이 대한민국 재건의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김재현 (사)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천자춘추] 건축사들의 공존

한 지역건축사회 건축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증언과 녹취를 바탕으로 대한건축사협회와 경기도에 민원을 할까 고민 중이라는 말을 듣고 공존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한 건축사들이 수행하는 업무 중에는 건축법 제27조 규정에 의한 건축물의 건축 허가, 건축신고, 사용승인, 임시 사용승인에 따른 현장조사, 검사 업무를 허가권자에게 위임을 받아 업무 대행 등을 하고 있다. 대행 업무의 취지는 허가권자의 업무 비중을 줄이면서 건축 전문가인 건축사들로 하여금 업무를 대행하게 하여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현장조사검사 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는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신속 정확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운용 실태를 살펴보면 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다르게 마치 완장을 찬 거만한 권력자처럼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사심이 가득한 편법적인 운영, 지역 이기주의가 난무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번 일을 계기로 지난날을 회상해 보니 본인도 용인지역 건축사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우리 지역 건축사를 보호하고 먹거리를 창출 해 준다는 미명 아래 같은 실수를 범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건축사는 지역을 넘나드는 설계, 감리를 할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수주가 많았던 시절에는 사무소 소재지 수주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지금처럼 전국 1만2천명의 많은 건축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수주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주야로 뛰어야만 근근이 유지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안배나 지역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40%에 육박하는 1인 건축사들의 상황은 더욱더 심각하다. 앞으로 2023년 8월이 되면 전국의 모든 건축사들이 대한 건축사협회와 시도 건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된다. 명실상부 모두가 하나가 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회원, 비회원의 굴레가 사라지고 대한건축사협회 라고 하는 큰 줄기에 서서 한 곳을 바라보는 진정한 통합의 시대가 된다. 통합의 시대를 위해서라도 지역 이기주의를 위한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경기도건축사회에서는 자체 정화 목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현장 조사검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2~3명이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역 건축사회 설계분과 타 지역건축사 설계분에 대한 이중 잣대를 통한 검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현장조사검사업무 대행에 따른 비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국토부, 경기도와의 협의를 통해 적정 대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현재 하남지역건축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수수료 현실화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정을 하고 공존함으로써 우리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좀 더 신속하고 공명한 현장 조사검사 업무 대행이야말로 건축사를 건축 전문가로 인정한 허가권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검수를 받는 건축사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검수를 하는 건축사는 근본적인 취지에 맞는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서로가 공존하는 건축 문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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