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관중(管仲)에게 배우는 민생정치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라고 할 정도로 ‘포숙아(鮑叔牙)’와의 우정으로 유명한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등장하는 ‘관중(管仲)’(BC725 ~ BC645), 그는 어지럽고 혼란한 춘추전국시대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그를 춘추 5패 가운데 최초의 패자(覇者), 즉 강대국으로 만든 정치가로 제갈량과 함께 중국의 2대 재상으로 손꼽힌다. 관중은 정치, 경제, 의례 등 국정 운영 원칙과 사상, 천문, 지리, 경제, 농업 등의 지식을 담은 《관자》를 저술했는데 여기에 유가와 도가, 법가, 병가 등 당시의 모든 사상이 녹아들어 있고 치국의 도를 국정에 직접 적용해서 빈부의 차이를 줄이고 민생을 안정시킴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적용할 국가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가 돌아와 교육자의 삶으로 마친 공자와 비교되곤 한다. 관중이 제나라에서 행한 9대 시책은 《관자》 입국(立國)편에 소개되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는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일, 둘째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일, 셋째는 고아들을 구휼하는 일, 넷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 다섯째는 홀로 된 사람을 결혼시키는 일, 여섯째는 병든 사람을 위문하는 일, 일곱째는 곤궁한 사람을 살피는 일, 여덟째 흉년 때 고용인들 보살피는 일, 아홉째는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 등이다. 관중은 세상이 약육강식의 원리로 움직인다면 강자만 존재하게 될 것이며 그러기에 이상적인 사회는 강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약자가 편히 살며 상생하는 공정사회의 건설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관중은 “치국의 방법으로 백성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고 말하면서 “무릇 치국의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이른바 필선부민(必先富民)에서 출발해야 한다. 백성이 부유하면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기 쉽고, 가난하면 어렵게 된다”고 하였다. 공자 보다 조금 앞선 노자(老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쇄된 것으로 알려진 노자의 《도덕경》 77장에 보면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天之道其猶張弓者也). 높은 것은 내리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린다. 남은 것은 덜어 내고 부족한 것은 보탠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보면 관중과 노자 모두 치우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부의 집중이라고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출현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부의 집중화도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사회는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태는’ 이른 바 공정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면 변화를 수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과 원자재·금리와 물가인상 등도 모자라 사상 유례없는 수해(水害)까지 겹쳐 민생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은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쉽, 공정에 관한 철학이 중요한 때이다. 매체를 통한 보여주기식 민생이 아니라 2,800년전 민생을 직접 돌보며 공정한 세상과 부국강병의 꿈을 실현했던 관중(管仲)의 정치가 보고 싶다. 오형민 부천대학교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천자춘추] 내가 없는 세상

이 세상에 내가 없다면 세상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이 오랜 세월 자신에게 은연중 던졌던 질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관계하는 관점의 ‘세계관’이며 나를 세상에서 어떤 위치이자 역할로 생각하는지의 ‘가치관’이라고 하자. 그럼에도 나를 감히 세상과 비교해 배치하다니 오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조금 수정을 하자. 세상에서 잠시 빠져나오기! 이전 여행과 달리 세상에서 홀연히 빠져나가고 싶었다. 존재 의의를 찾으려는 것이 아닌 나만의 고독과 무위가 궁금하다. 어차피 내가 태어나기 전이나 사후에도 세상은 굳건히 이어질텐데 유독 작금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한 달로 제약된 탈주를 선택한 후에 이어지는 질문들이다. 전기도 없는 문명 뒤편이다 보니 최소로 줄어든 의식주 덕에 중요하다고 할 일도 없다. 만나는 이는 고산병을 유일한 걱정으로 함께 걷는 몇 명뿐이다. 하루 하루 번잡하지 않고 말도 머리도 쓰지 않아서 좋다. 그동안 내게 이런 시간이 있었는지 기억이 별로 없다. 목적과 목표를 향해 치열했던 일에서 벗어난 공백의 희열이다. 그렇다면 한 달보다 더 긴 기간도 좋겠다. 그간의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을 찾아 즐기거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어떠한 일도 하지 않겠다는 작심도 했었다. 회로를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닌 전원을 아예 뽑자던 결기도 이참에 새로웠다. 세상으로 돌아갈 한 달 후 일상다반사가 다시 주변을 감쌀 때 오늘을 달콤하게 기억할 것이다. 기왕지사 통신이 두절된 곳을 추천한다. 세상이 넓어서 할 일이 많은 곳보다 거친 자연과 극소수의 사람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거침없이 돌변하는 고산과 황무지, 보기에는 황홀한 설산이지만 낙석과 빙설 떨어지는 소리가 무시로 들리는 그곳은 ‘탈출한 세상 밖’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었다. 매일 짐을 풀고 싸는 일도 예상 밖으로 번거롭다. 세상 걱정은 고사하고 나의 생명 부지를 위해 나에게 애쓰는 일들이다. 세상에서 빠져나와 내가 없는 세상을, 그래서 나를 다시 보는 그런 세상을 느껴본다. 박태원 디앤아이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천자춘추] 전염병과 예술인

전대미문의 재난 코로나19로 3년여 무대를 잃었던 예술인과 그 무대를 향유할 기회를 잃었던 시민. 심지어 경기 북부권의 도농복합도시인 김포시의 경우 코로나19가 오기 이전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모든 공연과 전시 등의 문화예술 행사가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이후 우리의 모든 일상을 빼앗아간 코로나19는 예술인들에게도 엄청난 시련의 시간이다. 코로나19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 가운데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택배, 청소, 막노동 등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 버텨온 예술인이 꽤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예술인에게 코로나19는 참으로 가혹하다. 그나마 지난 4월18일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문화예술계는 모처럼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시민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맞았다.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들과 각 지역의 다양한 행사로 예술인도 시민도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코로나19 이후에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더 느꼈다. 역시 공연이 우리에겐 보약이다”라는 한 성악가의 말이 떠오른다. 예전에 주변에서 경험한 바로는 집안 살림이 팍팍해지면 아이들을 보내던 학원 가운데 대체적으로 먼저 끊는 것은 미술, 피아노 등의 예술과목 레슨이었다. (전공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은 예외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기에 예술은 늘 그렇게 차선이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예술은 곳곳에서 피어났지만 말이다. 근현대사 독일의 가장 위대한 문인으로 일컬어지는 괴테는 “예술만큼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예술만큼 확실하게 세상과 이어주는 것도 없다”고 했다. 예술은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과의 운명적 끈인 셈이다. 또한 문화예술은 대중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위한 공공의 영역이다. 대중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다양한 것을 추구한다. 예술가 개인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활동은 보다 수준 높은 노력을 요하는 현실에서 예술인에게 감염병으로 인한 제재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다시 코로나19 변이로 인해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 여름휴가에 이어 추석 연휴의 대이동을 생각하면 예술인들은 9월부터 풍성해질 공연 및 전시의 계절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코로나19 시대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렇게 또 겨울이 올 것이다. 예술인들은 전면금지의 시간이 올까 두렵다. 예술인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도 도움이 되겠지만 활발한 예술 활동을 통해 생기는 수입으로 살고 싶다. 이재영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천자춘추] 성하단상

우리는 지금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뉴스를 달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그렇고, 지척에 있는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 탓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현대는 화합보다는 대립의 시대인 듯하다. 남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근래 전해지는 뉴스의 대부분은 대립과 충돌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렇고, 그것이 우리의 역사인지도 모르겠다.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야 하는 인류의 숙명이며 지난한 해결과제 일지도 모르겠다. 대립의 역사로 유명하기로는 조선시대 동서인의 대립을 빼놓을 수 없다. 붕당의 초기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었고 붕당의 대립을 해소하고자 양쪽의 비난을 감수하며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율곡 이이 선생의 조제보합(調劑保合)을 생각한다. 율곡선생은 동인과 서인이 모두 사림(士林)에서 갈라져 나온 같은 목표를 가진 정치 세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뒀다. 양쪽 모두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다는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을 통해 시비 논쟁을 끝내고, 집권 세력의 주도하에 당색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자고 주장했다. 율곡의 정신은 후에 파주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율곡을 추숭했던 남계 박세채 선생에게 이어져 ‘탕평론’으로 발전해 나갔다. 대립은 늘 있었고, 이를 해소하고자 앞장선 이들은 시대를 이끌어간 선각자이자 리더(Leader)들이었다. 어쩌면 현재의 뒤틀림은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 나갈 현자(賢者)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립이 아닌 조정과 화합을 모색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조화로운 힘이 필요하다. 정치의 최고선(最高善)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곳에 나와 너, 우리와 너희가 있을 수 없다. 범주를 세계로 확대해도 같다. 평화롭고 모든 인류가 함께 잘 사는 지구를 가꾸는 일, 우리의 아이들에게 망가지지 않은 온전한 지구를 전해주는 일이 우리 세대의 당면하고 절실한 목표이다. 전쟁(戰爭)과 정쟁(政爭)의 뉴스 사이에서 달을 찾아 떠난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소식이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꿰뚫었다. 하늘을 나는 로켓의 궤적을 따라가던 모두의 시선(視線)처럼, 공존(共存)을 위한 공동의 선(善)을 찾는 데 모두의 마음이 모아지길 기원한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

[천자춘추] 평화 위협하는 외교

지난 6월 29~30일 양일 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새로 채택한 ‘나토 2022 전략개념(Strategy Concept)’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국(systemic challenge)’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중국의 확장에 대한 나토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다자외교무대로 이 나토(NATO)정상회의 참석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윤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는 그러나 지금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국제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제안보 동맹이다. 한국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IPEF에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IPEF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것으로 기후환경, 디지털, 노동 등의 분야에서 새 국제규범을 마련하고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반중국 연합전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IPEF 가입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고, 경고한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IPEF가 중국을 향한 압박수단이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목 경제수석은 심지어 ‘탈중국’을 선언했다. ‘신냉전’으로 지구 전체의 판이 흔들리는 위중한 상황인데 미국의 반러·반중 정책에 천둥벌거숭이처럼 앞장서는 꼴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경제적 이해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매년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고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1993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중국수출액 중 79.6%인 1천296억 8천400만 달러가 중간재이고 수입 품목의 62.2%인 889억 3천800만 달러가 중간재이다. 전체 수입품목 1만 1천215개 중 중국산 수입 비중이 70% 이상인 품목이 2천434개이고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100%인 품목이 323개, 90% 이상인 품목이 956개에 달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한국이 중국과 결별하고 견딜 수 있을까? 과연 중국, 러시아를 배척한 한·미·일 일방적 관계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외교에서 실패한 국가는 언제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충돌지점이고 갈등 악화 1순위 지역이다. 한반도를 평화롭게 잘 관리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릇된 친미·친일 일방외교로 외교뿐만 아니라 평화, 안보, 경제를 해치고 있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문답-3

무더위가 절정이다.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어릴적의 고향 생각이 난다. 삼성그룹 회장이셨던 고(故) 이병철 회장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했으리라 생각하며 오늘은 그분이 알고 싶어 하셨던 세 번째 질문에 관해 정리해 본다. ‘정말로 하느님이 있다면 왜 이 세상의 악과 슬픈 일과 고통을 내버려 두는 걸까?’ 공의롭고 지혜롭고 능력이 있으며 사랑이 많은 하느님이 존재함에도 이 세상에 악과 슬픔과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주 주권 쟁점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전망이 있었다. 그 조건은 각종 먹을 것이 풍부한 에덴동산에서 단 하나,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과일을 먹지 않으면 되는 아주 쉬운 것이었다. 그런데 사탄 마귀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일을 먹어도 죽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이 하느님과 같이 된다는 말로 유혹했다. 사탄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과일을 먹으면 죽는다고 말한 하느님은 거짓말을 한 것이며 인간이 신과 같이 될 수 있는 것을 먹지 못하게 한 하느님은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러니 하느님을 섬기지 말고 사탄 자신을 믿고 따른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느님은 이러한 우주 주권 쟁점을 받아들이셨고 누가 옳은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즉, 사탄이 인류를 지배하고 다스려보도록 허락하고 그 결과를 봐야만 끝 이나는 쟁점인 것이다. 누가 더 힘이 강한가라는 문제였다면 하느님께서 사탄 마귀를 즉시 없애셨을 것이다. 성경에서는 온 세상이 악한 자의 지배 아래 있다(요한1서 5:19)고 알려준다. 하느님은 존재하지만 사탄 마귀가 한시적으로 이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슬픔과 고통이 이 땅을 휩쓸고 있다. 경찰이 범죄조직을 알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를 잡을때까지 지켜보고 있는것과 같은 이치다. 이 쟁점이 끝날 때는 언제일까?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고통과 슬픔도 과연 끝날 것인가. 최진열 ㈔대한노인회 중앙회 정책위원

[천자춘추] 매력적인 빌런들의 도시

최근 몇 년사이 ‘빌런’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코믹스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영화-어벤져스 시리즈, 스파이더맨, 베트맨 등-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을 통칭하여 ‘빌런’이라고 부른다. 옛 프랑스어인 ‘빌런(Villein)’의 어원적 유래를 살펴보면, 중세시대 농장(Villa)에서 일한 농장일꾼(villanus)에서 유래된 기아와 가난에 허덕인 농노, 농민을 의미한다. 중세 농민들은 권력자들과 도시민들에게도 천대받으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도둑질과 강도, 약탈 등 온갖 범죄를 일삼으며 도시의 악당으로 낙인찍히게 되었고, 현대에서 도시의 질서와 정의에 도전하는 영화속 ‘빌런’으로 계보를 잇게 된 것이다. 영화속 빌런들이 많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도시는 뉴욕(New York)이다. 뉴욕 처럼 상징적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복잡한 대도시가 빌런들과 영웅들의 활동무대가 된다. 즉, 빌런들이 선호하는 도시는 인구와 경제력이 팽창하면서 도시의 활력과 잉여이익이 충분한 도시이며, 이런 매력적인 도시에 영웅들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빌런은 도시의 어둡고 소외된 슬럼가를 배경으로 도시의 불확실성과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배트맨 같은 영웅은 중세 고딕성당 같은 초고층 건축물의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도시의 질서를 지키려 할 뿐이다. 매력과 성장이 없는 도시에 빌런도 영웅도 없다. 배트맨이 수호하는 고담시의 빌런들을 보면 빌런이 되기까지의 이유와 사연이 있다. 대부분 도시의 소외되고 외면받았던 약자였거나, 버림받거나 배신당한 개인이 어떤 계기로 흑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중세시대 농노들이 가난과 천대를 못이기고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고담시처럼 흑화된 슈퍼 빌런들이 판치는 도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도시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쇠퇴로 낙후된 지역의 급격한 재개발이나 강한 물리력 행사로 주민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우선하는 관용성 높은 도시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의 슬럼가가 도시 내부에서 적정 노동력을 공급하며 도시의 성장동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게는 지속적인 소득과 평등한 교육 지원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는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의 도시 저소득층은 영화속 빌런처럼 제거하거나 몰아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균형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두가지 요건은 도시개발이익의 낙후지역 재투자 정책의 구조화와 교육격차의 해소이다. 각 지자체마다 신규 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되는 이익을 구도심과 낙후지역에 재투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초공사를 설립하여 이익환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재정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개혁과 유연한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도시의 교육격차 해소는 가난과 소외를 벗어나는 희망 사다리이다. 다행히 스마트 네트워크 비대면 시스템의 확산은 교육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흥시는 서울대학교와 협력하여 지역의 교육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비대면과 대면교육을 병행하고 있어 타 시·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지속적인 기술향상은 도시의 산업 재구조화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빌런들의 도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활력과 매력이 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퇴폐미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웅서사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빌런의 모습에도 열광하는 이유이다. 도시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유지하면서 통제가능한 도시균형발전정책의 실현이 매력적인 도시의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천자춘추] 음주운전의 위험과 책임부담

음주운전은 인명피해 위험이 높고 피해자의 억울함이 커서 그 처벌은 줄곧 강화됐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이 0.05%에서 0.03%로 낮아져 처벌 범위가 넓어졌고, 0.2% 이상인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던 처벌 기준이 2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개정됐다. 선택형인 벌금형의 선고 기준도 1천만원 이상이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음주운전을 2회 반복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중처벌 하도록 한 소위 ‘2진 아웃’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반복 음주행위가 이뤄진 ‘기간’이나 ‘혈중알코올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함은 양형상 형평성을 잃고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이다. 가령 10년 동안 음주운전이 없던 경우와 1년 안에 음주운전을 반복한 것을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음주운전을 예비살인과 다름없다고 본다면 일견 수긍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행위의 정도를 무시하면 단순절도와 강도살인을 구별 없이 모두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과 다름없어 불합리하다. 재판부는 반복된 음주행위의 불법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가중처벌 조항에서 정했던 형으로 선고할 수도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존중할 만하다. 실제로 잦은 음주운전만으로 판결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法廷拘束) 되는 사례가 근래에 꽤 있다. 피해자가 있고 합의가 잘 되지 않은 경우 구속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처리해 종합보험 가입만으로 형사재판은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중앙선 또는 횡단보도 침범 등 특례법이 정한 12개의 중과실이 결합된 사고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예외다. 특히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은 자동차운전보험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해 보다 무거운 민사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고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위반이 심각하다면 정상 운전이 현저히 불가능했다는 판단하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정한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인정될 수 있고 강력한 처벌이 예상된다. 이렇듯 음주운전은 민사상, 형사상 과중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재판을 받게 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양형참작사유를 잘 정리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운전자 자신과 잠재적 피해자의 평온한 일상과 경제적 안정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길이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천자춘추] 인류의 기초인 가정을 회복하자

오늘날 지상에 떠돌고 있는 가족의 해체와 관련된 사건들을 목록화 한다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주적이다. 그 현상은 곧 자연인으로서의 한 사람과 사회 조직 내지 인류의 패망까지 불러 올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일 맡은 종사자들 혹은 관계 기관이나 가족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 어디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 것인지, 그 결과론적인 현상을 보면 지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방법을 모색하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인가? 바로 나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내가 해야 할 일이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이며, 동시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물욕과 성공이라는 허울의 포로가 돼서 망각해선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가족이 당면한 인성과 사회성과 국가관과 인류애 그리고 인간의 가치와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에 대해 가족 구성원들이 틈나는 대로 서로의 마음에 각인시켜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를 아끼지 않음은 물론 가정 교육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학교란 공교육이 그 기로에서 한참 멀리 벗어나 있으며 손쓸 의지와 기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또한 협력해 그 가치를 회복하고 찾아야 할 종교, 문화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고 솔선해야 할 정치인들의 관심은 실리적인 정책이 아닌 권력이란 탐욕의 영역을 찾아 헤매고 있기에 반드시 원초적인 가족 구성원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물질을 추구하고 명예와 가정의 안위로서의 부귀를 꿈꾸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인성과 사랑에 바탕을 둔 진정한 회복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사람이 없고서야 어찌 사회와 나라가 있을 수 있으며 인류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또한 내가 없고 당신이 있을 수 없으며 우리라는 공동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저마다 건강한 자아(自我)를 위해서 애쓰고 힘써야 하는 것이다. 조금 더디 가고, 물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인류의 기초인 가족을 잘 챙기고 그 기초를 튼튼하게 세워야 할 때가 바로 오늘이며 지금인 것이다. 이충재 시인·문학평론가

[천자춘추] 순수미술의 개념과 가치

‘우리 시대 순수미술의 영역은 어떻게 구분되어 있나?’ 미술관의 아트디렉터로서 가끔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질문은 ‘어떤 것이 예술이고, 어떤 것이 비예술인가?’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역대 예술사조를 거치면서 지속해서 논의된 문제이기도 한 어려운 명제다. 보편적으로 미술관에서 분류하는 순수미술의 예로는 회화, 조소, 설치미술, 영상미술, 공예, 디자인, 사진, 개념미술 등이 있다. 이러한 분류는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영역 분류다. 다만 현재의 순수미술은 시각예술이라 불리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분류에 더해 새로운 분야를 흡수하고 변화되면서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가치의 변화가 급속으로 이뤄지고 다원화됐기 때문인데,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진화는 ‘미술(시각예술)의 가치는 무엇인가’에서 착안한 대중 지향적 요소가 다분하다. 원론적으로 기존의 ‘작품 감상을 통한 정서적 감동과 철학적 사색 유발’이라는 점은 뿌리가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 발전과 매체의 다양성으로 동반된 새로운 시각예술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상공간을 이용한 VR Art나 Digital Art, 개념적 진화의 대표적 예로는 공공미술(생활예술)의 확대가 있다. 일부 계층만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전통적 미술과는 현저한 목적 차이를 가진 현재의 시각예술은 더욱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예술적 감동과 사색을 전하려는 움직임이다. 미술관에 제한되지 않고 밖에서도 쉽게 예술적 사색을 할 수 있는 여러 매개체를 제공해주는 일인 것이다. 시각예술의 주제 또한 재미있고 가벼워지면서 친근하게 사회와 교류한다. 낙후된 마을이나 도서지방, 폐건물 등에 벽화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찾아가는 미술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적극적인 미술인들의 사회 참여는 문화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시각예술은 인간(사회)과 같이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래서 예술의 개념을 논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적으로 깊이 다뤄져야 할 명제이므로 위 질문에는 궁색하지만 생뚱맞은 답변으로 짧게 정리해 말해 본다. “어떤 감동과 철학적 사색을 유발시켜 우리에게 유용함을 주는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각적 창작 행위라면 어떤 매개체를 통해 전달되더라도 이 시대의 시각예술이라 일컬어도 좋지 않을까?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천자춘추] 다산 정약용 탄신 260주년을 추모하며

다산 정약용은 1762년 음력 6월 16일생으로 지난 7월 14일은 다산 탄신 260주년 생일이었다. 다산이 태어난 1762년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이른바 임오화변이 일어난 해이다. 임오화변이 음력 5월 13일이었으니, 사도세자가 죽고 대략 한 달 뒤 쯤에 다산이 태어났다. 남인계 시파(時派)였던 부친 정재원은 사도세자가 죽자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집이 있는 마현으로 낙향하였다. 이 때문에 다산은 서울이 아닌 경기도 광주부 초부면 마현리에서 태어났다. 이곳이 현재 다산 생가 여유당이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이다. 다산은 18년간 유배지인 강진에 있었고, 해배 이후 죽기 전까지 18년을 고향인 한강가에서 살았다. 18년 유배기간 동안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한 다산은 기나긴 유배에서 풀려나자 해배의 기쁨보다는 “죽음에서 돌아오니 망연하구나”라는 적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중년 이후 정약용은 개인적 불행에 상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만년에 이르도록 구세적 열정을 잃지 않았다. 비록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이념을 실현할 수는 없었지만, 탁고개제의 이념을 저술에 오롯이 담아낸 것이다. 19세기 정약용의 고향 한강은 당대 최고의 경학논쟁이 이루어진 문화공간이었다. 자신의 경학 연구를 신작이나 김매순 등 한강 주변의 학자들과 교환하였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성향 즉 당론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었다. 이와 함께 정약용은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로 대표되는 당대 현실에 대한 개혁의 열망을 담은 경세서를 완성하며 새로운 국가상을 제시하였다. 1818년 해배 이후 정약용은 강진에서 집필한 저술을 고향집인 여유당에서 정리했고 환갑을 전후하여 일생의 염원이었던 북한강을 따라 여행하면서 새로운 조선을 발견하려 했다. 해배 2년 뒤인 59세에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 춘천 일대를 유람한 후, 3년 뒤인 1823년에도 마재 앞에서 배를 띄워 춘천에 와서 소양정에 오르고 곡운구곡(谷雲九曲)을 돌아보았다. 한번은 조카의 혼사, 다른 한번은 손자의 혼사에 동행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물위에 떠다니며 살림하는 집이란 뜻인 ‘부가범택(浮家汎宅)’의 꿈, 즉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꿈을 일시나마 실현한 것이었다. 한강가의 늙은이라는 의미의 열수옹이라 자처했던 정약용의 18년 여생은 세상에 대한 울분과 좌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써내려간 인생 2막이었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메타버스와 교육의 ‘플라이 휠’ 효과

지난 6월 맥킨지 컨설팅이 발간한 ‘메타버스에서 가치창출(Value Creation in Metaverse)'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보면 2030년이 되면 메타버스 산업 가치가 최대 5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페이스북이 메타로 기업명을 바꾸면서 그해 100억 달러(약13조원) 투자발표를 한지 불과 10년이 안되어 메타버스 산업의 가치를 5조 달러까지 전망한 것이다. 아마존의 창시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아마존 플라이 휠 효과’는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시대 경쟁자인 구글, 메타, 애플 중에서도 전문가로부터 아마존을 최후의 승자로 예상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전략 차별화 요소이다. 플라이 휠 효과란 ‘거대하고 무거운 플라이 휠을 한 방향으로 한 바퀴 한 바퀴 돌리면서 임계점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때, 어느 순간 손을 떼어도 거대한 플라이 휠은 자동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동하는 바퀴에 에너지가 축적되어 어느 시점이 되면 거대한 수레바퀴가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플라이 휠 효과란 성장(Growth) → 낮은 비용 구조(Lower Cost Structure)→ 낮은 판매 가격(Lower Prices) →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등 4개의 가치사슬 사이클이 선순환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성장을 통해 더 큰 성장을 견인하게 된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접점에서 탄생한 메타버스는 ‘더 저렴하고 더 나은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메타버스 사용자 기반이 증가하고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활성화 되고 따라서 관련 콘텐츠와 가상자산의 거래가 증가하는 플라이 휠 효과에 도달하고 있다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자사의 분석보고서에서 강조한다.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활용 케이스의 개발은 일반적으로 가속화된다. 인터넷 기반의 PC와 모바일 연결성이 그것이다. 비록 메타버스와 그 개발을 촉진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COVID-19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용자기반의 확대는 앞으로 몇 년 사이에 기술적 진화를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교육에서의 메타버스 플라이 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까? 비록 거대한 수레바퀴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초기이긴 하지만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 디바이스(Device) 등 소위 교육분야 에듀테크의 CPND모델의 성장속도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미국의 교육학자 에드가 게일(Edgar Gale)의 학습의 원추이론(Cone of Learning)외에 딱히 설명되고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63개 전문대학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버시티(Metavercity)’ 플랫폼 진화를 지켜보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의 학습효과는 물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더 큰 교육적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다양한 온라인게임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안에서의 공유·협력의 정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더 저렴하고 더 다은 기술’들이 계속 진화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의 ‘학습경험→데이터축척 →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 → 맞춤형 학습’이라는 플라이 휠 효과는 생겨날 것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그 큰 수레바퀴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조훈 서정대학교 교수·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의융합콘텐츠개발원장

[천자춘추] 퇴직 준비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

우리나라의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하나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는 매우 부족하다. 2021년 고령자통계에 의하면 혼자 사는 고령자의 33.0%는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만, 고령자의 67.0%는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을 반영하듯이 남성의 43.8%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그러나 여성은 29.6%만이 노후 준비를 한다고 응답해 남성이 여성보다 14.2%가 높은 편이다.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이 36.0%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예금·적금이 31.2%였으며 다음은 부동산 운용이 11.8% 등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이 노후생활을 위한 퇴직 준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있어서 퇴직 이후에 노년기의 빈곤은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 대부분은 퇴직에 대한 준비나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가 퇴직하기 불과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퇴직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그 효과가 크고, 특히 40세를 전후해서 퇴직 준비계획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퇴직준비프로그램(Pre-retirement Planning Program)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퇴직 5년 전부터 퇴직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최소한 퇴직 1~2년 전부터는 시작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노후준비지원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 법에 대한 대국민 홍보 부족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근로자는 매우 적은 편이다. 또한 퇴직 준비를 위한 영역은 매우 다양한데 본 법안에서는 퇴직 준비를 단지 재무, 건강, 여가, 그리고 대인관계 등에만 국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퇴직 준비의 ‘경제적인 대책’에만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단지 재무적 대책만으로 노년기의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퇴직 후 성공적인 노후생활(Successful Aging)을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퇴직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외국에서는 퇴직준비프로그램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서 기업을 중심으로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소득 대책, 건강관리, 고용대책, 여가활동, 법률 대책, 그리고 심리·사회적 대책 등의 다차원적이고 포괄적인 퇴직 준비계획을 10년 이상 장기적인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퇴직예정자들을 위해서 퇴직준비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퇴직준비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기업들과 근로자들에게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또 기업은 기업복지 측면에서 근로자를 위한 퇴직준비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퇴직 준비 관련 전문인력들도 양성해 나가야 한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천자춘추] 건축사 의무가입을 위한 조건

지난 7월15일 경기도건축사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건축사 500명에게 ‘건축사 의무가입과 건축사의 사회적 책무’를 주제로 1시간 동안 윤리교육을 진행했다. 단순히 건축사로서 건축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생길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현재 건축사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 건축사들의 사회적 기여, 재능기부, 사회적 역할을 통해 이익집단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 대행자 또는 공생관계에 있는 건축사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함께 스스로 자정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서로 노력하자는 당부를 했다. 오는 8월4일을 기점으로 신규 업무신고 건축사는 대한건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미 업무신고를 등록하고 건축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존 1천200여 명의 비회원 건축사들도 2023년 8월3일까지는 의무적으로 대한건축사협회에 가입해야 한다. 건축사 의무가입 당시 모두의 찬성은 아니었지만 대다수의 건축사들은 건축사 의무가입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현재의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법안들의 구심점이 하나로 통합되어 한 목소리를 낼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건축사 의무가입에 대한 찬성표를 던져 의무가입이 통과된 점을 인식한다면 대한건축사협회나 이에 동조한 건축사들의 책임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해체 계획서 작성자 또는 검토자가 해체 감리 우선 배정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입법예고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경기도청에서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입법 예고 반대 공문을 국토부로 송신했고 경기도건축사회에서도 반대 공문과 함께 경기도 내 해체 공사 감리 업무을 수행하고 있는 850명 건축사들의 반대 서명을 국토부에 제출 하였지만 어제 경기도청을 포함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시·도에 반대 요청을 수용 할 수 없다는 공문이 일선 시·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왜 국토부에서는 대한건축사협회, 17개 시,도건축사회 하물며 해체 감리를 수행하는 실무 건축사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법안을 왜 그들은 강행하려고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면에는 불신이라는 크나 큰 장벽이 있는 것 같다.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민원인들이나 각종 관련 단체들로부터 해체 감리비, 건축공사 감리비용, 현장 조사 검사 대행 수수료, 역량있는 건축사 등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건축사들을 판단함에 있어 사회적 파장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의 역할보다는 자신들의 업역이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각인되지 않았나 싶다. 비용을 요구할 만큼 업무 수행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비용이 적정한지 한 번 쯤은 고민해 보고 발주자나 수급자 모두가 이해하는 정도의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정비하고 주관하는 국토부에서도 편협된 생각보다는 협치가 우선 되어야 한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의무가입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한 경기도건축사회 자체조사 결과 현재 경기도 내 건축사 업무신고 등록 업체 중 10~15%정도가 실체가 없는 건축사사무소 또는 사무실은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건축사 사무실들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조사검사 대행업무나 공사감리 배정에 따른 유령사무실이 존재함에도 이를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경기도청이나 일선 시·군에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오는 8월4일이 되면 건축사 의무가입시행이 되면 서류 한장으로 대한건축사협회와 시·도 건축사회 입회가 논스톱으로 이뤄짐으로 인해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더 이상 경기도 소재 건축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민·관, 즉 경기도건축사회와 경기도청이 건축사사무소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합동 실태 조사 기구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경기도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천자춘추] 팬데믹시대 경계•접경서 공존 희망 찾아야

오랜 분단으로 사실상 반도가 아닌 섬이 돼 버린 대한민국에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인위적으로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접경지역이 된 채 소외와 단절의 고통을 겪어온 곳들이 있다. 인천에는 강화군이, 강원도에는 철원·화천·고성·양구 등 4개 군이, 경기도에는 고양·파주·김포·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 7개 시·군에 걸쳐 접경지역들이 있다. 이들 지역은 저마다 처한 조건과 상황이 다르지만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생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경기도 접경지역의 인구는 고양시가 100만명이 넘고 파주시 48만명, 김포시 48만명 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를 보이며 양주시 24만명, 포천시 15만명, 동두천시 9만3천명, 연천군 4만2천명으로 인구 수 10만명 이상의 접경지역은 5곳인데 신도시 개발지역 및 지방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편중돼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접경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한 통제와 규제에 따라 토지이용 측면에서 한계지역으로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거주환경의 불리 및 지역경제의 낙후 등은 접경지역의 이용에 있어서 부분적이고 선별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특성과 개발의 한계성을 충분히 고려해 토지이용과 지역개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접경지역 균형발전 연구’에 의하면 주민들은 접경지역이라는 이름에 묶여 오랜 기간 제도적 제약과 안보 상황에 따른 직접적 위험을 감수해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7개 지자체 주민들이 공통으로 접경지역의 인지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접경지역간의 연대와 공동대응, 접경지역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주도성 확보, 법·제도의 완화 등에 대해 높은 요구가 있었다. 이제 국가균형발전의 개념을 남북한 접경지역까지 확대해 접경지역의 도시가 남북화해협력 시대를 준비하는 주도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다만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새 정부와 새로 구성된 경기도, 경기도의회는 접경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더 큰 관심과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오형민 부천대학교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천자춘추] 화재 초기대응의 중요성

지난 6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응급실 내 의료진들이 직접 소화기 등을 사용해 화재를 진압했다는 뉴스를 관심 있게 본 기억이 있다. 해당 뉴스에서는 늦은 밤 술에 취한 남성이 아내의 진료가 늦다며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다 앙심을 품고 2L 정도의 페트병에 담겨진 휘발유를 바닥에 쏟아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옥내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내 화재 진압을 시도하는 등 평소 훈련했던 상태로 초기에 잘 대응해 단 1분 만에 화재를 진압하는 등 아주 잘 대처했다. 방화로 일어난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내 초기 대응이 적절히 이뤄짐에 그 피해가 거의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응급실이라는 특성상 술에 취한 사람이나 불특정 다수의 위급한 상황이 다수 발생할 수 있기에 상시 피난이나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모의 훈련을 실시함으로 각자 자신의 역할에 대하여 항상 숙지하고 있어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여 화재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답변했다. 이미 일어난 화재에 대해서는 초기 대응이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풀이다. 그렇다면 화재에 대한 초기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본인이 화재 시에 본연의 업무를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또 그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물 내 ‘자위소방대’라는 비상 대응 조직을 편성하도록 법으로 정한 바 있다. 소방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소방관들과는 달리 비상시에 건물 내외 비상 연락, 화재의 초기 소화, 사람들의 피난 유도 및 인명·재산 등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편성되는 건물 내 자율적인 안전관리조직이다. 보통 소방안전관리자라는 건물 내 소방 담당자가 있기는 하지만 비상시에 모든 일을 혼자서 다하기는 어렵기에, 필수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편성된 자위소방대는 미리 본인이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평상시 훈련된 본연의 업무를 숙지하고 비상시에 그에 따른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비상연락 업무를 맡은 사람은 건물 내 화재 사실을 신속히 전파함과 동시에 소방서에 신고와 인솔을, 초기 소화의 업무를 맡은 사람은 기본적인 소화기, 옥내소화전 등의 사용 방법을 숙지하여 화재 진압 시도를, 피난 유도의 업무를 맡은 사람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고 시행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고 잘 대응하여 불현듯 찾아오는 화재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선민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중기 ESG 전략 수립 핵심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과 관련한 관심 중 핵심은 단연 순위 매기기(Ranking) 혹은 등급 매기기(Rating)와 같은 ESG 평가이다. ESG를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ESG 경영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자신들의 ESG 성과를 빈틈없이 관리하고 홍보하고 있다. 공급망에서 ESG 경영을 촉진하는 활동 또한 중요한 ESG 평가 항목이며, 이런 이유로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과 거래하는 공급사 혹은 협력사인 중소기업에게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공급망 ESG가 대다수 중소기업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규제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여러 중소기업을 만나서 ESG 경영 도입과 관련한 고충을 듣다 보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가 ESG 전략 수립이다. ESG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제한되어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ESG 전략은 조직 전반에 걸쳐 ESG를 통합하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전략은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경영전략과 연계되어 있어야 하며,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전략이 고려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ESG 경영 추진의 기초가 되는 ESG 전략 수립 활동의 핵심은 무엇일까? 조직이 ESG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ESG 이슈를 다루기 위한 우선순위과제(Priorities)를 ‘선택’해서 보유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선택(Choice)이라는 말은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바탕으로 임직원의 논의를 통해 후보과제 중 중요한 과제를 고른다는 말이다. 이를 통상 전략과제라고 부른다.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서 조직의 ESG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과제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순위과제는 이슈 중요성 평가를 통해 우리 조직이 사회에 만들어내는 영향(Impact)의 크기를 기반으로 중요한 이슈(Material Issues)를 찾아내고, 도출한 중요이슈와 관련한 우리 회사의 강·약점을 반영하여 만들면 된다. 특정한 조직이 모든 ESG 이슈를 다루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회사가 잘 하는 것, 우리 회사가 하면 경제, 환경, 사람(Economy, Environment, People)에게 미치는 효과가 큰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기여하는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경영 환경 관점에서 중요한 ESG 이슈를 찾아 우선순위과제로 만드는 노력이야말로 전략 수립 활동의 핵심인 것이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신한대 ESG혁신단장

[천자춘추] 물가쇼크·금리인상·부동산 거래절벽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도 동월대비 무려 9.1%로 나왔다. 당초 8.8% 수준으로 예상을 뛰어넘어 1981년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에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자이언트 스텝(0.75%p) 아니면 울트라 빅 스텝(1%p) 금리인상의 선택지만 남아 있다. 한국은행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빅 스텝(0.5%p) 올려 2.25%로 만든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이렇게 나오자 한국은행이 빅 스텝이 아닌 자이언트 스텝으로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한국은행에서 올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세 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총재는 0.25%p씩 세 번을 올려 올해 말까지 3% 기준금리를 가겠다고 한다. 금리역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말 우리는 3%, 미국은 3.5%~4% 기준금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 흐름도 사실상 꺾였다. 2021년 4분기부터 거래가 줄어들면서 2022년 2분기까지 9개월 동안 거래절벽 상황이다. 지금의 거래절벽은 지금까지 거래절벽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는 매수인은 사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세가 부담돼 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발생한 매도인 우위시장의 거래절벽이었다면, 지금은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꺾여 발생한 매수인 우위시장의 거래절벽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얼마나 금리가 올라갈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매수인이 전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대출을 받을 바에는 월세로 전환하거나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2022년 7월 현재 1금융권 대출금리는 4%중반 이상이고, 예금금리도 3% 훌쩍 넘으면서, 올해 말 1금융권 대출금리는 5~6%, 예금금리는 3.5~4% 정도 될 것 같다. 이제는 자금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세우고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일시적 2주택이나 양도세 중과 한시적 면제를 이용해 주택 수를 줄이려고 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되지 않자 아우성을 치면서 패닉 상태로 가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매수자를 찾아볼 수 없는데 무작정 가격만 낮춘다고 거래가 되지 않는다.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간 후 이 정도면 물가도 안정되고 금리를 더 올리지 않겠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필요한 사람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거래가 될 것이다. 금리인상의 불확실성 공포가 제거될 때까지 자금계획을 다시 세우면서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천자춘추] 수요일엔 ‘K-ROSE’를 선물하세요

장미는 겹꽃잎이 화려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독보적인 존재다. 색깔별로 다른 꽃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로맨스의 상징물과 같은 꽃으로 여겨지고 있어 주로 연인간의 선물이나 결혼식용 부케로 인기가 많다. 꽃중의 꽃 장미는 그 종류가 2만5천여종이 넘을 만큼 다양해 장미 시장은 세계 장미들의 각축전을 방불케 한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국내 육성 장미의 낮은 내수 점유율 확대와 수출 시장 진출을 위해 신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장미 재배농가의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1997년 장미 신품종 육성에 착수해 2001년부터 현재까지 79품종을 개발해 품종 출원했다. 2005년부터 육묘업체에 통상실시를 통해 현재까지 307만주를 농가에 보급해 화훼 도매시장이나 가까운 화원에서도 우리 품종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09년부터 경기도 개발 품종의 해외 판매를 시작해 국내 최초로 해외로부터 로열티를 받기 시작했다.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33개국에 딥퍼플 등 17품종을 수출해 현재까지 720만주를 판매, 29억원의 로열티를 해외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장미 재배농가들은 국산 품종의 수익률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생산을 꺼려하고, 중도매인 등 유통관계자는 국산 품종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경향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해외 품종 수출 및 중도매인 대상 홍보 등을 통해 국산 품종의 신뢰도를 향상시켜 최근 보급된 ‘캐롤라인’ 품종의 경우 양재동 화훼 공판장에서 네덜란드 인기 품종과 동일하게 높은 가격을 받는 품종이 됐다. 경기도 개발 장미를 확대·보급하기 위해 2021년 9월 ‘경기도장미연구연합회’를 조직했고,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한국플로리스트협회, 경기도장미연구연합회가 지난 4월에 ‘경기도 육성 장미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전국 최초로 오는 21일에는 한국플로리스트협회와 ‘K-ROSE 작품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22일~23일 양일간에는 수원역에서 ‘경기도 육성장미 품종 및 입상작’을 전시한다. 앞으로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육성 장미의 수출과 국내 보급 확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시범사업 추진과 장미를 활용한 가공품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힐링을 선물해보자. 오는 수요일에는 경기도 장미 ‘K-ROSE’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을 전달해 보면 어떨까?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지역주택조합의 늪

목적지에 도달하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더디지만 성실히 가다보면 갈 수 있는 길과 지름길이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길이 있다. 앞에 늪이 있다. 무사히 건너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빠져나오지 못하면 갇혀있을 것이다. 목적지는 내 집 마련이다. 최근의 집값을 보면 내 집 마련의 꿈은 아득하다. 보금자리 마련이 갈수록 요원하다. 그런데 많지 않은 자본으로 내 집 마련과 시세차익 소문을 듣는다. 3천만원~5천만원 초기 조합가입비를 지불한 결과물이다. 중도금과 잔금도 대출을 받아 초기 조합가입비 정도와 약간의 추가금만 들었다고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분양가가 자유로워 일반분양 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다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도 너무 매력적이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현금을 입금하고 조합에 가입한다. 재개발 등과 다른 구조를 갖는다. 법률이 다르다. 재개발 등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적용을 받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적용을 받는다. 법률이 다르니 절차와 조합원자격이 다르다. 지역주택조합은 다수의 무주택자(주거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 기존 주택소유자 포함)가 조합을 설립하여 사업 부지를 확보, 행정관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와 함께 주택건설 사업을 시행하는 제도이다. 장점이 많아 보이는데 왜 사회적 문제가 될까? 순수한 민간 주택 공급 성격이 강해서 재개발 등에 비해 지자체 등의 통제가 거의 없다. 운영진 비리의 온상이 되기 쉽다. 또한 절차 중 동의율과 토지확보 기준이 매우 어렵다. 조합설립의 경우 재개발은 소유자의 4분의3의 동의가 요건이나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대상 대지의 80%이상의 토지사용 승낙서 및 15%이상 소유권 확보가 요건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가입과 공동매입 하여야 하는 토지소유자의 매각 동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토지소유자라는 또 다른 관계인이 존재한다. 지역주택조합의 행정상 최종단계인 사업계획승인 요건은 토지의 95%이상을 조합이 소유권 확보를 해야 한다. 5%이상의 토지소유자가 반대하면 착공이라는 다음 단계가 없다. 비용이 증가하고 시간이 지연 된다. 지역주택조합의 일반적 성공 확률은 30%가 채 안 된다. 희망을 유지하기에 너무 낮은 성공률이다. 재개발 등과 큰 차이점은 사업진행을 추진하다 무산된 뒤의 결과물이다. 재개발 등에 조합원이 되는 것은 해당 구역 내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소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금을 납부하고 사업대상지 토지를 매입하는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재개발 등의 사업 무산 시 주택 등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투자금이 매몰비용으로 녹아 없어지게 된다. 중간에 지역주택조합원 명의의 사업비 대출이 실행된 경우 부채마저 떠안는다.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회자되는 웃지못할 격언이 있다. “원수진 사람이 있으면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권유해라.”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은 아직 많이 있고 서민들이 가입을 한다. 이유는 성공확률이 0%는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만 한다면 낮은 분양가로 새 아파트를 마련하고 시세차익도 있다. 희망이 모든 단점을 덮는다. 국회차원의 구체화 움직임은 아직 없다. 잘만 되면 대박이지만 안 되면 모든 것이 제로가 되는 게임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늪으로 들어가지 않고 조금 돌아가도 꾸준히 목적지로 나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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