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조지 W 부시의 한·미 두나라 대통령 전화통화는 시의 적절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먼저 노 대통령에게 걸어온 이 통화는 15분여에 걸쳐 진지한 의견이 교환됐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적극 배제된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차단, 북 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거듭 다짐된 것은 미국의 선제 공격이 없을 것으로 보아 안도감을 갖게한다. 북·미간의 그간 경쟁적 강경책으로 불안감이 조성된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외교적 노력에 의한 해결을 재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 일관된 우리측 주장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라크 문제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것은 현실적 국익을 감안한 것으로 보여져 이해할 수가 있다. 부시의 대이라크 전쟁 정책을 비판해온 본란은 아직도 그같은 생각엔 변함이 없으나,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그같은 외교적 지지표명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또 노 대통령의 지지는 가히 고립 상태에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상당한 힘이 실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관계에 문화적 차이로 야기된 정서적 갈등이 한동안 심화돼 우려된 바가 있었으나 이번 두나라 정상간의 전화 통화로 상당부분의 앙금이 희석될 수 있게 된 것은 양국을 위해 심히 다행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방미를 직접 초청한 것 또한 눈 여겨 볼만하다. ‘제 집무실의 손님으로 오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방미를 진심으로 바라며 훌륭한 방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정중한 초청은 우리측이 지닌 동맹관계의 높은 비중을 시사했다고 보아진다. 한·미 관계엔 앞으로 논의돼야 할 현안이 여기에 열거할 수 없을만큼 참으로 많고 모두가 중요한 것들이다. 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하여 두 나라 정상이 갖는 허심탄회한 대화는 의미가 아주 깊다. 북 핵 문제 역시 이번 전화통화로 이미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외무회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해법이 모색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미 관계에서 친미나 반미의 편향된 시각은 무익하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불가피한 파트너다. 두 나라의 공동이익 증진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는 동반의식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한·미 관계가 물론 순탄하지마는 아닐 것이나 우호적 동맹관계의 본질엔 다름이 있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노무현·조지 W 부시의 한·미 두나라 정상의 전화회담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문화관광부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PC방과 비디오방, 노래방 등에서 도박 및 사행행위를 일절 할 수 없도록 하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10일 입법예고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개정안에서 특히 노래방의 음성적인 술 판매를 엄격히 규제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주류의 판매·제공 뿐 아니라 보관행위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강화한 것 역시 타당하다. 현행법상 주류보관 행위는 명시되지 않은 채 시행령에만 행정처분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강력한 단속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류판매 금지를 강화한 것은 노래방이 유흥업소화하고 주부 탈선의 온상으로 둔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노래방들이 여성 도우미를 수시로 고용해 가정 파괴는 물론 청소년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쳐 온 것은 이미 전국적으로 대두된 사회문제다. 주부에서부터 대학생, 일반 직장여성, 조선족 여성, 여고생까지 노래방 도우미로 나섰고, 심지어 남성 도우미를 찾는 여성 손님들도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중 주부가 80%를 넘는다니 가정 파괴는 불을 보 듯 뻔하다. 이들 도우미들은 대개 시간당 2만원의 봉사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소위 2차로 외부로 나가 윤락행위를 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부들이 가정을 버리고 아예 노래방 도우미로 전업을 하는 사례도 많다. 뿐만 아니라 방학을 이용한 중·고생들의 아르바이트까지 발생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여성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출입구에 부착하는 모범 노래방의 경우,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거나 왔다가 그냥 나가 버리는 풍조 또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건전한 노래방 문화가 퇴폐·향락 장소로 변질된 것은 관계당국의 단속소홀과 무관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법규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법적규제가 시행되기 전 노래방 업소들이 자정노력을 계속한다면 원래의 건전한 노래방 문화를 되찾을 것이다. 노래방업소들의 협조가 기대된다.
말엔 품격이란 게 있다. 논리적 품격과 감각적 품격으로 구분된다. 품격은 장합에 따라 또 수준이 다르다. 의회에서의 언어 품격은 고도성이 요구된다. 의회의 권위를 위해서다. 어제 가진 경기도의회 180회 임시회 도정 질의 가운데 품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있는 것은 유감이다. 어느 도의원이 지방분권 강화를 지방의원 유급화 및 보좌관제 도입을 들어 강조한데 이어 문제의 그같은 발언이 있었다. 그 도의원은 지방분권은 지방예산의 증액임을 전제하면서 유급화와 보좌관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의 도입엔 지금의 도의회 연간 운영비보다 약 5배로 추정되는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지방의회 운영비는 국고 보조나 지원 등 대상이 될수 없으므로 지방재정이 부담해야 하며 이는 곧 주민의 세부담이다. 지방분권 강화가 주민 부담의 가중으로 연결돼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오늘의 논제가 아니므로 더 거론하지 않겠다. 문제는 유급화와 보좌관제 도입 강조에 이어 갑자기 도지사와 교육감은 ‘부정부패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한 요구에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인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 부정부패 추방은 일상적 원칙이다. 질의 내용이나 작금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전혀 무관한 이같은 돌출 발언은 논리적 품격의 미흡이다. 개연성을 두고 구체성을 강요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기도 하다. 전날 미리 집행부측에 보낸 질의서 내용은 더욱 놀랍다. ‘XX질 하지 마십시오’ ‘XX질 하지 않겠다는 것을 경기도민과 국민들에게 약속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대목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이성을 의심케 한다. 감각적 품격의 상실이다. 이에 도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본지의 보도로 비록 그 대목이 본회의 발언에선 ‘부정부패’로 바뀌긴 했으나 논리적 및 감각적 품격상 부적합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면할 수 없다. 어떤 작위적 의도가 있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나온 말이라고 믿고싶지만, 어떻든 간에 품격에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의회의 신랄한 집행부측 추궁은 환영한다. 그러나 추궁이 공격적일 수록이 논리 또한 앞뒤가 정연해야 한다. 그래야 집행부에 대한 압도가 가능하다. 논리가 따르지 않는 공연한 객기는 의회의 권위를 위해 고려돼야 한다. 본란이 이를 거론하는 것 역시 도의회를 아끼고자 하는 충정에서다. 도정 질의가 좀 더 시책 중심으로 접근하여 보다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판단을 갖는다.
지난 주말 봄비가 내려 이제 본격적인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추운 겨울에 얼었던 땅이 녹아 내리고 또한 건물 등과 같은 구조물이 점차 이완되면서 붕괴 등 여러가지 위험성이 내포되는 것이 해빙기의 특징이다. 특히 시멘트 담벽이나 야산의 절개지 등은 해빙기와 더불어 안전대책이 가장 시급한 지역이다. 이런 해빙기 안전 대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현재 본보는 수차례에 걸친 시리즈 기사를 통하여 해빙기 안전점검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나, 관계기관이나 주민들의 해빙기 안전 의식은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경기지역은 지난 수년째 어느 지역보다도 해빙기에 많은 피해를 보았다. 수도권에 위치하여 인구가 급격히 증대됨으로써 아파트 신축, 도로 건설 등 각종 건축 공사가 진행돼 그 만큼 사고의 위험성도 많다. 특히 건축과정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로 인하여 해빙기만 되면 축대, 절개지 등의 붕괴 위험성이 도내 곳곳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더구나 이런 위험 지대가 확실한 안전대책도 없이 여름철까지 이어져 큰 피해를 당하는 사례를 그 동안 많이 경험했다. 우선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가 수행해야 될 해빙기 안전 대책은 붕괴 등 안전에 위험성이 있는 건물이나 지역에 대한 실태파악이다. 단순히 탁상에서 안전 위험 지대를 파악해서는 안된다. 현장을 철저히 점검, 안전 위험성 정도에 따른 분류를 통하여 사전 예방은 물론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자체는 해빙기 안전대책반을 구성, 자연부락단위까지 세밀하게 위험지대 실태를 파악하여 효과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관련 행정기관들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는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재난·재해는 사고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사고시 긴급한 신고체계를 확립하여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도 예방 이상으로 중요하다. 지난 11일 도 소방본부에서 시연이 있은 재해·재난 현장 위성 중계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의 안전의식, 철저한 점검과 예방책만이 해빙기에 사고의 위험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해빙기 안전시설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유독물 취급업소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는 큰 경각심을 준다. 경기도가 유독물 유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도내 636개 유독물 취급업소 중 27개 업체가 유독물 보관소의 잠금장치 훼손, 관리대장 미기록 등으로 적발된 것은 사전 예방 차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독물 취급업소가 유독물 관리대장을 기록하고 영업실적을 보고하는 것은 기본업무다. 유독물 잠금장치가 완전하고 유독물 표시를 부착하는 것도 그렇다. 패킹이 노후, 기성 소다가 새면서 하수관을 통해 누출된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다. 만일 유독물 잠금장치가 계속 풀렸거나 유출된 기성소다가 만연했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최근 안양에서 발생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 있는 용기 분실 사고만 해도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다행히 용기를 찾기는 했지만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입혔을 방사능 물질 취급을 무허가 업체에 대여했고, 분실 후 하루가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현재 방사능 동위원소를 판매 및 사용하는 기관은 정부에 사용허가를 받거나 신고토록 돼 있다. 하지만 방사성 동위원소를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2천여 기관중 절반가량이 사용허가증이 아니라 신고필증만 교부받아 방사성 물질을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신고기관은 법적으로 방사성안전관리자를 둘 필요가 없어 방사능 물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조차 파악할 길이 없고 과학기술부도 신고기관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경기도가 지난 해 6월부터 12월까지 유독물 취급업소를 해당 시·군과 합동점검을 실시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안양에서 발생한 방사성 동위원소 용기 분실사고를 거울 삼아 유독물 취급업소에 대한 시설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경기 북부지역, 특히 파주시와 연천군 등의 갈수(渴水) 대책은 정부차원에서 나서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사태 발생 우려가 있다. 최근 강수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임진강 상류 수위와 파주시 임진강 하류 수위가 평균보다 훨씬 낮게 두 차례나 갑자기 떨어졌던 것도 범상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임진강 상류 북한 댐의 일시 담수로 인한 수량(水量) 감소의 가능성이 또 다시 제기되면서 임진강을 수계(水系)로 두고 있는 파주시와 연천군은 여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아니다. 본란이 누차에 걸쳐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북한은 임진강이 상류에 있는 지리적 여건을 최대의 무기로 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진강 수량 변화는 가뭄과 장마보다 북한측 댐 방수량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북방한계선 1km 지점에 황해도 토산군 임진강 지류 협곡을 막아 10여m 높이로 저수량 3천500만t 규모의 ‘4월 5일 댐’을 2001년 3월 완공했고, 북방한계선 40km 황해도 금천군 황강리 일대 임진강 상류에도 저수량 3억 ~4억t 규모의 ‘황강 댐’을 건설중인 것으로 2002년 12월 밝혀졌다. 이를 대비해 연천군이 군남면 연천취수장 인근에 임시 수중보(水中洑)를 설치하고 파주시도 금파취수장 임시수중보 및 콘크리트 수중보 설치 등 수위 조절 대책을 2월초 마련했다. 하지만 이 대책은 강물을 도랑둑으로 막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남·북 공유하천 정보교환을 통한 임진강 수계 공동관리다. 국제법에서 공유하천의 경우 당사국의 동의없이는 유역을 변경 또는 물길을 돌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북한의 협조 없이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차선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진강 하류 군남 홍수 조절지의 저수규모를 현재 7천t에서 1억 3천만~2억t 규모로 증설하는 일이다. 또 건교부에서 추진하는 지하댐 건설 계획에 파주·연천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북부지역 주민들의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경기도가 최근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인 산업단지, 물류단지 조성 등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물부족 해결에 남북경협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 북부지역 주민들은 임진강의 수십cm 수량 변화에도 초긴장, 불안해 하고 있다.
부시의 명분없는 이라크 공격의 디데이 결행이 오는 17일 이루어진다면 전쟁 후의 일이 더 큰 문제다. 전쟁은 미군의 일방적 게임이 되므로 결과는 뻔하다. 미국의 승리가 결코 미국의 축제가 될수 없으므로 하여 전후의 일이 더 복잡하다. 미국의 전쟁 후유증, 미국 경제 침체의 심화, 부시 재선의 불투명, 이같은 미국 자국내 관측은 그들 국내 일이므로 그렇다고 칠 수가 있다. 세계 경제난의 가중, 부시의 지도력 위기가 가져오는 서구 중심의 새로운 국제정치 블록화 등 차후의 세계질서 혼란이 참으로 염려된다. 이 과정에서 부시는 이라크전에서 승리하고도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핵 문제와 관련된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직접적 관심사는 바로 이 대목이다. 부시는 이라크 문제를 연일 제기하는 가운데서도 북에 압박을 계속 가해 왔고 북의 대응은 그럴수록이 더욱 강경해져 미사일 연속 실험 발사 등으로 맞받아 치기에 이르렀다. 이라크 문제 이후 본격화가 우려되는 북·미관계의 악화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곧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 상황이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북 핵에 대한 우리의 타개책이 무엇인가를 잘 알 수가 없다. 북의 핵 용납 불가, 평화적 해결 다짐은 지극히 원론적 수위다. 지금은 원론적 수사로 북·미 대결의 평화적 해결이 기대되기 어려운 단계다. 정부의 고충은 짐작이 간다. 북 핵 해결의 외교적 대처를 미리 밝히기가 어려운 애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또 미국과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시일이 요할 것이다. 더욱이 부시의 강경일변도가 자국에서도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서는 이견 조율에 덮어놓고 부시의 의견에만 따라 갈 수가 없다. 우리가 걱정되는 것은 이런저런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새 정부의 대외 밑그림이 너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가시적인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데도 아직 이런 게 없다. 미국과 이라크전 후의 국제정세, 대미외교, 북 핵 해결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새 정부의 구상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국내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외 문제 또한 중요하다. 현안의 외치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국민에게 체감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초·중고등학교의 소방안전교육이 유명무실하다는 본지 보도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른 우리 사회에서 학교의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그래도 희생을 보다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초·중고등학교의 안전교육은 비단 학교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에까지 연장되는 평생교육의 기초가 되는게 학교의 안전교육이다. 이러한 학교 안전교육이 교과 단원에 제대로 편성되지 않거나, 소정의 교육시간마저 지켜지지 않고, 체험위주의 교육은 전무하다는 것은 우리의 교육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소방안전교육은 생활교육이다. 우리보다 안전이 발달된 선진국에서도 소방안전교육은 생활교육으로 철저히 이행되고 있다. 하물며 안전문제는 현대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로 절실히 요구되는 게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안전교육이 천대받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의식의 결함이다. 소방안전교육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다른 교육이나 특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안전교육을 등한시하고 교육부를 비롯한 당국 또한 이를 방관하는 것은 생활교육에 대한 인식이 모두 잘못됐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은 조령모개의 정책 혼선보다 잘못된 이런 의식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 대한 소방안전교육을 교육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과단원의 편성에서부터 체험교육에 이르는 안전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것이 참교육의 면모다. 소방안전교육을 대입 수능시험에 출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교육부가 이를 검토하지 않으면 경기도교육청만이라도 자체 방침으로 크게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바로 이런게 교육자치의 진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방어 차원에서도 학교의 소방안전교육은 아주 절실하다. 현대사회의 일상적 병폐인 교통무질서, 안전불감증도 과거에 이같은 학교교육이 없었거나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의 안전사고 방지는 학교교육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아래, 소방안전교육이 각급 학교에서 제대로 이행되는 방안을 교육개혁 차원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취임 이후 주요 교육 정책을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마구 발표하여 일선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과연 교육정책이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점을 가질 뿐만 아니라 혼선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 동안 교육부총리 인선을 둘러싸고 얼마나 큰 진통이 있었는데, 어렵게 임명된 교육부총리가 취임과 더불어 대입변경 제도등과 같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첨예한 관심 사항을 여과 없이 발표하여 교육정책의 일관성에 문제를 던지고 있다. 우선 윤 교육부총리는 취임 후 첫번째로 대학입시제도 변경을 시사하면서 현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바꾸고 학생부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것을 2005년도 이후 장기과제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 교육에서 대학입시제도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입시제도의 변경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과 수개월 전에 2005년도 대학입시의 대강이 발표된 마당에 장관 취임과 더불어 대입제도가 또 변경된다면 일선학교나 학생·학부모는 막심한 혼란을 겪게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대 공익법인화, 지방대 지원 확대, 기여입학제 반대 등도 언급하였다. 이중 서울대 공익법인화는 개인생각이라고하여 초기의 입장과는 다소 다른 태도를 나타내 과연 교육부총리의 입장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이미 일선학교에서 시행중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중단 내지 유보하겠다고 말했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일선학교에서는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장관이 취임하게 되면 해당 업무에 대하여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소신도 없이 장관을 한다면 단순한 조직 관리자 이외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장관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개인의 소신만 가지고 추진하는 것도 역시 문제다. 특히 교육부와 같이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도 교육 현장과 현행 정책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해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윤 교육부총리는 사전 충분한 검토 없는 즉흥적 교육정책의 발상으로 교육계를 혼란시키기보다는 교육 본질을 다루는 중·장기적 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난 4일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 내에 있는 소방국, 민방위국, 방제관실 규모를 확대하고 다른 정부 부처의 재난시 응급대응 기능을 이관, 재난관리청을 신설코자 재난시스템기획단을 발족시키기로 한 것은 비록 늦긴 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벽두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논란이 일고 있는 사항은 시정돼야 한다. 재난관리청이 대구지하철 참사나 수해 등 대형재난의 예방과 수습을 총괄하는 기구가 아닌데다 가장 중요한 소방관련 의견이 배제된 것이다. 특히 지난 3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선진안전관리체계 구축방안’ 회의에도 민방위재난관리국장만 참석하고 소방국장은 참석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회의에 참석한 교수 등 외부 전문가 3명 중 2명이 소방을 중추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재난시스템기획단이 발족될 경우 현장 중심이 아닌 일반공무원 중심의 재난관리청 신설은 옛날과 다를 바 없다. 위기관리 능력을 가진 소방 공무원 중심의 소방청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왔고,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소방청 신설을 공약한 바 있다. 이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자리를 만들어 만일 전문지식도 없고 경력도 없는 이들이 지휘계통에 포진한다면 예방도, 대응도,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물론 구체적인 재난관리청 조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각 부처 협조 업무 관계로 재난관리청을 소방공무원이 맡기는 힘들 것이라는 설도 돌고 있으나 전문성과 책임성이 없는 일반행정 관료가 최고 책임을 맡는다면 국가안전관리 실상은 또 다시 겉돌고 말 것이다. 재난관리청 신설엔 소방공무원들을 중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