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대미관에 동의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관에 동의한다. 대통령은 취임 직전에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태도에 대한 구체적 비판의 답변을 요구받았다. 이 자리에서 ‘나는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아내를 깊이 사랑한다’고 우회적으로 말한 것은 명답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한다. 미국과 결코 나쁜 관계가 되고싶지 않다. 하지만 껄끄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시는 대북관계, 특히 북 핵문제에 우리더러 자신의 강공책에 편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오직 이만이 한·미공조로 보아 우리의 다른 이견은 북을 돕는 것으로 이단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남북 교류협력은 북을 돕는다고 판단, 대북 화해정책마저 못마땅하게 여겨 은근히 단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견해를 같이할 수 없다. 미국이 북을 범죄자로 보든 어떻게 보든 우리에겐 대화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북 정권의 윤리성이 어떻든 간에 남북은 현실적으로 인접하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악의 경우 북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에 우리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연유 또한 이에 있다. 미국의 대북 공격이 자신들 입장에서는 자국 이익에 의한 대안의 불길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생사가 걸린 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못지않게 걱정스런 것은 국내 일부의 언론이다. 한·미공조를 맹종적 대미 추종으로 단정, 우리의 북 핵 주도적 해결 또는 중재를 당치 않는 것으로 보는 행태는 실로 경계해야할 신사대주의일뿐만 아니라 민족의 진운을 오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결코 방치할 수 없는 북의 핵무기 개발을 역시 전쟁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시 행정부가 조금만 물러서면 대화의 물꼬가 트일 북 핵문제를 두고 그들 자존심 살리기의 강경도 일변도로 치닫는 것에 우리까지 덩달아 동조하여 사태를 악화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38선을 미국이 만들었고, 그로 인해 한국전쟁의 비극이 일어나긴 했지만 미국 젊은이들이 피로써 지켜준 혈맹의 관계를 잊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사랑하는 우방이 아끼지 않는 충고를 귀담아 듣는 것이, 결국 자국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북 핵문제에 공론 형성을

북 핵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가지고 국내 각 사회단체간에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각종 토론회와 집회가 열리거나 또는 준비되고 있어 잘못하면 국론분열의 양상을 나타낼까 염려된다. 보수단체들은 오는 삼일절 시청앞 광장에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환영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가 하면,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정세가 국민의 여망과는 달리 긴장과 대결의 국면으로 긴박하게 변화하고 있어 우려되는바가 크다. 북의 핵개발 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회부되어 국제적 쟁점이 되었고, 미국은 이에 대한 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이라크와의 전쟁이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이러한 시기에 국내에서 북 핵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국론까지 분열되는 양상을 나타내면 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더구나 한반도 문제가 국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미국과 관련된 국제적 문제로 확대된 이상 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당연한 것이며 이를 위해 집회 등을 개최할 수 있다. 그러나 집회가 의견 개진을 넘어 국론분열을 심화시키는 양상까지 확대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상호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요구된다. 어느 일방의 논리에 의하여 주도되기 보다는 문제에 대한 인식의 공유를 통하여 해결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의 문제도 감정적 대응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전쟁억제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한·미관계는 상호주권이 존중되는 공조의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여하한 상황에서도 극단적인 논리에 의하여 문제를 접근하고 또한 이를 상대방에게 이분법적 사고에 의하여 강요해서는 안된다. 오늘 가진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앞으로 있을 한반도 문제의 각종 토론회나 집회가 국론분열이 아닌 공론을 모을 수 있는 슬기로운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盧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국민참여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오늘 역동적인 출발을 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의 3대 내정 목표와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 등 4대 국정원리 그리고 정치개혁, 교육혁신, 부정부패 척결을 비롯한 12대 국정과제의 강도 높은 추진이 작동됐다. 21세기 지향의 민족사적 새로운 진운의 시작이다. 대통령은 겸손과 내실속에 충만한 의지로 국정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포용정책을 이어가는 대북정책을 ‘평화번영정책’으로 전환, 대화해결·신뢰와 호혜·당사자 중심의 국제협력·국민적 참여와 초당적 협력 등을 제시한 4대 원칙은 남북이 공존 공영함으로써 장차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동북아 시대의 국익 개척은 남북 교류협력 등 한반도의 평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미관계를 ‘한미동맹 의미의 발전’으로 천명한 것 역시 적절하다. 취임 벽두부터 북 핵문제, 한·미관계 등 난제에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당선자 시절부터 반미배격 전쟁방지의 강력한 의지표명을 해온 대통령의 경륜으로 보아 좋은 해결이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내적 국민통합 실현 또한 매우 중차대하다.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로 금이 간 국민사회의 소모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구심점은 바로 새 정부의 도덕성 확립에서부터 시작된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개혁 추진의 주체부터가 스스로 개혁의 객체가 되는 부단한 성찰이 있어야만이 사회적 개혁불안이 해소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울러 국민사회도 달라져야 한다. 맹목적 냉소, 방관자적 비판의 일부 사회 풍조는 아무 유익함이 없다. 참여속의 비판과 건설적 관심의 소임을 이행하는 것이 이 시대의 소명이다. 어느 시대든 힘들지 않은 시대는 없다. 시대가 어려우면 정부나 국민이나 다같이 해야할 일이 있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해내고자 하는 적극적 도전의식이 요구된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역사의 전환이다. 우리 모두가 다같이 힘써 희망찬 새로운 한 마당을 열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하고 후손들을 위해서인 것이다.

국가적 재난관리 일원화해야

그동안 자연재해와 각종 대형참사를 숱하게 겪고서도 재난에 신속히 대처할 기구가 없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재해·재난 관련 업무가 13개 부처에 분산돼 있는데다 업무 영역의 구분도 불분명해 구호사업이나 사고 수습도 혼란과 지연을 가중시켰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의 경우, 사고수습과 정부지원 기능이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산돼 있다. 지난 20일 국회 재해대책특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재난관리청’ 신설을 촉구하는 특별결의안을 의결했지만 차기 정부는 이미 각종 재난관리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총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체계를 일원화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장관급으로 하고, 종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맡던 NSC 상임위 사무처장을 겸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함께 재난관리 및 대응기능 확대를 감안한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들도 재난을 유형별로 분산 관리하지 않고 통합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재난관리청 등 26개 관련기관을 국가안전부라는 독립적인 정부 부처 하나로 통합, 17만명의 방대한 인력으로 국가적 재난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 민방위청에서, 일본은 내각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가적 재난관리는 사후보상이 아닌 사전예방 중심의 재난 보호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나 지역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목록으로 작성,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또 재해·재난관리체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사유시설 피해보상을 위한 자연재해보험 제도 도입을 검토할만 하다고 본다. 산업재해나 대형 인명사고, 자연재해 등은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든 정부에 대한 비판적 정서로 이어지고 민심이탈을 낳는다. 국가안전보장회의 또는 재난관리청으로 일원화돼 각종 재해·재난을 예방차원에서 관리하기 바란다.

총리인준, 특검연계 당치않다

한나라당이 고건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대북송금 특검법안과 연계하는 것은 당치않다. 국회 인사 청문회가 행한 고 후보의 국정능력, 자질검증에 대한 평가는 국회의 권한에 속하므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인준 여부를 특검법안과 연계해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사리가 아니다. 인준 여부는 어디까지나 청문회 평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요량대로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청문회를 한 것인지 의아스럽다. 청문회 결과 인준이 타당한데도 민주당이 특검법안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부결시키겠다든지, 인준이 부당한데도 특검법안에 동의하면 통과시키겠다든지 하는 발상은 이제 청산돼야 할 개혁대상의 전근대적 술수다. 정치가 협상이긴 하나 술수가 협상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 거의 민주당과 버금가는 표를 얻고도 패배한 연유에 대한 반성이 아직도 미흡한 것 같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개혁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걸핏하면 발목잡기 일쑤인 잔재주 정치부터 탈피해야 한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고건 총리후보 동의안과 특검법안을 처리하는 내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다. 만약 총리 인준이 부결되면 새 정부 출범에 조각이 불가능해져 권력 구조의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이미 정권 교체기의 국정 누수가 심해 북 핵문제나 대미 대응에 새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이 요구되는 터에 조각이 불가능해지는 건 심대한 국가적 타격이다. 이도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결과가 현저히 부적부당한 것으로 평가된 것이라면 또 모르겠다. 그도 아니고 인사 의안을 먼저 처리해온 국회 관행을 저버리고 특검법안을 정략적으로 먼저 처리하는 의사결정 변경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그 결과에 따라 총리 임명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다. 국회는 국민의 국회이지 특정 정당의 국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략을 위해선 국가의 체모도 외면하는 술수는 이제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특검법안 처리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자유다. 그러나 총리 임명 동의안과 연계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일 수 없다. 어디까지나 별개로 분리 처리돼야할 의안이다. 한나라당이 대여 투쟁을 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를 좀 더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오는 25일 노무현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이 이제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5년전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정권 교체기가 미증유의 환란으로 고역이었다면, 이번 정권 교체기는 북 핵문제 및 한·미관계로 인한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현 정부는 임기말의 한계성, 차기 정부는 공식출범하지 않은 한계성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부시 미국 행정부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북 핵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일단 관망하는 것도 차기 정부의 출범을 기다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의 강력한 안정적 정책 발휘를 희구하면서 노무현 차기 대통령이 헤리티지 서울세미나서 밝힌 대미관은 매우 적절하다는 판단을 갖는다. ‘한국 전쟁 당시 피로써 나라를 지켜주었다’며 혈맹의 관계에 감사하고, ‘국민 대다수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반미설을 일축했다. 또 자신에 대한 좌파 시각은 오해임을 강조하고 북 핵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북의 개혁 개방을 촉구했다. 때 맞추어 부시 미국 대통령은 노무현 차기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양국 동맹관계를 더욱 새롭게 강화시켜 나가는 데 있어 긴밀히 협조하자’면서 ‘북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노력에 보다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대선의 공방 과정에서 오갔던 거친 언어를 당선되고 나선 정리 여과했음에도, 계속 말 꼬리를 잡는 것은 왜곡이다. 노무현 차기 대통령의 대미관은 어디까지나 수평적 관계의 정립이지 반미는 아니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의 헤리티지 연설과 부시의 친서는 새로운 한·미 협력관계 구축에 시사하는 긍정적 의미가 적잖은 것으로 관측된다. 상호방위조약 등 한·미 안보의 재검토론이 제기되긴 했으나 50년 묵은 틀을 다시 검토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보아 부정적으로 전망할 일만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엔 외국의 수뇌 및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청와대에서 첫 공식행사로 갖는 노무현·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두나라 정상회담, 파월 미국 국무장관 그리고 첸치천 중국 외교담당 부총리 등의 청와대 예방 등은 대북관계, 한미·공조, 북·일수교 등 주요현안에 깊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밖에도 유럽연합(EU) 영국, 러시아, 독일,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여러 나라 많은 곳의 거물급 지도자들이 대거 방한한다. 이는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 거는 기대로 해석된다.

우리 공군, 영공수호 이상없다

북 핵 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한미 양국군이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연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북 전투기의 NLL 침범은 우리측 대응태세를 떠보려는 의도적인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 17일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의무 이행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도발을 사전 준비한 흔적을 남긴 바 있어 대미 무력시위일 수도 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군은 북 전투기가 NLL 쪽으로 접근해오는 것을 이미 레이더로 포착, 서해상공 초계임무를 수행중이던 전투기 2대와 육지상공에서 임무를 수행중이던 2대를 투입했고 인천의 대공미사일부대는 즉각 전투대기 태세에 돌입했다. 또 북 전투기가 NLL을 넘은 시각인 10시 3분에는 수원전투비행단에서 대기중이던 2대를 더 발진시켰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우리 공군이 기민하게 대처한 것은 국민에게 무한한 신뢰감을 준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공군기가 NLL을 침범할 경우 3단계별로 대응하고 있는데 그 1단계가 ‘공군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 감시 시스템의 적기 포착이다. 우리 공군이 전국 20여개의 레이더 기지를 통해 북한 전역의 비행 전력을 감시하고 있다. 2단계로는 서해 상공을 24시간 초계 비행중인 공군 전투기에 즉각 출동명령을 내리고 이와 함께 한반도 중부 및 동해지역을 초계비행 중인 전투기들도 추가로 출동, 전력 지원에 나선다. 3단계는 지상전력의 전투태세 돌입이다. 북한 전투기가 지속적으로 NLL 남하를 시도하는 등 도발 징후가 높아질 경우 지상에 대기 중인 5분대기조 공군전투기가 비상 출격하고 나이키대공미사일도 즉각 발사태세에 돌입하는 가운데 해당 지역의 육군과 해군 전력도 비상태세에 돌입한다. 이같은 대응 조치는 길어야 10분 내외에 진행된다. 이번 북 전투기의 NLL 침범은 ‘또 다른 침범’을 행동에 옮길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비쳐 우리 군의 보다 튼튼한 국방태세 확립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시민정신 필요한 모방범죄 방어

대구지하철 방화범이 경찰에서 “자살을 결심했으나 많은 사람과 함께 죽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혼자 죽기 억울해 범행했다는 방화범의 이 말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우발·충동·증오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사건의 방화범은 개인의 불만을 ‘사회에 대한 대규모 무차별 보복’으로 표출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지난 2001년 한해동안 국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킨 각종 형사사건이 1천447건이라는 사실도 놀라웁다. 문제는 이같은 범죄가 점차 특정 개인 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엊그제 수원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방화 미수 사건만 해도 그렇다.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다른 손님과 싸움을 벌여 퇴장 당한 것에 불만을 품은 남자가 곧 바로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8ℓ 한통을 구입, 나이트클럽 입구 1층에서 3층까지 뿌리고 1회용 라이터를 켰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만일 나이트클럽 종업원이 발견을 못했거나 저지에 실패했다면 또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것 아닌가. 서울 도시철도공사 종합사무실에 종로쪽 지하철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는가 하면 아주대병원, 경마장 등에도 폭발 협박이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어린이 선교원에서 한 정신병자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0여명의 원아들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고, 12월에는 서울 방학동 지하철 1호선 앞에서 30대 정신 이상자가 시민 2명을 흉기로 찔러 경찰에 체포됐다. 요즘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돼 극장, 나이트클럽 등 출입을 금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비던 지하철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지금 경찰이 모방범죄에 대비, 지하철역 등 다중집합장소에서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경찰력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 수원 나이트클럽 방화를 저지한 사재홍씨의 경우처럼 공공을 위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대구지하철에서도 범인의 방화 직전 행위를 처음 목격했던 시민이 보다 강력하게 저지했다면 그 많은 시민들의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불특정 다수에게 가해지는 각종 돌발 사고 방지에 의로운 시민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총체적 안전대책이 절실하다

대구 대참사를 말하면서 지하철 시스템의 재편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대응이 있어야 함을 이미 밝힌바가 있다. 이어 거듭 언급하는 것은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고 보는 결연한 의지 변화의 전기가 바로 지금임을 거듭 강조하기 위해서다. 일상의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돌아보아 화재 붕괴 등 재해 위험으로부터 부단히 위협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히 하루 하루를 운에 맡기고 산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철 외에도 허점 투성인 것은 말과는 달리 정부 차원의 안전의식이 결여된 탓이다.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붕괴 참사를 경험하고도 졸속 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지경이다. 예컨대 신학기에 맞추기 위해 공기 단축을 강요받고 있는 교실 신·증축공사가 이러하다. 학교 공사만이 아니다. 공사 시방서가 무시된 공기 단축은 부실의 원인이 되는데도 공공사업부터가 공기 단축을 무슨 자랑인 것처럼 내세우는 풍조는 크게 잘못됐다. 백화점, 극장 등 다중집합시설은 거의가 밀폐된 컨테이너 박스처럼 재해로부터의 탈출이 막혔을뿐만 아니라 접객업소 또한 재해에 무방비 상태다. 지하층 업소는 말할 것 없고 지상층 업소 역시 창문을 포함한 벽을 가연성 내장재로 도배하다시피 하여 유사시엔 출입문 하나로 참사를 부를 지경이다. 인천 호프집 참사가 이러 하였지만 이같은 재해 가능성은 또 얼마든지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공공 및 개인의 다중 이용시설이 이처럼 허점투성이로 심각한데도 평소엔 간과하다가 재해가 터지고 나면 잠시 문제삼다 다시 간과하는 악순환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정부차원의 총체적 안전대책이 절실하다. 물론 단시일내 한꺼번에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실상 건축법과 소방법에 위배되는 접객업소를 행정처분하기로 하면 거의가 문을 닫아야 할 실정이어서 생업을 위협하게 된다. 또 단계적 개선으로 시일이 요하는 것도 많다. 따라서 이의 경과적 조치가 고려되는 대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안전의식의 확산이다. 선진 외국의 전문가들이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진 것을 그들의 안전의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말해준다. 학교 교육에서 시작되는 안전교육의 생활화도 중요하다. 학교의 안전교육은 장차 사회의 안전의식 생활화로 연결된다. 새 정부에서는 안전의식의 확산정책이 강력히 이행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한 사람의 광기가 빚은 대참사, 200여명의 사망자와 150여명의 부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시신조차 구분할 수 없을만큼 뒤엉킨 시커먼 떼주검의 현장은 지옥이 따로 없는 아수라장의 생지옥이다. ‘엄마!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다가 교신이 끊겼다는 어린 소녀의 마지막 핸드폰 통화가 가슴을 저민다. 세계 지하철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될 비극이다. 날벼락같은 화마로 억울하게 숨진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응분의 대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책 수립이다. 선진형 지하철 시설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일본이 1968년부터 전동차에 가연성 내장재 사용을 일절 배제하고 사린가스 사건 이후 지하철망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를 구축한 것은 우리 역시 도입이 절박하다. 승객이 비상벨을 누르면 전동차가 급정거 하면서 자동문이 절로 열리는 시설 장치도 시급하다. 정전으로 비상등이 꺼져 우왕좌왕하는 일도 없도록해야 한다. 이 모든 것 등은 이번에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면 인명피해를 보다 훨씬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아주 긴요하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다. 안전과 인명이 더 소중하다. 참상의 기억을 잊어서도 안되고 희석되어서도 안된다. 무책임이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의 개연성이 다른 지하철에도 상존하는데 문제가 크다. 권장돼야 할 대중교통수단이 위협받는 것은 사회 혼란이다. 대중교통수단의 안전보장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이밖의 다중 집합시설 역시 화재 등 재해에 속수무책인 곳이 숱하게 많다. 안전문제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원적 다각적 중·장기 대책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 대구 지하철 화재는 불길이 터널바람을 타고 급속으로 확산됐다. 칠흑속 유독성 연기를 뚫고 자신의 산소 호흡기를 실신자에게 대주는 등 목숨 건 소방관들의 구조활동이 있었다. 역무원 3명은 한 사람의 승객이라도 더 구하려고 현장에 뛰어들어 활동하다가 모두 순직했다.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대형 사고가 없도록 방지해야 하는 것은 당국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면서 부상자들이 하루 빨리 쾌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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