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성곽지역 옛모습 복원화

수원시가 계획하는 성곽내 시가지 일부의 정조시대 옛모습 복원은 능히 평가되는 사업이다. 유서깊은 화성이 이미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으므로 성내 40만여평 중 도로 등을 제외한 20만여평을 대상으로 200여년전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려는 복원사업은 성격상 앞뒤가 맞다. 화성과 어울리는 18세기의 도시면모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명소로 관광자원화 하기에 충분하다. 장안문·창용문 일대의 공원화, 화서문·동장대·동남각루·동지주변 정비, 전통거리, 화홍문앞 전수관, 장안문앞 문화시설, 행궁앞 광장조성 등 10대사업도 일단은 이해가 된다. 다만 이는 2020년까지 1조원을 들여 추진하는 장기사업인 점에서 일관성의 담보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직 이를 위한 조례 제정이 안됐으면 조례로 제정해 추진함으로써 앞으로 단체장이 바뀜에 따라 시책이 왔다갔다하는 폐단을 제도적으로 막아 두어야 한다. 아울러 미리 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고증을 위한 전문가와 지역사회의 공청회 등을 거친 다음에 상세한 내용을 확정짓는 신중성이 요구된다. 화성 성곽도시는 정조대왕이 심혈을 기울여 남긴 조선조 최초의 지방 도시계획 도시다. 이에 비해 오늘의 성곽도시는 영통권, 동수원권, 북수원권 등 위성도심권의 급진적 발달로 조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점에서도 성곽도심권의 구도시를 신흥도심권처럼 덩달아 무리하게 현대화 하기보단 복원화 해볼만 하다. 하지만 옛모습 복원화는 말로는 쉽지만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아주 어려운 사업이다. 현대와 조선시대가 공존하는 옛도시 재현을 자칫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기형적 형태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는 복원사업 내용면에서도 그러하지만 도시설계 지구로 지정해 추진할 성곽내 건물의 높이·도색·지붕·외장 등 규제도 복원 내용과 조화를 이루는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업추진은 이미 밝힌대로 조례로 추진하되 사업내용은 도시계획으로 정해야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특성이다. 이같은 복원화는 일찍이 전례없는 일로 전국에서 수원시가 처음 기도하는 의욕적인 사업이다. 그렇지만 행여라도 의욕만 지나치는 잘못으로 실패하여서는 안된다. 선망의 대상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믿어 이를 위한 좀 더 깊은 검토가 있기를 당부해 둔다.

기안·발안유적지 발굴 의미

기전문화재연구원이 화성시 태안읍 기안리 및 향남면 발안리에서 발굴, 공개한 백제의 제철공방터와 대규모 취락 유적은 획기적인 사료로 평가된다. 화성 일대가 백제 왕국의 등장과 비밀을 풀어줄 보고(寶庫)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안리의 제철관 유적 중 화로유적 10기, 도랑유적 12기, 숯가마 1기, 제련 때 사용된 송풍관과 철 찌꺼기 등은 이 지역이 한성 백제 당시 중앙에 인접한 주요 지방세력의 거점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대규모 제철공장이 형성된 것은 주변에 그만한 수요와 노동력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 발안의 취락지 유적은 초기 백제시대 주변부의 발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건물바닥을 파고 들어간 수혈식(竪穴式) 평면 형태를 기준으로 할 때 출입구가 튀어나온 철(凸)자형과 사각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55채의 주거지가 확인된 것은 이례적이다. 기전문화재연구원 발굴단은 옹관묘 3기, 풍남동식무문토기와 타날문단경호, 대형독 등 수백개의 토기만으로도 원삼국시대에서 백제 초기에 이르는 편년(編年)체계를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화성은 10년전만 해도 백제유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43번 국도를 따라 주거-생산-토성-매장공간 유적 등 백제유적지가 잇따라 발굴되면서 주목을 받아 왔다. 발안 취락유적의 경우 다양한 시기의 유물이 토층별로 나오지 않고 교란된 상태에서 출토돼 형성과 지속시기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취락이 400∼500년 동안 유지됐다면 주거지가 중복돼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었다. 하지만 기안 유적은 경기 지역에서 발견된 첫 제철 관련 유적이고, 발안 유적은 미사리를 제외하고 가장 큰 백제 취락 유적지라는 점에서 백제 연구에 가속도를 붙여 준다. 앞으로 제철유적이 존재한 시기와 장소가 함유된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면 초기 백제를 역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화성 기안·발안 유적은 형성 시기인 3·4세기 때의 고분만 확인되면 백제사 연구에 큰 획이 그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점만으로도 이번 유적지 발굴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경기문화재연구원의 계속적인 노고를 기대한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어제 워싱턴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은 그 성과가 크다. 공동성명에서 밝힌 한·미동맹 50주년의 현대적 의미, 북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의 재확인, 통상협력 등 경제 번영을 위한 공동노력, 완전한 동반자 관계 지향 등 4개 항목에 걸친 진지한 내용은 예상보다 훨씬 전향적이다. 또 공동회견에서 두 나라 정상이 서로 밝힌 상호 신뢰와 우정의 다짐은 그간의 껄끄러운 오해를 불식한 점에서 고무적이다. 앞으로 두 나라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역동적·포괄적 동맹관계 추진에 탄력이 붙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 한국의 안보와 경제불안에 국내외적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됐던 미2사단 한강 이남 재배치에 새로운 이해를 구한 것 또한 수확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안보상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다시 가닥이 잡힌 것은 우리측 입장이 상당히 수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두 정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은덴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미국측이 거론해온 대북제재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대목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마약과 미사일 수출에 대한 상황에 따른 고강도의 조치로 해안봉쇄와 경제제재에 그칠 뿐 최악의 선제공격 우려는 거의 희석된 것으로 관측된다. 또 노 대통령이 향후의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 등을 북 핵문제의 전개상황과 연계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정책변화의 가능성은 미국의 그같은 대북 제재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제문제에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동북아시아의 무역·금융·투자의 중심지 지향의 노력이 평가되는 등 우리의 경제에 신뢰감이 심어진 것은 앞으로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새로운 활성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길에 어느 때보다 많은 경제인들을 대동하고 대통령 또한 자신이 미국의 경제 요로를 직접 찾거나 미국 경제인들을 접견하는 등 폭넓은 경제활동을 펼쳤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미활동과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실용주의 외교로 평가된다. 국내 일부에선 미국서 보인 대통령의 이념성 탈피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당치 않다. 민생경제와 국익증진 등 실질문제의 내실을 위해서는 외형을 파탈해 보이는 실용주의 외교가 투영됐다고 판단한다.

물류대란, 정부가 먼저 줄 것은 주라

포항에서 시작하여 부산으로 번진 화물연대 파업이 마침내 의왕까지 확대돼 나라 경제와 민생에 일파만파의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의왕기지는 경제의 심장부라 할 수도권 물류를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데, 이 기능이 마비됐다. 수도권 수출이 80%나 중단 되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수출을 해서 경제를 지탱하는 나라 살림과 민생 형편이 도탄에 빠져 아주 어렵게 된다. 이에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는 정부에 먼저 능동적인 성의를 촉구한다. 무작정 화물연대더러 파업을 먼저 풀라고만 요구하지 말고 파업을 풀 실마리를 주어야 한다. 고속도로 통행료 및 경유세 인하 등은 정부의 재량이다. 이처럼 비교적 자유로운 정부의 입장을 먼저 열여 보여야 화물연대의 닫힌 문을 열 수가 있다. 화물연대의 물류대란은 파업이라기 보단 ‘운송거부’의 부당한 단체행동인 것은 맞다. 이 때문에 사태 해결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노·사가 분명치 않는 가운데 여느 파업과는 다른 노·정 또는 사·정협상의 개념인 것이 이번 물류대란의 특징이다. 어떻든 또 알선업자들의 과당 경쟁과 다단계 저가 수주 등으로 운송환경이 열악한 것은 부인될 수 없다. 화물연대의 방법이 심히 과격하긴 하나 제도적 모순을 시정해야 할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사업자 화물운송, 알선업자 화물차, 소유자 운전사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고질을 개선하는 데는 시일이 걸린다. 화물 운송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규제완화된 이후 공급이 쏟아져 수요를 능가한데서 온 저운임 경쟁을 시정하는 것 또한 당장에 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화물연대의 물류대란이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산업자원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에 걸친 일이어서 이를 도맡을 총괄창구가 없어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결과가 됐다. 오늘 정부측과 민주당이 당정협의회를 갖는다지만 이대로는 별다른 소득이 있을 수 없다. 시급히 정부측의 단일창구를 두어 앞서 밝힌대로 우선 고속도로와 경유세 인하로 화물연대측에 물러설 수 있는 실마리를 조속히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화물연대 역시 파업을 푼 뒤에 제도개선은 대화로 점진적 추진을 하는 것이 순리다. 물류대란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의 입장에선 경제파탄을 가져오는 망국적 현상이다. 화물연대측과 정부에 국민적 판단의 고려가 있기를 깊이 촉구한다.

‘스승의 날’ 그 진정한 의미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덕을 기리는 각종 행사가 거행된다. 또한 유공 교원들에게는 표창, 포상 등이 행해진다. 그러나 어린 제자가 더러 가슴에 달아준 빨간 카네이션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때로는 교육자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택한 것을 후회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후세를 가르치는 교육의 중요성과 보람된 가치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생님들은 교육현장에 투영된 자신들의 위상을 보면서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오늘의 교단은 본연의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문제가 산적하여 선생님들은 상당히 피곤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피곤하기보다는 교단 내에서 야기되는 각종 갈등, 당국의 무원칙한 교육행정, 수없이 밀려드는 잡무 등으로 교육과 연구는 소홀하게 되고 오히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갈등을 겪고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교육부장관이 선생님들은 촌지나 받는 부패한 집단으로 전락시킨 이후 교단의 위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원칙없는 입시행정으로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하다시피 된 오늘의 교육현장이 너무도 선생님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스승의 날만 되면 요란하게 스승의 은혜를 외치기보다는 진정으로 스승의 은혜를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교육행정 당국은 무엇보다도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지녀야 하고 또한 일선 학교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어야 한다. 선생님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후세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우리 모두의 과제이며 동시에 스승의 날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어린이 안전교육 실질화해야

어린이 및 학생에 대한 대형 안전사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절실하다. 1999년 화성 씨랜드수련원 화재, 인천 호프집 화재, 2001년 경기도 예지학원 화재, 올 3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등으로 수많은 어린이 및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화재나 사고 등 각종 재난으로 한해 1천200여명이 희생되고 있지만 학교의 안전교육이 부족한 데다 교과서에도 안전관련 단원이 형식에 그쳐 실효성이 빈곤하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가 채택한 교과서중 첫 번째 안전 관련 교육으로 초등학교 3학년 체육과목의 ‘안전한 생활 및 응급처치와 구조’란 게 있지만 실제 위기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응급처치를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4학년 체육과목 ‘안전생활’ 단원엔 놀이시 안전사고 예방법, 5학년 실과과목은 전기의 안전사용법, 6학년 과학과목에는 지진시 대비방법 단원이 있으나 지진대피 방법 등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예방차원에서 미리 알아두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정작 현실적으로 필요한 내용이 교과서에서 많이 누락된 점이다. 초·중·고 교과서에 가장 기본적인 119신고 요령은 물론, 화재경보설비 및 소화기 작동요령, 화재시 대피방법 등 위기 발생시 초보적인 대응과 대피 요령이 모두 누락돼 있는 것이다. 또 중학교 3학년 기술과목에 산업재해, 고등학교 기술과목에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이같은 내용은 초·중·고등학교 학생 입장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유아부터 수준에 맞춰 안전 교과내용을 갖추고 있고, 평소에도 화재 대피훈련을 할 뿐 아니라 교육기관 종사자까지 의무적으로 15시간 안전 관련 교육을 받는다. 이에 비해 우리는 교과 과정도 부실할 뿐 아니라 교사에 대한 안전교육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제81회 어린이 날에 올해를 ‘어린이 안전 원년’으로 선포하고 국무총리실에 ‘어린이 안전 추진반’을 설치, 어린이 안전 법규와 제도를 보완 정비키로 한 것은 적절하다. 앞으로 선언에 그치지 않은 내각 차원의 내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차제, 교육부는 우선 어린이 안전교육을 보다 강화, 각 분야의 전문 식견이 집약된 이론과 실습위주의 교과단원으로 현실화하는 노력을 시급히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 신당싸움 할 땐가

민주당의 행태가 심히 당치않다. 신당 추진이 통합신당으로 가든 개혁신당으로 가든 또는 개혁적 통합신당으로 가든 우리가 간여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땐가. 나라 안으로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로 치달아 온통 어수선하다. 전자업계의 수출이 53~76%나 주는 등 수출 상품의 전반적 적체 현상으로 산업피해가 눈더미처럼 늘고 있다. 하루에 직접 피해액이 1억9천만달러에 이를 뿐 아니라 외국에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계약위반으로 속출하는 간접피해가 또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산에서는 수천명의 화물연대가 농성하는 가운데 40개 중대의 경찰이 투입돼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고 이 바람에 사회정서마저 불안하다. 나라 밖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중이다.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오는 15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은 북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상호 신뢰구축, 외자유치를 위한 국가신인도 제고를 위해 미국 각계의 조야를 순방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명색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분당까지 불사할 태세인 신당론으로 영일이 없다. 대통령이 미국에 나가 있으면 안에서 더욱 힘을 보태주는 노력을 해야하고, 국내 문제엔 정부를 독려해가며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 집권당의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노력은 외면한 채 되레 대통령이 집안에 없는동안 결판을 낼 요량인듯한 이전투구는 참으로 딱하고 실망이 크다. 신당 논의는 당내 공식기구에서 해야한다는 구주류나 당밖 임의구성을 고집하는 신주류할 것 없이 도대체 이들이 집권당의 책임감이 일말이나마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신주류 주도의 워크숍 참석과 이에 불참을 선언한 구주류간의 혈안의 세몰이 속에 “선혈이 낭자하게 싸우겠다”는 폭언까지 나온 건 도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싸움을 하다가도 그만 두는 게 국민에 대한 염치다. 대통령은 밖에 나가 국운을 건 노고에 전심전력을 다해 강행군하고, 안에서는 물류가 막혀 경제가 뒤숭숭한 판에 집안싸움에 정신없는 민주당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신당이 어떻든 우리는 알바가 아니다. 그러나 신·구주류가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렵게 안다면, 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 싸움을 해도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실용주의 성과를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15일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현재 미국을 방문중에 있다. 어제 뉴욕에 도착하여 교민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노 대통령의 출국은 취임 후 첫 해외방문이며, 또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자신이 가지는 미국에 대한 인식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선 미국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북한 핵 문제는 상호 인식의 차이가 있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하여 어떠한 형태로 조율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미국정부의 인식은 호의적이지마는 않다. 또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그 여세를 몰아 북한 핵문제에 대하여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태여서 한국이 선택할 카드는 별로 많지 않다. 노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하여 기존 원칙을 확인하고, 동북아 질서와 관련하여 주한미군 등 한미동맹이 양국에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밝히면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겠다고 말하였는데 이런 조치는 적절했다.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 지원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한·미간의 동맹 관계를 강화시키는 차원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를 통하여 미국 기업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방미에 수행한 전경련 회장, 삼성그룹 회장 등 많은 기업인들이 동행하여 경제외교도 펼치게 된다. 과거 전임 대통령의 방미보다도 더욱 많은 기업인들을 대통령이 대동하는 것은 현재 미국 투자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물론 기업인들은 미국 투자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대한 믿음을 분명하게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방미는 노무현 정부 외교정책의 첫 실험무대라는 점에서 국내외로부터 관심이 크다. 대미외교에 있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미동맹의 강화와 국익의 도모이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실용주의가 확인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택업자에 맥못춘 이유?

수원시가 일부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분양가 승인 신청을 업자들 요구대로 들어준다는 보도내용은 심히 유감이다. 그렇다 하여 무작정 깎아 내리는 것만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다. 인근에 비해 턱없이 비싸서는 형평에 맞다할 수 없는 것이다. 시에선 내장재 등이 다르다는 등 할 말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분양가가 평당 1천만원을 훨씬 넘어 최고 30%의 차액이 난다는 것은 도시 이해가 안된다. 분양가 승인은 부지를 포함한 건축비 등에 적정 이윤이 고려되는 것으로 안다. 수원시가 승인신청 금액을 100% 들어준 주택업자들이 얼마나 믿을만 하고 또 정확하게 산정한 것인지는 물론 알 수 없다. 그러나 통상 관례란 게 있다. 만약 관례에 따라 깎일 것을 예견하여 적정선을 초과하였는데도 시가 그대로 승인해 주었다면 폭리를 안겨준 셈이 된다. 대체로 주택업자 등 기업민원엔 상당히 까다롭게 대해 100% 들어주는 예가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이다. 이같은 사회통념에 배치된 정당성의 근거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시의 분양가 승인 기능은 또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익을 다 함께 검토해야 하는 거중조정의 입장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업자 요구의 분양가를 그대로 승인한 것은 과연 조정의 소임을 충실히 다 했는지를 수요자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분양할 물량이 모자라 수요에 다 부응하지 못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만일 그러하다면 그것은 시장왜곡의 의문이 따른다. 왜냐하면 분양가 승인 과정을 알 길이 없는 수요자들은 시를 믿고 분양 신청을 하기 때문이다. 업자들 요구대로 승인한 사실을 뒤늦게 나마 알게되면 시 처사를 긍정적으로 보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치행정의 요체는 주민편익을 추구하는 생활행정이다. 업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듯한 시의 처사가 이같은 주민편익 추구의 생활행정에 합치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분양가 거품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여 중앙은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함께 강구해야할 물가정책에 또한 정면으로 위배된다. 수원시는 지역사회의 중심기관이다. 그래서 평소 있을 잘 할것으로 알고 되도록이면 말을 아껴왔던 것이 그같은 기대에 어긋났다. 고언이 더 필요없는 시의 조치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믿어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영세상 울리는 상가임대차법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마련한 새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세상들을 울리고 있다. 새 법엔 우리 사회에 일반화돼 있는 상가 권리금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 세입자가 권리금이나 시설투자비를 고스란히 날린 채 쫓겨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건물주의 통보에 적지 않은 시설투자비와 권리금을 잃게된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분신을 기도한 사례도 있다. 건물주들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과다한 임대료 인상 요구로 영세 상인들이 이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세입자와 건물주간의 관계에서 권리금 등이 자산으로 보호돼 있지 않은 것은 사회통념과 관행에 배치된다. 법이 시행된 이후 상가임대차 보호운동본부에 현재까지 접수된 상가 세입자 피해사례를 보면 시설투자비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경우가 1천800여건으로 전체 피해 사례의 절반이 넘는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은 지난해 11월1일 이후 임대계약에만 적용돼 그이전부터 계약이 존속중인 세입자들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도시의 경우 대부분 상가 임대료가 보호범위인 2억4천만원을 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상가 세입자들과 시민단체들이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참여연대,전국 임차상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상가임대차보호 운동본부가 적용범위 확대, 기존 임차인 보호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개정을 추진하는 상태이지만 전망이 불투명하여 영세상인들이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보호대상액의 상한선을 대폭 높이거나 아예 없애어 사실상 모든 상가 임대계약을 보호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영세상인들의 주장이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매년 임대료를 올려 주었는데도 단기일내에 시설투자비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조건 점포를 비워달라는 건물주의 일방적 요구에 세입자가 피해를 더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당국의 입법조치가 있어야 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